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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평등의 원칙 관련 최근 대법원 판례와 포이즌 필의 도입 가능성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2건의 중요한 판결(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24986 판결, 이하 위 두 대법원 판결을 포괄해 “대상판결들”이라 함)을 선고했다. 대상판결들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해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도 있지만,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와 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포이즌 필(Poison Pill)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하급심 또는 대법원 판결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상판결들의 타당성을 떠나 대상판결이 판시한 주주평등의 원칙 예외의 판단기준을 보면, 조심스럽게 ‘포이즌 필(Poison Pill)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판례 변경 가. 주주평등의 원칙 주주평등의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는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 9937 판결 등).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1주 1의결권(상법 제369조 제1항), 이익배당청구권(상법 제464조), 잔여재산분배(상법 제538조) 등에서 이 원칙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정찬형, 상법(상) 제21판(2018), p.711]. 주주평등의 원칙은 강행규정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원칙을 위반한 약정이나 정관의 규정,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 대표이사의 업무집행 등은 법률상 무효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 판결 등). 나.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종전 법원 판결 대상판결들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나, 제주지방법원 2008. 6. 12. 선고 2007가합1636 판결은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는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2. 선고 2014가합578492 판결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오직 법률에 의해서만 인정되며 그 이외에 정관의 규정이나 주주총회의 결의로는 인정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1. 29. 선고 2005가단105918,2005가단105925(병합) 판결은 “상법에서 인정하는 예외의 경우 이외에는 (중략)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 때에는 회사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무효라고 볼 것이다.”라고 각 판시했다. 즉, 종전 법원은 상법 등 법률에서 규정한 경우가 아니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대상판결들은 종전 하급심 법원 판결과 달리,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즉, 대상판결은 법률의 근거가 없더라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판단기준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판단기준과 관련해, 대상판결들은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했는지 여부와 정도,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강행법규에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의 본질적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해 특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해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비롯해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그 밖에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3. 대상판결에 따라 포이즌 필을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가.포이즌 필의 의의와 우리나라의 포이즌 필 제도의 도입 시도 포이즌 필이란 적대적 M&A가 이루어지는 경우 인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포이즌 필은 기존주주들로 하여금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하게 함으로 해서 인수자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고 인수자의 인수비용을 증가시켜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박정국, 포이즌 필에 관한 소고 -신주인수선택권의 도입을 중심으로 -, 법학논고 제40집(2012. 10.)(이하 “박정국 논문”), p506].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포이즌 필을 도입해 적대적 M&A에 대한 강력한 방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IMF 당시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를 겪으며 포이즌 필 도입에 관 본격적으로 논의했다[최완진, 포이즌 필 도입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했다[최완진, 포이즌 필의 도입이 시급하다, KERI Column(2016-07-08)p.1-2]. 포이즌 필의 도입을 위해, 법무부는 2010. 3. 10. 국회에 상법 제3편 회사편 제4장 제4절의2(신주인수선택권)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반대하는 강한 반론이 있어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임재연, 회사법I, 개정5판(박영사, 2018), p.202]. 나. 포이즌 필의 필요성 포이즌 필을 찬성하는 견해는 (1) 현재 상법상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존재하지 아니해 방어회사가 불리한 입장이고, (2) 생산적 투자에 사용될 재원이 경영권 방어에 낭비될 수 있으며, (3) 경영자들의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박정국 논문 p526). 다. 포이즌 필 도입에 관한 최근 법원의 입장 2020. 11. 17.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는 "(포이즌 필 도입은) 적대적 M&A의 역기능 억제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 "적대적 M&A는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진 해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등 순기능도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2020년 11월 20일자 법률신문(대법원, ‘대주주 3%룰’ 상법 개정안에 “신중한 검토 필요”)>. 법원행정처가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라고 한 점에서, 법원행정처는 포이즌 필의 장점과 적대적 M&A의 순기능 등을 고려한 포이즌 필 도입에 찬성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라. 포이즌 필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는지 포이즌 필은 신주인수권을 적대적 M&A 대상회사 주주에게만 인정하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인수자에게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자본충실의 원칙에도 위반되므로 현행법 하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견해가 존재한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전 법원 판결과 같은 입장을 취할 시, 포이즌 필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은 종전 법원 판결과 달리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했는지 여부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포이즌 필의 종류도 다양하고, 포이즌 필의 발동 요건을 각 회사 정관마다 달리 정할 수도 있겠지만, (1) 회사가 포이즌 필의 도입에 관해 주주 전체의 의사를 확인하고, (2) 대다수의 주주들이 포이즌 필의 도입에 찬성하며, (3) 포이즌 필 도입이 대주주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의 적대적 M&A로부터 회사와 기존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 등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4) 대다수의 주주들이 해당 인수행위나 경영권자의 변경을 반대하고, (5) 정관에서 인정하는 주주들의 신주인수선택권이 인정하는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고 예외적이며, (6) 주주들이 신주인수선택권을 통해 매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합리적으로 제한되고 (7) 신주인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주들의 신주 인수가격이 시세보다는 낮되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정도이며, (8) 주주들이 신주인수선택권 행사를 하는 경우보다 포이즌 필을 도입하지 않을 시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비용이 과도해 회사에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고, (9) 신주인수선택권 부여를 하려고 할 시 이사회의 의결뿐만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받는 인수자의 동의 여부와 다른 주주들의 동의율을 확인해 인수자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얻는 등 주주와 회사의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정이 존재한다면 대상판결에 따라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투자계약
포이즌필
주주평등의원칙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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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
민사일반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상환금청구의소] -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 및 위반 시 위약벌 및 조기상환 청구의 유효성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회사(공동피고)는 투자자(원고)로부터 신주인수계약(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받으며, 투자자에게 회사가 투자자의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등 주요 경영사항이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를 받고 이를 위반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회사의 대표이사(이해관계인, 공동피고)는 회사의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했다. 그 후 회사는 2차례 걸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여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투자자에게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는 회사가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①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②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였다. II. 평석 1. 대법원 판례의 기본입장 대법원은 상법상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 즉 주주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보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우리 대법원은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하게 주주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피투자회사의 사전동의권 위반 시 투자자가 위약벌 및 조기상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것”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하였는데,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칙과 예외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 주주 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①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②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③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④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⑤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⑥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⑦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⑧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8가지를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다. 3. 본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한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하여 본 사안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① 대주주가 투자자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투자자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다른 주주들도 이의를 제기한 정황이 없으며, 오히려 투자자의 신주인수대금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 ② 투자자에게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감독 등 목적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나 불이익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 ⑤ 투자자의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과 위약벌 등 손해배상에 관한 청구권은 회사측에서 약정을 위반할 경우 발생되는 권리여서 투하자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원금 반환 등을 약정한 사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⑥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결의 판단 근거 등에 대한 의견 및 제언 회사와 이해관계인, 그리고 투자자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거의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유상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거의 동일한 내용과 형태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본 대법원 판결은 무엇보다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적으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이 너무나 일반적인 조항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과 같이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은 일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은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우 무효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계속하여 있어 왔다. 이에 본 대법원 판례에서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판단한 근거 중 몇 가지는 다른 신주인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향후 모든 신주인수 계약상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가 당연히 유효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의 경우, 실무적으로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이 사안과 같은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이면서 등기이사의 수가 3인 미만이어서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 이사회 결의사항이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에 투자자의 주식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양도받는 제3자는 해당 신주인수계약상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일반화시켜서 모든 신주인수계약에 적용시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대법원은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후적인 사법적 판단에 따른 통제에 불구하고 실무상 회사 및 이해관계인 또는 다른 주주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투자자의 권한행사를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강학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자자와 회사 간에 상호 합의에 따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내용과 방법이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간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차등 취급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여서 신주인수계약상 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위약벌, 조기상환의무, 손해배상의무 등) 역시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대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약벌 등이 과도할 경우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직권으로 감액하여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적절한 수준의 책임만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법적, 정책적 방향이 건강한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5. 결론 투자업계에서 체결되는 대부분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이 이번 사안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투자업계에서의 실무상 혼란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 즉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고, 구체적인 사안과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으니 앞으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투자계약
사전동의
위약벌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2023-08-16
민사일반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23747 판결 -
증권발행시장에서의 전문가책임
[사안의 개요] 1. XX이쿼티는 M&A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9년 11월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씨모텍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300억원에 매수하였다. XX이쿼티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였으나 자본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시하였다. XX이쿼티가 씨모텍의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 씨모텍은 바로 약 300억원을 유상증자하였고, 다시 유상증자를 계획하여 2011년 1월 약 286억원을 유상증자하였다. 2차 유상증자 직후 씨모텍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되었다. 그 과정에서 XX이쿼티의 실제 사주들이 1차 및 2차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 씨모텍의 자산에 대해 거액의 횡령, 배임행위를 하였음이 밝혀졌다. 씨모텍은 기업회생을 신청하였으나 결국 청산되었다. 2. 2차 유상증자 당시 D증권은 증권인수인으로서 증권신고서에 인수인 의견을 작성하였는데, 씨모텍의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경영불안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특히 XX이쿼티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하여 "전체 300억원에 대해서 30억원 자기자본과 270억원 외부차입금으로 조달하였음. 외부조달자금 270억원은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50억원에 대해서도 자본금으로 전환할 예정임"이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XX이쿼티는 외부차입금이 전혀 자본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융감독원은 D증권에 대하여 기업실사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차입금의 자본금 전환여부를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자의 보고만 믿고 인수인 의견란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기관주의 및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였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는 D증권에 대하여 과징금 4억여원을 부과하였다. [소송의 경과] 1.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가 손해를 본 186명은 2011년 10월 D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집단소송에 대한 법원 허가를 거쳐 본안판결이 2020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2021년 5월 분배절차가 종료되었다. 2. 법원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최대주주인 XX이쿼티의 자본금 전환 여부는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D증권이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것은 증권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D증권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집단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총원의 범위는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씨모텍 주식을 취득하여 매매거래정지일까지 계속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다. 손해액은 발행가액(2390원)과 청산금(약 6원)의 차액을 총원의 보유주식수에 곱한 145억원이며,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이유로 D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총 손해의 10%로 제한하였다. [평석] 1. 사안은 증권사기에 대하여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한 증권회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으로, 실제 위법행위자들의 책임재산이 부족하여 인수인인 증권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거의 10년의 소송 끝에, 법원은 인수인 증권사가 책임이 있다고 하였으나, 286억원 유상증자에 9000여명이 참여한 증권사기에 대하여 인정된 손해액수는 145억원에 불과하고 증권사는 그 중 10%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2. 이론적으로는 주식발행시장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공시되면 투자자들이 이를 읽고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하여 증권사기꾼이나 경제성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고 증권시장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기댄다. 재무정보에 대하여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공모주식의 가치와 위험에 대하여는 인수증권사의 의견을, 채무증권의 상환가능성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구조화증권의 구조는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서를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발행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여 증권사기꾼의 시장진입을 사전에 걸러낼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전문가의 활동비용을 증가시켜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게 된다. 대상판결이 D증권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책임액수를 손해의 10%로 한정한 것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손해배상액의 제한요소로 다음을 들었다. ① 손해의 상당 부분은 XX이쿼티 측의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 배임행위로 인한 것이다. ② D증권이 XX이쿼티 측의 횡령, 배임행위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다. D증권이 기업실사 과정에서 주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어도 손해 전부를 배상케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한다. ③ D증권은 증권인수업무의 대가로 수수료 약 4억8000만원을 받기로 했고 씨모텍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이 중 약 1억원만을 받았으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과태료 및 과징금을 냈다. 그런데 D증권의 인수인으로서의 문지기책임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은 증권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고 단순히 '인수인의 의견'에 잘못 기재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는 90%의 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다.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인수계약서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책임을 발행인에게 전가하는 면책약정(indemnification)을 두는데, 상대적 이익비율(발행인의 공모금액과 인수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의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기로 하거나, 인수증권사는 수수료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고 정하기도 한다. 미국 SEC와 법원은 이러한 면책약정은 문지기책임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다. 이 점에서 책임감경이유로 D증권의 수수료 수익을 언급한 것은 아쉽다. 또한 D증권의 잘못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감경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법원은 다양한 사건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소송이나 금융투자상품소송에서는 피해자에게 전혀 과실이 없는데도 또는 위반자의 행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약한 사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 원칙'의 논리로 투자 액수가 크거나 투자대상이 복잡할수록,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할수록 책임제한비율이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피고가 그러한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도록 원고들을 위법하게 유인한 행위자 아닌가? 자기책임 원칙은 투자자가 애초에 인수하려고 한 위험을 넘어서까지 손해배상을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인수한다고 인식한 위험의 범위에 대해 피고가 사기를 친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다. 또한, 증권의 유통구조상 다액의 피해에 불구하고 극히 일부 피해자들만 소를 제기하므로, 지나친 책임제한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위법행위를 해도 제한된 책임만 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지기 역할을 장려하려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5.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들에게는 과실이나 손해방지가 가능한 지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도 손해액의 90%를 부담시켰다. 고의의 위법행위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D증권에게 손해 전체를 배상하라는 것은 일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D증권이 부담하지 아니하는 손해는 위법행위자가 아니라 결국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결과에 비추어 볼 때, D증권의 입장이 아니라 전체의 맥락에서 형평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 마지막으로, 동일한 주식을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자는 자본시장법의 특칙과 집단소송을 이용할 수 없어 배상을 받는 데에 한계가 있다. 사안에서 집단소송의 총원을 2차 유상증자 참여자 중 거래정지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는데, 거래정지일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자는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주식에 대한 손해는 누가 구할 수 있는가? 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특칙을 발행시장 취득자에게 한정하므로(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판결 등) 전득자는 민법 제750조로 손해배상을 구해야 하는데, 유통시장 취득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믿고 거래한 것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추가 유상증자분이 상장되면 기존 주식과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므로, 추가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내용은 해당 종목의 시장가격에 완전히 반영된다. 부실기재 발각 전 부양된 주가에 주식을 취득한 자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투자자의 지위를 취득한 자로 볼 수도 있다. 전득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위법은 있는데 아무도 배상을 못받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자본시장법
집단소송
주가조작
씨모텍
증권거래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1-12-23
기업법무
민사일반
상사일반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판결 -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제3자 보호
[판결요지]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결의 등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서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를 제한한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다면 대내적으로는 무효이지만, 그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이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된다. [판례평석] 1. 사건의 개요 원고 주식회사 우진기전이 2012년 4월 소외회사에 금 30억원을 대여하였다. 대여 조건은 6개월 내에 원금 30억원에 배당금 30억원을 더한 60억원을 4회에 걸쳐 변제받기로 하는 것이다. 만일 변제기에 소외회사가 변제하지 못하면 소외회사의 사업권을 원고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피고 대우산업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원고회사에게 위 소비대차계약에 계약 당일 소외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대신 변제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회사 이사회규정에는 피고회사가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함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피고회사 대표이사는 위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는데 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소외회사가 변제기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원고회사가 위 확인서에 기하여 피고회사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원심 판결(서울고법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이 원고는 피고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선의 무중과실의 제3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상고이유로 피고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내세웠으나 이 평석에서 다룰 쟁점은 이 한 가지이다. 제3자인 원고회사에 선의에 더하여 무과실임을 요하는지 여부이다. 원고회사가 피고회사 대표자로부터 위 확인서를 받을 때에 이 보증행위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피고회사 대표이사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회사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고회사의 상고이유이다. 2.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가) 법정 주주총회 결의사항 상법상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영업 전부의 임대,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의 체결 등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상법 제374조 제1항).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집행하였으면 그 집행은 회사 내에서는 물론 회사 외에서도 당연 무효이다. 제3자가 선의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6143 판결, 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 제5판 박영사, 2021. 3. 398면). 나) 법정 이사회 결의사항 상법상 회사의 중요자산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자산의 차입 등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상법 제393조 제1항,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동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가)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하지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회사의 내부적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다) 정관이나 이사회결의에 의한 제한 회사는 위 1, 2에 정한 사항에 더하여 중요사항에 관하여 정관에 정하거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한국상사법학회 편, 법문사, 2019. 507면, 김건식 등 전게 회사법 제5판 398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이사회에 귀속되어 있고,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나)와 마찬가지로 무효이지만, 그 무효임을 여전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 3. 선의의 제3자 보호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은 회사의 내부적 절차이다.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가 내부적 절차를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 신뢰하기 마련이다. 회사 내부에서 발생할 위험을 상대방인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는 위 2. 대표권 제한 중 나)와 다)의 경우를 나누어 달리 정할 것도 아니다. 이 평석의 대상판결인 전원합의체판결 이전까지 대법원은 거래의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563 판결 등). 그러다가 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하던 이제까지의 견해를 선의와 아울러 무중과실임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경과실의 제3자는 보호받게 되는 것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원고는 선의이고 무중과실의 제3자라고 인정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회사와 거래(이를 '자기거래'라 칭함)할 수 있다(상법 제398조).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거래를 한 경우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무효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이며 무중과실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대법원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전게 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 736면). 대법원이 이사의 자기거래에 대하여 일찍부터 이런 견해를 취하였다.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의 경우에도 이번 전원합의체판결로 궤를 같이하게 되었다. 두 경우에 달리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인 상법 제209조 제2항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이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되고 있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이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를 한 경우에 대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을 요하는지 아니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다룬 문헌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사원에 대한 신뢰에 비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한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 무과실 또는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여부에 무관하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 무중과실이면 보호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에 찬성의 뜻을 표한다. 4. 반대의견과 보충의견 이 전원합의체판결은 대법관 13인 중 9인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대법관 4인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그리고 찬성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이 보충의견을 내었다. 반대의견은 우선 다수의견에 대하여 거래의 안전 보호만을 위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강학적인 의미에서 '무과실'을 '무중과실'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 외에 재판실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 원고회사가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당시 피고회사 내부의 필요절차를 거친 여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도록 원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수의견은 거래의 안전과 다른 보호가치 사이에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다수의견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제3자 보호의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이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회사와 제3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거래행위가 무효로 될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는 자는 회사이다. 그러한 위험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무과실
중대한과실
회사
상법제393조
선의
이사회
대표이사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2021-06-14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
주식회사의 기부행위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Ⅰ. 서론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기부행위를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는 강원랜드가 그 1.25% 지분을 보유한 태백시가 출자·운영하는 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15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다투어졌다. Ⅱ.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강원랜드이다. 이 사건 피고 B는 이 사건 기부결의를 한 이사회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고 피고 C는 상임이사였다. 당시 피고 D·G는 원고의 비상임이사로, 피고 E·F·H ·I·J 는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지명한 원고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태백시가 지명한 사외이사인 피고 J는 2012월 3월 29일 개최된 원고의 제109차 이사회에 원고가 태백시에게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이하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해당 이사회에서는 업무상 배임의 우려로 결의가 보류되었다. 피고 J는 2012년 6월 27일 개최된 원고의 제110차 이사회에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결의는 재차 보류되었다. 2012년 7월 12일 개최된 원고의 제111차 이사회에서 피고 J는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고 다음과 같이 가결되었다. 당시 재적이사 15명 가운데 12명이 출석하였는데 출석이사 중 피고 D·E·F·G·H·I·J가 이 사건 기부안에 찬성하였고 피고 B·C는 기권하였으며 다른 세 명의 이사들은 반대하였다. 즉, 이 사건 기부안에 대하여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태백시에 합계 150억원을 기부하였고 위 기부금은 오투리조트의 운용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오투리조트는 2014년 8월 2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2014회합100057). 원고는 이 사건 기부가 법령 또는 정관 위반 또는 이사의 임무해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에게 발생한 150억원의 손해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과 원심 1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37507 판결).첫째, 태백시가 원고의 주요주주기 때문에 이 사건 기부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을 간과하고 이 사건 기부를 실행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법령·정관 위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이 사건 기부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결의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2046254 판결). 첫째, 원고의 1.25% 주식을 보유하고 비상임이사 1인의 지명권을 보유하는 태백시는 상법 제398조상의 자기거래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8조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피고들과 기권한 피고들은 모두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나.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는 (ⅰ)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의 기부행위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ⅱ) 기권한 이사들인 피고 B·C 또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번째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기권한 피고 B·C의 책임에 관해서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권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피고 B·C는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찬성 이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Ⅲ. 회사의 기부행위와 이사의 임무해태 1. 기부행위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상판결은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추어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②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③ 기부행위를 통하여 회사의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④ 기부금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 내의 금액인지 ⑤ 기부행위로 달성하려는 공익을 회사의 이익과 비교할 때 기부금액 상당의 비용지출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⑥ 기부행위에 대한 의사결정 당시 충분한 고려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기부행위는 그 액수 자체로는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부행위가 원고의 이익 및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이사들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원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기부안을 상정한 원고의 이사회를 두 차례나 연기하고 법무법인들로부터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원고의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률의견서를 징구하였다. 즉 이사들이 단순히 시간을 들여 사안에 관한 검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경우에는 결의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상판결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2. 기부행위와 충실의무 위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를 이사와 회사간의 이익충돌의 문제, 즉 충실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고 J가 이 사건 기부안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기를 지명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서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이익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익충돌이 문제되는 기부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사의 이익충돌이 문제된 기부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Kahn v. Sullivan 판결(Kahn v. Sullivan, 594 A.2d (Del. 1991))이 선고된 데 대해서 학계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Ⅳ. 기부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들의 책임 대상판결에서는 기권한 이사 피고 B·C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진다는 제399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조문으로서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이사에게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기권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다 하였다는 취지이다. 기권한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추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기권한 이사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의안에 반대표결을 해야만 제393조 제3항에 따른 이의를 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동의할 수 있다. 단 대상판결처럼 해석할 경우 출석하여 기권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이행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감시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주장과 입증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고 현행 상법 조문 하에서는 출석하여 기권한 이사를 찬성한 이사와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판례에서는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였는지라는 쟁점과 해당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하였는지라는 쟁점을 별개로 다룬다. 즉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라고 하더라도 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사안에서 피고 B·C는 상시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면서 이 사건 기부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제지할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기대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한 심사 없이 제399조 제3항을 근거로 면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기부행위
상법
이사회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2021-03-08
민사일반
- 대법원 2020. 10. 20.자 2020마6195 결정 -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생절차
1. 사안의 개요 피신청인 주식회사의 주주인 신청인(선정당사자)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사록 등과 그 밖의 회계장부·서류에 대해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고(상법 제396조, 제448조) 나머지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해서는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계속 중 피신청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항고심은 피신청인 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세한 재산상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을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신청인이 이 조사보고서를 열람함으로써 신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추가하면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요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3. 검토 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주주의 회사에 대한 자료 확보 수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에 대해 재무상태표 등 회계장부 및 서류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주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 먼저 주주는 회생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회생회사에 대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주주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비율 요건이 따로 없다. 다만 열람 대상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 등에 한정되고 법원이 채무자의 사업유지 또는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현저한 손해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한을 받는다. 2) 다음으로 회생절차에서 구성되는 채권자협의회로부터 주주가 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가능할까? 이 방안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법 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법원·관리인으로부터 주요 서류 등을 제공받고 채권자협의회에 속하지 않는 채권자도 자신의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에 사본의 제공을 청구함으로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41조). 하지만 주주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법률, 규칙 규정으로는 주주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파산법[11 U.S.C. §1102(a)(2)]은 채권자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의해 별도의 주주위원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입법론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3)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상결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해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결정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법상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로 배제되거나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 있어서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인데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은 이른바 공익권인 소수주주권 중의 하나로서 회생절차에 의해서 그 행사가 제한되는 회생채권이 아니므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소수주주권 행사로 열람할 수 있는 서류가 법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회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에 소수주주가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장부·서류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에도 회계장부 등이 반드시 첨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결정에 따르면 소수주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자료 확보 면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고 오히려 회생채권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성상 채권자가 제공받는 정보가 주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보제공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실무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권리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이 회복되므로 소수주주권에 따른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서의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 판단인데 대상결정은 인가 전 폐지의 경우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회생절차 실무상 기존 주식이 100% 감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분을 약간이라도 남기는 형태로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 회생절차가 인가 전에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남는다. 다만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주식 보유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52037 판결 참조) 감자로 인해 발행주식 총수 100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주주의 신청은 각하될 것이다(대법원 2020. 9. 25.자 2020마5509 결정 참조). 셋째,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있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가 회생회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회생절차에서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제한이 있음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 및 수계의 관점에 바라 본 대상결정의 의미 한편 대상결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이라는 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피신청인 회사는 항고심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은 채무자 그대로인가 아니면 채무자의 관리인으로 수계시켜야 하는가? 이 사건 항고심에서는 피신청인 회사 관리인으로 수계가 이뤄졌고 그 후 적법한 수계를 전제로 판단이 이뤄졌다. 필자는 관리인으로의 수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법 제49조 제1항) 중단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런데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권한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여전히 채무자에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의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주주가 제기한 주주지위의 확인의 소 등 역시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중단되는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는 어떠한가? 일견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56조 제1항) 회계장부 등의 관리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관계와 관련성이 작지 않은 점, 현실적으로도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을 관리하고 있는 점, 관리인은 공적수탁자로서 열람·등사의 허용 여부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주주의 권리행사이기는 해도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이라는 범주에 넣어 채무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기 보다는 관리인이 수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타당해 보인다. 기존경영자 관리인(DIP)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이 쟁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4. 결론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등으로 영향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결정은 이렇게 미약한 지위의 회생회사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는바 주주위원회와 같은 회생절차 내 기관이 없는 우리 회생절차를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다만 부당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로 인해 채무자의 회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실무에서는 열람·등사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처분에서 관리인으로의 수계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으로 향후 회생절차로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주주
회생정차
회계장부
상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2021-02-22
기업법무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16191 판결 -
이사의 충실의무와 회사기회유용금지
I. 사실관계 甲은 스포츠용품 수출입업을 운영하는 A회사에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이사 또는 대표이사를 지냈다. 甲은 A회사에 속해 있던 기간 중인 1987년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1990년까지 대표이사로 지냈다. 甲은 최소 1987~1990년에는 두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그런데 甲이 신설한 B회사는 종전까지 A회사가 운영하던 골프용품 수입업에 손을 댔다. A회사가 외국 골프용품 제조사와 체결한 독점 판매 계약이 끝나는 기간에 B회사는 해당 제조사에 접근했던 것이다. A회사가 종전까지 10년간 독점 판매했던 골프용품의 국내 판매권은 전적으로 B회사에 귀속됐다. 이 여파로 A회사는 결국 경영난을 겪다가 해산됐다. 甲은 B회사의 지분을 해외 유명 스포츠브랜드에 200억원 이상을 받고 팔았다. 이에 A회사의 주주가 甲을 상대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II. 판결요지 원심은 甲 측(甲은 소송 진행 도중 사망해 그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이 A회사 주주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B회사가 침해한 A회사의 '영업권' 가치가 손해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원심 재판부는 "A회사가 외국 제조사 제품의 수입, 판매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골프용품 사업부문 영업권'에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B회사가 매각한 골프용품 사업부문의 영업권은 B회사가 그간 형성한 자본을 재투자하고 고유의 노력을 기울여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甲 측이 A회사 주주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에 '영업권'가치를 배제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甲이 A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B회사로 하여금 그 사업을 영위하게 한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회사 이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며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해 얻은 영업권 상당의 이익에는 B회사가 직접 형성한 가치 외에 A회사가 상실한 독점판매 계약권의 가치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으로서는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문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받은 양도대금 중 A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수년간 직접 사업을 영위하면서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A회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를 A회사의 손해로 인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II. 평석 1. 경업금지의무 위반 경업금지에 관하여 상법 제397조 제1항에 의하면,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①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②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 강학상 ①은 경업금지, ②는 겸직금지라고 부른다. A회사의 대표이사 甲은 문제되는 기간 중 2003년 4월 11일 이후에는 경쟁업체인 B회사의 이사로 재직하지 않았으므로 ②의 겸직금지의 적용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사는 경업대상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그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경우에도 자신이 속한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신세계 주주대표소송)를 확인하면서 상법 제397조 제1항 위반으로 보았다. ①의 경업금지 위반으로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회사기회유용금지 회사기회유용과 관련하여 위 행위 당시에는 2011년 개정 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로 회사기회 유용금지의무가 도출되는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사는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가 있으면 이를 회사에 제공하여 회사로 하여금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회사의 승인 없이 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다57869 판결)를 확인하면서 이를 긍정하였다. 결국 甲이 "1999년경부터 2005년 말경까지 상법 제397조 제1항이 규정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고, 2006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일본 던롭 제품의 독점 수입, 판매업이라는 A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함으로써 A회사 이사로서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한다"고 보았다. 2005년 말을 기준으로 한 것은 그 시점에 A회사와 일본 던롭사간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기 때문이고, 2011년경을 기준으로 한 것은 2011년 2월경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고, 같은 해 8월 A회사가 해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개입권(상법 제397조 제2항) 대신 일반적인 손해배상을 주장하였다. 또한 2011년 상법 개정 이전 사안이므로 회사기회유용금지 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손해추정 조항(현행 상법 제397조의2 제2항)도 적용되지 않았다. 쟁점이 된 것은 ① 일실 영업수익의 범위와 ② 영업권의 가치였다. 먼저 ① 일실 영업수익 계산방식은 경업금지 위반 및 회사기회유용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원심은 A회사의 매출액 감소분은 B회사의 매출액 상당액이라 할 것이므로, 여기에 A회사 고유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甲의 임무위배행위 이전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을 곱하여 산정하였다. 실제로는 손해분담의 공평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한편 ② 영업권 상당 손해액은 회사기회 유용에 관하여만 문제되었다. 원심은 A회사가 2011년 8월 4일 해산함으로써 그 이후 영업을 통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 B회사가 2011년 2월 제3자에 골프용품 사업부분을 매각하고 수령한 대금 중 영업권 상당액은 실제 B회사의 고유 노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영업권 중 B회사가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A회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A회사의 손해를 인정했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4. 손해배상액 산정 2심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구간을 나누지 않고 'A회사의 매출액 감소분 × A회사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의 산식에 따라 A회사의 일실손해액을 산정하였다. 이 방식은 비교적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2심 법원은 상법 제397조의2 제2항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이러한 2심 법원의 입장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상법 제397조의2가 신설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은 맞지만, 2011년 개정 상법 부칙 제3조에 의하면 동 규정은 시행 전에 발생한 사항에도 개정상법규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이 사건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상법 제397조의2를 직접 근거로 하는 손해배상사건이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상법 제399조에 근거하여 이사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는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형식적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의 입법취지를 생각해 볼 때, 회사기회유용이라는 충실의무 위반사건에서 상법 제399조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과 상법 제397조의2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을 구분하여 다른 증명책임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만일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을 적용했다면, 회사기회 유용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구간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이사 甲 이나 제3자(B회사)가 얻은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면 된다. 만일 상법 제397조의2가 온전히 적용되었다면 대법원이 원심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결정한 골프용품 사업부분 매각 대금 중 영업권의 상당액을 추정의 법리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IV. 결언 본 판례와 관련하여 회사기회유용금지 제도의 올바른 운영방안을 정립하기 위하여는 현행 상법규정을 다음과 같이 개정·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① 현행 상법은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의 적용대상을 이사와 집행임원으로만 한정하고 있으나 회사기회유용은 지배주주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을 고려하여 지배주주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② 우리나라 상법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인정되는 피소된 경영자의 항변사유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법해석상 회사가 법적·재정적·구조적 능력 등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에는 경영자의 항변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③ 회사기회유용금지 위반이 있는 경우 실질적인 구제를 위해서는 위반의 효과로서 경업금지 위반의 경우처럼 개입권을 도입·인정할 필요가 있다. 최완진 명예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경업금지의무
영업권
회사기회유용
최완진 명예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9-10-1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한 경우 사채상환 손실의 손금산입 여부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두46239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9월 26일 및 2007년 3월 30일 전환가액을 ‘1주당 13만 원’, 전환청구기간을 ‘사채발행일에서 35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채의 상환일 전날까지’로 정하여 2, 3차 외화표시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일본법인 A홀딩스(이하 ’소외 회사’)가 이를 모두 인수하였다. 원고는 2008년 8월 29일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을 거친 후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당시 기준환율에 따른 188억2900만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원고의 주식 14만4838주(1주당 액면가액 5000원, 1주당 발행가액 13만원)를 교부받기로 하는 현물출자 계약(이하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08년 9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가를 받고, 2008년 9월 23일 증자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부채로 계상된 전환사채가 소멸하고 자본항목인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 188억2900만원과 장부가액 135억2600만2338원(= 액면가액 152억3040만원 - 전환권조정잔액 9억3427만7983원 - 사채할인발행차금 7억7011만9679원)의 차액인 53억299만7662원(이하 ’쟁점 금원’)을 2008 사업연도 법인세와 관련된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경정청구하였다.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쟁점 금원을 손금산입하고, 2010년 8월 10일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13억원 및 환급가산금 약 4860만원의 지급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11년 6월경 쟁점 금원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하여 법인세를 환급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피고에게 환급결정된 법인세를 징수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1년 7월 1일 원고에게 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및 환급가산금을 다시 부과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가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전환사채의 전환과 같이 회계처리를 한 점, 당초 전환조건에서 정한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산정하였고 전환권의 행사시기만 앞당겼을 뿐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그 실질이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와 동일하여 세무조정을 통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상 알 수 있는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법령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쟁점 금원은 전부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4. 평석 가. 관련규정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5항은 ‘내국법인이 상환받거나 상환하는 외환채권·채무의 원화금액과 원화기장액의 차익 또는 차손은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이를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2조 제1항 제3호는 ‘현물출자에 의하여 취득한 자산은 장부에 계상한 출자가액 또는 승계가액’을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실질과세원칙의 취지 및 적용요건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이 규정한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다. 이 사건 전환사채를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한 경우 전환권행사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전환사채는 외화표시 전환사채로서 원/엔 환율변동에 따라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될 주식 수나 전환사채의 원화상환액이 변동되는 특징이 있는데, 전환사채 발행 당시 환율은 약 800원 정도였지만 현물출자 당시 약 990원에 달했다. 현물출자는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로서 전환사채도 그 목적물이 될 수 있어, 원고와 소외 회사로서는 아직 전환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원고에게 현물출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특수관계 없는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체결된 것으로서, 특히 원고로서는 당시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향후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전환사채를 조기에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고, 그 가액 등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는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 이 사건 전환사채에 앞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발행한 1차 외화표시 전환사채는 현금으로 조기 상환되는 등 전환권 행사없이 변제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 역시 당시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에서 정한 주식의 발행가액이 당초 전환가액과 동일하다거나 원고가 현물출자 당시 회계처리를 제대로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시기만을 앞당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액을 전부 손금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 현물출자 방식의 채무의 출자전환은 주식의 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자본거래이나 기존채무가 상환된다는 측면에서 손익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법인세법 기본통칙 19-19… 38 제2항은 매입소각할 목적으로 자기사채를 취득하는 경우 발행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사채할인발행차금 미상각액 포함)은 취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71조 제3항은 사채할인발행차금은 손금항목에 해당된다.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음으로써 위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이상 위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취득가액)과 장부가액(발행가액)의 차액인 쟁점 금원은 전부가 순자산 감소액으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쟁점 금원(53억299만7662원) 중 이미 세무조정을 통해 손금산입이 이루어진 전환권조정잔액(9억3427만7983원)을 제외한 나머지 43억6871만9679원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엔 환율상승으로 소멸한 부채에 비해 더 많은 자본이 증가하여 원고의 순자산은 그 차액 상당액이 감소함으로써 사채상환손실이 발생하였다. 즉, 위 43억6871만9679원은 발행일과 현물출자일의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35억9860만원), 사채할인발행차금(7억7011만9679원)이고, 이는 모두 손금항목으로서 회계상 이를 손금으로 인식하였는지에 상관없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환율상승에 따른 손해방지를 위해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 받은 경우 그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에 비추어 이를 전환권 행사가 아니라 현물출자로 인정함으로써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쉽게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또한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받은 경우 사채상환손실은 손금인정이 가능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환사채
법인세
현물출자
손금산입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1-19
형사일반
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 해당 여부 판단에 관한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 :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562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A씨 ‘ㄱ’공종중의 사무총장으로서 종중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A씨의 적통’이라는 제목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하 ‘이 사건 책자’라고 한다)을 출간하여 안내문과 함께 A씨 각종 계파 회장, 임원들에게 배포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책자와 안내문에는 “’ㄴ’공 공소외 1이 ‘ㄷ’공 공소외 2의 맏형 또는 공소외 3의 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거나 “’ㄴ’공이 실존인물이라고 볼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그 후손들이 실존성을 조작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검사는 “’ㄴ’공 공소외 1은 ‘ㄹ’공 공소외 4의 적장손이자 ‘ㄷ’공 공소외 2의 맏형이고, 그러한 사실은 종원지위부존재확인 사건에 관한 민사판결에서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A씨 ‘ㄱ’공파대정회 종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로 기소하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이때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겉으로 보기에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글의 집필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문제된 부분이 실제로는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고, 다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어떠한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견해나 그 근거를 비판하면서 사용한 표현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입장에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관계 등에 대하여 민사판결을 통하여 어떠한 사실인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그와 반대되는 사실의 주장이나 견해의 개진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죄 등에서의 ‘허위 사실의 적시’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책자에 기재한 위와 같은 표현들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기준 법률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약속’이고, 사회구성원들은 그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받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포함한 여러 법적 제재를 받는다.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약속’, 즉 ‘법률’의 준수를 요구하기에 앞서 구성원들이 그 약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쉽고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약속이 ‘법률’이라는 ‘문언’의 형태로 정리되어 있고 구성원들은 그 문언을 통해 약속의 내용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그 문언의 의미가 분명해야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법률해석은 1차적으로 ‘문언’의 의미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법률해석은, ① 구체적인 사안에서 일반인 누구라도 어떠한 행위가 법률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② 주관적 판단요소의 개입 여지를 최대한 배제하여 개별 사안들에 대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 제2항)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①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②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③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것을,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④ 사람을 비방할 목적과 ⑤ 위 객관적 구성요건 요소들에 대한 인식과 의사, 즉 ‘고의’를 요한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책자에 나타난 표현이 ‘②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하고 있는데, 위 요건은 ‘그 표현이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것일 것’과 ‘그 표현에 나타난 사실관계의 내용이 허위일 것’이라는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그중 전자 ‘그 표현이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것’(이하에서는 이를 ‘사실의 적시’로 통칭하겠다)인지 여부를 판단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 ‘사실의 적시’의 해석 ‘사실(事實)’이라고 함은 사전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허위)사실을 적시”한다고 함은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에 관해 표현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사실의 적시’라는 구성요건 요소에 대한 해석은 위와 같은 문언적 의미에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라. 대상판결의 해석에 관한 검토 대상판결은 “어떠한 표현이 겉으로 보기에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의견 표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본적인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것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것’인지 여부 이외에 ‘글의 집필 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이라는 추가 요소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추가 고려 요소는 법관으로 하여금 주관적이고 가치평가적인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은 특정 표현이 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또 위와 같은 해석은 주관적 요소를 개입시켜 개별 사안에 관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기재된 표현은 “’ㄴ’공 공소외 1이 ‘ㄷ’공 공소외 2의 맏형 또는 공소외 3의 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거나 “’ㄴ’공이 실존인물이라고 볼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그 후손들이 실존성을 조작하였다”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그 표현자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아닌 과거에 있었던 일에 관한 표현으로,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 특히, “’ㄴ’공이 실존인물이라고 볼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그 후손들이 실존성을 조작하였다”는 표현은, 특정한 과거 인물의 실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벗어나 그 후손들의 증거 조작 행위에 관한 것으로서, 의견 표명의 범위를 벗어나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증거 조작 행위의 주체로 주목된 종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이미 확정된 민사판결에 반하는 사실관계를 사실인 것처럼 표현한 것인바, 피고인이 얼마나 충분한 근거와 합리적인 논리에 따랐는지를 따지지 않고, 의견 표명의 일환이라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마. 표현의 자유 보장과 명예훼손죄 구성요건 해석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근본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또한 다른 사람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대상판결의 취지는 명예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들의 다른 구성요건적 요소들에 의해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예로 들면, 이 사건 책자에 나타난 표현들 중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들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① 그것이 허위가 아니라거나 ② 피고인이 그것이 허위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여 ‘고의’가 없었다거나 ③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소명함으로써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로의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07조 제1항에 규정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는 해당할 수 있겠으나, 해당 종중 공동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근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나 이를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한 법해석을 한 것으로, 명예훼손 행위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적 요소 해석에 관한 합리적인 논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명예훼손
재판
사실의적시
공일규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하늘)
2018-05-21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特別代理人과 흠이 補完된 代表者와의 관계
1. 사건의 개요 원고회사에는 甲, 乙 두 대표이사가 선임되어 있었다.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개인 乙과 회사의 감사인 개인 丙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 거기에 감사까지 상대로 하는 이 소송을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수행할 수는 없다(상법 제394조). 그래서 甲은 法院에 민사소송법 제64조, 제62조에 의거 특별대리인선임신청을 하였고, 法院이 그 신청을 받아드려 A를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하였다. A가 회사를 대표하여 이 소송을 수행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乙이 파산선고를 받았다. 그로 말미암아 乙은 회사의 이사 및 대표이사직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그 뒤 회사 주주총회가 甲 1인만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였다. 이로써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송의 제1심 法院이 원고패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자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위 판결에 항소를 제기하였다. 당시 A에 대한 法院의 해임결정은 아직 나오지 아니하였다. 항소심은 그 해임결정이 나오기까지는 A만이 회사를 대표하여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회사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이에 회사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흠이 보완된 甲도 회사를 대표하여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특별대리인선임행위의 성질 法人에게는 自律權이 부여되어 있다. 한편 법률은 法院에게 法人에 대한 監督權을 부여함과 아울러 後見機能을 맡기고 있다. 法院의 法人에 대한 특별대리인선임행위는 法人이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때에, 法人이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法院이 내리는 후견기능의 행사이고, 暫定的 處分이다. 法人이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法院의 특별대리인해임결정 전이라도 法人으로 하여금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하여야 한다. 法人이 正常化되면 후견기능으로서의 暫定的 處分보다 法人의 자율권을 앞세워야 하는 것이다. 法院의 해임결정은 사후 처리에 불과하다. A에 대한 法院의 해임결정 전이라도 甲이 회사를 대표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시한 것은 특별대리인선임행위의 성질에 맞는 판시이다. 타당하다. 3. 類似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엇갈린 판시 대상판결 이전에 대법원이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서 엇갈린 판시를 내놓았다.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 사례1; 대법원 1997.1.21. 선고 96누3401 판결 의료법인의 이사에 관한 사건이다. 주무관청이 이사 중 몇 명(F)의 이사취임승인을 취소하였다(이 취소처분을 제1처분이라 함). 남아있는 이사(G)의 신청을 받아 법원이 결원의 보충을 위하여 임시이사(H)를 선임하였다. F가 주무관청을 상대로 제1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행정법원이 제1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주무관청이 제1처분을 취소하였다(이 취소처분을 제2처분이라 함). 이에 불구하고 G와 H가 이사회를 열어 이사·감사를 선임하고 주무관청에 그 승인신청을 하였다. 주무관청이 승인을 거부하자 G 등이 그 거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원판결은 제2처분으로 제1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법원의 임시이사 H의 선임행위가 무효로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H의 임시이사의 지위도 소멸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G 등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G 등이 상고하자, 대법원이 G와 H가 참가하여 결의한 이사회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제2처분으로 제1처분이 취소됨에 따라 F가 이사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고, H는 법원의 임시이사선임결정취소 전이라도 그 지위를 잃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요지이다. ※ 사례2; 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920 판결 주식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벌어져 法院이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K의 의결권행사금지강제조정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것과 같것이다. 이에 불구하고 K가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그 의결권행사로 이루어진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그 가처분사건의 본안사건에서 K가 그 주식의 소유권자임이 확정판결로 밝혀졌다. 본안에서 가처분신청인에게 被保全權利가 없다고 밝혀진 것이다. 가처분결정은 臨時的 地位를 정하는 것이요, 그 효력은 暫定的이다. 그렇다면 法院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결정에 불구하고 K가 행한 의결권행사의 효력을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가처분결정에 위반하였다는 사유만으로 K의 행위를 무효화하여서는 안 되고, 그의 행위가 가처분결정 신청인의 피보전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 한하여만 무효화하면 되는 것이다. 원판결이 그렇게 판시하였고 대법원이 원판결을 지지하였다. 그 결과 K의 참가로 이루어진 주주총회결의는 유효한 것으로 확정되었다. ※ 사례3; 대법원 2010.2.11. 선고 2009다70395 판결 法人의 대표권에 관한 분쟁 중 法院이 현 대표자인 P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 Q를 선임하는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그 뒤 P의 後任者로 R이 선임되어 R이 法人의 대표자로서 법률행위를 하였다. 그 법률행위란 위 가처분의 본안사건에서 피고인 法人의 대표자로서 원고의 청구를 認諾한 것이다. 당시 法院이 Q의 선임결정을 취소하지 아니한 상태이었다. 이에 P가 法人의 보조참가인으로 準再審을 청구하였다. R의 법률행위의 효력이 쟁점이다. 원판결은 R의 법률행위가 유효하다고 판시하면서 P의 준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R의 선임행위가 적법한 여부에 불구하고 法院이 Q의 선임결정을 취소하기까지는 Q만이 法人을 대표할 수 있지, R은 法人을 대표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에는 법리의 오해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P의 후임자로 R이 적법하게 선임되었더라도 R은 法人을 대표할 권한을 가지지 아니하고, 따라서 R이 法人을 대표하여 행한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렇게 지적하였으나 대표자이던 P의 임기가 이미 끝나, 이제 P는 준재심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준재심청구를 기각한 원판결을 파기하지는 아니하였다. 4. 結語 사례1·2 판결의 취지는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된다. 사례3 판결의 지적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되지 아니한다. 사례2에 있어서도 R이 적법하게 선임되었다면, Q에 대한 法院의 선임결정 취소 전이라도 R이 法人의 대표자로서 직무집행권을 가진다고 판시하였어야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된다. 필자가 지난 해 사례3 판결에 대하여 반대 취지의 평석을 발표한 바 있다(법률신문 2010. 7. 22. 자). 法人이 正常化되었으면 法人의 자율권을 존중하여야 하는데, 위 지적은 法人의 자율권보다 法院의 권위를 앞세웠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앞으로 사례3 판결의 취지도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되도록 대법원이 변경하기를 바란다.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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