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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9.21. 선고 2023두39724판결
'텔레비전방송수신료부과처분취소'에 대한 헌법적 고찰
Ⅰ. 서설 최근 대법원은 “시원적 행정주체인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처분청은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매우 유의미한 판결(대법원 2023.9.21. 선고 2023두39724판결, 이하 ‘본 판결’이라 약칭합니다)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본 판결에 대한 사건의 경위 및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 헌법재판소에서 강조한 행정작용에 대한 적법절차원칙의 중요성 그리고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당사자라는 지위로서의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원칙이라는 논리와의 정합적 맥락에서 본 판결의 헌법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Ⅱ. 사건의 경위 대한민국은 “한국방송공사(KBS)로부터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가 공군 부대에 TV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의무(§21), 의견제출기회의 보장(§22) 및 행정처분의 이유제시 (§ 23)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하다”라는 이유로 한국방송공사(KBS)를 피고로 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영내 독신자숙소 및 외래자숙소에 위치한 TV 수상기에 부과된 수신료 260여 만원의 부과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Ⅲ. 판결의 내용 원고 대한민국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습니다. 이에 피고 한국방송공사(KBS)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인의 범주에서 국가를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행정절차법의 예외 사유에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바,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처분도 행정절차법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논지 하에 한국방송공사(KBS)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절차법의 규정과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라는 1심과 2심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입니다. Ⅳ. 판결의 의미 1. 적법절차원칙의 보편적 규범성 확인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 법제에 있어 영미법계의 적법절차원칙은 다소 어색한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제331조 단서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헌재 1992. 12. 24. 92헌가8) 결정에서 적법절차원칙을 과잉금지원칙과 독립된 위헌심사기준으로서 신체의 자유 영역을 넘어서 국가의 모든 공권력 작용을 지도하는 헌법 원리로 설시한 이래로 행정작용 전반에 대한 제한 및 심사기준으로서 적법절차원칙를 원용하고 있습니다. 적법절차원칙은 현재 형사절차와 관련된 사건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공무원의 징계처분 등에서 적정성의 통제원리로, 조세법률주의 같은 실체적 합법성의 통제원리로 각각 적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국회의 입법 작용에 대해서도 적법절차원칙의 준수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즉 적법절차원칙은 우리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국가작용 전반에 관한 일반적 규범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2023. 3. 24.) 개정 및 시행되고 있는 행정절차법(§22①3호)은 ‘인허가 등의 취소, 신분·자격의 박탈 등의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청문을 시행’하도록 개정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하에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적 규범성’과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으로서의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적법절차원칙은 행정의 법률적합성(행정기본법 §8)을 구성하는 핵심적 통제원리로서 그 체계적 지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 판례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적법절차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의무가 준수되어야 함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당사자인 국가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실현 최근 헌법재판소 (헌재 2022. 2. 24. 2020헌가12)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가집행선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행정소송법 §43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라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재산권의 청구가 공법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만으로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에서 국가를 우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집행가능성 여부에 있어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가 당사자소송의 피고인 경우 가집행의 선고를 제한해, 국가가 아닌 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가 피고인 경우에 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본 결정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서 대등한 지위의 당사자에 불과한 국가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본 판결은 통상적으로 행정기관의 국민에 대한 침익적 처분에 의해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가 아니라, 국가가 행정기관의 침익적 처분의 수범자가 되는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적 수범자와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최근 판례의 흐름은 국가가 침익적 행정처분과 소송의 당사자인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 판결은 그러한 판례의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TV수신료
방송법제64조
국가
당사자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2023-11-05
행정사건
-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두40720 판결 위반차량운행정지취소 등 -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① 행정쟁송에서 집행정지의 종기를 둘러싼 법적 쟁점
한국행정법학회가 법률신문 독자들을 위해 주요 행정사건 판례를 분석한 행정판례평석을 연재합니다. 김용섭 회장을 시작으로 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계·실무계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 사실관계 1. 원고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군수이다. 피고는 2015. 6. 8. 원고에 대하여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였다는 이유로 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2021. 7. 27. 법률 제183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60일(2015. 7. 13.부터 2015. 9. 10.까지)의 운행정지 처분을 하고,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고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6개월(2015. 7. 13.부터 2016. 1. 13.까지)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을 하였다. 2.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관할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15. 7. 13. 위 각 처분의 집행을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집행정지결정을 하였다가 2015. 8. 31.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의 취소 청구는 기각하고, 위 운행정지 기간은 30일로 감경하는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이하 위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과 위와 같이 감경되고 남은 운행정지 처분을 합하여 ‘선행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선행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별도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3. 피고는 2015. 9. 22. 선행처분의 집행을 피고와 A주식회사 사이의 이와 유사한 사건의 관할 행정법원 2015구합1245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유예 통지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관할 행정법원은 2016. 1. 13. 위 사건에 관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020. 3. 5. 원고에게 선행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각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30일(2020. 3. 6.부터 2020. 4. 4.까지)의 운행정지, 6개월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를 하겠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른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은 결정 주문에서 정한 종기까지 존속하고, 그 종기가 도래하면 당연히 소멸한다. 따라서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하면,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집행정지결정 당시 이미 일부 집행되었다면 그 나머지 기간)은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한다. 이는 처분에서 효력기간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를 정해 두었는데, 그 시기와 종기가 집행정지기간 중에 모두 경과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한 경우에는,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 재결의 효력이 발생하므로(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부활한다. 2.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처분으로써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할 수 있다. 이는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집행시기만을 변경하는 후속 변경처분이다.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 관한 일반법리에 따라 상대방에게 고지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위와 같은 후속 변경처분서에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특정하는 대신 당초 제재적 행정처분의 집행을 특정 소송사건의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면, 처분의 효력기간은 원칙적으로 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이 정지되었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다시 진행된다. 다만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 권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인정된다.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경과하면 그로써 처분의 집행은 종료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이므로(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 참조), 그 후 동일한 사유로 다시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한 이중처분에 해당한다. Ⅲ.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석 1. 집행부정지 원칙과 집행정지제도 행정심판법 제30조와 행정소송법 제23조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집행부정지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집행부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집행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어느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는 각국의 실정에 따른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행정소송에서의 집행부정지 원칙은 남소를 억제하여 행정의 원활한 집행과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현 상태(status quo)의 존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행정쟁송을 통하여 제재적 행정처분을 다투려고 하는 당사자는 그 제재적 처분기간이 경과하면 일반적으로 본안에서 소각하 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당사자는 가구제의 일종인 집행정지제도를 활용하여 본안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 실무관행과 대상 판결의 문제점 현행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에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행정법원의 일반적 실무 관행은 “본안판결 선고시까지”로 하고 있다. 법원은 개별적인 사건을 고려하여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또는 “본안판결 선고일부터 1월까지” 등으로 신축적으로 재량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편, 행정심판위원회의 경우에는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이 있을 때까지로 하는 것이 실무관행이고, 재결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실무관행과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당사자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본안에서 승소하였음에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인 판결선고일에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법원에서 직권으로 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판결선고일에 영업정지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영업을 중단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본안에서 패소한 경우 당사자는 영업중단에 대비하는 조치를 곧바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판결선고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 도래로 곧바로 종전 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선 처분청은 별도의 의사표시로 처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하고 심지어 집행정지의 효과를 지니는 처분까지 행하는 실정이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편법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가 판결선고일인 경우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은 판결 선고일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시로 한 경우 그 시점은 재결을 한 날이 아니라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로 보고 있다.(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러나 이러한 행정심판법의 법문을 확장하는 대법원의 해석은 당사자의 권익을 고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재결서의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시점을 행정청이 정확히 알기 어려워 처분 효력의 재개 시점이 불명확하여 행정처분의 원활한 집행을 통한 공익실현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3.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입법방향 가. 입법론과 비판 : 학계 일각에서 법원의 실무관행인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선고시까지’로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판결확정시까지’로 행정소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목할 만한 입장이 개진된 바 있다. (류광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대한 검토”, 인권과 정의 통권 제446호, 2014. 65-77면, 제20대 국회 오제세의원 대표발의 행정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참고). 그런데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까지로 법제화할 경우에는 법원이 집행정지제도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운영하게 되어 당사자인 국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로 정하는 경우 승소한 원고를 보호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승패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에 있어서 1심법원이 항소심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권한을 선취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소송법에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 까지로 명문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나. 결론 및 대안 : 따라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각각 실무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 검토사항이다.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하여 법제화하려면 국민의 권익구제와 원활한 행정목적 실현의 조화 측면에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집행정지
행정소송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23-02-16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 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 -
특허사건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확정된 정정과 재심 사유 여부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15년 12월 24일 피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라는 이름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진보성 부재를 이유로 등록무효심판(2015당5713)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불복소송에서 특허법원은 2016년 10월 21일 진보성을 부정하면서 심결을 취소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6년 11월 4일 상고하면서 2016년 11월 28일 문제가 된 청구항에 대해 정정심판 청구를 하였고 특허심판원이 2017년 2월 8일 정정을 받아들이는 심결을 하여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Ⅱ.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① 특허가 무효라는 특허법원 판결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는 중에 해당 특허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해당 판결에 대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가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 해 온 종전 판례들을 변경한다. ② ⅰ)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란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해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증거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ⅱ)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ⅲ) 특허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 청구를 통해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음에도 사실심 변론종결 후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그 밖의 논거들에 대한 소개는 생략). ③ 이런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특허권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특허권자로서는 특허권에 대한 정정심판청구, 정정청구를 통해 그런 무효사유를 해소했거나 해소할 수 있다는 사정을 재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의 종국판결이 확정되거나 그 확정 전에 정정의 재항변을 제출하지 않은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 정정심결의 확정을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Ⅲ. 평석 엄밀히 살펴보면 대상판결은 두 가지 유형의 소송에 대해 정정이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즉, ⅰ) 특허무효 등 심결취소소송과 ⅱ) 특허침해나 권리범위확인 관련 소송이다. 정정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취급하지 않는 논거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과 ⓑ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관하여 특허법이 원처분(특허등록)에 대한 다툼을 반드시 심판에 의하도록 하고 다른 형태의 불복을 허용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그 실질상 원처분에 대한 불복으로서 일체·연결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무효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에서 대상판결의 ⓐ 논리는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있다. 정정제도가 특허권자에 의해 무효분쟁에서 절차 지연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면에서 ⓑ 역시 타당한 법리 설시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에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종전 청구항을 기준으로 상고심을 진행함에 따라 해당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정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는 무효로 소멸하고(이기택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상고심이 원심의 결론과 달리 정정 전 특허가 유효라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면 환송심은 정정 후의 특허를 기준으로 유·무효를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2. 침해소송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 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 ⓑ 법리를 모두 특허침해소송 등의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정정이 확정된 때에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문제이다. ⓐ의 경우 해당 특허 자체의 유·무효가 문제 되는 무효소송과 달리 침해소송의 소송물을 생각하면 해당 특허의 유·무효와 그 내용은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일 뿐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침해소송 등에서는 대상판결의 법리 중 ⓑ만이 유효한 근거로 남는다고 해야 한다. 특허권자는 침해소송 과정에서 해당 특허의 무효가 예상되는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정정심판청구(혹은 정정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침해소송의 피고가 해당 특허에 무효사유가 명백함을 이유로 권리남용의 항변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재항변 사유로서 '장차 정정을 통해 무효사유가 치유될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이른바 '정정의 재항변'). 문제는 특허권자가 침해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전까지 정정절차를 밟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았다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정정을 이유로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정정의 재항변' 개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를 논거로 이를 불허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침해소송 판결이 확정된 이후 재심사나 정정을 통해 특허의 유·무효나 권리범위가 바뀌더라도 확정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특허침해 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하거나 정정하는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침해소송의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일본 특허법 제104조의4).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권자가 침해소송 과정에서 피고의 무효 주장에 대응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은 채 청구항의 유지를 시도하다가 결국 무효 사유가 인정되어 청구기각을 당하자 비로소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권리범위를 확보한 뒤 재심으로 판결 번복을 시도하는 것 등을 막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한도에서 대상판결의 취지는 적절해 보인다. 3. 문제점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대해 앞서 본대로 대상판결의 ⓐ, ⓑ가 모두 법리상 근거는 있다고 하더라도 ⓐ 논거는 여전히 실천적 문제를 남긴다. 즉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이루어진 정정은 일도양단적으로 배척되고 정정 전 청구항만을 근거로 원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결과 상고심에서 정정 전 청구항이 무효로 확정되면 무효를 극복하기 위해 수행된 정정은 의미가 없어지고(정정과 무관하게 해당 번호의 특허는 무효로 된다고 하므로) 반대로 정정 전 특허가 유효하였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정정을 통해 축소된 권리만 존속하게 되는 일도 예상된다. 권리자가 사실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뒤늦은 정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별적 사정이 있더라도 일절 고려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이다. 이는 모두 상고심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의 정정에 대해 일괄적으로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정정 전 청구항을 기초로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반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이루어진 정정에 관해 ⓑ의 시각을 기본으로 그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런 문제점은 적절히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상고심 계속 중인 특허에 대해 정정이 확정되더라도 '당사자가 상소로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렇지 아니하다'는 재심의 보충성 규정(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취지를 유추하거나 소송상 신의칙을 적용하여 재심사유 존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취한 절차상 태도 등을 신의칙에 입각해 파악한 뒤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으로써 정정 후 청구항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정 전 청구항을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의 정정을 종전 판례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로 보거나, 대상 판결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는 대신 상고심이 이를 '개별화·상대화' 하는 셈이다. 한편 침해소송에서는 본디 대상판결의 ⓐ 논거는 적용될 여지가 없고 ⓑ 논거만이 유효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요컨대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의 재심사유 여부 판단 시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소송상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거(ⓑ)는 합당하지만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거(ⓐ)는 법리적·실천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발명
특허심판원
특허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0-10-08
- 미국연방대법원 Kisor v. Wilkie 판결(588 U.S. 2400, 2019) -
기로에 선 행정청 존중원칙
1. 배경과 사실관계 미국연방대법원은 의회가 제정 또는 개정한 법률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연방행정청 또는 독립규제위원회 등의 행정입법(rule-making) 이나 행정처분 (adjudication)에 대한 완화된 사법심사를 통하여 정부의 권한을 존중하는 오랜 사법적 관행과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1984년 Chevron 사건과 1997년 Auer 사건을 통해서 잘 알려진 행정청 존중의 원칙(Agency Deference)은 내용이 모호한 법령에 대한 행정청 스스로의 해석이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행정부의 행위를 감시해야 하는 연방법원이 사법권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점에서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본 평석의 대상인 Kisor v. Wilkie 사건에서 미국연방대법원은 대법관 5대4로 간신히 행정청 존중의 원칙을 재확인하였으나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그 존속을 확신할 수 없는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와 평가는 별도의 학술지를 통하여 기고할 예정이다. 이 사건 원고인 James Kisor는 베트남 참전 해군 퇴역군인으로서 참전으로 인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82년 미국 제대군인청(United State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VA)을 상대로 장애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제대군인청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장애급여 신청을 거부하자 원고는 2006년 다시 한 번 베트남전 당시 자신의 복무기록 등 1982년 당초의 급여신청에는 포함하지 않았던 서류를 추가하여 제대군인청의 거부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제대군인청은 새로 추가된 서류 등을 근거로 하여 장애급여를 인정하였으나 최초의 급여신청일인 1982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지급시기는 1982년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새로 신청한 2006년을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제출한 새로운 서류를 바탕으로 피고가 1982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피고 기관에 설치된 제대군인 급여심사위원회(The Board of Veterans Affairs)는 장애급여를 규율하는 피고기관의 규정(공식 복무기관의 유관 기록, relevant official service department records)의 해석에 따라서 원고가 2006년 제출한 새로운 서류가 1982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하기에 무관(not relevant)하다고 판단하여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원고가 제대군인 문제만을 전속관할로 하는 연방 제1심법원(The Court of Appeals for Veterans Claims)과 항소법원(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연방대법원 판결 1)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Kagan 대법관이 작성하였는데, 행정청 존중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이 문제를 상세하게 검토하지 않고 피고의 해석과 결정이 만연히 선례에 따른 것이었다는 항소심판결을 심리불충분이라는 이유로 파기하면서 환송하였다. 법원은 행정청의 결정을 존중하기에 앞서 행정입법의 문언·구조·역사·목적 등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행정입법의 내용이 진정으로 모호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행정청의 해석과 결정이 합리적인 해석의 범위에 있는지를 심사하여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법원은 모호하고 불명확한 규정에 대한 해석이 일회적인 것인지 아니면 유사한 사안에서 일관되게 행정청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지, 더 나아가 이와 같은 해석과 처분이 행정청의 일상적인 업무수행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모두 소진하고 심사숙고한 결과로 이루어진 실체적인 결정인지에 대하여도 검토하여야 한다. 즉 행정청 존중 원칙은 첫째, 의회 또는 행정청이 제·개정한 법령의 내용이 '진정으로 모호해야 하며(genuinely ambiguous)', 둘째, '행정청의 해석이 합리적이어야 한다(must be reasonable)'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다. 2) 소수의견 소수의견을 제시한 Gorsuch 대법관을 비롯한 네 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연방행정절차법 제706조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해석론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 규정은 "행정청의 행위에 대한 심사를 행하는 법원은 문제되는 '모든 관련되는 법적 쟁점(all relevant questions of law)'에 대하여 검토하여야 하며, 만약 행정청의 행위가 법령의 규정에 반하는 경우에는 이를 위법으로 판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원의 입장에서 행정청의 해석이 최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정청 존중이라는 원칙에 매몰시키는 것은 연방행정절차법 제706조가 규정하는 '모든 관련되는 법적 쟁점에 대하여 검토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위반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수의견은 미국헌법 제3조에 따라서 미국의 사법권은 연방대법원과 하급 연방법원에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수의견은 헌법 제3조에 위반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한다면 행정청 존중원칙은 법관 자신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행정청이 말하는 것을 법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되면 법관은 행정청이 법률해석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에도 그에 따르도록 스스로를 맞추는 방식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라는 강요에 굴복하는 결과가 된다. 3. 평석 정부 또는 정부기관, 행정청 등이 헌법상 위임입법을 위한 조항에 의하여 행정입법을 하거나 법령에 따르는 해석과 일정한 처분을 내리는 경우 헌법과 법률의 하위규범에 대한 법원의 통제와 처분 등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법원이 행정입법, 행정청 해석과 결정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고려하는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는 오늘날 권력분립이 보편화된 법치국가에서 행정법이 당면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지난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Kisor 사건을 주목한 것은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이 사건의 해결에는 권력분립과 행정절차법 등 실정법은 물론 행정법 체계의 기본 구조와 원리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례법 국가로서 '선례구속의 원칙'이 적용되는 미국에서 이른바 '행정청 존중'이라는 원칙하에 확립된 Auer Deference와 이 사건에서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더욱 중요한 비중을 가진 Chevron Deference에 이르기까지 관련 선례의 유지 여부에 대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간의 논쟁은 행정법의 근본 문제에 대한 향후 이정표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외국학자에게도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Kisor 사건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충돌은 현재 미국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의 이념적 지향성의 대립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른바 텍스트주의(Textualism)를 자처하는 미국의 보수적인 법학자들은 헌법상 엄격한 권력분립과 연방행정절차법을 근거로 이제는 법원이 텍스트에도 등장하지 않는 행정청 존중이라는 행정부 우위형, 행정국가 추종론에서 벗어나서 헌법과 법률에 따르는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 하여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시장주의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의 자유주의적 보수진영이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지향을 자신들이 원하는 분위기로 바꾸도록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물론 보수성향의 연방대법관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상 미국헌법과 연방행정절차법의 규정 자체만을 놓고 보면 Gorsuch 대법관 등의 소수의견이 텍스트의 해석에 보다 부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들 대법관들은 향후에도 공세적인 입장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향후 연방대법원이 Auer Deference나 Chevron Deference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중(Deference)이라는 용어를 포기하여야 할지도 모른다. 존중이라는 용어는 상대방에게 나의 나약함을 고백하고 그에게 일정한 길을 인도해 줄 것을 요청하는 양보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존중이라는 용어보다는 법원이 행정청의 전문적인 입법행위, 해석론, 결정 등에 대한 사법적 심사의 결과 그것이 허용 가능한 범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를 '수용(Acceptance)'하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은 어떨까? 수용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법원이 무엇이 법인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심사를 사실상 회피한다는 반대론자들의 집요한 공격에서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행정청 존중이건 수용이건 사용하는 용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그 실체적 요건과 사유가 얼마나 정밀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소송당사자는 물론 미국 법조계와 학계 그리고 국민들에게 행정청 존중 독트린의 존속과 결별이라는 기로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김성수 교수(연세대 로스쿨)
김성수 교수(연세대 로스쿨)
2020-04-02
행정사건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法博, 변호사)
대형마트 영업제한
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Ⅰ. 대상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동대문구청장은 2012. 11. 14. 원고 롯데쇼핑, 이마트 등에 대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동대문구 내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정하고,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 처분은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 유통산업발전법(2013. 1. 23. 법률 제11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조의 2 ①시장· 군수·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영업시간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 ②영업시간 제한은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할 수 있으며, ③의무휴업일 지정은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할 수 있고, ④위와 같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에 필요한 사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에 기한 것이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하여 원고들이 항소하였고, 2심 서울고등법원은 위 영업제한이 위법한 처분이라며 1심을 취소하여 피고 측이 다시 상고한 사건이다. 2.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12.12. 선고 2013누29294 사건 판결 요지 원심은, 원고들 운영 대규모점포는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점원이 제품의 양을 덜거나 계량하여 포장해주고 있고, 제품을 즉석에서 가공?손질하여 제공하고 있는 등의 영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 대규모점포 내에 임대매장이 입점 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병원, 미용실, 식당 등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는 매장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토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이 되는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려면 대규모점포가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있음은 물론, 점포의 실질이 법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여야 함을 전제로, 원고 대규모점포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나아가 용역제공 장소 부분은 그 성격상 용역의 제공 장소일 뿐 상품을 소매하는 대규모점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대규모점포 내에 입점 된 임대매장들에 대해 피고가 처분사전통지, 청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행정처분 절차상 하자가 있다. 마지막으로, 피고가 처분을 함에 있어서, 공?사익의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함으로써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해태하였고, 원고들의 영업의 자유 침해 등 불이익이 처분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중대하여 비례원칙을 위반하였으며,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 및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시장접근 제한금지 조항을 위반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3. 대법원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요지 대규모 점포가 그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는 이상, 대규모점포에 속한 임대매장 등 개별 점포의 실질을 따로 살필 것 없이 대규모점포는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인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직영하는 준대규모점포도 그 처분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점포 중 임대매장이 존재하더라도 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의 상대방은 오로지 대규모점포 개설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절차도 원고들을 상대로 거치면 충분하고, 임차인을 상대로 별도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나아가, 비례원칙 위반 등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 사건 조항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의 규제가 일반적?통상적 시장상황 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공익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규제입법에 해당하고, 행정청에게는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규제 수단의 선택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은 대체로 유사한 내용의 규제에 이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들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해태한 위법, 이익 형량에 관한 비례원칙 위반 등의 위법,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및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등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 (2) 소수의견 요지 대형마트 개설 등록의 범위와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의 범위를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고,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는 대규모점포 개설자 등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그 근거 규정을 엄격히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대형마트 내 용역제공 장소는 대형마트 개설자가 아닌 중소상인들에 의해 임대매장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형마트 개설자와는 달리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의 매장 중 상품판매 장소라고 봄이 타당하고, 용역제공 장소에 대하여는 그 실질이 상품판매 장소에 해당하는 경우 등과 같이 이를 상품판매 장소와 마찬가지로 규제하여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그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행정청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상품판매 장소와 함께 용역제공 장소까지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으로 모두 삼았다면,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처분은 규제의 대상 내지 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Ⅱ.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률적 쟁점은 처분대상의 오인 여부, 절차상 하자,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 등 3가지이다. 그 중 처분대상의 오인여부와 절차상 하자 문제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와 관련하여 내부에 입점한 임대점포도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영업규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즉, 대형마트의 개설자가 아닌 임대점포는 영업규제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중소유통업자로서 그 규제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임대점포 측과 그 배후의 대형마트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서는 임대점포 역시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있는 이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소상공 사이에서 고민하던 지자체가 결국 이들을 포함하여 규제하기에 이르렀고, 원심은 이를 위법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당한 것이다. 2. 검토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영업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먼저, 임대점포 제외 여부와 관련하여, 법상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재량의 범위는 영업시간 범위와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것일 뿐, 대형마트는 그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그 제한대상을 임의로 구분할 할 수 없다고 보아 법규에 '대형마트의 전부나 그 일부에 대하여'라고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영업제한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리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 만약 임대점포를 제외하면 대기업으로서는 임대점포 형식을 취하여 실질적으로 영업규제를 회피할 수 있으며, 임대점포주가 중소유통업자라고 하더라도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있는 이상 그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여부와 관련하여, 대형마트에 대해 밤 12시 이후에는 영업하지 말고, 한 달에 이틀을 쉬라는 정도의 제한만으로는 비례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특이한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서, 자영업자 비율이 미국은 6.8%, 독일과 일본도 각 1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8%나 되고, 생활밀착형 업종의 인구 천 명 당 업체수도 미국의 10배 이상으로 이미 과도한 경쟁 중인 상황에서 몇몇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SSM은 이들 자영업자에게 생존의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대형마트가 창출하는 고용이나 창업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 파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감안하면 고용 측면에서 대형마트 진출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곧 빈곤층의 증가를 의미하여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근원이 되는 세금은 줄고, 의료·실업 등 복지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결국, 다수의견이 설시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서 이익형량이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다. Ⅲ. 결론 이상의 엇갈린 판결은 대형마트의 임대점포를 둘러싼 법해석에 관한 것으로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등 중소유통업의 보호라는 정책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방식으로 실현함으로써, 보호받는 업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업자가 나뉘게 되고, 이는 곧 영업규제의 범위로 이어져 그에 관해 원심과 대법원 상호간에 서로 다른 법해석을 한 것에 기인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법해석을 한 이유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체계적이지 못한 업태 분류와 그 기초가 되는 매장의 정의 등 기본적으로 고민하여야 할 부분이 여전히 정리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은바, 다시 한 번 체계적인 매장의 정의를 비롯하여 소매업태의 분류 등의 정비작업이 조속히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동지; 김천수, '대형마트의 임대점포가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유통법연구, 2014. 8, 70면 이하 참조)
대규모점포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시간제한
2016-02-01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학과)
계획변경신청거부의 허용에 관한 문제점
Ⅰ. 사실관계 (1) 甲조합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X시 ○○구 임야 3만8728㎡ 외 3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乙시장은 甲조합에게 도시계획시설의 해제신청권이 없음을 이유로 거부회신을 하였다. (2) 이에 甲조합은 乙시장의 거부회신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여 乙시장의 회신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같이 당해 도시계획시설결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으로서는 도시시설계획의 입안권자 내지 결정권자에게 도시시설계획의 입안 내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 또한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소재 사회적 리스크(risk)를 줄이기 위한 행정계획의 특성상 계획의 '보장'이라는 측면과 계획의 '변경'이라는 측면이 늘 긴장·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문제는 계획보장청구권의 문제이고, 후자는 계획변경청구권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종래 국민에게는 원칙적으로 행정계획의 변경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 있다. 즉 "도시계획과 같이 장기성·종합성이 요구되는 행정계획에 있어서 그 계획이 일단 확정된 후에 어떤 사정의 변동이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에게 일일이 그 계획의 변경 또는 폐지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해 줄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1192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에서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적 판결이 확대되고 있어,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에 대한 법리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2. 계획변경신청(청구)권의 허용 여부 계획변경신청(청구)권의 허용 여부에 대하여 학설은 대립하고 있다. 위 판례와 같이 도시계획입안의 '제안'권이나 재판청구권의 보장 등을 이유로 계획변경신청권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유력하다. 즉 이러한 도시계획변경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행정청에 계획의 형성적 자유(소위 계획재량)를 보장한 계획의 법리에 모순되며, 이를 확대하는 경우에는 계획재량을 부당하게 제약하여 난개발을 허용할 우려도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이에 대한 상세는 졸고, '계획변경청구권의 법적 쟁점', 토지공법연구 제48집, 2010. 2, 49-68면 참조). 한편, 대법원은 계획변경청구권을 부인하면서도, 대상판결 이전에도 주민들의 도시계획입안제안권에 근거하여 예외를 허용한 바 있다. 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른 주민의 도시관리계획변경에 대한 입안의 거부행위가 관계 규정에 따라 법규상 신청권이 인정되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두1806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도시관리계획 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의 납골시설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의 입안제안을 반려한 군수의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두5745 판결). 판례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첫째, 변경신청거부가 사실상 수익처분의 거부에 해당하는 경우에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판결). 즉 도시이용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당해 행정처분 자체를 거부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신청인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둘째, 도시계획결정의 지정해제 신청에 대한 거부회신의 경우에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즉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있는 토지소유자 등으로서는 위 보호구역의 지정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판시하였다(위 2003두1806 판결). 이러한 입장은 완충녹지지정의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두5806 판결). 그 밖에 위 2010두5806 판결에서는 재판의 전제도 되지 아니한 장기미집행의 도시계획시설의 경우에 대해서도 이러한 예외의 법리를 적용하여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적 법리를 공식화하여 이를 확대하는 판례의 입장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계획변경신청권을 인정하는 견해는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으나, 이러한 법리를 인정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거의 없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Stuer, Bau- und Fachplanungsrecht, 4. Aufl., 2009, Rn. 1173),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안을 제출하는 경우에 그 계획의 확정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대상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해관계인을 포함한 주민은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제안권'만 가지고 있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 참조). 이러한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 받은 자는 그 처리 결과를 제안자에게 알려야 하지만(동조 제2항), 이러한 제안권 자체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권을 제약하는 해석은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計劃高權·Planungshoheit)을 중대하게 제약할 수도 있다. 도시계획의 '입안권'과 '결정권'은 계획행정청의 형성적 자유(Gestaltungsfreiheit)에 관한 것이다. 계획변경청구권에 상응하는 계획보장청구권도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손해전보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견해이다. 둘째, 계획의 '신청권'은 계획의 '청구권'과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판례는 거부처분의 신청권, 즉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청권의 개념은 학계에서 '원고적격' 내지 '본안문제'와 혼동의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따라서 이러한 신청권을 근거로 계획변경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계획변경'신청'권의 용어도 엄밀한 의미에서 적절하지 않고, 이러한 용어에서 개인의 주관적 공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요컨대 위에서 설시된 예외에 관한 판례들의 입장은 구체적 타당성을 앞세운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예외의 법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위 완충녹지지정의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거부회신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 '형량명령'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위 대법원 2010두5806 판결). 이러한 해석은 형량명령의 법리에 관한 오해이며,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3. 결론 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를 확대하여 인정하는 판례이론은 무리한 법리의 적용이며 모순이다.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판례의 논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적 논거나 행정계획의 법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 등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계획변경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행정청의 형성적 자유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을 중대하게 제약할 수 있다. 생각건대 쟁송제기기간이 도과하지 않는 한, 도시계획결정 그 자체를 다툴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계획변경의 문제는 실제 '불가쟁력'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다른 방식으로 권리구제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확정된 도시계획결정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에 실효의 법리나 손실보상 등의 논거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점은 대상 판결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군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7조),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8조)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장기미집행의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는 이러한 조항을 충분히 적용하여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수 있다. 독일의 Schmidt-Aßmann 교수는 "행정법의 개혁은 처음부터 행정법의 도그마틱(Dogmatik)"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Ders., Verwaltungsrechtliche Dogmatik, Tubingen 2013, S. 3). 이러한 행정법의 도그마틱은 대부분 '행정작용론' 내지 '행위형식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행정계획은 특수한 행정작용의 하나이다. 대법원은 동아시아의 국가 중에서 가장 진취적으로 행정계획의 법리를 수용하여 발전시켰고, 지금까지 상당한 이론적 발전을 거둔 바 있다. 향후 행정계획에 관한 보다 정치(精緻)하고 발전된 법리를 담은 대법원 판례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15-07-13
김범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선행 과세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 선고된 경우 후행 체납처분의 효력
Ⅰ. 대상판결 -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의 개요 1996. 1. 1.부터 1997.12. 31.까지 원고 갑의 부(父) 을은 A 회사 발행주식 180,000주 중 67%인 120,800주를, 원고 갑은 3%인 5,400주를 각 소유하고 있었다. 피고는 A회사에 대하여 1996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및 1997년 1기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으나 A회사가 이를 체납하고 그 회사 재산으로는 위 체납 국세 충당액에 부족하자, 을과 갑 등이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비속으로서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다목이 정한 제2차 납세의무자(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원고 갑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갑에게 위 체납 국세 전액(1996년도 귀속 법인세 850,765,230원, 1997년 1기분 부가가치세 528,406,660원)을 납부하도록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1998. 5. 28. 이 사건과 무관하게 서울고등법원이 위헌제청 한 97헌가13 결정 사건에서 위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다목에 대하여, 조세평등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고 과점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05. 10. 11. 당시 체납 중이던 체납액 및 결손액 합계 1,462,796,580원을 징수하기 위하여 원고 갑 명의의 예금채권을 압류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압류등무효확인 소를 제기하였다. 이를 시간적 경과에 따라 요약하면, ① 과세처분 → ② 과세처분 확정 → ③ 과세처분의 근거법률 위헌 결정 → ④ 압류처분 → ⑤ 납세의무자의 압류등무효확인의 소 제기 이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헌결정의 기속력과 헌법을 최고규범성에 비추어 국가 등은 위헌으로 선언된 법률규정에 근거하여 새로운 행정처분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위헌결정 전에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에 기한 후속처분이라도 그것이 새로운 위헌적 법률관계를 생성·확대하는 경우라면 이를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조세 부과 근거 법률이 위헌 선언된 경우, 비록 과세처분이 위헌결정 전에 이루어졌고, 과세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이 이미 경과하여 조세채권이 확정되었으며, 조세채권의 집행을 위한 체납처분의 근거규정 자체에 대하여는 위헌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하더라도, 위헌결정 이후 조세채권의 집행을 위한 새로운 체납처분에 착수하거나 이를 속행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나아가 이러한 위헌결정의 효력에 위배하여 이루어진 체납처분은 그 사유만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 소수의견 행정청이 어떠한 법률의 조항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을 한 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였다면 행정처분은 후발적으로 하자가 있게 된다고 할 것이나,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재 위헌결정이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일 뿐 당연무효 사유라고 할 수 없고, 독립된 행정행위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선행처분에 당연무효 또는 부존재인 하자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속처분에 당연 승계된다고 할 수 없다. 양 처분은 별개의 행정처분이므로 과세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압류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한 점, 압류처분 등 체납처분은 체납 관련 규정이 적용될 뿐이므로, 과세처분 근거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체납처분과는 무관한 점, 다수의견은 위헌결정 기속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본문취지에 반하는 점 등에 보면, 외국 입법례와 같이 위헌법률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과세처분의 근거규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체납처분이 위법하다고 보는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Ⅱ. 대상판결에 대판 평석 1.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일반적 효력 헌법재판소가 행정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해 위헌 선고를 하였을 때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행정처분은 적어도 처분 시에는 아무런 흠도 없는 것이 되어 무효는 물론 취소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급효를 인정하면 행정처분은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흠이 처분 시부터 존재하는 것이 되어 당해 처분은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 내지 무효사유가 된다. 또한 행정처분의 쟁송기간 경과 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흠이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에 해당한다면 당해 처분도 역시 무효로 될 것이나, 그 흠이 단지 취소사유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선고되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당사자는 패소를 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법률의 위헌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로 될 수조차 없다. 그렇다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무효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과 헌재의 종래 입장대로라면, 이 사건 반대의견과 같이 과세처분과 압류처분이 별개의 행정처분으로 보아 압류처분의 근거법률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한 압류처분은 당연무효가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 '취소사유설'은 제소기간 경과 후 명백한 위헌적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의해 권리침해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권리구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지금까지 대법원은 위헌법률을 근거로 한 행정처분의 무효 주장은 유권적 위헌 판단이 없는 한 하자의 명백성을 인정할 수 없어 그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필요 없이 기각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으며, 헌재 역시 마찬가지로 근거법률의 위헌을 이유로 하는 후행 행정처분의 무효주장은 성립될 수 없어 이 경우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왔다. 대법원과 헌재의 이러한 입장은 선행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 선고된 경우에도 그에 근거한 후행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 주장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될 수밖에 없어 당사자 권리구제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구제가능성의 봉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위헌을 이유로 하는 무효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 위헌제청 등을 거쳐야 할 것이고, 헌재도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는 것으로 속단할 것이 아니라 근거 법률이 위헌인지에 관해 본안 판단을 함이 상당하다. 2.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집행력 인정여부 위헌인 법령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의해 부과된 의무의 이행강제가 가능한지가 문제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에 의하면, 종래 하자승계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전제로 하여, 선행 과세처분과 후행 압류처분은 별개의 처분이므로 선행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 과세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속 체납 압류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에 반해 다수의견은 위헌법률의 결정의 기속력을 강조하여 후행 집행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없더라도 위헌결정의 기속력과 헌법의 최고규범성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법질서의 체계적 요청에 비추어 위헌적인 법률관계를 생성하거나 확대하는 등 후속 집행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다. 이는 법적 안정성 보다는 구체적 타당성을 강조한 판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대법원은 그 동안 행정처분의 무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중대명백설을 취하여 왔으므로, 위헌결정 전에 한 처분은 취소할 수 있는 행정행위가 될 뿐이고 별개의 목적으로 행하는 집행행위에는 하자의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게 된다. 즉, 이 사건 반대의견은 위 선례를 따라 선행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로 되지는 않으므로 그 하자가 후행처분 체납처분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서 이는 법적 안정성에 부합하는 측면은 있는 것이다. 3. 결어 선행 과세처분과 후행 체납처분이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법적생활 안정의 관점에서 일체로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반대의견이 논거로 제시하는 과세처분 근거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체납처분과는 무관하고 이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선행 과세처분에 기인하여 발하여진 후행 집행행위까지 예외적으로 무효로 본 것은 과거 헌법재판소가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이 쟁송기간 도과 후에도 존속 중인 경우, 그 처분이 위헌법률에 근거하여 내려진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목적달성을 위하여서는 후행 행정처분이 필요한데 후행 행정처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그 행정처분을 무효로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반면 그 하자가 중대하여 구제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헌재 1994. 6. 30. 자 92헌바23 결정)"와 궤를 같이한다고 하겠다. 결국, 대상 판결은, 위헌결정의 시적 효력범위에 관하여 원칙적 장래효(폐지무효설)에 대한 예외적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는 종래 헌재 판례를 확장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판결 내용상으로는 다수의견이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내세워 위헌결정 이후에 조세채권의 집행을 위한 새로운 체납처분에 착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체납처분은 위헌결정의 효력에 위배되어 당연무효로 보았는데, 이 판결의 결론에 배치되는 종래 하자승계에 관한 법원 판례와의 상충 문제는 향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되었다.
2013-10-10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행정소송에서 대학의 當事者能力에 관한 小考
Ⅰ. 事實의 槪要 원고(국가)가 1957.5.1. 문교부장관의 설치허가를 받아 서울대학교 내에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를 설립한 후, 1989. 9. 30. 관악구청장에게 동 대학교 총장을 개설자로, 진료과목을 내과 등 8개 과목으로 하여 위 보건진료소를 의원으로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였고, 이에 관악구보건소장(피고)은 같은 날 원고의 위 신고를 수리한 다음 의료법 시행규칙 제22조에 의하여 의료기관 개설신고필증을 교부하였다. 피고는 2008.11.21. 의원으로 신고된 위 보건진료소는 당초부터 의료기관 신고대상이 아님에도 착오로 인하여 의원으로 등록된 것이라는 이유로 위 보건진료소를 직권폐업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달 25일 경 위 결정을 통보하였다. Ⅱ. 피고의 주장 및 그에 대한 판단 1. 당사자능력 피고는, 항고소송은 위법한 행정처분 등에 대하여 개인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된 경우에 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주관적 소송이므로 개인이 아닌 국가는 원고로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국가는 권리·의무의 귀속 주체로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과 민사소송법 제51조 등 관계 규정에 따라 행정소송상의 당사자 능력이 있는 것이고, 이는 항고소송에서 원고로서의 당사자 능력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당사자적격 피고는, 이 사건 직권폐업통보로 인하여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은 자는 원고가 아니라 서울대학교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직권폐업통보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어 원고 적격이 없다고 주장하나, 서울대학교는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학교일 뿐 위 학교는 법인도 아니고 대표자 있는 법인격 없는 사단 또는 재단도 아닌 교육시설의 명칭에 불과하여 권리능력과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하는 법률행위의 효과는 서울대학교를 설립·경영하는 주체인 국가에게 귀속되고, 그 법률행위에 대한 쟁송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어 다툴 수밖에 없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Ⅲ. 問題의 提起-법인화법만이 대학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인가? 기왕의 법원 입장에 기초하여, 서울행정법원 역시 지난 5월 17일 로스쿨 인가 조건인 장학금 지급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가 로스쿨 정원 축소와 시정명령을 받은 강원대 총장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학생모집정지처분과 시정명령 취소소송(2011구합32485 등)에서 "국립대는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상판결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종전에 판례는 국가의 당사자능력의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즉, 아파트 건축으로 인접 대학교 구내에 설치계획중인 관측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 연구·수업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 하여 그 대학교 총장이 개인 명의로 건축허가처분의 집행정지신청을 구한 사건(대법원 1994.12.30. 자 94두34결정)에서 그 원심(부산고등법원 1994.6.16. 자 94부131결정)은 국가는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대부분의 문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예외적으로 박정훈, 행정소송법(편집대표: 김철용·최광율, 2004, 390-391면). 그러나 국가가 국토이용계획과 관련한 기관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의 당사자능력결여를 문제 삼은 피고의 항변을 수용하지 않았다(대법원 2007.9.20. 선고 2005두6935판결). 나아가 대상판결 및 이를 그대로 수긍한 관련 후속판결(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두23129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11.25. 선고 2009누19672판결)은 국가의 당사자능력을 분명히 인정하면서 원고적격까지도 인정하였다. 이는 분명 발전이라 하겠지만, 대학의 당사자능력은 여전히 완전 부인되고 있다(이는 대법원 2007.9.20. 선고 2005두6935판결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법인화법의 시행을 기화로 자칫 법인화법만이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인 양 糊塗될 수 있어서 이 문제를 새롭게 보고자 한다. Ⅳ. 批判的 檢討 1.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에 관한 기왕의 논의 독일에선 과거 영조물로 보았지만, '대학기본법' 제58조 제1항이 '공법단체'(공법상의 사단)임을 명시함으로써, 오늘날에는 인적 단체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조항은 대학이 동시에 공공시설임을 명시하고 있기에, 공법단체인 대학이 영조물적 특징도 지닌다고 주장이 분분하다. 우리의 경우 실정법상 대학 특히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 대학은 영조물에 해당한다고 본다. 영조물법인은 영조물이 법인격을 취득한 공공단체인데, 권리능력 있는 단체처럼 권리능력 있는 영조물(영조물법인)은 법률에 의해서 또는 법률에 의거해서 설립되어야 한다. 행정주체로서의 영조물법인은 그것의 법적 독자성으로 인해 그 자신이 맡은 임무를 자기책임껏 수행할 권리·의무를 갖는다. 그리하여 그 자신 권리·의무의 귀속주체이어서 -자신의 기관을 통해서이지만- 스스로 법적으로 활동하고 스스로 책임을 진다. 반면 권리능력 없는 영조물은 법적으로 독립체가 아니기에, 직접적인 국가행정에 속한다(예: 학교 등). 따라서 이 영조물의 설립자(예: 국가, 도)가 권리·의무의 주체이고 원칙적으로 소송주체가 된다. 2. 대학의 기본권주체성 및 대학의 자율권 우선 법인의, 나아가 공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의 물음을 살펴보면, 헌법학계에선 다수입장은 논거상의 차이가 있지만 일단 예외적 긍정설을 취한다(한수웅, 헌법학, 2012, 390면 이하). 헌법재판소 역시 공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되(헌재 1994.12.29. 93헌마120결정), 서울대학교에 대해 공권력행사의 주체이자 동시에 학문의 자유의 주체가 됨을 인정하였다(헌재 1992.10.1. 92헌마68?76결정:「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인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이자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는 다른 국가기관 내지 행정기관과는 달리 공권력의 행사자의 지위와 함께 기본권의 주체라는 점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학사관리 등 전반적인 것이라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그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 학생의 전형도 자율의 범위에 속해야 하고 따라서 입학시험제도도 자주적으로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 3. 管見 문헌에선 국립대학교에 대해 단지 영조물적 이해에 그치고 그것의 권리주체성 즉, 독립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모색되지 않았다. 대학의 자율보장을 위해 영조물적 구성을 취하더라도 법인격이 인정될 필요가 있는데(이경운, 교육법학연구 제16권 제2호, 167면), 어떻게 근거를 지우느냐가 관건이다. 박정훈 교수는 국립대학교가 법적 형식의 관점에선 국가의 기관으로서 국가의 행정영역에 흡수되지만 그 실질적 기능에선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갖고 헌법상의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에 의거하여 생활영역의 법적인 독립성을 부여받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법학 제47권 제3호, 432면-433면).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대학의 자율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아울러 대학에 대해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율권의 기본권주체로 인정한 것이 법인격인정의 출발점이다. 종래 개별법상의 법인격부여를 법인격인정의 유일한 근거점으로 보는 데 그치고, 헌법상의 논의를 그것에 대입하지 않았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의함이 아니면 성립하지 못한다"는 민법 제31조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 그것의 자율성의 보장이 헌법상으로 표방되고 있기에 그것의 독자성 즉, 법인격은 당연히 인정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대학교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경우에 개별법에 의거한 법인격부여의 경우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법인격부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산의 귀속인데, 여전히 교원임용(교육공무원법 제25조 등) 등에서 국가의 강한 지배를 받고 있기에 재산의 귀속 등에서 완전한 권리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성급하다. 독일의 문헌에 의하면(Maurer, Allg. VerwR, 2009, §21 Rn.10), 완전한 권리능력이 있는 公法人의 신분은 갖지 않되, 일정한 행정임무를 자기 책임껏 수행할 수 있고 그러한 한에서 고유한 권리·의무가 부여되는 공법적으로 성립한 조직체가 부분적 권리능력이 있는 행정단위이다. 그것은 구조에 따라서 공법단체(공법상 사단), 영조물, 그 밖의 것이 될 수 있다. 권리능력이 있는 한에 있어서 그들은 행정주체이다(독일에서의 대표적인 예가 대학교의 단과대학이다. 그것은 대학교와는 달리 공법인은 아니되, 일정한 측면에서 권리능력을 갖는다. Vgl. BVerfGE 15, 256, 261f.). 요컨대 국립대학교는 부분적 권리능력을 갖는 영조물로서 대학의 자율권과 관련해서 권리능력(독자성)을 가지며, 그리하여 그 자율권과 관련한 국가의 조치에 대해선 소송상의 당사자능력을 지닌다고 하겠다. 동시에 대학의 자율권과 관련해선 대학의 주관적 법적 지위 역시 별 어려움 없이 긍정될 수 있다. 나아가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비록 해당법인이 권리주체로 여겨지고 있지만, 여기서의 논의는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 즉, 법인과 대학당국간의 갈등에서 대학이 자율권과 관련해선 -설령 민사적 방도일지라도- 독립된 권리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Ⅴ. 맺으면서-公法的 이슈에 관한 과도한 民事法的 接近 당사자능력은 소송요건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법문헌에선 그냥 지나치는 수준에서 언급되고 있다. 행정소송의 아이덴티티를 담보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公務受託私人을 바람직하지 않게 行政主體로 설정한 대법원 2010.1.28. 선고 2007다82950, 82967판결이 보여주듯이, 종래 행정주체에 관한 논의가 태부족하거니와, 법인에 관한 민법적 논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관련 논의가 정체된 듯하다. 공법학의 융성으로 민법의 原性岩이 훼손되어간다고 민법학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의 경우 민사법적 논리가 과도하게 공법적 이슈를 지배하는 역설적 상황이다(졸고, 國家賠償法改革을 통한 法治國家原理의 具體化, 행정법학회 제1회 연합학술대회(2011.12.9.) 발표문, 143면 이하 참조).
2012-06-25
박종연 변호사(경남)
행정소송 집행정지 판례와 관련한 심각한 행정혼선
1. 문제의 대법원판례 보통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받은 국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으로부터 제1심 판결선고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받는다. 그런데, 위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집행정지결정의 주문에서 정한 대로 판결선고즉시부터 당초의 영업정지처분의 효력이 부활되어 정지기간이 이때부터 다시 진행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1993.8.24, 92누18054 판결, 1999. 2. 23. 선고 98두14471 판결 등). 그러나, 행정현실을 고려하지 아니한 위 대법원판례 때문에, 현재 행정현장에서는 전국 각종 행정기관 사이에 행정소송후의 행정처분 재집행방식이 제각각인 등 심각한 행정난맥상이 초래되고 있다. 2. 판례로 인한 행정현장의 혼란 즉 이번에 필자가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전국 일선 시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 등 대부분의 행정기관은 판례에 불구하고 판결선고 즉시 집행되는 것으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그 이후에 다시 영업정지기간을 지정 통보하여 집행하는 반면, 보건복지부 등 일부 중앙행정기관은 이와 달리 집행정지결정문의 형식상 표시그대로 판결이 선고된 다음날부터 자동집행되는 것으로 서로 다르게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판결선고일부터 고의없이 영업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무면허행위로 의사면허취소등 처분을 하여오고 있고, 매년 이런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집행정지결정을 내린 법원이나 행정처분을 한 행정기관의 어느 누구도 판결선고당일부터 바로 영업을 정지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행정당국이 새로 영업정지기간을 지정하여 통보하는지에 관하여 사전에 안내설명을 해주는 기관도 없다. 3. 대법원판례의 문제점 위 대법원 판례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즉, 위 판례대로라면, 당사자들은 판결에서 이길지 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1심 판결선고일부터는 영업정지를 할 준비를 하여놓아야 한다. 또 현재 판결문이 선고즉시 교부되지 않고 며칠 후에 나오므로, 당사자가 판결내용의 당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또 행정기관의 실무상으로도 판결선고즉시부터 자동적으로 영업정지를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현재 법원-행정기관-당사자간 판결결과를 통보 등록하여 단속하는 행정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지 않아 무면허행위를 확인 단속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법원은 원고가 1심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집행정지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있는데, 이 경우 만약 상소심에서 행정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당사자는 이미 영업정지집행을 당해버린 후가 되어 사실상 사후구제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당사자는 항소해도 별 의미가 없어 행정소송이 사실상 단심제와 같은 결과가 되어 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재의 1심 판결선고시까지로 하는 법원의 집행정지결정 관행을 판결 확정시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집행정지되었던 행정처분이 판결선고시부터 자동진행한다는 문제의 위 판례들은, 집행정지기간 경과이후에 새로이 영업정지기간을 지정처분한 사례등에 관한 사안(즉 현재 대세로서 통용되고 있는 판례위반의 행정실무관행)이므로, 이와 약간 다른 사안인 판결선고즉시부터 새로 정지기간을 지정할 때까지 영업을 한 사안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도 있다. 위 판례를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행정처분이 판결선고시부터 자동진행한다는 법논리도 논리필연적인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면허등정지기간을 정한 행정처분은 시기와 종기를 지정하여 처분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지정한 기간(즉 처분의 구성요소)에 한하여 효력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행정처분이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에 의하여 실제 집행되지 않고 지정된 면허정지기간이 지나버렸다면, 이제 추상적으로 집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일 뿐, 아직 면허정지기간이 정해진 것이 없어 바로 판결선고당일부터 집행이 현실적으로 개시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면허정지처분은 기간을 다시 정하는 조치가 없는 이상 집행할 수가 없는 것이 되므로(물론 집행정지기간 다음날부터 면허정지기간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논리도 가능하나), 행정기관이 판결선고후 다시 면허정지기간을 지정하여 통보할 때까지의 영업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판례 변경 및 처분재집행의 통일기준 마련되어야 현재의 대법원판례대로 적용한다면, 현재 행정처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지방자치단체, 경찰청등의 경우 판결선고일로부터 정지기간 재지정시까지 사실상 허용하는 영업이 모두 무면허, 무허가영업이 되는 결과가 된다(연간 수천 건 이상이 될 것임). 아마 경찰청 등이 위 판례대로 판결선고즉시부터의 영업을 전부 무허가영업으로 처리 단속한다면, 보통 행정처분의 집행에 관하여는 별로 지식이 없는 국민들은 행정당국의 안내와 통보에 따르기 마련인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지방자치체, 경찰청에서 판례 위반의 불법도 감수하고 새로 정지기간을 지정하여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이러한 불법관행이 국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 불리하지 않으므로 이의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것임). 또 국민들이 문제의 근본원인인 위 대법원판례의 존재를 안다면, 아마 비난의 화살이 법원으로 쏟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의 위 판례는 법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볼 수 있고, 또 국민의 영업현실과 행정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변경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본다. 또 동시에 문제의 위 판례와 관련하여 현재 일어나고 있는 행정의 혼선에 대하여는 통일된 처리기준을 제시하고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여 국민들이 혼란과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 통일된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는 판결선고당일부터의 절차부지로 인한 무허가영업행위에 대하여 행정기관마다 제각각인 처벌여부에 관하여도 잠정 처분보류등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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