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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증권발행시장에서의 전문가책임
[사안의 개요] 1. XX이쿼티는 M&A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9년 11월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씨모텍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300억원에 매수하였다. XX이쿼티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였으나 자본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시하였다. XX이쿼티가 씨모텍의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 씨모텍은 바로 약 300억원을 유상증자하였고, 다시 유상증자를 계획하여 2011년 1월 약 286억원을 유상증자하였다. 2차 유상증자 직후 씨모텍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되었다. 그 과정에서 XX이쿼티의 실제 사주들이 1차 및 2차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 씨모텍의 자산에 대해 거액의 횡령, 배임행위를 하였음이 밝혀졌다. 씨모텍은 기업회생을 신청하였으나 결국 청산되었다. 2. 2차 유상증자 당시 D증권은 증권인수인으로서 증권신고서에 인수인 의견을 작성하였는데, 씨모텍의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경영불안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특히 XX이쿼티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하여 "전체 300억원에 대해서 30억원 자기자본과 270억원 외부차입금으로 조달하였음. 외부조달자금 270억원은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50억원에 대해서도 자본금으로 전환할 예정임"이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XX이쿼티는 외부차입금이 전혀 자본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융감독원은 D증권에 대하여 기업실사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차입금의 자본금 전환여부를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자의 보고만 믿고 인수인 의견란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기관주의 및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였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는 D증권에 대하여 과징금 4억여원을 부과하였다. [소송의 경과] 1.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가 손해를 본 186명은 2011년 10월 D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집단소송에 대한 법원 허가를 거쳐 본안판결이 2020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2021년 5월 분배절차가 종료되었다. 2. 법원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최대주주인 XX이쿼티의 자본금 전환 여부는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D증권이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것은 증권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D증권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집단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총원의 범위는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씨모텍 주식을 취득하여 매매거래정지일까지 계속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다. 손해액은 발행가액(2390원)과 청산금(약 6원)의 차액을 총원의 보유주식수에 곱한 145억원이며,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이유로 D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총 손해의 10%로 제한하였다. [평석] 1. 사안은 증권사기에 대하여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한 증권회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으로, 실제 위법행위자들의 책임재산이 부족하여 인수인인 증권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거의 10년의 소송 끝에, 법원은 인수인 증권사가 책임이 있다고 하였으나, 286억원 유상증자에 9000여명이 참여한 증권사기에 대하여 인정된 손해액수는 145억원에 불과하고 증권사는 그 중 10%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2. 이론적으로는 주식발행시장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공시되면 투자자들이 이를 읽고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하여 증권사기꾼이나 경제성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고 증권시장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기댄다. 재무정보에 대하여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공모주식의 가치와 위험에 대하여는 인수증권사의 의견을, 채무증권의 상환가능성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구조화증권의 구조는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서를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발행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여 증권사기꾼의 시장진입을 사전에 걸러낼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전문가의 활동비용을 증가시켜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게 된다. 대상판결이 D증권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책임액수를 손해의 10%로 한정한 것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손해배상액의 제한요소로 다음을 들었다. ① 손해의 상당 부분은 XX이쿼티 측의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 배임행위로 인한 것이다. ② D증권이 XX이쿼티 측의 횡령, 배임행위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다. D증권이 기업실사 과정에서 주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어도 손해 전부를 배상케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한다. ③ D증권은 증권인수업무의 대가로 수수료 약 4억8000만원을 받기로 했고 씨모텍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이 중 약 1억원만을 받았으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과태료 및 과징금을 냈다. 그런데 D증권의 인수인으로서의 문지기책임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은 증권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고 단순히 '인수인의 의견'에 잘못 기재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는 90%의 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다.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인수계약서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책임을 발행인에게 전가하는 면책약정(indemnification)을 두는데, 상대적 이익비율(발행인의 공모금액과 인수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의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기로 하거나, 인수증권사는 수수료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고 정하기도 한다. 미국 SEC와 법원은 이러한 면책약정은 문지기책임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다. 이 점에서 책임감경이유로 D증권의 수수료 수익을 언급한 것은 아쉽다. 또한 D증권의 잘못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감경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법원은 다양한 사건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소송이나 금융투자상품소송에서는 피해자에게 전혀 과실이 없는데도 또는 위반자의 행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약한 사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 원칙'의 논리로 투자 액수가 크거나 투자대상이 복잡할수록,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할수록 책임제한비율이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피고가 그러한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도록 원고들을 위법하게 유인한 행위자 아닌가? 자기책임 원칙은 투자자가 애초에 인수하려고 한 위험을 넘어서까지 손해배상을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인수한다고 인식한 위험의 범위에 대해 피고가 사기를 친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다. 또한, 증권의 유통구조상 다액의 피해에 불구하고 극히 일부 피해자들만 소를 제기하므로, 지나친 책임제한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위법행위를 해도 제한된 책임만 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지기 역할을 장려하려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5.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들에게는 과실이나 손해방지가 가능한 지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도 손해액의 90%를 부담시켰다. 고의의 위법행위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D증권에게 손해 전체를 배상하라는 것은 일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D증권이 부담하지 아니하는 손해는 위법행위자가 아니라 결국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결과에 비추어 볼 때, D증권의 입장이 아니라 전체의 맥락에서 형평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 마지막으로, 동일한 주식을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자는 자본시장법의 특칙과 집단소송을 이용할 수 없어 배상을 받는 데에 한계가 있다. 사안에서 집단소송의 총원을 2차 유상증자 참여자 중 거래정지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는데, 거래정지일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자는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주식에 대한 손해는 누가 구할 수 있는가? 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특칙을 발행시장 취득자에게 한정하므로(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판결 등) 전득자는 민법 제750조로 손해배상을 구해야 하는데, 유통시장 취득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믿고 거래한 것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추가 유상증자분이 상장되면 기존 주식과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므로, 추가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내용은 해당 종목의 시장가격에 완전히 반영된다. 부실기재 발각 전 부양된 주가에 주식을 취득한 자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투자자의 지위를 취득한 자로 볼 수도 있다. 전득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위법은 있는데 아무도 배상을 못받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자본시장법
집단소송
주가조작
씨모텍
증권거래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1-12-23
민사일반
후순위저당권자는 소멸시효 원용할 수 없는가?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이번 평석이 필요한 한도에서 간추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A는 B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담보로 B 소유의 부동산에 가등기를 경료받고, 나아가 이 거래에 적용이 있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청산금의 지급 없이 위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를 경료하였다. 그 후 원고가 채무자 B와의 대위변제약정에 기하여 위 차용금을 변제하였다. 그럼에도 A는 B와의 합의 아래 C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피고는 C로부터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피고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경매절차에서 피고에게 일정액을 배당하는 배당표가 작성되었으나, 원고가 이에 배당이의를 함으로써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다.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하였다. 피고의 상고이유는 원고의 B에 대한 채권은 시효소멸하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시요지]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다. 후순위담보권자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판례공보 2021년 상권, 673면). [평석] 1. 이 사건에서 원고는 B와의 약정에 기하여 B의 채무금을 변제함으로써 변제자대위에 기하여 담보가등기권을 당연히 취득하였다(변제자대위 및 그로 인하여 원고가 취득하는 채권의 범위에 관한 판시가 원고 상고이유에 대한 주요 부분을 이룬다). 그리하여 애초 그보다 늦게 설정된 피고의 근저당권은 원고의 권리에 열후하는 말하자면 제2순위의 담보권이 된다. 그 경우에 선순위인 담보가등기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위와 같이 후순위담보권을 가지는 피고가 할 수 있는가? 즉 피고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시효원용권을 가지는가? 2. 종전에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우리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한다고 이해되어 왔다(최근에도 송덕수, 민법총칙, 제4판(2018), 505면은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어느 시점부터 대법원은 시효원용권자의 범위를 획정하는 작업을 정면으로 수행하여, 시효소멸을 소송상 주장하였음에도 그에게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여 시효소멸의 주장을 배척하는 구체적인 재판례를 축적하여 갔다. 이로써 판례는 상대적 소멸설로 입장을 전환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는 그것이 과연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절차(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단서 제3호), 즉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쳤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이 점에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3.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전제로 하더라도, 후순위담보권자는 이에 해당하여 시효원용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저당권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로 한다. (1) 선순위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소멸하는 경우에 그 저당권의 당연 소멸로 후순위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하는 것은 후순위저당권자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향유하는, 그리하여 어떻게 보더라도 현실인 이익이다. 그 경우 후순위저당권자는 그러한 순위의 상승을 단순히 기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의문이 없는 저당권에 관한 법리, 즉 '순위상승의 원칙'(우선 곽윤직·김재형, 물권법, 제8판[전면개정] 보정판(2015), 453면 참조)의 적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그야말로 법적인 이익인 것이다. 이것을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법논의에서 극력 피하여야 할 언어의 오용이 아닐까? 만일 그것이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예를 들어 저당권이 설정된 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로 누리게 되는 저당권의 당연 소멸, 그리하여 이러한 법적 부담으로부터의 해방도 역시 '단순한 기대'에 그친다고 말하여야 할 것이다. 제3취득자도 역시 통상적으로는 저당권 등의 존재를 알면서(적어도 등기부를 통하여 알 수 있었으면서) 이를 물적으로 인수하는 것으로 하여 목적물을 취득하였을 것임에도 그 후 위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그러한 '반사적 이익'을 얻는 것에 불과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판결(공보 2761면)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가등기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던 사안에서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한다.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효를 다루는 근자의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판결(공보 하, 976면)도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2) 시효원용권 인정 여부의 법문제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일본의 그것에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판시는 최고재 1999(平成 11). 10. 21. 판결(민집 53-7, 1190)의 태도와 일치하고, 그 이유 설시도 위 일본 판결("선순위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후순위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로써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의 증가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저당권의 순위 상승에 의하여 초래되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로부터 그대로 따왔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는 제2차 대전 이전, 특히 1920년대 말까지의 엄격한 해석을 1945년부터의 최고재가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애초 대심원의 판례상 시효원용권이 모두 부정되었던 물상보증인,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 및 사해행위의 수익자 등에 대하여 모두 1960년대 중반부터 하나씩 긍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시효원용권자 여하에 관한 판례의 흐름은 위와 같이 일찍부터 채택되어온 [직접성] 공식의 실질적 해체의 역사이다. 그 공식은 그 기원(起源)에 있어서는 일정한 자를 제외한다는 의미를 가졌었으나, 현재는 전에 부정되었던 자 전부에 시효원용권이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판례의 변경은 다른 법문제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金山直樹, 時效における理論と解釋(2009), 319면 이하). 이러한 입장 전환을 선도한 것은 다름아닌 일본 법학자 와가쓰마 사카에(我妻榮)인데, 그 주장의 요지는 "시효의 원용이 시효로 인한 권리의 득상이라는 일반적 법률효과와 개인의 의사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는 제도라고 한다면, 이들 관계자 각자에게 원용의 자유를 인정하고 시효의 효과를 상대적·개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그 목적에 적합하다"고 전제한 다음, "시효에 의하여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면하는 자 외에도 이 권리 또는 의무에 기하여 다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자도 포함한다고 봄이 옳다"는 것이다(新訂 民法總則(1965), 445면 이하. 이는 "抵當不動産の第三取得者の時效援用權"이라는 1936년 논문으로 소급될 수 있다). 위와 같은 흐름을 반영하여 후순위저당권에 대하여도 이를 긍정하는 학설이 유력하였다(川島武宜, 幾代通 등). 그럼에도 최고재의 위 1999년 판결은 이를 부정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학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예를 들면 金山直樹, 前揭書, 320면 이하[처음 발표는 2000년]. 위 판결에 대한 평석의 목록은 森田宏樹, "時效の援用權者", 民法判例百選 제1권, 제8판(2018), 86면 이하를 보라). 한편 일본은 2017년의 민법개정(시행은 금년 4월부터)으로 시효의 원용에 관한 제145조에서 시효원용권자를 "당사자(소멸시효에 있어서는 보증인, 물상보증인, 제3취득자 기타 및 권리의 소멸에 관하여 정당한 이익을 가지는 자)"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정 전과 같이 그 구체적인 범위를 해석에 맡기는 취지라고 한다. 4. 후순위담보권자에게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한 것은 종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판단으로서 하급심이나 거래실무 등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입장에는 쉽사리 찬성할 수 없다. 애초 시효소멸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지, 간접적으로만 미치는지의 구분 자체가 그야말로 형식적 기준이므로(법논의에서 드물지 않은 그 가장이유(假裝理由, Scheinbegrundung)!), 그 적용은 가급적 피하여야 할 것이다.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소멸시효
근저당권
후순위저당권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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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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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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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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