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18일(목)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314���
검색한 결과
16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 -
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거부와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I.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7년 3월 27일 오후 7시10분경 고양시 소재 노상에서 甲으로부터 64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甲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교부하여 필로폰을 매매하였다. 甲은 검찰 수사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 사건 참고인진술조서가 작성되었다. 甲은 2017년 4월 24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제1심은 2017년 10월 13일 징역 4년을 선고하였고, 제2심은 2018년 1월 31일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였다. 甲이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18년 5월 15일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피고인 A에 대한 2017년 11월 24일 제1심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甲은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현재 자신의 관련 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1심은 2018년 2월 7일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다. 검사는 원심에서 다시 甲을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甲은 2018년 6월 19일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라고 진술하면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이때는 이미 甲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어 甲의 증언거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원심의 판단 甲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자신의 관련 사건이 확정된 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른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는데 甲은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다"라고만 하였다. 따라서 甲의 증언거부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검사가 작성한 甲에 대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따라 甲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3. 쟁점 '피고인 유죄' 취지의 진술을 담은 참고인진술조서에 관하여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할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참고인진술조서를 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Ⅲ. 평석 1. 증언거부를 다르게 보아야 하는 이유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진술조서를 작성한 후에 참고인이었던 증인의 법정증언을 확보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증인이 법정에 나올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이 바로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규정하고 있는 바다. 제314조는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야 할 자가 "사망, 외국거주, 소재불명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의 예외인정 요건을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망이나 외국거주, 소재불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판례가 이미 자세하게 설시한 바 있다.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는 그와 같은 판례의 해석론에 기초할 때, 물리적으로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나 출석하더라도 진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가령, 기억능력 자체가 없어진 경우라면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 외에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제314에서 말하는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중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첫째, 사망, 외국거주, 소재불명이라는 사유와 증언거부는 불능의 정도와 의미가 다르다. 앞의 것을 사실적 불능이라고 하면 뒤의 것은 법률적 불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은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할 위험에 속한다. 수사기관 앞에서 진술할 때처럼 증인이 법정에서 같은 진술을 해 줄 것인가는 수사기관의 부담이고, 책임이다. 진술증거만이 존재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특히, 증인의 진술 변경, 은닉 또는 도피뿐만 아니라 증언거부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의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이는 법이 예정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셋째, 참고인이 나중에 진술 태도를 바꿀지 안 바꿀지는 수사기관이 그를 직접 증인으로 부를 때도 마찬가지로 부담해야 할 위험이다. 증인으로 나와서 진술하겠다고 했다가 정작 증언대에서는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도 우리는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평가한다. 증언을 못 들은 것으로 간주한다.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참고인진술조서라고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그 위험은 고스란히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조건을 못 맞추면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 넷째, 제312조 제4항과 제314조에는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신문 결과도 증거로 쓰일 길을 열어두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입법자의 결단이 들어 있다. 두 조항을 해석할 때는 따라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제312조 제4항 자체가 벌써 예외규정이다. 직접심리주의의 예외이다. 그런데 거기 덧붙여 또 하나 '진술 불능의 예외'를 둔 것이 제314조이다. '예외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예외'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입법자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다. 요컨대,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제314조의 필요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그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적은 참고인진술조서를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판결의 취지 대상판결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증거는 참고인진술조서에서 수사 당시 참고인이었던 증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마약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법상으로 그 진술을 증거로 쓰기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그 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서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 주어야 할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때이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진술을 해 놓고도 그 진술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지 않기로 변심한 참고인이 피고인만큼이나 괘씸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조서를 증거로 제출해 놓고 제314조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주장은 우리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우리 법은 증인의 진술이 법정에 현출되고 이에 관해서 피고인이 반대신문할 기회를 주는 것을 원칙적인 증인신문의 모습이라고 본다. 참고인을 수사기관 앞에 소환해서 진술을 들은 다음 조서를 작성해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다. 그래서 조건이 까다롭다.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반대신문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참고인의 진술을 듣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따라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참고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법정증언을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상판결처럼 조서를 작성해서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것이다. 둘 다 똑같이 위험부담이 있다. 증인이 나중에 진술을 거부할 위험이다. 이 위험은 피할 방법이 없다. 재판장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감치에 처하는 것은 별론이다. 어떻게 하든 실제로 그 증인의 증언을 들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당신은 말을 안 할 이유가 없어. 말을 해야 돼"라고 증언을 강제할 수 없다. 마찬가지다.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서 미리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받아달라고 할 수는 없다. 검사가 참고인의 결정적인 진술을 들었다고 해서 유무죄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건 재판준비에 지나지 않고, 법정에서 잘해야 한다. 참고인진술조서의 준비가 다가 아니다. 제312조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마저 못 갖추면 제314조라는 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제314조를 좁게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314조를 직접주의의 예외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예외라고 대상판결이 설시한 것은 이런 취지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희균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증언거부
형사소송법제314조
형사소송법
마약류관리법
김희균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2021-10-07
가사·상속
민사일반
-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므4963 판결 -
허위 출생자신고와 부부공동입양원칙
I. 사안의 경과 1. 사실관계 가. 원고 1(남성)은 소외인과 1960년 8월 18일 혼인신고를 하고 살다가 1976년경부터 망인(당초 소송 제기 당시 피고 2의 지위였으나 이 사건이 항소심에 계속 중 사망함)과 함께 살면서 사실상 부부로서 생활을 하였다. 나. 망인은 원고 1과 상의하여 1979년 12월 30일경 부모를 알 수 없는 피고를 데려와 그 때부터 함께 피고를 키웠고, 피고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피고를 원고 1과 망인 사이에서 출생한 혼인 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였다. 다. 이 사건 소로 원고 1은 원고 1과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망인의 동생인 원고 2는 망인과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을 구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 판결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이유의 요지는 ① 원고 1 및 망인과 피고 사이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은 모두 갖추어졌지만 ② 원고 1이 소외인과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상 원고 1과 망인이 피고를 혼인 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였더라도 위 출생신고로 인하여 원고 1과 피고 사이뿐만 아니라, 원고 1과 망인 사이에도 전부 입양의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5. 1. 24. 선고 93므1242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판결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망인과 피고 사이에는 개별적인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망인에게 원고 1과 공동으로 양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단독으로는 양모도 되지 않았을 것이란 의사, 즉 원고 1과 피고 사이의 입양이 불성립, 무효, 취소, 혹은 파양되는 경우에는 망인도 피고를 입양할 의사가 없었을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입양 신고 대신 피고에 대한 위 친생자 출생신고가 이루어진 후, 2008년 1월 1일 호적제도가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시행됨으로써 망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피고가 망인의 자녀로 기록되었고, 피고의 가족관계증명서에도 망인이 피고의 모로 기록되었다. 이와 같은 점 등에 비추어, 망인과 피고 사이에는 양친자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개인 간의 법률행위인 입양의 효력, 입양의 의사로 한 친생자 출생신고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II. 입양에 갈음하여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와 부부공동입양의 원칙 1. 대상판결의 쟁점 배우자 있는 사람이 입양을 할 때에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하여야 하는데(민법 제874조 제1항, 부부공동입양의 원칙), 배우자 없는 사람(망인)이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원고 1)과 공동으로 친생자 아닌 사람(피고)을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 배우자 없는 사람의 단독 입양의 성립과 그 유효성이다. 2. 부부공동입양의 원칙 가. 의의 양친은 반드시 배우자 있는 자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자 있는 자가 입양을 하려면 배우자와 공동으로 하여야 한다{윤진수, 친족상속법 강의, 박영사(2016), 182쪽}. 부부공동입양 원칙의 취지를 양자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지만{대표적으로 박동섭, 친족상속법, 박영사(2006), 308쪽}, 1차적으로 배우자의 인격 존중 및 그를 통한 부부공동체의 유지를 고려한 것이고, 다만 미성년자를 양자로 할 때에는 부차적으로 자의 복리도 고려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지원림, 부부공동입양에 관한 단상, 성균관법학 제21권 제3호(2009. 12), 309쪽} 나. 공동으로 입양을 한다는 의미 부부는 공동으로 입양당사자가 될 수 있을 뿐이고 편면적으로는 입양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언상 명확하다. 그런데 이 의미와 관련하여 부부가 양자를 하는 경우에, 양자는 양친으로 되는 부부 각자와 편면적, 개별적으로 양친자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일체'로서의 양친자관계가 발생하여 부부 공동의 양자로 된다는 견해{공동설, 지원림(각주 3), 311쪽}와 양자를 할 때 부부가 입양당사자지만, 양부와 양자 사이, 양모와 양자 사이에 각각 입양이 별개로 성립되므로, 공동입양요건을 위반한 경우 양부에 대한 관계와 양모에 대한 관계를 나누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개별설)로 나뉜다. 판례는 개별설의 입장이다(대법원 1998. 5. 26. 선고 97므25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99므2230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8427 판결 등). 공동설에 따르면 부부의 일방이 양자를 한 경우(특히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 타방의 입양의사의 결여로 인하여 '일체'로서 입양이 무효로 된다.{지원림(각주 3), 314쪽} 3. 입양에 갈음하여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와 부부공동입양원칙 가.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가 입양신고로서 효력이 있는가 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판결로 “당사자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창설하려는 명백한 의사가 있고 나아가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입양신고 대신 친생자 출생신고가 있다면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고 판시한 이래로 학설과 판례는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입양신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나.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없는 사람과 공동으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 배우자 있는 사람과 자녀 사이의 입양의 효력 판례는 부부공동입양의 원칙에 따라 법률상 부부가 아닌 사람들이 공동으로 양부모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 24. 선고 93므1242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므806 판결). 따라서 입양을 개별적 법률행위로 파악하더라도 법률상 배우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 배우자 있는 사람과 자녀 사이의 양친자 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 배우자 없는 사람이 배우자 있는 사람과 공동으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 배우자 없는 사람과 자녀 사이의 입양의 효력(대상판결의 쟁점) 부부공동입양의 원칙을 공동설로 이해하는 경우에는 양부와 자녀 사이에 입양의 효력이 없는 이상 양모와 자녀 사이에도 양모자관계가 성립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입양을 개인 간 법률행위로 이해하고 양부에 대한 관계와 양모에 대한 관계를 나누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견해에 의하면 배우자 없는 사람이 비록 배우자 있는 사람과 공동으로 양부모가 될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우자 없는 사람과 양자 사이의 단독 입양을 개별적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원심이 인용한 위 대법원 1995. 1. 24. 선고 93므1242 판결은 부부공동입양의 원칙을 논거로 하였지만 배우자 있는 남성과 자 사이의 입양이 부부공동입양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가 되면 호적부 기재가 말소되어 배우자 없는 여성과 자 사이의 입양사실 공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친자관계를 공시하는 방법이 호적에서 가족관계등록부로 변경된 후에는 망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도 피고가 망인의 자녀로 기록되고, 피고의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망인이 모(母)로 기록되었다. 즉 개별설의 입장에서 대상 사건을 파악하면, 배우자 없는 망인과 피고 사이에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충족하였고 가족관계등록제도 시행 후 배우자 없는 망인과 피고 사이의 친자관계가 개별적으로 공시되었으므로 배우자 없는 망인과 피고 사이에 개별적으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III.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입양을 입양 당사자 개인 간의 법률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부부공동입양의 원칙을 개별설의 입장에서 파악하였다. 그 결과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졌고, 가족관계등록부에 의하여 배우자 없는 모와 그 자녀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가 개별적으로 공시된 경우 입양이 유효를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입양을 양자 중심에서 파악하는 것으로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미성년자 입양의 경우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았던 구 민법상 입양의 경우에 관한 것이다. 입양신고 대신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도 입양의 효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사건이다. 미성년자 입양에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현행 민법에 의하면 위와 같은 결론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혼인외의자
입양
친생자출생신고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9-08-12
최승재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주명부기재의 추정력과 복멸
I. 사실의 개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1은 2005.4.14. 이사회 결의를 거쳐 같은 날 당시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원고, 소외 1, 2, 3, 4, 5, 6에게 2005.4.29.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한 다음, 2005.4.29. 위 주주들이 참가한 가운데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① 정관 제22조 제1항을 '당 회사에 이사 1명, 감사 1명 이상을 두며 이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로 변경하고, ② 소외 1을 이사로, 소외 7을 감사로 각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이 사건 주주총회 소집 당시 피고 회사 주주명부상 피고 회사 발행주식 38,000주 중 원고가 6,000주, 소외 2가 6,400주, 소외 3이 5,100주, 소외 4가 3,800주, 소외 1이 7,900주, 소외 5가 6,000주, 소외 6이 2,800주를 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주주명부상 주주들 중 소외 1, 3, 4, 6은 모두 소외 2의 친인척이고, 소외 5는 피고 회사의 지입차주로서 모두 명의를 대여한 형식주주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와 소외 2의 실질 주식보유비율에 관하여 주장이 엇갈리나, 위 주주들이 모두 실질주주가 아닌 형식주주라는 점에는 서로 다툼이 없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하급심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07.7.6. 선고 2007나11486 판결) (1) 원고 청구의 인용 이사선임결의무효확인의 1심인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6. 12. 21. 선고 2005가합1233 판결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가 형식주주에 불과한 자가 주주권을 행사한 경우 그러한 결의는 위법한 결의가 된다는 기존의 대법원의 선례에 기초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당사자적격의 흠결에 대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는 배척하면서 본안의 취소사유가 존재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당사자 적격 흠결에 대한 판단 대법원은 형식주주에 불과한 경우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 적격을 다투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명의를 대여한 형식주주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결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판결례 중에 "기명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하고 회사의 주주로부터 주주권의 양도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양도를 회사에 대항할 수 없는 이상 그 양도인은 그 주주에 대한 채권자에 불과하여 그 양수받은 사실만 가지고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권리 또는 법적지위를 구체적으로 침해받고 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워 회사의 주주총회결의의 부존재확인을 구함에 있어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당해 주주총회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 등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을 신청할 적격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신청적격의 문제로 본 사례가 있다(서울지법 동부지원 1987.5.27. 선고 86카22209 제6민사부판결). 이 사건은 확정된 사건이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2의 처이자 자신이 형식주주에 불과한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은 이 사건 주주총회 소집 당시 소외 1, 3, 4, 5, 6이 형식주주임을 알았고 또 위 주주들이 형식주주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위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거절하지 않고 이를 행사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 이 사건 결의는 그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므로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가 설령 실질주주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상 이 사건 결의는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위와 같이 형식주주들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주주총회에 참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결의가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0.3.11. 선고 2007다51505 판결)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어 있는 이는 주주로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상의 주주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한편 주주명부상의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없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제3자와 주주명부상의 주주 사이의 내부관계, 주식 인수와 주주명부 등재에 관한 경위 및 목적, 주주명부 등재 후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내용 등에 비추어, 주주명부상의 주주는 순전히 당해 주식의 인수과정에서 명의만을 대여해 준 것일 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명부상의 주주로서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권한이 주어지지 아니한 형식상의 주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주주명부의 추정력 주주명부는 주권 및 주권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상법의 규정에 따라 회사가 작성·비치하는 장부이다. 주주명부에는 추정력이 존재한다(대법원 1989.7.11. 선고 89다카5345 판결). 주주명부의 기재에 대한 추정력을 부여하고 입증책임의 문제로 이를 해결하고 있었다(대법원 1985.3.26. 선고 84다카2082 판결). 대법원은 기존에 실질주주를 주주로 취급하여야 한다는 판례를 정립한 이래로 실제로 주금을 납입한 주주를 주주명부의 기재와 상관없이 주주로 취급하였다. 대법원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실질주주가 아님을 회사가 알고 있었고 이를 용이하게 증명할 수 있었는데도 위 형식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잘못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그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건에서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8.9.8. 선고 96다45818 판결).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주식의 거래가 비상장회사에 비하여 빈번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식을 빈번하게 거래하는 투자중개업자들은 대부분의 주권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한다. 그리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14조 제2항은 투자중개업자는 자기의 고객이 예탁한 주권을 예탁결제원에 예탁하여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이같이 자신에게 예탁된 주권을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개서하도록 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15조 제5항 및 제316조 제1항은 그 주식의 실질주주의 명단을 발행회사에 통지하고, 발행회사는 이에 근거하여 실질주주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렇게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되면 주주명부에 기재된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실질주주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비상장회사와 달리 실질주주명부에 의한 권리행사가 상법상 주주명부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의 분리현상은 실질주주명부에 의하여 해결되고 있다. 그러므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의 분리현상과 그 치유의 문제는 주로 비상장회사의 문제이다. 주주명부기재에 대하여 상장회사의 경우와 달리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하여 실질주주명부가 따로 관리되고 있지도 않으므로 주주명부 기재의 효력을 추정력으로 봐서 증명책임의 문제로 해결하는 현행법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주주명부에 추정력을 부여함으로써 증명책임을 통하여 주주명부에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도 형식주주임을 입증하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에서 추정복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주주총회의 결의가 문제되는 사건마다 형식주주인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였다. 이는 법원이 소송마다 실질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인정에 있어 적절한 자원의 배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다. 따라서 실질주주임을 증명하여 추정력 복멸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의 제시가 필요하였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주주명부의 추정력을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기존의 대법원의 태도를 확인하면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해서는, 그 제3자와 주주명부상의 주주 사이의 내부관계, 주식 인수와 주주명부 등재에 관한 경위 및 목적, 주주명부 등재 후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보도록 함으로써 추정력의 복멸을 어렵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주명부를 뒤집어 복멸하는 것을 어렵게 하려고 하였다. 법리적인 관점에서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하여 향후 주주명부의 기재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을 객관적으로 하도록 하라는 취지를 보여준 선도적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증명책임의 문제로 해결하고 있어, 주주명부의 기재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분쟁을 일의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소송에서의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적인 해결을 검토할 실익이 있다. 독일주식법 제67조는 주주명부 기재(Eintragung im Aktienregister)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제67조 제2항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오로지 주주명부에 기재된 자 만이 주주로 취급된다"고 규정하여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주주명주에 주주로서 기재된 자만이 주주로 취급되는 것으로 규정하여 주주명부의 기재의 효력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주식법의 태도는 회사법에서 주주명부의 기재를 통한 권리관계의 객관화를 통한 권리의무의 명확화에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독일 주식법의 태도가 주주명부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회사법은 단체법으로 그 권리관계를 민사법의 법리에 의하여 관계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획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단체법의 특성에 부합한다. 대법원의 기존 태도는 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회사들의 주주명부 관리를 신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체법적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독일 주식법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상법의 해석에 있어 금번 대법원의 판결의 기준은 단체법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상법상의 회사들의 주주명부 관리관행을 고려함으로써 거래계의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금번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해결은 될 것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므로, 주주명부가 가지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불필요한 분쟁발생을 방지함과 동시에 법원의 실질주주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노력을 줄이기 위해서, 향후 독일 주식법과 같은 해결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0-10-28
윤지현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에 관해
I. 일반론 - 세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국세기본법(이하 '국기법') 제15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에 관한 규정으로, 일반적으로 이른바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과세관청이나 납세자가 일정한 언동(이하 '선행언동')을 한 후 이를 뒤집고 다른 언동(이하 '후행언동')을 한 경우 실체적 진실 또는 '실질'에 부합하는 후행언동과, 부합하지 않는 선행언동 중 어느 것에 따라 세법상의 법률효과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원칙으로 운용되어 왔다. 이러한 신의칙을 과세관청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은 행정법학에서 흔히 '신뢰보호 원칙' 또는 '확약의 법리'로 불리는 경우의 한 예에 불과하다. 반면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이하 '납세자 신의칙 적용')이란, 납세자의 후행언동이 '실질'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세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납세자의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하여 후행언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선행언동을 근거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기법 제15조를 하나의 일반적 과세근거로 보는 것과 같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종래 논란이 되어 왔던, 실질과세 원칙에 근거하여 민사법상 유효한 법률행위의 존재를 무시하고 세금을 물릴 수 있는가의 문제와, 신의칙에 근거하여 '실질'에 부합하는 후행언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세금을 물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차원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1. 사실관계 (1) '실질': 갑은 강제집행면탈 목적으로 자신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을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2001.11. 처남인 원고에게 명의신탁하였으나, 그 후에도 을 회사는 위 부동산을 종전과 같이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갑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가장하였다. (2) 원고의 선행언동: 명의수탁자 원고는 자신이 위 부동산을 임대업에 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과세관청 피고에게 부동산임대업 등의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후, 위 부동산을 을 회사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가장하고 그 매입세액 상당액을 2001년 제2기 부가가치세 표준에서 공제하여, 결국 2억 3천만 원이 넘는 세액을 환급 받았다. 대신 원고는 을 회사로부터의 임대료 상당액에 대하여 2003년 제2기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다만 원심 대전고판 2006.8.24. 96누314에 따르면 실제 세금을 부담한 것은 을 회사였다). (3) 원고의 후행언동: 2004년 제1기 부가가치세로 신고한 금액 중 일부를 납부하지 않은 원고에게 피고가 미납세액의 징수고지를 하자 원고는 2004년 제2기에 와서 아예 폐업 신고를 하였다. 다시 피고는 이른바 '폐업시 잔존재화 자가공급 의제규정'(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4항 전문)에 근거, 위 부동산을 원고가 시가로 '공급'한 것으로 보아 관련된 부가가치세 1억 1천만 원을 원고에게 부과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본건 과세처분').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부동산은 명의신탁된 것이고 을 회사와의 임대차 계약도 가장행위에 불과하여 원고 스스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한 바 없기 때문에, 결국 원고에게 위 공급의제 규정이 적용될 수 없어 본건 과세처분은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본건 과세처분에 불복하였다. 2. 원심 판결의 내용 원심 법원은 납세자 신의칙 적용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아래 3.항 참조)를 전제한 후 위 1.항의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원고의 선행언동이 '피고의 실지조사권을 방해하여 조세과징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원고의 후행언동이 '심한 배신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특히 실지조사권이 있는 피고는 본디 해당 사안의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본건 과세처분을 한 이상 선행언동에 대한 피고의 신뢰에 보호가치가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 법원은 원고의 후행언동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본건 과세처분을 취소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일반론으로서, 납세자 신의칙 적용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실체법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구체적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기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확립된 판례이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사실에 나타난 원고의 모순된 언동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 이 사건 2004년 제2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의 성격과 피고의 신뢰에 대한 보호가치의 정도, 부가가치세 등과 같이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조사권은 2차적·보충적인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본건 과세처분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부동산임대업 영위는 가장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라고 보아, 본건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III. 평석 1. 쟁점의 정리 원고가 부동산임대업을 실제로 영위하지 않아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대한 본건 과세처분이 국기법 제15조의 적용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결국 적법한 것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신의칙 적용 제한에 관한 검토의 필요성 이 쟁점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지만, 실제로 과세처분을 유지하는 결과가 나온 경우로서 공간된 것은, 대상판결 전에는 1990년의 어느 한 사건이 유일하다(대판 1990.8.24. 89누8224). 대법원이 분식회계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는 등(대판 2006.1.26. 2005두6300) 비교적 최근까지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계속되어 왔으나, 2009년 대상판결 선고에 이어 심지어 조세심판원이 대상판결의 취지를 다른 세목에도 확장하는 재결을 하는 등(조세심판원 2010.6.7.자 2009전2367 결정은 신의칙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위 원고에게 임대 수입에 관한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처분까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이 쟁점에 관한 실무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 신의칙 적용이란 결국, 본질적으로 불확정개념인 '신의칙'의 적용에 따라 세금의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조세법률주의를 최고의 지도원리로 삼고 있는 현재의 이론 체계 하에서는, 이에 대한 일정한 제한 원리를 세울 필요가 있다(조세법률주의 개념에 대한 최근의 이론적 비판은 여기서는 이 글의 목적상 논외로 한다). 3.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신의칙 적용에 관한 제한 가능성 (1) 이론적 문제점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납세자에 적용하는 것은 신의칙 적용이 없었더라면 납세의무가 없을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 논리적인 근거는 아마도 상법 제24조가 정하는 명의대여자의 연대납세의무나, 보다 일반적으로 민상법에서 인정하는 표현책임 -민법 제125조 이하의 표현대리나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책임 등- 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납세의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신의칙의 적용은 마치 국기법의 연대납세의무나 제2차 납세의무와 같은, 납세의무의 인적 확장에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 이와 같이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이 개념적·논리적으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은 없다. 그러나 위의 연대납세의무나 표현책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납세의무의 확장에 관하여는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특히 이러한 필요성은 세법의 영역에서 더 현저하다.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세요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 반드시 법률에 명확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국기법 제15조만으로는 도저히 그러한 요구가 충족되었다고 하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그 하위 법령에 어떤 구체화된 세부적 적용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국기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관한 대법원 판례(종래 자주 인용되어 오던 것으로서 대판 1991.5.14. 90누3027과 이를 재확인한 최근의 대판 2009.4.9. 2007두26629 등)와 비교하여 보면 이러한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이 법원칙이 구체적 과세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조세회피 행위를 부인하고 과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별적·구체적 과세근거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그렇다면 유독 신의칙과 관련하여 국기법 제15조만에 의하여 과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일관성이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나 이론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하는 이상 그 동안 대법원이 취하여온 소극적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나, 반면 1990년 이후 최초로 이러한 과세를 긍정한 대상판결의 입장에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이론적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 신의칙 적용의 기준 어쨌든 현실적으로 신의칙 적용에 따른 과세를 긍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은 당분간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이 원칙이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한 현재로서는, 그 적용의 범위나 요건을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이 원칙의 적용요건으로서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심한 배신행위'라든지 '보호가치'와 같은 개념이 너무나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 요건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단순히 이 원칙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의칙 적용을 가능하게도, 불가능하게도 하는 의미를 갖는다면 이러한 점은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조금 다른 기준들을 생각하여 보고자 한다. 1) 선행언동으로 인한 결과의 원상회복 문제 납세자 신의칙 적용에 관한 현재의 판례를 확립한 대판(전) 1997.3.20. 95누18383의 소수의견은, 납세자가 적어도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시까지는 선행언동의 결과를 스스로 제거(즉 '원상회복')을 하거나 아니면 선행언동에 따른 과세를 당하거나를 양자택일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결과이며, 따라서 원상회복이 없으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견해는 무엇보다 그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세금과 관련된 분쟁의 공평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도 일단 수긍할 수 있는, 비교적 균형 잡힌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실심 변론종결 후의 원상회복을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였으나, 이른바 후발적 경정청구(국기법 제45조의2 제2항)가 인정되고 있는 현행 법제 하에서는 이러한 지적이 문제될 여지도 작아졌다. 2) 선행언동이 세금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 다음으로 선행언동의 동기를 따지는 방법이다. 즉 선행언동이 세금과 전혀 무관한 혜택을 얻을 의도에서 행하여진 것이라면, 세금을 동원하기보다는 그 다른 혜택과 관련된 법령에서 정하여진 제재에 의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선행언동으로 세금 관련 혜택을 얻은 것이라면, 이때는 세금을 신의칙 위반 행위에 대한 하나의 '제재'로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세금에 관한 종래의 혜택을 박탈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부과제척기간 적용 등의 이유로 이러한 대처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신의칙에 따른 과세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이는 상증법 제45조의2 증여의제 규정의 해석론에 유사하다). 3) 대상판결과의 관련 이들 중 어느 쪽으로 보나 대상판결의 결론 자체는 정당화된다. 즉 이들 기준들은 현재 대법원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결과를 낳지 않는 반면, 그러한 결과에 도달함에 있어 현재의 판례보다 훨씬 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한다. 물론 해석론으로 이와 같은 구체적인 적용기준을 도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는 무엇보다 신의칙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입장 자체에 근본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드러낼 따름이다. 4. 금반언 원칙을 넘어선 신의칙 적용의 가능성에 대한 제한 금반언 원칙에서 더 나아가, 신의칙이 납세자의 사회통념상 용납되지 않는 행위 일반에 적용되어, 국기법 제15조에 따라 납세자에게 세금과 관련된 불이익 -예컨대 소득 없는 사람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거나 세액계산 과정에서 특정 조문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을 해석- 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시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과세 역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국기법 제15조가 독립된 과세근거가 될 수 없다는 앞에서의 논의는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의미에서 물리는 세금은, 표현책임 등과 같은 기존의 다른 개념으로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고, 순수하게 신의칙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로 밖에는 볼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법치행정의 원리상 이러한 제재의 부과에 대하여는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세가 혹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적용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 즉 신의칙에 위반된 납세자의 행위에 대하여 법령에 형벌이나 행정벌, 가산세 등 별도의 제재에 관한 규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입법자가 그러한 유형의 행위를 미리 예견하고 그에 대하여 법질서 보호를 위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제재를 사전에 마련하여 둔 경우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입법자가 정한 바를 넘어 과세관청이나 법원이 구체적 근거 규정 없이 납세자에게 세금과 관련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는 물론) 입법자의 의도에도 어긋나는 것이 된다(이태로·안경봉, 조세법강의(제4판), 2001, 37쪽 역시 납세자가 신의칙 위반 행위로 조세법상 각종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신의칙 적용은 '사실상 극히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금반언과 무관한 신의칙의 납세자에 대한 적용은 (혹시 가능하다 고 보더라도)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것으로서, 납세자의 행동이 국고의 일실을 결과하고 이러한 일실의 결과가 정의에 현저히 어긋날 뿐 아니라, 특히 입법자가 미리 마련하여 놓은 제재가 전혀 적용될 수 없어 신의칙 적용이 이에 대응할 유일한 수단인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하여야 한다(물론 비례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과 같은 공법상의 일반 원칙들의 적용도 받는다). IV.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및 결론 기존의 판례나 이를 전제로 한 논의 하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대체로 타당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혹시 이 판결의 취지가 신의칙 위반에 대한 과세의 범위를, 우리 세법 체계에 조화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넓히는 방향으로까지 작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이 점에서 최근의 조세심판원 결정에는 우려되는 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부의 과세권 행사에 입법부의 구체적 권한 부여(즉 법률의 근거 규정)가 필요하다고 보는 체계를 갖고 있는 경우, 납세자의 행위가 신의칙에 위반되었다는 막연하고 불확정한 이유만으로 행정부나 법원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 곤란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의칙의 구체적 적용범위 제약을 위한 논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2010-10-11
권창국 전주대 법정학부 교수
증인에 대한 증언거부권의 불고지와 위증죄의 성립
대상판례 1.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 2007. 7. 5.선고 2007노416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X는 전 남편인 A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사건 공판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 중(사전에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 A의 음주운전사실에 관한 판사의 질문에 당시 운전자는 A가 아니고 자신이었고, 조수석에 있다가 A와 자리를 교체하여 운전석으로 이동한 사실도 없으며 자신이 줄곧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X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은 법률에 의한 유효한 증인선서가 없어, 위증죄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 무죄판결했다. 검사가 항소했다. (2) 판결요지 위증죄의 주체는 법률에 의해서 선서한 증인이고, 여기서 법률에 의한 선서란 선서가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행해질 것을 요한다는 의미인바, (필자 중략) 증언거부권의 고지는 증언거부권에 대한 절차적 보장을 의미하므로 이를 고지하지 않은채 선서를 하게 하고 증인신문을 한 경우에 위 선서는 적정절차에 위배되므로 법률에 의한 유효한 선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필자 중략) 대법원 1957년 3월8일 선고 4290형상23 판결은 증언거부권자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 증인이 선서하고 증언한 이상 그 증언의 효력에 관해서는 영향이 없고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그 증언을 증거로 하는 당해 사건에서 그 증언에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한 것일 뿐 이로써 위와 같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선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필자 중략) 따라서 피고인이 위 사건에서 한 선서는 무효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위증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위 항소논지는 이유없다. 대상판례 2. 부산지법 제3형사부 2008. 1. 16. 선고 2007노3669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A와의 상호폭행사실로 기소, 분리심리를 받던 피고인 X는 피고인 A의 공판과정 중 증인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A에 대한 폭행여부에 관한 질문에(이때 X에게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 자신은 A에게 폭행을 가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X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은 X의 유죄를 인정했다. X가 항소했다. (2) 판결요지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자의 허위 증언에 대해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이유로 위증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필자 중략) 신문에 앞서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보장되어 있음을 그 증인에게 고지해서 증인으로 하여금 관련 범죄 혹은 위증죄의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서 후 증언을 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서 그와 같은 형사처벌의 위험을 모면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할 것이고, 이러한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로서 그 신문의 경위, 내용, 신문에 대한 진실한 증언에 따라 증인이 입게 될 형사처벌의 우려의 정도 및 내용, 당해 재판의 경과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절차위반의 신문으로 말미암아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증인에게 자기부죄의 우려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지 아니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벌의 근거가 되는 적법행위에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 증언거부권의 고지없이 이루어진 증언의 효력이 법률상 유효하여 적법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해서달리 볼 것은 아니다. I. 서 론 대상판례 1·2는 각기 증언거부사유는 다르지만,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고 확보된 허위진술과 관련해 위증죄 성립이 문제된 사례이다. 모두 위증죄 성립을 부정함에 일치하지만, 전자는 증언거부권 불고지를 증인신문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파악, 법률에 의한 유효한 선서가 없음을 이유로 위증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하는 반면, 후자는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음으로써, 증인에게 진실한 진술을 기대할 수 없는 점(기대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기존에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게 동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확보한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1957.3.8. 4290형상23)는 있지만, 허위진술을 한 증인에 대하여 위증죄의 성립여부에 대해 정면으로 언급한 판례는 위 대상판례들이 최초로 생각된다. 이하 위증죄 성립에 있어서 증언거부권 불고지가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되, 서로 다른 논증방식을 취한 대상판례 1·2를 비교해서 보다 타당한 문제해결을 시도해 본다. II.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갖는 소송법적 의의 1. 증언거부권의 의의 형사소송법은 증인에게 진술 및 진실의무를 부여하면서, 형법을 통해 허위진술시 이를 위증죄로 처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진실의무 이행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증인에게는 이러한 의무로부터 적법하게 퇴출할 수 있도록, 증언거부권을 보장하여(동법 제148조, 제149조), 실체적 진실추구와 여타 형사소송 외적 이익(초소송법적 이익)간 균형을 유지하는데, 증언거부권은 ① 증인 자신의 형사책임 또는 ② 근친자의 형사책임이 노출될 우려에 기인한 경우와 ③ 업무상 비밀과 관련한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통상 ①은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 내지 진술거부권에서, ②는 가족 등 근친자와의 정서적 관계, ③은 업무에 관련한 중요한 사회적 신뢰관계의 보호에서 그 설정이유를 찾는다(민사소송법 역시 유사하게 증언거부권에 관한 규정을 설정하고 있다. 동법 제314조 및 315조 참조). 객관적 진실해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과 증언거부를 허용하여 얻게되는 제 이익 간 비교형량을 통해 후자가 보다 우월한 때는 반드시 진술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거나, 증언거부권의 인정범위와 증언의무 요구범위를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증언거부사유를 예시적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지만(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3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4), 307頁; 松尾浩也 外, 條解 刑事訴訟法(東京 : 弘文堂, 2001), 220頁), 통설은 증언거부사유를 열거적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증언거부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증언거부사유가 있는 경우, 개별 증언거부사유를 구별하지 않고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재판장이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60조). 민사소송법에는 증언거부권의 고지규정이 없으나 법원이 증언거부사유가 있음이 명확한 인식한 경우, 단순히 형사소송법과 같은 고지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증인에게 증언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겠다. 2. 증언거부권의 불고지 기존 통설이 법원이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인지하였음에도, 동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진술한 경우, 동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점에서(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5판(서울 : 박영사, 2008), 467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7판(서울 : 홍문사, 2006), 498면) 볼 때, 증언거부권 고지를 필요적 절차이자, 훈시규정이 아닌 효력규정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한편, 증인 자신의 형사책임에 관한 증언거부사유가 문제된 때에만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진술거부권 침해라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일본형사소송규칙(동 규칙 제121조)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증언거부사유별로 구분않고,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구체적 사례에 따라 여타 증언거부사유와 관련한 이익이 보다 중대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타당성은 의문이다. 반면, 판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가 누락된 상태에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긍정함으로써, 통설과 다른 시각을 갖는다. 일본최고재판소도 동일한데(最大判昭和27·11·5刑集6卷10號1159頁), 다만 일본판례는 증언거부권 고지규정을 훈시규정으로 이해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大判昭和7·5·25刑集11卷675頁). III. 증언거부권의 불고지와 위증죄의 성립여부 증언거부권이 불고지된 상태에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통설에서는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경우, 위증죄 성립을 부정함이 자연스럽다. 위증죄의 보호법익을 국가의 사법적 기능으로 본다면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이상, 보호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하태훈, ‘위증죄의 주체’, 고시연구 제276호, 1997. 2., 65-66면). 그러나 위증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진술이 법원의 사실판단과정에 미치는 실제 영향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허위진술에 반드시 증거능력이 요할지 의문이다.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의 허위진술만을 위증죄로 포착하는 점에 착안, 단순히 선서절차만이 아니라, 전체 증인신문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상태에서의 허위진술 만이 위증죄 성립가능하다고 보아,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지 않고 이루어진 허위진술에 대해 위증죄 성립을 부정할 수도 있다(대상판례 1의 접근방식). 기존 판례가 판결이유에 설시된 위증죄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증언거부권 고지여부를 기재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0.2.23. 선고 89도1212 판결), 증언거부권의 실효성 확보, 동 권리에 대한 고지를 의무적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규정형식 등을 고려, 고지 누락은 증인신문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으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하는 논리구성도 충분히 가능하고, 동일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통설적 시각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물론 기대가능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대상판례 2의 접근방식). 증언거부권 고지가 없더라도 진술의 증거능력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더 설득력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언거부권의 행사가 불가능한 사례에서도 기대가능성을 긍정하여 위증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의 태도나(대법원 1987.7.7. 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의 모호성, 구체적 사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증언거부사유를 고려한다면, 그 타당성은 다소 의문이다. 참고로, 독일 다수설은 이러한 사례에서 위증죄 성립을 긍정하되, 증언거부권이 있음에도 이를 고지받지 못한 때는 형을 감경, 면제할 수 있다 한다. 이는 선서가 없는 경우에도 위증죄가 성립하고, 증인 자신, 근친자의 형사책임과 관련한 허위진술 시,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일형법의 특징을 근거한 것이다. 한편, 일본 하급심 판례에는 증언거부권이 있음에도 법원의 판단을 잘못해서 증인에게 증언하도록 명하고, 결국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사례에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한 판시한 예가 있다(札幌地判昭和46·5·10刑裁月報3卷5號654頁; 다만 판례전문을 확인할 수 없어 구체적 논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본최고재판소가 증인에게 선서하게 하고, 증언을 하도록 해도,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해서 진술을 강요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에서 증언거부권 고지가 누락된 것을 이유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最決昭和27·11·5刑集6卷10號1176頁). IV. 결 론 위 대상판례들은 상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할 것인지 무척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사견이지만, 대상판례 1의 접근방식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례에 따라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거나, 증언거부권이 증인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경우라면, 대상판례 2와 같이 기대가능성에 의한 문제해결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
2008-04-17
심희기 연세대 법학부 교수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 제한
Ⅰ. 사안 유흥주점 업주인 D, D2는 ‘2002년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사이에 그들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방문한 Y 보도방 소속 접객원인 B, C로 하여금 부근 숙박업소에서 각 윤락행위를 하도록 직접 알선’한 혐의(윤락행위방지법위반)로 기소되었다. D, D2는 수사 초기부터 일관하여 ‘평소 Y 보도방 소속 접객원들을 불러 접객행위를 하도록 한 사실은 있지만 윤락행위를 알선한 사실은 없다. 특히 공소사실 일시경 B, C를 D, D2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에 접객원으로 부른 사실이 있는지 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B, C가 공소사실 일시경 D, D2 운영 유흥주점에 접객원으로 불려 간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이다. D, D2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B, C의 법정출석과 D, D2에 의한 반대신문 기회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였지만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B, C의 법정출석과 D, D2에 의한 반대신문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D, D2는 재판의 장기화에 따라 9회, 10회 공판기일에 부득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 제1심은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D, D2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항소심은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D, D2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본 사안에서 공소사실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는 참고인(B,C)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이다. 피고인(D, D2)은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수사기관 면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그 참고인들(B, C)의 법정출석과 그들에 대한 반대신문기회 부여를 주장하였으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그 참고인들의 법정출석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사실인정자(법원)는 참고인들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내용(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가? 제1심은 부정하였지만 항소심은 긍정하였다. Ⅲ. 관련법원리와 법규정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포함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310조의2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의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공판중심주의론은 이 두 규정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근거규정으로 원용하고 있다.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Ⅳ. 재판요지(파기환송)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주요원리로 삼고 있다. 수사기관이 원진술자(참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원본증거인 원진술자의 진술을 대체하는 증거방법으로, 원진술자의 진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그 중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요부분의 취지를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원진술자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 조서 작성자의 선입관이나 오해로 인하여 원진술자의 진술 취지와 다른 내용으로 작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조서에 기재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불가결한 요소가 되는 진술 당시 원진술자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법관이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서에 기재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은 그 신빙성 평가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략) 따라서 D가 공소사실 및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기관이 원진술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 내용을 부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진술자의 법정출석 및 D에 의한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면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구체적인 경위와 정황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구태여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정확한 취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등 신빙성에 의문이 없어 조서의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강한 증명력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그 조서에 기대된 진술의 신빙성과 증명력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유력한 증거가 따로 존재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그 조서는 진정한 증거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주된 증거로 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원진술자의 사망이나 질병 등으로 인하여 원진술자의 법정출석 및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물론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함에 피고인이 동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본 법리에 위 인정사실을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B, C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법관의 올바른 심증 형성의 기초가 될 만한 증거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Ⅴ. 평석 1. 유니크한 ‘한국형 실질적 직접주의’의 선언 이 판결은 종래 다소 그 내용이 애매한(elusive) 상태에 머물러 있던 공판중심주의의 중심내용을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명시한 점에서 한국형 공판중심주의론의 실체를 한층 구체화시킨 의미가 있다. 본 판결은 한국형 공판중심주의론의 실체를 ‘사실인정자가 증인의 태도증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반대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 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본 판결과 비슷한 내용을 판시한 바 있지만 거기서는 공판중심주의의 중심내용을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명시하지는 못하였다. 본 판결이 선언한 내용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는 외관상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와 유사(신동운, 형사소송법(제3판, 법문사, 789면), 이재상, 형사소송법(제6판, 박영사, 504면))하나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에는 ‘반대당사자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약하므로 내용적으로는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와도 차별되는 매우 유니크한 ‘한국형 실질적 직접주의’이다. 2. 공판중심주의 혁명의 토대를 구축한 또 하나의 판결 이 판결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성립의 진정’(형식적 성립의 진정 외에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포함)은 원진술자의 공판정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판결(공2005, 173)]에 이어 수사기관(사법경찰관과 검사) 작성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 제한을 선언한 것이어서 설사 형소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판례에 의한 공판중심주의 혁명’의 토대를 구축한 또 하나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3. 종전의 [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과의 연속성 이 판결은 반대신문에 답변하지 아니한 증인의 수사상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한 판결[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에 이어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을 제한하여 반대신문권을 강화시킨 의미가 있다. 4.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법적 약점의 명시 현대한국의 형사재판에서는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written records, 주로 수사절차상 수사기관에 의하여 작성된 수사서류이거나 수사기관의 감정위촉·사실조회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송부된 서류)가 피고인의 유죄인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실인정자(법원 혹은 배심원)가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다.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법적 약점을 명시한 점에 있다. 그런데 ‘조서재판이 왜 나쁜가’ 하는 강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본 판결은 이런 반론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판시한 셈이다. 한국의 피의자나 일반국민이 ‘수사기관의 조서작성’을 가리켜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조서의 원천적 불공정성의 핵심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다음에 제기되는 반론은 ‘조서재판을 시정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반론이다. 이 반론은 매우 솔직한 반론이다. 조서재판의 현실을 생성시킨 물적 조건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판사와 검사 등 司法官의 정원을 줄여 예산을 절감하려는 사법현실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예산절감의 對價로 ‘사법경찰관의 고문자행과 부패현상의 漫然’이 방치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한국의 현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체적 진실발견 및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이유로 종래의 조서재판의 정당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은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이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한 논리’를 연상시킨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의 국민’을 ‘윽박지름에 혼이 나가 조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서명날인·간인하는 소극적 신민(臣民)’이 아니라 ‘책임 있는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려면 그 정도의 비용은 부담하여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준수에는 감당하기에 부담스런 비용이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본 판결은 법조문과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전문법칙의 예외조건 충족(법 제314조) 혹은 피고인의 동의(법 제318조 제1항)가 있으면 조서의 증거능력을 긍정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근거로 증명력을 제한하는 절묘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다.
2007-01-04
박동섭 변호사(서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訴의 당사자적격
질문 : 저는 당숙(5촌 숙부)과 그 호적상 부(父) 사이에 친자관계가 없다는 소송을 걸 수 있나요? 그 호적상 부가 최근에 돌아가시었는데, 그 유일한 아들인 당숙과 저의 아버지가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요? 저의 아버지와 그 당숙과는 4촌 간이고, 망인과 저의 아버지 사이는 3촌 사이입니다. 답 : 확인의 이익을 증명하여 제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개념과 존재이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어떤 사람들 사이에 법률상의 친생자라는 신분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여 달라고 청구하는 소이다. 이 소는 ‘친자관계 존재확인의 소’와 그 ‘부존재확인의 소’로 나누어진다. 실무상으로는 주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이 문제되고 있다. 앞의 것은 대개 인지청구로 해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자식의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상속·부양 등 법률상 권리의무의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 이러한 관계의 존재나 부존재를 확정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이다. 호적부에는 친생 부자관계 또는 모자관계가 있는 것처럼 등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부자관계나 모자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다. 이는 기존의 또는 현재의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확인의 소(訴)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향하여 새로운 친자관계의 발생·기존 친자관계의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形成)의 소(訴) 예컨대, 부(父)를 정하는 소(민법 제845조), 인지청구(제863조), 친생부인(제846조,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또는 확인의 소인 인지에 대한 이의(제862조)의 소들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러한 소에서 주장하는 사유와는 ‘다른 사유’를 내세워서 ‘호적상의 친자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할 때’ 제기하는 소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이다(민법 제865조 1항). 2. 당사자 그러면 과연 이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원고)은 누구이며, 그 상대방(피고)은 누구인지 실무상 종종 문제되고 있다. (1) 원고가 될 수 있는 사람들(원고적격자) 자녀, 자녀의 직계비속·법정대리인, 생모, 남편, 남편의 직계 존ㆍ비속, 후견인·유언집행자, 기타 이해관계인이 원고가 된다(민법 제865조). 원고적격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부(父)를 정하는 소, 친생부인, 인지에 대한 이의,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피고가 될 수 있는 사람들(피고 적격자) 피고적격자는 호적상 자녀, 부모, 친·자 공동(필수적 공동소송 (대판 1983. 9. 15,83즈2, 총람 민 865조, 26))이다. 자녀가 원고이면 부·모를 피고로 삼아야 하고, 부·모가 원고이면 자녀를 피고로 삼는다. 친·자 중 일방이 사망한 때는 생존자를 피고로 삼고, 친·자 모두 사망한 경우는 검사를 상대방으로(대판 1971.7.27,71므13; 1977.4.12,77므6; 일최판 소화 56(1981). 10. 1.) 삼는다(가사소송법 제24조ㆍ제28조). 피고 측의 이해관계인은 검사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하여 다툴 수 있다(민소 제71조). 친족 등 제3자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부모와 자녀 모두를 피고로 삼아야 한다(가소 제24조 2항, 대판 1970. 3. 10.70므1). (3)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들 이와 같은 친족들은 ‘그와 같은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써 당연히 원고로서 친족들 간의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 이익이 있다는 것이 종전의 판례이다(대판 1967. 9. 19,67므22; 1973. 1. 23.73므18(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남편은 백부모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한다는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 : 남편이 2중 호적을 만들어 제3의 여자와 혼인을 시도한 사례); 1981. 10. 13,80므60(전원합의체)). 일부학설은 그러한 친족이라고 하여 당연히 당사자 적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이라야 확인의 이익과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고 한다(박병호, 176; 대판 1960.9.29,4293민상314; 1966.7.26,66므11; 1976. 7. 27,76므3, 공보 제544호,9316(성씨(姓氏)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은 즉시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3. 문제점 (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981.10.13,80므60)의 요지를 검토하여 본다. 1) 원심판결은 제1심 판결이…제3자가 친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와 친족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친자관계의 부존재로 인하여 특정한 권리를 갖게 되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법률관계가 있음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당질(5촌 조카--필자 주)인 친족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내세워 피청구인과 청구외 망 이O삼 및 같은 망 박씨 사이의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고 있을 뿐 청구인에게 어떤 법률상의 이해관계가 있다 할 수 없으니, 결국 청구인의 이 사건 청구는 법률상확인의 이익이 없음에 귀착된다고 한 판시를 인용하여 청구인의 본건 청구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여 청구인의 항소를 배척하였다. 2) 제33조 제3항에 규정된 민법 제865조의 친생관계의 존부확인을 목적하는 소에 인사소송법 제26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동조는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제소권자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위 소정의 친족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써 당연히 친자관계 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당원 1967.9.19. 선고 67므22 판결 참조), 원심판결이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당숙질(5촌)의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청구인에게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건 청구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였음은 위법하다고 아니할 수 없어 논지 이유있다. 위 판시에 저촉되는 당원 1966.7.26. 선고 66므11 판결을 변경하기로 한다는 것이 판결요지이다. 문제는 인사소송법이 폐지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사소송법이 제정되었고 해당 조문도 서로 달라진 마당에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판례로서 지금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검토 먼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근거로 삼고 있는 인사소송법의 관련조문을 살펴보자. 1991.1.1. 폐지된 구 인사소송법 제26조(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구 인사소송법 제33조(관할) ③항 민법 제865조의 규정에 의하여 친생관계의 존부확인을 목적으로 하는 소는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있는 지의 지방법원관할에 전속한다. 동법 제35조(준용규정) 제26조,… 중략… 의 규정은 본절의 규정에 의한 소송에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판례의 판시와 같이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은 언제든지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어 나온다. 그러나 새 가사소송법은, 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제23조)로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언더라인 필자)은 언제든지 혼인무효나 이혼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28조(준용규정) …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는 제24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할 뿐 제23조를 준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24조 제2항에 의하면 제3자가 제1항에 규정된 소를 제기할 때에는 부부(이 사건이라면 친자)를 상대방으로 하고, 부부(친자) 중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3자는 결국 제23조에 규정된 4촌 이내의 친족을 말하는 것이니, 새 가사소송법(1991.1.1.부터 시행)은 당사자(친자)를 제·한 제3자의 제소권자로는 4촌 이내의 친족만으로 그 범위를 제한한 취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민법 제865조에는 민법 제862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는 “이해관계인”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체법(민법)이 절차법(가사소송법)보다 우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의 해석론으로는, 당사자(친자), 그 법정대리인 및 4촌 이내의 친족은 특별한 이해관계(확인의 이익 등)를 증명할 필요 없이, 당연히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외의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은 확인의 이익을 주장하고 증명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2006-12-14
권창국 전주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
I 대상판례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583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내연관계의 乙녀와 언쟁 끝에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乙을 살해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사건발생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정도 경과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W1, W2, W3(각 경찰관)의 진술 및 W3작성 검거경위서, 기타 정황증거 등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은 위 W1 등의 진술과 관련해 전문증거법칙위배,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판단상의 문제점, 범행도구의 불발견 등에 바탕한 합리적 의심의 잔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2. 판결요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의 규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W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해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했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W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W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W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II 판례의 분석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진술하는 예는 공판실무에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학설 및 판례도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있다(사법경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한 예로 대법원 1967. 5. 16 선고 67도437판결. 그러나 검사의 경우, 소송주체 내지 당사자지위와의 모순을 이유로 증인적격을 부인, 제한하거나 준사법관적 지위를 고려 증언 후, 제척제도를 준용하는 등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2005, 419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4판, 서울 : 홍문사, 2002, 465면 참조). 다만, 이때의 진술내용은 주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진술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거나 검증결과나 절차와 관련하여 증언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위의 경우가 아닌 피의자의 자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사기관 법정증언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표면적으로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범위에 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포함할 수 있고, 따라서 특신상태만 인정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앞서 진술을 번복, 사실상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도493; 대법원 1983. 6. 14. 선고 83도1011판결;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590판결;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도2287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도2211판결 등). 이하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 수사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기존판례 논거에 대한 분석 기존판례는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그 논거로, 만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 등의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한 제312조 2항의 입법취지가 상실된다는 점을 든다(한편, 결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제316조 1항의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한 예도 있다. 대법원 1968.11.19. 선고 68도1366 판결). 참고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사법경찰관 면전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제313조 1항의 적용 여부문제.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도6548 판결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하는 등으로 소위 내용인정을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입장은 위 대상판례(밑줄부분 참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피의자의 자백, 기타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현출되는 방법은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화(調書化)를 거친 형태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① 형사소송법이 제241조 이하에서 피의자신문절차를 엄격하게 법정하고, 특히 제244조에서 그 조서화를 규정하고 이를 의무화한 점(수사기관의 의무적 피의자신문조서작성. 한국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은「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② 통상, 수사종결 후 이어지는 공판절차에 상당한 시간적 이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 사건을 담당, 처리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개별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기억, 정확하게 증언함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상세하게 작성된 조서를 통해 증거로 현출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에서 판례의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다. 또한 ③ 비록 판례를 통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석이 보장되고(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수사실무에서 피의자신문과정의 녹화가 사실상 이루어지는 등,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의자신문이 폐쇄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증인으로 하여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방어방법으로서 사실상 의미가 극히 제한된다고 볼 때, 동일한 강압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서명, 날인 및 간인 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이 공판절차에 증거로 현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날인이나 간인이 없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된 자백 등 진술이 조서를 통해서 공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이해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수사기관의 의무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서명, 날인이나 간인을 거부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나, 범행직후 등으로 조서작성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진술이 획득된 경우와 같은 예에서와 같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즉 제312조 2항의 엄격한 요건 등을 회피하는 등을 목적이 아닌 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한 사법경찰관 등이 증인으로 증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② 상세히 조서화된 진술이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부족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폐쇄적이고 강압적 신문이 의문시 되는 경우라면, 조서에 참여한 사법경찰관 등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노출시키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더욱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재전문증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서에 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증언 쪽이 오히려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전문증거법칙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③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내용의 인정’이란 필요성과 함께 전문증거의 예외적 증거허용을 결정하는 이른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위한 요건으로 검사작성 조서의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인정 및 특신상태에 추가한 강화요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중요건이 기대된 기능을 다 하는가 이다. 수사실무에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상의 서술과 관련하여 山田道郞, 證據の森 -刑事證據法硏究-, 東京 : 成文堂, 2004, 93-100頁 參照). ④ 마지막으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하여 제312조 2항의 ‘내용의 인정’이라는 요건은 전문증거법칙의 예외적 허용조건으로서의 기능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법경찰관 주도하의 피의자신문과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보다 강조된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①에서의 설명과 같이 이러한 요건을 의도적으로 일탈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제312조와의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함이 보다 타당한 이해라 하겠다(사법경찰관면전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1989. 9. 14. 선고 82도1479판결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비교판례 :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 한국 형사소송법의 전문증거법칙과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로 일본판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最高裁判所 판례는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한국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을 허용한 예가 있다.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은 피고인이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차제에 그 재산을 처분하여 살인,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빈번히 자백 및 그 번복을 반복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일관하여 결국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들은 담당 수사검사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東京高等裁判所는 피의자신문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게 조서작성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문제로, 조서작성의무를 전제로 동 증언의 증거능력 부인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일축하고(일본 형사소송법 제198조 3항은「피의자의 공술은 이를 조서에 녹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에 피의자신문서 조서작성의무가 없다는 것이 일본통설이다. 松尾浩也, 條解刑事訴訟法 新版增補版, 東京 : 弘文堂, 2001, 321頁) 그 증거능력판단에 있어서 한국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에 해당하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324조 1항을 적용(피고인 자신이게 불이익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거나 특신상태가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을 부인할 법령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고인 이외의 자에 수사기관을 제외할 필요는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정확히 재현되었는지의 여부는 반대신문과정을 통해 음미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피고인 자신이 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서화 된 경우에 비하여 신용성 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여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서작성을 방해한 점 등 역시 이러한 판단에 함께 고려하였다. 4. 결 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제312조 2항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개정(안) 제316조 1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에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여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의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이 개정안에서도 해석상 개정안 제312조 2항과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개정안 제316조 1항은 개정안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가장 무리 없는 해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획득한 시기와 장소,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태도(빈번한 진술번복이나 서명, 날인의 거부여부 등)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신문조서작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정안만이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이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피의자의 진술을 재차확인, 조서화 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한 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해본다.
2006-07-20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심희기 동국대법대교수
법정증언을 번복하는 내용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Ⅰ. 사안 피고인 K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W의 대출사기로 인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W로부터 2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사는 W에 대하여 작성한 1998. 10. 9.자 진술조서(이하 ‘이 사건 진술조서’라고 한다)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진술조서’는 W가 1998. 8. 25. 제1심의 제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주신문과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거쳐 피고인의 변소(辨疎)내용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이하 ‘제1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마친 다음 검사의 소환에 따라 검찰청에 다시 출두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검사는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다시 추궁하여 W로부터 그 증언 내용 중 ‘피고인의 변소에 일부 부합하는 부분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냈다. 검사가 이 사건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검사의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 W는 1998. 10. 27. 제1심의 제8회 공판기일에 다시 증언(이하 ‘제2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면서 이 사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제1차증언을 번복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증인 W는 이 때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에 응하였다. 제1심은 제2차증언과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 증거의 하나로 명시하고, 항소심이 이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이 증거를 유죄증거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며 상고하였다. Ⅱ. 쟁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을 검사가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다수의견〕 “㉮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W)을 검사가 소환한 후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필자 첨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증언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그 후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증언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555 판결 및 위와 같은 진술조서도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632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 4. 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각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Ⅳ. 평석 1. 이 판결의 사정(射程)범위(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첫째,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법정증언을 번복(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검사작성의 참고인(참고인이지만 통상의 수사절차상의 참고인이 아니라 이미 법정증언을 한 바 있는 참고인이다) 진술조서’(이하 ‘번복진술조서’로 약칭한다)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관하여 다소 불분명했고 엇갈리기도 했던 종래의 판결들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명히 하는 한편 종래의 판결을 변경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주목을 요한다. 종래의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에 대하여 경우에 따라 신빙성을 부인할 수 있다고 한 판례(대법원 1983.8.23. 선고 83도163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살인특수강도 집31(4)형119, 공 1983,1462; 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 배임수재 횡령)가 있었는가 하면 번복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진술조서라도 그 후에 법정에서 피고인측에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대법원 1992. 8.18. 선고 92도1555 판결)는 판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종래의 엇갈렸던 판례를 증거능력의 문제로 통일시키고 번복진술조서는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둘째, 이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 재판요지 ㉰항 참조)을 문제삼고 있지만 번복진술조서 중에서도 검사가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만을 문제삼고 있다. 이 판결을 반대해석하면 검사가 법정증인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정식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 W를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문제가 없다(증거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셋째, 본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인의 1차증언 후 수사기관(본 사안에서는 검사가 작성하였지만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에 의해 작성된 법정증인의 번복(공소사실에 부합)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였지만 그 증인이 2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번복증언’(이하 ‘번복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경유하였다면 이 번복증언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차증언의 실시는 당사자주의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의 어떤 견지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판시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본 판례는 어떤 법리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판결을 하였는가? 2. 이 판결의 법리적 논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재판요지 ㉮ 항과 ㉯ 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 부분의 판시는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의 적법절차조항과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3항을 근거로 이끌어 낸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선언(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합헌 형사소송법 제314조 위헌소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본 판례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법리는 이렇듯 가깝게는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이고 멀리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원리임을 알 수 있다. 본 판례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와 같은 ‘기저적(基底的)인 구조원리’가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와 같은 ‘하위수준의 구조원리’개념을 매개로 ‘형사실무의 최전방말단에 자리하고 있는 각론적 쟁점의 해석문제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실증해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판례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우려 반대의견(대법관 지창권, 이임수, 서 성, 조무제, 유지담)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주장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증인에 대하여 검사가 후에 다시 진술조서를 받은 경우, 그 진술조서를 새로 받게된 이유나 절차가 어떠하였던가, 그 증언내용과 그 진술조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그 후에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하여 검사가 어떠한 소송상의 절차를 진행하였는가를 가리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마는 결과로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본 판례사안에서는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을 하면 두 개의 증언 중 어느 한 개의 증언은 위증임에 틀림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증인이 위증죄로 기소될 위험을 감수하고 2차증언에서 1차증언과 배치되는 증언을 감행하리하고 예측되지 않는다(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판례사안에서의 증인은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관석, [형사소송에 있어서 증인신문후 당해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사법행정}, 1993.9, 60-64쪽 참조). 증인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해 주기를 원하는 검사는 증언번복을 주저하는 증인에게 불기소의 약속이나 암시를 고려해야 한다. 본 판례사안에서도 검사는 증인 W를 위증죄로 입건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번복진술조서를 증거로 하고 싶으면 검사는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위증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증인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할 리가 없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우려는 다수의견의 실무적 의의에 대한 ‘일리있는 합리적 예측’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태에 봉착한 검사는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4. 검사의 향후 대응책 검사는 종래와 같이 ‘위증죄 기소 혹은 불기소’를 무기로 법정증인의 번복진술조서를 받아 내려는 발상을 포기하고 반대신문의 기술을 발전시켜 제1차증인신문에서부터 송곳같은 반대신문으로 위증을 기도하는 증인을 무력화시키고 이에 실패하면 제2, 제3차의 증인신문에서 위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당분간 ‘실질적으로 유죄이지만 재판상 무죄’를 선고받는 피고인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적법절차,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 등의 구조원리는 ‘더 큰 공익(bigger public interest)’을 위하여 ‘보다 작은 공익(smaller public interest)’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원리이므로 다수의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0-07-27
1
2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