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0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캐나다
검색한 결과
11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공정거래
행정사건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8두37700, 37980 판결 -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국가배상
민사일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1.8.선고 2016가합505092 판결 -
일본군 위안부 판결과 국가면제이론
Ⅰ. 사건 경과 원고들은, 일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의사에 반하여 유괴·납치하여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안소에 감금한 채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국제법 위반 및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일본국이 소장 등 서면 송달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공시송달절차를 통해 2021.1.8. 원고 승소판결(이하 이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6.12.28. 제소한 사건(2016가합580239)은 1.13.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Ⅱ. 이사건 쟁점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을 배척하는 한편 1965 청구권 협정 및 2015 한일합의로 소멸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국가면제이론 적용에 따른 재판권 유무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Ⅲ. 국가면제 적용 여부에 따른 재판권 유무 1. 국가면제 이론의 개요 국제법 이론에서 국내 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 국가가 스스로 외교상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제이론이 대세였고, 대법원 역시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사법적·상업적 행위와 같은 비주권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면제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대법원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2. 이탈리아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 진행 경과 가. 대표적인 국가면제관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체포되어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 당한 이탈리아인 Ferrini가 1998.9.23. 독일국을 상대로 Arezzo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Ferrini v Germany, Appeal decision, no 5044/4; ILDC 19 (IT 2004)} 이다. 나. Arezzo 지방법원은 2000.11.3. 독일의 행위는 국가면제를 원용할수 있는 권력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2002.1.14. Firenze 항소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3.11. 독일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이고 인권보호는 불가침성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파기하였다(Decision of Italian Court of Cassation, Ferrin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Judgment No. 5044, 11 March 2004.). 이에 독일은 2008.12.23. 이탈리아 국내법원의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다. ICJ는 2012.2.3. 15인 재판관중 12인 다수의견은 이탈리아 법원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국가면제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입법례 및 판결을 검토해보더라도 국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 자신의 무장병력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국제관습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국가면제는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고, 강행규범 준수는 실체법적인 문제이므로 국가면제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 실체법적으로 강행규범을 준수하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시(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JUDGMENT OF3 FEBRUARY 2012)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밝힌 3인 중 Cancado Trindade 재판관은 국제범죄, 인권의 중대한 위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며, Adbulqawi Ahmed Yusuf 재판관은 다른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면제가 피해자 보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벽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아울러 Giorgio Gaja 재판관은 불법행위가 이탈리아 영역 내에서 행해진 사건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결국 이탈리아 국회는 2013.1.1.4 UN헌장 및 ICJ 제59조, 제60조에 따라 ICJ 판결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기 위해 동종 사건이 계류하는 법원에 직권으로 관할권 배제를 선언할 것을 의무화하고 확정 판결의 재심사유에 관할권 배제를 추가하는 법률(2013. 1. 14. 법률 제5호)을 제정하였는데, 이탈리아 Firenze 지방법원은 2014.1.21.위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마.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10.22. 관할권 면제 법률에 대하여 재판관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반인륜적 범죄로 인정되는 추방, 노예 노동, 대량 학살과 같은 행위들은 그 범죄의 희생자들의 불가침적 권리에 대한 사법적 보호라는 국내법적 질서의 절대적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탈리아 법원에 대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를 구성하는 외국국가의 행위에 관한 사안에서 재판권을 부인하도록 한 ICJ 판결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결정(JUDGMENT NO. 238?YEAR 2014. THE CONSTITUTIONAL COURT)하였다. 3. 이사건 재판부 판결 요지 이사건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배척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등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청구권협정과 2015년‘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Ⅳ.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1. 외국 사례 가. 그리스 대법원은 2000.5.4. 나찌에 의한 그리스의 디스토모 218명 집단 학살사건 관련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면제를 포기하였다고 하면서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나. 한편,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에 따른 보상절차시 국가면제를 주장할수 없다는「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나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상대적 면제이론에 입각하여 법정지국 내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다. 다. 1996년 개정된 미국 「외국국가면제법」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가라고 인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초법규적 살해 등의 행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8.12 위 법을 근거로 미국인 오토 윔비어의 유족들이 북한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배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7.21 판례를 변경하여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이론을 채택하였고, 이에 일본국은 2007년 유엔국가면제협약에 서명한 후 2009. 4. 17. 예외적으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제하는「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상대적 국가면제 법리를 채택하여 입법화하였다. 2. 국가면제론에 대한 의견 중대한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2000년 그리스 및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 그리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상대적 국가면제를 확장하고 있는 입법례 등에 비추어, 2012년 ICJ가 인정한‘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면제의 국가관습법’이 현재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가 타국 국민에 대하여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조약 및 1926년 노예협약 등 국제협약에 반한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이를 제재하고 피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자들은 국제협약 및 당해국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자국 법질서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이를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국제협약과 헌법상 권리가 하얀 종이위의 검은 글씨여야 하는가. 3.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사건 판결은 이러한 ICJ판결 등 국가면제의 불가변적인 논의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임을 자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찌 침해국가가 아닌 일본국 피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나아가 향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론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면제의 배제·예외로 인정할수 있는 실체적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관여, 침해기간, 방법, 피해 내용과 정도 등‘국제법 내지 강행법규에 위반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 나아가 절차적 요건으로‘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최후수단성’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백척간두 진일보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이탈리아 Abdulqawi Yusuf 재판관이 말한“국가면제는 결코 국제법상 불변(immutable)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일본
위안부
국가배상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2021-03-22
민사소송·집행
주택·상가임대차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재외국민인 임차인의 동거가족을 통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취득
-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4다218030, 218047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는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대한국민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이고, 피고의 아내와 딸은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외국국적동포(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이다. 피고는 2007. 6. 12. 계쟁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3억3000만원에 2007. 7. 9.부터 2년간 임차하였다. 피고는 2007. 7. 4. 그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확정일자를 받음과 아울러, 위 아파트를 인도받아 이를 거소로 거소이전신고를 마치고 거주 중이다. 피고의 아내와 딸은 그 직후 입국하여 2007. 7. 19. 위 아파트를 거소로 국내거소신고를 마치고, 피고와 함께 거주하여 오고 있다. A저축은행이 2008. 7. 4. 위 아파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8억32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2011. 8. 16. 위 아파트에 관하여 실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임차인으로서 권리신고를 하였다. 원고는 2012. 5. 17.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을 납부하여 소유자가 되었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외국국적동포의 국내거소신고 및 거소이전신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대항요건으로서의 주민등록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피고는 동거가족인 처와 딸의 국내거소신고로써 주임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대항력을 취득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원심은 재외국민인 임차인의 국내거소신고는 주민등록에 갈음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주임법상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에 배우자나 가족의 주민등록이 포함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대항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10조가 외국국적동포가 국내거소신고와 거소이전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민등록 및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외국국적동포는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대신 국내거소신고와 거소이전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을 한 것과 동등한 법적 보호를 해 주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점, 외국인등록 등이 공시기능에 있어 주민등록에 비해 그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주민등록의 경우에도 열람이나 등ㆍ초본의 교부가 본인이나 세대원 또는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 등에게만 허용되어 그 공시 기능은 부동산등기와 같은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외국인등록 등과 비교한 공시효과의 차이는 상대적인 데 그치는 점,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헌법정신은 재외국민의 가족이 외국인 또는 외국국적동포인 경우에도 관철되어야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 또는 외국국적동포가 출입국관리법이나 재외동포법에 따라서 한 외국인등록이나 체류지변경신고 또는 국내거소신고나 거소이전신고에 대하여는, 주임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임대차의 대항력 취득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외국인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 등이 주민등록과 비교하여 그 공시기능이 미약하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그리고 주임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대항력 취득의 요건인 주민등록은 임차인 본인뿐 아니라 그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의 주민등록도 포함되고, 이러한 법리는 재외동포법에 의한 재외국민이 임차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4. 평석 원심이 1심과 달리 판단한 것은 재외동포법 제9조가 "법령에 규정된 각종 절차와 거래관계 등에서 주민등록증, 주민등록표 등본·초본, 외국인등록증 또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내거소신고증이나 국내거소신고 사실증명으로 그에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그 문언상 국내거소신고증이나 국내거소신고 사실증명으로 주민등록증 등에 의한 사실증명에 갈음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국내거소신고에 대하여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률효과를 인정한다는 취지로까지는 해석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재외동포법 제9조가 재외국민의 거소이전신고를 주임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에 갈음하도록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한 대법원 2013. 9. 16.자 2012마825 결정 때문이었다. 원심은 위 판결을 주된 근거로, 주임법상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임차인 본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 등 동거가족의 주민등록을 포함하고(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다카14 판결 등), 재외동포법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는 재외동포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변경신고를 한 것으로 보며,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에 따라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변경신고가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갈음한다고 하더라도, 재외국민인 피고 스스로 국내거소신고를 하더라도 주임법상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그 점유보조자인 동거가족이 국내거소신고를 갖춘다고 하여도, 피고가 그로써 주임법상 주민등록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거소신고에 주민등록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재외국민의 동거가족인 외국인 등이 스스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외국인등록 등을 한 경우에는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에 따라 주임법상 대항력 요건인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와 거소신고에 주민등록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재외국민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동거가족인 외국인 등이 외국인등록 등을 한 경우의 법률효과에 형평의 원칙상 차이를 둘 이유가 없고, 외국인 등의 임대차와 관련해서는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이 주임법 제3조 제1항에 대응하는 규정인데, 위 조항은 외국인등록 등에 공시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등이 주택의 인도와 외국인등록 등을 마치면 주임법상 대항력을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는바, 공시기능이 없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등 본인이 임차인으로서 외국인등록 등을 한 경우 대항력을 인정하였다면, 이를 유추적용하여 임차인인 재외국민의 동거가족에 해당하는 외국인이 한 외국인등록으로써 재외국민이 주임법상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동거가족인 외국국적동포가 한 국내거소신고로써 임차인인 재외국민의 대항력 취득을 인정하였다. 입법의 미비를 법해석을 통하여 메워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 재외동포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외국인이나 외국국적동포가 주임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고 하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정당하다. 그러나 국내와 연결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재외국민이 입법의 미비로 보호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문제지만, 원심판결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임차인인 재외국민 스스로 국내거소신고를 하더라도 주임법상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는데, 점유보조자인 동거가족이 국내거소신고 요건을 갖춘다고 하여 그로써 재외국민이 주임법상 대항요건을 갖추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같은 날 임차인이 '재외국민'이고, '외국인'인 동거가족이 외국인등록을 마친 사안에서도 같은 논거를 들어 임차인인 재외국민의 주임법상 대항력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다14136 판결). 이로써 그 동안 논란이 있어 왔던 '외국인', '외국국적동포'와 '재외국민'의 주임법상 대항력 인정여부 문제가 대부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재외국민은 동거가족을 통하여 일부 우회적 보호). 주민등록법 개정으로 2015년 1월 22일부터 '재외국민'도 주민등록 대상이 되어(제6조), 재외국민의 주임법상 대항력 문제도 입법적으로 해결되었기 때문에 실무상 이 같은 논란이 생길 여지는 이제 거의 없다.
재외국민
거소신고
임대차보증금
임차인대항력
2016-11-24
이헌묵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산)
도메인이전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사건에서의 준거법
I. 사실관계 원고는 1999. 11. 23. 도메인이름 "hpweb.com"을 미국의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사에 등록하였다. 피고 휴렛트-팩커드 컴퍼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이하 "아이칸")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UDRP, 이하 "분쟁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에 따라 2000. 8. 3.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보유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아이칸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National Arbitration Forum)에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고,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는 2000. 9. 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판정을 하여 도메인이름이 피고에게 이전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판정에 불복하여 2000. 9. 18. 서울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하여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II.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세 차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이 있었다. 그 중 본 평석은 마지막 대법원 판결에 관한 것이다. [1] 구 섭외사법 제13조에서 정한 '부당이득의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이득이 발생한 곳을 의미한다.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으로 이득이 발생한 곳은 피고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이므로, 부당이득 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이 준거법이 된다. [2]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 당시 피고에게 위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비록 분쟁해결기관의 결정에 따른 이전등록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위 이전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피고에게 부당이득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의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하는데, 이는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구 섭외사법의 규정에 따라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3] 그런데 피고의 위 도메인이름 사용금지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하는 것이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상표에 대한 피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 제13조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의하여 피고의 상표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행하여지고 권리침해라는 결과가 발생한 미국이라고 할 것이므로, 미국법이 그 준거법이 된다. III. 평석 1. 들어가기 위 대법원 판결은 구 섭외사법에 따른 판결이다. 만일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위 세 가지 결론이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논해보고자 한다. 2.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결정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이 발생한 장소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부당이득지법주의와 부당이득의 원인이 된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있다. 국제사법이 제정되기 전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은 "사무관리,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부당이득지법주의를 받아들였다. 현재의 국제사법 제31조도 "부당이득은 그 이득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지법주의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단서에서 "다만, 부당이득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하여 행하여진 이행으로부터 발생한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의 무효·취소·해제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같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을 따르도록 하는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다. 따라서 현행 국제사법은 부당이득지주의와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혼합된 형태이다. 한편,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과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은 표현에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임채웅,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연구, 인터넷 법률 47호(2009. 06), 197면). 따라서 기존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에도 적용된다.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하여 어떤 이득이 부당이득으로 되는지의 문제와 이러한 이득의 기초에 놓여 있는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해석되어 왔다(이호정, 국제사법, 1981, 292면). 이와 같이 부당이득의 준거법과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따로 보는 이유는 구 섭외사법이 부당이득지법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기본관계인 매매계약의 준거법이 미국법인 경우에 비록 부당이득이 한국에서 발생하더라도 매매계약의 효력은 여전히 미국법에 따라서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관계의 이행의 결과가 발생하는 부당이득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과 효력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 대법원판결 사안과 같이 부당이득이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경우에 대하여 국제사법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과 같이 기본관계인 불법행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 및 효력을 구분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당이득지에 관계없이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준거법이 되는지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위 대법원판결은 기존의 해석에 충실하게 피고가 불법행위를 근거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우리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와 달리 유럽연합의 비계약적 채무 준거법에 대한 준거법규칙(Rome II) 제10조 제1항에서는 계약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의하여 부당이득이 발생한 경우에도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의 준거법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독일 국제사법 제38조 제2항에서도 법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침해부당이득(Eingriffskondiktion)은 침해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들은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하여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를 불법행위가 발생한 국가로 본 것이다. 우리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서는 당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다는 연결원칙을 간접적으로 선언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한 이유도 급부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급부의 청산에서도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기 때문이다(석광현, 국제사법, 2003, 278면). 위와 같은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지국가보다 불법행위지국가가 보다 밀접한 국가가 되어 불법행위지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당이득이 도메인이름의 경우에는 부당이득지가 우연적 사정에 의하여 발생되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3.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 도메인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장소는 이전등록지, 이전받은 자가 도메인이름을 사용하여 주된 영업을 하는 장소,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이다. 이중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를 부당이득의 발생지로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가 미국에 소재하지만 주된 영업을 캐나다에서 수행하더라도 이득의 발생지는 미국이 된다.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주의를 채택한 국제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며, 심지어 모든 부당이득사건에서 이득의 발생지가 이득자의 소재지라고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를 재화의 이전이 현실로 행해진 장소라고 보고 있는 통설과 기존의 판례에도 반한다. 오히려 도메인이름이 이전된 등록기관의 소재지가 부당이득지라고 보는 것이 좀 더 기존의 해석에 가깝다고 본다. 한편, 아이칸이 지정한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은 여러 곳이어서 이전받는 자가 임의로 장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전등록지는 우연적 사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주된 영업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도메인이름이 물리적, 지리적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장소를 기준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메인이름에 대하여 부당이득지를 특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이에 대하여는 입법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임채웅, 전게논문, 198-199). 결론적으로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를 특정하는 것은 난해하며 위 세 장소 중 어떠한 장소를 부당이득지로 결정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4. 결론 만일 위 대법원판례 사안에 대하여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도메인이름의 이전에 따른 부당이득지를 고려할 필요 없이 불법행위지인 미국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로서 미국법이 준거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12-01-30
이헌묵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산)
원본채권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지연손해금 지급 여부
I. 사안의 개요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은 수익자를 주식회사 성보, 최대한도금액 미화 87만1500달러의 신용장을 발행하면서 분할 선적 및 분할 환어음의 발행을 허용하였다. 주식회사 성보는 위 신용장을 근거로 하여 미화 24만4639.18달러의 환어음을 발행하였고, 피고 주식회사 제주은행은 이 환어음을 매입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원고 주식회사 부산은행은 주식회사 성보가 추가로 발행한 각 미화 75만789.78달러 및 미화 10만8019.52달러의 환어음을 매입하였다. 원고 주식회사 부산은행이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하자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은 피고 제주은행에 이미 미화 24만4639.18달러를 지급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신용장의 한도금액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전부 거절하였다. II.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94 판결내용 "지연손해금은 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채무에 부수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하는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은 비록 소송촉진을 목적으로 소송절차에 의한 권리구제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실질은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이 아닌 이 사건의 준거법인 일본법에 따라서 지연손해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논의의 쟁점 위 대법원 판결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을 실체법으로 본 기존의 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34385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였다. 국제사법에서는 당사자가 선택하거나 저촉규정에 따라서 지정된 외국법은 그것이 실체법인 경우에만 적용되며, 절차법은 법정지법이 적용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그런데 각 국의 법정이율이 다르기 때문에 법정이율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그 결론에서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이러한 중요성에 비하여 위 대법원 판결은 실체법과 준거법의 구분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법원 판결 중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라는 판시내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떤 법제도가 실체법적 성격과 절차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에 절차법적 성격은 무시되고 실체법적 성격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대법원의 기준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해 보도록 한다. 2. 법정지법의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 소송절차는 법정지법(lex fori)에 따른다는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는 송달, 증거, 집행 등의 소송절차는 매우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어느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소송절차를 인지하고 이를 적용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며, 소송절차는 권리실현의 방법이므로 굳이 외국의 절차를 도입할 실용적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절차를 법정지법에 따르도록 한 것은 법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견해에 덧붙여 소송절차가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면 이러한 이익들도 위 원칙을 인정하는 이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때의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은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이란 명목 하에 외국법인 준거법의 적용을 함부로 배제하고 법정지법을 적용하여 국제사법의 존재이유를 망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의 기준 일반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정하는 법을 실체법이라고 하고,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에 권리를 강제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법을 절차법이라고 한다. 개념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되는 이 두 개의 개념은 현실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예를 보면 영국의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은 일정한 계약에서는 당사자가 서명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러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영국법원은 Monterosso Shipping Co Ltd v 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사건에서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은 해당 법률이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기방지법은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는 법이므로 실체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분기준은 문제된 법이 실체법 또는 절차법으로 명확하게 분류될 수 있을 때에만 유용하며, 양자의 성격이 모두 혼합된 경우에 대하여는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 판례(Block Bros Realty Ltd v Mollard (1981) 122 DLR (3d) 323)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가 아니면 절차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과 주(州)법의 적용과 관련하여서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기준이 발전하였다. 현재까지도 적용되는 원칙은 Erie Doctrine으로서 이 원칙에 따르면 실체법은 주(州)법을 절차법은 연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실체법적 성질과 절차법적 성질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주(州)법에 대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Guaranty Trust Co. v. York 사건에서 결과결정기준(Outcome Determinative Test)에 대하여 그 적용과 비적용이 판결결과를 달리하게 할 경우 실체법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에 더 나아가 Byrd v. Blue Ridge Rural Electric Cooperative, Inc 사건에서 정부이익균형기준(Balancing of Governmental Interests Test)을 제시하여 결과결정기준의 관점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연방정책이 더 중요하다면 이를 절차법으로 보아서 연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에 관하여는 각 국의 법률구조와 역사적 과정에 따라서 다양한 입장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 경우에 있어서는 사례와 판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잠정적인 사견은 다음과 같다. 어떤 법률이 실체적 성격과 절차적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실체법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법정지법을 절차법으로 보아서 이를 적용한 결과와 원래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가 다르다면, 법정지법을 적용하는 근거가 되는 법원의 편의는 당사자의 형평의 이익을 위하여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결론에 있어서 우리 대법원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절차법에서 보호하는 당사자의 이익이나 공적인 이익도 법정지법을 적용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는 사견에 따르면, 이러한 이익들과 법정지법을 적용한 결과가 당사자의 형평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전자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이를 절차법으로 보아서 법정지법을 적용해야 된다. 4.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법정이율의 법적 성격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소송의 지연(遲延)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의무의 신속한 실현과 분쟁처리의 촉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소송의 신속이라는 공적 이익과 이를 통한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실현이라는 사적 이익이 모두 위법의 보호법익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절차적 이익지만 법정이율이 기본적으로 지연손해금이고, 지연손해금은 손해배상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는 실체적 성격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기준을 적용한다면 지연이자에 대한 법정이율은 원칙적으로 실체법이 되겠지만,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은 소송이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적용되고, 법의 이름이나 목적도 소송촉진을 명시하고 있으며, 피고가 상당한 이유 없이 원고의 주장을 다투는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일종의 제재로서 민상법상의 지연이자에 더하여 부과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요소들이 소송촉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연 20%의 고율의 이자율이 인정되고 있는 사실은 소송촉진에 있어서 법정이율의 역할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은 절차적 목적이 손해배상액 획정이라는 실체적 목적보다 우월하므로 이를 절차법으로 분류하여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위 법정이율을 실체법으로 보고 있는 대법원 판결과 차이가 있다. 참고로 미국의 Restatement (Second) of Conflict of Laws §207과 연방대법원은 지연이자를 실체법으로 보고 있다. IV. 결론 기존의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은 양자가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였지만 실제로는 명확하게 분리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며, 오히려 이러한 구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므로 향후 많은 사례와 연구가 집적될 것을 기대하면서 본 글을 마친다.
2011-09-08
석광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약관규제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가
Ⅰ. 사안의 개요 ⑴ 원고는 전자제품의 도소매 등을 영위하는 한국회사, 피고1은 반도체제품의 제조·판매 등을 영위하는 캐나다 회사이며 다른 피고들은 피고1의 자회사들이다. ⑵ 원고는 2003. 8. 1. 피고들과간에 온타리오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배급·판매대리계약을 체결했다("이 사건 계약"). 위 계약상 원고는 한국내에서 주문을 받아 피고들 제품판매를 대리하고 피고들 제품을 구매하여 한국내에서 배급할 수 있는 비독점적 권한을 가진다. ⑶ 제21조에 따르면 일방당사자는 편의상 언제든지 60일 전 사전 통보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시 어떤 당사자도 상대방의 손해에 대해 책임이 없다. 피고들은 2007. 3. 원고에게 제21조에 따라 통지일로부터 60일 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⑷ 원고는 피고들의 부당계약파기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은 약관인 바 피고1은 해지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제21조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상 계약내용으로 편입될 수 없고 또한 제21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들의 계약해지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31323 판결 요지 첫째, 원심법원은 위 계약이 약관이라고 보았으나 그 준거법은 온타리오주법이고, 우리 국제사법(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목적을 볼 때, 약관규제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동법은 위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피고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하였다거나, 위 계약에 온타리오주법이 적용됨으로써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첫째,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함으로써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근거가 없어 준거법약정은 유효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둘째, 국제사법 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 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약관은 국제거래에서도 널리 이용되므로 법률가들은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약관의 경우 ① 준거법지정이 유효한지, ② 그렇다면 준거법이 외국법이어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항상 의문을 가진다. 이를 해소하고자 필자는 2003년 한국국제사법학회지에 "國際去來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적용"이라는 글을 썼다. 당시 이 쟁점을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 대상판결은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라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실무상 및 이론상 큰 의미가 있는 쟁점을 소홀히 취급한 탓에 뒷맛은 씁쓸하다(대상판결이 공보에 공간된 것은 다행이다). 이는 국제사법의 중요성에 대한 대법원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대상판결 직후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은 대상판결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하 첫째, 약관에 의한 준거법지정의 유효요건과, 둘째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셋째 9월 판결의 취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약관규제법의 행정적 규제를 언급한다. 2. 약관에 의한 준거법 지정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되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필자는 이를 원용하여 준거법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원심판결은 이 법리를 따른 것이고 대상판결도 그 결론을 수용하였다. 3.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 약관에 의한 계약 준거법이 외국법인 데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려면 동법이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국내적 강행규정일 뿐 아니라, 준거법이 외국법이더라도 그 적용이 관철되는 국제적 강행규정이어야 한다.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자면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어야 하나 동법상 이를 간취할 수 없다. 특히 국제사법(제27조)이 소비자계약의 경우에도 준거법합의를 인정하면서 소비자 상거소지법의 보호를 관철하는 데 그치므로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는 것은 균형에 반한다. 가사 이를 긍정하더라도 약관이 사용되는 모든 국제거래에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기준(내국관련성 등)이 필요한데, 동법의 해석상 기준을 도출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나16900 판결도 강행규정은 그 법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 법체계와 사회질서 및 거래안전 등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거나, 법규정 자체에서 준거법과 관계없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의 국제적 또는 영토적 적용범위를 스스로 규율하고 있는 경우 등을 의미하는데, 약관규제법 제3조의 명시·설명의무 규정이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하였다. 국제적 강행규정에는 ① 초개인적인 국가적·경제정책적인 공적 이익에 봉사하는 간섭규범과, ② 계약당사자들간의 유형적인 불균형상태의 조정, 즉 약자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사법이 포함된다. 간섭규범의 개념은 로마Ⅰ규정(제9조)에 반영되었다. 어떤 법규가 명시적으로 인적 또는 장소적 적용범위를 명시하는 경우 그로부터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도출할 수 있다.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법원이 당해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조사하여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떤 법규가 간섭규범인가는 법규의 성질결정의 문제인데, 이를 위하여는 법규의 목적과 그의 언명을 우선 특정하고 분석해야 하며, 이 경우 문제된 규범의 언명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지 하나의 법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당해 법규가 행정법적 절차내에서 전속적 관할을 가지는 관청을 통한 정규적 집행을 규정한다면 이는 비교적 확실한 간섭규범의 징표가 된다. 의문이 있으면 일반원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간섭규범이 아니라고 추정해야 한다. 특별사법인 국제적 강행규정의 경우도 국제적 강행규정성은 법의 문언 또는 목적으로부터 도출된다. 예컨대 과거 독일 약관규제법(AGBG)(제12조)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더라도 당해 계약이 독일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경우 동법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결과 동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 특별사법으로 이해되었다. 영국의 1977년 불공정계약조건법(제27조 제2항)도 같다. 4. 대법원 2010년 9월 판결의 취지 9월 판결의 사안에서 리스이용자인 한국회사는 한국보험회사와 (한국선적의) 국내용 선박에 대해 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했다. 그 사건에서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존부가 다투어졌는데 대법원은 이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필자는 위 보험계약은 준거법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제25조 제4항)에 따라 국내적 강행규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고 보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옳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법리를 채용한 적이 없으므로 9월 판결이 약관규제법을 적용한 근거는 이해할 수 없다(이정원, 저스티스 통권 제122호 평석 참조). 판결문을 읽어도 논거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좌절한다. 5. 약관규제법과 행정적 규제 외국법이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으로 유효하게 지정될 경우 약관규제법의 司法的 統制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 규제도 동일한 법리에 따르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국제사법은 약관규제법이 한국에 상거소를 둔 소비자(자연인)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관철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에 대한 행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적 통제는 사법적 통제와 다르다는 것이나 이 경우 그 기준이 모호하다. 필자는 해석론으로는 전자를 지지한다. 6. 맺음말 대상판결의 결론은 사견과 같은 것으로서 타당하다. 종래 약관에 의해 불이익을 입은 당사자의 변호사들은 계약의 준거법을 불문하고 약관규제법에 의해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쟁점의 해결을 피해 왔던 대법원이 모처럼의 기회를 맞이해서도 깊이 논의하지 않은 채 결론만을 던진 것은 실망스럽다. 오히려 원심판결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더욱이 대법원이 대상판결 선고 직후 상충되는 듯한 판결을 선고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필자는 양자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보나 종래 대법원판결을 보면 상충된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앞으로는 대법원이 國際私法 爭點을 좀더 충실하게 다루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2011-03-21
조국 서울대법대 교수 (法博)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I. 들어가는 말 지난 11월15일 대법원은 1968년 이후 약 40년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성질·형상 불변론’(대법원 1968년 9월17일 선고 68도932 판결)에 따른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입장을 변경했다. 이러한 입장변경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대물적 강제처분의 영역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해야 한다는 학계의 오랜 요청이다. 둘째는 199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를 명문화하였다는 점이다. 필자로서는 학계의 요청을 장기간 무시하다가 법개정이 있은 이후에야 판결을 변경하는 법원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향후 수사기관의 불법한 대물적 강제처분을 억지(抑止)하여 헌법상 영장주의의 정신을 강화·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것이기에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판결은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를 위한 해석지침을 미리 제공하였다는 의미도 있다. II. 사실관계와 경과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피고인 김태환 제주도 지사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이 사용하던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 곳을 방문한 도지사 비서관이 들고 있던 각종 문서를 압수하였고, 이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물로 제출되었다. 그러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압수과정이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에 관한 절차 규정을 위반하였고 그 위법 정도가 중대하므로, 위 압수물들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물들도 모두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는 기존의 판례에 기초하여, 이 사건 압수수색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법사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고 이 사건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대법원은 기존의 ‘성질·형상 불변론’을 변경하고 피고인의 유죄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I. 판결 분석 1. 재량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먼저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은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엄격히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다수의견은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의 배제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다수의견은 “절차 조항에 따르지 않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힘으로써 ‘독수과실’, 즉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되어야 함을 밝힌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독수과실’ 배제의 판단은 위법수집증거와 파생증거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확립한 독수과실의 원리와 그 예외를 우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수용했으며, 또한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던 과거 대법원 1977년 4월26일 선고 77도210 판결의 정신이 부활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다. 한편 별개의견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배제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출한다. 즉 별개의견은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는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며,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상에서 다수의견이건 별개의견이건 미국식의 자동적·의무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하지 않고, 영국이나 캐나다식의 재량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자동적 증거배제는 수사기관의 경미한 위법이 발생한 경우도 증거배제를 결과를 낳아 오히려 형사정의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공히 증거수집의 위법성 판단시 고려되어야 할 사안으로는,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향후 수사기관의 실무와 법원의 해석에서 유의해야 할 지점이 될 것이다(별개의견이 적시하는 고려사항에서는 절차위반과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빠져 있지만, 별개의견이 제출된 이유가 이 점 때문은 아니므로 의식적 누락은 아니라고 보인다). 2.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간 차이의 함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증거배제 판단의 기준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말하는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내용인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중대한 위법”을 배제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평석자가 보기에는 다수의견의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 침해”와 소수의견의 “중대한 위법”은 표현상의 차이 일뿐, 실제 내용은 공히 헌법과 법률상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의 몰각을 의미한다는 점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평석자가 주목하는 두 견해의 차이는 다수의견은 배제의 원칙을 강하게 강조하면서 예외적 인정의 조건을 서술하고 있는 반면, 별개의견은 배제 단계에서 중대한 위법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별개의견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지만, 다수의견에 따르면 절차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 외에 “그 증거의 증거능력의 배제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이 있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증거배제의 범위는 별개의견이 상정하는 범위 보다 넓으며,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증거인정의 요건은 별개의견이 상정하는 요건 보다 까다롭다.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는데 반하여, 별개의견은 이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확인된다. 장기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채택되지 못하였기에 우리 수사실무에서 대물적 강제처분의 위법성은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지 못하였다. 새롭게 위법수집증거법칙을 채택하는 상황에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법칙의 실효성 보장을 위하여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 법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조건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보다는 이 법칙의 근본정신이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 옳으며, 이 점에서 필자는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IV. 맺음말 수사절차의 위법 때문에 일단 유죄판결이 파기된 김태환 지사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번 판결이 수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범죄인 필벌사상 만이 강조되던 권위주의 체제는 종식되었으며, 수사기관의 역할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범인을 잡아도 좋다는 관념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곧 광주고등법원은 영장의 효력범위를 초과한 압수수색의 위법, 영장의 제시 및 집행에 관한 사전통지와 참여의 위반, 압수목록 작성·교부와 관련된 위법 등을 검토하고, 이러한 수사기관의 위법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될 위법인지, 아니면 그 예외가 적용되어야 할 위법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 때 위법한 대물적 강제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매우 엄격하게 할 것을 의도한 다수의견의 요청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수사기관은 철저한 내부교육과 규칙제정을 통하여, 압수·수색영장 청구시 그 대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기되도록 하고, 압수·수색 전후의 절차에서 법률이 요구하는 사항을 철저히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안이하게 영장을 청구하거나, 영장집행시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중한 증거물이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또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7-11-26
장재형 변호사(서울)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의 효력
1.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에 관하여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 318 판결에 이은 두 번째의 대법원 판결인데 종전 판결이유를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결론에서도 상대방의 이의가 없을 때에 한하여 중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판결은 대상판결과는 그 중재조항의 유형이 서로 다른데도 그 차이를 간과하고 단순하게 같은 이유와 결론을 되풀이 한 잘못이 있다. 즉 앞서 2003다 318 판결은 그 선택적 중재조항의 내용이 계약일반조건에 편입된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판결 또는 중재(adjudication/arbitration)’이고,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조정 또는 중재, 조정불복시 소송으로 위 유형과는 그 규정형식이 다르고, 이에 따라 그 해석도 달라져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참고로 종래 대부분의 하급심판결이 유효로 판단한 경우는 바로 이 사건과 같은 유형의 선택적 중재조항이다. 2.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의 해석 가. 규정의 형식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기본적으로는 법원의 소송절차를 배제하고 조정 또는 중재라는 비송적 해결수단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특색이 있다. 이는 아예 처음부터 법원의 판결을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것도 분쟁해결의 한 수단으로 열거하면서 중재와 병렬적으로 분쟁해결수단으로 정한 ‘판결 또는 중재’라는 형식의 선택적 중재조항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법원의 판결 또는 중재법에 의한 중재에 의하여 해결한다’라는 조항은 문언상 일응 분쟁해결절차로서 중재와 판결을 병렬적으로 예시하여 그 의사에는 법원의 판결절차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최소한의 여지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건 중재조항처럼 1차적으로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기로 한 경우에는 조정이 아닌 중재를 선택하였으면 이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당사자의 의사에 명백히 합치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은 앞서 2003다 318 판결의 중재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종전의 공사계약일반조건과의 비교 이 사건 중재조항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기 전의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는 분쟁해결의 수단으로 조정 또는 중재를 열거하면서 그 중 하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임의적인 것이어서 조정 혹은 중재에 의한 분쟁해결이 활성화되지 아니하자 이를 조정 혹은 중재에 「의한다」고 변경하여 강제·의무화 한 것이다. 즉 당사자들은 그 전과는 달리 조정 또는 중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을 무효로 해석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 사건 중재조항이 도입되게 된 경위나 전후 사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불합리하고 이 사건 중재조항의 문언적·논리적 해석에도 반하는 것이다. 다. 사적자치의 원칙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최소한 법원의 판결절차는 일단 배제하고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한다는 데 있어서는 당사자간에 의사의 합치가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사적자치의 원칙상 제 1차적 분쟁해결수단으로 판결보다 간편한 조정 또는 중재를 우선하여 선택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도가 명백히 표현된 조항이므로 이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3. 중재합의의 조건부 또는 제한적 해석의 부당성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이 아닌 중재절차를 선택하여 그 절차에 따라 분쟁을 요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없이 중재절차에 임하였을 때 비로소 중재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일방당사자가 분쟁해결수단으로 일단 중재를 선택한 이상 특별히 부당한 결과가 되는 경우이외에는(예를 들어 관할에 관한 일반거래약관의 효력을 부정한 대법원판례와 같은 경우) 상대방은 당초의 중재합의에 따라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다른 분쟁해결수단을 내세워 새삼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이유로 이에 반대할 수 없으며, 그러한 주장은 법률상 아무런 이유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반대로 일방 당사자가 중재가 아닌 소송을 선택하여 법원에 제소한 경우에 상대방이 (선택적) 중재합의를 이유로 이에 반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와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논리인 것이다. 이른바 선택적 중재합의가 제대로 성립되어 유효하다면 그 다음은 선택에 따른 문제만 남을 뿐이고, 새삼 그 후의 다른 사정에 의해 유·무효가 번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민사실체법상 선택채권의 특정이나 소송상 소의 청구에 있어서 선택적 청구와 같이 당사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선택권이 일방적 선택권이냐 쌍방적 선택권이냐의 차이에 따른 선택권자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요컨대 선택적 중재합의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와 중재합의의 존부자체와는 엄격히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 부정론자들이 지적하는 쌍방적 선택권에 있어서 소송이냐 중재냐 하는 쌍방간 선후에 따른 부당한 결과나 혼란은 이러한 중재합의의 존재자체를 소급하여 그 효력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하겠다. 이 점에 관하여는 중재합의를 민사소송법상 관할합의와 법적 성격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선택적 중재합의는 부가적 관할합의와, 전속적 중재합의는 배타적 관할합의와 각각 유사한 것으로 주장하는 논지도 있는 바, 평석자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4. 중재와 법원사이의 상호관계(엄격해석주의의 완화) 현행 중재법 제 6조는 “법원은 이 법 (중재법)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 (중재법)에 관한 사항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세기 간의 중재법의 발전 역사에서 보여준 중재와 법원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중요한 규정이다. 또한 중재법 제 7조는 법원이 중재에 관해 어떤 사안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들은 법원이 중재에 대해 감독자 내지 통제자의 입장이 아니라 중재 역시 분쟁해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동반자의 관계로 인정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엔무역법위원회(UNCITRAL)의 모델중재법 (1985)이 법원과 중재간의 관계에 대한 현대 중재법의 중요한 요소를 포함한 국제적 기준의 중재법체계를 제시하였고, 우리나라 현행 중재법은 이 모델중재법의 규정을 수용하였으므로 중재법 제 7조와 제 8조는 이러한 연혁적 배경을 염두해 두고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중재합의의 유효성 여부 판단에 당사자가 장래 또는 현재의 분쟁을 중재를 통하여 해결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면 충분하지 당사자가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였는지 여부를 포함시켜 판단하는 것은 해당 법 조문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법원은 당사자간에 중재합의가 있었는지 또는 유효한 중재합의를 하였는지 여부를 단지 제 3조 제 2호의 정의에 따라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발생하였거나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의도를 분석하는 것에 그쳐야 할 것이다. 중재라는 심판절차는 법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인간의 사법적 분쟁을 당사자가 선정한 중재인에 의한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한다는 점, 소송절차가 가지고 있지 아니한 비공개성, 전문성, 탄력성, 중립성에서 국가의 소송절차를 보완하는 동반자관계에 있다는 점을 법원은 인식하고 판단의 잣대로 병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중재절차는 판단주체 선정의 자치성(autonomy), 국제분쟁에 있어서 중립성(neutrality), 국제분쟁의 승인과 집행의 용이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 발생하는 많은 분쟁을 국가의 재판제도 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법원은 중재절차와의 관계에 있어서 단순히 과거의 연혁적 이유에 얽매어 상호 배타적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법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상의 법률관계와 관련된 분쟁해결을 중재절차에서 아웃소싱(outsourcing) 받아 기술적, 전문적 분야의 분쟁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과 중재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상호 보완적인 동반적 관계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 하에서 법원은 중재합의의 유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중재절차의 동반자적 관계의 정신을 염두에 두고 중재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국제적 경향에도 관심을 갖고 중재합의에 대해 보다 관대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5. 외국법원의 판례 외국법원의 판례는 대체로 소송과 중재를 동시에 규정한 선택적 중재합의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UNCITRAL 모범법을 채택한 캐나다, 홍콩은 물론 독일, 미국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연방법원은 당사자가 중재합의의 범위에 대하여 명백히 범위를 축소하지 않는 한 당사자의 의도를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를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Moses Cone Presumption)이라고도 부른다. 즉, 중재합의조항에서의 중재대상의 범위에 관하여 의문이 발생하면 중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며 이 원칙은 수많은 연방사건 판결문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외국판례 및 선택적 중재합의의 해석의 기본원칙 등을 토대로 중재합의의 해석 및 범위 확정에 있어 중재조항 문구에 매달려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의 대상 및 범위에 관하여 의심이 나면 중재합의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6. 기타 가. 그밖에 상고이유에서 주장된 바와 같이 거꾸로 국가가 국가 발주 공사를 낙찰한 기업들에게 전속적 중재합의만을 규정할 경우, 이는 국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만을 강요한 것으로 인정되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박탈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 14조(소제기 금지 등)의 위반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하여 국가 발주의 공사도급계약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에 이러한 선택적 중재조항을 넣게 된 것인 바, 이러한 선택적 중재조항은 국가와 사인간의 분쟁해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특별조항이고, 더우기 위와 같은 사정에 따라 국가에 의하여 공사계약일반조건 제 50조로 들어가게 된 것인데, 이제 스스로 그 선택적 중재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함은 금반언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이 편입되어 있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국가가 피고등 건설업체와 정부관급건설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정형화된 양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으로서, 이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바, 동 법률 제 5조 약관의 해석규정에 따라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조정 또는 중재의 선택권은 고객인 피고들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하며, 일단 고객인 피고들이 중재를 선택한 이상 그 선택적 중재조항이 무효라는 국가의 주장은 위 법률 제 5조에도 위반하여 타당성이 없다 하겠다. 약관의 작성자인 국가는 중재절차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하여 이제와서 그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약관의 해석에 있어서 불명확한 부분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7. 결어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의 규정형식에 따른 차이를 간과하고 이와는 경우가 다른 종전 대법원 판결의 논지를 맹목적으로 되풀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중재조항이 임의규정에서 강제의무규정으로 변경되었고, 국가가 이를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두게 된 경위, 이에 따른 신의칙위반이나 약관해석상 무효주장에 따른 판단을 그르쳤고, 나아가 종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른 중재합의의 존부자체를 선택의 문제와 혼동하였으며, 재판에 대비하여 중재제도 자체의 자치성, 비공개성, 전문성, 국제적 중립성등 기능에 관하여 그 연혁적 배경에 따른 동반자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못미친다 하겠다.
2005-06-13
김 현 변호사(법학박사)
난파물제거채권과 책임제한
【사안】 원고 파르텐리데라이 엠에스 알렉산드리아 소유의 컨테이너선 알렉산드리아호와 피고 차이나 쉬핑 디벨롭먼트 컴퍼니 리미티드 소유의 화물선 신화 7호가 쌍방과실로(원고와 피고의 과실비율은 3:7) 충돌하여 알렉산드리아호가 침몰하였다. 이로 인하여 알렉산드리아호 안에 있던 기름이 유출되어 부산 앞바다를 오염시키고 알렉산드리아호에 적재되어 있던 컨테이너들이 바다를 떠다니면서 타 선박의 항해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이에 부산해경은 원고에게 기름을 제거하고 컨테이너를 수거하라는 방제명령을 하였고, 원고의 책임보험자인 영국의 스팀쉽 뮤추얼 피앤아이 클럽은 한국해양산업에게 기름오염 방제비용 약 10억원, 협성검정에게 컨테이너 인양비로 약 6억5천만원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지출한 방제비용과 인양비용 총 16억 5천만원을 가해선박인 피고에게 구상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선주책임제한 절차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원심 부산고판 1999.1.8 98나8066은 원고의 이같은 구상채권은 책임제한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시하여, 원고는 자신의 손해액의 일부만을 피고로부터 배상받게 되었다. 원고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례요지】 1. 상법 제748조 제4호에 의하면 ‘침몰, 난파, 좌초, 유기 기타의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 및 그 선박 안에 있거나 있었던 적하 기타의 물건의 인양, 제거, 파괴 또는 무해조치에 관한 채권’(‘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 선박소유자는 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조항의 문언상 책임제한을 주장하지 못하는 선박소유자는 침몰 등 해양사고를 당한 당해 선박의 소유자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2. 제748조(책임제한을 할 수 없는 채권) 제4호는 단지 ‘…에 관한 채권’이라고 규정할 뿐, 상법 제746조(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채권) 각 호의 규정과 같이 ‘…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관한 채권’이라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3. 상법이 1976년 런던에서 체결된 해사채권에 관한 책임제한조약(‘1976년조약’)의 제2조 1항 (d)호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유보조항에 따라 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를 제한채권으로 하면 난파선의 대집행비용도 제한채권이 되어 선주가 자발적으로 난파선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 유리해 지기 때문에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함이다. 4. 1976년조약은 1957년 항해선박 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조약(‘1957년 조약’)에 연원을 두고 있다. 5. 입법취지 및 연혁상 제748조 제4호는 선박소유자에게 해상안전, 환경보전 등 공익적 목적으로 법령상 제거의무가 부과된 경우에 한하여 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선박소유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가해선박에게 구상하는 채권은 난파물 제거채권으로 볼 수 없고 제한채권으로 보아야 한다. 【평석】1. 상법 제748조 제4호의 입법취지와 1976년 조약 1976년 런던회의에서 국제해운회의소, 리베리아 등 해운국들은 난파선 제거비용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부과한다면 선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아지게 된다는 이유로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허용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선박이 항구에 입항하던 중 충돌하는 등 도선사의 과실로 선박이 훼손되더라도 항만당국이 선박의 손해를 전부 전보하여 주는 경우는 드물고 선박소유자가 선박보험금을 지급받음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반면에 항구 입구의 난파선을 제거하면 1차적인 수혜자는 항만당국이므로, 항만당국이 선주에 대하여 난파선 제거비용을 전부 청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1976년 조약 의사록, 113, 233쪽). 반면에 미국, 캐나다,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 등은 항해의 안전이나 공중보건을 위하여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에게 무한책임을 지울 것을 주장하였다(1976년조약 의사록, 232쪽). 나아가 프랑스 대표는 설사 난파선 제거채권이 비제한채권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난파선 제거채권에 일반 물적손해채권보다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같은 대립의 절충안으로서 1976년 조약은 제2조 제1항 (d)호에서 원칙적으로 이를 제한채권으로 하되, 개별국가가 국내법으로써 난파선 제거채권을 제한채권으로 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과 우리나라는 난파선 제거채권을 비제한채권으로 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 등이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유보조항을 두는 것은 조약의 통일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였는데도 1976년 조약이 굳이 유보조항을 둔 것은 난파선 제거채권을 제한채권으로 하는데 대하여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알제리아, 노르웨이 대표는 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는 1976년 조약이 아닌 별도의 국제조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였다. 따라서 1976년 조약 제2조 1항 (d)호가 난파선제거채권을 제한채권으로 규정하였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법의 해석상 어디까지나 제748조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2. 비판 제748조 제4호는 ‘침몰 등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 및 그 선박 안의 물건의 인양 등에 관한 채권’은 비제한채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이나 적하 등이 해상에 그대로 방치될 경우 다른 선박이 통행을 방해받고 제2의 충돌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조항의 1차적인 적용을 받을 채권자는 항만을 관할하는 국가이겠지만,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허용하면 민간제거업자가 자신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염려 때문에 난파선 제거작업을 꺼려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운 것은 타당한 입법이다. 참고로 1976년 조약 하에서도 선박소유자와 침몰선 제거계약을 체결한 자의 보수청구권에 대하여는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제2조 2항). 상법은 1976년 조약에서 제한채권으로 되어 있는 난파선 제거채권이 비제한채권임을 명확히 하였다. 그렇다면 제748조 4호는 난파선 소유자가 국가뿐 아니라 민간제거업체의 제거비용에 대하여도 무한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아가 난파선 소유자가 이같은 제거비용을 국가나 민간업체에 대하여 지급한 후 이를 상대선에 대하여 구상할 경우에 이같은 구상채권을 구태여 제한채권으로 할 근거는 박약해 보인다. 이같은 구상채권도 역시 비제한채권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제748조 4호의 문언상 자연스런 해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통상 난파선 소유자가 직접 난파선이나 바다에 떠다니는 기름이나 화물을 제거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난파선 제거 전문업체에 위탁하여 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채권이 책임제한을 받게 된다면, 민간업체는 장래 채권회수를 염려하여 난파선 제거작업에 쉽게 응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예컨대 이 사건과 같이 부산 태종대 앞 바다나 주요 항로에 대형화물선이 절반쯤 좌초되어 방치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그 불편이나 위험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물론 난파선 제거업체는 난파선 소유자에게 소요비용을 청구할 것이지만, 추후의 가해선에 대한 구상청구에서 제한채권으로 판명될 것이 예상되는 제거작업에 대하여 난파선 소유자가 해양경찰의 제거명령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이행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2001-01-15
정선주 인제대 법학과 교수 · 법학박사
중재판정 이유
〈事件槪要 및 經過〉 用役契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관한 大韓商事仲裁院의 仲裁判定에 대해 仲裁判定의 손해배상범위에 관한 이유에 모순이 있다며 仲裁判定取消의 訴가 제기되었다. 제1심 법원은 仲裁判定에서 소극적 손해에 대해 被告가 주장하는 기대이익의 額數에 관해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그 金員 相當額이 예상된 영업이익의 損失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유가 不明瞭하여 判定이 어떤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판단에 기인하고 있는지를 判明할 수 없거나 이유가 모순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仲裁判定에 이유를 붙이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 取消되어야 한다고 判示하였다. 이에 대해 原審은 大韓商事仲裁院이 損害額을 算定할 때 기대이익에 대한 算定期間이나 기대이익의 구체적인 數額에 대해 제시된 證據를 기초로 公平에 근거하여 판단하였으며 그 판단에 다소 부당한 점이나 불완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점만을 이유로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의 取消事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大法院判決要旨〉 이러한 原審法院의 판단에 대해 大法院은 仲裁判定의 이유는 仲裁人이 결론에 도달한 판단과정을 대강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또한 仲裁人의 판단은 實定法에 근거하지 않고 公平을 근거로 삼을 수 있고, 비록 판단에 부당하거나 불완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仲裁判定 取消事由인 이유를 붙이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判示하였다. 1. 들어가며 중재법 제11조 제3항에서 따르면 仲裁判定에는 主文과 理由의 要旨가 기재되어야 하며, 仲裁判定에 이유를 붙이지 않은 경우에는 제1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仲裁判定取消의 訴가 제기될 수 있다. 大法院의 이번 判決은 종전의 판례 입장, 즉 仲裁判定 取消事由 중 이유의 기재가 없는 때를 전혀 이유의 기재가 없거나 기재되어 있더라도 不明瞭하기 때문에 判定이 어떠한 사실상·법률상의 판단에 기인하고 있는지를 明時할 수 없는 경우 그리고 이유가 모순된 경우라고 해석한 종전의 判例(대법 1989.6.13 선고, 88다카183판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1985년 國際商事仲裁에관한 國際貿易法委員會모델법(UNCITRAL Model Law, 이하 모델법이라 한다) 제정 이후 각국의 중재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중재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大法院이 이번 判決을 계기로 仲裁判定理由에 관해 검토해 봄으로써 중재법 개정에 참고가 되고자 한다. 2. 仲裁判定理由의 기재 1) 이유 기재의 필요성 현행 중재법은 仲裁判定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私人을 위한 仲裁判定에 법원의 判決에 의한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다투어지고 있다. 이유기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이유 기재가 중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Rodman, Commercial Arbitration with Forms, pp.450-451.). 법률전문가가 아닌 仲裁人에게 이유를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에서 仲裁判定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도록 하여 중재의 신속성과 종국성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敗訴한 당사자로 하여금 법원에 不服을 제기하도록 부추기는 결과가 되어 결국 법원의 업무를 경감시키려는 ADR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仲裁判定取消事件이 법원에 몰릴 수 있다. 또한 仲裁人은 특정산업이나 기술분야의 전문적 지식인으로서 이들에게 법률가에 준하는 이유 기재 의무를 부담시킨다면 중재인 수락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유기재를 의무화하지 말고 당사자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김홍규, 정기인, 정규상, 이강빈, 중재법 개정 시안 및 해설, 중재학회지, 1992, 36쪽 이하). 그러나 仲裁判定에 법원의 確定判決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중재제도가 법원의 裁判을 진정으로 대체할 수 있기 위해서는 仲裁判定을 법원의 判決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특히 單審을 원칙으로 하는 중재제도에서는 당사자가 仲裁判定을 납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 仲裁判定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당사자의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직접 審理에 참석하지 않고 변호사에 의해 代理된 경우에는 仲裁判定理由가 당사자와 仲裁判定部의 대화 창구의 역할을 한다. 判定理由를 통해 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당사자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중재제도가 대체적 분쟁 해결 방안으로 발전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仲裁判定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한 현행법의 태도는 타당한 것이며 중재법 개정에서도 이 부분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2) 입법동향 仲裁判定의 이유 기재여부에 대한 각국의 입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모델법 제31조(仲裁判定의 형식 및 내용) 제2항이다. 여기서는 영미법과 대륙법의 절충으로서 仲裁判定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생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Yearbook of the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1985, Volume XVI, p.135). 지금까지 仲裁判定의 이유 기재여부에 대해서는 대륙법과 영미법 사이에 차이가 나 대륙법 국가에서는 이유 기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영미법 국가에서는 이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理由不記載가 실무관행이었던 영미법 국가에서도 오늘날 仲裁判定에 이유를 기재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대부분 이유를 기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재를 私法作用의 하나로 간주한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법원이 仲裁判定을 불신하여 적극적으로 중재에 개입해 왔다. 이에 따라 중재인들은 법원의 司法審査에서 흠이 잡히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유 기재를 회피하게 되었고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1979년 영국의 개정 중재법에서부터 이러한 관행은 깨어지기 시작하여 당사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이유를 기재하도록 규정하였으며 만일 중재인이 이를 따르지 않은 때에는 법원은 仲裁判定을 중재인에게 환송하고 충분한 이유를 밝히도록 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김선정, 이유 기재 없는 중재판정, 중재학회지, 1994, 75쪽 이하). 1996년 중재법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제54조 제4항에서 모델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和解仲裁나 당사자가 이유 생략을 합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仲裁判定의 이유 기재를 원칙으로 하였다(강병근, 1985년 UNCITRAL 모델법이 영국 중재법에 미친 영향, 중재학회지, 1997, 243쪽). 모델법을 가장 먼저 수용한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림비아 주법(B.C 주법 제31조 제3항) 역시 모델법처럼 仲裁判定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였다(장문철, UNCITRAL 모델중재법이 캐나다 중재법에 미친 영향, 중재학회지, 1997, 175쪽). 미국은 國內仲裁 대부분에서 理由不記載를 원칙으로 하였으나 모델법을 수용(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오하이오, 오리건, 텍사수 주)함에 따라 國際仲裁에서는 이유를 기재하려고 하고 있으며 1991년 AAA의 國際商事仲裁規則(제128조)은 이유기재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1998년 모델법을 광범위하게 수용하여 중재법을 개정하면서 모델법과 같이 이유 기재를 仲裁判定의 有效要件(제1054조 제2항)으로 규정하고, 理由不記載를 더 이상 取消事由로 명시하지 않았다. 종전의 법은 이유 기재를 仲裁判定의 要件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단지 이유 기재가 없는 것을 仲裁判定의 取消事由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개정법은 이유기재없이 宣告된 仲裁判定은 제1054조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제1059조 제2항 제1호 (d)의 중재절차가 本法의 규정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理由不記載를 굳이 별도의 仲裁判定 取消事由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3) 이유 기재의 정도 모델법의 영향으로 각국의 중재법에서 仲裁判定의 이유 기재를 명시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이유를 기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 점에서 우리 중재법이 이유의 要旨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다른 立法例보다 앞선 것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仲裁判定에는 법원의 判決에 상응하는 수준의 이유 기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BGHZ 96, 40; Schwab, Schiedsgerichtsbarkeit, S.181 ff.). 대부분 非法律家인 仲裁人에게 전문 법조인에게 기대되는 수의 이유 작성을 요구한다면 중재 제도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BGHZ LM§1 a KWVO Nt)그리고 仲裁判定에 이유를 가하는 것은 당사자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법원의 事後審事를 가하게 하거나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仲裁判定理由는 上級審의 事後審事를 예상해야 하는 법원의 判決과는 달라 어느 정도 최소한의 요구 수준에 달하는 정도로 충분하다(BGHZ 96, 47). 즉 仲裁判定理由는 당사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BGHZ 3. 89), 仲裁判定의 승인이 公序良俗에 반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유가 완전히 생략되거나 명확히 서로 모순되거나 主文과 상충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이유가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 仲裁判定理由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그 내용이 법적으로 옳은가는 중요하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지 이유가 기재되 었는 것으로 충분하다. 仲裁判定을 정당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정도로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면 되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仲裁判定理由 모두를 取消事由로 인정한다면 중재제도 자체가 의문시될 것이다. 따라서 大法院이 仲裁判定이 다소 부당하거나 불충분한 이유라도 기재되어 있으면 理由不記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 3. 입법론적 고찰 1) 독립된 取消事由로서 理由不記載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델법은 仲裁判定의 이유 기재를 仲裁判定의 有效要件으로서 규정할 뿐 理由不記載를 별도의 取消事由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判定에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것은 중재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일반적인 取消事由(제34조 제2항 a iv)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1998년 개정 중재법도 모델법의 이러한 태도를 받아들여 取消事由중 종전에 단순히 不適法한 節次라고만 표현하였던 것을 擊防禦方法에 대한 방해, 仲裁判定의 내용이 중재부탁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仲裁判定部의 성립과 중재절차가 법규정이나 당사자의 합의에 반하는 경우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仲裁判定에 이유를 붙이지 않은 것은 중재절차가 중재법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우리 중재법 개정을 앞두고 지금 모델법의 전면적인 수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仲裁判定의 이유와 관련하여서는 중재제도에서 判定理由가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모델법과는 달리 현행법처럼 理由不記載를 별도의 仲裁判定 取消事由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不適法한 절차에는 仲裁判定部가 適法하게 구성되지 않은 것처럼 중재절차 전체가 不適法한 경우와 개별적인 행위가 不適法한 경우와 개별적인 행위가 不適法한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後者는 항상 取消事由가 되지는 않는다. 개별적인 행위는 不適法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중요한 절차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만 取消事由로 인정되며(BGH KTS 1956, 141; Schutze/Tschernign/Wais, Handbuch des Schiedsverfahrensrechts, Rdnr. 541.), 또한 仲裁判定이 그 절차 위반에 기인하여야 한다(BGH NJW 1959, 2213). 따라서 절차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仲裁判定이 여기에 근거하지 않은 경우, 즉 절차위반이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仲裁判定이 행해졌을 경우에는 取消事由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理由不記載를 명시적인 取消事由로 규정해 두지 않으면 이유 기재가 없는 仲裁判定이 절차위반에 기인하였는지에 대해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모델법에서 理由不記載를 取消事由로 명시할 수 없었던 것은 이유 기재에 대한 각국의 태도가 다른 점을 고려한 때문이므로 이유 기재를 당연시 하는 오늘날의 國際仲裁實務에서는 理由不記載를 독립된 取消事由로 규정하는 것이 명확성의 면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2) 이유 기재의 정도에 대한 명시적 규정 仲裁判定의 이유를 어느 정도 기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프랑스처럼 법원의 判決에 적용되는 원칙이 仲裁判定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국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법원의 判決理由에 준하는 수준의 이유 기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BGH RIW 1985, 970;NJW 1986, 1436). 仲裁判定의 이유 기재는 당사자로 하여금 仲裁判定部가 判定을 내리게 된 결정과정을 알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MK-Maier, 1040§V. Rdnr.7.). 중재제도에 대해 매우 자유로운 입장을 취한 독일에서는 심지어 급박한 경우에는 중요한 단어를 열거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判示하기도 하였다(RG SeuffA66, 298). 우리 중재법 개정에서 현행법처럼 理由不記載를 독립된 取消事由로 규정하는 때에는 이유 기재의 정도에 대해 大法院 判例를 참조하여 「仲裁判定理由는 사실상·법률상 판단과정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충분하다」는 취지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며, 이는 仲裁判定理由를 원인으로 한 取消訴訟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98-09-14
1
2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