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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530 판결 -
성폭력처벌법 중 비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병행사건에 미치는 영향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1) 피고인은 12세인 피해자가 잠을 자기 위해 방에 누워 있을 때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하였다. 피고인은 13세 미만 미성년자 위력 유사성행위 및 13세 미만 미성년자 위력 추행으로 인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2) 제1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조사과정을 촬영한 영상물을 중요한 증거로 삼아 전부 유죄를 인정하였고, 원심(2021. 10. 13. 선고)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은 위 영상물에 대해 증거동의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을 증인으로 신문하여 위 영상물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였다. (3)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에 따르면 신뢰관계인의 진술에 의해 진정성립이 인정되기만 하면 피해자의 진술 없이도 영상물을 증거로 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즉,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심신미약'인 경우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을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을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원심판결 선고일 이후인 2021년 12월 23일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 중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부분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2. 쟁점 위헌결정의 효력과 관련하여, 이 사건의 쟁점은 2가지이다. 첫째, 이 사건의 원심판결 선고일 이후에 위 위헌결정이 이루어졌는데, 위 위헌결정의 효력이 이 사건에도 미치는지 여부, 둘째, 위 위헌결정은 단지 성폭력처벌법에 대한 것인데, 아직 위헌결정이 없는 청소년성보호법을 적용하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적법한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첫째, 위헌결정의 효력은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이 사건에도 미친다. 둘째,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 중 위헌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위헌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위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와 마찬가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원심으로서는 청소년성보호법의 위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판결요지] 첫째, 위헌결정의 효력은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이 사건에 도 미친다. 둘째,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 중 위 위헌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위헌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원심은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평석요지] 대상판결에 비추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 피고인이 증거 부동의 하는 경우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아동·청소년 피해자 등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화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4. 평석 (1) 반대신문권의 보장 자기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증인에 대하여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한 실질적 진정성립의 증명,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보장’ 및 특신상태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더구나 원진술자의 진술조서가 아니라 이를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실질적 진정성립용(동법 제312조 제4항) 및 기억환기용(동법 제318조의2 제2항)으로만 사용 가능할 뿐,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대법원 2014. 7. 10. 2012도5041 판결), 탄핵증거로도 그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과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은 원진술자(피해자)의 진술이 아니라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한 진정성립 인정을 허용함으로써 원진술자(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자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었는바, 이는 성폭력 피해자가 증언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대한 중대한 예외가 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2013. 12. 26. 선고 2011헌바108 결정에서 같은 법률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으나, 위 위헌결정에서는 견해를 변경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것이다. (2) 비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장래효와 부분적 소급효 이 부분 법률조항은 실체적인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아니라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절차법적인 법률조항으로 비형벌조항에 해당한다. 이 경우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 즉,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이 아니라, 장래효를 규정한 제2항(‘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이 적용된다. 그러나 비형벌조항의 경우에도 규범통제의 본질과 실효성에 비추어 부분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즉, 위헌법률심판은 구체적 규범통제제도인데, 이는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구체적 사건에서 위헌법률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를 구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위헌제청을 통해 위헌결정의 계기를 부여한 법원의 당해사건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동일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법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이유는 법원의 위헌제청 시기나 헌법재판소의 병합결정 등은 모두 우연한 사정인데, 만일 제청 또는 제청신청 여부만으로 동종 사건을 차별 취급한다면, 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즉,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동종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 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사건’에도 미친다"(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두11016 판결 등). 이 사건은 병행사건에 해당하므로, 위 위헌결정의 효력이 이 사건에도 미친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3) 위헌결정의 객관적 효력범위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는 결정주문에 표시된 법률조항에 한정된다(한정설). 다른 법률에 있는 동일한 내용의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의 확장(헌법 제45조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아직 위헌결정이 없는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는 여전히 유효한 법률에 속한다. 그러나 그 규정이 이미 위헌선언이 있는 성폭법 제30조와 동일한 내용인 이상 마찬가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합헌적 재판을 위해서는, 아직 위헌결정이 없다는 이유로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를 만연히 적용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부분 대상판결의 판단도 타당하다(위헌결정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과 동일한 내용의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을 적용한 사건에 대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11995 판결 참조). (4) 대안모색 대상판결에 비추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내용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 피고인이 증거부동의하는 경우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아동·청소년 피해자 등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화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재판 전 단계인 증거보전절차상 증인신문 등을 입법화한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2022. 4. 14. 입법예고), 영상증인신문 등 다양한 대안이 현재 모색되고 있다. 이주원 교수(고려대 로스쿨)
영상조사물
증거능력
성폭력처벌법제30조6항
이주원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8-08
민사일반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 -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1. 사실관계 A(당시 17세)는 2018년 8월 3일 망인과 성관계를 하던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망인의 나체 또는 속옷 입은 모습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A는 같은 달 19일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20일 새벽 1시 A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자신의 SNS에 게시하였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친구를 만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12시 25분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A는 망인에 대한 사진 촬영 및 협박 행위에 관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B는 A의 아버지로 A가 2세 때 A의 어머니 C와 협의이혼을 하였고,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C가 지정되었다. 망인의 부모와 여동생은 A의 협박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A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B와 C는 A의 부모로서 미성년자 A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A가 미성년자인 점,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는 없는 점, 망인이 다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불안장애 및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점 등을 참작 A의 책임을 60%로 제한). B와 C에 대하여는 부모(특히 C는 A와 같이 살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A가 의존하면서 C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었음)로서 평소 A가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그외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교육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의 사망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① C에 대하여는 A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점, A가 다른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점 등을 고려 책임을 40%로 제한, ② B에 대하여는 C와 같은 사정 외에도 B가 A와 함께 살지 않아 A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B의 책임을 10%로 제한). B는 C와 이혼하여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아 A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자의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가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되어 있지만(제913조) 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이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고(제837조),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자의 보호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제837조의2) 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어 피고 B는 친권자인 C와 함께 A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장을 배척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A, B, C)이 모두 항소하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망인의 손해액을 일부 줄여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상고심의 판단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B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 중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러한 부모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로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혼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제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비양육친은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비 분담 의무만으로 비양육친이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의 협의를 통하여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①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양육 환경, 비양육친의 양육에 대한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②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모로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비양육친의 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피고 B는 A의 아버지이지만 A가 어릴 때 C와 이혼한 이후로 A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4. 평석 민법 제755조 1항 본문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책임의 주체를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도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책임의 주체가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는 친권자(제913조 등)와 미성년후견인(제945조, 제946조, 제949조)이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의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민법은 단순히 부모로서 갖는 권리의무(성년후견개시청구권,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 혼인동의권, 미성년자 입양동의권, 친권자지정 청구권, 부양을 받을 권리와 부양의무, 상속권 등)와 친권자로서 갖는 권한(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동의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 책임, 보호 및 교양의 권리의무, 법률행위대리권, 미성년후견인 지정권)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인취소 또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되는 경우 등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혼 등으로 부모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 부모 사이에 친권자 변경에 관하여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심판 등 재판이 있어야 변경될 수 있는 점, 부모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부모가 사실상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친권자가 아닌 부모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권한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감독권한을 인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라도 예외적으로 감독의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한편, 종래 '친권'과는 별도로 '양육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현행 민법상 기본적으로 친권 외에 양육권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쓸 필요는 없다(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권한의 일부). 다만, 친권자가 부모 공동으로 지정되었지만 부모 일방이 미성년자를 직접 보호양육하는 등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이지만 조부모 등 제3자가 사실상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인데 부모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거나 재산관리권 등을 사퇴하여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고 그 미성년후견인이 제한되거나 사퇴한 권한과 함께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맡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육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양의무는 친권자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직계혈족)로서 지는 의무이고, 양육비청구권은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미성년자녀
감독의무
양육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07-11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 대법원 2017. 5. 16. 선고 2017므238 판결 -
출산경력의 불고지와 혼인 취소 사유
Ⅰ. 사실관계 피고는 베트남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으로, 만 13세 무렵 옆 마을 남성들에 의해 납치당한 다음 A에게 감금, 강간당하여 약탈혼에 이르렀고 아이를 출산하였다. A의 사망 후 A의 부모가 아이를 데려갔고, 피고는 고향을 떠나 아이와 연락 등 일체의 교류가 단절되었다. 피고는 20세 무렵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을 통하여 원고와 혼인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베트남 중개업자에게는 자신의 출산경력을 알렸으나 원고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혼인 후 피고는 원고의 계부로부터 수차례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하였고, 결국 집을 나와 고소하여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형사공판 과정에서 피고의 과거 출산경력이 드러나자, 원고는 피고에게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1심과 항소심법원은 피고의 출산경력은 원고의 혼인의사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고 원고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면서, 혼인 취소 청구 및 위자료 청구 일부를 인용하였다. 상고심법원은 불고지의 경우에는 고지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바, 아동 성폭력 범죄에 의하여 출산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다면, 그 출산경력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여 그 불고지를 혼인 취소 원인이 되는 위법한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그러나 환송 후 원심판결은 증거조사를 통하여 새롭게 인정된 사실을 토대로, 피고가 성폭력으로 인해 바로 임신한 것이 아니라 그 후 혼인 생활을 하다가 임신·출산하였는바, 이러한 출산경력이 피고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통상 상대방의 출산경력은 혼인에 의한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라는 등의 이유로, 다시 원고의 취소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는 재상고하였으나 재상고심 판결은 이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원고의 혼인취소청구 인용에 따라 피고는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른 결혼이민 자격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Ⅲ.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 사기로 인하여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장래를 향하여 혼인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법적 효과는 이혼과 같지만, 대상사건과 같이 혼인관계 파탄에 있어 일방의 취소 사유와 상대방의 이혼 사유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 취소 인정 여부에 따라 법 적용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혼인 취소의 제척기간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로서 총칙상 사기 취소와는 달리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기간 제한이 없다. 혼인 기간이 오래되었더라도 사기를 안 지 3개월 내에 취소를 청구하면, 실제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더라도 상대방의 과거 기망을 이유로 혼인관계를 해소시키고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고, 이혼사유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자신의 위자료 지급 의무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이에 혼인 취소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혼인의 성립을 희망한 나머지 사실을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약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려면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어야 하고 직업, 수입 등을 허위로 이야기하였더라도 다소 과장에 불과하다면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서울가정법원 2004. 1. 16. 선고 2002드단69092 판결 등).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었는지 여부는 개별적 사안마다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나, 기망 내용이 혼인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어서 당사자들의 혼인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당면의 혼인생활의 유지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는지, 해당 사항이 과거의 지나간 일에 불과한지 아니면 현재 또는 장래에 영향을 주는 사항인지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Ⅳ. 출산경력의 고지 의무 피고는 자신의 출산경력에 관하여 원고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부작위를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고지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위 상고심판결은 고지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항이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가려 사회 통념상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 그 불고지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아동기 성폭력 범죄 피해로 인해 출산에 이르렀으나 그 후 자녀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향후 양육이나 교류의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이를 불고지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기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피기망자의 의사결정의 자유 뿐만 아니라 기망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아동성폭력 피해자에게 그 범죄의 경험은 단순한 정신적 고통을 넘어선 공포이자 내밀한 영역의 수치스러움이 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도 고지의무를 인정한다면 그 여성은 범죄의 피해자일 뿐인데도 혼인하고자 할 때 혼인이 무산되고 자신의 비밀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을 각오하고 사전에 자신의 출산경력을 상대방에게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것이 싫다면 평생 혼인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범죄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성이나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상고심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출산경력을 불고지한 경우라면 어떠한가? 기존 판례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은데, 혼인 취소를 인정한 판결도 있고, 아닌 판결도 있다. 그런데 인정한 판결의 경우 불고지자가 법률혼을 하여 자녀를 두었던 경우로서 출산 경력뿐만 아니라 혼인 경력에 관해서도 불고지한 사안이었고(서울가정법원 2006. 8. 31. 선고 2005드합2103 판결 등), 이와 달리 법률혼 없이 자녀 2명을 출산한 경력을 불고지한 경우 혼인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배우자의 과거의 이성 관계나 학력, 경제적 사정 등에 관하여 혼인 전에 속이거나 묵비하였다는 이유로 손쉽게 혼인의 취소사유로 인정한다면 가정평화와 친족상조의 미풍양속을 유지 향상하기 위한 가사관계법의 기초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근거였다(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 2008. 8. 22. 선고 2007드단30719 판결). 검토컨대 양육책임 등을 제외하고 오로지 '과거에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지'만을 문제 삼는 출산경력에 관한 묵비 또는 기망은 위와 같은 '혼인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중대한 기망이 되지 않아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통상적으로 출산경력이 혼인 의사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는 하나 이는 결국 가부장적 관습 하에서 과거 출산 경험을 가진 여성에 대한 윤리적 평가절하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관념을 법이 정당한 것으로 승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출산경력을 불고지함으로 인해 당면에 있어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혼인질서에 합치되는 혼인생활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혼인 후 사정 변경으로 예기치 않게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갈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면 그 혼인은 이혼으로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Ⅴ. 판결에 대한 검토 위와 같이 상고심법원이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지만, 이를 환송받은 원심법원은 부족의 관습 및 피고 부모의 동의에 따라 혼인생활을 하다가 임신·출산한 이상 그러한 출산경위가 알려진다고 하여 피고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다시 원고의 혼인 취소 청구와 위자료 청구 일부를 인용하였다.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풍습일지라도 어쨌든 피고가 속하였던 소수민족 사회의 풍습에 의하여 혼인하여 생활한 이상 이를 '범죄에 의한 피해'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피고는 재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재상고를 기각하여 혼인 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미성년의 여성이 당한 범죄 피해의 의미를 부당하게 축소하거나 왜곡한 것이다. 미성년자 납치 및 강간의 불법적인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처벌하지 않는, 약탈혼 풍습이 있는 소수민족 출신이었다고 하여, 그 범죄 피해자에게 범죄가 가지는 가벌성이나 피해의 의미를 제3자인 법원이 함부로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그러한 출신이라고 하여 야만적인 범죄행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범죄 피해자로서 느끼는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이 적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 피고의 부모는 딸이 순결을 잃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결혼에 동의하였지만 이를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고 본인의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재상고심 판결은 환송 후 원심법원이 파기 환송 전 원심법원과 같은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유조차 설시하지 않고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확정시켰다.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김유진 변호사 (서울보증보험)
출산경력
혼인취소
기망
김유진 변호사 (서울보증보험)
2021-09-16
형사일반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14. 1. 28. 병합심리결정과 함께 위 사건들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으며, 제1심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근거하여 피고인에게 2014. 5. 9.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자신에게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하였음을 이유로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2014. 10. 15.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항소권을 회복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 한편 피고인은 별건의 사기, 횡령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2015. 4. 8. 위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기존 증거조사의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진행된 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판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인정되는바, 원심으로서는 위 사건들에 대해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항소심에서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고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적법절차원칙은 실체진실주의와 함께 형사소송법 전반에 있어서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원칙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적법절차원칙을 헌법상 일반원칙으로 규명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제1항 이외에도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통해 형사피고인과 피의자의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적법절차원칙을 표명하고 있는 여러 헌법적 가치들 중 모든 국민이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증거자료가 법관의 앞에서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재판, 즉 피고인이 공판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하여 구술변론에 의해 답변과 반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송달하여 공소사실을 알려주고 공판기일을 통지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수적(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공소장이 송달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되어 확정된 1심판결과 병합되어 항소심에서 심리, 판결된 항소심 판결을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헌법상 권리인 피고인의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 한다.)에서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취지를 뒷받침 하는 판결이며, 최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 불출석으로 진행, 확정된 경우에도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를 유추 적용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 (2) 소송 경제적 측면과 관련하여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제27조 제3항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규정하고 있다.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피하고, 같은 절차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심리를 하는 재판부 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차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규정 역시 이러한 소송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파기환송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소송 경제 도모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병합하여 징역 2년의 단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고 따라서 위 사건에 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다음 그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사건에 관한 원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의 심급 이익과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의의가 있으나, 기존 원심에서 행해진 증거조사의 결과를 모두 무효화시키고 새로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한 뒤 기존의 증거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하는 것이 심리결과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익한 절차의 반복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더욱이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지 못하였고 그 결과 재판에 불출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대법원 및 파기된 원심 판결들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있지 않은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결론에 더더욱 이러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출석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7조의 재심규정을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 방점을 두어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실체진실발견 및 이를 뒷받침 하는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같은 결론을 가져오는 무익한 절차를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체발견과 적법절차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두 가지 커다란 축이 서로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공시송달
소송촉진특례법
재심
2016-02-23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로앰)
성폭력범의 치료감호처분과 화학적 거세
1. 사건의 개요 및 원심 판단 피고인은 1992. 6.경 12세의 여아를 강간하고 상해를 가하여 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2003. 4.경부터 2003. 8.경까지 4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11세의 여아 3명, 12세의 여아 1명, 18세의 여자 청소년 1명을 상대로 반복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 치상)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4. 5.경 판결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형 집행 중으로 2013. 11.경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는데, 2003. 7.경 14세 여자 어린이를 넥타이로 양손을 묶고 강간한 사실, 2003. 9.경 11세 여자 어린이를 비슷한 수법으로 강간한 사실이 뒤늦게 증명되어 검찰은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강간 등)으로 기소하면서 전자발찌 부착명령, 치료감호, 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였다. 이에 1심, 2심 법원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2심은 징역 5년으로 감형)하면서 동시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치료감호처분과 함께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을 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은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는 점, 치료감호는 법에 따른 수용기간을 한도로 피치료감호자가 치유되어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없을 때 종료되는 것이 원칙인 점,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된 경우에는 치료감호의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이 집행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피청구자에게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고 피청구자의 동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치료감호와 함께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심으로서는 치료감호의 요건으로서의 재범의 위험성과는 별도로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에 신중하게 치료명령청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치료명령 판결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치료명령부분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성충동 약물치료 및 논란 가. 성충동 약물치료제도 성충동 약물치료는 재범위험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를 말하는데, 검사가 공소제기시 또는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하여[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함) 제4조] 법원이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한다(제8조). 치료명령의 집행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이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치료명령을 집행한다(제14조 제3항). 나. 성충동 억제 약물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성호르몬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로서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Medroxyprogesterone acetate),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 고세렐린 아세테이트(Goserelin acetate), 트립토렐린 아세테이트(Triptorelin acetate), '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로서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 acetate)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법무부고시 제2014-393호). 이러한 약물들은 피치료자의 성충동이나 성기능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투여 받는 기간 동안 성적 욕구 내지 성충동을 약화 또는 정상화 시키는 작용을 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약물투여 전 상태로 회복되므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보다는 '성충동 억제약물 투여'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다. 위 약물 중에 실제로 사용된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 고세렐린 아세테이트 두 가지 약물은 현재 전립선암, 유방암 등에 호르몬요법 치료제로 현재 병원에서도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지각착오, 척수압박, 심부전, 혈압변동, 다한증, 발진, 여성형유방,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 찬반 논란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성충동 약물치료를 도입할 초반에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에 따른 오해 내지 거부감으로 제도의 정확한 취지가 왜곡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한 찬반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바,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의 재발을 방지하여 성폭력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고, 실제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전립선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며 영구적인 성기능 장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중단하면 성기능이 회복되고 성충동 약물치료가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통계결과가 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2013. 2.경, 피고인이 5세, 6세 여아를 강제추행 한 범죄사실로 기소되면서 치료감호,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사건에서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는데,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하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에서의 통계를 판결에 의해 약물치료가 강제되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고 강제 약물치료로 피치료자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성충동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피치료자의 성기능이 회복되므로 재범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증명이 없는 점, 사용되는 약물도 전립선암 치료제로 임상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져 있는 점, 약물치료명령의 선고와 실제 집행에는 시차 간극이 크므로 장기간의 수형, 치료감호 후 약물치료 집행시에도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불필요한 약물치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위헌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성충동 약물치료의 실효성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 속에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약물치료명령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성폭력범죄를 반복적으로 범하고 재범위험성이 있다면 비교적 장기간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고 치료감호,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되면 그 선고시기와 약물치료명령의 집행시기와는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고 현재 검찰은 치료감호와 약물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는 경우에는 변론종결당시를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재범가능성, 치료감호로 예상되는 효과 등 여러 평가자료를 제출하여 판결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검사의 약물치료명령 청구는 공소제기 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만 가능하므로 이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미래의 약물치료명령 집행시기에 있어서까지 재범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는지, 치료감호를 통해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기간이 얼마나 감소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변론종결 이전에 미리 예측하여 평가함에는 오류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이 세상 어떤 약물도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단 하나도 없으므로 성충동 약물치료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 부분에 대해 지나친 우려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나(성충동약물치료법 시행령 제11조에 일정한 약물부작용 발생시 치료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치료자의 기본권침해를 줄이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본인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5-02-16
박원경 변호사(L&K 법률사무소)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2015-01-15
김방호 군법무관(국방부 법무담당관실)
강간죄 객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
Ⅰ. 들어가며 2000년 동성애자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Coming out), 2001년 트랜스젠더(transgender)인 하리수씨의 등장으로 우리사회는, 성전환 현상이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생물학적 현상보다는 사회적으로 학습되어진 결과로서 나타나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하였다. 나아가 종교적이고 법률적 차원의 성 담론을 극복하고 정신장애와 결부된 의료적 처치를 요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성전환수술은 성정체성장애라는 질병의 치유 수단이라는 점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사법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된 자를 간음한 경우 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는지가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논의되어 오고 있었고 대법원은 민(가)사법적 영역의 성전환자에 대한 개명 및 호적정정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를 인정한 바 있고, 나아가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법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강간죄의 객체를 인정함으로써 성전환자에 대한 민·형사법적 지위를 분명하게 자리매김해 줌으로써 법·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늘지게 살아 왔던 성적 소수자인 성전환자에 대하여 법·제도적 보호망 안에 들어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기화로 형법 개정안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바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본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개요 비록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전환증을 앓고 정신적, 호르몬 치료를 거쳐 결국 성전환수술을 하고 30여년 가까이 여성 무용수로서 사회생활을 해 오고 있었지만 공부상 ‘2’가 아닌 ‘1’로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지 아니한 여성(성전환자)의 집에 들어가 강제로 그를 간음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은 처음 이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정한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기소하였으나 부산지방법원은 이를 주거침입강간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고 이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인 주거침입강간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고 결국 항소심을 거쳐 검사가 상고하게 된 사안이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로서 여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법률상 여자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 성기 등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 귀속감 및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 6.22. 2004스42전원합의체 판결, 1996. 6.11. 선고 96도79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피해자는 성전환증을 확진 받고 호르몬 요법 등의 치료과정을 거쳐 성전환수술을 시행한 점, 과거 10여 년간 피해자의 사정을 아는 남성과 동거하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영위함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성적 만족도 또한 이상이 없었던 사실, 여성 무용수로서 30년간 국내외적 활동을 해 온 사실, 현재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남성으로 재전환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개인 및 사회생활에서 여성으로 인식되어 결국 사회통념상 여성으로 평가되는 성전환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Ⅲ. 성전환자에 대한 법적 지위 1.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정정된 경우 우리 사회에 성전환이 성적 특이 기호 내지 성향이라는 인식을 넘어 성귀속에 관한 성정체성장애라는 질병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최근의 움직임이었고 이 과정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개명 및 호적정정허가에 관한 상반된 하급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사람의 성은 결정함에 있어 생물학적 성(sex)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성(gender)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허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대법원 2006. 6.22. 2004스42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에 따라 호적정정이 이루어진 성전환자는 강간죄의 객체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2. 공부상 정정이 되지 않은 경우 문제는 성정체성장애자가 일정한 요건을 거쳐 성전환수술을 하고 사회적으로 전환된 성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공부상의 정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를 형법상 부녀인 ‘여자’로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법률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라는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긴장관계에 있었고 성전환자를 법률상 여자인 부녀로 포섭할 수 없다는 입장과 법학은 단순한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법학에서 성은 단순히 염색체 구성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되어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규범적 평가에 따라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경우도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포섭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성전환자를 강간죄의 객체로 포섭하지 않게 되면 결국 강제추행죄로 의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를 간음한 것을 강제로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것으로 평가하여 형벌권을 발동한다는 것은 우리의 법감정과 부합하지 않고 나아가 형법은 규범학으로 남녀 성을 판단함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볼 때, 비록 공부상 정정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넉넉히 성전환자를 형법상 부녀로 포섭할 수 있다고 본다. 공부상 성별을 정정하는 것은 남녀 양성체로 편성된 사회에서 하나의 확정된 성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조치에 불과할 뿐 공부상 정정됨으로써 비로소 여성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형법의 개정 1. 국가공권력인 형벌권이 보호해야 하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은 성 편향적 태도로 그 객체를 ‘부녀’로 명문화하였다. 법원도 사법권을 행사함에 있어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따라 소극적인 입장일 수 밖에 없었다. 2. 그러나 미국의 경우 주형법에서 강간죄의 객체를 ‘중성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영국의 경우 1976년 개정 성범죄법을 거쳐 1994년 형사 정의 및 공공질서법으로 대체하였고 프랑스는 1980년 형법 제222-22조 개정으로 ‘남성’을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시켰다. 독일은 1997년 제33차 형법 개정으로 형법 제177조 제3항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Faru)에서 ‘타인(eine andere Person)’으로 변경하였다. 3. 우리 개정 형법안의 움직임 형법 개정안은 강간죄의 범죄구성요건에서 ‘부녀’를 삭제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강간이 남성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여성에 의한 강간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양성자 또는 동성간의 강간,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경우 침해된 남성, 양성자 또는 성전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보호정도와 보호영역을 달리해야 할 본질적이고 중대한 정당한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지극히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라고 본다. Ⅴ. 결어 1. 사회규범은 사회현실과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 사회규범은 대중이 보편타당한 정의 관념이라는 궤도를 벗어나는 경우 이를 정상적인 궤도로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수행하지만 반대로 변화된 사회현실 대중의 관념을 무시하는 사회규범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고 존재의의를 잃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전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전환자의 영역에 있어 법·제도적으로 정상적인 규범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사회적 괴리현상에 대하여 정상적인 사회적·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성적 소수자를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함으로써 한층 더 인권의 사각지대를 축소하였으며 나아가 법·제도적 정비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2. 성전환자 역시 헌법상 기본권 향유주체로서 권리의무의 귀속주체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성의 이분법적 사고에 입각하여 법·제도권 밖이라는 이유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아니한채 비정상인으로 취급하여 왔다. 나아가 성전환증 내지 성정체성장애는 특이한 ‘성적 지향’이 아닌 엄연한 성전환증이라는 ‘병리현상’으로 성전환수술은 치료행위이자 성별질서의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사회·국가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 이번 성전환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형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성전환에 대하여 좀 더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를 토대로 성전환자의 성 변경 및 개명, 그리고 치료과정에서의 국가적 개입, 의료 복지, 가족의 정신·심리 상담지원 등에 관한 법·제도적 정비를 통한 사회적 성숙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2009-09-24
심희기 연세대 법대교수
법조경합과 실질적 불이익설
Ⅰ. 사안 군인인 D에게 “소속 군부대 내에서 현금을 19회 절취하고 야간에 취사병 생활관에 침입하여 현금을 2회 절취한 혐의”의 조사가 진행되었다. 군검찰관은 D를 형법상의 상습절도죄위반(형법 제332조, 제329조, 제330조, 법정형 15년 이하의 징역) 혐의로 기소(항소심에 이르러 공소장변경이 허가된 결과이고 법정형은 ‘징역 15년 이하’)되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으로 약칭함) 제5조의4 제1항은 형법상의 상습절도와 구성요건이 동일하고 법정형만이 가중(법정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되어 있다. 항소심은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은 형법상의 상습절도와 구성요건이 동일하고 법정형만이 가중되어 있어서 피고인 D의 방어권 행사에 아무런 불이익을 초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경유하지 아니하고 D에게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 형법 제329조, 제330조를 적용하여 형을 선고하였다. D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검사가 형이 가벼운 일반법의 법조를 적용하여 그 죄명으로 기소하였는데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의 경유없이 형이 무거운 특별법의 법조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할 수 있는가? Ⅲ. 재판요지(파기환송)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일부 다른 사실을 인정하거나 적용법조를 달리한다고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지만, 방어권행사에 있어서 실질적인 불이익 여부는 그 공소사실의 기본적 동일성이라는 요소 외에도 법정형의 경중 및 그러한 경중의 차이에 따라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에 들일 노력겱챨즯비용에 관한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이 뚜렷한지 여부 등의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일반법과 특별법이 동일한 구성요건을 가지고 있고 어느 범죄사실이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데 검사가 그 중 형이 보다 가벼운 일반법의 법조를 적용하여 그 죄명으로 기소하였으며, 그 일반법을 적용한 때의 형의 범위가 ‘징역 15년 이하’이고, 특별법을 적용한 때의 형의 범위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서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비록 그 공소사실에 변경이 없고 또한 그 적용법조의 구성요건이 완전히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적용법조의 변경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법원은 공소장변경 없이는 형이 더 무거운 특별법의 법조를 적용하여 특별법 위반의 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Ⅳ. 평석 1. 공소장변경 요부의 판단기준 공소장변경요부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종래 공소사실의 사실적 측면을 중시하는 입장(사실기재설)과 법률적 측면을 중시하는 입장(동일벌조설·법률구성설)이 경쟁하고 있었다. 사실기재설은 법률적 구성에 차이가 없더라도 법원이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하려면 공소장변경을 요하지만 모든 미세한 사실의 변경에도 공소장변경을 요구함은 번잡하고 무의미하므로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염려가 없는 때에는 공소장변경 없이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종래의 통설·판례)로서 공소사실의 사실적 측면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에 반하여 동일벌조설·법률구성설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르더라도 구성요건 혹은 법률구성(작위범인가 부작위범인가 등)에 영향이 없는 한 공소장변경 없이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대로 구체적 사실관계에 변함이 없다 하더라도 적용법조가 달라지면 공소장변경이 필요하다”는 견해로서 공소사실의 법률적 측면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체로 1990년 이후의 문제상황은 사실기재설(실질적 불이익설) 내부에서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염려’를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하는 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2. 방어권행사의 실질적 불이익 여부의 판단기준 이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소송의 경과를 고려하지 않고 공소사실과 인정사실(판명사실)을 일반·추상적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방어상의 불이익을 줄 것인가 여부를 판정하려는 추상적 방어설과 특정사건의 구체적인 공판심리과정, 피고인의 범행과 관련한 주장 등을 종합하여 공소장변경절차의 생략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을 줄 것인지 여부를 가려서 판단하려는 구체적 방어설이 있다. 본 사안에서 기소된 D에 대한 공소사실과 항소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사실의 차원에서는 전혀 동일하다. 검사가 공소장에서 특정한 공소사실과 항소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실체법상의 법조경합관계에 있고 양자(공소사실과 범죄사실)는 법조경합 중에서도 일반특별관계에 해당한다. 양자의 관계가 이런 관계라면 공소사실의 사실적 측면을 중시하는 입장(사실기재설)에서는 본 사안이 사실관계에는 변동이 없고 법원이 법률적용만 달리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 경유없이 특가법을 적용하여도 문제될 일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본 사안의 항소심은 이런 견지에서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절차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특가법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그 공소사실에 변경이 없고 또한 그 적용법조의 구성요건이 완전히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적용법조의 변경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법원은 “공소장변경 없이는 형이 더 무거운 특별법의 법조를 적용하여 특별법 위반의 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안의 항소심과 대법원은 모두 사실기재설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결론을 도출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이처럼 본 판례는 공소장변경요부의 판단기준이 이동된 사정을 보여주고 있고 그 중에서도 추상적 방어설의 견지가 응용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3. 검사의 기소재량의 긍정 본 판례는 소폭이나마 검사의 기소재량을 긍정하려는 사고를 전제하지 아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실체법의 ‘일반특별관계의 법조경합’ 이론은 법정형이 무거운 법조를 법정형이 가벼운 법조에 우선하여 적용할 것을 요구하지만([대법원 2004. 1.15. 선고 2001도1429 판결공(2004, 368)] 참조), 대법원은 “검사가 모종의 합리적인 이유로 법정형이 가벼운 법조를 적시하여 기소한 경우에 법원은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경유하지 아니하고 법정형이 무거운 다른 법조를 적용하여 피고인을 처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검사의 기소재량을 긍정하고 있다. 이 점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판례는 [대법원 2008.7.10. 선고 2008도3747 판결(공2008하, 1217)]이다. 이 판결의 사안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15세)를 약취한 다음, 피해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그의 모친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하고자 그 모친에게 3억원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탈출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검사는 피고인들을 ‘미성년자 약취 후 재물취득 미수’ 혐의(가벼운 처단형)로 기소하였는데 항소심은 공소장변경 없이 ‘미성년자 약취 후 재물요구 기수’에 의한 특가법 위반사실(무거운 처단형)을 인정하여 처단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자 대법원은 “‘미성년자 약취 후 재물취득 미수’에 의한 특가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25조 제2항을 적용하여 감경을 할 수 있으므로 법원의 감경 여부에 따라 처단형의 하한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미수감경 및 작량감경에 의하여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검사도 피고인3에 대하여는 미수감경과 작량감경을 한 형기범위 내에서 징역 3년을 구형하였다)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피해자측과의 합의를 위해 노력한 결과 제1심판결 선고 이후 피해자측과 합의까지 한 사실을 엿볼 수 있으므로, ‘미성년자 약취 후 재물취득 미수’에 의한 특가법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미성년자 약취 후 재물요구 기수’에 의한 특가법 위반죄로 인정하여 미수감경을 배제하는 것은 피고인들에게 예상외의 불이익을 입게 하는 것으로서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법조경합’이라는 실체법이론은 특정한 법조가 다른 법조에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하는 논리적 관계를 긍정하는 이론이지만 소송상으로는 그런 이론의 기계적 적용을 유보하고 검사의 합리적 기소재량(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면 법정형이 가벼운 법조를 적용하여 기소하는 행위등)을 긍정하여야 할 경우가 있다. 상상적 경합의 경우에도 검사의 합리적 기소재량을 존중하여야 할 때가 있다. 4. 추상적 방어설의 원칙과 구체적 방어설의 예외 그러나 대법원이 방어권행사의 실질적 불이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구체적 방어설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강간치상사실로 기소되었지만 판명사실이 준강제추행사실인 경우에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준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이 허용될 것인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범행 자체를 부인하여 왔고, 가사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내용의 실행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정도의 행위만으로는 강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변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준강제추행죄는 강간치상죄의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고,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되어 있어 원심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심리되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 하에서라면 피고인을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8.5. 29. 선고 2007도7260 판결(공2008하, 954)]고 판시하여 구체적 방어설의 견지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또 공소사실의 축소인정인 경우와 죄수판단만을 다르게 인정할 경우 등에는 굳이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절차의 경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례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본 판결 이전에는 구체적 방어설의 견지에 선 판결이 주류를 형성하였으나 본 판결을 계기로 추상적 방어설의 입지가 조금씩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소장변경요부의 문제를 오로지 ‘실질적 불이익’이라는 ‘포착하기 어려운 구체적 개념’을 판단기준으로 삼아 처리하는 것은 당사자, 특히 피고인의 예측가능성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구체적 방어설의 견지에 추상적 방어설의 견지를 첨가·강화시키는 것은 당사자주의적 소송운영 방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본 판결의 결론은 이미 1962년에 제시[대법원 1962. 6.28. 62도66(국가보안법위반 집10(3)형,007]된 바 있지만 본 판결은 그 이유를 상세히 명시한 점에서 새롭게 주목할 가치가 있다.
2008-11-20
심희기 연세대법대 교수
성폭행피해아동의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
Ⅰ. 사안 D는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치상[‘V1(만 4년 6개월 남짓 된 여아), V2(만 3년 7개월 남짓 된 여아)의 팬티를 내리고 손으로 음부를 만져 V1에게는 처녀막열상흔의 상해를, V2에게는 소아외음부염의 상해를 각 입혔다]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D의 유죄 증거로 ‘아동전문 인터뷰어’(child interviewer, 이하 ‘CI’로 약칭함)가 V1, V2를 인터뷰한 비디오테이프(CI의 질문과 V1, V2의 답변내용이 수록되어 있다)의 사본을 제1심법원에 제출하였다. 제1심법원은 ‘검증을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여 그 기일에 이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검증하였다.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P(비디오테이프의 작성자)는 “피해자 한 사람당 1시간 정도씩 촬영한 분량 중 출연자들(CI, V1, V2)이 상담하는 놀이방을 드나드는 과정과 그 사이 일부를 편집한 것일 뿐 V1, V2와 CI 사이의 대화내용에는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V1, V2와 상담한 CI는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내용이 V1, V2와 상담한 내용과 동일하고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V1, V2도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시청한 뒤 제1심 재판장으로부터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가 맞느냐”, “그 곳에서 ‘상담 선생님’(CI)과 이야기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각자 “예”라고 답하였다. V1은 상담자인 CI가 “할아버지(V1, V2는 D를 ‘할아버지’로 부른다)가 서서 했어, 앉아서 했어?”라는 유도성 질문을 하였음에도 스스로 “누워서요”라고 하거나 ‘바닥에’라고 하는 등 질문에서 주어지지 않은 제3의 답변을 자발적으로 끄집어내고 있었으며, V2는 반복하여 “원장 할아버지가 (성기 부분을) 때렸다”고 진술하였다. D의 변호인도 제1, 2심의 공판정에서 비디오테이프의 제작과정에 대하여 “이의 없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D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D가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재판요지(상고기각) 1.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 P)이 ‘D(피고인) 아닌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는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D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 바 없으므로, D가 그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진술 부분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① 첫째 비디오테이프가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 ② 둘째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9. 3. 9. 선고 98도3169 판결 참조), ③ 비디오테이프는 촬영대상의 상황과 피촬영자의 동태 및 대화가 녹화된 것으로서, 녹음테이프와는 달리 피촬영자의 동태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것이 전제된다면, ‘비디오테이프에 촬영, 녹음된 내용을 재생기에 의해 시청을 마친 원진술자가 비디오테이프의 피촬영자의 모습과 음성을 확인하고 자신과 동일인이라고 진술한 것은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략)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인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이라는 점은 인정된다. (중략) 공판준비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들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었으므로 비디오테이프는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Ⅲ. 평석 본 사안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아동성폭행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아동전문 인터뷰어와 성추행피해아동의 인터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이하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로 약칭함)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요건이 정면으로 문제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사안의 성질상 복수의 요건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하에서 그 요건들을 차례로 분석하여 보자. 1. 적용법조 2004년 9월에 선고된 본 판례는 본 사안에서 ‘아동전문 인터뷰어(CI)와 성추행 피해아동(V1, V2)의 인터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 P)’이 ‘D(피고인) 아닌 사람(CI, V1, V2)’의 대화 내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로 자리매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을 적용하고 있다. 2. 사본일 경우의 파운데이션의 입증 본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비디오테이프는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었다. 검찰 측은 원본을 보관하고 있어야 하므로 향후에도 원본 보다는 사본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제출된 것이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이하 ‘파운데이션, authenticity=foundation’으로 약칭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하여 이론은 있을 수 없다.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P(비디오테이프의 작성자)가 검증기일에 출석하여 ‘피해자 한 사람당 1시간 정도씩 촬영한 분량 중 출연자들(CI, V1, V2)이 상담하는 놀이방을 드나드는 과정과 그 사이 일부를 편집한 것일 뿐 V1, V2와 CI 사이의 대화내용에는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D의 변호인도 제1, 2심의 공판정에서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제작과정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고 진술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삼아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파운데이션(authenticity, foundation)’을 인정하였다. 3. 성립의 진정을 입증하는 방법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는 검사의 의도는 비디오테이프에 담겨있는 ‘진술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여 달라는 취지이므로 ‘진술 내용의 취급’이 궁극적인 관심사이다. 본 판례는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디오테이프를 통상의 ‘참고인진술서’의 일종으로 파악하였음을 보여준다. 비디오테이프를 ‘참고인진술서’의 일종으로 파악하면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디오테이프의 성립의 진정은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된다. V1, V2와 상담한 CI는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내용이 V1, V2와 상담한 내용과 동일하고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고, V1, V2도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시청한 뒤 제1심 재판장으로부터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가 맞느냐”, “그 곳에서 상담 선생님(CI)과 이야기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각자 “예”라고 답하였다. 대법원은 원진술자인 CI, V1, V2의 위와 같은 발언을 토대로 삼아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전문서류의 ‘성립의 진정’을 공판정에서 원진술자가 ‘형식적 성립의 진정(간인과 서명날인)’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진술내용과 기재내용의 일치)’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는데 제출된 증거가 전문서류가 아니라 녹음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된다. 본 판례에서는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거론되지 않고 ‘원진술자들(CI, V1, V2)의일치진술’만으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었다. 녹음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될 때는 굳이 형식적 성립의 진정(간인과 서명날인)을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이 점에 대하여도 이의는 없다. 4.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인정할 것인가? 본 사안에서 피고인 D는 제1심과 항소심이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본 판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피고인이 상고로 주장하여 볼 만한 항변은 ‘피고인의 V1, V2에 대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하였다’는 항변일 것이다. ‘아동전문 인터뷰어와 성추행피해아동의 인터뷰 녹화’시에는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이 입회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제1심의 검증기일에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은 입회할 수는 있었겠지만 반대신문의 기회는 부여되지 아니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문제가 가장 해결이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아동보호론자들은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부여하면 피해아동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미치므로 반대신문권 보장을 극력 반대하고 있지만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의 보장’을 논거로 반대신문권 보장을 주장할 것이다. 5. 결어 본 판례는 충돌하는 두 가지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아동보호론자들의 염려를 수용하여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을 불허하는 대신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아동과 CI를 검증기일에 출석시켜 사실인정자(수소법원) 앞에서 직접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아동보호론자들은 본 판례에 대하여 진술녹화 할 때 아동에게 진술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구태여 아동으로 하여금 법정에 한 번 더 출석하게 하여 2차피해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가할 것이다. 다른 한편 피고인들은 본 판례가 자신들의 반대신문권을 무시하여 적법절차를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가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행’ 현상이 심각한데도 한국사회는 아직 적절한 처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사람’에 대하여 신상공개, 전자팔찌 채우기, 거세, 등록과 고지, 민사구금, 치료감호 등 가혹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에 있다. 형사사법제도를 정비하여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유죄선고율을 높이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과제이다. 아동성폭행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피의자·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영역이다. 본 판례는 실로 ‘절묘한 절충’을 시도한 판결이다.
2006-04-03
양창수 (서울대 법대교수)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와 담보책임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는 A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는데, 그 회사에 대한 채권자의 신청으로 이들에 대하여 강제경매가 실시되었다. 원고는 거기서 이들을 경락받아 경락대금을 완납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피고는 이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로서 9억원을 배당받을 것이었지만, 그에 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그 금액은 공탁되었다. 그런데 그 후 제3자 甲이 이 사건 건물은 애초 A 회사가 아니라 甲의 소유로서 A 회사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물론 원고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甲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공탁된 배당금에 대한 피고의 출급청구권은 피고가 원인 없이 이득한 것이라고 하여 그 양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그 후 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양도하였다. 原審(大邱高判 2003.9.25, 2002나9203)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절차는 그 개시 당시부터 채무자 소유가 아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강제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탁된 배당금 중 이 사건 건물에 관한 8억9천여만원의 청구권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判決趣旨]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1993. 5. 25. 선고 92다15574 판결 등 참조).” [評釋] 對象判決은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명문에 반하고, 또한 종전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여겨지므로, 찬성할 수 없다. 1. 이 사건은 채무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행하여져서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납부하고 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으나 원래 그 경매목적물이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소유이어서 경락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事案에 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원심판결이 정면에서 설시하는 대로 경매의 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한 경우로서 채무자가 이를 취득하여 경락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우선 위의 사실관계가 경매의 목적물이 애초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하는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大判 76.4.27, 75다2322(要集 민 I-2, 940); 大判 82.12.28, 80다2750(集 30-4, 171) 등 판례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된 경우에 진정한 소유자가 매수인 또는 매도인을 상대로 그 명의의 소유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서 정하는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우선 民法注解[IX], 28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다른 한편 민법 제578조 제1항은 “競賣와 賣渡人의 擔保責任”이라는 표제 아래 “競賣의 境遇에는 競落人은 前8條의 規定에 의하여 債務者에게 契約의 解除 또는 代金減額의 請求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거기서 정하는 ?전8조의 규정? 중에 제570조가 포함됨은 그야말로 계산상으로도 명백하다. 따라서 위의 사실관계에서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문제되어야 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대상판결이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고 설시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의 소유에 속한 경우와는 별개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 對象判決이 들고 있는 두 개의 참조판결은 대상판결과 사실관계를 달리하여서, 구속력 있는 선례가 될 수 없다. (1) 우선 大判 91.10.11, 91다21640(集 39-4, 27)은, 강제경매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그 절차에서의 경락인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경락인이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인데, 이러한 경우는 제578조 및 제570조 내지 제577조에서 정하고 있는 담보책임의 발생요건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원고를 위한 구제수단은 담보책임 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상판결과의 관련에서 의미 있는 것은, 그 판결이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서의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시하여서, 명확하게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 판시도 경매의 무효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역시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여 그 경우에는 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설시하는 것을 중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보면 이 판결에서 '경매절차 자체'의 무효를 운운하는 것은, 그 사실관계에서 문제된 대로 그 절차를 시동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채무명의가 무효인 경우와 같이 경매의 절차적 추행과 관련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된 것이고,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것과 같이 말하자면 경매에 '공신적 효과'가 없다는 그 실체적 효력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되지 못할 바 없다. (2) 또한 大判 93.5.25, 92다15574(공보 1386)은, 근저당권의 설정자가 목적물인 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이에 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고 있던 중 원래의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그에 기하여 新建物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목적물을 경락받고 경락대금을 납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의 근저당권은 동일성을 상실한 신건물에는 효력이 없고, 무효인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은 물론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도 민법의 규정 어디를 보아도 그로부터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정함을 찾을 수 없다. 한편 이 大判 93.5.25.도 앞의 (1)에서 인용한 大判 91.10.11.의 설시를 그대로 반복하여,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확인하고 있다. 3. 이와 같이 대상판결이 참조판결로 인용하는 종전의 재판례들은 오히려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경매목적물이 강제경매의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밝혔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이해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위와 같은 경우에 담보책임을 긍정한다고 보아야 할 재판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大判 88.4.12, 87다카2641(集 36-1, 153)이 중요하다. 이 판결은, 甲 소유의 부동산이 甲 앞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乙이 서류를 위조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이전하고 다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가 丙을 위하여 원고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임의경매에서 원고가 경락을 받은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결국 경매목적물을 취득하지 못한 원고는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계약해제에 따르는 원상회복으로서 경락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쟁점은 오히려, 피고와 같은 物上保證人이 민법 제578조 제1항에서 1차적으로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하여진 '채무자'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물상보증인이 동조상의 채무자에 해당함을 긍정하고, “경락인이 그에게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였으면 물상보증인은 경락인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이에 대한 찬성평석으로 梁彰洙, “他人 所有 物件의 競賣와 物上保證人의 擔保責任”, 판례월보 216호(1988.9), 38면 이하(同, 民法硏究, 제2권(1991), 231면 이하에 再錄) 참조).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언필칭 “경매가 무효”라고 하여서 경락인은 경매채권자에 대하여 그가 배당받은 금액의 반환을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서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민법 제578조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면, 위의 大判 88.4.12.와 같이 물상보증인, 즉 민법 제578조 제1항의 법문으로 말하면 ?경매채무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4.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의 소유에 속하는 경우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사건의 해결로서는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배당채권자에 대하여 일반부당이득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1차적인 담보책임자로서의 '채무자'는 특히 그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이미 무자력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제578조 제2항에 의하여 '대금의 배당을 받은 채권자'로부터 그가 배당받은 금전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이나 對象判決과 같은 태도에 찬성하기 어렵다. 혹 문제의 핵심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뒤엉키는 '경매의 무효'(사실 그 의미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의 다양한 경우들에 있어서 이를 간명하고 형평에 맡게 처리할 방도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보다 근원적인 論究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절차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경매절차의 효력을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입장(최근의 예를 들면 閔日榮, “競賣와 擔保責任의 法理 ―임차주택의 경매를 중심으로”, 法曹 568호(2004.1), 5면 이하)에서도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에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해석은 쉽사리 취할 것이 아니며, 또 민법 제578조가 立法論的으로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그 法意에 대하여는 우선 위의 梁彰洙, 民法硏究, 제2권, 238면 이하 참조).
200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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