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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행정사건
-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30757 판결-
이른바 과세단위가 다른 경우에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B무역 주식회사(이하 'B무역')의 대표이사이자 1인주주인데, 주식 전부를 소외인에게 105억원에 양도하였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위 양도계약의 잔금일에 B무역의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이 소외인에게 이전되었음에 터잡아, 위 주식양도계약은 가장행위이고 실제로는 B무역과 소외인간에 부동산 양도거래가 있다고 봐서 위 양도가액을 B무역의 2006 사업연도 익금산입해서 2010년 9월 1일 B무역에 2006 사업연도 법인세를 결정·고지하였다. 또한 B무역이 이 법인세를 체납하자 과세관청은 2010년 11월 9일 원고를 이 법인세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한 납부통지를 하였다(이하 '종전 부과처분'). 이후 원고는 2011년 9월 9일 과세관청을 상대로 종전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법원은 앞선 주식양도계약이 가장행위가 아니라고 봐서 종전 부과처분 취소판결을 하였으며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확정판결'). 이에 과세관청은 2015년 4월 15일 선행 확정판결에 따라 원고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을 취소하였다. 한편, 과세관청은 다시 원고에게 위 주식양도계약과 관련해 2015년 5월과 7월경에 각각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결정·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법원은 종전 부과처분과 이 사건 처분은 그 과세단위를 달리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는 선행판결의 확정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대법원도 이런 원심판단을 수긍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1) 선행 확정판결의 대상인 종전 부과처분은 B무역과 소외인간의 부동산양도거래에 따른 B무역의 양도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세목이 '법인세'인 반면, 이 사건 처분은 개인인 원고와 소외인간의 주식양도거래에 따른 원고의 주식양도소득과 양도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그 세목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경정결정이나 그에 부수하는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종전 부과처분과는 다른 새로운 결정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 안 된다. 2) 동일한 사실관계하에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중복하여 과세할 수밖에 없고, 이는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행정상의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피고의 상고이유이지만, 이 사건 처분은 그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단순히 종전 부과처분에 대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으로서는 올바른 법적 평가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여 조세행정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그와 동시에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특례제척기간 규정의 역할 조세법률관계를 조속히 종결지을 목적의 통상제척기간과 달리, 특례제척기간은 일정사유가 있다면 원래의 제척기간을 무시하고 해당 사유가 생긴 뒤 일정기간을 새로운 제척기간으로 삼는 규정이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이런 특례제척기간은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의 이해가 상충될 소지가 있어 적용범위를 어떻게 잡을지가 문제가 된다. 일반론으로, 조세소송의 판단대상(소송물)은 원칙적으로 총액주의에 따라 정해지지만 판결 효력범위에는 쟁점주의 영향이 남은 우리 소송구조 하에서는, 재처분(후속처분) 범위를 넓게 적용할 여지가 생긴다. 또한 재처분을 비교적 넓게 허용해온 종래 판례의 흐름을 생각하면 통상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재처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엄격히 관철하기도 어렵다. 요컨대 공평과세와 납세자 방어권의 조화라는 상반된 목적을 갖는 특례제척기간에 대해 어떻게 적용범위를 설정할지를 쟁점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2. 이른바 과세단위 문제와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의 관련성 과세단위는 세금계산 단위인데, 소득세라면 과세물건인 소득을 계산하는 단위를 뜻한다. 소득세 과세단위는 인적 과세단위(납세의무자), 물적 과세단위(세목), 시간적 과세단위(과세기간) 단위로 다시 세분된다. 그런데 조세소송의 판결 효력은 잠재적 심리범위, 곧 소송물 범위 내에서만 미치고 소송물은 과세단위보다 클 수 없으므로, 대상판결에서의 선행 확정판결 효력은 선행처분(종전처분)의 과세단위 바깥으로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선행처분 과세단위 밖에서의 재처분이라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이런 처분은 제척기간 안이라는 한계 내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과세단위가 달라졌을 때 재처분에 특례제척기간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에서 생긴다. 납세자 방어권 행사를 고려하면 통상제척기간 내에서만 후속처분이 된다고 볼 수 하고, 공평과세원칙을 생각하면 특례제척기간을 고려해 후속처분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과세단위와 재처분 가능성은 직접 대응관계를 갖지는 않지만 최소한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 논의의 출발점은 된다. 대상판결로 검토범위를 좁히면, 비록 '외형상' 재처분의 과세단위가 선행처분과 다르더라도 통상제척기간의 예외, 즉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가가 실제 쟁점이 된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과세연도(시간적단위)가 달라지면 통상제척기간이 지난 재처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종래 판례 입장이었다. 세목(물적단위)이나 납세자(인적단위)가 달라져도 판례가 같은 입장인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하였다. 선행처분 및 후속처분상 세목이나 납세자가 다른 사안에서 특례제척기간에 따른 재처분은 안 된다고 한 선례가 있었지만, 이들 처분에서 납세자가 실제 동일인이 아닌 사안처럼 아예 과세처분의 기초인 사실관계가 다른 경우였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다음의 점에서 이들 종전 선례와는 구별된다. 첫째, 물적 과세단위를 정하는 기초인 사실관계가 같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법인세(종전 부과처분)와 소득세(이 사건 처분)로 형식상 세목이 달라져 물적 납세의무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식양도계약의 세법적 평가(가장행위인지 여부)에 따라 법인세나 소득세 중 하나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초적 사실관계는 같다. 둘째, 선행처분과 후속처분 모두에서 인적 과세단위인 납세자가 동일인인 사안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제2차 납세의무자(종전 부과처분), 본래 납세의무자(이 사건 처분)였는데, 곧 납세자로서의 지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다르되 실제 동일인물에 대한 과세가 문제되었던 점에서 선례들과는 구별된다. 요컨대 각 처분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같고 납세자가 동일인이더라도 이들 처분의 세목이 다르고 납세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면 이를 단순히 법적 평가가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후속처분에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대상판결의 비판적 검토 하지만 대상판결이 취한 결론이 타당한가는 의문이다. 납세자의 방어권을 고려할 때 공평과세에 터잡은 재처분을 대상판결에서 관철할 수 있는가가 판단기준이 되어야 옳기 때문이다. 우선, 인적 과세단위를 형식적으로 봐서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 원고로서는 주식양도행위에 대해 사법적, 세법적 평가가 같다면 양도소득세 등을, 이들 평가가 서로 달라진다면 법인세를 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즉, 조세법률관계의 기초인 사법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있으나 단지 법률적 평가(세법상 평가)만이 달라서 다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종전처분에 대한 쟁송이 이미 진행되었기 때문에 후속처분에서 증명을 위한 증거가 일실될 우려도 없다. 그렇다면 세법상 역할이 다른 재처분, 제척기간 두 제도를 조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인적 단위의 상이함을 들어 대상판결에서 재처분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음으로, 물적 과세단위의 상이가 기준이 되는지에도 의문이 남는다. 물적 과세단위가 다른 경우, 즉 명백히 새로운 세목을 대상인 재처분은 납세자 신뢰보호의 관점에서, 또 납세자 예측가능성 보장의 관점에서 부정된다고 봄이 일반이다. 즉, 신뢰보호나 예측가능성 때문에 물적 과세단위가 중요하다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형식상 세목이 다른가보다는 납세자가 방어권이 보장될 상황에 있었는가가 재처분 가부의 판단에 있어 핵심이 되어야 옳다.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세목들은 각기 다르지만 다툼의 대상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가 같고 이미 쟁송을 진행해온 원고 입장도 고려하면 방어권 보장이나 신뢰보호 혹은 예측가능성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기 어렵다. 요컨대, 법인의 1인주주라는 특수사정 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각 문제된 대상판결 사안에서 '본래 납세의무자나 제2차 납세의무자', '소득세나 법인세'가 왜 법적 평가만이 다른 경우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인데, 대상판결에서는 이들은 법적 평가만이 다른 경우가 아니라는 결론만 선언되었을 뿐 정작 그에 관한 법리적 설시는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양인준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법인세
주식양도계약
특례제척기간
소득세
양인준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2021-10-2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28618 판결 -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그 확정판결에 대하여 다시 다툴 수 있는가
Ⅰ.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甲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소외 乙에게 요청하여 乙 명의로 다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乙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는 해제되었으며 피고는 소외 乙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乙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소외 甲 등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甲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원고는 위 甲 등에 대하여 위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계약 및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의 이행불능, 집행불능 등으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금전적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하 '이 사건 화해'라고 한다)이 성립하였고 이후 소외 乙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화해에서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소외 甲 등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본안전항변을 하였으나 원심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화해는 토지거래허가제에 관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를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를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Ⅱ. 대상 판결의 평석 1. 종래 판례의 태도와 최근의 변화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승소확정을 받은 바 있으면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입증되었으므로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계속하여 왔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1874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827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에서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이 있어도 그 채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 제3채무자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여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하였다. 위 판례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위 2014다74919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어도 이를 다툴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판시하고 있다. 위 2014다74919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소송신탁을 금지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고 대상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토지거래허가제도에 관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다. 2. 종래 판례에 대한 해석론 가. 피보전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작용하게 되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확장되는 경우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선결문제로 작용하기 위하여는 전소와 후소 사이에 당사자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함은 민사소송법 제2018조 1항의 취지상 당연하다. 피보전채권에 관한 소의 당사자와 채권자대위소송의 당사자가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의 선결문제로 작용할 수 없다. 나. 피보전채권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가 아닌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은 민사소송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고 판례도 반사적 효력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8099 판결 참조), 종래 판례를 반사적 효력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 종래 판례를 확정 판결의 증명효 문제로 접근하는 견해(윤진수, 민법논고 7, 박영사, 2015, 434 이하 참조)가 있는데 이 견해가 타당하여 보인다. 확정판결의 증명효란 확정된 판결의 이유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후소송에서 동일한 사실관계가 문제될 경우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를 뒤집지 못하는 효력을 말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33944 판결, 대법원 2010. 8. 19. 2010다26745·26752 판결 등 참조). 이 견해에 의하면 피보전채권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되었다고 하더라고 채권자대위소송과정에서 제3채무자가 새로운 증거방법을 제출하여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게 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종래 판례는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이를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로 기판력의 확장이론이나 판결의 반사적 효력론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 2014다74919 판결과 이를 계승한 대상 판결에서는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 2014다74919 판결 및 대상 판결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는데, 피보전채권의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을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취득한 사실'로 국한 시킬 이유는 없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외에도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모든 사유를 들어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3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게 된 셈이다. 다만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전소의 확정판결이라는 유력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었으므로 제3채무자는 전소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피보전채권의 발생원인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나. 대상 판결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확장되거나 반사효가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 증명효가 미치는 경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2021-02-01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28618 판결 -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승소확정판결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는 영향
Ⅰ. 사실 원고는 2003년 4년 2월 소외 1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이어서 무효였고, 원고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소외 8은 2003년 11월 29일 소외 1 등과 사이에 위 각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소외 8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는 그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외 8로부터 취득하였다. 원고는 2012년 소외 8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외 1 등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소외 1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대상판결은 '화해'라고 표현하였다)이 성립하였고, 소외 8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1 등을 대위하여, 위 제1매매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외 8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로부터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다른 피고에 대한 부분은 생략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자판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Ⅱ. 판결이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위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이 사건 화해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소외 1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화해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아니하여 그 당사자인 원고와 소외 1 등과 사이에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써 부적법하다. Ⅲ. 평석 1. 종래의 판례 원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그런데 종래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고 있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사실 또는 그 채권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등). 한편 대상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채권자의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에 관하여도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이행청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수익자나 전득자는 그와 같이 확정된 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2. 종래 판례의 문제점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종래 학설은 필자(민법논고 7, 2015, 434-436면 등)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는 판결의 반사적 효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 아닌 제3자가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의 예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채권자가 다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후소를 제기하였을 때, 보증인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주채무자 승소의 확정판결을 원용할 수 있다든지, 합명회사·채권자 사이의 소송에서 회사채무의 부존재를 확정하는 판결은 무한책임사원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있다. 반사적 효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러한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받은 패소판결이 대위소송의 상대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종래의 판례는 이론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확정판결에 의해 피보전채권에 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이상, 제3채무자가 다시 피보전채권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이 각하되게 하고 채무자가 다시 별소로 제3채무자에게 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보다는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위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하고 피대위채권에 관해서만 다투게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보다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원유석·이재찬).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당사자적격을 갖추기 위한 소송요건인데(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등), 소송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보전권리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해 인정되었더라도 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재판상 화해나 조정이 기판력을 가지는 이상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화해가 소송법상은 무효가 아니라도 실체법상으로는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판결이나 화해가 실체법상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피보전권리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화해나 조정에 관하여 소송법상 무효와 실체법상 무효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이러한 설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판결이나 화해 등에 확정되었더라도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선언하고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종래 판례가 이른바 판결의 증명효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하여, 판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하여, 반대 증거에 의하여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가리켜 단순히 증명효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종래 판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급심이나 당사자들로서는 어느 경우에는 종래 판례에 따르고, 어느 경우에는 대상판결에 따를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1-20
민사일반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판결 -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Ⅰ.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선택적으로 허용된다. Ⅱ. '권리관계'가 아닌 '사실'이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지 원칙적으로 확인의 대상은 '권리관계(권리 또는 법률관계)'이어야 하고 '사실'은 확인의 대상이 아닌데,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은 '사실'이고 '사실'을 어떻게 수식하거나 포장하여도 '권리관계'로 변경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위 확인소송의 소송물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를 통한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라고 강변하지만, 위 확인소송의 대상은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이라는 '사실'이고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는 위 '사실'이 있을 때에 발생하는 '법률효과'일 뿐이다{同旨 : 호문혁, 권영준. 대법원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법률관계'라고 강변한 것에서 필자는 '대로남불(대법원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느낀다}. 그러나 필자는, 사실의 확인 중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예가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만큼은, 민사소송법 제250조 '확인의 소는 법률관계를 증명하는 서면이 진정한지 아닌지를 확정하기 위하여서도 제기할 수 있다'를 유추적용하여 사실을 확인의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그런 경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사소송법 제250조는 '사실의 확인의 소는 증서진부 확인의 소이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 점에서 민사소송법 제251조가 '장래에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위와 같은 유추적용이 가능하다.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특히 결의가 아예 없었는데 회의록만 작성되어 있는 경우에)의 확인은 사실의 확인인데도 상법 제380조가 1984년 4월 10일 개정되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의 소를 규정하기 전에 대법원 1977. 5. 10. 선고 76다878 판결 등과 학설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소송을 인정한 것, 현재 법률의 근거 없이 종중결의부존재 확인의 소(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와 주식병합 부존재확인의 소(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15520 판결)가 인정되고 있는 것도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근본적으로, 확인소송의 소송물에 관한 ① 사실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② 과거의 권리관계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③ 무엇이 아니라는 소극적 확인이 아니라 무엇이라는 적극적 확인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3개의 도그마가 만고불변이 아니다(同旨 : 일본의 新堂幸司, 高橋宏志). '역전앞', '처갓집'은 중복표현이라서 문법위반이었으나, 그런 중복표현도 상당수의 국민이 사용하니까 허용하는 쪽으로 문법을 수정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장점은 많고 단점은 적으니까 위 도그마를 수정하여 허용함이 타당하다. 일본의 학설은 한정된 요건 아래에서 사실의 확인의 소가 증서진부 확인의 소 외에도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다수설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옛 도그마 내지 고전문법에 언제까지고 매여 있을 것이 아니다. 확인소송의 적법 여부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확인의 이익의 유무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거나 상당히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해야 한다고 필자는 1990년대부터 피력해 왔고, 판례상 확인의 이익이 지난 수십 년간 조금씩은 확대되어 왔다. 확인의 이익과 관련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 '가장(最も)'이라는 단어를 1972년 11월 9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부적절하게 일반론으로 넣었다가 2004년 12월 24일 선고의 판결과 2005년 11월 8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넣지 않았고 그 후 일본의 하급심판결에서도 넣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주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할 때 '가장'을 넣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에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처럼 굳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종래의 이행소송보다 더 유효·적절한 수단인지는 따질 것 없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유효·적절한 수단' 내지 '상당히 유효·적절한 수단'의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인과관계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설이 '상당'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판례의 축적으로 위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40338 판결이 주주권확인을 구하는 것은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였으나 '가장'을 넣지 않고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이유로 주주권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부존재라는 요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재산명시절차를 참고하여, '채무자의 재산이 있음'을 채무자의 항변사유로 하는 것이다. 위 소극적 요건을 설정하고 심리하면,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고 다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며, 단순한 '소 제기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없어서 소가 제기된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확인은 소송의 대상으로 볼 수 있고 단순한 '증명서' 신청 사항이 아니게 되어 대상판결의 제1소수의견과 호문혁 서울대 명예교수의 예리한 비판들을 상당히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Ⅴ. 후소로 확인소송을 허용할 것인지의 직권 판시의 부적절성 대상사건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확인소송이 허용될 것인지는 제1, 2, 3심을 통틀어 전혀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직권으로 판시하였는바, 이는 쟁점이 아닌 것에 대한 판시이니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방론(obiter dicta)에 불과한데,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론에서 다수의견과 제1소수의견과 제2소수의견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 않다.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기 전에 대법관회의의 의결로 민사소송규칙과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6. 30. 선고 2013헌바370 등 결정 등이 헌법 제108조 등을 한정적 열거로 보지 않고 예시적으로 보는 것을 참조). Ⅵ. 결론 필자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① 이행소송, ②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③ 확정된 채권 자체의 확인소송(평석대상판결의 제2소수의견, 독일 BGH 2018. 2. 22. 판결, 일본 佐賀地方裁判所 1994. 8. 26. 판결이 인정함)의 셋 다 가능하며 채권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채권자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위 ②와 ③을 원고의 선택지로 추가한다고 하여 채무자에게 별 불이익이 없고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다고 본다. 대상판결이 선고되고 그 직후에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의 개정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인지대가 최대 14만 원에 불과하게 되어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주권자이며 사법수요자(司法需要者)인 국민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을 결과적으로 환영한다. 금년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일선 법관들이 말한다. 다만, 대법원이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권리관계라고 강변하지 말고 그것은 '사실'이지만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250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입론을 하고,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입장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고,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11월 30일 한국민사소송법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토론결과를 추가한 후 압축한 것이다.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소멸시효
지연손해금
대여금
전원합의체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12-16
함영주 교수(중앙대 로스쿨)
임차인의 경매신청만으로 우선변제권 선택 의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1.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P는 임대인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임대차 만료 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하여 승소하였다. 확정판결에 기하여 P가 강제경매신청을 하였으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의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는 내용을 나타내는 전입신고 된 주민등록등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서 매각대금을 경매신청권자인 P와 P의 임대차계약보다 후순위로 주택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들인 D1, D2, D3, D4에게 채권액의 비율대로 안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P는 D1, D2, D3, D4의 배당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였다. (2) 대법원 판결 (2013. 11. 14, 2013다27831 배당이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배당요구권자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배당요구는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집행절차에 참가하여 동일한 부동산의 매각대금에서 만족을 얻기 위하여 하는 채권자의 신청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채권자는 집행권원에 근거하여 직접 경매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의 집행절차에 참가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집행절차를 진행하는 자이며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별도로 배당요구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P는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라 배당권자라고 할 수 있다. (2) 절차선택권 행사 인정 여부 1) 배당절차 참여의 선택권 행사 여부 그런데 채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였다는 사실만을 놓고서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배당 중 어느 것을 확정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앞의 배당요구권자에 속하는 지와는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민사집행절차에 민사소송절차와 유사하게 변론주의(경우에 따라서는 처분권주의)의 원칙의 적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2) 변론주의(예외원리 포함)의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 민사소송법의 변론주의가 민사집행절차에서도 통용된다고 입장이라면, 채권자가 경매신청만을 하였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한다는 명시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동산현황조사서에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내용이 포함(간접적 주장)이 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채권자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자로서 별도의 배당요구서라는 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배당요구종기까지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 등본 등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소명하는 서류를 경매법원에 제출해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P의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견해는 집행법 이론의 측면에서 집행절차에 변론주의나 그 예외원리가 적용되는지에 기준으로 수립된 이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변론주의 원리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 민사집행절차는 형식주의와 신속주의가 강조되며, 절차의 준수에 대하여 민사소송절차보다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경매법원이 재판예규 제1151호 '경매절차진행사실의 주책임차인에 대한 통지'(재민 98-6)를 통하여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고지(통지서 발송)하고,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제1심과 제2심 법원의 입장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는 위 고지로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자는 매각물건명세서를 보고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경매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절차준수의 여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집행법상의 원칙을 지키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이에 속한다. 다만 위 재판예규에 의한 고지는 집행법원이 당사자의 편의를 위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절차(제도)를 안내해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집행법원이 절차진행을 주택임차인에게 통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절차에 의존하여 채권자에게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법원은 배당요구여부를 알리기 위하여 집행관들이 현황조사를 하고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나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건물에 주민등록을 해 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당요구 종기와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하는데, 임차인이 집을 비워 우편물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도 많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임차인이 통지서를 받고도 자신은 경매신청을 했기 때문에 별도의 배당요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우선변제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일반배당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배당요구의 고지 여부와 석명권의 범위 경매법원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고지를 하거나 고지가 전달되기 않은 상태(위 사안의 경우도 고지가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고지는 집행법원의 의무사항도 아니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에 있는 경매신청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인지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경우에 집행법원에 석명의무가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2심법원은 원고의 강제집행신청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아니므로 집행법원에 원고의 주장에 대한 석명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만 판시하여 결국 석명권의 부분은 논외로 하고 있다. 생각건대, 채권자가 단순히 강제경매만을 신청하고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차인으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임의로 P가 그 둘 중의 하나의 절차를 선택한 것으로 채권자의 의사를 간주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경매절차에 관한 절차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를 판단한 후,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절차선택을 명확히 하도록 한 다음, 그것을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3. 결어 결론만을 놓고 보면 대법원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고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판단은 충분히 수긍된다. 이러한 판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도 맞다. 다만, 절차법적 측면에서 보면 P가 명시적으로 어느 절차에 의할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P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집행절차상의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집행절차 역시 소송절차와 절차원리가 다르지 않아 민사소송법상의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또는 그 예외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가 먼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민사집행의 기본원칙이 통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제도의 발전이나 절차법상의 원칙에 대한 보다 충분한 규명이 우선인 상황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채권자가 이 사건과 같이 경매신청자가 아니라 배당요구권자인 주택임차인의 경우는 인수와 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배당요구 종기 이내에 배당요구를 하면 매수인의 부담이 소멸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수인이 그 부담을 인수하게 되며(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단서),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요청 때문에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사집행법 제88조)는 규정의 적용은 무조건 배제하여 하는 지도 문제이다. 법원이 경매신청자라고 하여 배당요구권자에게 요구되는 절차규정의 적용은 배제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신은 존중하여 P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까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집행절차의 원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집행절차선택의 기회보장, 절차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만연히 당사자의 절차선택의사를 간주하기보다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이 절차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체법의 정신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2013-12-23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겸인)
가압류 채권자의 채권액보다 실제 채권이 미달되었을 경우
Ⅰ. 대법원 재판 요지 [1]가압류의 효력은 가압류를 청구한 피보전채권액에 한하여 미치므로, 가압류결정에 피보전채권액으로서 기재된 액(이하 '가압류 청구금액'이라 한다)이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의 산정 기준이 되며, 배당법원이 배당을 실시할 때에 가압류채권자의 피보전채권은 공탁하여야하고, 그 후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본안의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때 가압류채권자가 확정판결 등을 제출하면 배당법원은 가압류채권자에게 배당액을 지급하게 된다(민사집행법 제160조 제1항 제2호, 제161조 제1항). 이 경우 확정된 피보전채권액이 가압류 청구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 전부를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지만, 반대로 확정된 피보전채권액이 가압류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집행법원은 그 확정된 피보전채권액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동순위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의 배당비율을 다시 계산하여 배당액을 감액 조정한 후 공탁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만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로 배당하여야 한다. [2]가압류에 대한 본안의 확정판결에서 그 피보전채권의 원금 중 일부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는 그 나머지 원금과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지연손해금도 피보전채권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이를 가산한 금액이 가압류 청구금액을 넘는지 여부를 가리고 만약 가압류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기초로 배당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 배당비율을 다시 계산하여 공탁되었던 배당액을 감액 조정하여 지급하는 것은 그 범위 내에서 잠정적으로 보류되었던 배당절차를 마무리 짓는 취지이고, 동순위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배당채권으로 산입 될 수 있는 채권원리금액 산정에 형평을 기하여야 할 터인데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잔존 채권원리금액을 모두 다시 확인하기 쉽지 아니함을 고려하면,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채권액은 종전 배당기일의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가압류채권자의 경우에도 종전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한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조정한 후 공탁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며, 나머지 공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배당기일의 채권액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로 배당함이 타당하다. [3]본안소송 결과 배당액 전액을 지급받기에 부족한 피보전권리만이 확정되어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하여야 할 경우임이 밝혀진 때에는 당초의 배당액 중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하여야 할 부분에 관하여는 가압류채권자가 처음부터 그 부분에 대한 배당금지급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가압류채권자가 그 부분 채권을 부당이득 하였다고 할 수 없다. Ⅱ. 가압류 채권자의 배당기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이 가압류 채권자의 배당금액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관련된 원심 판단 및 대법원 파기 사유 가압류에 대한 본안의 확정판결에서 그 피보전채권의 원금 중 일부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는 그 나머지 원금과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지연손해금도 피보전채권의 범위에 포함되므로(대법원 1997.2.28.선고 95다22788판결 등 참조),이를 가산한 금액이 가압류 청구금액을 넘는지 여부를 가리고 만약 가압류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기초로 배당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의 배당비율을 다시 계산하여 공탁되었던 배당액을 감액 조정하여 지급하는 것은 그 범위 내에서 잠정적으로 보류되었던 배당절차를 마무리 짓는 취지이고, 동순위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배당채권으로 산입될 수 있는 채권원리금액 산정에 형평을 기하여야 할 터인데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잔존 채권원리금액을 모두 다시 확인하기 쉽지 아니함을 고려하면,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채권액은 종전의 배당기일에서의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가압류채권자의 경우에도 종전의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한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조정한 후 공탁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며, 나머지 공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배당기일에서의 채권액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로 배당함이 상당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을 기초로 하여 종전 배당절차에서 배당이 이루어져 이 사건 1,2차 가압류에 관하여 가압류채권자인 피고에게 2233만1954원이 배당되고 그 금액이 공탁된 사실, 그 후 이 사건 1,2차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의 일부가 소멸됨으로써 본안인 지급명령에서 일부 원금과 지연손해금만이 잔존하는 것으로 확정되었고, 위 잔존 원금과 이에 대한종전 배당기일인 2007.11.23.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채권 부분을 합산하더라도 그 합산금액이 이 사건 1, 2차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에 이르지 못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그 합산 금액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피보전채권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나, 이를 넘어서서 종전 배당기일 다음날부터 위 지급명령이 확정된 2009.5.20.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채권 부분에 대하여서도 그 피보전채권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기초로 배당비율을 계산하여 배당액을 감액 조정하여야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Ⅲ. 가압류 채권자의 등기 채권액이 실재 채권액보다 많았을 경우 부당이득 하였는지 여부와 관련된 원심 판단 및 대법원 파기 사유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에 관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금액은 공탁되어 있어 피고가 아직 수령하지 못하였고, 본안인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잔존 원금과 종전의 배당기일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의 합계액이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에 미달함에 따라 피고는 위 배당금 중에서 다른 동순위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 다시 계산된 배당비율에 따라 감액 조정된 금액을 집행법원에 청구할 수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당초의 배당액 중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하여야 할 부분에 관하여는 가압류채권자가 처음부터 배당금지급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부분 채권을 부당이득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위 배당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을 초과하는 차액 부분에 대하여는 배당금지급청구권을 이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본안인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잔존 원금과 지연손해금의 합계액이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에 미달되어 감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정에만 기초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위 배당금 중 원심이 인정한 감액 조정 금액을 초과하는 차액 부분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였다고 보고, 그 지급청구권을 원고 등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범위 내에서 이 사건 배당금 지급청구권 중 일부의 양도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추가배당과 부당이득의 성립 요건에 관한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원심과 대법원이 다투어졌던 쟁점 가. 서설 이 사건에서 원심과 대법원은 가압류 채권자의 채권액이 배당액에 미치지 못하였을 경우 타 채권자에 대하여 추가배당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다음의 두 가지 쟁점 ① 배당기일 이후의 지연이자가 배당금에 포함되는 지 여부(지연손해금의 가산종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 여부)와 ② 가압류권자가 자신의 채권액 이상의 배당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배당이의를 한 채권자가 가압류권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지 여부였다. 나. 지연손해금의 가산의 종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 여부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이자만 포함되는지 그렇지 않으면 판결확정시까지의 지연이자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학설 역시 원배당기일설과 집행권원 취득시설이 대립되는 바,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배당기일설을 명확히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다른 채권자와의 형평성의 견지 배당기일에 배당금이 확정되어 그 확정된 채권액을 기준으로 배당이 이루어진다는 점, 다른 채권자와의 형평성의 고려한다면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만 포함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다. 가압류 채권자가 부당이득하였는지 여부 두 번째 사유는 배당이의권자가 가압류 채권자의 패소부분과 관련하여 패소부분에 관하여 배당이의 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원심은 부당이득 청구를 한 가압류 채권자의 비율 부분의 한도 내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된다고 판시하였으나, 대법원은 가압류채권자에게 배당확정 시에 감액 조정된 배당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청구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압류 채권자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채무명의를 얻어 채권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금을 청구할 수 있고 배당금을 청구할 당시 자신의 채권액을 소명하여야 하며 그러한 채권액이 배당금에 미달한다면 전부를 배당받을 수 없으므로, 배당금이 공탁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채권액을 넘는 금원에 관하여는 공탁금에 대한 배당금 지급 청구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가압류 채권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단이 지극히 타당하다.
2013-11-14
함영주 교수(중앙대 로스쿨)
조정의 본질과 효력
1. 대상판결의 개요 (법률신문 10월 9일자 보도) (1) 사실관계 K씨는 J금속에게 2억여 원의 물품대금 채무가 있어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K는 J금속을 상대로 J금속의 자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J금속이 K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자 K는 S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자신이 시효이익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을 하도록 하여 J금속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판결에 기하여 K는 C신용조합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D에게는 근저당설정등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K와 S는 이후 위 사건에서의 위증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다시 J금속은 K를 상대로 확정된 위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계속 중에 J와 K는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K는 말소등기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J금속은 C신용조합과 D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회복등기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1심은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조정조항은 효력이 없고 확정판결의 효력은 재심의 소에 의해서만 배제(취소)될 수 있다고 하여 J금속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2심은 재심청구가 인용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루어진 조정의 경위를 감안할 때 조정조서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이상 조정조서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J금속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 2010다97846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성질상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는 허용될 수 없고, 설령 그에 관하여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더라도 효력이 없어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조정의 본질 1) 이른바 조정재판설 조정을 재판의 일종 또는 판단작용의 일종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는 조정을 당사자가 아니라 조정인(조정기관)이 절차를 주재하고 조정인이 옳다고 판단하는 조정안을 당사자들에게 제시하여 설득해 나가는 절차로 인식한다. 조정의 중점은 당사자 간의 합의보다 조정기관의 공권적 판단에 있으며 조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조정조서에 기재하는 재판이라고 생각하며 신속한 분쟁종결이 강조된다. 우리 민사조정법 제30조에서 조정담당판사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설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conciliation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하나, 조정조서에 재판상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우리 특유의 제도로 볼 수 있다. 2) 조정합의설 당사자 간 합의가 조정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절차는 조정당사자가 주도해 나가며, 조정인은 철저히 조정을 촉진하는 사람(facilitator) 또는 중개하는 중립인(neutrals)이 된다. 법원 연계조정의 경우에도 조정인의 조정은 법원의 재판과 철저히 분리되고, 조정당사자의 비밀은 철저히 보호된다. 이 입장에서는 조정인의 이해관계조절능력과 협상능력을 강조하며, 조정인의 조정인 자질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하는 특징이 있다. 조정실적을 높이기 위한 당사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coercion)이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절차진행이나 결정은 허용하지 않는다. 외국의 mediation이 여기에 속한다. (2) 조정의 본질에 대한 대법원의 관점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기판력이 있는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는 확정판결의 효력을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한 것으로, 조정의 효력 또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의 입장은 일견 조정재판설과 조정합의설 중 그 어느 것과도 어울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정합의설만이 아니라 조정재판설에 의하더라도 조정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가 당사자가 조정에 임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처분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보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례의 논지만으로 대법원이 조정의 본질을 재판으로 본 것인지 합의로 본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법원이 철저한 조정재판설을 취하는 경우라면 전소의 확정판결 이후 행해진 당사자들의 임의조정은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받게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을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판력은 법적 평화와 법적 안정이라고 하는 소송법상, 공법상의 필요에서 인정되는 규준성으로 직권조사사항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신청에 의해 또는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거나(한정설) 또는 직권탐지주의와 변론주의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것(중간설)으로 법원이 일정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조정자체는 성립될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확정판결과 조정 간에 기판력 저촉의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조정합의설을 소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입장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해석해 보면 조정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처분권을 가지는 권리관계를 조정합의에 의하여 정하는 것이고 확정판결의 취소를 합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의 입장이 조정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 역시 가능하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후속조정이 성립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조정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든 조정이 재심절차의 대용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는 주장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기판력의 저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를 숙제로 남긴다. 필자는 대법원이 확정판결의 취소는 재심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확정판결의 취소를 당사자들의 순수한 합의에 기초한 조정합의로 취소하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내용의 조정이 있었고 그 조정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의 저촉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결어 우리 민사소송법은 화해·청구의 포기·인낙조서(조정조서 포함)에 흠이 있는 경우 무효·취소의 주장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1961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래 소송행위설을 취하여 준재심에 의해서만 이를 다툴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판례는 화해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경우나 반사회적인 경우에도 그 화해가 무효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점차 확대되어 민사조정에도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었고, 심지어 법원을 완전히 벗어나 행해지는 각종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도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조정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주는 본 건 판결은 앞으로 우리의 조정제도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의 문제와 맞물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조정을 재판의 일종이나 재판의 변형된 형태(판결문을 쓰지 않는)로 보는 입장(조정재판설)은 조정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조정의 실제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수없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분쟁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또는 적극적 불합의는 아닌 선에서 못이기는 척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도 사회와 당사자들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조정을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입장(조정합의설)은 조정의 원래의 효용증대와 함께 조정이 교섭력이 약한 당사자들을 억압(coercion)하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이는 기존의 분쟁해결절차가 지나치게 대결위주로 분쟁을 신속히 종결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소송의 반복(상소심 등)이 만연하게 되었고 결국 분쟁의 신속한 해결조차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분쟁은 신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압박을 하면 할수록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발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즉, 현재의 우리의 소송현실은 법원의 신속한 사건처리에 대한 부담과중과 그로 인한 불충분한 심리로 오히려 분쟁이 확대되어 한 심급만 보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었지만 전 심급을 통산하면 분쟁해결의 총시간은 더욱 길어졌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 서고자 한다. 왜냐하면 엄격한 처벌만으로 범죄의 수가 줄지 않듯, 흠이 있는 상태로 종결된 민사절차를 기판력을 인정하는 제도로 막는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소송사건이 줄어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분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해·포기·인낙·조정조서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한 것이 오히려 소송심리를 더욱 충실히 하거나 조정에 노력을 기울여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킨 면은 없는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손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무기를 옆에 두고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자제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의 조정절차가 mediation절차의 장점을 좀 더 수용하고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2-12-10
백형구 변호사(서울회)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
1. 사실관계 피고인은 1988년 5월 20일 오후 5시경부터 동일 오후 11시경까지 사이에 술에 취해 인천시 송림동 소재 포장주점에 찾아와 하등 이유 없이 동 주점 손님들에게 "이 새끼들 나를 몰라보느냐, 누구든지 싸움을 해보자"고 시비를 걸고 주먹과 드라이버로 술탁상을 마구 치는 등 약 6시간 동안 악의적으로 영업을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 제24호(불안감조성), 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으로 같은 달 21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구류 5일의 처분을 받았으며 위 즉결심판은 확정되었다. 위 즉결심판이 확정된 후 당시 그 주점에서 피고인과 시비를 벌인 피해자 박영춘이 사망하자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는 「피고인은 1988년 5월 20일 오후 5시경 에 인천시 송림동 소재 박윤봉 경영의 포장주점에서 술주정을 하던 중 그곳의 손임인 피해자 박영춘(남, 29세)과 시비를 벌여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위 포장주점 밖으로 끌고나와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복부 등을 수회 때리고 차 피해자로 하여금 그 이튿날 오후 7시 30분경 외상성 장간막 파열로 인한 출혈로 사망케 한 것이다」라는 범죄사실(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인천지방법원)이 형이 확정된 경범죄처벌법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공소사실)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자 검사가 위 면소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항소법원(서울고등법원)이 1심판결과 같은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검사는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판례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를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과 피해자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 사실은 「동일한 피고인이 동일한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그 주점의 손님들에게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린 사실에 관한 것으로 양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이미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즉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를 위반한 범죄사실과 그 주점안에 있던 피해자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서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동일사건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때의 면소판결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3.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6조). 따라서 유죄의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발생한다. 확정된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즉결심판의 대상인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 전부에 미친다. 따라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여부가 문제해결의 열쇠에 해당한다. 4.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동일설, 죄질동일설, 구성요건공통설, 소인공통설, 사회적혐의동일설, 형벌관심동일설, 지도형상유사설, 종합평가설 등이 일본에서 대립되고 있으며 그 중 우리나라 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학설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지엽적인 점에서 동일하지 않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로서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가 취하고 있는 견해이며 우리나라에서의 다수설이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신양균 등).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절도와 장물보관은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구성요건공통설은 비교되는 두 사실이 구성요건적으로 상당한 정도 부합되는 때에는 죄질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두 사실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견해를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김기두, 정영석, 권오병).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수뢰죄의 범죄사실과 공갈죄의 범죄사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 각 범죄사실 사이에는 구성요건적 공통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견해는 타당한 학설이라고 할 수 없다. 소인공통설은 소인의 주요부분이 공통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로서 우리나라에서 이 학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강구진, 차용석).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형사소송법은 소인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소인부정설) 소인의 개념을 전제로 한 소인공통설을 지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학설에 대해서는 문제를 가지고 문제에 답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백형구, 이재상, 임동규, 이은모). 소인이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즉 공소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상이하나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그 재물의 절취행위에 수반되는 범죄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운반행위·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不可罰的 事後行爲)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別個)의 범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1개의 범죄행위인 경우에 한해서 문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犯罪行爲同一說)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1) 공소사실의 동일성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의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의 범죄사실과 피해가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양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술집에서 술에 취하여 소란을 피우고 그 술집에 있는 손님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6시간 동안 그 술집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사실과 그 술집에 있던 손님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범죄의 피해자, 행위태양, 범행방법, 범죄의 결과 등이 전혀 다르므로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하더라도 양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위 양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양 범죄사실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별개(別個)의 범죄사실이므로 양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한 이론구성이다. (2) 법원의 판결 대법원판례는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구류 5일)이 확정되었으며 그 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에 미치므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해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별개(別個)의 범죄사실로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본다. 상해치사죄 공소사실에 대한 면소판결과 유죄판결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2011-11-21
박준영 변호사(법무법인 경기)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새로운 증거로 봐야
1. 사실관계의 요약(서울고등법원 2011. 6. 30 자 2010재노75 결정) A와 B는 역전에서 노숙을 하던 지적장애인이다. 2007. 5. 14. 역전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에서 노숙인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되었고, A와 B는 역전에서 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이들은 체포당시 혐의를 부인하다가, 자백을 하였는데, 자백의 취지는 'A와 B는 꼬맹이들과 함께 변사자를 데리고 고등학교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B는 변사자의 뺨을 2대 때린 후 꼬맹이들과 함께 역전으로 돌아왔고, A는 이들이 돌아간 뒤 현장에 남아 변사자를 수십 분 동안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A와 B는 1심법정에서 자백을 하였고, 1심은 A에게 징역 7년(상해치사혐의), B에게 벌금 200만 원(폭행혐의)을 선고하며, 'A와 B의 법정진술, 사체검안서 등'을 증거로 설시하였다. A는 허위자백을 하였던 것이라며 1심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하였고, B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A에 대한 항소심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였고, B는 이전 자백내용과 동일한 증언을 하였다. 물적 증거가 전혀 없는 사안임에도 항소심은 B의 진술을 신뢰하였고, A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증거는 '1심판결의 기재'를 원용하였다. A는 상고를 포기하였고,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 위 꼬맹이들이 잡혔고, 꼬맹이들은 'A, B와 공동으로 범행을 하였다'는 상해치사혐의로 기소되었다. 꼬맹이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과 A, 꼬맹이들 모두 사건현장에 간 적 없다.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재판부는 'B의 번복 진술의 태도나 내용에 정신지체나 장애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며, 번복진술을 신뢰한 후 꼬맹이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무죄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대법원이 'B의 번복진술을 신뢰한 원심의 증거취사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최종판단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A는 4년 반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여타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재심사유'라는 쟁점만을 놓고 이 사건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는 주장하기 힘든 상황 위에서 B는 A에 대한 항소심법정에서 증인의 지위로 증언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상의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라 함은,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되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사용된 증언('증거의 요지'란에 설시된 증거)을 뜻하는 것이고, 단순히 증거조사의 대상이 되었을 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은 증언은 위 '증거 된 증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2003도1080 판결, 95모3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인 항소심판결은, 'B의 항소심에서의 증언'을 증거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1심판결의 해당란 기재'를 원용하였는데, 1심판결에서는, '피고인들(A, B)의 각 법정진술'이 증거로 채택·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때, B를 위증혐의로 고소하고 유죄확정판결을 받아낸다 한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상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새로운 증거로 보아야 가. 대법원의 입장으로 원용되고 있는 판례(93모33결정)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자주 원용되고 있는 대법원의 결정은 18년 전의 결정인 93모33결정으로 그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말하는 '무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때'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어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증거가치에 있어 다른 증거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되는 증거를 말하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조사채택된 공동피고인이 확정판결 후 앞서의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학계의 동향 학계는,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은 좁은 의미의 증거방법이 아니므로 증인의 경우와는 달리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증거자료의 내용이 달라진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는 입장도 있으나, 재심대상판결에서 실질적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진술번복은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재심사유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집중되어 있긴 하나, 세부적인 쟁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신규성'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논의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다. 소결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는, 동일인의 상반된 진술에 대한 평가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의 문제라는 점,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점,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지 아니한 번복·변경된 진술에 대하여 단지 법원에 새롭다고 하여 그 신규성을 인정하여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형해화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심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위 논거들은,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려고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그 제1, 2호의 취지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1(서류 또는 증거물), 2호(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에 따르면, 이 사건 사안에서 공동피고인 B의 번복진술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공동피고인 B는 '자신도 A처럼 사람을 죽였다는 혐의를 뒤집어쓸까봐 무서워서 거짓진술을 하였다'고 실토하였다. B의 거짓진술의 경위와 관련하여, A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고, A가 자신의 재판 확정 후에 있었던 B의 번복진술을 근거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본 형사소송법도 우리나라와 같은 재심사유를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동피고인이 유죄판결확정 후 진술을 번복한 경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던 증인이 새롭게 진술한 경우, 이를 새로운 증거로 보는 견해'가 유력한 학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규성 인정을 제한하는 사례도 보임, 일본형사소송법 주석서 참고). 필자의 사견도 위와 같이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문제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재심사유를 제한하면 된다고 본다. 한편,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위 쟁점과 관련하여 대법관들의 의미 있는 입장표명을 확인할 수 있는바, 번복진술 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하에 이루어진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는 판례변경을 기대하게끔 한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종합평가설)면서, 이전의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단독평가설)는 판례를 변경하였다. 위와 같이 '명백성의 판단 기준'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하면서, 9인의 대법관이 '새로운 증거'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견도 아울러 밝혔는바, 당시 6인의 대법관(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은, '새로 발견된' 증거인지 여부는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면서 그 기초로 삼은 증거자료에 의하여 인식하였던 내용과 다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견은,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한 진술(번복 전 진술)과 다른 진술(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인정 여부에 대한 심사도 별도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리고 3인의 대법관(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은 '진술서 등이 이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차이 없이 단지 증거의 형식만을 달리하여 반대되는 내용이나 태도로 바뀐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확정판결 당시 이미 발견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기존의 진술 등과 동질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위 3인의 대법관의 의견을 반대해석하면, '실질적인 차이 있는 진술변경의 경우'에는, 신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위 3인의 대법관이 언급한 '실질적인 차이'가 개개 사안에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궁금한바, 필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 하에 이루어진 진술'로 이해하고 싶다). 이 사건에서 B는 공범사건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심대상 소송절차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고, 번복진술을 신뢰한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새로운 증거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한 대법관 9인은 이 사건에서 B의 진술번복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맺음말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은 피고인에게 한줄기 빛을 제공하는 창의 역할을 하도록 운영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라는 구절이 있다. 껍질을 깨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탄생이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이라는 껍질을 깨트리는 고통 없이는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하다(권오걸 교수의 논문 인용).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만으로는 재심사유로 볼 수 없다'는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18년 전의 93모33결정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변경되어야 하고, 진술번복과 관련한 재심사유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2011-10-24
성중탁 변호사(법무법인 서린)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에 관한 쟁점 및 그 개선점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대상 토지에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할 목적으로 2003년 5월20일 토지주들과 사이에 대상 토지에 대한 일정매매대금보장 및 상가개발완료 후 개발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소위 지주합동 개발방식에 의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의 특성상 개발완료되기 전에는 구체적인 토지매매대금을 확정하기 어려워 원고는 대상 토지 중 1/2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뒤 2003년 6월28일 상가 건축 착공과 동시에 위 1/2 지분에 관한 1차 매매대금으로 3억4,000만원을 기재하여 관할 용인시에 취득신고를 한 후 이에 대한 취득세로 680만원, 등록세로 340만원 합계금 1,020만원을 납부하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7월5일 원고 고문 세무사의 조언에 따라 후일 정산에 따라 토지 취득가액을 약정(상가분양이 성공하여 수익이 최대한으로 난 경우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매매대금으로 정산하기로 하였음) 최대금액인 34억원으로 수정 신고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위 2003년 6월28일자 기납부한 3억4,000만원에 대한 취·등록세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31억6,000만원에 대한 취득세로 6,120만원, 등록세로 3,672만원 합계금 9,792만원을 추가 납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7년 7월에 이르러 위 사업이 완료되었으나, 경기침체로 분양에 실패하였다. 그리하여 토지주들과의 정산에서 당초 토지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개발이익 지급이 불가능하게 된 점을 서로 인식하였고, 이에 기하여 원고와 토지주들 간에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은 당초 기본 토지대금인 6억8,000만원으로 정하여 최종 정산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위 최종 정산 합의에 기하여 원고는 2007년 8월30일 나머지 1/2지분에 대한 토지 대금 3억4,000만원을 지급한 후 그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마침과 동시에 피고 용인시에 위 3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취·들곳에 취득세로 680만원, 등록세로 340만원 합계금 1,020만원을 납부하였다. 또한, 원고는 위와 같은 사정에 기하여 2007년 8월27일과 29일 2회에 걸쳐 피고 용인시에 대하여 당초 2003년 7월3일 원고가 이 사건 토지 1/2분의 대금을 34억원으로 계산하여 과납한 이 사건 취·등로게에 대해 (감액)재수정신고를 함과 동시에 그 차액인 30억 6,000만원에 대한 취·등록세금인 금 9,792만원의 환급도 요청하였다. 그런데, 피고 용인시장은 이에 관하여 2007년 8월29일 객관적 자료 불비를 사유로 이 사건 원고의 과오납금환부신청에 대한 환부거부처분을 하였다. Ⅱ.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제도 및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에 대하여 가. 세법은 국가 등의 재정수요의 확보와 국민의 재산권보장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지향하므로 조세행정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에 관한 침해의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그 해소를 위하여 세법은 과세주체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인 과세관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으로 인하여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받은 경우 이에 불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특별히 마련하고 있다. 종전에 신고주의 조세에 있어서 신고납부를 잘못하였을 때, 즉 납세의무가 없는데도 신고납부를 했거나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여 신고납부한 경우, 구국세기본법(1994년 12월22일 개정되기 전) 제45조의 수정신고제도는 수정신고기한이 지나치게 짧고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기한 내에 제출한 자에게만 인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지방세에는 준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어 세법상 구제의 범위가 매우 좁았으며, 그 구제범위 밖에서는 신고행위가 당연무효의 경우, 즉 신고행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부당이득반환의 법리에 따른 민사상 구제가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운용되어 왔다. 이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구제에 지나치게 불충분한 구제방법이었으므로 1994년 12월22일 개정 국세기본법에서는 종전의 수정신고제도 외에 같은 법 제45조의2로 경정청구제도를 마련하여 이를 보완하게 되었다. 경정청구는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또는 세액에 잘못이 있기 때문에 하는 통상적 (감액)경정 청구(기법 42조의2 1항)와 후발적 사유에 의하여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계산의 기초에 변동을 생기게 하였기 때문에 하는 후발적 경정 청구(기법 45조의2 2항)가 있다. 이는 납세의무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경정청구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된다. 한편, 용어상 경정청구는 조세의 감액을 목적으로 하나, 수정신고는 조세채무의 증액을 목적으로 하고, 신고주의 조세에 있어서 수정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를 수정·확정시키는 효력이 있으나, 경정청구는 경정청구만으로 조세채무가 변경되지 않으며 과세관청이 경정을 하여야 비로소 조세채무가 변경된다는 점이 서로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지방세에 있어서 경정청구제도 지방세법은 제71조에 지방세의 신고납부에 관한 수정신고의 규정, 신고납부한 법인세할 주민세의 수정신고 규정이 각 있으나, 그 규정내용은 증액수정신고 뿐만 아니라 감액수정신고규정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세법상의 경정청구에 관한 규정은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제도를 규정하기 이전의 수정신고(감액수정신고)제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고 납세자의 권리구제 면에서는 지극히 미비하다고 하겠다. 다만, 위 지방세법 규정의 도입으로 신고납부 또는 수정신고 납부를 한 경우에는 그 신고납부를 한 때에 처분이 있었던 것으로 간주하여 신고납부 또는 수정신고 납부를 처분의 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신고납세방식 지방세의 신고 납부행위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수정신고기한이 도과 되지 아니하거나 이의신청 또는 심사청구기한이 경과하지 아니한 신고납부행위는 감액수정신고를 거쳐,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개정 지방세법 제71조 제1항은 ‘이 법에 의한 신고납부기한 내에 지방세신고납부한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정신고 할 수 있다. ① 신고납부한 후에 과세표준액 및 세액계산의 근거가 되는 면적·가액 등이 공사비의 정산, 건설자금의 이자계산,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변경되거나 확정된 경우 ② 신고납부 당시에 있어서 증빙서류의 압수 또는 법인의 청산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과세표준액 및 세액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었으나 그 후 당해 사유가 소별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방세법 제71조는 그 수정신고납부대상에 관하여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그것도 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이는 국세기본법상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비하여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다. 또한, 지방세법 제177조의3 제1항은 ‘납세의무자가 제177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납부한 법인세할의 시·군별 안분계산세액에 오류를 발견한 때에는 신고납부한 날부터 60일 내에 이를 수정신고 납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정신고납부를 하는 때에는 … 환부 받을 세액에 대하여는 신고와 동시에 환부신청을 하거나 다음 연도 분 법인세할에서 환부 받을 세액을 공제하고 신고 납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정신고납부로 인하여 …… 환부하는 세액에 대하여는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환부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와 국세기본법상의 경정청구제도를 비교하면, 국세에 있어서의 수정신고제도와 일반적인 경정청구제도가 지방세법에 도입되지 않은 반면, 지방세에서는 국세에 있어서의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불복대상으로 신고납부를 처분으로 의제하는 방식으로 항고소송으로 다툴 여지를 남김으로서 국세에 있어서의 일반적인 경정청구제도의 일부만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방세법에서 도입한 위 수정신고제도는 현재 국세에서 시행하는 수정신고와는 그 용어적 의미가 다르며, 국세의 경정청구제도와도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판례도 경정청구에 관한 국세기본법의 규정은 조문의 체제상 지방세에 준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1999년 7월23일 선고 98두9806판결). 즉, 지방세법상 수정신고는 일반적 사유에 의한 증액수정신고뿐만 아니라 감액수정신고도 가능하나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우에만 가능한 반면 국세의 경정청구는 일반적인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제도와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제도가 모두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세의 경우 그 구제범위가 제한적이다. Ⅲ. 이 사건 판례의 타당성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용인시에 2007년 8월27일 제출한 “취등록세 환급요청서”라는 제목의 문서에 기재된 “과오납 수정내역은 당초 3억4,000만원에서 30억6,000만원으로 수정신고 했던 것을 당초 3억4,000만원으로 재수정코자 합니다”라는 문구를 법원은 지방세법 제7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고납부한 후에 과세표준액 및 세액계산의 근거가 되는 면적·가액 등이 공사비의 정산 등에 의하여 변경되거나 확정된 경우 내지, 신고납부 당시에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과세표준액 및 세액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었으나 그 후 당해 사유가 소멸한 경우로서 수정신고를 적법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수정신고에 따른 과납세금환급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부당한 거부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취소하였다. 위 판례는 사실상 토지취득가액의 변경이 있는 경우 수정신고를 통한 구제방안에 관한 선례적인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방세법상 수정신고 제도를 통한 납세자의 구제수단은 국세에 비하여 그 요건과 절차 면에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실무상 실제 구제받는 경우란 극히 드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비록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에 해당하는 수정신고이지만, 지금까지 전무한 선례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가 국세와 마찬가지로 보다 폭넓은 구제방안을 규정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Ⅳ. 결론 결국 지방세법상의 수정신고는 국세의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제도만을 수정신고제도라는 명칭으로 수용하면서 국세의 경우와 달리 후발적 사유에 의한 수정신고만을 인정하며 증액수정신고까지 포함하고 있는 어중간한 구조를 띄고 있다. 필자의 개인 사견으로는, 지방세법에서 굳이 국세와 다른 구제제도를 채택하여 납세자의 구제방안을 축소할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고, 무엇보다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도 국세와 다른 구제제도로 인해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입법론적으로는 지방세의 경우에도 국세의 수정신고제도와 경정청구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여 국세와 차등 없이 동일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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