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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
Ⅰ. 공소사실의 요지 36세의 남성인 피고인은 2014년 7월 중순경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14세의 여성인 피해자에게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마치 자신의 사진인 것처럼 가장하여 전송하면서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인 A(가상의 인물)'라고 거짓으로 소개하고 채팅을 통해 피해자와 사귀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4년 8월 초순경 피해자에게 "사실은 나(A)를 좋아해서 스토킹하는 여성이 있는데 나에게 집착을 해서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우리 그냥 헤어질까"라고 거짓말하면서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려면 나의 선배와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을 촬영하여 스토킹 여성에게 보내주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피고인의 제안을 승낙하였고 피고인은 마치 자신이 A의 선배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Ⅱ. 판결이유 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 등(이하 '종전 판례')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 형법 제302조의 '위계'의 개념에 대하여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착각·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착각·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착각·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원심에서는 본 사안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를 때 피고인의 행위가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의 위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오인·착각·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 Ⅲ. 평석 1. 종전 판례에 대한 학계의 비판 종전 판례의 입장에 대하여는 위계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그 요지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김성천·박찬걸·이덕인·조국·최은하 등). 첫째, 미성년자에 대한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처벌하는 취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 능력을 발달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는 미성년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도 종전 판례는 그러한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능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될 정도의 미성년자만을 본 죄의 보호대상으로 삼았다. 둘째, 대법원에서 형법 제302조 등에서 위계와 병렬하여 행위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위력'의 개념에 대하여는 비교적 폭넓게 해석하면서도 '위계'에 대하여는 그와 반대로 제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은 균형 있는 해석이 아니다. 셋째, 삭제된 구 형법 제304조에서는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위계에 의한 간음을 범죄화하면서 혼인을 빙자한 경우를 위계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으로 명시하였는데 혼인의 빙자에 의한 오인·부지·착각은 성행위의 동기 부분에서의 착오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형법 입법자의 의사는 '위계'의 개념에 동기의 착오를 일으킨 경우도 포함하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가.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학계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위계' 개념에 대한 종전 판례의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타당한 방향의 변경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남기고 있다. 나. 종전 판례가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입장의 단초는 청소년보호법 제7조 제5항의 법정형이 제1항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의 경우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의 필요가 크다 하더라도 폭행·협박에 의하여 성관계를 맺는 행위와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의 불법의 정도가 동일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종전 판례는 그와 같은 형벌체계상의 불균형을 위계의 개념을 축소해석하는 방법으로 해소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같은 취지로, 한영수). 물론 대상판결에서도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야 함을 지적함으로써 위계 개념이 지나치게 확장해석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무엇이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루는지는 개별 판단자에 따라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성행위의 상대방이 사이버 공간의 1인 2역 연기를 통하여 가상의 인물로 가장한 경우 '위계'를 인정하는 결론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아마도 그러한 사안의 힘이 만장일치에 의한 판례 변경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령 명문대생을 동경하는 고등학생에게 명문대 재학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유혹한 경우 상대방과의 배타적인 애정 관계가 성행위의 필수 조건이라고 믿는 고등학생에 대하여 양다리임을 속이고 성행위로 나아간 경우 등은 어떠한가? 이러한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에 있어서 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나 그러한 사안이 최소 2년 6월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에 대하여 대상판결 사안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죄형균형의 원칙에 합치되는 법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무엇이 위 조항에 따른 처벌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동기'의 착오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분별해 낼 수 있는 추가적인 판단기준이 요청된다. 종전 판례는 일단 동기의 착오를 일으킨 경우를 위계 개념으로 끌어들이게 된다면 그 안에서 가벌적인 동기의 착오 유발 행위와 불가벌적인 동기의 착오 유발 행위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전제 하에 구체적 타당성을 양보하고 경직되어 보이나마 제한해석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대상판결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느슨한 판단기준 하에 사안별로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최적의 판단을 얻어 나가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중대한 동기'에 관한 사안별 유형화 작업마저도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는지는 반드시 분명하지 않다. 만일 미성년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구체적 타당성 확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여서 유형화 작업조차도 그러한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여 처벌의 하한 또한 유연하게 열어두는 입법적인 시정이 필요할 것이다. 다. 대상판결은 위계에 의한 간음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능력이 취약한 피해자를 보호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위계의 개념을 확장하는 강력한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상 처벌 근거의 부재는 별론으로 성년자에 대한 위계에 의한 간음이 반드시 가벌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온전한 행사능력을 가진 주체의 자기책임은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자기결정권의 행사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데 위계는 이러한 자율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성인간의 성관계에서 사용되는 위계는 '낭만적 유혹'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서 국가가 간섭할 영역이 아니라는 관념 또한 항상 타당하지는 않다. 예컨대 원치 않는 임신을 우려하여 콘돔을 착용하지 않으면 성관계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상대방이 그에 응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콘돔을 뺀 상태에서 삽입을 한 경우 성인 여성이 성관계에 이르게 된 판단의 착오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자기책임의 영역에 있는 위험으로 치부되는 것이 타당한가? 물론 성인에 대한 위계에 의한 간음의 가벌성을 인정할 경우에는 그 위계의 범위는 미성년자에 대한 위계의 경우보다 좁게 설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판단자에게 또 다른 구분선을 요구한다. 이미 하나의 구분선을 긋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또 다른 구분선을 긋는 것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식이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실정법상 성인에 대한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모두 폐지한 현 시점에서는 즉각적인 고민의 대상이 아니지만 추후 비동의간음죄의 입법이 현실화된다면 곧바로 수면 위의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홍진영 교수 (서울대 로스쿨)
간음죄
미성년자
성관계
홍진영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11-19
행정사건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두36472 판결 -
행정법규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법리
Ⅰ. 사안의 개요 A법인은 주식회사로서 용인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공중위생영업자(숙박업자)이다. 위 모텔 508호에서 2018. 11. 25.경 여자 청소년 2명과 남자 청소년 1명이 혼숙하였다.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이를 적발하여 2018. 12. 20. 용인시장에게 통보하였다. 위 사건 당시 현장근무자이던 종업원 B와 현장에 있지 않았던 A법인의 대표자 C는 2018. 12. 26. 위 청소년 남녀혼숙을 이유로 한 청소년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각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용인시장은 2019. 2. 8. A법인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제30조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 1항 제8호, 제11조의 2 제1항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여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쟁점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A법인에 대하여 위 법조항을 적용하여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숙박업자나 그 종업원이 투숙객이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혼숙하게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 제11조의2 제1항에 따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청소년인 이 사건 투숙객들이 남녀 혼숙한 이상 공중위생영업자인 원고가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판시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법리오해 대상판결이 원용한,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 즉,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중략-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ㆍ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라고 한 판시에서 “위반자”는 행정처분의 대상자인 법령상 책임자를 말하는 것이지 현장에 있던 종업원 즉, 현실적인 행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상판결은 “위반자”를 현실적인 행위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중략-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A법인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B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설시한 점에서 이는 명백하다.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는, 현실적인 행위자 즉,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을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시킨 경우에, 현장에는 없어서 그 사실을 몰랐던 사업자 즉, 법령상 책임자에게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상 제재 즉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판결은, 사업자와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경우에도 즉,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최소한 인식을 전제로 함),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 자체만 존재하면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고 크게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은, 청소년보호법 제30조 제8호의 범죄행위의 주체는 “누구든지”이고, 청소년 남녀혼숙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가할 때의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의 적용 대상은 “공중위생영업자”인 점에 유의하지 않았다. 위 청소년보호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성립하려면 법령상 책임자(공중위생영업자)이든 종업원이든 누구든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고(고의, 과실 등 주관적 불법요소가 없는 행위로 형사처벌받지 않는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음), 위 범죄행위가 성립하면 “공중위생영업자”는 본인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 규정의 형식,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누군가의 청소년보호법위반(형사책임)이 있음이 전제되어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한 행정제재가 가능함은 명백하다. 이것이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다. 실질적으로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행정제재(영업정지처분, 과징금 부과처분)보다 훨씬 약한 행정질서벌(과태료) 부과에 대하여까지 고의, 과실을 요구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 Ⅴ. 기존 대법원판결들의 분석 (1)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누22173 판결 이 사안은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고의 내지는 인식이 있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취지대로라면, 이 판결 사안에서, 숙박업자가 공중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되어 행정처분을 받거나, 공중위생영업자의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어야 할 것이다. (2)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2223 판결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위반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되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이 사안도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3)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6032 판결은, 고의(인식)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식점 운영자가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형사판결이다. (4)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두5005 판결의 사안은, 현실적인 행위자는 근로자들(버스기사들)이나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2. 2. 1. 법률 제11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위반(임의결행)의 주체로 사업자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실적인 행위자들에게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명백하나 행정법규위반은 되지 아니하고, 사업자는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위 법 제10조 위반이 된다는 취지이다. 어쨌든 현실적인 행위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가 존재한다. (5)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의 사안도, 현실적인 행위자는 갑 주식회사의 임직원이고 입찰참가시 임직원이 고의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위반의 주체를 사업자(부정당업자)로 한정하였고, 현실적인 행위자를 위반의 주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 2013두5005 판결의 사안과 구조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6)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은, 대부업등록을 한 법인인 당해 사건의 원고회사의 직원이 현실적인 행위자로서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7)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6175 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소외인이, 할부거래법이 필수적인 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요건에 관하여 사전에 고의 내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사안이다. (8)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두63515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농심원 영농조합법인의 임직원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파기환송판결을 하고 있는 사안이다. (9) 대상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이 유일하게 대상판결과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대법원판결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대법원종합법률정보에도 게시하지 아니한 판결이고, 그 이전·이후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와 상반된 판결로서 전원합의체판결도 아니므로 판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Ⅵ. 결어 대상판결이, 논란의 여지가 전무한 기본적인 법리를 오해하여, 제대로 적법하게 판시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은, 법률신문 2020. 4. 2.자 사설에서 지적한 사례 즉, 군형법 제60조의 6의 '군인등에 대한 폭행죄의 특례'를 간과하여 적법하게 판결한 군사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적극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불과 석달만에 대법원의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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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2020-07-23
정준모 변호사 (HIH법률사무소, 사단법인 게임분쟁연구소장)
행정소송에서의 대상적격 및 피고적격의 혼란과 그 해결방안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개요는 원고 A(온라인게임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가 위 원고를 청소년보호법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고시한 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하여 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취소하도록 청구한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 제10조의 해석상 자신의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이 정당하고 적법하며 이건 자신들의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고 사전처분이나 행정청 내부의 고지나 통보행위에 불과하여 행정처분이 아니고 이건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을 다투려면 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고시를 그 대상으로 하여 다투어야 한다고 본안전 항변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측은 피고의 처분이 행정처분이며 이 사건 피고를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취소송이 적법하다고 주장을 하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던 것이다. 2. 관련 법령의 현황 원칙적으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원칙적으로 청소년보호법 제8조(구법 제7조)에 의하여 청소년위원회가 결정하지만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한 심의기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해당기관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하고 유해매체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면(청소년보호법 제8조 제3항) 이를 청소년위원회가 이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를 하게 된다. 한편 청소년보호법 제8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2 및 동시행령 16조의3에 의하여 이 사건 사이트와 같이 인터넷이나 기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은 청소년보호법이외의 다른 법령인 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여 청소년위원회가 아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하여 심의대상이 되고 그 심의 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면(청소년보호법 제10조) 이를 청소년위원회에 통보하여 고시토록 하면 이를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를 하게 되어 있다. 2. 연구 대상판결의 요지 결론적으로 위 판결은 구 청소년보호법(2004. 1. 29. 법률 제7161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및 동시행령에 따르면 피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이 행정소송상 행정처분이어서 소송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가.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 내용, 형식, 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심의기관으로서 원고가 개설, 운영하는 A라는 인터넷사이트에 대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하여 원고에게 이를 통보하였고, 그 통보서에 이 사건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 피고에게 결정취소를 요청을 하도록 하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의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기각하기도 한 사실, 피고의 요청에 의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가 A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한 사실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피고의 결정은 피고 명의로 외부에 표시가 되고,이의가 있는 때에는 피고에게 결정취소를 구하도록 통보를 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이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할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는 점, 피고의 결정에 따른 고시요청에 기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실질적 심사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를 해야 하고 이에 따라 당해 매체물에 관하여 구 청소년보호법상의 각종 의무가 발생하는 점, 피고는 이 사건 결정을 취소함으로서 구 청소년보호법상의 각종 의무를 소멸시킬 권한도 보유하고 있는 점 등 관련 법령의 취지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이 사건 결정은 항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연구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행정처분여부의 판단기준 우선 이건 판례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여부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 내용, 형식, 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②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③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④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판단기준으로 참작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그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나. 구 청소년보호법상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의 처분성여부 위 행정처분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4가지의 일응의 판단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은 이 사건 피고의 결정이 행정법상 행정권 내부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 통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고 그 불복도 피고에게 직접하도록 되어 있고, 당사자인 원고도 피고를 처분청으로 여기고 피고의 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한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피고의 위 결정이 행정청 내부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 통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행정처분이며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에 대한 불복은 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상대로 해야 함을 확인하여 준 것이다(대법원 1967. 6. 27. 67누44판결 및 홍정선저 행정법특강 제3판 584쪽 참조). 다. 피고선정의 문제 또한 이 사건의 판시는 일응 행정소송에서 처분성에 대한 소송물(소송대상)의 적격만을 다투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실무상 소송물도 문제가 되고 중요한 논점이지만 실제 위 판결의 실익 및 본질은 소를 제기하는 국민이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에게 있어서는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및 고시 및 기타 행정청의 처분 및 결정에 있어서 과연 어떤 기관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할 것인가의 문제다. 행정소송법 제13조 (피고적격) ①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 즉 위 사건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으로 자신의 권리에 불이익을 입은 원고가 피고를 청소년위원회로 하여 소를 제기하면 청소년위원회의 행위를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이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피고로 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을 행정소송으로 다투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의 필자도 현재 행정법원에서 이 사건 원고와 같은 내용의 온라인게임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인 B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바 소송제기당시 과연 어느 행정청을 피고로 하여 어느 행정청의 행위나 결정을 대상으로 하여 소를 제기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검토를 수차례 하다가 결국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하여 현재 변론이 진행 중이다. 라. 해결방안 (1) 입법상 해결방안 위와 같이 행정소송 제기시에 과연 해당처분의 실질적인 발령권자 및 결정권자가 어느 기관이며 피고를 누구로 선정해야 하는지는 원칙적으로 각 법령에 명시를 하거나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없게 분명히 규정을 해야 할 것인데 입법의 불비 및 흠결로 이 사건과 같은 혼란 및 다툼이 있게 되었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도대체 관련 법령의 해석상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나 행정법원의 판사님들까지도 과연 국민이 어느 기관의 어느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이 애매하고 논쟁이 분분할 정도라면 이 사건 청소년보호법은 그 흠결이 중대하고 국민의 권리구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잘못된 입법인 것이며 그러하다면 위 법 및 다른 행정입법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나 혼란이 없도록 원칙적으로 입법에서 명백히 규정을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일 것이다. (2) 행정실무상 해결방안 또한 당장 국회의 공전 및 국회의원들의 인식부족으로 기타 사정으로 입법상의 해결이 지연되거나 불가하다면 해당 행정처분에 참여하고 관여하는 행정청들이 합의 및 논의를 하여 해당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적으로 다투려면 어느 행정청을 상대로 하여 어느 결정에 대하여 취소소송 등을 해야 하는지 해당 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게 명확히 통지 및 고지를 하여 주는 것이 혼란을 방지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고 법치행정의 원리에도 합당하다고 할 것이다. (3) 해석상·소송기술상 해결방안 행정소송상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14조의 피고경정제도를 이용하여 그 잘못을 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면 행정소송법에 특별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 규정이 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을 이용하여 과연 어느 행정청이 피고가 될지 애매하고 모호한 경우 두 개의 행정청 모두를 피고로 하여 주관적, 예비적·선택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은 2007. 6 .26. 2007마515결정에서 민사소송법제70조제1항에 의하며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며 위 법조문 해석상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의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의 청구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거나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① 실체법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뿐 아니라 ② 소송법상 양립을 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이 된다고 하면서 소의 주관적·예비적 병합을 인정을 하였다. 또한 행정소송에서 원고가 착각 및 혼동을 하여 피고선정을 잘못한 경우에는 추후에 진정한 행정소송상 피고가 확정된 후에 원고가 피고경정이나 수정, 청구취지 변경을 하면 원고가 잘못된 피고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하여 제소기간 준수여부를 산정하여 주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와 국민의 권리구제라는 행정소송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4. 결 론 이번 판결은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처분의 판단기준을 밝힌 판결이며 어떠한 행정처분 및 결정에 여러 행정청이 관여 및 개입을 할 경우 과연 어느 행정청의 어떠한 처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를 선택할 것인지의 기준을 설정하여 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국민이 원고가 되어 행정소송 제기시에 피고 및 대상처분의 선택에 혼동이나 논란이 없도록 국기기관들이 최대한 입법상·해석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임시적으로는 민사소송법에 새로이 도입이 된 소의 주관적·예비적·선택적 병합이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일거에 분쟁을 해결하는 하나의 소송기술상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생각건대 위와 같은 아이템중개사이트가 아이템 범죄방지 및 사기방지, 아이템 범죄발생시 증거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는 현재의 현실에서 위 사이트들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한다면, 국가적·사회적으로 더 보호를 받아야 하고 사회경험도 부족한 청소년들을 게임아이템과 관련한 범죄의 충동으로 내몰거나 게임아이템 관련범죄의 피해지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게 하여 오히려 청소년보호에 역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사료 된다.
2007-09-10
조국 서울대 조교수
법률간의 부정합과 금지착오
I. 문제상황 청소년보호법은 종래 ‘청소년’의 정의를 18세 미만의 자에서 19세 미만의 자로 변경하여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제1호), 또한 비디오물감상실업을 ‘청소년유해업소’를 규정하고[제2조 제5호 가목 (2)] 이러한 업소의 업주 및 종사자에게 청소년의 연령을 확인하여 청소년이 당해 업소에 출입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함을 규정하고(제24조 제2항),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제51조 제7호). 그런데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반법’으로 약칭) 및 시행령은 비디오감상실업을 영위하는 자를 ‘음반·비디오물·게임물 유통관련업자’로 규정하고[제2조 제5호 나목 (1)], 같은 법 시행령은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제2항 다호에서는 “출입자의 연령을 확인하여 연소자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하고 출입문에는 ‘18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표지를 부착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비디오감상실 출입허용연령에 대한 이러한 양 법률간의 차이는 본 사안과 같이 ‘연소자’가 아닌 ‘청소년’, 즉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에 대한 비디오감상실 출입이 허용되는가를 둘러싸고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입법자의 불철저함으로 야기된 이러한 법률간의 ‘체계적 부정합성’은 법해석자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 II. 출입허용 연령에 대한 법률간의 부정합과 해석방법론 첫번째 입장은 제1심 법원의 판결(수원지방법원 2000고단7715)의 입장으로 두 법률 사이의 부정합 문제를 두 법률의 조화적 해석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 입장은 음반법 및 시행령의 관련 조문을 반대해석하면 ‘연소자’ 아닌 ‘청소년’에 대하여는 비디오 감상실에 대한 출입을 아무런 제한없이 허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법령에서 청소년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요컨대,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에 대한 비디오감상실 출입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법이 음반법에 맡겨 놓았다고 보는 것이다. 두번째 입장은 제2심(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 2001노915) 및 대법원의 입장으로 청소년의 범위를 확장하고 비디오감상실을 청소년 유해업소로 규정한 개정 청소년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하는 목적론적 해석이다. 항소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음반법 및 시행령은 청소년보호법의 개정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채 종전의 규정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청소년보호법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였으며, 또한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19조의 위임규정은 모법의 위임근거도 없이 새로운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파악한다. 대법원은 상세한 논지전개를 하지 않은 채 항소법원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두 법률을 조화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도출한 제1심 법원의 문제의식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부정합을 일으키는 법률조문에 대한 해석은 해당 법률의 목적을 전제로 하여 전개되어야 하며, 피고인의 이익도 그 범위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청소년보호법의 기본목적이 청소년보호라면, 음반법의 기본목적은 관련사업의 촉진에 있다고 할 때, 비디오감상실 출입허용연령에 대한 법률간의 차이 해소는 전자의 입장을 중시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청소년유해업소’인 비디오물감상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청소년보호법의 입법취지임은 분명히 확인되는 바, 청소년보호법이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를 통하여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의 경우는 비디오감상실 출입을 허용할 것을 상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소법원의 지적처럼 이 시행령 제19조의 모법상 위임근거가 모호함은 물론이고, 시행령 제19조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조문에 의한 타 법률에의 위임이 청소년보호법 자체의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위임까지 포괄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음반법의 관련 시행령이 바로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항소법원에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연령의 혼동을 일으킨다는 점 외에 출입문에 ‘18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표지를 부착하라는 요구가 청소년보호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음반법 및 시행령의 규정은 청소년보호법 위반행위에 대한 예외사유로서 청소년의 출입을 허용한 특별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항소법원과 대법원의 결론에 우리는 동의한다. III. 법률의 부정합성으로 인한 금지착오와 ‘정당한 이유’의 해석 이상과 같이 비디오감상실 업주는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서는 비디오감상실에의 출입 또는 이용을 금지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은 문제는 청소년보호법과 음반법의 체계적 부정합성으로 피고인이 금지착오를 일으킨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금지착오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조국, ‘법률의 부지 및 착오 이론에 대한 재검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2호(2001/6) 참조]. 1.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의 해석기준 현재 학계의 통설은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를 독일 형법 제17조의 ‘회피가능성’ 개념을 차용하여 설명하는데, ‘회피불가능성’ 유무를 불법통찰의 주의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이 의무의 핵심은 통상 ‘조회의무’라고 파악한다. 우리는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시민이 국가기관이나 자격있는 전문가에게 자신의 행위의 위법여부를 성실히 조회하여 그 답에 의존하고 행동하였다면 위법성인식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통설에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회피가능성’이 명문화되어 있는 독일 형법 제17조와는 달리 우리 형법 제16조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형법 제16조에 의하면 행위자에게 위법성을 인식할 능력(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행위자가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달리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다시 책임조각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법률의 착오’에서의 과실의 기준은 구성요건단계에서의 과실의 기준과 달리 책임단계에서의 문제이므로 행위자를 둘러싼 구체적 사정이 보다 많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사안 분석 대상판례는 법률간의 체계적 부정합성이 있는 경우 시민이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금지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는데 의미를 갖는다. 먼저 법률전문가인 판사도 비디오물감상실의 출입금지대상에 대하여 음반법 및 시행령의 반대해석으로 18세 이상 청소년에 대하여는 출입금지의무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였으니 만큼,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도 마찬가지 오인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리고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19조 자체의 문언이 음반법 및 시행령 규정과의 연관해석을 통하여 청소년보호법에 의하여 부과된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한 출입금지의무는 면제된다고 해석할 여지를 애초에 제공하고 있다. 법률간의 부정합으로 인하여 야기된 착오에 대한 기본책임은 국가이지 시민이 아니다. 충돌하는 두 법률이 피고인에게 착오의 소지를 제공하고 피고인이 이 중 하나의 법률에 대하여 ‘선의’(good faith)의 ‘합리적 의존’(reasonable reliance)을 한 결과 착오가 발생한 경우 그 금지착오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학계의 통설에 따르자면 왜 피고인이 국가기관이나 자격있는 전문가에게 자신의 행위의 위법여부를 조회하여 그 답을 구하지 않았는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국가기관이나 관계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문화관광부 주관으로 개최된 음반법 개정 공청회에 참석하여 음반법상 출입금지대상을 18세 미만의 자로 유지하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마련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상술하였듯이 우리는 행위자가 통설에서 요구하는 식의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 금지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면책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며, 이 때 행위자의 인식능력, 직업수행상황, 행위정황 등을 고려하며 책임조각을 판단하면 족하다고 본다. 특히 국가의 과실로 법률의 부정합이 발생한 경우 국가는 시민에 대하여 과도한 불법통찰의 의무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을 청소년보호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법원과 대법원의 결론은 타당하다. IV. 맺음말 우리는 (1) 행위자가 국가기관 또는 법률전문가에게 자신의 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하여 성실하게 조회하고 그 회신에 의존하여 행위하였다면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보아야 하며, 또한 (2) 행위자가 이러한 조회를 다 하지 않았더라도 법률의 내용 또는 법원의 판례, 행정기관의 공문이나 지침 등 국가기관의 결정이나 조치―행위자가 처해 있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사인 또는 사적 기관의 의견―에 대하여 선의를 가지고 신뢰·의존하였던 것이 합리적이었던 경우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바, 대상판례는 우리의 두 번째 논지를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 중요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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