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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파견법상 권리에 미치는 영향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야 1. 사안의 개요 A 회사는 1993. 9. 17. 설립되어 원청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및 그 자회사인 D 회사로부터 광산 채광업무를 하청받아 수행한 회사이고, 근로자 갑은 2012. 3. 1. A 회사에 입사해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위한 파견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다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당시 계열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2013. 10. 17. 회생절차개시결정, 2014. 3. 18. 회생계획인가결정을 각 받았다. 갑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의 위 회생절차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고용청구권 및 금전채권(파견법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회생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관리인 역시 원고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의 위 회생절차는 2015. 3. 6. 종결되었다. 한편 B회사는 2008. 5. 22. 컴프레서 운전용역 등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역시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로부터 원청 사업장 내 컴프레서, 펌프, 보일러 등의 운전 및 점검업무 등을 하청받아 수행한 회사이다. 근로자 을은 2008. 6. 1. 에, 근로자 병은 2014. 12. 26.에, 근로자 정은 2016. 8. 13.에 각각 B회사에 입사해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위한 파견업무를 수행하였다. 근로자 갑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직접고용청구와 더불어, 원청 소속의 비교대상 근로자에 비해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한 것이 파견법 제21조 제1항의 차별에 해당하고 이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 관련 소송의 개요) 근로자 을, 병, 정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직접고용청구 및 고용의무 불이행(즉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1다229601 판결 관련 소송의 개요, 다만, 원고 정의 경우 위 직접고용청구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소일부취하 하였다. 이하 위 근로자 갑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함께 ‘대상판결’이라 한다. )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평석 주제와 직접 관련없는 당사자 및 사실관계는 요약 내지 생략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20나1108 등 판결)은, 위 파견근로자들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형성권이 아닌 청구권이기는 하지만 재산상의 청구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고,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기해 직접고용청구권이 불성립하거나 소멸한다는피고 주장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더라도 이후 회생절차 종결결정의 효력이 발생하면 파견근로자는 다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의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그 시행령 제2조의2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위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입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같은 법리에 기해 대법원은, 1) 원고 을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기 전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파견근로자이므로 위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해 소멸하였고, 더 이상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직접고용의무에 터잡아 회생절차개시 후의 직접고용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2) 원고 병의 직접고용청구권의 성립요건은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 충족되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병의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이를 전제로 한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3) 다만 원고 정은 회생절차가 종결된 후인 2016. 8. 13.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였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호가 적용되지 않고,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원고 정에게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갑의 경우 항소심에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의 권리소멸 등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이에 대한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의 직접고용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다만 사용사업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를 알 수 있었는데도 파견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구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사용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차별적 처우를 해소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며 그 손해는 날마다 발생한다고 전제한 다음,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의 공익채권이라는 이유로, 상기 손해배상청구권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3호의 회생채권 또는 동법 제181조의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본안전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파견법 제6조의2의 권리장애 및 권리소멸 효과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조항은 2006. 12. 21.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본래 1998년 제정된 파견법(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고용관계를 간주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의제조항에 대해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위 개정법 시행일인 2007. 7. 1. 이후부터는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여야 한다’는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위 개정법의 적용 대상인 파견근로자는 직접고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같은 권리는 청구권인가 형성권인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학계에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현재는 사용사업주는 물론 파견근로자 역시도 아래에서 살펴볼 이른바 ‘10년 손해배상’을 주장하기 위해 대부분 청구권설을 지지하는 듯하다. 다만 이같은 파견법상 권리가 청구권이라면 다른 일반채권과 마찬가지로 이행의 문제가 남게 되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고용의무 이행이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을 포함한 파견근로자의 제 권리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바, 적어도 대상판결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필자가 알기로는 이에 대한 학계 및 실무상의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먼저 파견근로자의 고용청구권 자체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각호의 사유가 회생절차 개시결정일 이전부터 있었다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에 기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원심은 직접고용청구권은 단순히 근로계약관계 형성의 법률효과를 가져올 뿐인 점,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점 등을 근거로 직접고용청구권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채권양도인인 회생채무자에 대해 채권양수인이 갖는 양도통지 이행청구권(대법원 2016마5082 결정), 골프회원권(대법원 89다카4113 판결)과 같은 계약상 급여청구권(비금전채권)에 대해서도 회생채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점,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는 고용의무가 이행된 후 그에 터잡아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이 공익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보다 선행하는 고용청구권 자체의 성질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는 직접고용청구권이 회생채무자의 재산감소와 직결되는 권리임을 더욱 명확히 보여줄 뿐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호는 직접고용청구권 자체의 회생절차상 취급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이라고 평가된다. 대상판결은 위 파견법 조항이 직접고용의무의 예외규정을 둔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하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업의 효율적 회생을 어렵게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①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고, ②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고 ③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리하였다. 요컨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의 직접고용청구권에 대해서는 권리장애적 항변이 되고, 회생개시 이전에 이미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사용사업주는 위 조항을 근거로 권리소멸 항변을 할 수 있음이 명확해졌다.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야 나. 회생개시결정 전부터 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차별이 반복되어 온 경우 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 한편 고용청구권 자체의 법적 성질과는 별개로,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전부터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해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고용의무 또는 동법 제21조의 차별이 계속되어 온 경우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은 회생채권 또는 개시후기타채권(채무자회생법 제181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파견법이 제정된 1998년 당시만 해도 하청 소속 근로자들은 주로 원청과의 묵시적 근로관계(소위 위장도급)를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파견법에 기한 권리주장은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주장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2006년 파견법이 개정되면서 고용 의제가 아닌 고용의무 규정이 도입되자, 이에 착안해 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비교대상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별(불법행위)을 원인삼아 파견근로기간 동안 차별받은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법원은 이미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로 하여금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등 판결)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파견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 일부가 이행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는 다소의 의문이 있다. 파견근로자 입장에서는 계약상 권리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침해된 법익이 없는 바, 이같은 경우에도 불법행위와의 경합을 인정한다면 계약법 영역과의 준별이 분명치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생절차개시 전부터 사용사업주의 재산상 청구권(즉 고용의무 또는 차별해소의무)의 불이행이 있기 때문에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할 관계에 있는 때에는 그 계속으로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발생하고 있는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3호에서 말하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2.선고2002다53865 판결 참조) 이 문제에 대해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여 온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그 차별적 처우를 해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며 그 손해는 날마다 발생하는 것이므로,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제179조 제1항 제5호의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공익채권이라는 이유로, 원고 갑의 손해배상채권이 회생채권 내지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 등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또한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29601 판결)은, 앞서 본 원고 을, 병의 고용의무가 소멸하거나 발생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회생채권 내지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파견근로자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를 고용의무 불이행(채무불이행)에서 찾든 차별해소의무 위반(불법행위)에서 찾든 간에, 그 요건사실인 근로자파견관계가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 이전부터 성립해 있었다면 청구권의 주요한 발생원인은 회생절차개시 전에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 갑과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간의 근로자파견관계가 회생절차개시결정 이전에 성립해 그 이후까지 계속되었다고 보았음에도, 회생절차 관리인이 위 원고를 차별 처우한 것이 회생절차 이전의 차별과 별개인 ‘새로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바, 이 부분 판시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채무자회생법 제251조 본문에서 이른바 실권제도를 둔 것은, 절차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였음에도 절차에 참여하지 아니한 권리자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점과 뒤늦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권리자로 인하여 회생계획의 수행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사정은 하청업체인 A, B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다만 당초에는 묵시적 근로관계 주장에 집중한 나머지 파견법상 권리주장에 소홀하였던 것이므로,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보아도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 다. 보론 - 파견법위반(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요건 및 소멸시효 백보를 양보하여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개시 이전부터 계속된 파견관계에 기해 그 후에도 임금을 차별한 것이 ‘새로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는 사용사업주가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는 회생절차개시 여부를 불문하고, 사용사업주가 파견법 제21조의 차별금지를 위반한 사안이라면 일반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용사업주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려면 파견관계 내지 임금 차별에 대해 사용사업주(또는 관리인)의 귀책사유 내지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불법행위를 청구권원으로 삼는다면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당연하게도 피해자인 파견근로자에게 있다. 한편 전술한 바와 같이,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파견근로자의 권리주장은 점차 직고용에서 손해배상청구로 그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용사업주와의 고용관계가 의제된 경우에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3년) 범위 내에서 임금차액 자체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만, 고용의무 내지 차별금지의무에 터잡아 불법행위로 구성할 경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라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의 범위 내에서 소급해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즉 파견근로자는 동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도과만 면한다면, 계약상 권리보다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심지어는, 구 파견법에 기해 고용관계가 의제된 파견근로자조차 파견법 제21조,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위 3년 이전에 발생한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의 원심에서는,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의 기간에 발생한 원고 갑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로 인해 소멸하였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다. 원심 및 대상판결은 원고 갑이 위 소제기일로부터 3년 전 당시에 차별적 처우를 당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피고 회사의 위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는 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파견법위반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 제766조 제2항의 장기 소멸시효 규정까지 적용된다고 판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법 제21조,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10년간의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서는 곤란하다.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그보다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찰 담합을 원인으로 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지만, 장기 소멸시효는 국가재정법 제96조에 따라 5년으로 적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그간의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주로 원청과 하청, 하청근로자 간의 법률관계가 진성 도급관계인지 아니면 근로자파견관계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고, 특히 원청회사 사업장 내에서 원청의 일을 도급주는 형태인 소위 사내하청이 파견관계인지 여부, 컨베이어벨트 바깥의 이른바 간접공정에 속한 경우에도 파견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자주 문제되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산업분야 및 사업장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령 원청 회사에서 파견으로 볼 만한 기준 내지 요소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위해 생산라인 내지 인력구조 자체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도 어렵다. 결국 사내도급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라면 앞으로도 불법파견에 관한 리스크를 일정 부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받은 파견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그 권리행사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계 및 실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 파견법상 권리 역시 변경 내지 소멸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비단 대상판결의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뿐 아니라, 불법파견이 문제되는 완성차업계 및 조선업계 등에서는 장기간 업황부진 등으로 회생을 면하기 어려운 회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청구권 및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판단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다만 파견법 제21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충족해야 하는지, 특히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관리인의 고의·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파견법위반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 소멸시효는 무엇인지 여부는 향후 해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파견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 및 그 효과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변재휘 변호사(법무법인 동헌)
소멸시효
임금채권
임금차별
불법파견
변재휘 변호사(법무법인 동헌)
2023-08-13
민사일반
증권발행시장에서의 전문가책임
[사안의 개요] 1. XX이쿼티는 M&A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9년 11월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씨모텍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300억원에 매수하였다. XX이쿼티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였으나 자본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시하였다. XX이쿼티가 씨모텍의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 씨모텍은 바로 약 300억원을 유상증자하였고, 다시 유상증자를 계획하여 2011년 1월 약 286억원을 유상증자하였다. 2차 유상증자 직후 씨모텍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되었다. 그 과정에서 XX이쿼티의 실제 사주들이 1차 및 2차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 씨모텍의 자산에 대해 거액의 횡령, 배임행위를 하였음이 밝혀졌다. 씨모텍은 기업회생을 신청하였으나 결국 청산되었다. 2. 2차 유상증자 당시 D증권은 증권인수인으로서 증권신고서에 인수인 의견을 작성하였는데, 씨모텍의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경영불안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특히 XX이쿼티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하여 "전체 300억원에 대해서 30억원 자기자본과 270억원 외부차입금으로 조달하였음. 외부조달자금 270억원은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50억원에 대해서도 자본금으로 전환할 예정임"이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XX이쿼티는 외부차입금이 전혀 자본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융감독원은 D증권에 대하여 기업실사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차입금의 자본금 전환여부를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자의 보고만 믿고 인수인 의견란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기관주의 및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였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는 D증권에 대하여 과징금 4억여원을 부과하였다. [소송의 경과] 1.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가 손해를 본 186명은 2011년 10월 D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집단소송에 대한 법원 허가를 거쳐 본안판결이 2020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2021년 5월 분배절차가 종료되었다. 2. 법원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최대주주인 XX이쿼티의 자본금 전환 여부는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D증권이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것은 증권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D증권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집단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총원의 범위는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씨모텍 주식을 취득하여 매매거래정지일까지 계속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다. 손해액은 발행가액(2390원)과 청산금(약 6원)의 차액을 총원의 보유주식수에 곱한 145억원이며,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이유로 D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총 손해의 10%로 제한하였다. [평석] 1. 사안은 증권사기에 대하여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한 증권회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으로, 실제 위법행위자들의 책임재산이 부족하여 인수인인 증권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거의 10년의 소송 끝에, 법원은 인수인 증권사가 책임이 있다고 하였으나, 286억원 유상증자에 9000여명이 참여한 증권사기에 대하여 인정된 손해액수는 145억원에 불과하고 증권사는 그 중 10%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2. 이론적으로는 주식발행시장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공시되면 투자자들이 이를 읽고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하여 증권사기꾼이나 경제성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고 증권시장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기댄다. 재무정보에 대하여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공모주식의 가치와 위험에 대하여는 인수증권사의 의견을, 채무증권의 상환가능성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구조화증권의 구조는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서를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발행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여 증권사기꾼의 시장진입을 사전에 걸러낼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전문가의 활동비용을 증가시켜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게 된다. 대상판결이 D증권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책임액수를 손해의 10%로 한정한 것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손해배상액의 제한요소로 다음을 들었다. ① 손해의 상당 부분은 XX이쿼티 측의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 배임행위로 인한 것이다. ② D증권이 XX이쿼티 측의 횡령, 배임행위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다. D증권이 기업실사 과정에서 주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어도 손해 전부를 배상케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한다. ③ D증권은 증권인수업무의 대가로 수수료 약 4억8000만원을 받기로 했고 씨모텍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이 중 약 1억원만을 받았으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과태료 및 과징금을 냈다. 그런데 D증권의 인수인으로서의 문지기책임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은 증권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고 단순히 '인수인의 의견'에 잘못 기재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는 90%의 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다.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인수계약서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책임을 발행인에게 전가하는 면책약정(indemnification)을 두는데, 상대적 이익비율(발행인의 공모금액과 인수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의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기로 하거나, 인수증권사는 수수료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고 정하기도 한다. 미국 SEC와 법원은 이러한 면책약정은 문지기책임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다. 이 점에서 책임감경이유로 D증권의 수수료 수익을 언급한 것은 아쉽다. 또한 D증권의 잘못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감경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법원은 다양한 사건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소송이나 금융투자상품소송에서는 피해자에게 전혀 과실이 없는데도 또는 위반자의 행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약한 사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 원칙'의 논리로 투자 액수가 크거나 투자대상이 복잡할수록,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할수록 책임제한비율이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피고가 그러한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도록 원고들을 위법하게 유인한 행위자 아닌가? 자기책임 원칙은 투자자가 애초에 인수하려고 한 위험을 넘어서까지 손해배상을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인수한다고 인식한 위험의 범위에 대해 피고가 사기를 친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다. 또한, 증권의 유통구조상 다액의 피해에 불구하고 극히 일부 피해자들만 소를 제기하므로, 지나친 책임제한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위법행위를 해도 제한된 책임만 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지기 역할을 장려하려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5.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들에게는 과실이나 손해방지가 가능한 지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도 손해액의 90%를 부담시켰다. 고의의 위법행위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D증권에게 손해 전체를 배상하라는 것은 일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D증권이 부담하지 아니하는 손해는 위법행위자가 아니라 결국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결과에 비추어 볼 때, D증권의 입장이 아니라 전체의 맥락에서 형평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 마지막으로, 동일한 주식을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자는 자본시장법의 특칙과 집단소송을 이용할 수 없어 배상을 받는 데에 한계가 있다. 사안에서 집단소송의 총원을 2차 유상증자 참여자 중 거래정지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는데, 거래정지일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자는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주식에 대한 손해는 누가 구할 수 있는가? 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특칙을 발행시장 취득자에게 한정하므로(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판결 등) 전득자는 민법 제750조로 손해배상을 구해야 하는데, 유통시장 취득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믿고 거래한 것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추가 유상증자분이 상장되면 기존 주식과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므로, 추가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내용은 해당 종목의 시장가격에 완전히 반영된다. 부실기재 발각 전 부양된 주가에 주식을 취득한 자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투자자의 지위를 취득한 자로 볼 수도 있다. 전득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위법은 있는데 아무도 배상을 못받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자본시장법
집단소송
주가조작
씨모텍
증권거래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1-12-23
기업법무
상사일반
파산·회생
쌍무계약, 신용거래, 그리고 채권자평등주의
[사안의 개요] 원고는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건축자재 수·출입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4년 6월 17일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은 2014년 7월 1일부터 2년으로 하되 상호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제품대금 정산을 위한 보증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한다. 위 보증금은 계약 해지 시 10일 이내에 반환받을 수 있다. 원고는 보증금 범위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제품의 대금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먼저 입금한 후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원고가 대금을 사전에 서면 양해 없이 임의로 30일 이상 연체할 경우 피고는 미수금 총액을 보증금에서 우선 변제한다. 본 계약서 조항을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보증금 이상의 피해를 주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년 6월 30일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4년 11월 3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고, 2015년 4월 22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하였으며, 2016년 6월 29일 회생절차종결결정을 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이자 관리인인 소외인은 2014년 12월 5일 원고와 물품을 계속 공급하기로 협의하였다. 원고는 2016년 5월경 최종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대금을 결제한 다음 2016년 6월 24일 피고에게 2016년 6월 30일 계약기간이 만료한 후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016년 7월 10일까지 보증금 1억 원을 반환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경과]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공익채권이라고 보았다(원고 승소). 1심과 원심의 입장도 같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이 사건 계약 제4조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원·피고의 별도 의사표시 없이 물품대금 지급에 충당되므로, 보증금은 물품대금에 대한 선급금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을 갖고 있어 서로 담보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평석] 필자는 대상판결에 반대한다.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견련성 개념의 혼동 대상판결은 견련성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관련 도산법 법리는 쌍무계약상 두 채무의 이행·존속상 견련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보증금반환의무와 매매대금지급의무 사이에는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없다. 미지급 매매대금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련성이 존재할 뿐이다. 두 견련성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쌍무계약에서 이행·존속상 견련성의 경우 계약당사자 모두가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쌍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에 반해 공제법리에서 견련성의 경우 일방당사자(이 사건의 경우 피고, 임대차계약의 경우 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만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일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 사건 계약조항에 따르면 -계약해석 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피고 측의 이행선택에 따라 피고가 계속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 원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납한 보증금에서 공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원고는 1억 원의 보증금 한도에서 추가 출연없이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의 관리인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대금지금 없는 '물품공급'을 보장받은 것이지, '보증금반환'을 보장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구성할 수는 없다(참고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선납한 보증금에서 물품대금을 공제하라고 주장하지 않고, 개별 물품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2. 관리인의 이행선택이 갖는 법적 의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면 도산채무자의 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는 계약상대방의 채권이 공익채권이 된다(회생파산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회생파산법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을 도산절차 내부에서 실현함으로써 도산재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약상대방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비로소 발생(또는 변제기가 도래)하는 권리이다. 관리인은 계약내용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지, 계약종료 후 원상회복 법률관계의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공익채권으로 격상될 수 없다. 공익채권으로 격상되는 것은 원고의 물품공급청구권이다. 3.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계약은 마치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상대방이 선이행을 하였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도산재단은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해당 급부를 수령하였다. 계약이 해제된다면 상대방의 부당이득청구권은 도산절차개시 후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은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으므로, 즉 채무자가 도산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내용대로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정당하고 보호가치 있는 기대 하에 선이행을 한 것이므로,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든 해당 계약의 실현이 좌절되어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공평하다. 그러나 도산절차개시 전 상대방의 선이행은 사정이 다르다.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함으로써 계약상대방에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채무자의 자력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다. 그런데 채무자는 상대방의 기대와 달리 도산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대방이 지급한 대금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혼입되어 채무자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이 공취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되었고, 이러한 책임재산이 도산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채무자와 계약관계를 맺은 다른 일반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용거래에 따른 위험을 부담함이 공평하다. 일반채권자들은 채권자평등주의에 따라 도산절차 내에서 도산채권자가 되어야 한다. 설령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선이행 급부의 반환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신용거래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비록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계약이 해제(해지)되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도산절차개시 전에 채무자가 급부를 수령하였으므로 채권발생의 법적 원인은 도산절차개시 당시 이미 존재하였다고 구성할 수 있다. 4. 관리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와의 균형?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지 않고 해지를 선택하였다면,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이므로(회생파산법 제121조 제2항) 원고는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후 계약이 기간만료 또는 해지로 종료된 경우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봄이 균형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관리인에게 해제권을 부여하고 관리인의 해제에 따른 상대방의 원상회복청구권을 환취권 또는 공익채권으로 보는 현행법(해제권 구성)은 입법론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구체적 이유의 제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따라서 해제권 구성에 따른 법률효과를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다른 문제상황에서도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 법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결론과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면, 일시적·표면적으로는 정합성이 달성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雪上加霜). 또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 도산 시 임대인의 관리인이 계약해지를 선택한 경우(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전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파산)채권이라는 것이 대체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해지를 선택하였다고 해서 상대방의 원상회복 채권이 공익채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임대인의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와 비교 임대차계약 상 임대인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되었고 임대인의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선택하였으며 그 후 기간만료 등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이라는 것이 다수설 및 실무의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실무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신용거래
보증금반환채권
회생채권
도산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1-29
민사일반
파산·회생
채무자회생법의 공법상 계약에의 적용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피고(지방자치단체)는 A사와 사이에 '지하주차장 건설 및 운영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상의 수익형 민자사업(BTO, Build-Transfer-Operate)방식의 실시협약이다. A사는 위 실시협약에 따라 지하주차장을 건축하였고, 피고로부터 지하주차장에 대한 관리운영권을 설정받았다. 피고는 A사로부터 관리운영권을 양수한 B사와 사이에 동일한 내용의 변경협약을 체결하였고, B사는 C보험회사로부터 145억원을 대출받고 B사가 가지는 관리운영권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후 B사는 파산선고를 받았고, B사의 파산관재인은 피고에게 실시협약의 해지통지를 하였다. C보험회사도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C보험회사의 파산관재인(원고)은 B사의 파산관재인이 갖는 해지시 지급금 채권(106억원)에 대하여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에 의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 원고는 위 전부명령을 받은 금액의 일부인 50억원에 대해서 피고를 상대로 전부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심과 2심에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면서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을 부인하였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도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대상판결)에서는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나누어 졌는데,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을 부인한다는 결론에서는 동일하지만, 다수의견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거로 하는 반면에 별개의견은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자체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대의견은 위 실시협약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고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이 인정된다고 보면서, 실시협약이 공법상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점은 이러한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① 파산 당시 B사와 피고(지자체) 사이의 법률관계는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법률관계라고 할 수 없고, ② B사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이 없으며, ③ 오히려 피고가 B사의 파산 이전에 이미 관리운영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위 실시협약에서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로서 서로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파산 당시 B사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에서 정한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사의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채무자회생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법상 계약'의 법리에 관해서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 간에 치열한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 제정된 행정기본법에 공법상 계약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는 등 공법상 계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나온 위 대상판결은 공법과 사법간의 관계에 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대상판결에 대한 상세한 평석으로 김대인, '채무자회생법의 공법상 계약에의 적용에 대한 고찰', 법학논집 제26권 제1호, 2021 참고). 1. 공법상 계약에 대한 사법규정의 적용 대상판결의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은 모두 민간투자법상 실시협약이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법상 계약에 채무자회생법과 같은 사법규정이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별개의견은 사법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반대의견은 사법규정이 '직접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반대의견에서는 독일 연방행정절차법에서 공법상 계약에 민법이 준용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조문이 없으므로 민법 등의 사법규정이 공법상 계약에 '직접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법상 계약(행정계약)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쟁점사안별로 민법의 적용여부를 별도로 판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반대의견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공법상 계약에 민법 등 사법규정이 유추적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사안별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별개의견이 타당하다. 2.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여부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이 공법상 계약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별개의견에서는 실시협약의 공법상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면서 이를 부인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할 경우 사업시행자가 자신에게만 귀책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고에게 사업시행자 지정처분 취소처분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서 불합리하고, 행정주체로 하여금 기투입 민간투자금의 상각잔액인 해지시 지급금을 일시에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민간투자사업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공익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는 때에 해당되어 채무자회생법의 유추적용을 부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개의견이 공법상 계약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여부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결론적으로 이 사안의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첫째, 민간투자법을 제3자(사업시행자의 대주가 대표적이다)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주무부처의 해지권한만을 독점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시협약의 체결이 사업시행자지정이라는 행정처분과 함께 이루어지는 특수성이 있지만 실시협약의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민간투자법제에 의하면 사업자귀책이 있더라도 해지시 지급금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에게 해지시 지급금의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3. 채무자회생법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해지요건의 충족여부 다수의견은 채무자회생법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투자법에서는 사업시행자에게 설정되는 관리운영권이 '물권'임을 명시하고 있고 있는 것이 실시협약의 공법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시설물의 관리·운영 단계에서 정한 쌍방이 부담하는 의무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민간투자법에 의하여 법률상 부과되는 것이거나 관리운영권이라는 물권이 부여됨에 따라 이를 방해하지 않아야 할 상대방의 소극적인 의무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거나 가정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채무에 해당하여 그 의무들 사이에 '대등한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투자법에서 관리운영권을 '물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시설물 건설에 따른 대가지급이 보다 명확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지를 무상 사용 및 수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 매년 사용료 인상에 대한 협조의무 등 다양한 의무가 주무부처에게 부여되는 것도 이러한 관리운영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한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사업시행자가 관리운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주무부처의 의무는 실시협약의 '주된 채무'라고 보아야 한다.(황창용, '파산절차상 미이행쌍무계약으로서의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성균관법학, 제29권 제3호, 2017)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는 반대의견이 타당하다. 다만 반대의견이 관리운영권의 공법적 특성이 채무자회생법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치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있다. 4. 나가며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채무자회생법의 적용과정에서 공법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매우 의미있는 접근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상훈,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의 미이행 쌍무계약 해당 여부에 관한 대법원 2021. 5. 6. 선고 2017다273441 판결의 쟁점과 함의', 사법 통권 제57호, 2021). 그러나 공법상 계약이라고 해서 행정주체의 우월적인 지위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며, 공익보호와 국민의 권익보호간의 균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을 부인하고 사업시행자와 대주에게 모든 리스크를 전가하는 방식보다는 지자체가 사업시행자에게 갖는 손해배상채권의 공제를 허용하는 등 해지시 지급금의 규모를 적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공법과 사법의 상호보완을 통해 종합적인 질서(Auffangordnung)로 나아가는 방향에서 공법상 계약을 볼 필요가 있다. 김대인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파산
채무자회생법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김대인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21-10-25
행정사건
국민건강보험법 부당이득의 징수규정이 과연 재량규정인가
Ⅰ. 판결요지 구 국민건강보험법(2011년 12월 31일 법률 제111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2조 제1항은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고 규정하여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위 조항은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청구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바람직한 급여체계의 유지를 통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그러나 요양기관으로서는 부당이득징수로 인하여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하여 그 비용을 상환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침익적 성격이 크다. 법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 취지, 부당이득징수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Ⅱ. 논의현황 통상적으로 기속규정인지 재량규정인지 여부는 가능규정(Kann-Vorschriften)인지 의무규정(Muß-Vorschriften)인지 여부에 따른다. 그런데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부당이득의 징수 규정은 '징수한다'고 하여 논란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입법 취지, 입법 목적, 행위의 성질을 고려하여 재량행위, 기속행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박균성, 행정법론(상), 2021, 328면), 다른 한편으로는 판례가 법정외 거부사유에 따른 거부가능성을 인정하는 상황을 기속재량행위로 받아들여 요양급여처분, 그 거부처분과 환수처분을 기속재량행위로 보고서, 요양급여 기준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예외적 정당화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초과한 금액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징수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선정원, 행정법연구 제29호, 2011, 19면)가 있으며, '속임수 기타 부당한 방법'을 형식적·기계적으로 해석하는 상황에서 기속행위로 본다면, 형평과 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서 '일부 징수'의 차원에서 재량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현두륜, 의료법학 제8권 제2호, 2007, 108면~109면)도 있다. Ⅲ. 대상판결의 재량적 접근 및 그에 대한 비판 대상판결은 해당 규정이 일부 징수의 가능성을 두고 있으며, 부당이득의 징수 자체가 침익적 성격이 크다는 점이 든다. 그밖에 법 규정의 내용, 체제와 입법취지를 드는데, 구체적인 논거는 문현호(48·사법연수원 33기) 부장판사의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문 부장판사의 글(사법 제54호, 2020, 846면 이하)에서 전개된 논의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ⅰ) 먼저 문언적 해석의 차원에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의 '일부'라는 표현이 사용된 이상 재량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전액 징수만 가능하다면 굳이 '일부'라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는데, 과연 '일부 징수'의 가능성을 지적하였다고 이를 재량의 논거를 삼을 수 있는지 수긍하기 힘들다. '부당이득의 징수'를 규정한 실정법의 현황을 보면, 부당이득의 징수를 의무로 설정할 때 징수권이 부당이득에 한하여 행사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면 그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속행위로 접근하는 것이 '일부'의 어의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수긍하기 힘들다. 그리고 여기서의 '징수한다'의 표현을 중립적이라 지적하는데, 오히려 종래 민사적 방법으로 부당이득환수를 도모하는 것을 공법적으로 대체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ⅱ) 체계적 해석의 차원에서 동 규정은 적용 범위가 넓은 일반조항이기에 실질적 부당이득징수사유를 포착하기 위해서 재량규정이어야 함을 내세우는데, 이는 실제적인 부당이득이 되는지 여부의 문제이고 부당이득의 적정성의 물음이기에, 재량규정의 논거가 될 수 없다. ⅲ) 목적론적 해석의 차원에서 요양급여비용 중 일부 금액만 부당하면 그 금액만큼 행정청의 증명책임이 경감되는데, 만약 기속행위로 보면 부당한 일부 금액 특정의 증명책임까지 행정청이 부담하여 엄격하게 보면 처분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하였는데, 과연 이것이 목적론적 해석의 접근방식인지 의문스럽다. ⅳ) 엄격해석의 차원에서 요양급여비용이 유상급부에 대한 대가이어서 그것의 징수는 무상 보조금 환수보다 침익성이 가장 강하기에 재량이라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침익행위를 애써 재량행위가 아닌 기속행위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논증이다. 침익성이 크기에 행정청의 자의가 기속행위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개재될 가능성이 큰 재량행위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 ⅴ) 합헌적 해석의 차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서 재량행위로 보아야 한다면서 헌재 2014헌바298 등의 결정이유(심판대상조항들은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도록 정하고 있어,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금액 전부의 징수가 부당한 경우에는 일부만 징수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금 징수처분으로 인한 의료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가 해당 규정을 재량행위설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일부'의 의미와 관련해서 헌법재판소가 수급한 요양급여비용 가운데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것만을 징수하도록 입법자가 배려한 것임을 지적한 데 불과하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더해서 다양한 일률적인 전액징수가 불공평 또는 책임초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절차적·형식적 규정만 위반한 경우에는 요양급여기준위반보다 징수금액이 더 크게 될 수 있으며, 그리하여 회생파산절차에 의한 면책이 불가능한 의사들이 경제적 불능상태에 삐지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음을 든다. 그런데 과도한 징수의 경우는 기속행위인 과세처분에서 일부취소와 같은 방법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부당결부와 같은, 이런 식의 논증이 과연 재량행위적 접근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든다. ⅵ) 다른 법령과의 비교에서 부당이득 성격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기속행위로 볼 수는 없고, 입법정책적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하는데, 이는 동 규정의 재량행위성 여부의 논거와는 무관하다. 재량행위라도 전부 징수가 가능하며, 부당이득의 징수(박탈)의 성격이 징수의 재량행위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과연 본 사안에 통용될 수 있는 논증인지 의문스럽다. Ⅳ. 맺으면서-결과적으로 사무장병원이 사실상 용인된 셈이다 대상판결이 해당규정을 재량규정으로 접근하기 위해 내세운 논거 모두가 전혀 수긍하기 힘들다. 비록 익숙한 규정방식(…하여야 한다)을 취하지 않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법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취지(동 규정의 원형은 일본 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이다. 일본의 경우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기속행위로 접근하는데, 이는 '할 수 있다'의 의미를 일종의 권한규정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를 감안할 때 부당이득의 징수규정은 기속규정일 수밖에 없다. 징수(환수)처분규정을 기속규정으로 둔 것은 입법자가 연금지급의 적법성을 다른 여지 없이 실현하기 위함이다. 침익적 처분을 재량에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법집행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기 위함이다. 부당이득 징수제도의 정당성을 고려하면, 애써 그것을 이익형량의 틀속에서 징수권자의 자의가 개재될 가능성이 있는 재량행위로 접근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대상판결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사무장병원을 사실상 용인한 셈이다(김중권, 행정판례연구 제26집 제1호(2021.6.30.), 3면 이하). 법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장애를 바람직스럽지 않게 예시적 접근으로 등록장애종류로 확대 인정한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두50907 판결이 보여주듯이 최근 법원은 사회보장행정 분야에서 권리구제확대를 내세워 이해하기 힘든 전개를 한다(김중권, 사법 제55호(2021. 3. 15.), 955면 이하). 아무리 사회보장행정법이 일반행정법의 실험장인 동시에 혁신의 원동력이라 하더라도, 민주적 법치국가원리를 넘어갈 수는 없고, 사회적인 것 그 자체가 결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의 예외를 정당화시키지도 않는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의사
병원
사무장병원
불법행위
요양급여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9-30
민사일반
주식회사의 기부행위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Ⅰ. 서론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기부행위를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는 강원랜드가 그 1.25% 지분을 보유한 태백시가 출자·운영하는 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15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다투어졌다. Ⅱ.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강원랜드이다. 이 사건 피고 B는 이 사건 기부결의를 한 이사회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고 피고 C는 상임이사였다. 당시 피고 D·G는 원고의 비상임이사로, 피고 E·F·H ·I·J 는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지명한 원고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태백시가 지명한 사외이사인 피고 J는 2012월 3월 29일 개최된 원고의 제109차 이사회에 원고가 태백시에게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이하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해당 이사회에서는 업무상 배임의 우려로 결의가 보류되었다. 피고 J는 2012년 6월 27일 개최된 원고의 제110차 이사회에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결의는 재차 보류되었다. 2012년 7월 12일 개최된 원고의 제111차 이사회에서 피고 J는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고 다음과 같이 가결되었다. 당시 재적이사 15명 가운데 12명이 출석하였는데 출석이사 중 피고 D·E·F·G·H·I·J가 이 사건 기부안에 찬성하였고 피고 B·C는 기권하였으며 다른 세 명의 이사들은 반대하였다. 즉, 이 사건 기부안에 대하여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태백시에 합계 150억원을 기부하였고 위 기부금은 오투리조트의 운용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오투리조트는 2014년 8월 2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2014회합100057). 원고는 이 사건 기부가 법령 또는 정관 위반 또는 이사의 임무해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에게 발생한 150억원의 손해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과 원심 1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37507 판결).첫째, 태백시가 원고의 주요주주기 때문에 이 사건 기부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을 간과하고 이 사건 기부를 실행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법령·정관 위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이 사건 기부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결의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2046254 판결). 첫째, 원고의 1.25% 주식을 보유하고 비상임이사 1인의 지명권을 보유하는 태백시는 상법 제398조상의 자기거래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8조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피고들과 기권한 피고들은 모두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나.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는 (ⅰ)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의 기부행위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ⅱ) 기권한 이사들인 피고 B·C 또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번째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기권한 피고 B·C의 책임에 관해서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권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피고 B·C는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찬성 이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Ⅲ. 회사의 기부행위와 이사의 임무해태 1. 기부행위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상판결은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추어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②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③ 기부행위를 통하여 회사의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④ 기부금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 내의 금액인지 ⑤ 기부행위로 달성하려는 공익을 회사의 이익과 비교할 때 기부금액 상당의 비용지출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⑥ 기부행위에 대한 의사결정 당시 충분한 고려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기부행위는 그 액수 자체로는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부행위가 원고의 이익 및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이사들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원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기부안을 상정한 원고의 이사회를 두 차례나 연기하고 법무법인들로부터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원고의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률의견서를 징구하였다. 즉 이사들이 단순히 시간을 들여 사안에 관한 검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경우에는 결의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상판결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2. 기부행위와 충실의무 위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를 이사와 회사간의 이익충돌의 문제, 즉 충실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고 J가 이 사건 기부안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기를 지명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서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이익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익충돌이 문제되는 기부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사의 이익충돌이 문제된 기부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Kahn v. Sullivan 판결(Kahn v. Sullivan, 594 A.2d (Del. 1991))이 선고된 데 대해서 학계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Ⅳ. 기부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들의 책임 대상판결에서는 기권한 이사 피고 B·C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진다는 제399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조문으로서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이사에게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기권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다 하였다는 취지이다. 기권한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추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기권한 이사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의안에 반대표결을 해야만 제393조 제3항에 따른 이의를 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동의할 수 있다. 단 대상판결처럼 해석할 경우 출석하여 기권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이행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감시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주장과 입증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고 현행 상법 조문 하에서는 출석하여 기권한 이사를 찬성한 이사와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판례에서는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였는지라는 쟁점과 해당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하였는지라는 쟁점을 별개로 다룬다. 즉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라고 하더라도 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사안에서 피고 B·C는 상시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면서 이 사건 기부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제지할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기대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한 심사 없이 제399조 제3항을 근거로 면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기부행위
상법
이사회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2021-03-08
민사일반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생절차
1. 사안의 개요 피신청인 주식회사의 주주인 신청인(선정당사자)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사록 등과 그 밖의 회계장부·서류에 대해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고(상법 제396조, 제448조) 나머지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해서는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계속 중 피신청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항고심은 피신청인 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세한 재산상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을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신청인이 이 조사보고서를 열람함으로써 신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추가하면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요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3. 검토 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주주의 회사에 대한 자료 확보 수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에 대해 재무상태표 등 회계장부 및 서류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주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 먼저 주주는 회생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회생회사에 대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주주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비율 요건이 따로 없다. 다만 열람 대상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 등에 한정되고 법원이 채무자의 사업유지 또는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현저한 손해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한을 받는다. 2) 다음으로 회생절차에서 구성되는 채권자협의회로부터 주주가 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가능할까? 이 방안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법 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법원·관리인으로부터 주요 서류 등을 제공받고 채권자협의회에 속하지 않는 채권자도 자신의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에 사본의 제공을 청구함으로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41조). 하지만 주주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법률, 규칙 규정으로는 주주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파산법[11 U.S.C. §1102(a)(2)]은 채권자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의해 별도의 주주위원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입법론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3)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상결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해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결정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법상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로 배제되거나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 있어서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인데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은 이른바 공익권인 소수주주권 중의 하나로서 회생절차에 의해서 그 행사가 제한되는 회생채권이 아니므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소수주주권 행사로 열람할 수 있는 서류가 법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회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에 소수주주가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장부·서류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에도 회계장부 등이 반드시 첨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결정에 따르면 소수주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자료 확보 면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고 오히려 회생채권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성상 채권자가 제공받는 정보가 주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보제공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실무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권리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이 회복되므로 소수주주권에 따른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서의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 판단인데 대상결정은 인가 전 폐지의 경우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회생절차 실무상 기존 주식이 100% 감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분을 약간이라도 남기는 형태로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 회생절차가 인가 전에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남는다. 다만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주식 보유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52037 판결 참조) 감자로 인해 발행주식 총수 100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주주의 신청은 각하될 것이다(대법원 2020. 9. 25.자 2020마5509 결정 참조). 셋째,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있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가 회생회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회생절차에서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제한이 있음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 및 수계의 관점에 바라 본 대상결정의 의미 한편 대상결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이라는 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피신청인 회사는 항고심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은 채무자 그대로인가 아니면 채무자의 관리인으로 수계시켜야 하는가? 이 사건 항고심에서는 피신청인 회사 관리인으로 수계가 이뤄졌고 그 후 적법한 수계를 전제로 판단이 이뤄졌다. 필자는 관리인으로의 수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법 제49조 제1항) 중단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런데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권한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여전히 채무자에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의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주주가 제기한 주주지위의 확인의 소 등 역시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중단되는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는 어떠한가? 일견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56조 제1항) 회계장부 등의 관리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관계와 관련성이 작지 않은 점, 현실적으로도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을 관리하고 있는 점, 관리인은 공적수탁자로서 열람·등사의 허용 여부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주주의 권리행사이기는 해도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이라는 범주에 넣어 채무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기 보다는 관리인이 수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타당해 보인다. 기존경영자 관리인(DIP)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이 쟁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4. 결론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등으로 영향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결정은 이렇게 미약한 지위의 회생회사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는바 주주위원회와 같은 회생절차 내 기관이 없는 우리 회생절차를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다만 부당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로 인해 채무자의 회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실무에서는 열람·등사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처분에서 관리인으로의 수계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으로 향후 회생절차로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주주
회생정차
회계장부
상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2021-02-22
민사일반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피고(농협)는 2009년 5월 농산물 유통센터 신축공사에 관하여 A건설사와 총계약금액 249억원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계약서에는 'A사는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A사는 2010년 10월 B사에 공사대금채권 중 5억원을 양도하고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그 후 A사는 공사 중 부도처리되었고 회생절차를 거쳐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그 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A사가 양도한 공사대금채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자 피고는 공사대금채권이 B사에 양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다. 원심은 A사가 피고의 동의없이 공사대금채권을 B사에 양도한 것은 계약상의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로서 그 효력이 없으며 금지특약이 채권의 증서인 도급계약서 자체에 명시되어 있어 손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B사가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하여는 4인의 소수의견이 반대를 표시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요지 [다수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로서 1) 제449조 제2항의 '양도하지 못한다'라는 명시적 규정, 또 이를 전제로 해야 거래안전 보호를 위한 단서 규정의 해석도 자연스러우며 이러한 해석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인격적 연결과 채권자의 재산이라는 양 측면을 가진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다. 2) 채권관계는 물권과 달리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한 계약내용인 금지특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당연히 허용되는 금지특약을 민법이 명문으로 정한 것은 그 효력이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려는 것이다. [소수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도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채권양도의 효력이 좌우되지 않는다. 즉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채무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양도인이 아닌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 그 이유로서, 1)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 간의 반대의사가 채권의 양도성 자체를 박탈할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금지특약의 효력은 제3자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채권적 효력설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부합한다. 2) 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므로(제1항) 금지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3) 채권의 재산권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어 채권자가 이를 처분하여 투하자본의 조기회수라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양도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4) 채권양도의 세 당사자의 이익을 형량해볼 때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위반책임을 물을 수 있고 채무자는 원래 이행하여야 할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불이익이 크지 않다. 3.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둘러싸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고 양 측의 보충의견까지 가세하면서 심도있는 논리들이 전개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지면제한상 핵심적인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간략히 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소수의견의 논리를 비판하고자 한다. 1) 흥미롭게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다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합의인 금지특약에 반해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하는데 비해 소수의견은 금지특약은 특약의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채권자와 양수인의 합의로 채권이 양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의견대로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단순히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만을 발생시키고 채권양도의 법률효과에 대하여는 영향이 없다는 논리는 바로 채권의 양도라는 법률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형식논리이다. 예컨대 부동산을 이중양도하는 경우와는 달리 지명채권이란 채권 '관계'라는 용어가 말하듯이 당사자 간의 관계로서의 측면이 중요하고 또 장차 채무자의 성실한 이행으로서 완성되는 청구권이다. 이러한 채권의 처분에 대하여 물권의 처분이나 일반채무불이행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 민법이 근본적으로 물권과 채권을 구별하는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2) 소수의견은 채권의 양도성이 원칙(제1항)이고 금지특약은 그 예외이므로 이는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양도성과 양도금지특약은 원칙과 제한이라는 관계에 선다고 보기 어렵다. 제1항은 채권의 양도성을 열어주고 넓혀 주어야 한다는 경제적·당위적 필요성을 선언하는 것이고 제2항은 다른 한편으로 당사자 특히 채무자는 사적자치의 원칙상 양도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도성의 원칙에 대한 제한은 채권의 성질에 따른 양도의 제한일 것이고 양도금지의 자유라는 원칙에 대한 제한은 양수인의 보호 즉 거래안전을 위해 이루어질 수 있다.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는 당해 채권관계의 특성이나 관련 당사자 간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채권양도의 세 당사자 간의 이익형량에서 소수의견은 양도성이 제한되면 무엇보다 채권자가 자산으로서의 채권의 활용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는 것을 강조한다. 또 양수인의 권리취득을 위험에 빠뜨리고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킬 것을 우려한다. 이에 비하면 채무자는 양도성이 인정되어도 그다지 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양도의 목적인 채권을 최종적으로 실현시켜야 할 채무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너무 부족하다. 채권의 상대방의 변경은 비록 인도채무나 금전채무라 하더라도 채권관계의 성질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채권자와의 관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점, 채권의 양도과정에서 채무의 이중변제 등 번잡한 법률관계에 노출될 위험, 새로운 채권자가 손쉽게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소송상의 분쟁에 빠질 위험 등 다양한 채무자의 고려사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에 비해 채권의 양도가능성과 그 제한이라는 점에서 보면 양수인은 독립적인 이익형량의 당사자가 아니라 그 결과의 적용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공시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 채권을 신뢰하고 거래했다고 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을 근거도 없다. 이런 점에서 양수인의 악의와 과실여부에 따라 금지특약의 효력이 좌우되는 현행의 제도는 금지특약의 유효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매우 떨어지고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4. 결어 소수의견은 전체적으로 현대 거래에 있어 채권의 양도성의 확보가 대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과만을 부여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양도로 채무자가 더 불리한 처지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채권양도 제도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다. 채무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금지특약으로 정당하게 자신의 채권관계의 안정을 위해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이고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 예고 없이 날라온 양도통지서를 받고 전혀 새로운 채권자와 조우해야 하는 채무자의 당혹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본래의 채권자와의 사이에서 채무관계를 종결시키고자 하는 것은 채무자의 권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는 이를 압도하는 거래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이는 입법적으로 명확히 해결되어야 한다. 독일법에서도 민법에서는 채권의 양도금지를 유효한 것으로 선언하고 상법전에서 쌍방적 상행위에서 발생한 금전채권에 한해서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동시에 채무자는 여전히 양도인에게 급부할 수 있도록 한 것(제354a조)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다. 첨언할 것은 본 사안에서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채권자 측이 금지특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채무자에게 본래의 이행을 구하는데 대하여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과 관계없이 채권이 유효하게 양도되었다며 채권자의 청구를 거절하고 있다. 이것은 금지특약의 효력과는 핵심 쟁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계약관계에서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가 다시 본래대로 이행을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이 일방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번복의 문제로 볼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상대방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한 다시 원래의 법률관계가 회복된다는 논리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그렇다면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을 둘러싼 방대한 논쟁의 적실성에 대하여 다소 의문이 드는 사안이다. 김동훈 교수 (국민대 법대)
계약자유
채권양도
양도금지특약
민법
김동훈 교수 (국민대 법대)
2020-04-06
상사일반
골프장 부동산 공매에서 회원 계약 승계 인정 여부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A회사에게 회원보증금을 내고 이 사건 골프장에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다. 나. A회사는 이 사건 골프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B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B은행과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골프장 부지 및 건물 5동)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은행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다. 그 후 A회사가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자 B은행은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위 공매절차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소외인이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B은행은 피고1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1에게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라. 피고1은 피고2 등과 피고3을 우선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2에게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마. 원고들은 피고1을 상대로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주장하면서 그 보증금의 반환을, 피고2와 피고3을 상대로는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 이것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이라고만 한다) 제27조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하여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도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나 수의계약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인정하였다. 3. 평석 체육시설법 제27조는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어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바뀌는 일정한 경우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合倂)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환가(換價) 3. 「국세징수법」·「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서 부동산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이를 동법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그 결론 역시 타당하다고 보인다. 첫째, 법률규정을 해석하기 위하여는 입법 목적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체육시설법은 1994년 1월 7일 법률 제471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30조 제1항에서 체육시설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었고, 2003년 5월 29일 법률 6907호로 일부개정되며 동조 제2항을 신설하여 자연인의 사망, 법인의 합병, 영업의 양도·양수 외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도 체육시설업의 등록·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그 범위를 확정하였으며, 위 규정은 2007. 4. 11. 법률 제834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27조로 개정되었는데, 그 기본적인 취지는 체육시설의 회원 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법률 제6907호 일부개정 이유),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부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 역시 2010. 12. 30. 유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질의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 역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절차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하였으며(안건번호 10-0419), 대법원 역시 이러한 취지를 감안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1항의 영업양도를 폭넓게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50113 판결 등 참조). 둘째, 골프장 등 체육시설법상의 체육시설의 조성 과정에서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신탁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이에 따라 신탁법에 의한 공매절차를 통하여 체육시설이 처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통상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회원을 모집하게 되고(체육시설법 제17조), 회원들이 낸 입회금이 골프장 건축에 사용되고 있는데, 부동산신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원들이 입회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며, 이러한 문제는 체육시설업자가 체육시설 조성에 투입하는 자기자본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신탁법상의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를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의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절차 등과 구분하여야 할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절차 자체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고 법원 등이 그 절차를 주관하는 등의 근거를 갖추었을 때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같은 항에서 명시적으로 이와 같은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까지의 절차에서도 이미 임의매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채무자인 위탁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재산의 공매 등과 같은 강제환가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저당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넷째, 대상판결에 따라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염려도 없다. 체육필수시설을 부동산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취득하려는 자는 회원권, 입회금반환채무의 존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의2, 제19조는 회원모집의 시기, 방법, 절차와 모집 총금액, 회원모집계획서의 제출, 회원모집결과의 보고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하려는 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나 체육시설에 대한 실사 등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에 손익을 미리 계산하여 인수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3항, 제1항에 의하여 보호받는 회원은 체육시설법 제17조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회원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대법원 2004다10213 판결, 대법원 99다20513 판결 참조)까지 감안하면,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에 그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가 승계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입회보증금에 대한 반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이나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고려하지 않고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이 사건의 경우 인수대금은 약 14억원이나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신탁공매처분된 골프장 회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후속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부동산담보신탁의 경우 대상판결로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사례를 놓고 동일한 다툼이 일어날 여지는 여전히 있다.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에게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시키는 것은 인수자, 다른 채권자, 담보권자, 우선수익자 등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다른 사안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입법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와 같은 포괄적 규정을 삭제하고, 동항 제1 내지 3호와 같이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입법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11-15
조세·부담금
파산·회생
세법상 가산금의 파산절차 내에서의 지위
-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다216444 판결 -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 대한민국은 A회사가 국세를 체납하자 2010년 9월 10일 A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하였다. A회사는 2010년 11월 23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같은 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원고는 2012년 7월 2일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다음 2013년 4월 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체납세액에 관한 교부청구를 하였다. 원고는 2013년 4월 15일 체납세액 중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세금을 모두 변제한 다음 이를 이유로 위 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체납액이 남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가 원고가 2013년 12월 5일 나머지 세금을 모두 납부하자 위 압류를 해제하였다. 원고는 뒤에 납부한 세금 중 일부는 파산선고일 이후에 발생한 가산금으로서 재단채권이 아닌 후순위파산채권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나머지 세금에 대한 주장은 본 평석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생략한다) 피고를 상대로 뒤에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직무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는 파산 선고일 이전에 발생한 세금을 수시로 변제할 의무를 파산선고 후에 지체하여 생긴 위 세금에 대한 가산금채권 역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입법 취지, 국세징수법상 가산금의 법적 성질,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국세나 지방세에 기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가산금은 후순위파산채권인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 괄호 안에 있는 규정에 따라 재단채권에서 제외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파기 후 환송심은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다). II. 쟁점 및 논의의 실익 기본적으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파산절차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채권인 재단채권은 파산재단 전체로부터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고,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단채권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는 공익적 목적 등 정책적 이유에서 파산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같은 조 제2호는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으로서 그 징수우선순위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것을 포함하며, 제446조의 규정에 의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다). 다만,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은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도 재단채권에 포함된다. 파산절차는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채권추심절차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을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하는 회생절차보다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이념이 강하게 관철된다. 이에 반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여서만 그리고 다른 채권자와 평등하게 배당받아야 한다. 파산채권은 배당순위에 따라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 일반 파산채권,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나뉜다. 채무자회생법 제446조는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및 위약금 등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과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파산채권들은 모두 일반 파산채권이 된다. 이 중 후순위파산채권은 일반 파산채권에 대하여 배당을 통한 변제가 모두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배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후순위파산채권까지 배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리하면 그 성립이 파산선고 전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가산금도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전까지의 가산금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에 따라,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 중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2호 단서에 따라,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라 각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 역시 재단채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어왔고,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III. 그동안의 논의 1. 견해의 대립 이에 관해서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재단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후단에 따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연체료 채권과 관련하여 이를 재단채권으로 보는 범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반면(2003헌가6 결정),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전단과 관련하여서는 가산금을 재단채권에 포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보았다(2006헌가6 결정). 2. 실무의 태도 구 파산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산금이 재단채권이라는 입장을 취하였고(2009다95539), 당시 실무례는 엇갈리기도 하였으나,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에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법인파산실무, 제4판, 박영사, 제349~350면). IV. 검토 1. 가산금의 성격 가산금은 본세가 납부기한까지 납부되지 않는 경우 미납분에 관한 지연배상금의 의미로 부과되는 부대세의 일종이다(90누2833 판결 등). 2.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조문의 괄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파산선고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도 일단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같은 조 제4호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에는 파산관재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불이행도 포함되므로(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가산금 채권은 여기의 재단채권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 파산법과 달리 제2호에서는 같은 호의 재단채권에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함을 명문화한 반면, 제4호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자를 구분할 실익이 생긴다. 제2호는 공익적 성격의 채권인 조세채권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재단채권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고 본래적 의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제4호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가산금은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분석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이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가산금이 지연손해금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 입법 당시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열거하려다가 실패하였고, 후순위파산채권을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하게 된 것이 주로 과태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구 파산법 조문과 달리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의 재단채권 중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만 후순위파산채권으로서의 성격을 우선시하여 이를 제외한다는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별도의 규정을 삽입한 입법자의 의사는 위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후순위파산채권에도 해당할 수 있다면 이를 재단채권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성질을 띠고 있는 가산금은 위 제2호 본문 괄호에 따라 재단채권이 아닌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경우 가산금의 개념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 이자(interest)의 개념 속에 넣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율인 지연이자에 불과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가산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다른 지연이자와 분리하여 도산절차 내에서도 별도로 취급하여 우대함은 부당하다(국제적으로는 조세채권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실제 이를 폐지 내지 축소한 입법례도 상당수 있다). 또한, 본래 후순위파산채권에서 ‘후순위’라 함은 파산채권 간의 우선 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재단채권과의 관계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닌데 위와 같이 후순위파산채권을 재단채권에서 제외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에 비추어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V. 결론 결론적으로 위 가산금 채권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 입법론으로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다.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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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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