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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
소수지분권자에 대한 다른 소수지분권자의 방해배제·인도청구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① A와 B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 중 A의 지분은 甲이 단독으로 상속하고 B의 지분은 乙이 형제들과 함께 공동으로 각 상속하였다. ② 그 후 乙은 토지의 일부(7732㎡ 중 6432㎡)에 소나무를 심어 그 부분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③ 甲(2분의 1 지분권자)은 乙(14분의 1 또는 17분의 1 지분권자)을 상대로 소나무 등 지상물의 수거, 토지의 인도,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안과 같이 공유 토지의 소수지분권자(乙)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지상물을 설치하는 등 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甲)는 지상물 제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가? 또 그 근거는 무엇인가? 2. 기존판례와 대상판결의 요지 기존판례(대상판결 전의 판례)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소수지분권자(乙)에 대하여 다른 소수지분권자(甲)가 부동산 인도(또는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甲은 '보존행위로서' 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다수의견)은 위 사안에서 乙의 독점적 점유는 위법하고(기존판례도 같음), 甲은 乙의 위법한 점유를 배제하기 위하여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며(기존판례와 결론은 같으나 논거는 다름), 인도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기존판례와 결론·논거 모두 다름). 즉 원심은 기존판례에 따라 甲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으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①甲에게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없는 점, 乙에 대한 인도청구를 보존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인도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하였고 ②지상물 수거청구는 보존행위가 아니라고 보면서도(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라고 보았음) 그 청구를 인용한 결론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그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또한 대법원 2020. 6. 12.자 2020마5186 결정은 부부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아파트 중 남편의 지분에 대한 강제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아파트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부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을 신청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의 법리를 원용하면서 위 신청을 인용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3. 평석 가. 공유물 인도청구 배척의 근거 (1) 독점적 점유 권원의 부존재 대상판결은 공유물의 인도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1)甲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2)甲은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있고 乙은 점유할 권원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민법 제263조)을 침해하는 위법상태(乙의 독점적 점유) 해소의 결과 또 다른 위법상태(甲의 독점적 점유)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甲은 소유자로서 소유물반환청구권(민법 제213조)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지분 과반수의 결정(민법 제265조)이 없는 한 甲과 乙은 지분의 비율로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2)의 요건을 갖출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공유물을 무단 점유하는 제3자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어 인용될 수 있지만 공유자인 乙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배척되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인도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기존판례와 같이 甲의 인도청구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민법 제265조)에 해당한다고 보면 甲은 보존행위로서 인도청구를 할 수 있고 乙은 이를 수인하여야 한다. 인도청구의 보존행위성을 인정한다면 2)의 요건을 요구하더라도 그 요건을 갖추게 되므로 甲의 인도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공유자 사이의 인도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이러한 가능성도 차단하였다. 즉 모든 공유자가 보존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것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인데(93다54736), 甲의 인도청구는 乙의 이해와 충돌하게 되므로 보존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또 다른 위법상태의 초래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甲은 승소판결을 받아 인도집행을 신청함으로써 공유물을 인도받을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58조 제1항). 그러나 인도집행으로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또 다른 위법상태가 초래될 뿐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공유물을 점유하여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공동점유 상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행법상 공동점유 상태를 실현할 소송이나 집행방법도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4) 순환소송의 기판력 저촉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인도판결·인도집행으로 점유를 상실한 乙은 다시 甲에 대한 동일한 소송·집행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게 되고 甲에 의하여 또 다시 이러한 소송·집행이 반복될 수 있다(순환소송·순환집행). 대상판결은 기판력 제도의 본질상 순환소송이 허용될 수 없다는 점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이기택 대법관 보충의견). 나. 공유물 방해배제청구 인정의 근거 (1)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대상판결은 甲은 乙에 대하여 지상물 수거청구를 단독으로 할 수 있으며 이는 보존행위(민법 제265조)가 아니라 방해배제청구(민법 제214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공유지분권의 본질은 소유권이고 사용·수익권은 소유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권능에 속하는데(민법 제211조) 乙의 독점적 점유는 甲 등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상태 제거나 행위 금지 등을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방해배제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대상판결은 지상물 제거와 같은 공유물 방해배제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그 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인도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甲과 乙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공동점유 상태의 직접 실현 대상판결은 인도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하면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중간과정 내지 위법상태를 거치지 않고 적법한 공동점유 상태를 곧바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 적용범위 첫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乙이 공유물을 대여하여 제3자가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甲은 그 제3자를 상대로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둘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지상물제거(건물철거 등)·토지인도 청구의 경우뿐만 아니라 건물퇴거·건물철거·토지인도 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甲·乙이 각 2분의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에 乙이 무단 건축한 건물을 丙이 乙로부터 임차하여 점유하는 경우 甲의 토지인도 청구는 허용되지 않지만 丙에 대한 퇴거청구 및 乙에 대한 철거청구는 방해배제청구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라. 관리·보존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례이론 (1)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과반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민법 제265조)으로서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하므로 소수지분권자는 인도('방해배제 및 인도' 포함, 이하 같음)를 청구할 수 없다. (2)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소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이 아니며 적어도 다른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무효이다. 따라서 '과반수지분권자'는 관리행위로서 그 점유자에 대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81다653). 그러나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앞서 살펴본 바대로 보존행위나 관리행위로서가 아니라 지분권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 (3)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그 점유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적법·무효이다. 이 경우 각 공유자가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에 관하여 기존판례는 보존행위로 보았으나(66다800)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하면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 전망 대상판결에 의하면 향후 소수지분권자 사이의 순환소송·순환집행의 폐해나 소수지분권 매수인의 횡포는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다. 또한 소수지분권자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공유물의 관리방법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무단독점
방해배제청구
토지인도
토지공유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0-09-03
김동훈·金東勳 국민대법대 교수
支出費用의 賠償과 債權者의 損害輕減義務
[사실관계] 원고(건설회사)는 피고(사찰)가 1988년5월17일 소외인 A에게 사건 토지를 임대보증금 3,000만원, 임대기간 19년으로 정하여 임대하여 A가 위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고 사찰 주변이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되자 그 일대에 스포츠타운 및 오피스텔을 건축하고자 피고에게 요청하여 사건 토지를 임대하게 되었다. 피고는 선행 임차인인 A를 상대로 사건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2년6월25일 패소한 후 원고는 그와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1992년12월10일경 당초 의도했던 대로 사건 토지 위에 스포츠타운 등을 건축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하여 대지조성 및 지하굴토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1992년11월9일 A에게 사건 토지를 3억5,000만원에 매도하였고 결국 1994년10월18일 A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원고는 A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 이를 알면서도 스포츠타운 등의 공사를 계속하다가 A로부터 토지인도 및 시설물 철거를 요구받게 되어 결국 1995년4월25일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임차대지상에 스포츠타운 등 시설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용 전액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묻는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입게 된 손해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임차대지상에 스포츠타운 등 시설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용 상당액이다. 2. 과실상계에 대하여 :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더라도 이행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손해가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타운 등 공사를 위한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도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손해배상의 책임 및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評釋] I. 債務不履行의 可能性과 信賴投資의 賠償문제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의 계약이행 즉 임대차의 목적토지를 지장없이 사용·수익케 할 것으로 믿고 계약의 진행중에 목적토지에 대해 비용을 투자하였다. 이러한 투자비용 이른바 ‘신뢰투자’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들어가는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大判 2002년6월11일, 2002다2539)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진행중인 계약관계에서 채무불이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채권자의 신뢰투자는 보호되는가? 참고로 개정독일민법은 채무자의 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채권자의 지출비용의 배상을 인정하는 규정(동법 제284조)을 신설하였는데 요건으로 비용지출의 ‘정당성’(Billigkeit)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성이 인정되는 기준은 채권자가 비용지출시 채무자가 급부를 이행하리라는데 대해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가이다. 예컨대 채무자의 이행의 곤란성이 예견된다거나 계약의 유효성이 다투어지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문제들이 해결될때까지 비용의 지출을 중단할 것이 요구된다고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이행불능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라고 표현하여 이행불능의 가능성을 예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채권자의 지출은 배상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채권자의 지출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사안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법리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신뢰투자에 대하여는 비용의 지출시에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래 판례가 해온 채권자의 지출이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내에 속하는가’ 라는 지출비용의 통상성의 판단에 있어 하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II. 債權者의 損害輕減義務의 법리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를 ‘손해가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는 원고에게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비난하고 이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데 마땅히 참작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채권자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회피하거나 경감할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는가가 이론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이러한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는 영미법에서는 이른바 손해경감(mitigation)의 법리로 발전하였으며 유엔매매법(제77조)이나 최근의 유럽계약법(Art. 9:505)등에서 규정되어 있고 독일민법도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Schadensminderungspflicht)를 정하고 있다(동법 제254조 제2항). 이미 우리 판례도 다양한 유형에서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할 의무를 채권자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채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매도인이나 수급인이 하자있는 물건이나 완성물을 인도한 경우에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하자를 보수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하자가 확산된 경우 등에 매수인의 이러한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 다수의 사례들이 있다(大判 1993년11월23일, 92다38980, 大判 1990년3월9일, 88다카31886). 또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중단시 즉시 해제하고 제3자와의 잔여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이를 지체한 경우에 지체기간에 상응하여 지체상금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였다(大判 1999년10월12일, 99다14846 등). 또는 채무자의 불이행시에 채권자는 잔여재료나 유휴노동력을 적절히 처분 또는 활용하여 손해를 줄여야 하며 채권자가 태만이나 과실로 인하여 얻지 못한 소득은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공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大判 2002년5월10일, 2000다37296). 사안에서도 법원은 채권자에게 손해의 확대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감액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를 위해 기존의 판례들과 같이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채권자의 행태를 일괄하여 채권자의 과실로서 파악하는 것은 이에 관한 실제적인 법리의 발전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첫째로 채권자의 손해경감은 이미 발생한 불이행에 대해 그로 인한 손해를 감소시키는 합리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데 비해, 과실상계의 법리는 채무불이행의 발생 자체에 채권자의 부주의가 기여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는 채권자의 과실의 법리보다는 손해배상의 범위의 제한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사안처럼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문제되는 경우에 채권자의 행위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가게 되면 채권자의 과실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부적절해진다. 행위주체에게 어떠한 행위의무가 부과되지 않고 단지 자신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하여 손해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리를 과실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기 쉽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과실상계의 법리를 제한없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과실상계이론을 적용하여 법원이 적절하게 채무자의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법원에게 계약당사자간에 합의된 위험의 분배를 변경하는 권한을 허용하고 계약책임의 예측가능성을 해하는 면이 있다. 계약상의 채무의 이행여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결과의 달성여부 또는 계약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채무자가 다하였는지 등 채무자의 행태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데, 채권자측의 행태를 이와 동가치의 의미를 갖는 과실로서 파악하여 법원이 그것을 불이행책임의 여부와 금액을 정하는데 채무자의 항변도 필요없이 임의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책임에 있어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민법상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의 법리를 인정한다면 이는 어디에 근거지울수 있는 것인가가 문제된다. 그것은 제393조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즉 통설은 제393조를 상당인과관계설에 입각하여 해석하면서 인과관계의 상당성의 판단기준으로서 개연성 이외에 규범목적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수용함으로써 상당성의 내용을 풍성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이은영, 채권총론 289면). 바로 이러한 상당성의 내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채권자에게 손해를 경감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될 수 있었는가 즉 손해의 회피가능성이 또 하나의 요소로서 추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한 판례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영업손실 상당의 손해는 원고가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탓에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大判 2002년5월24일, 2000다42540)고 한 것은 흥미롭다. 결국 채무불이행에 있어 과실상계가 적용되는 경우는 불이행 자체의 발생에 대하여 채권자가 공동의 원인제공자인 경우에 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채무불이행의 발생후에 채권자가 불이행의 결과를 악화시키거나 또는 손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적극·소극의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는 이를 ‘회피할 수 있었던 손해’로 보아 인과관계의 상당성이 부인되어 제393조 상의 손해배상의 범위안에 들지 않는다고 구성하는 것이 좀 더 명쾌한 이론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200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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