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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국가에 대한 민사재판권의 면제
I. 사실 및 쟁점 피고는 몽골 공화국이다. 피고는 1998년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토지 1필지와 지상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줄곧 주한몽골대사관으로 사용해 왔다. 원고는 2015년경 이후 피고 건물이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1㎡를 침범한 상태로 건축되어 있고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9.9㎡가 피고 건물의 창고 부지 등 부속토지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유로 피고에 대해 피고 건물 중 원고 소유 토지 침범 부분의 철거 및 해당 토지부분의 인도 및 해당 토지 부분에 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법원은 원고의 외국공관에 대한 이 사건 청구에 대해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II.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해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3]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III. 논점의 제기 1. 재판권과 주권면제의 개념 (1) 재판권은 재판에 의해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 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사법권이라고도 한다. 재판권은 그 대상에 따라 민사, 형사 및 헌법재판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는 민사재판권을 대상으로 하므로 이를 판결절차상의 것과 민사집행절차상의 것으로 구별한다. (2) 대전판 1998.12.17. 97다39216은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할 것이나, ...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주권(적 행위) 면제는 재판권 면제라고 선언함으로써 재판권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 즉 주권면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정지국인 우리나라에 당해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주권면제론의 범위 (1) 절대적 주권면제론과 제한적 주권면제론 국가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토에 관한 한 배타적 재판권을 가지므로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인정된다. 이를 절대적 주권면제론( absolut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라고 한다. 그 근거는 주권평등 및 독립의 원칙에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국가도 국제적 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고수하다보면 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정지(法定地)국의 법원에 제소해 이를 해결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행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로 구분하고 뒤의 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부인함으로써 제소와 응소의 길을 터놓았다. 이를 제한적 주권면제론(restrictiv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위 대전판 97다39216호에 의해 종전의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취했던 대결 1975.5.23. 74마281을 변경함으로써 이제는 주권면제에 관해서는 제한적 주권면제의 입장에 있다. (2) 제한적 주권면제의 범위(절대적 주권면제와의 구별) (가) 의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acta jure imperti’라고 해 ‘주권적 행위’ ‘고권적 행위’ 또는 ‘권력행위’라고 번역하고,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 활동 기타 행위를 ‘acta jure gestonis’라고 해 ‘비주권적 행위’ ‘비고권적 행위’‘사법적 행위’라고 번역한다. (나) 주권적 행위와 사법적 행위의 구별에 관한 학설 (a) 행위 성질 기준설(객관적 기준설) 외국의 활동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외국이 행한 행위 또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해 국가가 개인처럼 사법적 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주권을 행사한 것인지에 따라 구별한다는 견해이다 정동윤외2 122면. 김홍엽, 37면. 이 견해는 주관적 목적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b) 목적기준설(주관적 기준설) 외국이 주권자로서 국방, 재해구제, 외교 등과 관련된 행위 등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활동이나 거래를 한 경우에 주권적 행위로 보고, 해운업의 경영과 같이 개인으로 행동한 경우 이를 사법적 행위로 본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목적이나 동기의 주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주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3. 판결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a) 절대적 주권면제론에서는 국가의 주권면제 대상이 되는 행위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의 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성질기준설에 의한다면 국가가 상업적 활동 기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이를 비주권적 행위 또는 사법적 행위로 보고,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주권적 행위라고 한다. (b) 그런데 대전판 97다39216은, 외국국가의 행위가 성질상 사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바로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해 앞의 학설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c) 이러한 판례의 기준에 따라 대상판결은,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d) 따라서 우리 판례의 입장은 주권면제여부에 관해서는 행위성질설에 의하기 보다는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4.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관련해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를 검토한다. (a) 대판 2011.12.13. 2009다16766에 의하면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민집 제223조 및 제232조)은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국가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의 재판권행사보다 더 신중하게 행사할 것이 요구되므로, 제3채무자가 되는 외국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했거나 재판권면제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만일 채무자가 해당 외국국가에 대해서 소를 제기한 경우 이것이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소제기는 적법했을 것인데도 여기서는 주권면제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2012, 박영사) 56면.. 또한 압류 · 추심명령은 외국국가에 대한 집행이 아니라 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삼은 집행이고, 압류추심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물리적인 강제조치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전원렬, 102면참조. (b) 생각건대 원고가 외국국가를 피고로 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제집행은 외국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예상되므로 당연히 외교적 측면에서 신중한 배려가 요청된다. 그래서 외국국가가 재판권 면제를 포기한 경우에도 강제집행을 하는 데는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판례의 입장은 외국국가에 대한 강제집행에 관한 한 판결절차와 달리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가 없는 한 물리적인 강제조치의 유무나 민사판결절차에서 요구되는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따지지 말고 주권면제를 인정하라는 입장일 것이다.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외교공관
민사재판권
주권면제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3-10-15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지급의무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평석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발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2014년경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일부를 경매로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으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1심(수원지법 여주지원 이천시법원 2016. 5. 3. 선고 2015가소53727 판결)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원심(수원지법 2017. 4. 20. 선고 2016나58055 판결)은 분묘기지권자는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로부터는 그 분묘 부분에 대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피고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시요지] [다수의견]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 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여 성립하는 토지 이용관계에 관해서도 법정지상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이기택·김재형·이흥구의 별개의견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관 안철상·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평석] 1. 대법원 판례에 따른 분묘기지권의 유형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타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는 경우인 승낙형 분묘기지권, 토지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또는 분묘를 따로 이장한다는 특약을 함이 없이 위 토지를 매매 등을 원인으로 처분하여 타인이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인 양도형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으로 구분된다. 이 사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은 위 유형중 마지막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사안이다. 다수의 대법원 판결이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하였음에도 구 장사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이하 '장사법'이라 함) 시행 시점인 2001년 1월 13일을 전후하여 분묘기지권, 특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으로 여전히 보아야 하는지 또는 종전에 그러한 관습이 있었는지에 관한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재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으며,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장사법 시행 전 설치된 분묘에 있어서는 분묘기지권에 여전히 관습법적 효력이 있다고 하였고 대상판결 역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한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여부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과 이에 배치되는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이 정리되지 아니한 채 공존하여 그 지료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상판결을 통하여 이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최초로 이를 판시하였다고 평가되는 1927. 3. 8. 선고된 조선고등법원 1926년민상제585호 판결 이래, 해방 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거듭됨에 따라 확립된 관습법으로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다수의견의 보충의견도 같은 취지이다). 다만 위 조선고등법원 판결은 당시 조선사회의 분묘 수호와 봉사를 위한 토지 사용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관습과 근대적 취득시효 제도를 결합하여 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의 취득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이에 관한 논의는 줄인다), 이처럼 최초 판시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에만 근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까닭에,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효력 범위에 관하여 관습의 존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부분은 분묘기지권의 내용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공백으로 보고 해석으로 보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민법 제1조에서 민사에 관한 법원의 순위를 법률, 관습법, 조리 순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관습법상 권리의 내용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관습법상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법규범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일 것이다. 대법원은 종전부터 분묘기지권은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 보고 있으므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의 지료 부분도 지상권 또는 법정지상권을 유추적용할 것인지 논의되나,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는 달리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등에 비추어 지상권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편, 유추적용할 법규범 또는 관습법이 없다면 다음으로 조리에 의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높은 지가(地價), 타인 토지를 사용하려면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구성원의 일반적 관념 또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과 봉제사 등 분묘 수호 목적의 영위 사이의 형평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또한 그 유상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유상성이 인정된다면, 지료지급 시기 또는 범위가 문제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그 성립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게 된다면 소멸시효를 적용하더라도 언제나 적어도 10년분의 지료를 준비하지 않은 이상 그 분묘기지권의 소멸에 대한 위험을 분묘기지권자가 경황없이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별개의견은, 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는 분묘 소유자가 분묘를 타인 소유 토지에 설치하여 분묘기지를 최초 점유를 할 시점부터 부당이득이 발생하고, 분묘기지권에 대한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이미 발생하였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지료 지급의무로 변하게 될 뿐이라는 논지를 밝히기도 하는데,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적법한 권원이 된 분묘기지권에 부당이득의 면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로부터의 분묘기지 사용에 관한 동의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주로 주장되는 사정도 있으므로 시효완성으로 소급하여 인정되는 분묘기지권 성립 시인 분묘기지에 대한 점유 시점부터 모든 지료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 또한 분묘기지권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다른 부동산물권과 목적상 구별되는 분묘기지권의 특성 및 지료의 부담에 따른 그 존속 여부 등을 고려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지급 발생 시를, 분묘를 설치한 때부터 지료를 정하는 판결이 확정되는 때까지의 다양한 시점 중 지료 지급청구 시점으로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 등에 따른 조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고 달리 자의적이라고 볼 사정을 찾을 수 없다. 5.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인 대상판결의 판시를 지지한다. 한편, 대상판결로 인하여 지료 지급과 관련한 소가 증가하더라도 분묘의 이전과 관련한 분쟁에서 조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 지료 지급을 특별히 인정하지 않았던 실무례에 따라 분묘기지권자가 당장 토지 사용이 아쉬운 토지 소유자의 분묘 이전 요구에 과도한 분묘 이전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그 지료 지급이 인정됨으로써 당사자간 분묘 이전과 관련한 협의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것이다.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분묘기지권
시효취등
관습법
토지사용료
지료
토지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1-10-18
국가배상
민사일반
일본군 위안부 판결과 국가면제이론
Ⅰ. 사건 경과 원고들은, 일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의사에 반하여 유괴·납치하여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안소에 감금한 채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국제법 위반 및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일본국이 소장 등 서면 송달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공시송달절차를 통해 2021.1.8. 원고 승소판결(이하 이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6.12.28. 제소한 사건(2016가합580239)은 1.13.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Ⅱ. 이사건 쟁점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을 배척하는 한편 1965 청구권 협정 및 2015 한일합의로 소멸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국가면제이론 적용에 따른 재판권 유무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Ⅲ. 국가면제 적용 여부에 따른 재판권 유무 1. 국가면제 이론의 개요 국제법 이론에서 국내 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 국가가 스스로 외교상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제이론이 대세였고, 대법원 역시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사법적·상업적 행위와 같은 비주권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면제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대법원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2. 이탈리아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 진행 경과 가. 대표적인 국가면제관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체포되어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 당한 이탈리아인 Ferrini가 1998.9.23. 독일국을 상대로 Arezzo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Ferrini v Germany, Appeal decision, no 5044/4; ILDC 19 (IT 2004)} 이다. 나. Arezzo 지방법원은 2000.11.3. 독일의 행위는 국가면제를 원용할수 있는 권력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2002.1.14. Firenze 항소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3.11. 독일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이고 인권보호는 불가침성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파기하였다(Decision of Italian Court of Cassation, Ferrin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Judgment No. 5044, 11 March 2004.). 이에 독일은 2008.12.23. 이탈리아 국내법원의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다. ICJ는 2012.2.3. 15인 재판관중 12인 다수의견은 이탈리아 법원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국가면제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입법례 및 판결을 검토해보더라도 국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 자신의 무장병력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국제관습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국가면제는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고, 강행규범 준수는 실체법적인 문제이므로 국가면제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 실체법적으로 강행규범을 준수하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시(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JUDGMENT OF3 FEBRUARY 2012)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밝힌 3인 중 Cancado Trindade 재판관은 국제범죄, 인권의 중대한 위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며, Adbulqawi Ahmed Yusuf 재판관은 다른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면제가 피해자 보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벽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아울러 Giorgio Gaja 재판관은 불법행위가 이탈리아 영역 내에서 행해진 사건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결국 이탈리아 국회는 2013.1.1.4 UN헌장 및 ICJ 제59조, 제60조에 따라 ICJ 판결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기 위해 동종 사건이 계류하는 법원에 직권으로 관할권 배제를 선언할 것을 의무화하고 확정 판결의 재심사유에 관할권 배제를 추가하는 법률(2013. 1. 14. 법률 제5호)을 제정하였는데, 이탈리아 Firenze 지방법원은 2014.1.21.위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마.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10.22. 관할권 면제 법률에 대하여 재판관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반인륜적 범죄로 인정되는 추방, 노예 노동, 대량 학살과 같은 행위들은 그 범죄의 희생자들의 불가침적 권리에 대한 사법적 보호라는 국내법적 질서의 절대적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탈리아 법원에 대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를 구성하는 외국국가의 행위에 관한 사안에서 재판권을 부인하도록 한 ICJ 판결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결정(JUDGMENT NO. 238?YEAR 2014. THE CONSTITUTIONAL COURT)하였다. 3. 이사건 재판부 판결 요지 이사건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배척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등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청구권협정과 2015년‘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Ⅳ.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1. 외국 사례 가. 그리스 대법원은 2000.5.4. 나찌에 의한 그리스의 디스토모 218명 집단 학살사건 관련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면제를 포기하였다고 하면서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나. 한편,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에 따른 보상절차시 국가면제를 주장할수 없다는「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나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상대적 면제이론에 입각하여 법정지국 내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다. 다. 1996년 개정된 미국 「외국국가면제법」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가라고 인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초법규적 살해 등의 행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8.12 위 법을 근거로 미국인 오토 윔비어의 유족들이 북한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배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7.21 판례를 변경하여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이론을 채택하였고, 이에 일본국은 2007년 유엔국가면제협약에 서명한 후 2009. 4. 17. 예외적으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제하는「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상대적 국가면제 법리를 채택하여 입법화하였다. 2. 국가면제론에 대한 의견 중대한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2000년 그리스 및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 그리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상대적 국가면제를 확장하고 있는 입법례 등에 비추어, 2012년 ICJ가 인정한‘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면제의 국가관습법’이 현재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가 타국 국민에 대하여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조약 및 1926년 노예협약 등 국제협약에 반한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이를 제재하고 피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자들은 국제협약 및 당해국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자국 법질서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이를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국제협약과 헌법상 권리가 하얀 종이위의 검은 글씨여야 하는가. 3.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사건 판결은 이러한 ICJ판결 등 국가면제의 불가변적인 논의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임을 자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찌 침해국가가 아닌 일본국 피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나아가 향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론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면제의 배제·예외로 인정할수 있는 실체적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관여, 침해기간, 방법, 피해 내용과 정도 등‘국제법 내지 강행법규에 위반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 나아가 절차적 요건으로‘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최후수단성’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백척간두 진일보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이탈리아 Abdulqawi Yusuf 재판관이 말한“국가면제는 결코 국제법상 불변(immutable)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일본
위안부
국가배상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2021-03-22
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2-15
민사일반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인정
대법원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Ⅰ. 서 론 대법원은 2016년 9월 22일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한 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대상판결에 대한 공개 변론 당시 주요 쟁점은 조선고등법원 판결 당시(1927. 3. 8.) 및 공개변론 당시(2016. 9. 22.) 관습의 존재 여부 및 존재한다면 종전 판례 내용(기지 면적, 존속기간, 지료 지급 여부 등)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는지 여부 등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취해온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태도가 타당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상판결의 입장 1. 사실관계 대상판결 상의 분묘는 ① 1733년, ② 1987년 4월, ③ 1989년 봄(2기), ④ 1990년 11월경 각 설치된 5기의 분묘로, 원심 판결 당시(2013. 1. 25) 20년이 경과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원심(춘천지방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3412 판결)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2. 대상판결 가. 상고이유 원심에서 패소한 피고는 장사법(2001. 1. 13. 시행) 시행으로 분묘기지권을 불허하는 법적 규율 변화, 화장률 증가 등의 장묘문화 변화와 묘지에 관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나.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분묘기지권을 관습상의 물권으로 보고 승낙형, 양도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등 세 유형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효사상, 조상숭배사상 및 조선시대 산림공유 원칙에 의해 인정되어 온 묘지 점권(분묘 점권)이 민법 시행으로 개인 토지 소유권과 분묘기지권의 충돌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이 관습상 인정되어 왔다면서 존속기간의 영속성, 지료의 무상성 역시 종전 대법원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첫째, 사회 구성원들의 관습 소멸에 대한 법적 확신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분묘기지권을 부정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고, 둘째, 장사법이 동법 시행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토록 한 것은 그 이전 설치 분묘의 분묘기지권 성립을 인정할 근거가 되며, 셋째, 분묘기지권 인정은 시효취득 인정으로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않고, 넷째, 화장률 증가에도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하므로 아직은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분묘기지권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다. 소수의견 조선고등법원(1927. 3. 8.) 판결로 인정된 분묘기지권은 현행 민법 시행으로 소유권제도 및 사유재산제도가 정착되고, 토지 가치의 상승 및 화장문화 증가로 매장문화 퇴색, 무단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초가 상실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관습법도 시대변화에 따라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폐기되어야 하는바, 첫째, 이의 인정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민법의 사유재산권 존중 이념에 부합하지 않고(부동산물권변동의 등기, 즉 성립요건주의에 반하고), 둘째, 묘지 등에 관한 화장취체규칙, 매장법, 장사법 등이 무단분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및 강제개장을 허용하고 있고, 장사법 역시 토지 소유자 등에게 무단분묘에 대한 개장권, 무단분묘 연고자 등의 분묘기지에 대한 일체의 권리 주장 불허 등 묘지에 대한 공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자와 분묘 연고자 사이의 사법적(私法的) 관계까지 규정함으로써 더 이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이루어졌고, 셋째, 소유권 취득시효 인정 대법원 판례의 자주점유의 권원성 요구 취지에 비춰볼 때 분묘기지권(지상권 유사 물권)의 타주 점유의 권원성(사용권원) 역시 객관적으로 요구된다 할 것인데 무단점유에는 그러한 권원성이 인정될 수 없어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보호에 반하며, 넷째, 장사법이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을 불허한 것은 종전 관습의 법적 확신 소멸을 반영한 것이고, 다섯째, 존속기간의 영속성과 무상 지료 관습법 인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여섯째, 사회적 인식이 변하였고(조상숭배사상 및 유교 문화의 후퇴, 교육수준의 향상, 핵가족화, 임야 개발, 화장시설 및 공설묘지 등의 정비 등), 일곱째, 장사법 시행으로 국민의 무단분묘 불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양됨에 비춰 볼 때 그러한 관습은 더 이상 국민의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다만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춘 경우(지상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이 증명된 때)에는 통상의 지상권처럼 분묘기지권 역시 인정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매장법, 장사법 시행이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법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소유권 취득시효에 관한 자주점유(객관적 권원 요구) 판례 취지는 분묘기지권에 유추적용될 것도 아니며, 분묘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정신적 장소이자 망자에 대한 숭모의 장소로서 존중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관습법 인정이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마.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분묘기지권이 아니더라도 채권계약 또는 물권계약에 의해 분묘기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보장될 수 있으며, 관습상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관습 존재 인정 자료도 없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판례는 관습법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후 설치한 분묘에 근대적인 취득시효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소유권 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처럼 재산권을 보유할 의사가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도 필요하다. 즉 지상권 유사의 물권이라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도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보유할 의사(타주점유이지만 지상권 유사의 물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의사가 없는 상태의 무단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에 부합하지 않다. Ⅲ. 판례에 대한 평석 1. 조선고등법원 판결 시 관습의 부존재 조선총독부 관습조사보고서는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관습상 존재하지만,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은 없으며, 조선총독부중추원의 민사관습회답취집 역시 광주지방법원 전주지청 등에 대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및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취득시효제도에 대한 관습도 없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공유원칙에도 불구하고, 분묘침해를 다투는 소위 정려문산송(旌閭門山訟), 4葬4掘山訟(네 번 암장 네 번 강제 官掘) 등 수많은 산송이 있었는바, 이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 부존재를 증명하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2. 대상판결 공개변론(2016년) 당시의 관습의 부존재 대상판결 판시이유처럼 재산권 보장을 천명한 헌법 및 민법의 제원칙에 비춰 존속기간의 무한성, 지료의 무상성 등을 인정한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소수의견처럼 첫째, 화장취체규칙, 소위 매장법 및 장사법 모두 무단 사체 매장의 경우 형사처벌토록 하여 무단분묘의 설치가 위법행위임을 100년 이상 공지하여 왔고, 둘째, 도시화 및 핵가족화, 셋째,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넷째, 다양하고 저렴한 장례문화 및 비용, 다섯째, 묘지의 이전 용이성 및 대체성 등에 비춰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법적 확신은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현행 장사법에 비추어 장사법은 법 시행일 후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상 평등권에 비추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동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 중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판결을 받은 기판력 있는 분묘의 경우에는 시행일에 분묘가 설치된 것으로 의제하여 최단 15년 내지 최장 60년의 분묘 설치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득권을 보장하고, 판결을 받은 바 없는 분묘의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효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에 근거하여 분묘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분묘의 굴이 허용은 타인 토지 위에 존재하는 분묘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일 뿐 새로운 토지에 분묘의 설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분묘의 이전성과 대체성 및 장묘문화 변화 및 장묘비용의 저렴화 등에 비추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건물의 토지 고착성)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분묘굴이가 가능하므로 제반 사회 여건 변화에 비추어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더 이상 인정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시대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겠다.
분묘기지권
관습법
2017-02-09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이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되는가
- 헌재 2016. 4. 28. 선고 2013헌바396, 2014헌바394(병합) 결정 - 1. 사건개요 甲은 乙과 사이에 딸 丙을 두었는데, 丙은 1940년 2월경 혼인하여 甲의 호적에서 제적되었다. 甲이 1948년 3월경 사망하자 乙이 같은 달 호주상속 신고를 하였다. 그 후 乙이 1954. 3.경 사망하여 호적부에서 제적되었고, 당시 호적부에는 甲의 이복 남동생 A와 처 B, 자녀들이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乙 사망 후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않자, A는 1963년 6월경 일가창립 신고를 하였고, 甲의 가(家)는 1969. 7.경 무후(無後, 대를 이어갈 자손이 없음을 의미)로 호적이 말소되었다. 丙은 2011년 7월경 사망하였고, 丙의 상속인인 X는 丙이 甲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하였는데, Y가 허위 서류를 이용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면서 Y를 상대로 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였고, 이와는 별개로 甲의 재산이 丙에게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국가를 상대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각 제1심 법원은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에 의하여, 여호주 乙 사망 이후 상당한 기간 내에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아니함으로써 甲의 가(家)는 절가(絶家)되었고, 그 유산은 가족인 A에게 귀속되었다는 이유로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X는 각 항소심에서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헌법재판관 6인의 다수의견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보아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을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헌법재판관 3인의 소수의견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고,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 등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았으나,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3. 해설 가. 문제의 제기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국민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고, 그 성립 시기는 법원이 판례에 의하여 그러한 관습법의 존재를 확인·인정하는 때이다.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으므로(민법 제1조), 법령이 잘 정비되어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관습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1960년 1월 1일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조선민사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선민사령에 규정이 없는 친족·상속 문제'에 관하여는 관습에 의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이 경우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확인되고 인정된 관습법이 사실상 유일한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다. 적용법률이 부재인 상태에서 관습법이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사건 결정의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우리 헌법·헌법재판소법의 명문 규정에 어긋나고, 헌법 제정의 연혁을 살펴보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고, 무엇보다도 사법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으며,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헌법 등 문언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도 위헌심판의 대상이 '법률'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은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임이 분명하다. 헌법은 국가권력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법이고, 국가권력이 국민을 위하여 적절히 행사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배분에 관한 조항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하며 확장해석은 곤란할 것이므로 소수의견에 찬성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이미 폐지되어 1960년 1월 1일 이후 적용되지 아니하는 구 관습법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것은, 이를 적용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이 된다. 다. 헌법 제정의 연혁 헌법기초위원회에 참여하여 우리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박사는 법원이 법률을 해석하여 위헌의 의심이 드는 경우 헌법위원회에 위헌법률심사제청을 하면, 헌법위원회가 그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제도'를 창안했으며, 이는 현행 헌법상으로도 그대로 유지되어오고 있다. 다만 헌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유진오 박사는 1948년 6월 23일 국회에 출석하여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는 헌법위원회라는 새로운 제도를 생각해냈습니다"라고 밝혔다. 헌법 기초자가 생각했던 헌법위원회의 본래의 역할은 국회의 입법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법원의 확인·인정에 의하여 성립하는 관습법까지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위헌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제정 연혁과 어긋난다. 라.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 관습법의 승인·소멸은 법원의 사실인정에서 출발하는데, 사실인정 부분은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 의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고 3심제가 보장되는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비하여 우위에 있고, 법원이 그러한 사실인정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는 헌법재판소는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은 관습법의 변화·발전을 파악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관습법이 변화된 상황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이를 소멸시킬 수 있고 새로운 관습법을 승인할 수도 있음에 비해,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그 위헌 여부만을 판단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았고, 그 이유는 ①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한다는 점, ② 여성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이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있고 이러한 현상은 시일의 경과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소수의견도, 관습법의 승인·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관습법이 주로 문제되는 민사소송은 이른바 제로섬게임으로서 이득을 얻는 국민이 있으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국민도 있게 마련인데, 그 효력에 관하여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마. 비교법적 검토 재판소원이 인정되는 독일에서조차도 구체적 규범통제의 제청 대상이 되는 것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한정되고, 법원이 관습법의 위헌 여부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구할 수 없다. 헌법재판제도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도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다. 바. 결어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이 문제된 헌재 2013. 2. 28. 선고 2009헌바129 결정에서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관습법도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으나, 이번 결정에서는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이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여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수의견도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으로 갈라졌고, 소수의견에도 별개의견이 붙었음에 비추어 재판관들 사이에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되겠지만, 소수의견과 같이 우리 헌법 문언과 연혁에 충실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어느 기관에서 관습법에 대한 규범통제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깊은 고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2016-05-19
건물소유권등기가 말소된 후 공매되어도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존속
대상판결의 요지 - 체납처분압류 등 처분제한 등기가 된 건물에 관하여 그에 저촉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이 건물의 소유자로서 대지에 대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후 경매 또는 공매절차에서 건물이 매각되는 경우, 매수인은 위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 판례평석의 요지 -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일단 성립되었다면 체납처분압류등기에 의하여 건물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더라도 그 체납처분압류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토지소유자와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소멸되지 않고 공매로 인하여 낙찰자에게 이전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Ⅰ. 사실관계 '갑' 소유의 토지와 건물이 있었는데, 토지에는 처분금지가처분이 설정되어 있었고, 건물에는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A'는 '갑'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모두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토지에 대하여 있었던 선행 처분금지가처분에 따른 본등기가 경료 되면서 2002. 1월경 'A'명의의 토지소유권이 말소되었고 'B'가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하였다. 그 후 'A'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가지고 있었는데 건물에 대하여 선행하여 존재하고 있었던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실행되면서 공매가 개시되었고 'C'가 이를 2007년 11월경에 낙찰 받아 현재까지 소유(점유포함)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토지소유자 B는 새로운 건물 소유자 C에게 자신의 토지위에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대지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고 300여만원의 임료 상당 부당이득금도 같이 구했다. 공매로 건물을 낙찰 받은 매수자 C는 건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A의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공매절차에서 승계 받았으므로 토지소유자 B의 철거 등 청구는 이유 없다고 다툰 사안이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건물 소유를 위하여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자로부터 경매에 의하여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락인은 경락 후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매각조건하에서 경매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의 경락취득과 함께 위 지상권도 당연히 취득한다. 이러한 법리는 압류, 가압류나 체납처분압류 등 처분제한의 등기가 된 건물에 관하여 그에 저촉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이 건물의 소유자로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후 경매 또는 공매절차에서 건물이 매각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Ⅲ 관습상 법정지상권의 법리 가. 의의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될 때 특히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조건이나 특약이 없는 이상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의 존속을 위하여 취득하게 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나. 건물 '경매'에 의한 이전 건물소유를 위하여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자로부터 '경매'에 의하여 그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락인은 경락 후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매각조건하에서 경매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의 경락취득과 함께 위 지상권도 당연히 취득한다(대법원 1985.02.26. 선고 84다카1578 판결). 다. 지상권등기 없이도 이전 그리고 건물이 경매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면 경락인이 건물을 경락한 후 철거하거나 헐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매각조건하에서 경매가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지상권도 건물의 이전과 불가분리관계에서 그에 따라서 이전되었다 할 것이고 이렇듯 경매에 의해서 이전된 지상권은 그에 대한 등기가 없어도 그 후의 그 토지 전득자에 대하여도 당연히 유효하다(대법원 1976.05.11. 선고 75다2338 판결). Ⅳ 대상판결에서의 새로운 판단부분 1. 건물'공매'로 인한 낙찰자에게도 지상권이 이전됨을 밝힘 A가 갑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모두 양수하였다가 토지에 설정된 선행 처분금지가처분에 의한 본등기 실행으로 인하여 토지소유권을 잃게 되는데, 바로 이 때 A소유의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하나가 매매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때에 해당하게 되어 A는 건물을 위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이후 건물이 '경매'로 이전되는 경우 법정지상권도 같이 이전한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인데 대상판례에서는 건물이 '공매'로 이전되는 경우에도 그 낙찰자가 지상권을 승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경매이든 공매이든 건물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차이는 없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 하겠다. 다만 대상판결이 말하는 '공매'는 건물의 소유자인 'A'로부터의 공매가 아니라 그 전소유자인 '갑'으로부터 이전된 공매라는 점에서 특색을 가진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뒤에서 나오는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상대적 효력과 연결된다. 2. 건물에 대한 과세관청의 선행 압류등기는 상대적 효력을 가질 뿐이고, 토지소유권과는 관계없다. 따라서 일단 성립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토지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토지에는 처분금지가처분이 경료 되어 있었고, 건물에는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되어 있었다. 이 둘은 서로 그 존재목적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다. 특히 건물에 대하여 이루어진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는 건물매각대금에서 변제를 받기 위한 것일 뿐이어서 그 압류등기의 실행으로 A에게 이전되었던 건물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더라도 이는 토지소유권자에게는 실로 우연한 사정일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A에게 일단 성립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건물에 대한 압류등기의 실행으로 A명의의 소유권이 말소되더라도 토지소유자 B에 대한 관계에서는 소멸한 것이 아니다. 만일 A의 법정지상권이 소멸하다고 보게 되면 이는 건물에 대한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효력이 토지소유자인 B에게도 미치는 절대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3.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이 없이 건물소유권만 이전된 경우를 상정해보면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알 수 있다. 대상판결은 토지와 건물이 모두 소유권이전이 되는 경우이므로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사안을 단순화시켜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 사안에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없었다고 가정해보면 된다. 즉, 토지와 건물이 모두 갑의 소유였다가 건물만 A에게 이전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A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대상판결도 이점을 설시하고 있다. 그러다가 A의 건물소유권이 말소되고 공매절차에서 C가 낙찰을 받는다면 C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가진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된다. 다만 이때는 C가 A의 법정지상권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C가 독자적으로 취득하는 것으로 이론구성이 가능하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모두 갑이라는 동일인 소유였다가 건물만 C에게로 이전되는 전형적인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화된 사례에 토지의 소유권이 갑->A->B로 변경되는 과정을 덧붙여보면 이제는 C가 독자적으로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곤란해진다. C가 건물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자는 각각 B와 갑으로서 동일인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C의 법정지상권은 A가 취득한 것을 승계하는 것으로 이론구성 해야만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토지소유권을 새로 취득한 B의 입장에서는 A가 건물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토지가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고 있었다가, 건물에 대한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실행되어 건물소유권이 달라지면 토지에 대한 법정지상권의 제한이 풀리게 된다는 망외의 소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건물철거라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고자 하는 법정지상권제도의 본래적 취지에도 맞지 않고,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의도한 바도 아니다. 또한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고 있었던 B에게 지상권의 제한을 풀어줄만한 어떤 당위적 요소가 있었던 상황도 아니다. Ⅴ 사견 대상판결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등기된 건물만 매수한 상황으로 단순화 시켜볼 수 있다(토지와 건물이 함께 매수되었지만 토지는 처분금지가처분에 따른 본등기에 의해 이전등기가 말소되었으므로 결국 건물만 매수한 것과 같다). 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채무자의 처분행위 또는 제3채무자의 변제로써 처분 또는 변제 전에 집행절차에 참가한 압류채권자나 배당요구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의 상대적 효력만을 가지는 것이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1다10748 판결).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처분금지 효력에 따른 A의 건물소유권이전등기 말소는 과세관청과 최초의 건물소유자 갑과의 상대적인 관계에서 유효할 뿐이지, 추후에 토지를 취득한 B와 과세관청 사이에서는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B에 대하여는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그에 따라 A의 소유권 소멸 및 지상권 상실도 B에 대하여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또한 대법원은 법정지상권은 건물의 소유에 부속되는 종속적인 권리가 아니고, 건물의 소유권과 분리되어 양도되었다고 하여도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0다1976판결), 그러한 점에 입각해볼 때에도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14-12-15
강제경매 인한 관습상 법정지상권 성립여부 판단시점
1. 사실관계 및 쟁점 가. 사실관계 원고는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대지 위에 건립된 건물의 낙찰자이다. 동 건물에 대한 낙찰 이전의 등기관계는 ① 소외 P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 ② P의 채권자인 H의 가압류등기, ③ H의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④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 순으로 되어 있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가 낙찰을 받아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건물철거 및 대지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성립의 항변을 하였다. 나. 사안의 쟁점 종래 판례법에 의해 인정되어 온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 가운데 하나는 '처분 당시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을 것'이다. 본건의 경우 경락 당시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는 모두 원고이므로 일견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원고 명의의 등기는 그 이전에 이루어진 가압류의 처분제한효에 의하여 말소될 운명에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도 위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와 같은 경우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 동일성 여부에 대한 판단의 기준시점과 관련하여 경락시설과 가압류집행시설의 대립이 있을 수 있는데,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454 판결은 "강제경매로 인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경락 당시에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소유자를 같이하고 있었다면 족하고 강제경매를 위한 압류가 있은 때로부터 경락에 이르는 기간 중 계속하여 그 소유자를 같이하고 있었음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여 경락시설을 취한 바 있다. 반면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24094 판결은, 건물에는 피고 명의의 등기, 대지에 대해서는, ① 피고 명의의 등기, ② H의 가압류등기, ③ 소외 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순으로 등기되어 있다가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대지를 경락받은 사안에서,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이미 위 경락 전에 소외 갑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위 경락은 가압류에 의한 강제경매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위 갑 명의의 등기는 위 가압류 후에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므로 위 경락에 의하여 말소될 운명에 있는 갑의 등기를 들어 피고의 소유권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경락 당시에 대지와 그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동일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위 대법원 70다1454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하급심의 판단 이 사건의 제1심은 위 대법원 89다카24094 판결을 인용하면서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 동일성 여부의 판단 기준시점은 가압류집행시설이 타당하다고 보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이에 대해 제2심은 위 대법원 70다1454 판결을 근거로 경락시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부동산강제경매절차에서 목적물을 매수한 사람의 법적 지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절차상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를 기준으로 하여 정하여지고, 매수신청인 등 이해관계자들은 그와 같이 정하여지는 법적 지위를 전제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는데, 이는 토지와 그 지상건물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전부가 경매의 목적물이 된 경우 그 경매로 인하여 종국적으로 소유자가 달라지게 되면 이제 토지가 건물의 소유를 위한 사용권의 부담을 안게 되고 건물은 계속 유지되어 존립할 수 있는지와 같이 이해관계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다를 바 없다고 전제한 뒤, 본건과 같이 강제경매로 인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지 여부의 판단의 기준시점과 관련하여서도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는 매각대금의 완납시가 아니라 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선행하는 가압류가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를 기준으로 하여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동일인에 속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경락시설을 취한 위 대법원 70다1454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란, ①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② 그 중 어느 하나가 매매 기타의 원인으로 소유자를 달리하게 된 때, ③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가 취득하게 되는 법정지상권을 의미한다. 이는 일제강점기 조선고등법원에서 한국에서의 관습이라는 이유로 인정한 이래 판례에 의하여 확립된 법리이다. 그런데, 첫 번째 요건과 관련하여, 본건과 같이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다른 상태에서 건물 또는 토지에 대한 가압류등기가 경료 되고, 그 이후 건물 또는 토지의 소유자 명의가 변경되고, 그 이후 가압류에 터 잡은 경매절차에서 경락이 이루어진 경우 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상반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병존하고 있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두 가지 입장 가운데 가압류집행시설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였는데, 그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로는, ① 경매절차에서 이해관계인들의 법적 지위는 압류 또는 가압류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점, ② 그 이후 경료 된 등기는 매수인이 인수하지 않는 한 매각대금이 완납되면 직권으로 말소되는데, 경락시설에 의하면 그와 같이 말소되는 등기에 근거한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는 점, ③ 민법 제366조가 정한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도 판례는 저당권설정당시 동일인 소유를 요하고 이후의 소유권변동은 고려하지 않는 점(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7159 판결), ④ 나대지에 가압류를 설정한 경우 그 이후 토지소유자가 건물을 신축한 경우 경락시설에 의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게 되면 가압류권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주는 등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토지에 대한 가압류와 건물에 대한 가압류는 그 경우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여부이다. 건물에 대한 가압류의 경우 법정지상권은 건물에 대한 경매가치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토지에 대한 가압류에서 법정지상권은 토지에 대한 경매가치를 저감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토지에 대한 가압류 시 가압류집행시설이 타당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위 ④의 논거 참조, 위 대법원 89다카24094 판결도 토지에 대한 가압류의 사안이었다). 문제는 건물에 대한 가압류가 설정되었다가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로, 이에 대해서는 사용권이 있는 건물에 대해 가압류를 한 경우에도 대상판결에 의하면 결국 철거의 대상이 되어 가압류채권자 및 경락인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할 수 있다거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건물에 대한 사용권이 설정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건물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데, 대상판결에 의할 경우 그와 같은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366조에 의한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도 토지와 건물을 구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달리 볼 이론적 근거도 명확치 않은 점, 위와 같은 문제점은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보는 법제 하에서 불가피하다는 점, 실무상으로도 건물에 대해서만 가압류가 된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잠재적인 철거가능성으로 인하여 사용권의 존부가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보호 외에 토지소유자의 권리보호도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대상판결과 같은 결론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이 엇갈린 대법원의 판단을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가압류 이후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에서 경락에 의해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건물과 대지의 소유자 동일성 여부"에 대한 판단의 기준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2-12-06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은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가?
I. 들어가는 말 지난 2010년 11월 25일 대법원은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이 법률상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관계라는 점을 인정하고, 사망한 형부와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처제는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유족연금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법률혼)은 1990년 민법개정에 의하여 무효사유에 포함되었고 2005년 민법개정에 의해서 취소사유로 되었는데, 이러한 민법의 태도에 비추어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실혼이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 관계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래에서는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에 관하여 우리법이 그 동안 어떠한 태도를 취해왔는가에 대하여 살펴보고, 이에 기초하여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I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갑(처제, 원고)은 언니가 사망한 후 조카들을 돌보다가 1995년경부터 을(형부)과 동거하게 되었으며, 을이 사망할 때까지 사실혼관계를 유지하였다. 갑은 을의 사망 후 자신이 공무원연금법이 규정하는 을의 사실혼배우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족연금의 승계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무원연금공단(피고)은 '1990년 개정민법상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은 무효이고 혼인무효에 해당하는 사실혼관계는 사실혼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므로, 원고는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의 재직 당시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2. 판결요지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에 관한 구관습법의 태도, 민법의 개정 경과 및 그 내용,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실혼관계의 형성경위, 약 15년간 지속된 사실혼관계가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형부가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시행되던 1990년 개정민법상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이 무효이었다고 하더라도 위 사실혼관계는 그 반윤리성·반공익성이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할 정도라고 할 수 없고, 2005년 개정된 민법 부칙 제4조에 비추어 공무원연금공단은 2005년 개정된 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위 사실혼관계가 무효사유 있는 사실혼관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사실혼관계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가)목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해당하고, 원고 갑은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인 사실혼의 배우자라고 보아야 한다. Ⅲ. 평석 1.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대상판결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갑과 을이 사실혼관계에 들어간 1995년 당시에 시행되던 민법에 따르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무효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피고인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에 근거하여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관계는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 사실혼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공무원연금공단의 판단에 의하면,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은 공서양속에 반하는 관계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인가의 문제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서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래에서는 우리법이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왔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이 과연 법의 보호에서 완전히 제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혼인법질서에 반하는 관계인가에 대해서 검토해 본다. 2. 민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적용되었던 구관습법상으로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다(정광현, 한국가족법연구, 591면). 그러다가 1960년에 민법이 시행되면서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이 유효인가에 대하여 해석론이 갈리기 시작하였다. 당시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는 제2호에서 '당사자간에 직계혈족, 8촌이내의 방계혈족 및 그 배우자인 친족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족의 범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던 당시 민법 제777조에 의하면 형부와 처제간은 친족이 아니었으므로(처의 혈족으로는 처의 부모만이 친족으로 인정되었다),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을 무효로 보는 해석론(당시 대법원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은 무리한 것이었다. 이 점은 민법의 입법과정을 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민법제정과정에서 친족상속편의 요강을 기초하였으며,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민법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장경근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친족의 범위규정인 민법 제777조 중에 처의 자매를 제외한 것은 관습법에 있어서 처의 자매와의 혼인이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 처족인척중의 처의 부모만을 친족의 범위에 넣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정광현, 앞의 책, 593면). 즉, 처의 자매를 민법상 친족으로 규정하지 않은 이유는 구관습법하에서와 같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을 허용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1990년 민법개정 당시 친족의 범위에 관한 제777조가 개정되어 형부와 처제는 2촌인 인척으로서 친족에 포함된 반면(1990년 민법개정에 의하여 4촌 이내의 인척은 친족이 되었다), 혼인의 무효에 관한 제815조는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존치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은 무효사유가 되었다. 그런데 1990년 민법개정 과정을 보면, 원래 제777조를 부부평등하게 개정하면서 동시에 제815조와 제809조도 다음과 같이 개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 개정안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1990년 개정안 제809조(근친혼 금지) ①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혼인하지 못한다. 1. 8촌 이내의 부계혈족 2. 8촌 이내의 모계혈족 3. 직계인척간 ② 직계인척이었거나 또는 양친족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당시에 개정안 제809조, 제815조가 개정안 제777조와 함께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유효한 것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국회에서 개정안 전체의 체계를 고려하지 않고 개정안 중 일부 조문만을 선별하여 통과시킴으로써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무효사유로 되고 말았다. 이는 1990년의 개정안이 본래 의도했던 바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며,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오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김주수, 한국가족법과 과제, 869면 이하). 4. 2005년 민법개정에 의하여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취소사유로 되었는데, 이는 이전의 법상태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바로잡았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이 점은 2005년 개정민법 부칙 제4조를 보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이 법 시행 전의 혼인에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법 시행 후에는 혼인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법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에 대해서 취해왔던 태도를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로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현행법에 의하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취소될 때까지는 유효한 혼인으로 인정되며, 혼인이 유지되는 한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효과는 형부와 처제간의 사실혼에 대해서도 그대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형부와 처제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서로 부양, 협조하여야 한다. 형부와 처제가 사실상 부부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다른 일반적인 사실혼과 마찬가지로 서로 부양의무가 인정된다면, 형부와 사실혼관계에 있던 처제가 배우자로서 유족연금의 수급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각종 연금관계법령에서 사실혼배우자가 법률혼배우자와 같이 취급되어 유족연금의 1순위 수급권자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사실혼 부부간에도 부양의무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6. 갑과 을이 사실혼관계에 들어간 1995년 당시의 민법에 의하면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무효사유에 해당하고,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사실혼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은 민법규정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에 관한 구관습법과 민법의 개정경과 등 관련법의 역사적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타당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2005년 개정민법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2005년 민법 시행 이후에는 1990년 민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이를 무효사유 있는 사실혼관계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설시한 부분은 위와 같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1-09-15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과 '제사용 재산'의 승계
Ⅰ. 사실관계 1. G(소외 피상속인, 원고·피고의 망부)는 1949년 이전 W1(소외 X의 모)와 혼인하여 1949년 X(원고, G와 W1 사이의 자)를 출산하였다. 그런데 G는 1961년경부터 약 44년간 장남인 X측과 절연한 채 W2(소외 피고 Y1, Y2, Y3의 생모)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X와 배다른 피고들을 출산하고, 그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어 생활하여 왔다. 2. G는 그 연장선상에서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하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들은 X에게는 G의 사망사실이나 장례절차에 관하여 알리지도 않은 채 G를 경기도 OO군 공원묘지에 매장·관리하여 왔다. 3. 이와 같이 G의 사망사실과 피고들이 G를 X 모르게 안장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X는 2005년경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비상식적인 처사를 항의하는 한편, 망 G에 대한 ‘제사주재자’는 X 자신이며, 따라서 망 G의 유체·유골은 X 자신이 승계권자이고, 망인(G)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 그 효력은 제사주재자를 무조건 구속하지 않으며, X 자신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Y1, Y2, Y3를 피고로 하여 ‘유체인도 등’의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 2007년 4월10일 승소판결을 받았다(2006나63268). 4. 이에 피고들은 상고하기에 이르렀고, 대법원은 2008년 11월20일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판결이유의 요지-상고기각 1.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 2.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 3 소정의 제사용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3.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어떤 경우에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제사제도가 관습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관습을 고려하되, 여기에서의 관습은 과거의 관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관습을 말하므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와 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관습을 고려할 것인 바,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장기간의 외국 거주, 생계가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궁핍,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선조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내지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판례공보, 2008. 12.15. 제312호). Ⅲ. 판례 연구 1. 머리말 1) 민법은 1990. 1.13. 분묘 등의 승계(민법 제1008조의 3)에 관하여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사주재자’는 누가 되는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2) 따라서 본 판례연구에서 논의하여야 할 점은 ①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 ② 망인의 유체·유골의 승계권자 ③ 망인(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하는 경우 그 효력 ④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의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2.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 1) ‘제사주재자’에 관한 학설·판례의 동향 가. 판례의 동향: (1) 판례는 구민법 제996조의 금양임야 및 묘토의 소유권 귀속에 관하여 종손인 ‘호주상속인’이 단독으로 그 소유권을 승계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3. 5.25. 92다50676, 동, 1995. 2.10. 94다39116). 그런데 1990년 민법개정에서 ‘호주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개정하였기 때문에(제1008조의 3) 제사주재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어 왔다. 그 후의 판례도 ‘제사주재자’는 ‘원칙적으로 종손’이라는 취지로 거의 동일하였다. 즉, 나. 제사주재자는 원칙적으로 종손이라는 판례: 대법원은 1997. 11.28.(96누18069) ‘제사주재자는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된다’고 판시한다(판례공보, 1998. 1.1. 제49호; 같은 취지: 대판, 2004. 1.16. 2001다79037; 판례공보, 2004. 3.1. 제197호). 다. 종손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판례: 대법원은 2004. 1.16.(2001다79037) ‘원고는 종손이지만 망 소외인(부)의 생존 시에도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선대의 제사 및 망 소외인의 부양을 소홀히 하여 피고들과 분쟁을 일으켜 왔으며, 막내아들인 피고 2가 망 소외인의 임종까지 그를 모시고 살다가 현재도 망 소외인의 영정을 보관하고 있는데 원고는 망 소외인의 사후 몇 달도 되지 않아 자신의 단독소유권을 주장하며, 이 사건 소(필자의 주=금양임야확인)를 제기한 “…” 행적에 비추어 볼때 원고가 종손이라 할지라도 판시 임야를 단독으로 승계하는 제사주재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다(판례공보, 2004. 3. 1. 제197호: 이 판례의 연구는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2007, 삼지원, p898~899 참조). 라. ‘제사주재자’는 종손이 아니고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해진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08. 2.28.(2005헌바7, 전원재판부) “제사용재산을 승계하는 제사주재자는 ‘호주’나 ‘종손’이 아니라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정해지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하여 종손 이외의 차남이나 여자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할 수도 있으며 다수의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제사를 주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판시한다(헌법재판소 판례집, 제20권 1집, 상, 2008, p221~228 참조). 마. 학설의 동향 : (1)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함은 원칙적으로 ‘호주승계인(이른바 종손)’을 가리킨다는 견해(소수설: 박병호, 가족법, 2002, p287)와 ‘사실상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는 견해(다수설: 김주수·김상용, 친족상속법, 2006, p581; 한봉희, 가족법, 2007, p402; 이희배, 친족상속법요해, 1995, p429 참조)로 대립하고 있다. (2)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하여는 제사주재자는 공동상속인 또는 친족의 협의에 의하여 정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공동승계로 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있다(김주수·김상용, 전계서, p581, 이희배, 전계서, p431 참조). 2) 제사주재자결정에 관한 새로운 법리 가.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하여 본 판결(다수의견)은 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 → ②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 → ③ 아들이 없는 경우 장녀가 된다고 판시한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본 판결의 소수의견)은 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 → ② 법원의 심리·판단으로 정하여야 한다(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는 견해 등이다. 나.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하여 정해야 한다는 본 판결이유는 타당하다. 그 이유는 첫째,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하여는 법률규정이 없고, 1997년 이후의 판례에서 인정되었던 ‘종손(즉 호주승계인)’ 우선의 관습 내지 관습법도 2005년 호주제도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그 후의 민법상의 호주제도의 폐지로 인하여 변경되었다고 본다. 둘째, 따라서 2008. 2.28.(2005헌바7) 헌법재판소에서는 ‘제사주재자’는 호주나 종손이 아니라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고 판시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1990년대 이후에 주창되어 온 전술한 학설(김주수 외 이희배)에도 부합될 뿐만 아니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사)존중이념 내지 사적자치원칙에도 부합된다. 다.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본 판결이유에 대하여는 후술하는 입법론이 있기는 하지만, 과도적·잠정적으로 일단 타당하다고 이해된다. 그 이유는 첫째,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따라서 호적제도가 가족관계등록제도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관습상 이른바 호주가 제사를 주재하고, 대개는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이른 바 과거의 호주승계인이 분묘 등의 소유권을 승계하는 경우가 아직은 보통일 것이다. 둘째, 위와 같은 국민의식이 거의 퇴조되었음이 의식조사연구 등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라류사건’ 제25조의 2(민법 제1008조의 3,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를 신설하면서 협의에 의하여 제사주재자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리·판단하여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본 판결이유에 나타난, ‘종법사상’의 잔영인 장남(장손자) → 차남 → 장녀의 순위로 제사주재자가 되는 법리는 헌법상 가족정책이념에 따라 종국적으로는 바꿔져야 하겠기 때문이다. 3. 망인의 유체·유골의 승계원리 1) 본건 판결에서는 사람의 유체·유골은 제사용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한다(다수의견). 이에 대해서는 유체의 귀속은 분묘의 귀속과 분리해 처리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이 있긴 하다. 그런데 민법은 분묘를 제사승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가 그 분묘를 설치하였느냐에 관계없이 제사주재자에게 속한다고 해석된다(대판, 1997. 9.5. 95다51182). 따라서 분묘의 본체인 유체·유골은 제사승계의 대상으로서 제사주재자에게 귀속된다는 이 판결이유는 타당하다. 2) 본건 판결에서는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수 없다고 판시한다(다수의견). 이에 대하여는 제사주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이 있다. 그리고 망인이 자신의 장례 기타 유체를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종국적인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따라서 유체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분묘를 파헤쳐 인도청구를 할수없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이 있다. 그런데 제사주재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는 허용될 수 없다고 이해되어, 이점에 관하여는 소수의견(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이 망자의 의사존중이념에 비추어 일리있다고 이해된다. 4.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의미 대법원의 2004. 1.16.(2001다79037) 전술한 선행판례에 비추어, 본 판결이유 중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의미에 관한 판결이유는 타당하다고 이해 된다. 다만 ‘장기간의 외국거주’ 외에도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한국국적을 상실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5. 맺는말-요약과 과제 1) 본 판결 이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2)민법제1008조의 3(금양임야·묘토의 제사주재자에의 승계규정)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2008. 2.28.(2005헌바7), 합헌판결을 하였다(헌재판집, 제20권1집, 상, 2008). 3) 남은 과제로서는 본 판결 내지 본 판례연구의 결과, 즉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인들 간의 ‘제사주재자의 결정’ 등에 관한 논의의 결과는 선조의 분묘관리와 제사주재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유추 적용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하겠다.
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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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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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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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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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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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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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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