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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대법원 2023.9.21. 선고 2023두39724판결
'텔레비전방송수신료부과처분취소'에 대한 헌법적 고찰
Ⅰ. 서설 최근 대법원은 “시원적 행정주체인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처분청은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매우 유의미한 판결(대법원 2023.9.21. 선고 2023두39724판결, 이하 ‘본 판결’이라 약칭합니다)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본 판결에 대한 사건의 경위 및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 헌법재판소에서 강조한 행정작용에 대한 적법절차원칙의 중요성 그리고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당사자라는 지위로서의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원칙이라는 논리와의 정합적 맥락에서 본 판결의 헌법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Ⅱ. 사건의 경위 대한민국은 “한국방송공사(KBS)로부터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가 공군 부대에 TV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의무(§21), 의견제출기회의 보장(§22) 및 행정처분의 이유제시 (§ 23)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하다”라는 이유로 한국방송공사(KBS)를 피고로 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영내 독신자숙소 및 외래자숙소에 위치한 TV 수상기에 부과된 수신료 260여 만원의 부과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Ⅲ. 판결의 내용 원고 대한민국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습니다. 이에 피고 한국방송공사(KBS)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인의 범주에서 국가를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행정절차법의 예외 사유에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바,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처분도 행정절차법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논지 하에 한국방송공사(KBS)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절차법의 규정과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라는 1심과 2심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입니다. Ⅳ. 판결의 의미 1. 적법절차원칙의 보편적 규범성 확인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 법제에 있어 영미법계의 적법절차원칙은 다소 어색한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제331조 단서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헌재 1992. 12. 24. 92헌가8) 결정에서 적법절차원칙을 과잉금지원칙과 독립된 위헌심사기준으로서 신체의 자유 영역을 넘어서 국가의 모든 공권력 작용을 지도하는 헌법 원리로 설시한 이래로 행정작용 전반에 대한 제한 및 심사기준으로서 적법절차원칙를 원용하고 있습니다. 적법절차원칙은 현재 형사절차와 관련된 사건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공무원의 징계처분 등에서 적정성의 통제원리로, 조세법률주의 같은 실체적 합법성의 통제원리로 각각 적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국회의 입법 작용에 대해서도 적법절차원칙의 준수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즉 적법절차원칙은 우리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국가작용 전반에 관한 일반적 규범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2023. 3. 24.) 개정 및 시행되고 있는 행정절차법(§22①3호)은 ‘인허가 등의 취소, 신분·자격의 박탈 등의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청문을 시행’하도록 개정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하에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적 규범성’과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으로서의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적법절차원칙은 행정의 법률적합성(행정기본법 §8)을 구성하는 핵심적 통제원리로서 그 체계적 지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 판례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적법절차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의무가 준수되어야 함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당사자인 국가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실현 최근 헌법재판소 (헌재 2022. 2. 24. 2020헌가12)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가집행선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행정소송법 §43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라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재산권의 청구가 공법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만으로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에서 국가를 우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집행가능성 여부에 있어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가 당사자소송의 피고인 경우 가집행의 선고를 제한해, 국가가 아닌 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가 피고인 경우에 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본 결정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서 대등한 지위의 당사자에 불과한 국가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본 판결은 통상적으로 행정기관의 국민에 대한 침익적 처분에 의해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가 아니라, 국가가 행정기관의 침익적 처분의 수범자가 되는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적 수범자와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최근 판례의 흐름은 국가가 침익적 행정처분과 소송의 당사자인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 판결은 그러한 판례의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TV수신료
방송법제64조
국가
당사자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2023-11-05
국가배상
민사일반
대법원 2022.8.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판결
시대의 해원(解冤)을 넘어 국가배상법 개혁을 위한 모색
Ⅰ.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음.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 긴급조치 제9호가 유신헌법상 발령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그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무효임(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이렇게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이상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충분함.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발령행위만으로는 개별 국민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긴급조치 제9호를 그대로 적용·집행하는 추가적인 직무집행을 통하여 그 손해가 현실화됨. 영장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임. 또한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음에도 수사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를 적용하여 내려진 유죄판결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임.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 그에 이은 수사 및 공소제기 등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에 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음.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함. Ⅱ. 긴급조치의 무효화에 따른 매우 늦은 숙제하기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가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해 위헌·무효라고 판시되었지만, 국가배상책임의 차원에서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의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넘어서지 못하였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나아가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를 고도의 정치적 행위성을 띈 국가행위로서 즉, 이른바 통치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기왕의 국가배상책임에서 판례가 전개한 기조와 거리를 두는 접근방식을 통해 국가배상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는 1975년 5월 13일에 공포되었다. 긴급조치의 무효화에 따른 숙제를, 멀리는 47년이 지나, 가까이는 근 10년 만에 마친 셈이다. 이를 계기로 국가배상법의 개혁의 착안점을 모색하고자 한다(상론: '김중권, 개헌논의에 따른 국가배상시스템의 발본적 개혁(拔本的 改革)에 관한 소고' ≪유지태 교수 10주기 추도논문집≫ 2018. 3. 23. 267면 이하). 대상 판결을 계기로 현행 국가배상책임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국가배상법의 위법의 의미로 바라보는 것이 시사하듯이, 판례는 국가배상책임을 민사불법행위의 기조에서 접근한다. 공법제도로서의 국가배상제도의 중점을 피해자 구제기능보다 제재 기능과 위법행위 억제 기능에 두면 공법적 문제의식이 고양됨으로써 역설적으로 피해자구제기능은 더욱더 신장될 수 있다. Ⅲ.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독특한 논증 긴급조치와 관련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함으로써, 통치행위로 접근한 대법원 2012다48824 판결은 쉽게 극복되었지만, 집행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에 의거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2013다217962 판결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긴급조치의 위헌성이 집행행위의 위법성에 의거한 국가배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국가배상책임의 기본구조인 집행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에 관한 기왕의 이해를 고수한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은 손해발생이 집행행위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기왕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긴급조치의 발령과 그 집행행위를 망라하여 전체적 차원에서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논증하고, 아울러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즉,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특히 별개의견(김선수, 오경미 대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독립적인 불법행위라고 판시하였는데, 불법(不法)에 대한 당시 사법부의 -당시의 엄혹한 시대상황을 배제하고 판단하는 것이 저어되긴 하나- 부끄러운 외면을 통렬하게 반성한 것이다. 한편 별개의견은 주관적 책임요소의 문제를, 공무원 특정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국가 자체의 과실의 차원에서, 대통령 및 판사의 주관적 책임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모색하였다. Ⅳ. 국가배상책임의 개혁의 핵심사항 1. 현행 헌법조항의 정비 헌법 제29조 제1항은 일본의 헌법(1947. 5. 3. 시행) 제17조와 동일하다.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접근하게 한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표방한 것과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차이가 크다. 전자는 당연히 후자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개별법의 미비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전자를 전제로 하긴 하나 개별법에 관한 문제인식을 극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와 같은 한계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 스위스 및 EU법 역시 법규정의 구조가 국가책임을 전면에 표방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법상황은 이례적이라 하겠다. 법치국가원리의 구체화의 차원에서 국가의 자기책임을 제고하기 위해서 현행 규정을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규정한 방식을 국가가 책임을 지는 식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입법자의 광범한 형성을 가능케 하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를 삭제하여야 한다. 공무원 개인적 책임을 암묵적으로 전제로 하는 ‘공무원’을 삭제하고, 가해 공무원에 대한 선택적 청구권의 행사를 도출하는 데 원인을 제공한 제2문(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은 국가자기책임의 본질을 훼손하기에 삭제하여야 한다. 국가책임의 발전의 단계에서 독일보다는 스위스의 법상황이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에 맞춰 헌법조항을 “국가 또는 공공단체는 그 기관이나 소속된 자가 직무활동을 수행하면서 국민에게 위법하게 발생시킨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고 바꿀 필요가 있다. 2. 국가자기책임에 따른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고의, 과실의 삭제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적 구조이긴 해도 헌법상의 국가자기책임의 기조를 견지하여 그 기조를 대입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상의 자기책임을 관철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상의 명시적인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이다.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행정소송상의 위법성판단과 국가배상법상의 위법성판단을 다르게 만들거니와,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의 존부가 국가책임인정의 궁극적인 기준이 되게 한다.긴급조치를 위헌·무효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이후에 국가배상책임의 인정이 지체된 상황, 즉 국가적 불법에 대한 실효적인 사법적 단죄가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서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여부에 초점을 맞추면, 국민 일반이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종종 빚어지곤 한다. 전적으로 판사의 판단대상인 국가배상법 제2조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국가배상법 제3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활동에서 제3자에게 위법하게 가한 손해에 대해 연방은 공무원의 유책성을 고려함이 없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Ⅴ. 맺으면서-국가배상책임은 공법제도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현행 국가배상책임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국가배상법의 위법의 의미로 바라보는 것이 시사하듯이, 판례는 국가배상책임을 민사불법행위의 기조에서 접근한다. 공법제도로서의 국가배상제도의 중점을 피해자구제기능보다 제재기능과 위법행위억제기능에 두면 공법적 문제의식이 고양됨으로써 역설적으로 피해자구제기능은 더욱더 신장될 수 있다. 기왕의 민사불법행위에 터 잡은 국가배상 시스템의 구조를 발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근대사에 드리운 ‘긴급조치’의 그림자가 대상판결을 통해 사법적으로 일소되었다. 일련의 긴급조치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하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당시에 오늘의 상황이 오리라고 과연 생각이나 했을까? 새삼 시간의 존재가 무섭게 느껴진다. “그대가 하고자 꾀하고 있는 것이 동시에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도록 행하라!”(칸트)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긴급조치제9호
국가배상
유신헌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09-05
선거·정치
인터넷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와 기능
Ⅰ.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2018헌가16, 2018헌마456, 2020헌마406의 3개 사건을 병합한 것으로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유권자 개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 선거운동기간 중의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 및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들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인 제82조의6 제1항 등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판단이다. Ⅲ. 선거운동의 본질과 기능 민주적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며,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부여,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통제, 그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주권의식,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거의 민주적 기능이 올바르게 발현되기 위한 전제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소통, 민의의 수렴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허위 또는 과장된 학력이나 경력 등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 실현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풀리거나 상대 후보자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근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은 항상 맞물려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는 결코 자기목적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깨뜨리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침해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인터넷 선거운동의 확대와 그 장단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운동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인터넷 및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및 이를 이용한 정보소통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갖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그 장점으로는 대중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의 가능성,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가짜뉴스의 전파 위험성과 검증의 어려움, 왜곡된 정보로 확인된 이후에도 통제하기 어려움,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 활발한 대화·토론의 현실적 한계 등이 지적된다. 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헌재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무산되었으나, 제한적·예외적 실명제는 인정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이다. 2004년 3월 12일 개정을 통해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제82조의6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는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며, 2008년 2월 29일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정하여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0. 2. 25. 선고 2008헌마324 등 결정,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그 주된 논거는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각종 흑색선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판례를 뒤집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등에 따른 본인확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성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2019. 9. 26. 선고 2017헌마1209 결정).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잠재적 범죄 피해 방지 및 통신망 질서 유지 등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에서 강조되고 있는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닐뿐더러, 그 오남용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필요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과거의 헌법재판소 판례 및 이 결정의 반대의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아닌, 익명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Ⅵ.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 폐지의 파급효과 포괄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된 이후에도 공직선거법에서 제한된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있었던 것은 선거의 특성, 특히 선거의 민주적 기능 및 그 전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사실상 익명표현의 무제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불법적 선거운동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익명표현의 자유는 공익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공익적 필요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이라는 이름 하에 허위사실의 유포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면, 최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헌재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과 모순되지 않는가? 실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되고, 익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괜찮은 것인가? Ⅶ. 결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의사소통의 자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익명의 그늘 하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신상털기, 스토킹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및 각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폐해는 그 파급효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더욱이 인터넷 선거운동에서의 익명성은 당선을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직선거 후보자들 및 그 지지세력들에 의해 흑색선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댓글조작사건, 민주당의 여론조작사건(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익명표현
실명인증
선거운동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6
김범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나영숙 법학박사·미국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인터넷 쇼핑몰사업자의 배타 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
I. 서론: 사건의 개요 및 문제의 제기 경쟁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경쟁적 시장'이란, 기업이 가격, 품질, 혁신성 면에서 우월한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면 이에 따라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살아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에서 무엇이 경쟁적 시장의 모습이고, 무엇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가에 대한 해답은 반드시 간단하게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별 사안마다 시장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 추상적인 '경쟁'의 원리가 해당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별도의 고려를 요한다. 대법원 2011.6.10 선고 2008두16322 판결(이하 '본 건 판결')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장도 그 독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를 요하는 시장의 하나이다. 이 사건 원고인 'G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의 일종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자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과 거래하고 있던 7개 판매자들(이하 '7개 사업자들')에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불응하면 원고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을 모두 빼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이하 '본 건 행위'). 이에 대해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원고의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조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이 처분을 다툰 원심에서, 법원은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긍정하고 과징금 산정에 대해서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시장에서 원고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만, 본 건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일종인 '배타조건부 거래'로서의 '부당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남용행위 해당성을 전제로 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필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당성 판단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적용해 온 기준인,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가의 판단에 있어, 경쟁자의 '퇴출'을 실제로 야기하였는지에 주목하여 판단함으로써 법리 적용에 혼선을 야기하였다고 생각한다. II. 쟁점별 논의 1.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1) 본 건 시장의 구조 및 특성 본 건 행위는, G마켓과 7개 사업자간에 일어났다. 이들 7개 사업자는 온라인상에서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로서 G마켓으로부터 그의 쇼핑몰에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G마켓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즉, 이들 간에는 '입점서비스'의 공급자 및 수요자로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된다(이하 '시장 A'). 그런데, 오픈마켓을 포함한 인터넷 쇼핑몰의 특징은, 위와 같은 입점업체와 쇼핑몰 운영자간에 형성되는 시장과 별도로, 쇼핑몰 운영자와 일반소비자(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여 상품의 구매를 하는 자)간에 별도의 시장이 형성되며(이하 '시장 B'), 시장 B에서의 거래양상이 시장 A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G마켓으로부터 다양한 상품 및 그 판매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G마켓에게 지급한다(수수료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정보서비스'의 수요자이고 G마켓은 이의 공급자이다. G마켓을 중심으로 양면에서 수요자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와 일반소비자들은 G마켓과 각각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G마켓이 제공하는 가격(수수료) 및 서비스의 질 이외에도 서로 상대방 집단의 크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은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들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이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G마켓을 자신의 공급자로서 선호하거나, 혹은 다른 공급자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양면적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이 2008.12.11 선고 2007두25183 판결에서 다룬 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플랫폼사업자'라 칭하면서, 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두 개의 시장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TV 홈쇼핑 사업자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서비스시장(이하 '시장 C')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유선방송 유료시청자 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시장(이하 '시장 D')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종합유선사업자의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시장(시장 C)을 관련시장으로 보았고, 이 관련시장은 시장 D와는 별개의 시장이며, 시장 D에서의 시장지배력이 바로 시장 C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위 판결에서 적용된 시장획정의 원리를 G마켓 사건에 적용하여 볼 때, 관련시장은 본 건 행위가 발생한 시장 A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 A는 시장 B와 별개이며 시장 B에서의 지배력이 바로 시장 A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나, 시장 B에서 수요자 집단의 행위는 시장 A의 수요자 집단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2) 관련시장의 획정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의 입점서비스 공급시장인 시장 A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본 건 판결은, 거래형태, 입점조건, 구매자 인식 등을 기준으로 관련시장을 오픈마켓만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수요 및 공급대체성이 매우 커서 관련시장은 이보다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수요대체성에 대해 살펴보면,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 중 상당수는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구별하지 않고 가격이 낮은 곳이면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입점업체들은 오픈마켓이든 종합쇼핑몰이든 일반소비자가 방문하는 사이트를 구별하지 않고 입점서비스를 수요하게 된다. 실제로, 본 건 7개 사업자들 중 6개 업자가 오픈마켓 뿐 아니라 종합쇼핑몰에도 동시에 입점하여 있었다. 그리고, 시장 A의 공급대체성 측면을 보아도,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자가 오픈마켓으로 전업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초기 투자비용면에서 매우 용이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겸영하는 업체들이 다수 있어 이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오픈마켓 쪽 영업비중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일반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을 이동할 수 있고, 입점업체들도 입점장소를 이동하거나 복수 입점하는 것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용이한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관련시장을 합리적으로 획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수요 및 공급대체성에 대한 정확한 사실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제도적 여건의 차이를 근거로 다소 직관적으로 시장을 한정한 측면이 있다. 피고는 구매자 인식이 오픈마켓 이외의 시장에 대해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일상생활에서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차별하지 않는 소비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피고의 위 주장사실은 주장에 그칠 뿐 입증된 바 없다. (3)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여부 설사 관련시장을 오픈마켓으로 한정하여 획정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지배적 지위란 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도 수요자를 잃지 않을 만한 능력(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말한다. 이러한 지위의 존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먼저 보고, 진입장벽 등 기타 시장상황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본 건 시장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특정 오픈마켓 운영자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바로 시장지배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 B의 일반소비자들은, 다양한 오픈마켓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같은 구매 기회에도 상품 종류별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찾아 서로 다른 오픈마켓을 초 단위로 이동하며 구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시장 B의 수요자들의 행태에 반응하여,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 역시 다수의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건에서도 7개 사업자들은 모두 세 개 내지 다섯 개의 오픈마켓에 동시입점하였으며, 6개 사업자는 특히 제1위인 옥션에 동시에 입점하였었다. 이렇듯 수요자가 다수의 플랫폼사업자와 동시에 거래하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사업자가 현재 시장점유율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이 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만일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여, 예컨대 가격을 높인다면 수요자들은 다른 플랫폼사업자에게로 거래처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G마켓의 시장점유율이 2위인 점을 기초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 존부의 판단에 이와 같은 시장의 사정을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적어도 다수 플랫폼사업자와의 동시거래성에 대한 심리를 하게 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옥션의 견제 가능성도 고려되었어야 했다. 2. 부당성 판단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자체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판시와 같이 이러한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이하에서 '부당성' 판단에 대해 논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때, 그리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행위했을 때'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9.7.9. 선고 2007두22078). 여기서 '경쟁제한'의 의미는 같은 판결이 설시하는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하는 것,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는 것'이고, 공정거래법 제2조 제8의2호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정의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판단하건대, 본 건 행위는 만일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는 자에 의해 행하여졌다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의 부당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원고의 본 건 행위로 인하여, 7개 사업자들은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이 원고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14일에서 7개월 보름에 걸 쳐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7개 업체들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원고를 통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기회를 잃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원고의 요구에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원고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7개 사업자들은 본 건 관련시장에서 입점서비스의 '소비자'인데, 원고는 이들이 보다 유리한 가격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배타적 거래관계의 반대급부로 다른 이익을 제공한 정황도 없었음)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후생을 저해한 행위로서 판례가 정립한 기준인 경쟁제한의 '우려'를 넘어 경쟁제한의 효과 발생을 '완성'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본 건 판결은 행위 대상이 된 업체 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소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후생의 저하도 경쟁법의 보호대상이다. 더 나아가 본 건 행위가 관련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결코 7개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7개라는 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 원고가 왜 경쟁법 위반의 시비가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배타적 조건을 요구하였겠는가. 원고로서는 무수히 많은 입점업체에게 배타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거래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원고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소수의 우량 입점업체들로 하여금 경쟁자인 엠플온라인의 오픈마켓에 나타나지 않게 한다면, 엠플온라인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없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무수한 비우량 입점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감소 내지 중단해 가게 될 것이다. 즉, 7개 업체에 대한 배타적 거래의 결과가 시장 B와 시장 A의 수요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시장의 경쟁에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엠플온라인은 원고의 본 건 행위가 있기 수 개월 전에 오픈마켓 운영시장에 진출하여, 저렴한 수수료(가격) 및 새로운 마케팅 전략(혁신) 등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점유율 6위에 올랐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시장진입 초기에 일정한 크기의 수요자 집단을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인 점(그래야 플랫폼사업자 반대 편의 다른 수요자 집단이 모여듦)을 고려한다면, 엠플온라인에게 있어 우량업체인 7개 사업자의 이탈은, 오픈마켓 운영자로서 시장에 확실히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판시는 또한 7개 사업자들이 실제 거래를 중단한 기간이 단기임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후생이 저해되고 시장질서가 인위적으로 교란되었다는 행위의 결과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행위를 하던 사업자가 공정위의 조사 등의 상황을 맞아 법 위반 행위를 중단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 때 그로인해 법 위반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 위반 사실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본 건 판결은, 부당성 인정을 위해서는 원심이, 본 건 행위가 엠플온라인의 퇴출 요인이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백히 경쟁 보호의 의미를 오인한 것이다. 경쟁법이 경쟁자의 배제행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경쟁자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배제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행위의 대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가해진 것이든, 혹은 경쟁자에게 가해진 것이든 궁극적 관심사는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가격, 혁신, 다양성 면에서 소비자후생 저해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기에 족하다. 그리고, '경쟁자 배제'의 의미도, 구체적 거래에서 경쟁자와의 거래가 봉쇄되어 소비자가 더 나은 거래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쟁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하여 그것이 퇴출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판례가 정립해 온 기준은 퇴출을 발생시킨 현실적 인과관계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위험의 야기, 즉 발생의 '우려'이다. 부당성의 주관적 측면에 대해서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를 발생시킨 점과 원고에게 배타적 조건에 대한 반대급부의 지급이나 기타 효율성 증대를 꾀한 의도도 없었던 점으로 보아 경쟁제한의 목적이 있었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본 고의 결론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에 대해 사실심리를 한 결과 만일 그 지위의 인정이 부인되는 경우라면, 본 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일종인 거래상지위의 남용으로서 의율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III. 결론 본 건 판결은 온라인 거래라는 독특한 시장환경 및 하나의 플랫폼사업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두 개의 시장 수요의 상호의존성 등, 문제된 행위가 일어난 시장의 특성을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행위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경쟁자 배제의 의미를 경쟁자 퇴출과 혼돈한 잘못이 있다. 이는 그간 판례가 정립해 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객관적인 요건인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에 대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그 요건의 입증책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05-21
이재경 변호사(건국대 교수)
음악저작물의 표절에 대한 판단 기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그룹 "ynot?(와이낫)"의 멤버로 활동하는 가수들로서 2008. 4. 26. 노래 "파랑새"를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피고들은 그룹 'CNBLUE(씨엔블루)'의 노래 "외톨이야"를 작곡한 자들이다. 원고들이 "파랑새" 중에서 피고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후렴구에 해당하는 25마디부터 32마디까지 8마디, 54마디부터 61마디까지의 8마디, 70마디부터 85마디까지의 16마디로서 노래 전체 86마디 중 32마디이고(이하, "이 사건 노래부분"), 그에 대응하는 피고들 작곡의 "외톨이야" 악보부분은 후렴구인 25마디부터 30마디까지, 49마디부터 54마디까지, 78마디부터 83마디까지 각 6마디씩 전체 93마디 중 18마디(이하, "이 사건 대비부분")이다."파랑새" 중에서 이 사건 노래부분과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모두 후렴구로서, 위 두 노래 모두 후렴구의 첫째 및 둘째 마디의 표현이 셋째 및 넷째 마디에 계속하여 동형진행(同形進行, Sequence)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작곡한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원고들이 작곡한 "파랑새"의 해당부분을 표절하거나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고, 위 부분은 전체 곡에서 질적 및 양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파랑새"는 전체의 1/2에 해당하고, 외톨이야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므로 "외톨이야"는 "파랑새"를 표절하여 원고들의 음악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로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후렴구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의 각 동형진행부분로 나누어 표절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바, 우선, ① 후렴구 첫째 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노래부분과 그 대비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② 후렴구 둘째 마디와 동형진행부분에 대하여도, i) 원고들이 작곡한 이 사건 노래부분 중 후렴구 둘째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은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표현되어 널리 알려진 관용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위 노래부분과 같은 음악적 표현이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점, ii) 원고들은 대중매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인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의 노래에 의거하여 이 사건 대비부분을 작곡하였다고 할 수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외톨이야"가 "파랑새"의 표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음악저작물의 표절 판단에 대한 일반적 기준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복제), ②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③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창작물의 복제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의 침해, 즉 "표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복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물의 기준으로는,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결국, "파랑새"의 이 사건 노래분에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인바,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서로 가락이 동일하고 빠르기도 유사하나, 원고가 "파랑새"를 발표하기 이전의 선행 음악저작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컨츄리꼬꼬의"오!가니"(최준영 작곡 2000. 6. 발표)와 박상민의 "지중해"(유해준 작곡, 2002. 2. 발표)에도 유사한 가락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파랑새"와 선행저작물인 "지중해"는 음계가 동일하고, 빠르기, 음조가 다르더라도 음악에 있어서 빠르기는 리듬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그 빠르기에 대하여 원고에게 창작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는 대상판결의 창작성 부존재 판단은 일응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르기나 음조와 관련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음악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하여 추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의거관계 국내 유일하게 표절을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6. 10. 26.선고2006가합8583판결)인 이른바, "MC몽 vs 강현민(러브홀릭)"사건(이하, "MC몽 판결")에 의하면, 원고(강현민)의 곡"It's You"(그룹 The The)는 1998년에 공표되었고 피고의 곡(MC몽 '너에게 쓰는 편지')은 2004년에 공표된 점, 원고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여 제작된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어, TV, 라디오 등을 통하여 널리 방송되었으며 상업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곡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표절 논란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밴드였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피고들은 '외톨이야'를 작곡할 당시 원고들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상 판결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으며, 원고의 반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실질적 유사성 각 곡을 대비하여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MC몽 판결에 의하면, i) 문제된 1, 2소절은 각 음의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고, 3, 4, 5, 6, 7소절은 서로 유사한 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장단도 유사하여 전체적인 가락의 유사성이 인정되고, ii) 각 대비부분 8마디의 화성 진행을 대비하면 1소절, 2소절 앞부분, 3소절 뒷부분, 4소절 뒷부분, 5소절 뒷부분, 6소절 앞부분은 동일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소절 뒷부분, 5소절 앞부분, 6소절 뒷부분, 7소절 전체, 8소절 앞부분은 유사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i) 나아가 실제 가창되는 각 곡의 대비 부분의 박자, 템포, 분위기도 유사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소절은 총 8소절로 각 곡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각 곡의 후렴구로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 각 곡의 전체 연주시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핵심적인 부분이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청중이 전체 곡을 감상할 때 그 곡으로부터 받는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표절을 인정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i)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그 가락이 전혀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 ii) 두 곡 전체를 화성(코드)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1절 24마디 중 4마디의 코드가 동일 또는 유사할 뿐이고, "파랑새"는 한 마디에 두개의 화성이 진행되고 "외톨이야"는 대부분 한 마디가 하나의 화성으로 이루어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서로 다른 사실, iii) 원고들의 "파랑새" 후렴구가 "Dm-C-Bb-C-Bb-Am-Bb-C"의 구성을 가지는데 반하여 피고들의 "외톨이야" 후렴구는 "Dm-Dm-Bb-Bb-C-C-F-A'"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정도의 화성만 동일한 사실, iv) "파랑새"가 ♩=102, "외톨이야"는 ♩=105로서 비슷한 빠르기를 가지고 있으나, "파랑새"는 16비트의 기본 리듬을 가지는데 반하여 "외톨이야"는 24비트를 기본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 음악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음악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화음, 리듬을 분석하여 이루어지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표절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곡을 표절로 낙인을 찍어 버리므로 그에 따른 작곡가와 가수에게 미치는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가 한정돼 있고 시대마다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창작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저작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표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더 신중해야 하며,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음악전문가나 소비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 또는 중재기관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표절 시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1-07-04
이재경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송신행위에 대한 적법성 검토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방송법상 지상파방송 사업자이며, 피고들은 케이블방송사업자(이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로서 다채널 유선방송사업을 영위하는 자인바, 피고들은 위 사업을 통해 원고들이 지상의 송신탑 등을 통해 공중에 송출하는 일부 디지털 지상파방송(KBS1, EBS 제외, 이하 '지상파방송')의 방송신호를 수신한 후 실시간으로 위 방송신호를 피고들의 가입자가 보유한 텔레비전에 재송신하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원고들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이를 공중에 송신하거나, 그 방송을 동시중계방송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는 전제 하에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들의 재송신행위 금지를 구하는 청구와 동시에 위반 1일마다 1억원의 지급하라는 간접강제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가.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의 가처분신청 기각 2009.12.31. 원고(신청인, 이하 '원고')들이 피고들 중에서 어느 특정 사업자(피신청인, 이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카합3358 저작권등침해중지가처분신청사건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보전권리는 인정되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위 가처분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의 재송신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며, 피고의 재송신행위가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를 침해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피고를 비롯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이미 2002년도부터 이를 재송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약 6년 동안 이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종합유선방송 가입자 중 상당수의 가입 목적이 지상파방송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하기 위한 데 있는 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되는 홈쇼핑 채널로부터 얻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일단 가처분이 허용되면 피고는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고와 같은 특정의 한 업체를 시범사례로 선정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가처분을 발령하는 것은 분쟁 해결에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던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재판부는 피고들이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이 사건 방송을 재송신하는 행위는 방송사업자인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양 당사자들 사이에 조만간 원만하게 협의될 가능성이 보이고, 장차 피고가 재송신금지의무를 위반한 개연성 및 원고의 피해 및 피고의 이익에 대한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간접강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당사자 주장의 요지 우선, 원고들은 지상파방송의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가지는 공중수신권 및 동시중계방송권을 피고들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침해받았다고 주장함한다. 이에 반하여, 피고들은 피고들의 지상파재송신행위는 피고들가입자의 방송 수신을 단순히 도와주거나 보조하는 i) 수신보조행위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의 저작권 등의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피고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난시청 해소 및 방송품질의 보장을 원하는 원고들과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재송신 중단 요구는 ii) 묵시적 합의에 대한 위반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며, 더 나아가, 원고들이 수십 년 동안 피고들에게 단 한 차례도 방송신호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적이 없었고, 피고들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기존의 광고 수익을 그대로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이제 와서 갑자기 재송신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iii)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논리를 펼친다. 4.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작권법상 권리 침해 여부 지상파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공중송신권, 그리고 그에 기초한 재송신 중단 청구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원고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방송프로그램도 본건 청구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대상이 특정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자신이 특정 지역에서 송출한 방송신호를 다른 지역에 설치한 안테나 등을 통해 수신하여 이를 해당 지역에 재송신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위와 같은 방식의 재송신을 허용하거나 무단 재송신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한 후, 이러한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피고들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방송의 수신행위 및 그 허용 한계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수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고품질의 방송화면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방송신호 수신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시청자의 방송수신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청자의 행위로 평가되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외부에 송신하는 것은 당해 행위의 성질과 태양, 당해 행위 과정에서 행위자 및 시청자의 각 역할 내지 당해 행위에 대한 지배의 정도, 당해 행위의 구체적 내용, 당해 행위의 결과로 행위자가 얻을 이익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i) 수신설비 등의 관리 형태, ii) 영업행위(대가), iii) 방송신호의 변경, iv) 방송법 제78조의 해석에 따라 지상파재송신행위가 수신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선, 아파트의 공동수신설비와 달리, 피고들은 수신료 징수 등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독자적으로 안테나 등 관련 설비를 갖추고 독자적으로 관리하면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한 후 이를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가입자는 피고들이 제공하는 채널과 서비스에 대한 이용 여부만을 소극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 적극적으로 수신설비의 설치 및 관리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들은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각종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선방송 상품 종류에 따라 월 4,000원부터 33,000원 사이에서 책정된 이용료를 지급받고 있으며, 이러한 이용료는 수신설비의 관리 및 유지 비용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피고들이 수신설비 관리 및 유지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을 초과하는 이용료를 가입자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이에 덧붙여 피고들은 지상파 방송을 송신된 상태 그대로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파수를 변경하거나 지상파 방송에 가상 채널을 부여하여 다수의 유선방송 전용 채널과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 방송신호를 가공하고 있으며, 특히 피고들 중 어느 회사는 원고들이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 방식으로 송출하는 이 사건 방송 신호를 수신한 후 피고들의 디지털방송 표준방식인 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방식으로 변조한 후 이를 송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들은 실질적으로 위 시설을 이용한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통해 가입자로부터 시청료를 받는 영업을 하면서, 방송신호의 기본 특성을 유지한 채 수신자에게 전송하는 행위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송신호의 변경이 현재의 마을 공시청 설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허용되는 수신보조행위가 무엇인가 하는 점까지 판단의 전제로 진지하게 고려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지를 남긴다. 무엇보다도, 방송법 제78조 규정의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피고들의 지상파 재송신행위를 수신보조행위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방송법 제78조는 피고들과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상파방송 중 특정 공영방송(KBS1, EBS)을 동시재송신하도록 하면서(제1항), 이 경우 저작권법 제85조의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는바(제3항), 이는 의무적인 동시재송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지상파 방송에 대하여는 원고들이 여전히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당초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지 않았던 유선방송수신관리법 등 각종 관련법령의 연혁상 위 제78조 제3항의 규정이 방송권역 외 동시재송신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 제78조 제3항은 의무재송신 규정이 마련됨과 동시에 등장한 것이며, 방송법 제78조 제1항 단서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구역안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의 방송구역이 포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나. 지상파 재송신 행위에 대한 묵시적 합의 여부 난시청 해소 및 지상파방송의 품질 확보 등의 목적의 1961. 8. 24. 유선방송수신관리법 및 1991. 12. 31.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한 각 사업자들이 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을 동시재송신해 온 사실, 디지털방송 전환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4기에 걸쳐 구성된 디지털추진위원회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 및 지상파방송사업자측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요구하여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사업자측의 요구 방식인 8VSB 방식에 따른 전송망 설비 투자를 한 사실 등의 사실을 두고 양 당사자들 사이에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자문기관인 디지털추진위원회의 협의 내용을 원고들과 피고들 간의 법적 구속력 있는 논의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장래의 권리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위와 같이 원고들이 2008. 7.경부터 명시적으로 피고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양 당사자들 사이의 묵시적인 합의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기 전까지 재송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채널번호의 요청 및 현황 조사를 했다는 정황을 종합한다면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여지도 다분하다. 특히, 원고들이 주축이 된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는 2010. 4. 28.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로 인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유료방송(케이블·위성·IPTV) 가입자는 지상파 TV 디지털 전환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상품을 유지하더라도 TV를 시청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한 사실 등은 묵시적인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민법상 실효의 원칙 및 권리남용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① 원고들이 상당 기간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재송신 행위를 문제 삼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장래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일체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다. ② 피고의 행위는 저작권법 및 민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③ 피고들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그 사용료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 ④ 원고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아닌 위성방송사업자, IPTV사업자로부터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지상파방송의 동시재송신을 허가해왔는데,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는 동시재송신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징수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계약조건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는 피고들의 재송신 행위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방송을 용이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긍정적 효과 및 피고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사용료 상당의 손해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재송신을 통하여 유선방송 전용 채널의 매출이나 광고시장 점유율이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매출 등이 하락하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재송신행위를 통하여 지상파방송의 수신 범위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사실상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광고효과가 더 배가되는 측면이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원고들이 그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지상파 방송에 특정 채널번호를 부여해달라거나, 지상파방송 수신 장애 및 품질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동시재송신 현황을 조사하였다는 정황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는 금반언의 원칙의 적용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필요가 있던 것이다. 5. 결론 본건 지상파 재송신에 있어, 피고들의 독자적인 수신설비 관리, 그로 인한 대가의 취득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상파재송신행위는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행 방송법 제78조 등 관련 조항들의 조화로운 해석까지 고려한다면, 피고들의 지상파재송신행위가 수신보조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상판결의 저작권법 관련 판시 부분은 수신보조행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시중계방송권은 저작권법에서 그 권리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방송법에서 의무적인 동시재전송하여야 할 지상파 방송을 규정하고 있다 하여, 입법자가 방송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하여 동시중계방송권을 다시 인정한다는 해석론은 의문이 간다. 특히 현행 방송법 규정은 연혁적으로 1991. 12. 31. 법률 제4494호로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하고 종합유선방송법을 제정할 당시 처음으로 입법이 된 것인데, 당시 유선방송관리법상 독자적인 수신설비 관리, 그로 인한 대가의 취득이 인정되는 중계유선방송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었으므로, 이러한 입법연혁에 대한 고찰이 무시된 측면이 있다. 나아가, 무료재송신에 대한 합의 여부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디지털방송전환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 및 지상파방송에게 방송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오늘날의 방송 환경에 감안해 볼 때, 대상 판결은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실질적인 공평성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보수적, 소극적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의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지상파방송사업자들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 사이의 본건 분쟁은 저작권법 또는 민법상의 법리에 의하여 일도양단식으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 통신이 우리에게 미치는 사회적 파급효과 및 시청자들의 권익, 복지를 고려하면, 법률적인 시시비비보다는 정책적, 입법적인 접근 방식이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선고 이후에 아직도 해소되지 아니한 양 당사자 사이의 대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인 결단이나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의 적절한 조정을 통하여 보다 건설적인 차원에서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0-10-25
강수진 변호사(공정거래위 송무담당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에 있어서 관련시장 획정과 부당성
Ⅰ. 서론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주)티000 강서방송(‘원고’)의 홈쇼핑사업자에 대한 불이익 제공 사건에 대하여 원고가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고, 이 사건 불이익제공 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 부당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본건 판결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2007. 11.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포스코 판결’) 이후 두 번째로 대법원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다음으로,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판단에서 대법원이 처분청인 공정거래위원회(‘피고’)나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시장지배력의 전이’문제를 간단하게나마 다루고 있는데, 그동안 실무나 학계의 입장에서 궁금히 여겨오던 부분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Ⅱ.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정통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고, A 홈쇼핑은 종합유선방송의 특정채널을 통해 시청가구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사업자이다. 원고는 A 홈쇼핑과 특정 채널에 대하여 송출수수료를 지급받고 프로그램을 송출해주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던 중 동일구역 사업자간 헤드엔드 통합으로 채널을 조정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러자 원고는 A 홈쇼핑과 채널변경을 위한 협상을 전개하면서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A 홈쇼핑이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기존의 8번 또는 15번 채널을 18번 채널로 변경하여 배정하였다. 2. 피고 처분의 요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송출시장으로, 관련 지리적 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으로 획정한 다음원고의 시장점유율이 법 제4조 소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을 충족하고 위 채널변경행위는 법 제3조의 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 시장’이라고 하면서 ‘프로그램 공급시장은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 사용료 수입 등이, 프로그램 송출 시장은 채널편성 및 프로그램 송출, 송출수수료 및 수신료 수입 등이 주요 거래내용으로서 양자가 별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획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관련시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프로그램 공급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시장(‘프로그램 공급시장’), 홈쇼핑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프로그램 송출이라는 서비스를 구입하는 시장(‘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가입가구 간에 시청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장{‘(좁은 의미의) 프로그램 송출 시장’}으로 세분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의결서에 표시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이라는 개념은 과연 위와 같이 세분한 3개 유형의 시장 중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3. 원심 및 대법원의 판단 요지 원심은 피고의 위와 같은 관련시장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의 인정이 일응 적법하다고 보았다. 다만 유료방송시장의 거래구조에 있어서 홈쇼핑 사업자와 원고 사이에는 프로그램 송출시장과 별개의 시장(전국을 지역적 범위로 함)이 형성되는데,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 경우 현행법의 해석상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이 지배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그 이전 또는 다음 단계의 인접시장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전이하여 그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본건의 경우 원고가 인접시장인 송출서비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전이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였다면 그 지위의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강서구 지역 내 프로그램 송출에 관한 용역의 거래조건 등 협상에 있어서 그 인접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로서의 지배력 때문에 홈쇼핑 사업자들에 비하여 훨씬 우월적 지위에 서 있는데,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기존의 계약내용을 무시한 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는 A 홈쇼핑에 대하여 채널을 무조건 불이익하게 배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결론적으로 이 사건 관련 상품시장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이고, 이 사건 관련 지역 시장의 범위는 전국이라고 본 것은 옳다고 하면서도,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곧바로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위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이 사건 관련 시장에서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한편,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로서 불이익 강제행위의 부당성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불이익 강제행위를 한 모든 경우 또는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강제행위를 하였을 때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원고의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에 의하여 A 홈쇼핑이 입게 된 구체적인 불이익에 불과한 것들로서 현실적으로 경쟁제한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인정할만한 사정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 1. 대법원의 관련시장 획정의 적정성 본건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보는 것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범위로 획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본건 거래관계는 홈쇼핑 사업자가 특정 지역에 독점방송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그 지역 내 송출채널을 공급받는 관계인데, 원심이나 대법원은 마치 전국의 플랫폼사업자들과 전국의 TV 홈쇼핑 사업자들 간의 관계인 것처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지역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인 강서구로 한정하는 것이 본건 거래관계의 실체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여부 판단의 적정성 본건과 같은 독과점사업자의 다른 사업자에 대한 불이익제공행위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원심이나 대법원은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시장으로 잘못 획정함으로써 지배력 전이와 같은 복잡한 논리를 이용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한 오류를 범한 것 같다. 관련시장을 ‘원고와 A 홈쇼핑 간의 개별방송구역 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정확하게 획정한다면, 그 시장 자체의 특성(해당 방송권역에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과점적인 지역영업권을 가졌으며, 다른 사업자가 이 시장에 참여하는 데 법상 진입장벽이 있음) 및 가입가구에 대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력(77.5% 이상)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장지배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배력의 전이에 대하여 본건 사안에서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시장지배력의 전이 이론에 의해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기술하였다. 물론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이 사건 관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시장지배력의 전이’로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한편, 대법원은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지배력 전이의 구체적 요건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대법원은 시장지배력의 전이에 있어서 전이되는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획득도 그 요건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향후 이에 대한 자세한 설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Ⅳ. 부당성 1. 피고의 부당성 인정 사유 피고가 위 채널변경행위의 부당성을 인정한 근거로는 일방적인 채널 변경에 의해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장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있는 점, 우수 협력업체의 이탈가능성 및 신규 협력업체의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점, 타 TV 홈쇼핑 사업자에 비해 경쟁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TV 홈쇼핑 시장에서의 사업자 간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이었다. 2. 사안의 검토 포스코 판결 이후 일련의 하급심 및 본건에서의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면, ‘주관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는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남용행위’에 대하여 부당성을 인정하겠다는 판단기준을 다소 형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경쟁제한성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본건과 같이 독과점 사업자가 자기의 사업구역 내에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부당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제는 보다 실질적인 검토를 통하여 다양한 시지남용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 기준을 수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본건과 같이 순수한 의미의 경쟁사업자간 배제행위가 아니라, 불이익제공 등을 통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식적인 경쟁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안을 일반 불공정행위로 다루게 될 위험이 존재하는 바, 이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시지남용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다. Ⅴ. 결론 향후 방송·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의 발달과 더불어 대두될 새로운 유형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부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2009-03-23
김세진 공익법무관 (부산고등검찰청)
전자상거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
1. 부산지방법원 2007카합1046 결정례(2007. 12. 신청인이 항고하여 심리 중임) 가. 기초사실관계 본 사건의 신청인(채권자)은 2003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고,피신청인(채무자)도 2006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서 신청인과 동일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각종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자신의 웹페이지의 메뉴와 구조, 배열 등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의 웹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사이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 결정요지 1) 신청인의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등이 저작권법 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신청인이 주장하는 필로그 서비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 사이트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기능들로서 그 내용이 체계적·조직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각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하기 위해 배열된 자료로 보이지 않는다. 2)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한다) 보호대상 및 웹페이지의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인 콘텐츠는 그 보호범위가 다소 불명확하기는 하나, 온디콘법의 정의 조항에서 전자적 형태로 제작된 자료 또는 정보임을 규정하고 있고, (중략)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적어도 문자, 영상, 부호 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대상 자체만으로 그가 표상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콘텐츠 스스로 정보 및 자료로서의 완결성이 상당한 정도로 갖추어져 있는 자료 및 정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개념상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메뉴, 기능, 서비스 또는 그 서비스를 고안해 낸 아이디어 자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콘텐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적용법조 사용자환경에 해당하는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기능, 서비스, 특히 소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자체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부가적인 쟁점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3.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서비스 및 기능 등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대한 법률적 분석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가.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개념 웹사이트의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시스템의 인터랙션을 위해 그 형태가 어떻든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과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합쳐서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결정례의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및 배열 등은 모두 신청인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와 전자상거래업자가 마련해 놓은 판매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 즉 상품을 검색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위해 사용자와 판매자의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가상적인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웹페이지의 각종 서비스, 기능, 메뉴의 구조 및 배열 등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데이터베이스인가 1) 개 념 현행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19호). 2)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생각건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개념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를 중개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거래 대상인 디지털콘텐츠라는 소재, 예를 들면 영화, TV드라마, 사진, 유틸리티, 문서, 교육, 지식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분류하여, 구매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러한 웹사이트 자체는 ‘데이터베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에서는 검색기능을 가진 웹사이트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청인 주장하는 대부분의 각종 서비스’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 편집저작물인가 이에 대하여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인 서울중앙지법 2003. 8. 19. 선고 2003카합1713호에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는 신청인의 웹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창조성있는 데이터베이스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편집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인가 1) 개념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전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자료 또는 정보’의 범위가 다소 불명확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 동법의 보호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신청인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와 그 메뉴구조 등의 사용자환경은 디지털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 디지털콘텐츠의 개념요소로 ‘자료 또는 정보’임을 요하고 있고, 콘텐츠의 기본적 의미도 문자, 소리, 화상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내용물’이라는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그 메뉴구조 등은 모두 이용자가 신청인의 사이트를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또는 방법이고 이를 ‘자료 또는 정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의 사례{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9(1st Cir.) 1995} 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Lotus사가 Borland사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Lotus 1-2-3’과 Borland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 ‘Quattro Pro’의 명령어 선택 및 메뉴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소송에서 1996. 1. 16. 미연방대법원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일종의 작동방식이나 수단 같은 것이며, 이러한 작동방식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Lotus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자환경은 작동방식 또는 기능에 불과하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고 또 그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5. Trade Dress (이대희, 인터넷과 지적재산권법 2002 참조함)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크기, 모양, 색채, 색채의 결합, 구성(texture), 도해(graphics),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sales techniques) 등과 같은 특징(feature)’ 또는 ‘상품 전체의 이미지와 종합적인 외관’이라고 정의된다.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색채,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텍스트 및 이들을 결합한 것 등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한국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트레이드드레스라고 할만 한 것은 입체상표 및 색채상표 그리고 상품의 모양이나 포장·용기에 한정되고 있어서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고, 전자상거래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격차가 크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여 사실상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맺음말 대상 결정례는 신청인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고 대법원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상 결정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생각건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반경쟁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을 개발한 기성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역시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신규사업자와 기성사업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2008-02-04
나지원 공익법무관 (서울고검)
사이버몰 운영자의 표시·광고법상 책임
Ⅰ. 사실관계 1.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함)의 심결과 원심판결 공정위는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통해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는 X(이하 ‘X’라고 함)에 대하여, 위 쇼핑사이트의 공동구매란을 통하여 제품후면에 ‘Y’라는 상표명이 새겨져 있는 ‘유명아동 후드패딩 2종 세트’의 판매를 위한 광고를 하면서 웹사이트에 사실과 다른 제조원과 제조시기를 표기한 사실에 근거로 하여 X에 대해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을 내렸다(공정위 2002. 9. 16. 의결 제2002-202호). 이에 대해 X는 서울고등법원에 광고의 주체가 소외 입점업체라고 주장하면서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였고, 파기환송전 원심(서울고법 2003. 7. 8. 선고 2002누16872)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 기록과 원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1)원고는 오프라인에서 이미 가지고 있던 유통망을 기반으로 인터넷 쇼핑에 진출한 사이버몰과 달리 인터넷 포탈업체에서 출발하여 사이버몰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상품구매, 재고관리, 물류, 판매 등을 하지 않는 임대형 사이버몰로 알려져 있는 사실, (2) 원고는 수호통상이라는 상호로 의류, 잡화 도소매업을 하는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이 원고 운영의 사이버몰을 통하여 그 이용자에게 상품의 관련 정보를 전시 또는 게시하고 상품을 판매하되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거래약정을 맺은 사실, (3) 소외인은 원고가 정한 웹디자인상의 등록절차에 따라 ‘상품공동구매’란에 상품명 ‘유명아동 후드패딩 2종 세트’, 상점 ‘e-패션’, 제조원 ‘e-패션’, 원산지 ‘중국’, 제조시기 ‘2001년 겨울 신상품’, 판매가 ‘19,800원’, 공동구매기간 ‘10월20일∼11월15일’ 등의 내용을 표시 또는 게시함과 아울러 자기를 나타내기 위한 문구로 ‘상품문의’, ‘배송문의’, ‘A/S 및 제품문의’를 표시한 사실 등이다. Ⅱ.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 사이버몰 운영자가 입점업체의 광고행위에 대하여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 사이버몰 운영자의 사이버몰 이용약관의 내용,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광고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2) 위 법리에 의하여 원고는 이 사건 광고의 주체라고 볼 수 없어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7조 제1항에 의한 행정적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1. 사이버몰의 개념과 문제점 사이버몰이란 전자상거래등소비자보호법(이하 ‘전소법’이라 함) 제2조 제4호상 “컴퓨터 등과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해 재화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정된 가상의 영업장”이다. 일반적으로 사이버몰은 사이버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과 같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몰은 전소법 제10조(사이버몰의 운영)와 전자상거래 통계자료 등을 종합할 때, 크게 전문몰(단독몰)과 종합몰(입점형 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문몰’이란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에 있어 개별 상점과 유사하고, ‘종합몰’이란 사이버몰의 운영자가 별도로 존재하며 다수의 개별 입점업체가 각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상 백화점과 흡사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운영하는 사이버몰은 입점형 사이버몰에 해당한다. 단독몰 사업자는 전소법상 전형적인 통신판매업자에 해당되나, 종합몰의 운영자는 입점업체와 달리 그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된다. 즉 사이버몰의 운영자를 입점업체의 통신판매 일부를 수행하는 자로 보아 통신판매업자(전소법 제2조 제3호)로 볼 수도 있고, 타인에게 사이버몰의 이용을 허락한 자로서 통신판매중개자(전소법 제2조 제4호)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소법상 책임 귀속뿐만 아니라 표시·광고법상 사업자 즉, 광고의 주체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 사건은 사이버몰 운영자가 입점업체의 광고행위에 대하여 입점업체와 공동으로 또는 입점업체와 독립하여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이 최초로 판단한 사례이다. 2. 표시·광고의 개념 표시라 함은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이라 함) 제2조 제1호상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로 통칭함)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ⅰ)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에 관한 사항 ⅱ)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의 상품등의 내용·거래조건 기타 그 거래에 관한 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하여 자기 상품 등의 용기·포장(첨부물 및 내용물을 포함) 또는 사업장 등에 설치한 표지판에 쓰거나 붙인 문자나 도형 및 상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용기·포장을 말한다. 한편 광고라 함은 사업자가 상품 등에 관한 사항을 신문·방송·잡지, 팜플렛·견본·입장권, 인터넷·PC통신 등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2호).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동구매의 대상물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제조원과 제조시기를 표시한 것을 ‘광고’로 설시하고 있으나,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된 상품의 구체적 사양에 대한 표기는 광고임과 동시에 ‘표시’의 성질도 가진다. 3. 표시·광고의 주체로서 사업자의 범위 표시·광고법 제2조상 사업자란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공정거래법 제2조 준용)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광고는 광고주의 요청에 의하여 광고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기안하고 TV, 라디오, 신문, 잡지와 같은 광고매체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법이 적용되는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광고주’를 의미한다고 보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한편 광고주 외에 광고사나 광고매체운영자와 같이 광고에 관여한 자도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지는지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이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나 해석상 광고사나 광고매체운영자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이므로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 보아 확대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가능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전체적인 포맷만 구성해줄 뿐 상품광고는 개별 입점업체에서 직접 작성·게시하는 종합몰의 경우, 소비자는 당해 쇼핑몰의 신용도 등을 감안하여 상품주문을 하는 것이므로 종합몰 운영사업자를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광고법상 광고의 주체, 즉 광고주인 사업자만이 행정적 책임을 진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4. 부당한 표시·광고의 위법성 판단 부당한 표시·광고는 ⅰ)허위·과장광고, ⅱ)기만적인 표시·광고, ⅲ)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ⅳ)비방적인 표시·광고 4가지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들 표시·광고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그 판단기준으로 ① 소비자의 오인성과 ② 공정경쟁저해성이 있다(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소비자의 오인성(誤認性)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음을 말한다. 실제로 오인에 이를 필요는 없으며 오인의 위험성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기서 소비자는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를 전제로 한다. 대법원도 고름우유 광고사건에서 고름의 의미와 고름우유의 의미에 대하여 소비자의 상식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전문적·의학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6누5636 판결). 공정경쟁저해성(公正競爭沮害性)은 부당한 광고에 따른 소비자 오인의 결과 소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빼앗는 등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교란할 우려를 말한다. 이는 부당광고행위를 제한하는 상위개념이면서도 부당광고행위에 의하여 제한을 받아 구체화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경쟁저해성은 소비자의 오인에 의해 합리적인 선택이 방해되는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이므로 결국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이 부당성 판단의 핵심이 된다. 5. 표시·광고의 주체에 대한 판단 대상판결은 광고의 주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①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 ② 사이버몰 운영자의 사이버몰 이용약관의 내용, ③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④ 광고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등을 종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표시·광고의 부당성 판단의 핵심이 소비자의 오인성에 있다는 점과 광고주체의 혼동이 사업자가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행위에서 비롯되는 문제임을 감안하면,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판단 역시 사이버몰을 이용하는 통상적인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①)이나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③)와 같이 일반소비자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래내부관계까지 고려하여 광고의 주체를 판단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다. Ⅳ. 결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업자들은 초기비용과 경영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독몰을 개설하기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인지도가 높은 경매사이트 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연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거래상대방의 혼동 내지 표시·광고의 주체에 대한 오인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사이버몰 운영자나 인터넷 경매사업자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민사적, 행정적 책임도 부담하고 있지 않다. 대상판결은 광고의 주체만이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진다는 것을 명시하였고, 사이버몰의 운영자도 경우에 따라 광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평가된다. 그러나 광고주체를 판단함에 있어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을 부수적 고려요소로 삼은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판결을 계기로 사이버몰 운영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전자상거래에 있어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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