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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형사일반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에 관하여
-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 1. 사실관계 청구인(변호인)은 2016년 4월 경 피청구인(수사기관)으로부터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 참여없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여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검찰청 수사과 2호실에 도착하였다. 청구인이 피의자 옆에 앉으려고 하자 피청구인은 내부 운영 지침에 따라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청구인이 항의한 후 피청구인이 요구한 위치보다는 피의자와 좀 더 가까운 곳에 앉아서 피의자를 조력하였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요구에 따라 피의자의 오른쪽 뒤에 위치하여 피의자신문에 임하였고, 당시 다른 수사관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별지 1호 서식인 변호인 참여신청서 작성을 요구하여 이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청구인은 피의자신문이 끝난 뒤 피청구인에게 피의자와 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자 하였으나 수사관은 정식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제출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며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변호인인 청구인은 후방착석 요구행위, 참여신청서 요구행위, 접견불허행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제5조 제1항이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점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신설되었으나,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사유를 ‘정당한 사유’라고 규정하여 제한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입법론적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던 중 2017년 11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검찰수사관이 피의자신문 단계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는 변호인의 기본권인 변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판시를 하였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다수의견을 통해 변호인이 피의자신문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구할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 따라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평가하고, 현행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3. 판결 요지 및 평석 법정의견은 후방착석행위 요구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강제수단의 발동이 가능한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퇴실을 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로 인정하였다. 이는 대법원의 2008. 9. 12. 선고 2008모793 결정에서 보듯이 변호인의 착석위치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변호인 퇴실을 명한 경우도 있었음을 고려한 판단이다. 피의자신문 전 수사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피의자를 위해 변호하려는 변호인과 피의자 보다 정보적으로 또는 수사 기술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의 상호작용에 의해 수사기관과 변호인의 지위 역시 대등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후방착석행위와 같은 내부지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변호인들이 이를 불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부득이 따르고 있었다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의 위치 지정에 관해 법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있더라도 시정요구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결정에 대해서 환영 성명을 내면서 '헌재 결정은 수사편의만 생각하는 수사기관의 부당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한편 후방착석 요구행위가 단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변호인의 변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규정을 정비하고 전근대적인 수사관행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변론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에 대한 제한이 있어 왔음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의 법정대리인과 같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집중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서 변호인의 변호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최근 형사사건 수임 과정에서 피의자 접견을 신청한 ‘예비변호인’에게 검찰과 구치소가 접견을 불허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19. 2. 28. ‘2015헌마1204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등’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호인이 되려는 청구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변호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 보장은 물론, 피의자가 가지는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비교법적 검토 형식적으로 보았을 때, 일본의 경우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의 참여권을 법률상 보장하지 않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접견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경우도 체포 또는 구속피의자, 피고인에 한해서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독일의 경우 실무적으로는 경찰이 피의자신문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고 별도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미국의 경우도 Minnick v. Mississippi 사건 이후 피의자가 일단 변호인 접견권을 행사한 후에는 변호인의 입회 없이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여러 제한규정을 통해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변호인의 참여권을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정당한 사유’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퇴거 또는 후방착석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가 언제인지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비교형량 하여 그 기준을 달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법무부와 경찰청 등은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에 대한 실제 사례를 축적하고, 변호인 참여의 과도한 참여권 행사로 인해 수사가 방해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다양한 대처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수사절차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은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발견’, 그리고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필연적으로 대립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피의자신문에서의 변호인 참여권을 명문으로 규정한 제243조의 2가 신설되었으나, 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에도,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형편이다. 이는 피의자들이 변호인을 대동하고 함께 조사받는 것에 대한 무지와 수임료 부담, 수사기관의 촉박한 소환일정으로 미처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채 조사에 임하는 경우, 수입대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사정상 변호사들 스스로 참여를 꺼리는 점 등 다양한 복합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현재 실무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는 ‘원칙’이 아닌 ‘예외’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는 변호인 참여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는 현행 형소법 규정의 본래 입법취지가 보다 활성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즉, 정부와 입법부는 추후 형소법 개정작업을 통하여 변호인에 대해 피의자신문 일시 및 장소에 대한 사전통지 규정 등을 신설하는 한편, 피의자 옆 좌석규정을 명문으로 규정하며, 예외적인 참여제한 역시 보다 명확하고 엄격하게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와 법무부, 경찰청 등은 수사기관과 일반 국민에게 수사절차에서의 변호인 참여제도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검찰수사관
신문변호권
피의자신문
변호인
헌법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03-18
조국 서울대법대교수(법학박사)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I. 사실관계와 경과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절도혐의로 긴급체포할 의사로 피고인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고인을 둘러싼 형태로 경찰관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에 피고인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공소외 타인의 진술 외의 보강증거가 없었기에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동행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경찰서에 동행한 후 대질신문을 진행하였고 임의동행이 이루어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이유,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였다. 원심인 춘천지방법원은 (1)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경찰관들의 심리적 압박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을 결여하였으므로 그 실질은 체포에 해당하며, 당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 긴급체포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도 준수하지 않은 이상 위 강제연행은 불법체포에 해당한다, (2) 임의동행 이후 경찰서에서 이루어진 긴급체포도 형사소송법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불법이다, (3) 따라서 피고인은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므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춘천지방법원 2005.8.26. 선고 2005노429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평석대상판결에서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임의동행의 적법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II.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집무집행법상 임의동행의 요건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적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한편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거동불심자’에 대하여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으며(제3조 제1항), 이 ‘거동불심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당해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질문하기 위하여” 부근의 경찰관서로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제3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의 피의자신문의 경우 피의자는 출석의무가 없고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점에서 임의수사이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임의동행의 경우도 질문상대방이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동행요구를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으므로 임의수사임은 틀림없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7항).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의거한 임의동행도 강제수사라는 학계의 소수설이 있지만[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 2006), 114면], 학계의 다수설은 이를 임의수사로 파악하고 그 과정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II. 사안분석 1. 임의동행과 체포의 구별기준와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제시 대법원은 임의동행에서의 임의성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과 동행거부의사의 유무, 동행이후의 조사방법과 퇴거의사의 유무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3.11.23. 선고 93다35155 판결). 대상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동행을 요구받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가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찰관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동행한 점, 경찰관들이 동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에게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해주지 않은 점,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는 점 등을 주목하면서,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합리적 인간이 생각하여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겠구나 라고 믿는 상황이라면 이는 ‘정지’의 정도를 넘어서는 ‘체포’이며[U.S. v. Mendenhall, 446 U.S. 544 (1980)], ‘임의동행’된 시민의 행동의 자유가 “공식적인 체포의 정도로까지 제약되는 순간”[Berkemer v. McCarty, 468 U.S. 420 (1984)] 당해인은 체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동일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임의동행이 적법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다. 즉,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의 부활 그런데 여기서 대법원이 임의동행시 경찰관이 대상자에게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것을 임의동행의 임의성 판단에 있어 핵심적 기준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 1990년 10월 13일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1991년 3월8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개정되면서,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와 동행 후 퇴거의 자유를 경찰관이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의무규정(제3조 4항 후단)이 삭제되고, 임의동행시의 시간적 제한을 3시간에서 6시간으로 연장된 바 있다(제3조 6항). 그러나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은 그것이 형식적으로는 피동행인의 동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시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또한 동행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체포에 못지 않다. 피의자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이 의무적으로 고지되어야 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임의동행이 진정 임의적이 되려면 피동행자가 자신에게 동행을 거부할 자유가 있음을 알고서도 동행을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79년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은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의 경우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더욱 심각해지며, 설사 공식적으로 ‘체포’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수정 헌법 제4조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를 부활시켰던 바, 헌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적극주의’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3. 임의동행 이후의 긴급체포의 불법성 한편 대상판결은 사법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이후에 행해진 긴급체포의 경우 동행의 형식 아래 행해진 불법 체포에 기하여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판결이 지적하였듯이, 피고인에 대한 불법한 임의동행 이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하여서 비로소 범죄사실의 요지와 긴급체포의 이유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은 체포 당시에 준수하였어야 할 절차를 뒤늦게 밟는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며, 그 임의동행의 위법의 정도는 사소한 절차상의 흠을 넘어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와 같은 위법성은 사후적으로 취해진 긴급체포에도 그대로 승계된다. 임의동행 자체가 불법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6항의 요구를 고려하여 6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채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여 그 긴급체포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 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그런데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체포된 후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는데 만약 당시의 사정만으로 긴급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사법경찰관은 바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검사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않았다. 이후 검사는 절도혐의에 대한 보강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지휘를 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자면 임의동행 이후 이루어진 긴급체포가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적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IV. 맺음말 민주화 이후에도 임의동행의 형식을 빌려 신병확보 기간을 늘리고 수사를 진행하는 실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임의동행은 피의자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되지만, 수사기관의 동의 요청은 피의자를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대상판결은 임의동행의 적법성은 피의자의 형식적 동의 여부에 위해서가 아니라,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권리가 약화되지 않도록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함을 명백히 밝힌 획기적 판결이다.
2007-01-11
최영승 경원대법대 겸임교수(법학박사)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의 요건
1. 사실관계 가. A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연구소 소속 상근연구원인 피고인은 과학기술부 선정의 ‘핵의학기기제품화 및 기반기술개발’ 과제 중 ‘핵의학방사선계측 소품 장비기술개발’이라는 세부공동연구과제에 대한 공동연구기관인 A대학교와 B주식회사의 연구책임자로 있으면서, 피해자인 한국과학기술원에 대하여 ‘연구비를 지원받아 공동연구기관의 책임자로서 1999. 4. 1.부터 1년간 위 연구과제를 수행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4회에 걸쳐 105,608,000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내용 등으로 공소제기 된 사안이다. 2. 재판요지 가. 원심판결 피고인은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검사 작성의 제3회 및 4, 5회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의 진술기재 부분에 대하여 자신의 진술 취지와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제1심법원에서는 다른 범죄사실과 더불어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이 선고되었고, 원심법원(항소심)에서는 오히려 피고인이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 당시 연구비만 수령하고 연구를 전혀 하지 아니하였고, 연구의사가 없었다고 진술한 점, 검찰 제4, 5회 각 피의자신문 당시에도 처음부터 이 사건 연구과제를 연구할 의사가 없었고, 연구비만 받아서 쓰려고 하였다는 점 등의 검사 작성의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받아들여 항소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판결 대법원은 피고인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다투고 있는 공소사실 중 위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부분에 대하여 2004. 12. 16.에 있었던 대법원 2002도537판결(이하 ‘지난 해 판결’이라 한다)을 원용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 진술기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일부 사기의 점(B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해자 K에 대한 사기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고 있다. 3. 평석 가. 대상 판결의 일차적 의미 대상 판결은 우선 지난 해 판결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위 지난 해 판결에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여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신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종전의 대법원의 견해(1984.6.26.선고 84도748판결 이래 다수 판결)를 변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 판결이 기초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성립의 진정에 대하여 재판기관과 수사기관이 제각각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하는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이는 대법원이 위 84도748판결 이래 20여년간 판례에 의하여 거의 법칙으로까지 굳어진 듯 하게 보였던 이른바 ‘단계적 추정론’(형식적 진정성립의 인정 →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 → 특신상태의 추정)을 일순간 변경함에 의한 해석기준의 혼란에서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상 판결은 우선 위 지난 해 판결에 대하여 있을 수 있는 제각각의 해석을 잠재우고 그 의미를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공판정에서’, ‘당사자의 구두에 의한 주장과 입증에 의하여’, ‘법관이 직접’ 그 진실을 가리겠다는 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고자 하는 대법원의 분명한 의지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이 굳이 해당 공소사실을 파기하지 않으면서도 판결이유에서 분명하게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음은 이러한 사실을 더 명확히 해준다고 할 수 있다. 나. 대상 판결의 특별한 의미 대상 판결은 겉으로 보기에는 위에서와 같이 단순히 지난 해 판결을 재확인하는 차원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의 이유에서 지난 해 판결의 ‘C(피고인)와 D(참고인으로서 보험회사 직원)는 제1심 법정에서…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되었다고 진술하였고, …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는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는 반면에, 대상 판결은 ‘피고인이… 각 진술기재 부분에 대하여는 그런 취지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하였음이 명백하므로, … 그 실질적 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할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고 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추상적 언어해석의 차원을 떠나서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이 행하여지는 실무현실의 태도와 관련지어 보면 지난 해 판결은 피고인이 된 피의자가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자신이 진술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대상 판결은 ‘자신이 진술한 취지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동일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앞의 말은 ‘진술의 내용과 달리 기재된 것’을 의미한다면(예를 들어 금전차용사기사건에서 ‘동업자금 명목으로 금전을 받았다’는 피의자의 진술을 ‘금전을 차용한 것이다’로 기재하는 경우) 뒤의 것은 ‘진술의 내용은 일치하지만 그 취지가 잘못 기재된 것’이라는 의미로(예를 들어 금전차용사기사건에서 ‘차용 당시 갑자기 실직하여 특별한 수입이 없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을 마치 ‘변제자력이 없었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경우) 이해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수사기관이 진술언어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꾼 것은 아니나 진술의 취지(그 진술이 의미하는 바)를 달리 해석하여 조서에 기재한 수사기관의 태도를 문제 삼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피의자를 한낱 수사의 객체로 파악하여온 우리 형사절차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범죄구성요건 언어에 대한 피의자의 무지(無知)를 수사의 합목적성에 이용하거나 혹은 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대상 판결은 매우 의미 깊은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인권의식이 향상된 오늘날의 형사절차에 있어서 수사의 목적달성은 고전적 방법인 육체적 가혹행위에 의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서작성의 기술적 방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서작성의 방법은 필연적으로 수사기관의 범죄혐의자필벌주의(犯罪嫌疑者必罰主義) 사고와 결합되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죄자를 유죄자로 둔갑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상 판결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일견 유사한 취지로 보이는 듯하나 사실은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언어로 바꾸어 기재하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서 단순히 지난 해 판결을 재확인하는데서 나아가 또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 소결 대상 판결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지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고 방어권이 피고인에 편중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피의자의 그것이 소홀히 다루어질 수 있는 우리 형사절차에서 피의자의 지위를 더욱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지극히 세심하고도 타당한 판결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진정성립의 인정요건을 더욱 엄격히 함으로써 이제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기재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진술의 취지를 기재함에 있어서는 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취지대로 조서를 기재하여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아울러 피의자의 진술취지와는 달리 ‘그 말이 그 말 아니냐’는 식의 수사관행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5-04-11
조국 서울법대 교수
불법한 긴급체포 중 작성된 피의자신문 조서 및 약속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
I. 사실의 개요 검사는 현직 군수인 피고인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B 및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한 후 A를 소환·조사하기 위하여 군수실로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A가 자택 근처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수사관이 오면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는 도시행정계장의 말을 듣고 행정계장과 함께 A가 기다리고 있던 장소로 가서 A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까지 A를 유치하면서, 검사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별건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받고 있던 B는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검찰진술을 한 후 사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문서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분리기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검사로부터 보석허가의견까지 받았다. B는 검찰에서는 뇌물공여를 인정하였으나, 법정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검찰에서의 자백은 허위진술이라고 증언하였다. 대법원은 A의 검찰피의자신문조서는 불법한 긴급체포상태에서 작성된 것이기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라고 파악하고, B의 진술의 경우는 그 임의성은 인정되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A의 뇌물수수와 B의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II. 불법한 긴급체포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1. 불법한 긴급체포와 자백배제 긴급체포란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받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법관의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경우 허용되는 무영장 체포를 뜻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의 혐의를 받고 있었던 바, ‘범죄의 중대성’ 요건은 충족된다. 그러나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 요건은 충족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검찰수사관이 피고인을 체포할 당시 피고인은 우연히 발견한 것도 아니고, 피고인은 스스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할 태세를 갖추고 자신의 거처를 일러주도록 미리 지시해두었다. 그리고 수사관이 체포장소에 도착하였을 때도 도망하려거나 소환에 불응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직시하자면 긴급체포를 실행한 검사 등의 판단은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보이며, 따라서 긴급체포의 요건이 흠결되었음에도 수사기관이 체포영장 없이 긴급체포형식으로 피의자를 체포·구금한 것은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한 구금에 해당한다. 불법한 신체구속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이러한 불법한 신체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한 자백이나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영장주의는 형태화되고 만다. 불법한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중대한 위법으로 그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우리는 완전히 법원과 의견을 같이 한다. 근래까지 대법원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동원하여 임의성이 있는 자백을 배제한 것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접견권이 침해된 경우에 제한되어 있었던 바, 대상판결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불법한 체포 상태에서 획득한 자백에 대해서도 적용한 획기적 판결이다. 이는 불법한 체포상태에서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일련의 판결, 예컨대 1975년의 ‘Brown v. Illinois 판결’[422 U.S. 590 (1975)], 1979년의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 및 1982년 ‘Taylor v. Alabama 판결’[457 U.S. 687 (1982)] 등에 비유될 만하다. 2. 배제의 근거 그런데 법원이 취하는 배제의 근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9조를 ‘자백의 임의성 법칙’으로 파악하고, 이를 자백의 위법배제법칙과 구별하여 이해하고 있다. 즉, 고문에 의한 자백같이 자백의 임의성이 없는 경우와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수 없으나 그 획득의 절차와 방법이 위법한 경우 사이의 질적 차이에 주목하고, 전자는 자백배제법칙으로, 후자의 경우 자백의 임의성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배제의 근거는 초실정법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실정법화된 자백배제법칙이어야 한다. 연혁적으로 볼 때 자백배제법칙이 ‘임의성’ 기준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음은 사실이며,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문언에 ‘임의성’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절차의 위법은 있으나 임의성이 인정되는 자백을 예상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해석과 일치하지 않는다. 임의성에 의심 있는 불공정하게 획득된 자백은 이미 임의성 있는 자백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는 위법수집자백배제에 대한 하위 실정법규가 없기에 헌법에서 바로 위법수집자백의 증거능력배제를 도출하였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09조가 증거배제의 근거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자백배제의 일차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이 해석방법론으로 옳을 것이다. 요컨대 피고인 A에 대한 불법체포에 따른 불법구금상태에서의 진술획득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한 자백’ 획득에 해당하므로, 자백의 임의성과 상관없이 구속의 위법 때문에 자백의 증거능력이 배제되어야 한다. III. ‘약속’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임의성 결여인가, 신빙성 결여인가? 대법원은 B의 검찰진술의 임의성은 인정하지만 신빙성을 부정하여 증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그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임의성에 의심이 있기에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상판례의 사실관계를 검토해보면, 검사는 별건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받고 있던 B가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하면 사기의 점에 대해서는 무혐의처분을 하고, 사안이 가벼운 사문서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분리기소하기로 약속하고 B의 자백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검사가 B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내린 이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사실오인, 수사미진, 이유불비 등을 이유로 재기수사명령을 하였는데도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사는 항소법원에 불기소처분의 정당성을 극렬 주장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B의 보석에 관한 의견조회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보석허가의견까지 제출하였으며, B가 석방된 뒤에도 계속 불러 진술번복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였고, 검찰주사보가 B를 수 차례 유흥주점에 데려가 음주·유흥케 하였고, B가 진술을 번복하여 보석취소결정으로 재수감된 후에도 제1심 선고판결 선고 전까지 무려 12회에 걸쳐 진술을 재번복하라고 회유하였다. 이상의 점에서 볼 때 검사와 피고인 B 사이에는 B의 자백을 하는 대가로 하는 일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이며, 이 경우 B의 자백은 그 신빙성은 물론이고 임의성도 의심스럽다고 할 것이다. B가 당시 거액의 사기범행으로 중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고, 건강악화, 아들의 수술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점등을 고려하자면 검사의 사기의 점에 대한 불기소처분 약속은 B의 의사결정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정한 증거가 발견되면 피의자가 자백하겠다고 한 약속이 검사의 강요나 위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던가 또는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 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자백의 약속 하에 된 자백이라 하여 곧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판 1983. 9. 13, 83도712]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를 반대해석하면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 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이루어진 자백은 임의성이 의심스러운 자백임을 밝힌 것이다. 요컨대, B의 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으로 그 신빙성 여부를 논할 필요도 없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 이유가 있는’ 절차위법이 존재하였으므로 그 자백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IV. 맺음말 대상판례에서 법원이 불법한 긴급체포 상태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영장주의의 대원칙을 지키고 불법수사를 억지하는데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바 상찬(賞讚)받아 마땅하다. 다만 우리는 그 자백배제의 근거가 초실정법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9조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차이가 있다. 그리고 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으로 그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임의성에 의심이 있기에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따라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200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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