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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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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관련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판결
작년 12월 대법원은 메타와 방통위 간 분쟁에서 메타의 국내 트래픽 접속 변경이‘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는 이용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분쟁 이후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부여하는 법이 시행되어 CP에게 인터넷 생태계에서의 의무와 책임이 부여되었다. I. 사안의 개요 메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콘텐츠제공자(Contents Provider: CP)들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데, 이 과정에서 망 이용대가 부담 주체, 적정규모 등에 관한 분쟁이 빈번하다. 이와 관련 메타(구 페이스북)가 SKT와 LGU+ 가입자가 자사에 접속하는 인터넷 트래픽의 일부의 접속경로를 국내 서버에서 홍콩 등 해외 서버 등으로 변경하여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등의 장애, 불편, 지연 등이 발생하자, 방송통신위원회 이러한 임의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제한에 해당하고 이용자 이익의 저해 정도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시정조치와 과징금(3억 9,600만 원) 납부 등을 명하였다. 이에 불복한 메타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판결). 메타는 방통위의 예정 처분에 대해서 1)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2)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3)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방통위는 1) 메타가 콘텐츠 제공사업자라 하더라도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행위 주체로서 책임이 있으며, 2) 응답속도는 전반적인 네트워크 관리지표로서 2.4배 또는 4.5배 응답속도가 저하된 것은 접속 품질이 과거 수준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3) 이용약관에서 정한 무조건적인 면책조항은 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페이스북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 사건 쟁점 조항의 ‘이용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이 사건 쟁점 조항이 정한 금지행위를 이유로 하는 과징금 부과 등은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쟁점조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안 된다. ‘제한’의 사전적 의미와 ‘제한’이 ‘중단’과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용의 제한’은 이용의 시기나 방법, 범위 등에 한도나 한계를 정하여 이용을 못 하게 막거나 실질적으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이용자 편의 도모나 이용자의 보호를 이유로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므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 CP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로의 과다 접속에 따른 다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 처리하기 위하여 접속경로 변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결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CP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영업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을 여지도 다분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2020. 6. 9. 법률 제17352호로 개정되면서 제22조의7이 신설되었는데, 위 조항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8 제2항은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사항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확보 및 트래픽 경로의 최적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법이 개정된 이유는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것인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CP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대한 규제 또는 규율의 법적 공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이용 제한 해당 여부 2018. 3. 21. 방통위 처분으로 시작된 접속경로 변경 분쟁은 5년 7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령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 중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는지와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1심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 제한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이용은 가능하나, 인터넷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할 수는 있으나 이용은 가능했기 때문에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접속경로를 ‘우회’하도록 한 것은 이용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용 제한이란 ‘이용은 가능하지만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만, 다른 요건인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상고심은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1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2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나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상고심은 1심의 결론을 지지했다. 이처럼 ‘이용 제한’의 개념에 대한 심급별 판단이 달랐다. 그러나 2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한은 금지에 이르지 않지만 곤란, 불편, 장애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본건 인터넷 응답속도 저하는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 현저성에 관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명백히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저성의 요건은 정도나 수준의 문제라기보다 방식, 수단, 형태에 관한 판단이 필요한데, 1심과 2심 모두 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에서 판단한 것처럼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거대 CP인 메타는 접속경로를 스스로 설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특정 접속경로를 통해 흐르는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따라서 접속경로를 일시에 다량 변경하는 경우,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접속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방식이나 형태의 현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현저성을 수준이나 정도로 본다고 하여도 이용자 이익 저해 현저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특정 국제기준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낮은 기준으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접속지연이 현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기대를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2. 시사점 위 판결에서 법원은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법원도 CP의 접속경로 변경 등으로 접속속도가 저하되어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보면, CP의 망 품질 제어 가능성은 인정하였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2019년 말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망 이용자의 지위에 불과했던 CP들에게 트래픽 관리를 포함한 이용자 보호책임을 인정하였다. 이후 정부는 상고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입법을 하게 된다. 이 법 적용 대상은 직전년도 3개월간 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발생 트래픽 총량의 1% 이상을 차지한 사업자인데,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가 대상이 되었다. 결국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ISP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CP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던 관점이 변경되었다. 또한 부가통신사업자에 불과하였던 CP에게도 인터넷 생태계에서 책임과 의무를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 판결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성엽 교수(고려대)·법학박사
페이스북
접속경로변경
방통위
네트워크
전기통신
이성엽 교수(고려대)·법학박사
2024-02-24
민사소송·집행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
I. 판결요지와 쟁점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증거로 제출된 중국 행정기구가 발행한 문서에 대하여 '당사자가 외국의 공문서라고 하여 제출한 문서가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기 위해서는 제출한 문서의 방식이 외관상 외국의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하는 방식에 합치되어야 하고, 문서의 취지로부터 외국의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되어야 한다. 법원은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심사할 때 공문서를 작성한 외국에 소재하는 대한민국 공관의 인증이나 확인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므로 다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외국 공문서에 대해 국내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규정을 준용하는 것(민사소송법 제356조 제3항)이 타당한지와 대한민국 공관의 인증이나 확인을 거치는 것이 외국의 공문서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인가 하는 점이다. 이 글은 '정선주,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대법원 2016. 12. 15.선고 2016다205373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민사소송 제23권 제3호, 2019.10.'를 기초로 작성된 것임을 밝혀 둔다. II. 공문서의 진정성립과 법정증거규정 문서가 요증사실의 인정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한다. 문서작성자라고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하여 문서가 작성되었으면 이 문서는 진정성립한 것이다. 문서의 진정성립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은 사문서와 공문서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진정성립이 증명되어야 하지만(민사소송법 제357조), 후자에 대해서는 일단 진정성립을 추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356조 제1항). 이 추정규정은 대표적인 법정증거규정이다. 법정증거주의는 증거능력이나 증거가치를 미리 법률로 정해놓고 법관이 여기에 구속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자유심증원칙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민사소송절차에서 법관의 자유심증원칙이 자리 잡음에 따라 법정증거규정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몇몇 경우에 아직 그 잔재가 남아있는데 많은 국가에서 공문서의 진정성립과 관련하여서는 법정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은 공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하고 있고 미국은 진정성립이 증명된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문서에 대해 이처럼 법정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정증거규정은 법관의 자유로운 증거평가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지만 법관으로 하여금 증거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경험칙상 인정될 수 있는 사실을 추정규정으로 법규범화하는 것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하여 법관의 판단과 일반 경험칙이 상반되는 것을 피함으로써 법적 명확성과 안정성을 꾀하려는 것이다. 입법자는 경험칙을 바탕으로 공문서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진정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법규화하여 추정규정을 둠으로써 법관에게 당해 문서를 진정성립한 것으로 취급해도 좋다는 행동양식을 지시해 주고 이를 통해 법관의 판단이 일반 경험칙과 어긋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III.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판단 외국 공문서도 증거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하게 성립되어야 하는데 그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입법태도가 나누어져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국내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데 비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국내 공문서와는 달리 진정성립의 판단을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기고 있다. 미국 연방증거법은 국내 공문서에 대해서는 진정성립을 바로 인정하는 데 비해 외국 공문서에 대해서는 반드시 서명의 진정성과 서명자나 인증자의 공적 지위의 진정성에 대한 최종적인 인증서가 첨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에게 문서의 진정성을 증명할 합리적인 기회가 보장된 경우에는 최종적인 인증서 없이도 진정성립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공문서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작성자가 공무원처럼 공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문서 작성이 작성자의 직무범위 내 활동이어야 하고, 문서가 법정방식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는 외국 공문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국가에서 국내 공문서의 경우 진정성립을 바로 추정하고 있는 것은 제출된 문서가 공문서인지 여부를 외관상 드러나 있는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에 비추어 비교적 쉽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공문서는 표준화된 양식을 따르고 있다. 판결서는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의 형식을 갖추어야 하며 행정공문서는 행정안전부의 행정업무운영편람의 양식을 따라야 한다. 이처럼 국내 공문서는 그 방식 등이 알려져 있어 공문서인지 여부를 외관상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외관상 드러난 문서의 방식과 취지에 의하여 공무원이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하면 우리의 경험칙상 일단 해당 공무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외국문서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특정 국가의 공문서의 방식을 국내법원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문서가 외국의 공문서인지 여부를 문서의 방식 등 외관을 통해 판단하기 어렵다. 대법원도 2016. 3. 10. 선고 2013두14269 판결에서 '현실적으로 공문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은 난민신청자가 제출한 외국의 공문서의 경우, 반드시 엄격한 방법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서의 형식과 내용, 취득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외국의 공문서임을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외 공문서의 이러한 차이는 외국의 입법자도 인식하여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진정성립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국내 공문서에 대해서는 진정성립을 바로 추정하거나 인정하는 데 비해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은 법관의 재량에 맡기거나 증명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입법자 또한 국내외 공문서의 차이를 인식하여 형법에서는 공문서위조변조를 사문서의 경우보다 엄하게 처벌하는데(제225조), 외국 공문서는 사문서에 준하여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등기규칙, 재외공관공증법, 외국 공문서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등에서는 외국 공문서의 처리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외국 공문서나 외국 공증인이 공증한 문서의 경우 재외공관 공증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공증담당영사로부터 문서의 확인을 받거나 아포스티유를 발급받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외 공문서의 이러한 차이를 인식한다면 우리 민사소송법이 외국 공문서에 대해서도 국내 공문서와 마찬가지로 진정성립을 추정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외국 공문서는 국내 공문서와는 달리 그 양식 등이 알려져 있지 않아 외관상 드러난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로부터 공문서임을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진정성립에 관하여서는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IV. 영사인증이나 아포스티유의 의미 외국 공문서의 취급과 관련하여 실무에서는 '외국의 공문서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중략)…그 나라에 주재하는 우리나라의 영사 대사 공사에게 조회하여 그 인증으로 추정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영사인증이나 아포스티유는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방법이다. 영사인증이나 아포스티유가 있으면 해당 외국 공문서는 진정성립한 것이 증명되기 때문에 이때에는 공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아포스티유 협약(Apostille Convention, Hague Convention Abolishing the Requirement of Legalisation for Foreign Public Documents)의 가입국이면 해당 국가의 정부가 발행한 아포스티유를 첨부함으로써, 그리고 협약 미가입국은 해당 국가에 주재하는 대한민국 영사의 확인을 받음으로써 당해 외국 공문서는 진정성립이 증명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판례나 문헌 등에서 아포스티유나 영사확인을 받은 외국 공문서에 대해 '민사소송법의 진정성립 추정규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Ⅴ. 결론 대상판결에서는 중국 공문서가 문제 되었는데 대법원의 판시처럼 '대한민국 공관의 인증이나 확인을 거치는 것'은 당해 문서가 '외국의 공문서'임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아니다. 영사확인은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이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만 아포스티유 가입국이며 중국 본토는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영사의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하여 우리 민사소송법이 국내 공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추정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입법론적으로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해서는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선주 교수 (서울대 로스쿨)
외국공문서
법정증거주의
진정성립
공문서
정선주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12-26
사기에 의해 획득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Ⅰ. 사안의 개요 동해펄프 주식회사("동해". 정리절차 개시 전의 피고이나 혼용한다)는 원고(MWI)에게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우드칩 독점공급권을 원고에게 주는 대가로 우드칩 공급가격을 할인받기로 하는 독점공급계약("이 사건 계약")을 1994년1월 체결했다. 당사자들은 시차를 두고 한글계약서와 영문계약서를 체결했는데 후자에는 동해의 책임제한조항이 삭제되었다. 원고는 1996년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ICC 중재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다. 중재인은 중재지인 홍콩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했고 당사자들은 충분히 다투었다. 중재인은 1998년1월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동해는 1998년8월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정리채권을 신고했으나 관리인이 이의하자 관리인을 상대로 정리채권확정의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하급심판결 제1심인 울산지방법원 2003.7.31. 선고 98가합8505 판결은 이 사건 중재판정을 승인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는 중재판정의 편취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6.2.16. 선고 2003나12311 판결)은, 독자적으로 증거를 종합하여 전면적으로 사실인정을 하고 법률적 판단을 한 뒤, 원고는 허위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 중재판정을 편취했으므로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상 공서위반이라는 승인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데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은 승인의 문제이므로 승인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1]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정리채권확정소송의 관할 법원은 뉴욕협약(제5조)의 승인거부사유가 없는 한 외국중재판정에 따라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 [2] 뉴욕협약의 공서위반의 취지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승인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국내적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외국중재판정을 인정한 구체적 결과가 승인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경우에 한하여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3] 승인국 법원은 뉴욕협약의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관하여도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고, 공서위반에는 중재판정이 사기적 방법에 의해 편취된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승인국 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의 편취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중재인의 사실인정과 법률적용 등 실체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한 후 외국중재판정이 편취되었다고 보아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중재절차에서 처벌받을 만한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 반대당사자가 과실 없이 신청당사자의 사기적 행위를 알지 못하여 중재절차에서 그에 대해 공격방어를 할 수 없었으며, 사기적 행위가 중재판정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다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이 사건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함에 있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에 구속되는가이다. 구체적으로 ① 외국중재판정은 우리 법원의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지는지, ②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과 ③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편취가 승인거부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이다. 사기에 의하여 편취된("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을 다룬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2다74213 판결("2004년 판결")이 있으므로 양자의 異同도 관심의 대상이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오영준 판사의 해설(판례해설 79호)과 정선주 교수의 평석(민사재판의 제문제 제18권)이 있다. 필자의 상세 평석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에 게재될 예정이다. 2. 외국중재판정의 효력과 승인판결의 요부 외국판결은 민사소송법(제217조)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는 한 우리 법원의 재판 없이 자동적으로 승인되나(자동승인제),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승인된다(결정승인제). 그런데 중재법(제37조 제1항)이 중재판정의 승인은 법원의 승인판결에 따른다고 규정하므로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견해가 있다. 그러나 외국판결과, 뉴욕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승인에 관한 우리 법제를 보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판정의 경우에만 승인판결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도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자동승인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승인의 결과 외국중재판정은 한국에서 효력(특히 기판력)을 가지는데 문제는 그 기준이다. 외국판결 승인의 경우처럼 외국중재판정 승인의 경우에도 효력확장설(즉 중재지국법설), 승인국법설과 절충설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이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할 뿐, 그것이 한국 법원의 확정판결인지와 그 근거를 밝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국제적 공서위반 뉴욕협약(제5조)은 승인거부사유를 규정하는데 여기에서 문제는 공서위반이다. 공서는 승인국의 본질적인 법원칙, 즉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 또는 근본적인 가치관념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국내법질서를 보존하는 방어적 기능을 가지므로 이는 좁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뉴욕협약상의 공서는 민법(제103조)이 정한 국내적 공서와 구별되는 '국제적 공서'라고 본다. 대상판결이 그런 취지로 판시한 것은 판례를 따른 것으로 타당하다. 다만 승인만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마치 집행이 문제되는 것처럼 설시한 것은 아쉽다. 4.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가.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예외 뉴욕협약상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이 타당하므로 승인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실질재심사를 할 수 없지만,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실질재심사를 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는 중재인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실질재심사가 허용된다. 여기에서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승인거부사유, 특히 공서위반의 심사 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다. 나. 사기가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 외국판결 승인의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영미에서는 사기를 공서위반이 아닌 독립한 승인거부사유로 본다. 미국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FMJRA)도 같다. 미국에서는 외재적 사기와 내재적 사기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외국 소송절차 외의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절차 참가가 박탈된 경우이고, 후자는 위조증거의 사용처럼 원고가 외국 소송절차 내에서 행위한 경우이다. 승인거부사유는 외재적 사기에 한정되고, 내재적 사기의 주장은 실질재심사를 요구하므로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판결국에 제출해야 한다. UFMJRA를 개정한 2005년 통일외국국가금전판결승인법(UFCMJRA)은 승인거부사유가 외재적 사기에 한정됨을 명시한다. 한편 2004년 판결은, "…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서 공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집행의 거부사유에 포함되나, 민사집행법이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사기적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므로, 사기적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집행의 거부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에 비추어 볼 때 ①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사기적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② 처벌받을 사기적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 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 점과, 재심의 법리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을 비판했다. 필자는, 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거부에 관한 법리가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에도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영국의 태도는 특이하다). 흥미로운 것은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취소에 관한 미국법이다. 연방중재법(제10조(a))에 따르면, 법원은 ① 취소 신청인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해 사기를 입증하고(the movant must establish the fraud by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② 상대방이 정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중재 이전에 그 사기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기가 중재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는 경우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대체로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 중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라는 부분은 미국의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라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이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에서 통상 요구되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보다 높은 증명의 정도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을 요구하는 것으로 '증거의 우월'보다 훨씬 높은 증명도를 필요로 하므로, 차라리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증명될 것"을 요구하는 편이 낫다. 2004년 판결에서 "고도의 증명"을 요구한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는 달리 설시하는데, 이것이 판결과 중재판정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좀더 정치하게 진화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고 본 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에 관한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점과,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승인이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처럼 외국중재판정에 대한 실질재심사를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법관들에게 확산될 때 국제상사중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2004년 판결과 달리 설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미국 판례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사증거법상 부적절한 설시를 한 점과, 미국 판례법리를 차용하면서도 전거를 밝히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필자는 2004년 판결에 대한 평석을 2006년 초 발표했고 뉴욕협약에 관해 2007년 책에서 상세한 글을 썼으나, 이는 개인적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고 법학비전공자의 글보다 못하게도 대법원과 재판연구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몹시 부끄럽다.
2010-10-14
소득의 실질적 귀속과 수익적 소유
1. 사실관계 (1) 원고 회사는 2002년 6월28일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에 소재한 외국법인 Sunday Ltd., Monday Ltd. 및 Saturday Ltd.(이하 ‘Sunday Ltd. 등’)로부터 주식회사 푸드스타(이하 ‘푸드스타’)의 비상장주식 72만주를 대금 약 15억원에 양수했다(이하 ‘이 사건 주식거래’). (2) 서울지방국세청은 Sunday Ltd. 등은 단순히 조세회피를 위해 설립된 도관회사(Conduit Company)이기 때문에 Sunday Ltd. 등의 소유자로서 Cayman Island에 소재한 Hong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Private Equity Fund 2 Ltd. (이하 ‘HSBC PEF 2’)가 이 사건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 보고, 원고가 원천징수의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2002년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로 징수하는 처분을 했다(이하 ‘이 사건 각 징수처분’). (3) Sunday Ltd. 등은 HSBC PEF 2가 라부안에 100%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으로 회사 대표나 실체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HSBC PEF 2는 투자전문회사인 홍콩 소재의Hong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Private Equity Asia Ltd. (이하 ‘HSBC PEA’)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를 위해 Cayman Island에 설립한 사모펀드회사이다. HSBC PEF 2는 HSBC PEA의 직원인 ‘T’가 운용했으며, 푸드스타의 주식에 대한 주주권은 HSBC PEA가 행사했다. 2. 판결의 요지 (1) OECD 모델조세조약의 관련주석규정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부과는 실질적인 귀속자를 기준으로 하여 조세협약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2) Sunday Ltd. 등은 그 대표나 실체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고 이 사건 주식거래 이외에 다른 사업활동을 했다는 자료가 없는 점, 푸드스타에 대한 주주권은 Sunday Ltd. 등이 행사하지 아니한 점, HSBC PEF 2가 조세피난처인Cayman Island에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대금과 양도대금이 모두 HSBC PEF 2의 소유 자금이거나 그 소유로 귀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한국·말레이시아 조세협약에 의하면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거주지국 과세로 규정되어 있고 말레이지아 현지세법에 의하면 자국 법인의 해외원천소득에 대해 저율과세 또는 비과세 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보면 Sunday Ltd. 등은 정상적인 투자목적으로 말레이지아에 설립되어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 사건 주식거래와 관련해 소득 발생지국의 조세징수를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Paper company에 불과해 주식양도차익의 실질귀속자는 HSBC PEF 2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 (3) 원고들은 HSBC PEF 2 역시 HSBC PEA가 설립했고, HSBC PEA 소속의 T 등에 의해 지배·관리되고 있는 펀드회사이므로 이 사건 주식거래의 이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HSBC PEA이거나 투자자금에 대한 투자자들이라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HSBC PEF 2는 미국 등지의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해 이를 장기간 운용하고 있는 회사로서 그 정상적인 투자 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주식거래자금의 공급처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 설립자인 HSBC PEA나 투자자금자체의 개별 투자자들을 이 사건 주식거래에 있어서의 이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볼 것은 아니다. (4)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차익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HSBC PEF 2로서 그 거주지국인 Cayman Island와 우리나라는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내세법을 적용하여 과세한 이 사건 징수처분은 적법하다. 3. 평 석 가.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최근 수년 간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을 함으로써, 논란이 되고 있는「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나.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판단기준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에서는 Sunday Ltd. 등, HSBC PEF 2, HSBC PEA와 HSBC PEF 2의 개별 투자자들 모두 4개의 주체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이 HSBC PEF 2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인정한 이유 중 하나는, Sunday Ltd. 등이 푸드스타의 주식에 대한 주주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지만 푸드스타에 대한 주주권은 과세관청과 대상판결이 인정한 HSBC PEF 2가 행사한 것이 아니라 그 상위의 HSBC PEA가 행사했으며, 이 점은 대상판결 또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HSBC PEF2는 실질적 귀속자가 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HSBC PEF2를 실질적인 귀속자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HSBC PEF 2는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으므로 도관회사로 인정할 수 없고 그 설립자인 HSBC PEA나 투자자금자체의 개별 투자자들을 실질적 귀속자로 볼 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2) 대상판결에서 법원의 판단기준 대상판결의 설명에 따르면, HSBC PEF 2를 실질적인 귀속자로 본 이유는 HSBC PEF 2는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고 실체를 가지고 있음에 반하여 Sunday Ltd. 등은 정상적인 투자목적으로 설립되어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오직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만약 Sunday Ltd.등이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면 HSBC PEF2도 Sunday Ltd.등의 조세회피목적에 종사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설립된 것이므로 실질적인 귀속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또한 최근 론스타 펀드에 관한 국세심판원의 결정 등에서 사용된 것과는 다른 기준을 사용함으로써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론스타 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Star Holdings SCA (이하 ‘SH’)가 주식회사 스타타워의 주식을 양도한 사건에 관해 국세심판원은 ‘벨기에 법인인 SH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됐고,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으며, 소득의 실질적 지배·관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관회사로 판단하고, 론스타 펀드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심판결정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동 경정이 외국의 파트너쉽은 소득세법상 공동사업자로 보아 과세해야 한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실제 과세관청은 론스타 펀드가 ‘파트너십’이므로 소득세법 제1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법인으로 보는 단체 외의 단체’로 보고 이익의 분배방법이나 비율이 확인되면 공동사업자로 보아 각 ‘파트너’별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자 했다. 반면 대상판결에서는 오히려 납세자가 스스로 파트너십인 HSBC PEF 2의 배후에 있는 HSBC PEA 및 투자자금의 개별 투자자들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목회사라는 점에서 Sunday Ltd.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HSBC PEF 2를 동 펀드가 다만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영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주식양도차익의 실질적 귀속자로 본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방론으로 홍콩에 소재한 HSBC PEA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있는 조세조약이 없으므로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시를 했으나, 개별 투자가에게 초래될 부당한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등지에 소재하는 HSBC PEF 2의 개별 투자자들에 대해서까지 실질적인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3) 비판적 검토 이러한 대상판결의 불투명한 입장은 과세관청 및 판례가 소득의 명목적 귀속자 배후에 있는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추적해 나가다가 어디에서 멈추어 과세를 할 것인지를 납세자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추적하다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여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는 곳에 설립된 실체에서 멈추어 과세를 하고, 그 배후 주체 중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곳, 예컨대 미국에 있는 투자자에 관해서는 침묵해 버리는 것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 국내법상 실질과세 원칙과 OECD Model Commentary의 적용 대상판결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하고 이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하여야하는 근거로,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과 관련 주석서(Commentary) 규정 및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조세조약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국내법상 실질과세원칙을 통하여 조세조약상 허용되는 혜택을 부인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해서는, OECD가 2003년에 비로소 그 주석서를 개정해 이를 명시적으로 긍정했기 때문에, 이를 2003년 이전에 체결된 한국·말레이시아 조세조약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어 왔다.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과 그 주석서가 우리나라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약이 아니므로 헌법상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졌다고 보기에 의문이 있으므로 법원이 이를 얼마나 존중해 줄 것인가 하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정확한 설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라.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입증 문제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판단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과세관청은 동일한 말레이시아 라부안 소재 법인과의 거래라 하더라도 어떠한 거래에서는 라부안 법인의 독립적인 실체로서 소득의 귀속을 인정하고 또 다른 거래에서는 부정하고 있다. 결국 그 판단기준이라는 것은 오직 조세회피의 목적을 위해 설립된 실체인가 하는 점일 것인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원천징수의무자가 거래상대방에 관해 어느 정도의 조사의무를 다 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실질적인 귀속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가다 보면 배후의 투자자를 밝혀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고 투자기구와 투자자와의 계약에 따라 투자기구가 투자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을 의무를 지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론스타 펀드의 심판례에서와 같이 단지 납세의무자 측의 입증 실패 내지 거부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단체에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을 중단할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점에 관해 과세관청 및 법원에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마. 결 론 대상판결은 외국계 사모펀드들과 관련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 모두에게 여전히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이 판결이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실질적인 귀속자를 면밀한 분석 없이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그간 쌓여 오던 일련의 판단기준들에 대한 신뢰마저 희석시켜 버리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과세관청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다단계 출자구조에 의한 회사의 소유구조 연결을 부인하고 실질과세를 추구하는 것인 만큼, 법원을 비롯한 심판기관들은 과세관청이 지적하는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해 보다 진지한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2008-04-14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의 효력
1.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에 관하여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 318 판결에 이은 두 번째의 대법원 판결인데 종전 판결이유를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결론에서도 상대방의 이의가 없을 때에 한하여 중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판결은 대상판결과는 그 중재조항의 유형이 서로 다른데도 그 차이를 간과하고 단순하게 같은 이유와 결론을 되풀이 한 잘못이 있다. 즉 앞서 2003다 318 판결은 그 선택적 중재조항의 내용이 계약일반조건에 편입된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판결 또는 중재(adjudication/arbitration)’이고,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조정 또는 중재, 조정불복시 소송으로 위 유형과는 그 규정형식이 다르고, 이에 따라 그 해석도 달라져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참고로 종래 대부분의 하급심판결이 유효로 판단한 경우는 바로 이 사건과 같은 유형의 선택적 중재조항이다. 2.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의 해석 가. 규정의 형식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기본적으로는 법원의 소송절차를 배제하고 조정 또는 중재라는 비송적 해결수단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특색이 있다. 이는 아예 처음부터 법원의 판결을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것도 분쟁해결의 한 수단으로 열거하면서 중재와 병렬적으로 분쟁해결수단으로 정한 ‘판결 또는 중재’라는 형식의 선택적 중재조항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법원의 판결 또는 중재법에 의한 중재에 의하여 해결한다’라는 조항은 문언상 일응 분쟁해결절차로서 중재와 판결을 병렬적으로 예시하여 그 의사에는 법원의 판결절차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최소한의 여지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건 중재조항처럼 1차적으로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기로 한 경우에는 조정이 아닌 중재를 선택하였으면 이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당사자의 의사에 명백히 합치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은 앞서 2003다 318 판결의 중재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종전의 공사계약일반조건과의 비교 이 사건 중재조항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기 전의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는 분쟁해결의 수단으로 조정 또는 중재를 열거하면서 그 중 하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임의적인 것이어서 조정 혹은 중재에 의한 분쟁해결이 활성화되지 아니하자 이를 조정 혹은 중재에 「의한다」고 변경하여 강제·의무화 한 것이다. 즉 당사자들은 그 전과는 달리 조정 또는 중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을 무효로 해석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 사건 중재조항이 도입되게 된 경위나 전후 사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불합리하고 이 사건 중재조항의 문언적·논리적 해석에도 반하는 것이다. 다. 사적자치의 원칙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최소한 법원의 판결절차는 일단 배제하고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한다는 데 있어서는 당사자간에 의사의 합치가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사적자치의 원칙상 제 1차적 분쟁해결수단으로 판결보다 간편한 조정 또는 중재를 우선하여 선택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도가 명백히 표현된 조항이므로 이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3. 중재합의의 조건부 또는 제한적 해석의 부당성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이 아닌 중재절차를 선택하여 그 절차에 따라 분쟁을 요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없이 중재절차에 임하였을 때 비로소 중재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일방당사자가 분쟁해결수단으로 일단 중재를 선택한 이상 특별히 부당한 결과가 되는 경우이외에는(예를 들어 관할에 관한 일반거래약관의 효력을 부정한 대법원판례와 같은 경우) 상대방은 당초의 중재합의에 따라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다른 분쟁해결수단을 내세워 새삼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이유로 이에 반대할 수 없으며, 그러한 주장은 법률상 아무런 이유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반대로 일방 당사자가 중재가 아닌 소송을 선택하여 법원에 제소한 경우에 상대방이 (선택적) 중재합의를 이유로 이에 반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와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논리인 것이다. 이른바 선택적 중재합의가 제대로 성립되어 유효하다면 그 다음은 선택에 따른 문제만 남을 뿐이고, 새삼 그 후의 다른 사정에 의해 유·무효가 번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민사실체법상 선택채권의 특정이나 소송상 소의 청구에 있어서 선택적 청구와 같이 당사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선택권이 일방적 선택권이냐 쌍방적 선택권이냐의 차이에 따른 선택권자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요컨대 선택적 중재합의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와 중재합의의 존부자체와는 엄격히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 부정론자들이 지적하는 쌍방적 선택권에 있어서 소송이냐 중재냐 하는 쌍방간 선후에 따른 부당한 결과나 혼란은 이러한 중재합의의 존재자체를 소급하여 그 효력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하겠다. 이 점에 관하여는 중재합의를 민사소송법상 관할합의와 법적 성격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선택적 중재합의는 부가적 관할합의와, 전속적 중재합의는 배타적 관할합의와 각각 유사한 것으로 주장하는 논지도 있는 바, 평석자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4. 중재와 법원사이의 상호관계(엄격해석주의의 완화) 현행 중재법 제 6조는 “법원은 이 법 (중재법)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 (중재법)에 관한 사항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세기 간의 중재법의 발전 역사에서 보여준 중재와 법원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중요한 규정이다. 또한 중재법 제 7조는 법원이 중재에 관해 어떤 사안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들은 법원이 중재에 대해 감독자 내지 통제자의 입장이 아니라 중재 역시 분쟁해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동반자의 관계로 인정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엔무역법위원회(UNCITRAL)의 모델중재법 (1985)이 법원과 중재간의 관계에 대한 현대 중재법의 중요한 요소를 포함한 국제적 기준의 중재법체계를 제시하였고, 우리나라 현행 중재법은 이 모델중재법의 규정을 수용하였으므로 중재법 제 7조와 제 8조는 이러한 연혁적 배경을 염두해 두고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중재합의의 유효성 여부 판단에 당사자가 장래 또는 현재의 분쟁을 중재를 통하여 해결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면 충분하지 당사자가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였는지 여부를 포함시켜 판단하는 것은 해당 법 조문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법원은 당사자간에 중재합의가 있었는지 또는 유효한 중재합의를 하였는지 여부를 단지 제 3조 제 2호의 정의에 따라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발생하였거나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의도를 분석하는 것에 그쳐야 할 것이다. 중재라는 심판절차는 법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인간의 사법적 분쟁을 당사자가 선정한 중재인에 의한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한다는 점, 소송절차가 가지고 있지 아니한 비공개성, 전문성, 탄력성, 중립성에서 국가의 소송절차를 보완하는 동반자관계에 있다는 점을 법원은 인식하고 판단의 잣대로 병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중재절차는 판단주체 선정의 자치성(autonomy), 국제분쟁에 있어서 중립성(neutrality), 국제분쟁의 승인과 집행의 용이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 발생하는 많은 분쟁을 국가의 재판제도 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법원은 중재절차와의 관계에 있어서 단순히 과거의 연혁적 이유에 얽매어 상호 배타적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법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상의 법률관계와 관련된 분쟁해결을 중재절차에서 아웃소싱(outsourcing) 받아 기술적, 전문적 분야의 분쟁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과 중재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상호 보완적인 동반적 관계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 하에서 법원은 중재합의의 유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중재절차의 동반자적 관계의 정신을 염두에 두고 중재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국제적 경향에도 관심을 갖고 중재합의에 대해 보다 관대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5. 외국법원의 판례 외국법원의 판례는 대체로 소송과 중재를 동시에 규정한 선택적 중재합의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UNCITRAL 모범법을 채택한 캐나다, 홍콩은 물론 독일, 미국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연방법원은 당사자가 중재합의의 범위에 대하여 명백히 범위를 축소하지 않는 한 당사자의 의도를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를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Moses Cone Presumption)이라고도 부른다. 즉, 중재합의조항에서의 중재대상의 범위에 관하여 의문이 발생하면 중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며 이 원칙은 수많은 연방사건 판결문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외국판례 및 선택적 중재합의의 해석의 기본원칙 등을 토대로 중재합의의 해석 및 범위 확정에 있어 중재조항 문구에 매달려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의 대상 및 범위에 관하여 의심이 나면 중재합의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6. 기타 가. 그밖에 상고이유에서 주장된 바와 같이 거꾸로 국가가 국가 발주 공사를 낙찰한 기업들에게 전속적 중재합의만을 규정할 경우, 이는 국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만을 강요한 것으로 인정되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박탈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 14조(소제기 금지 등)의 위반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하여 국가 발주의 공사도급계약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에 이러한 선택적 중재조항을 넣게 된 것인 바, 이러한 선택적 중재조항은 국가와 사인간의 분쟁해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특별조항이고, 더우기 위와 같은 사정에 따라 국가에 의하여 공사계약일반조건 제 50조로 들어가게 된 것인데, 이제 스스로 그 선택적 중재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함은 금반언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이 편입되어 있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국가가 피고등 건설업체와 정부관급건설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정형화된 양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으로서, 이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바, 동 법률 제 5조 약관의 해석규정에 따라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조정 또는 중재의 선택권은 고객인 피고들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하며, 일단 고객인 피고들이 중재를 선택한 이상 그 선택적 중재조항이 무효라는 국가의 주장은 위 법률 제 5조에도 위반하여 타당성이 없다 하겠다. 약관의 작성자인 국가는 중재절차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하여 이제와서 그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약관의 해석에 있어서 불명확한 부분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7. 결어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의 규정형식에 따른 차이를 간과하고 이와는 경우가 다른 종전 대법원 판결의 논지를 맹목적으로 되풀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중재조항이 임의규정에서 강제의무규정으로 변경되었고, 국가가 이를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두게 된 경위, 이에 따른 신의칙위반이나 약관해석상 무효주장에 따른 판단을 그르쳤고, 나아가 종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른 중재합의의 존부자체를 선택의 문제와 혼동하였으며, 재판에 대비하여 중재제도 자체의 자치성, 비공개성, 전문성, 국제적 중립성등 기능에 관하여 그 연혁적 배경에 따른 동반자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못미친다 하겠다.
2005-06-13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요건
[事案의 槪要] 동해펄프는 홍콩의 한화로부터 카수아리나 우드칩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한국외환은행)에게 신용장 발행을 의뢰했다. 원고는 1997. 8. 25. 수익자 한화, 상환은행 CMB 뉴욕지점의 일람후 60일 결제조건의 기한부 신용장을 발행했다. 한화는 피고(가와사키기센(川崎汽船))와 중국 해구항에서 울산항까지 운송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한 뒤, 화물을 피고의 선박에 선적하였고, 피고로부터 지시식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CMB 홍콩지점에 양도했다. CMB 홍콩지점은 1998. 2. 18. 선적서류를 매입하여 원고에게 송부했고, 상환은행을 통해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의 지급청구를 하여 원고는 만기일에 상환은행에 신용장대금을 지급했다. 원고는 신용장대지급금을 상환받지 못한 채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화물은 1997. 9. 17. 울산항에 도착했는데, 피고는 선장에게 동해펄프의 보증서를 받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인도할 것을 지시했고, 동해펄프는 이를 인도받았다.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제27조는, “본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거나 규정된 계약은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일본법에 의하여 규율되며, 운송인에 대한 어떠한 소송도 일본국 동경지방재판소에 제기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원고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에 대해 화물의 불법인도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訴訟의 經過] 1. 1심판결: 서울지방법원 2000. 1. 14. 선고 98가합74877 판결은, 한국에 관할권이 없다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대해 한국법에 의하여 동 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판시했으나 대상판결의 선례인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1997년 판결”)은 언급하지 않았다. 2.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1. 7. 3. 선고 2000나10002 판결은, 1997년 판결을 따라 관할합의가 무효라고 보았다. 또한 원심판결은, 문제된 관할합의는 운송인인 피고에 대한 소송은 반드시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동경지방재판소에 제기하도록 규정된 반면, 해석상 운송인은 편리한 장소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았다. 3. 대법원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해 사건이 한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한편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는 1997년 판결을 따른 것이다. 즉, 피고는 전속관할합의조항의 결과 한국에는 관할권이 없고 손해배상채권의 準據法은 일본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대상판결은 한국의 관할권을 긍정하고 涉外私法상 불법행위의 準據法은 한국법이라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準據法合意는 불법행위에는 미치지 않지만, 관할합의는 불법행위에도 미치는 것을 전제로 하되 관할합의조항이 무효라고 보았다. - 판 결 요 지 -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당해사건이 한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 평 석 요 지 - 당초 관할합의는 홍콩기업과 일본기업간에 체결되었는데 관할합의가 불법행위에도 미치고 관련성이 있어서 유효하다면 수하인이자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가 그에 구속되는 이상 불법행위지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관할합의가 처음부터 무효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준거법과 병행하는 관할합의는 다른 관련성이 없더라도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硏 究] Ⅰ. 문제의 제기 필자는 과거 평석(“船荷證券에 의한 國際裁判管轄合意의 문제점”,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 제16집(下)(2003), 174면 이하)에서, 1997년 판결이 당해 사건이 지정된 외국법원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을 것을 요구한 것을 비판하고, 다만 그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한국법인이고 訴價가 소액인 점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한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일반화할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1997년 판결의 논리를 전형적인 국제사건에, 그것도 일본선사가 자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합의한 사건에까지 적용한 점에서 충격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경우, 법원은 私的自治를 존중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보장해야 하는지, 아니면 관할합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지이고, 후자를 취하면 법원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와 요건이 문제된다. 이하 ‘관할합의’는 국제재판관할합의를, ‘관련성’은 ‘합리적인 관련성’을 말한다. Ⅱ.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는 이유 국제재판관할은 재판임무를 (개별법원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어느 국가의 법원에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이므로, 어느 국가내의 동종의 1심법원들 중 어느 법원이 법적쟁송을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인 토지관할과는 다르다. 관할합의시 통상 토지관할에 관한 합의도 함께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전자만도 가능하다. 당사자들은 관할합의를 통해 첫째 국제재판관할과 분쟁의 실체에 적용될 準據法에 관한 불확실성을 배제(완화)할 수 있고, 둘째 개별사안에서 一般的?抽象的 規範에 따른 경직된 관할규칙을 수정할 수 있으며, 셋째 관할규칙상의 利益狀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할 수 있다. 셋째 기능을 보면 관할합의의 남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특히 소비자의 경우 그러한데 國際私法(제27조)은 이를 위한 것이다. Ⅲ. 관련성을 요구하는 근거 첫째 관할합의와 지정된 외국법원간에 관련성(즉 외국관련성)을 요구하는 견해는, 불연이면 지정된 법원에게 외국법의 적용, 외국에서의 증거조사 등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심리의 적정이나 소송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당사자들에게도 부당한 부담을 지워 사실상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지인 한국에 관할이 있어야 하는데, 전속관할합의에 따라 동경지방재판소가 재판하면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대상판결은 지정된 외국법원이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가질 것을 별도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원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는데도 관할합의를 무효라고 할 이유는 없다. 사견으로는, 관련성의 요건은 한국법원에 전속관할을 부여하는 관할합의도 관련성이 없으면 무효임을 전제로, 외국법원에 전속관할을 부여하는 관할합의에도 같은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래 이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유럽연합의 「민사 및 상사사건의 국제재판관할과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한 협약」(브뤼셀협약)과 브뤼셀규정, 현재 헤이그국제사법회에서 진행중인 「민사 및 상사사건의 전속관할합의협약」의 초안(“헤이그초안”), 1972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The Bremen et al. v. Zapata Off-shore Co., 407 U.S. 1 사건판결(김문환, 미국법연구 (Ⅰ)(1988), 442면 이하 참조)과 일본 최고재판소의 1975. 11. 28. 판결(치사다네호 사건)(이성웅, “日本法上 船荷證券에 의한 國際裁判管轄合意의 要件”, 해사법연구 제15권 제2호(2003, 121면이하 참조)도 관련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둘째 대상판결이 명시하지 않지만, 외국기업과 전속관할합의를 할 경우 협상력이 약한 한국기업이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당할 수 있으므로, 우리 법원이 내국민보호의 필요성에 이끌려 관할합의의 효력을 부정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속관할합의에는 관할을 부여하는(prorogation) 측면과 관할을 배제하는(derogation) 측면이 있는데, 위에서 본 근거는 전자의 문제인데, 내국민보호는 후자의 문제로서 관할합의의 남용통제의 문제이지 관련성의 문제는 아니다. 만일 이런 취지라면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처럼 그 취지를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이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선사들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합의하기는 어렵게 된다. Ⅳ. 지정된 법원과 당사자간의 관련성은 무시되나 1997년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모두 한국기업이었고 뉴욕시 민사법원이 지정되었으므로 관련성은 문제되지 않았지만, 대상판결에서는 피고가 일본기업이므로 피고와 일본간에 어떤 관련성이 있음은 명백하다. 대상판결은 당사자는 도외시하고 당해 사건과 지정된 외국법원의 관련성만을 요구한 듯하지만, 관할근거는 人的裁判籍에서 보듯이 사건만이 아니라 당사자와의 관련성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선사로서는 분쟁을 자신의 본점소재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므로 법정지와 당사자간의 관련성을 긍정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부당하며, 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당사자와의 관련성을 명시한 國際私法(제2조)에도 반한다. 또한 헤이그초안(제14조)도 지정된 법원이 속하는 국가는 그 국가와 ‘당사자들’ 또는 분쟁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 관할권을 부인할 수 있음을 선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Ⅴ. 당해 사건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정된 법원인가 아니면 그것이 속한 국가인가 원심판결은 사건이 동경지방재판소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중요한 증거방법이 모두 한국내 한국인 증인들이거나 문서들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 사견으로는 사건이 ‘동경지방재판소’가 아니라 ‘일본’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그렇다면 관련성을 긍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토지관할이 아니라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의 유효성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국제재판관할은 국가(즉 법원 전체)를 단위로 하는 개념이지 개별법원의 문제가 아니다. 헤이그초안(제14조)도 ‘지정된 법원’이 아니라 ‘당해 국가’와 당사자들 또는 분쟁간의 관련의 유무를 문제삼는다. Ⅵ. 대상판결에 대한 그 밖의 비판 첫째, 대상판결은 ‘합리적인 관련성’이라는 애매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당사자들이 관할합의를 통해 달성하려는 예측가능성을 해하고 결국 법적안정성을 해한다. 그 결과 많은 국제거래의 전속관할합의의 유효 여부는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외국인들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한 한국이 私的自治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둘째, 당사자는 중립적인 법을 準據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순수한 국내거래가 아니라면 中立的인 法廷地(neutral forum)를 합의할 정당한 이익을 가진다. 셋째,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선사이므로 문제가 없지만 한국내 재산이 없는 피고에 대한 우리 판결은 관할권이 없는 법원의 판결이라는 이유로 외국에서 집행이 거부될 수 있다. 넷째, 정책적인 문제로, 한국법원이 일본기업과 중국기업간의 분쟁을 재판하기 위하여는 한국법원을 위한 전속관할합의를 허용해야 한다. 이는 동북아법률허브구상과도 관련된다. 다섯째, 한국법원이 이렇게 개입하면 당사자들은 중재지를 외국으로 하는 중재합의를 할 것이다. 관할합의와 중재합의는 많은 점에서 유사한데, 당사자들이 모든 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하고 중립지를 중재지로 하는 중재합의는 유효라고 보면서 특정국가의 법원에 관할권을 부여하는 관할합의는 무효라고 볼 이유는 없다. 일부 한국선사들의 선하증권 약관도 문제된 관할합의조항과 유사한데, 이들은 관할합의조항을 중재조항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Ⅶ. 대상판결을 따를 경우 남는 문제 당초 관할합의는 홍콩기업과 일본기업간에 체결되었는데 관할합의가 불법행위에도 미치고 관련성이 있어 유효하다면, 수하인(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가 그에 구속되는 이상, 불법행위지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관할합의가 처음부터 무효가 될 수는 없다. 또한 準據法과 병행하는 관할합의는 다른 관련성이 없으면 무효인지도 의문이다. 선하증권상의 계약에 관하여는 관할합의가 유효하지만 불법행위에 관하여는 무효인가, 아니면 모두 무효인가(무효는 혹시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전자라면 청구병합시 처리가 문제되고, 후자라면 실무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상판결처럼 관할의 결정시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영미의 不適切한 法廷地(forum non conveniens)의 법리와 유사하나, 후자는 법원이 諸要素를 고려하여 관할권의 행사를 거부하는 것이지 관할합의가 무효라는 것은 아니다. 외국법원, 그것도 피고에 대해 一般管轄을 가지는 일본법원에 대해 동 법리를 적용하라고 할 수는 없다. 사견처럼 관할합의가 유효하고 불법행위에도 미친다면 문제가 없지만, 관련성을 요구하는 견해는 위의 의문에 답하여야 한다. Ⅷ. 맺음말 대상판결은 관련성을 긍정해야 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간 국제거래의 경우,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법원은 관련성을 요구하지 말고 관할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처럼 우리 법원도 국제분쟁을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parochial concept)를 버려야 한다. 법원의 역할은 私的自治를 존중하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지, 당사자들의 합리적인 기대를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기를 희망한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정부의 短見으로 인하여 법과대학에서는 잊혀진 國際私法과 國際民事節次法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2004-05-27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와 법원의 재량기각
Ⅰ. 사실관계 1. 피고은행의 경영개선조치 피고 (주)제일은행(이하 피고은행이라 함)은 거래기업체이던 한보, 삼미, 기아 그룹 등의 부도로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대내외의 신인도가 하락하자, 피고은행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그 보유부동산을 매각하고 점포를 통폐합하고 인원을 감축하고 한국은행으로부터 특별융자를 받는 등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시행하였다. 그래도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2.74%까지 하락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피고은행에 대하여 경영개선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피고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하고 피고은행에 자본감소를 명하고 또 정부에 대하여 피고은행에 출자할 것을 요구하였다. 피고은행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자본감소를 하고(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12조 4항)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에 신주를 발행하였으며 또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하여 자본비율이 8.1%로 향상되었다. 2. 주주총회의 결의의 하자 피고은행의 발행주식총수는 1억 6,400만주이고, 그 중 의결권 있는 주식은 1억 4,927만주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 중 40.19%인 6,000만주는 증권예탁원의 명의로 명의개서되어 있고, 증권시장안정기금과 소외 대한생명보험(주)가 그 4.39%인 656만주를, 소외 삼성생명(주)가 그 4.29%인 640만 6,957주를, 또 교보생명(주)가 그 2.64%인 393만 8,614주를 각각 소유하고 있었다. 피고은행의 정기총회에 출석한 주식수는 참석장이 작성된 주식이 4,021만 6,648주이고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 주식이 7,427만 8,082주로서, 합계 1억 1,449만 4,730주였다. 이 중 소외 CMB-CAP REAM등 5개 회사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약 2.7%인 415만 2,160주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의결권의 행사를 소외 홍콩은행에 위임하고 모든 의안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피고은행의 행장 직무대리인 소외 이세선이 총회의 의장으로서 이사·감사선임의 건을 상정하고 주주들에게 그 선임방법에 관한 의견을 묻자, 주주인 소외 이정해가 의장이 제청하는 복안대로 통과시키자고 동의하고 이에 위 의장이 소외 이기호 등의 이름을 들어 그 후보자를 제청하였다. 일부 주주가 위 통과에 반대하여 발언권을 요구하는데도, 위 의장은 이를 묵살하고 찬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위 후보자들이 이사·감사로 선임되었다고 선포하였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 청구로서 결의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 청구로서 결의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은행은 상법 제379조에 의하여 원고의 결의취소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판결은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판결은 원심의 주위적 청구의 기각을 인용하고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서는 원고의 결의취소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결의취소의 하자에 관하여서는 원심판결과 서울고법판결이 다같이 인정하고 있고, 법원의 재량기각에 관하여서는 판시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법원의 재량기각에 관하여서만 고찰하기로 한다. Ⅱ. 판결요지 1. 원심판결 원심판결은「상법 제379조에 의한 재량기각은 총회결의에 사소한 하자가 있고 그것이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명백하며, 그 결의를 취소하여도 회사나 주주의 이익이 되지 않는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아 결의의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건 결의의 하자가 다수의 주주에 의한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정도의 하자라면 이는 경미한 하자로서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은행의 주장은 부당하다.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에 소수주주를 비롯한 주주들로 하여금 총회에서 실질적인 경영감독을 할 수 있게 하고 적정한 총회의 운영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피고은행등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능가하므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피고은행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법판결은『이 건 이사·감사 선임결의가 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취소될 경우, 그 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행한 정상화계획의 마련, 한국은행으로부터의 특별융자, 자본감소의 조치,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출자,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의 매각 등이 모두 무효로 되어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경영개선조치가 있기 이전인 -2.74%의 상태로 될 것이다.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위 개선조치 이전의 상태로 하락하면 24조원에 달하는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지고 그에 따라 지급불능상태로 되고 금융감독원이 업무정지나 폐쇄조치를 명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피고은행은 도산하고 주주·일반예금자들이 불이익을 입게 됨은 물론 피고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신인도까지 떨어져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더라도 피고은행·주주 나아가 일반국민에게 아무 이익이 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은행·주주에게 손해가 되거나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건 결의에 하자가 있으나, 이를 취소하는 것은 부적당하므로 상법 제379조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 석 1. 서설 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 결의의 내용, 회사의 현황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그 결의의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그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상379조). 이러한 법원의 재량기각은 실제상 해가 없는 경미한 하자를 이유로 주주가 결의취소의 소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여 주주·회사의 이익과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정동윤, 회사법, 396면). 2. 요건 (1)결의취소의 소의 제기 법원의 재량기각은 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만 인정되고(상 379조), 결의무효확인의 소나 부존재확인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2) 하자의 경미 상법은 법원의 재량기각을 인정하면서 그 기준을 명시하지 아니하여 기준제한설과 기준무제한설이 대립해 있다. 가) 학설 기준제한설은 본조의 입법취지가 「결의취소의 소는 사실상 해가 없는 사소한 결점을 이유로 제기될 수 있고 그 취소의 결과가 불필요하게 회사에 손해를 주고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결의의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법원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하고, 따라서 결의취소의 원인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경미하고 결의취소가 회사나 주주의 이익으로 되지 않으며 또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분명한 때에는 그 취소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이윤영, 논점상법, 277면). 그러나 기준무제한설은 본조가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하자가 경미하지 않고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더라도 결의의 결과 형성된 기성사실이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취소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박삼봉, 최기원 교수 화갑기념 상사판례연구(Ⅰ), 472면). 나) 검토 기준제한설은 본조의 입법취지에 따라 하자가 경미한 경우에만 법원의 재량기각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기준무제한설은 본조의 법문을 문리해석하여 법원에 광범위한 강제조정적 성질의 재량기각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한다. 생각컨대 본조 법문의 문리해석에 의하면 법원에 광범위한 강제조정적 성질의 재량기각권을 부여한 것처럼 보이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량기각을 인정하여 결의취소의 소의 청구를 기각하고 그 결의를 유효로 하게 되면, 상법이 총회의 운영을 엄격하게 규제하여 총회의 적정한 운영을 기함으로써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 반한다. 그리고 법원의 재량기각은 주주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는 사소한 하자를 내세워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소권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원의 재량기각은 그 하자가 경미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기준제한설). 법원의 재량기각의 기준에 관하여 원심판결은「결의가 있었는지 불명확한 정도의 하자라면 이를 경미한 하자로서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은행이 원고청구의 기각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판시하여 기준제한설을 취하였고, 또 서울고법판결은「이 건 결의의 하자는 그 결의의 과정에서 결의에 찬성하는 주주들의 주식수를 정확히 계산하지 아니하여 결의정족수를 충족하였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으로서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시하여 역시 기준제한설을 취하였다. 원심판결과 서울고법판결은 다같이 기준제한설을 취하면서다만 출석주주의 주식수를 계산하지 않은 하자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경미한 하자가 아니라고 하고 서울고법판결은 경미한 하자라고 하였다. 다) 경미한 하자의 의미 결의의 하자가 경미하다고 하는 것은 법령 또는 정관에 의하여 주주에게 보장된 실질적 이익을 해하지 않는 정도의 작은 하자로서, 주주가 이러한 작은 하자를 이유로 소를 제기하는 것이 소의 이익이 없거나 권리남용으로 되는 경우에 가까운 것을 말한다. 이 건 총회에서 위 의장이 반대주주들의 발언권의 요구를 묵살하여 질의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토의과정을 거치지 아니하여 주주들의 찬부의 태도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결의정족수의 기초인 출석주주의 주식수를 계산하지 않았고, 또 위 의안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위 의안이 통과되었다고 선포한 것은 주주의 회사에 대한 실질적 경영감독권과 총회의 적정한 운영의 확보를 위하여 상법에서 보장한 주주·회사의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서, 결의방법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고법판결에서 이 건 결의의 하자가 경미하다고 하여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3) 결의취소의 부적당 기준제한설의 입장에서는 하자가 경미하여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 기각할 수 있다고 보고, 기준무제한설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 기각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주주들이 총회에서 실질적인 경영감독을 하고 적정한 총회의 운영을 확보하는 것이 피고은행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능가할 수 있으므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청구기각을 하지 않았으나, 서울고법판결은「이 건 결의가 취소될 경우 이사회에서 행한 일련의 경영개선조치들이 모두 무효로 되어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이렇게 되면 피고은행에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져 지급불능의 상태로 되어 결국 피고은행은 업무정지나 폐쇄조치를 받게 되고, 또 그렇게 되면 피고은행이 도산되고 나아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은 피고은행이나 주주에게 손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하여 부적당하므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여, 청구기각을 하였다. 물론 이 건 결의의 취소로 인하여 생기는 피고은행의 지급불능, 업무정지 또는 폐쇄, 도산, 나아가 금융위기 등의 불이익도 크지만, 상법에서 보장된 총회의 적정한 운영과 총회에 있어서 주주들의 실질적 경영감독권의 상실로 인하여 생기는 불이익은 결코 그에 못지않게 큰 것이므로, 서울고법판결에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3. 결론 서울고법판결에서 이 건 결의의 하자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시하였으나, 의장이 반대주주들의 발언권의 요구를 묵살하여 질의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출석주주의 주식수를 계산하지 않았고, 또 주주들의 찬반의 태도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그 찬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위 의안이 통과되었다고 선포한 것은 상법이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여 보장한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서 경미한 하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서울고법판결에서 이 건 결의가 취소될 경우 지급불능, 업무정지 또는 폐쇄, 도산, 나아가 금융위기 등으로 될 수 있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므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였으나, 이러한 불이익 못지 않게 총회의 운영과 주주의 경영감독권의 상실로 인하여 생기는 불이익도 큰 것이므로, 서울고법판결에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서울고법판결에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한편으로는 법률상 결의취소의 사유를 인정한 것인데도, 그 소송비용의 모두를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2000-08-28
상법상의 단기제소기간 제811조 이 해상운송인의 운송물인도와 관련한 불법행위채무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사실의 개요】 서진무역을 경영하던 제1심 공동피고 고용국은 1992.12경 홍콩에 소재한 소외 모글림 엔터프라이즈 컴퍼니(Mogleam Enterprise Co., 이하 모글림이라고만한다)와 사이에, 휴대용 가스버너13,000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한다)를 대금 159,500달러에 홍콩으로 수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대금은 신용장에 의해 결제받기로 약정하였다. 모글림은 위수입계약의 대금결제를 위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시 소재 냇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뱅크리미티드(Natwest Australia Bank Limited, 이하 소외 은행이라고 한다)에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은행은 위 서진무역을 수익자로 한 취소불능화한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위 수출계약에 따라, 고용국은 1993. 6. 28 피고회사 월드프레이트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다음 부산항에서 피고회사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였고, 이에 피고회사는 위 화물을 선박 「프레스 타일러(Pres Tyler) V-133W」호에 선적한 다음 송하인을 위 서진무역으로, 수하인을 단순지시식으로, 통지처를 위 모글림으로 하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작성하여 고용국에게 교부하였다. 원고 중소기업은행은 고용국과 사이의 수출거래약정에 따라 같은 날 위 신용장을 화환어음 및 이 사건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와 함께 매입하면서, 고용국에게 이 사건 화물의 수출대금 미화 159,500달러를 당시의 전신환매입율로 환산한 금 127,552,15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소외은행에 위 신용장을 이 사건 선하증권등 선적서류와 함께 송부하면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소외 은행은 같은 해 7. 5. 제시된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불일치하고, 신용장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의 인수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고, 같은 달 26.경 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원고에게 반송하였다. 한편 피고회사는 이 사건 화물을 해상운송하여 1993. 7초경 홍콩에 도착시킨 후 양륙하였고, 피고회사의 홍콩내 선박대리점인 소외 프레이트 링크스 익스프레스사에게 위 화물을 보관하게 하였다. 그런데 위 프레이트 링크스는 1993. 7. 10경 이 사건 화물을 선하증권을 교부받지 않고서 위 모글림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심(서울고등법원 1996. 8. 27. 선고 96나14694 판결)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에 대하여 운송물의 멸실 등 불법행위로 인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 즉 운송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 소지인이 증권을 제시하면 통상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었던 날인 1993. 7. 10. 경부터 상법 제811조 소정의 제척기간인 1년이 경과한 후인 1995. 4. 29.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판결요지】 상법 제811조은「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잇는 바, 해상운송계약에 따른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 그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은 상법 제811조 소정의 수하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한다. 원고는 피고가 서진무역을 송하인으로하여 단순지시식으로 발행한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고, 그 이면에는 위 서진무역의 대표자인 고용국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에 기재된 서진무역의 서명은 민법 제513조제1항 소정의 약식배서로서 유효한 것이므로, 위와같은 약식배서에 의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한 원고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 추정되어 상법 제811조 소정의 「수하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가사 원고가 이 사건선하증권을 담보의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수하인으로서의 지위에 무슨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789조의3제1항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같은 법 제811조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운송인의 수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채무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운송인의 악의로 인한 불법행위채무 역시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 한다고 보아야 한다. 【평 석】1. 운송인의 책임과 권리의 소멸 (1) 상법 제811조의 제척기간으로의 변경 상법 제811조는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 상법(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1조 및 제812조에서 운송인의 송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책임에 대하여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개정하여 제척기간으로 변경하되 당사자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에 대하여 또한 구상법 812조, 제146조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단기소멸시효규정인 위 구상법 제811조가 적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으나, 현행 상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었을 뿐 아니라 현행 상법 제811조는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어구를 추가하여 운송인이 심지어 악의인 경우에도 그의 수하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1년이 지나면 모두 소멸 한다고 해석한 위와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본 사건의 원심인 고등법원은 운송계약에 있어서는 증거의 보존이 곤란하다는 점과 각 항해의 계산관계를 신속하게 하게 종료시키기 위해 이러한 단기의 제척기간이 법정된 이유라고 한다. 2. 국제조약 및 외국의 입법 (1) 1924년 선하증권조약(헤이그 규칙) 헤이그 규칙하에 송하인이나 수하인의 운송인에 대한 소송은 1년내에 제기되어야 한다. 그 제3조6항은 다음과 같다. 「…운송인과 선박은 손실과 훼손에 관하여 운송물의 인도 또는 운송물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부터 1년내에 소송이 제기되지않으면 모든 책임을 면한다. (2) 1968년 선하증권조약 개정의정서(비스비 규칙) 새로운 비스비 규칙 제3조6항은 다음과 같다. 「…운송인과 선박은, 소송이 운송물이 인도된 날 또는 인도되었어야 할 날로부터 1년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운송물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면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3. 상법 제811조가 화물소유권 자체의 인도상의 악의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지의 여부 이상과 같이 헤이그 규칙 제3조6항은 「(운송물의)손실과 훼손에 관한 모든 책임」에 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킨다고 규정하므로 소송제기에 있어서의 지연이 인도상의 문서(예를 들면 선하증권)와 상환하지 않고 무권리자에게 운송물을 잘못 인도하여 준 Improper delivery와 같은 경우에 운송인을 보호하지는 않는다.(이점은 헤이그 규칙만을 채택한 미국법원의 동조해석에 있어서 일관된다.) 그러나 새로운 비스비규칙 제3조 6항은 운송인을 「운송물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책임에 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키므로 단지 화물자체와 관련한 훼손 또는 멸실의 경우뿐만 아니라 화물인도와 관련된 책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해석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 상법은 구상법상 제146조1항의 「운송물에…훼손 또는 일부멸실이 있는 경우에」와 제146조2항의 「악의인 경우에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1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지않도록 되어있었으나 현행 상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고 제811조에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란 문구가 삽입되어 헤이그조약상로부터 비스비조약의로의 어구변화를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스비조약과 같은 훨씬 더 큰 범위를 포함하는 어구상의 변화로 1년의 제척기간이 운송물자체의 인도와 불인도상의 책임에도 이제 적용된다는 논의가 있는 한편, 이러한 정도의 애매한 어구의 개정이 선하증권상의 운송물의 소유권자체와 관련된 문제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해석론도 만만치 않다. 개정상법이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구상법상 운송인의 책임이 비계약적 청구에 관하여는 적용되지 않던 것을 제789조의3에 의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적용되도록한 것과 보조를 맞추어 계약적인 청구뿐만 아니라 비계약적 청구에도 적용된다는 의미로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용어를 사용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운송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악의라 함은 운송인이 운송물의 일부멸실 또는 훼손사실을 알면서 이를 수하인에게 알리지 않고 인도하는 것과 같은 경우(87. 6. 23. 86 다카 2107)에 한정되어야지 선하증권과 관련한 운송물의 소유권자체와 관련된 문제에까지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또한 상법 제811조상의 1년제척기간이 그 규정상의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예외만 인정되고 그 이외의 운송인의 어떠한 악의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면 운송인이 음모나 사기에 의해 청구인이 잘못된 당사자에게 소송을 제기하게 하거나 제척기간이 도과하도록 유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모순된 결과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상법 제811조상의 1년의 제척기간이 화물인도상의 책임에도 적용된다는 해석은 위의 대법원판결에 의해 일단 확인된 것이다. 4.결 론 이상의 대법원 판결은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두권리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경우에도 상법 제811조가 운송인에 대한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적용된다고 하여 소가 각하되었다. 이에따라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상의 단기제소기간은 운송물자체의 손실 또는 멸실뿐만 아니라 인도와 관련한 본 사건의 경우에도 적용되었으나 그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8-04-20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의 승인과 그 집행 -외국에서 하는 송달을 중심으로
法律新聞 2246호 법률신문사 外國法院의 確定判決의 承認과 그 執行 -外國에서 하는 送達을 中心으로 일자:1992.7.14 번호:92다2585 皮貞鉉 圓光大法大副敎授·法學博士 ============ 15면 ============ 〔事實關係〕 (1) 原告는 우리나라 삼성물산주식회사의 뉴욕 현지법인으로서 홍콩 所在 訴外 아난다 리미티드(Ananda Limited)로 부터 알루미늄괴를 구입하여 訴外會社(동원실업주식회사)에 전매하면서, 위 아난다 리미티드는 위 알루미늄괴를 목적지인 부산항까지 운송할 것을 訴外 키엔홍쉽핑 컴퍼니 리미티드(Kienhung Shipping Co Lt)에 위탁·의뢰하였다. 그런데 키엔홍의 한국대리인인 被告는 船荷證券과 償還함이 없이 僞造된 수입화물 선취보증서(LG)를 제출하고 위 物品의 引渡를 요구하는 訴外會社에 위 物品을 引渡하였다. 그리하여 原告는 위 운송물에 대한 船荷證券의 정당한 所持人인 自身의 權利를 침해하였음을 理由로 臺北 地方法院에 그 금액상당의 損害賠償請求를 하였고, 위 臺北 地方法院에서 原告勝訴判決을 내린 事實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다. (2) 原告는 臺北 地方法院에 위 訴를 제기하기에 앞서 서울地方法院에 동일한 내용의 訴를 제기하였으나, 위 船荷證券의 約款上의 管轄에 관한 記載를 고려하여 1989년10월5일 管轄權없음을 이유로 訴却下判決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原告는 우리나라 法院에 抗訴함과 더불어 위 臺北地方法院에 訴를 제기하였다. (3) 위 臺北 地方法院은 駐韓 自由中國 大使를 통하여 우편으로 被告에게 英文의 訴狀과 中國語로 된 期日召喚狀을 送達하였는데, 被告는 1990년2월1일에 이를 수령하고도 應訴하지 아니하였으며, 이에 대한 臺北 地方法院의 1990년2월28일자 闕席裁判에 의한 原告勝訴判決文을 1990년3월28일에 受領하고 抗訴하지 아니하여 대북지방법원의 判決은 自由中國 民事訴訟節次에 의하여 確定되었다. 以上의 事實에 기하여 原告는 위 대북지방법원의 判決이 우리 民訴法 第203條에 규정된 요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으므로 위 判決의 執行을 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被告는 위 判決은 우리 民訴法 제203조 2호,3호,4호의 요건을 결여하여 그 효력을 承認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判決理由 要旨〕 大法院은 第1審(서울地方法院 1991년5월14일 90가합46586)및 原審(서울高等法院)의 判決理由와 동일한 根據에서 上告를 棄却하고, 原審判決을 유지하였다. (1) 民訴法 第203條 2號에서 말하는 送達이란 通常의 送達方法에 의한 送達을 의미하며, 그 送達은 적법한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직권송달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送達은 司法權에 기한 裁判權行使인데, 위 대북지방법원의 期日召喚狀의 送達은 우리 司法當局을 거치지 아니하고 자유중국의 駐韓大使에게 촉탁하고 촉탁받은 大使가 직접 우편에 의하여 피고에게 送達한 이른바「領事送達」로서 우리나라의 主權侵害가 될 것이므로, 비록 公示送達에 의한 送達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效力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2) 領土關係에관한비엔나協約 第5條J항에서 인정하는 領事送達은 自國民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와 領事關係가 있더라도 送達을 받을 者가 自國民이 아닌 경우에는 領事에 의한 직접실시방법을 취하지 않는 것이 國際禮讓이며, 위 協約에 가입하고있는 國家라 할지라도 明示的으로 위 方式에 대한 異議를 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에 의할 수 없다고 하였다. (3) 그 외에도 우리 법원이 外國에서 하는 送達을 民訴法 第176條에 의하여 外國駐在 우리나라 領事등에게 촉탁하여 이들이 직접 郵便으로 送達하는 方式을 사용하므로, 이와 동일한 이 사건 送達도 적법한 것이라는 原告의 主張에 대하여, 國際民事司法共助法(1991년5월8일 법률 제4342號)에서「外國으로 부터의 送達囑託은 外交上의 經路를 거칠 것을 要件으로 하고, 送達場所를 관할하는 第1審 法院이 이를 관할한다]는 규정이 領事派遣國의 國民이 아닌 경우에는 위 비엔나 協約에 규정된 領事에 의한 直接送達實施에 대한 異議로 이해하여 대북지방법원의 領事送達은 우리나라 裁判事務權을 侵害한 것으로, 위 判決은 民訴法 第203條 2號의 送達要件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이상을 고려하여 大法院은 原審의 民訴法 第203條 2號의 소정의「送達」에 관한 法理에 대한 이해는 위법한 것이 아니라 하여 上告를 棄却하였다. 〔平 釋〕 I. 序 본래 判決은 主權의 作用으로서 裁判權의 行使이므로, 法院의 判決은 그 判決을 한 나라의 法院에 속하는 영역내에서만 效力을 갖는다. 그러나 民事裁判은 私人의 生活關係上의 紛爭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外國判決의 效力을 인정하더라도 반드시 主權에 侵害된다고 一律的으로 단언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국내에서 外國法院의 判決의 效力에 반하는 裁判을 할수 없게 함으로서 國際的인 民事紛爭의 신속하고 統一的인 解決을 도모하여 國際的인 私法生活의 安全을 保障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各國은 일정한 要件下에서 外國法院의 判決을 承認하고 執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民訴法 第203條 및 第476條, 第477條에 의하여 일정한 要件下에서 外國判決의 承認 및 執行을 허용한다. 앞에서 살펴본 臺北地方法院의 判決의 承認을 거부한 大法院의 判決은 第203條 2號를 적용한 것으로 여기에서는 外國判決의 承認要件 中에서 특히 第203條 2號 및 第176條와 관련하는 外國送達制度에 대하여 살펴본다. II. 外國判決의 承認要件으로서의 適法한 送達 1. 第203條 2號의 認定理由 우리 民訴法 第203條 2號에서 適法한 送達을 外國判決의 承認要件으로 하고 있다. 본래 外國判決의 承認에 있어서는 外國法院에서 행하여진 訴訟節次를 審査하지 않는 것이 原則이지만, 이처럼 外國判決에 適法한 送達이 행하여졌는지에 대한 審査를 하도록 例外的 規定을 둔것은 外國法院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防禦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敗訴한 韓國人 被告의 利益을 保護하기 위하여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즉 本 規定에 의하여 韓國人 被告가 公示送達로 소환되어 내려진 敗訴判決은 判決國에서는 適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效力을 갖지 못하게 된다. 2. 第203條 2號의 내용(一般解釋論) (1) 公示送達의 경우 본 규정은 訴訟開始에 필요한 소환 또는 명령의 送達에 관한 것이므로, 소송개시후의 절차는 公示送達에 의하더라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敗訴한 韓國人 被告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송개시 당시에 韓國人이면 족하고 그후 國籍을 喪失한 경우 및 韓國人이 原告인 경우에는 문제되지 않는다. (2) 補充送達과 郵便送達의 경우 第203條 2號에서 요청하는 적법한 送達에는 通商의 送達方法만이 해당하고, 補充送達이나 郵便送達은 公示送達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본 규정의 立法趣旨에 맞는다고 보는 것이 앞의 判例와 學說의 일반적 입장이다. 그러나 補充送達도 적법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3) 應訴한 경우 適法한 送達이 없었더라도 韓國人 被告가 應訴한 경우에는 本規定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때 被告가 應訴한 경우를 本案에 대한 辯論으로 限定한 것인지와 管轄違反을 抗辯하기 위하여 本人 또는 代理人이 出席한 경우에까지 擴大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III. 外國送達의 方式 1. 序 (1) 外國送達의 方法으로는 첫째 受託國의 司法當局에 촉탁하여 送達을 실시하는 間接實施方法이 있다. 이때 囑託國의 司法當局이 送達을 실시할 受託國의 司法當局(주로 法院)에 送達要請書와 送達文書를 도달시키는 節次(이를 傳達이라함)로는① 外交上의 경로 ② 領事의 경로 ③ 中央當局의 경로 및 ④ 司法當局간의 경로등이 있다. 둘째 受託國에 囑託하지 않고 送達하는 直接實施方法이 있다. 여기에는 ① 自國의 法院이 外國에 있는 被告 등에게 自國의 法律에 ㅉ아 우편집배원을 통하여 우편에 의한 送達을 하는 方法 ② 自國의 이해관계인이 직접 外局의 法院附屬公務員이나 權限있는 公務員에게 送達하는 방법 및 ③ 自國의 外交官인 領事가 直接送達하는 방법이 있다. (2) 위 2가지 送達方法중 일반적으로 受託國과의 外交紛爭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절차가 번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間接實施方式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주로 外國에 있는 外國人에 대한 送達에서 관철된다. 그리고 例外的인 直接送達方式은 主로「領事關係에 관한 비엔나 協約」에 가입한 外國에 거주하고 있는 自國民에 대하여 행하여진다. 그러나 위 비엔나 協約에 가입한 나라중에서도 日本처럼 明示的으로 自國에서의 直接實施方式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반면에 美國처럼 美國과 條約의 체결이 없는 外國에 대해서도 强制力이 따르지 않는 訴訟書類의 送達 및 證據調査를 위한 司法共助를 부여할 의사를 명백히 하는 경우도 있다. 2. 우리의 外國送達方式 (1) 우리나라는 外國에서 하는 送達의 方法에 관한 民訴法 第176條에 의하여 첫째, 외교경로를 經由하는 間接實施方式과 둘째, 外國에 駐在하는 대한민국의 大使·公使·領事에게 촉탁하는 直接實施方式중에서 擇一하여 外國送達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民事司法共助業務의 處理에 있어서의 유의사항(송임 93-5, 송무심의 제35호 1993년5월3일)에서는「送達을 받을 사람이 外國人인 경우에는 美國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해당국가의 管轄法院을 通하는 間接實施方式에 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해당국가 駐在 대한민국 大使등에게 촉탁하는 直接送達方式으로 촉탁서를 작성·송부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지시하였다. (2) 外國에 소송서류를 送達하려는 경우에는 그 外國의 諒解와 協助를 얻을 것이 前提된다. 그런데 오늘날 國際主義精神에 기초하여 兩國間의 友好關係 또는 互惠主義에 기한 送達協助慣行에 따라 送達囑託에 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1976년2월3일에 司法共助에 관한 비조약국에 대하여도 司法共助를 부여할 의사를 명백히 하였으므로, 미국내에 있는 한국인 뿐만아니라 미국인 기타 外國人에 대하여도 送達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1977年에 위「비엔나 協約」에 가입하였기 때문에, 이 協約에 비준·가입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다른 國際協定이나 外國의 協力이 없다라도 領事送達이 가능하다. 다만 日本의 경우는 日本에 거주하는 外國人에 대하여도 日本國의 裁判所에 촉탁을 받아 시행할 것을 明示的으로 要求하기 때문에, 領事의 直接送達은 不可能하다. 따라서 재일동포에 대한 우리나라의 領事送達도 원칙적으로 不可能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널리 행하여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국의 好意에 의한 協助가 아니라 拘束力있는 協助를 얻기 위하여는 外國과의 司法共助에 관한 協定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外國과 訴訟書類의 送達을 위한 司法共助條約을 체결하거나 다변적 國際條約에 전혀 가입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外國送達은 상대국이 協約을 거부하는 경우 및 外國人에 대한 우리의 領事送達을 묵인하지 않는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1977년의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본의 協力을 얻지 못하여 送達을 實現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3) 外國에 訴訟書類의 囑託送達이 不可能한 경우에는 公示送達의 方法에 의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 民訴法 第179條 1項의 규정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위 公示送達의 경우에 실시하는 등기우편에 의한 通知는 送達의 效力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따라서 外國의 司法共助를 얻어 送達하지 못하고 公示送達의 方式에 의하여 訴訟節次가 開始된 경우에는 外國居住의 外國人에 대하여 勝訴判決을 받더라도 그 判決은 外國에서 承認받을수 없게 될 것이다. IV. 대법원 判例의 問題點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判例는 現行法의 解釋에 充實하고, 일견 외국법정에서 敗訴한 韓國人 被告의 利益保護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에는 다음의 問題點이 있다. (1)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우리법원이 우리 民訴法에 따른 送達(특히 영사에 의한 直接送達)에 의하여 判決을 내리더라도 자유중국(혹은 相互主義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에서 承認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民訴法 第203條, 476條, 477條를 통하여 外國判決의 承認 및 執行을 허용하여 涉外事件을 궁극적으로 解決하려는 立法趣旨에 반하게 될 것이다. (2)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法解釋에 있어서 形式論理에 얽매인 것이라 하겠다. 즉 우리 대법원은 送達을 裁判權行使의 一作用으로 理解하고, 이를 우리나라의 同意없이 行使한 경우에 主權侵害를 이유로 送達의 效力을 否認하였다. 그러나 第203條 2號에서 적법한 送達을 요구하는 것은 外國訴訟에서 被告의 地位에 서게되는 韓國人의 節次保障 특히 防禦權을 保障하는 것을 主目的으로 하는 것이므로, 실지적으로 韓國人被告에게 訴訟上防禦機會가 주어진 경우에는 第203條 2號의 立法趣旨는 충족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個人과 個人間의 法律關係는 主權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一律的으로 말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국제적인 私法生活의 安全保障이라는 合目的的 觀點에서 구체적으로 判斷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3)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최근의 국제적 경향에도 반한다. 즉 부분적 실질심사주의를 채택하는 프랑스를 제외한 선진각국은 外國判決의 承認要件중에서 管轄要件을 가장 보편적으로 요구하고, 訴訟節次에 관한 制限的 再審査(즉 送達), 公序 및 相互保證에 대한 要求는 점차 완화되는 경향에 있다. 특히 美國에 있어서는 他州判決의 承認뿐만 아니라 國際的인 外國判決의 承認에 있어서도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1979年에 制定되어 各州에서 채택하고 있는 統一外國金錢判決承認法은 간이한 등록만으로 外國判決의 執行을 인정하고 있다. V. 解決方案 1. 現行法下의 解決方案 위에서 언급한 기본적 관점에서 볼때, 外國送達에 대한 大法院의 문제점은 現行 民訴法 第203條 2號의 適法한 送達의 범위를 Global하게 해석함으로서 解決할 수 있을 것이다. 즉 補充送達 및 留置送達도 適法한 送達의 범주속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應訴의 범위 역시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管轄違反의 抗辯등을 제출한 경우에는 適法한 送達이 없더라도 民訴法 第203條 2號를 적용시켜서는 아니될 것이다. 2. 司法共助協約에의 加入/批淮 우리나라는 外國送達에 대하여 間接送達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아무런 司法共助協約을 맺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상대방 국가가 好意的 立場에서 協力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송달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司法共助 不在로 인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궁극적 해결방안은 司法共助에 관한 다변조약 및 그의 附加的 合意로서 當國간의 直接送達을 가능하게 하는 政府間의 協定을 체결하여 外國에 대하여 拘束力있는 司法共助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1993-09-06
법인격부인이론의 적용요건 하
法律新聞 1850호 법률신문사 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下) 崔埈璿 全北大法大助敎授 法學博士 ============ 11면 ============ (2)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과 適用範圍 法人格否認理論을 適用하기 위하여 먼저 會社의 法人格을 이용하려는 不正한 目的의 主觀的 意思가 있어야 하는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內心의 意思는 立證이 곤란하고 去來相對方保護의 必要性은 主觀的 濫用意思와는 無關하게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를 묻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음 客觀的인 要件으로서 一般的으로 열거되고 있는 것은 完全한 支配와 財産의 混融이다. 美國과 獨逸의 判例중에는 資本의 不充分을 要件중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支配의 정도, 混融의 정도 및 資本不充分의 정도가 어느정도이어야 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구체적 事案에서 判斷하여야 할 문제이므로, 이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法的安全性을 害할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위의 모든 要件이 갖추어진 경우에도 다른 救濟手段이 있으면 가급적 法人格을 否認하는 方法에 의한 해결을 지양하여야 한다.(補充性)一說에 의하면 法人格否認理論과 一般私法理論의 倂存的 適用을 인정하거나 오히려 法人格否認理論에 우선적지위를 부여한다는 입장에서 補充性의 문제를 論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理論의 적용은 判外的인 것인점에 비추어 補充性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事件의 上告人은 法人을 支配하고 있는 것이 自然人일 경우에 한하여 이 理論이 適用될 수 있는것이며 法人이 法人을 支配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 理論의 適用要件을 缺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主張은 근거없는 것이라 여겨진다. 會社의 法人格이 濫用되어 違法, 不正한 目的을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背後에 있는 者가 自然人이든 法人이든 문제될 바 없기 때문이다. 특히 會社간에 支配, 從屬의 관계에 있을때에는 法人格否認論이 적용될 수 있는 代表的 事例가 된다.(江頭憲治부郞, 社會法人格否認の法理, 東京大學出版部,1980년204면 이하 참조) 남은 문제는 便宜置籍을 위하여 設立된 會社의 法人格이 否認될 수 있는지의 與否이다. 이를 判斷하려면 먼저 便宜置籍의 實態를 파악하여야 한다. 便宜置籍(flag of convenience)이란 船舶의 所有者나 船舶所有企業이 자신이 소속된 國家 또는 실제로 船舶의 運航에 관하여 企業의 중추가 되는 會社가 존재하는 국가와는 다른 국가에 船舶을 登錄(置籍)하여 그 나라의 國旗를 揭揚 하고 航海함으로써 그 船舶의 所有者는 自國과 船籍國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財務, 勞務, 金融등 각 부문의 水準差를 이용하고, 동시에 기타 社會의 여러 條件의 차이 및 行政上의 法令, 規制, 團束, 監督등에 있어서의 程度差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海運企業을 경영하는 制度를 말한다. 便宜置籍은 肯定的인 면과 否定的인 면이 있으니, 肯定的인 면을 강조하여 이를 flag of necessity 또는 flags of attraction이라고도 하나, 반대로 否定的인 면을 강조하여 이를 flag of runway, flag of refuge tax free flag fictious flag, free booters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李俊秀 「便宜置籍船에 관한 硏究」韓國海洋大學海運硏究所 論文集 제2집, 1983년8면참조)便宜置籍은 로마時代에도 있었던 것으로서 政治的, 軍事的, 經濟的 여러목적을 위하여 세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制度이지만, 經濟的 側面에서 flag of convenience라는 用語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第1次世界大戰末境이라고 한다(Ebere Osieke「Flag of Convenience Vessels:Recent Developments」73, A·T·J·L604(1979) 便宜置籍은 ①航海의 融通性②船員供給源 選擇上의 自由裁量權③租稅回避④海運育成政策에 따른 金融上의 便宜⑤엄격한 運航 및 安全上의 規制回避⑥政治的 不安으로부터의 資本逃避⑦利潤擴大의 再投資의 容易 등의 利點이 있다. 1984년7월현재 美國을 비롯한 홍콩, 그리이스, 日本 順으로, 주로 海運先進國이 이 制度를 活用하고 있으며, 自國船舶과의 구성비율로 볼 때 우리나라도 열한번째의 便宜置籍制度 利用國이다. 한편 便宜置籍의 대상이 되는 나라는 리베리아, 파나마, 혼듀라스, 코스타리카 등이다.(UNCTAD, TD/B/C.4/290. 韓國海運技術員, 海運情報 제351호 1985년 7월15일 참조)또한 Lloyd's Register의 Statistical Tables(1985)에 의하면 1985년 현재 便宜置籍船隊는 世界商船隊의 29.5%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集計되었다. 便宜置籍은 이와같이 많은 利點이 있어 널리 利用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문제점 역시 적지아니한 것이니 便宜置籍制度는 ①開發途上國의 海運發達阻害②先進國 船員의 就業機會 減少. 開發途上國船員의 權益無視, 多人種의 混乘에 따른 船內生活問題등 船員에 관한 문제발생③船舶의 安全確保困難 및 海洋汚染行爲에 대한 規制困難④實船主 파악곤란⑤長期的 海運政策立案 및 施行困難⑥國庫財源 감소⑦海運業界의 競爭激化⑧船舶에 대한 外交上의 保護困難⑨刑事管轄權 및 步外私法上 準據法 決定困難⑩實船主의 私法上의 責任回避 등의 問題點이 있다. 便宜置籍船은 이와같이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1950년대부터 특히 便宜置籍船을 이용한 과도한 海運業界의 競爭을 견디지 못하게 된 유럽의 主要海運國과 劣惡한 勤勞條件에 항의하는 國際運輸勞動者連盟(Intera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등을 중심으로 便宜置籍船 排斥運動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1958년의 「公海에 관한 協約」(the Geneva Convention on the High Seas)(제5조) 및 1982년의 「海洋法協約」(the Montego Convention)(제91조,제94조)은 船舶의 登錄에 관한 條件을 定함에 있어 登錄國과 船舶간에 「眞正한 關聯」(genuinelink)이 存在하여야 하고, 각국은 自國을 旗國으로 하는 船舶에 대하여 行政, 技術·社會的 여러사항에 관하여 유효한 管轄權을 行使하고 規制를 할 것을 定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眞正한 關聯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船舶과 그 國籍國간에 진정한 關聯이 없는 경우 그 效果는 어떠한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었다. 한편 1974년 國際聯合貿易開發會議(UNCTAD)제6차 海運委員會에서는 船舶과 旗國과의 眞正한 關聯이 缺如될 경우 그것이 國際海運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1977년 제8차 UNCTAD 海運委員會, 1979년의 제5차 UNCTAD 總會, 1990년의 제9차 海運委員會, 1978년과 1980년 두차례의 政府間特別企業府會, 그리고 수차례의 國際聯合會議를 거쳐 1986년 船舶登錄要件에 관한 제4차 國際聯合會義에서 「船舶登錄要件에 관한 國際聯合協約」(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dition for Registration of Ships)이 채택되었다. 이 協約에서 眞正한 關聯」의 내용이 어느정도 명료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眞正한 關聯을 확립, 강화하기 위한 4要素, 즉①自國民船員의 配乘②船舶의 運航管理體制의 自國과의 관련③持分에의 自國民의 資本參加④登錄國에 의한 船舶所有者. 運航者의 識別과 責任體制의 確保등에 관하여 開發途上國과 先進國그룹 그리고 동구권간에 완전한 合意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協約은 이와같이 各利益그룹간의 合意의 産物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便宜置籍船의 存在를 容認내지 正當化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便宜置籍船의 폐해로서 국제的으로 빈번히 지적되었던 所有關係 및 責任關係에 있어서의 불명료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識別 및 責任(indentification and accountability)에 관한 條項(제6조)을 마련한 것은 큰 수확이라 하겠다. 協約 제6조에 의하면 登錄國은 船舶所有者 및 運航者의 責任履行에 필요한 識別可能한 情報體制를 정비하기 위하여 일정한 記載事項을 기록한 船舶登錄簿등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것은 海運企業을 사회적으로 건전하게 운영하여야 한다는 全參加國의 공통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와같이 便宜置籍은 그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선진해운국간에 널리 이용되는 제도이지만 법률의 회피에 따르는 責任回避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勞力이 계속되고 있는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여기서 注目하고자 하는 것은 英美法에서는 海事國際私法의 경우에도 法人格否認理論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便宜置籍船이 그 所有者의 本國(또는 住所地國)에서 私法上 問題가 된 경우(특히 船員에 대한 賃金支給遲延이 旗國法에 의하면 合法化되는 경우)여기에 法人格否認理論을 적용하여 旗國法을 무시하고 本國法을 準據法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한다.(Barthobmew V.Universe Tankships, 263 F.2d 437: Cert.den, 359 US 1000(1959))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누가 船舶을 所有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管理(Control)하는가이다(Rodriguez V.Solar Shipping Co.169 F.Supp.79(1958)) (D·P·O Conell The International Law of the Sea, 1984. p.761, 863). 물론 이번에 문제된 事件은 涉外私法上의 準據法 決定問題는 아니다. 그러나 便宜置籍에 대하여도 어떤 形式이든 法格人否認理論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 事件의 해결에 있어서도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고 본다. 이번 事件에서 法院이 인정한 事實에 대하여는 法院의 判斷이 정당하다고 전제한다면, 便宜置籍制度를 이용한 債務免脫行爲에 대하여도 당연히 法人格否認理論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大法院判例에 대하여 筆者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 4. 結 言 法人格否認理論은 國內會社法上의 문제뿐만 아니라 便宜置籍制度의 이용과 관련하여 海事涉外私法의 영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최근에 많이 생겨난 多國籍企業의 責任回避에 대하여 支配企業의 實體를 밝혀서 그 責任을 지우는데 活用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法人格否認理論은 現代會社法上 그 發展의 영역이 무한한 理論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理論의 適用要件인 支配, 財産混融, 資本의 不充分등에 관한 판단은 法院의 자의에 맡겨져있는 형편이고, 便宜置籍船의 경우에도 旗國法을 신뢰하고 去來한 제3자의 保護問題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理論의 補充性을 충분히 고려함은 물론, 각 事案에 따라 이 理論의 適用結果에 대한 利害關係를 較量하여 그 適用與否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判例는 ①大法院이 최초로 法人格否認理論을 受容한 점②이 理論의 根據를 明白히 제시한 점③이 理論의 適用範圍를 外國企業에까지 확대시킨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判例라고 생각한다.
198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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