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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유학경비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92년생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이하 ‘이 사건 기간’)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수료하였다. 원고의 조모는 이 사건 기간 동안 매월 800만 원 내지 1,000만 원씩 합계 334,833,374원(이하 ‘이 사건 금원’)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고, 원고는 이 사건 금원을 교육비 및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친은 2014년경 사망하였다. 또한 원고의 조모는 2018년경 사망하였고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원고 조모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과세당국은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조모가 이 사건 기간 동안 원고의 계좌로 해외 송금한 이 사건 금원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보고 증여세(가산세 포함) 합계 280,655,110원을 결정·고지하였다. 2. 관련규정 및 그 개정연혁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상증세법 시행령(2003. 12. 30.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4항 제1호에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의 하나로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상증세법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면서 위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개정되고, 같은 날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위 제35조 제4항 제1호는 삭제되었다. 3.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제46조 제5호의 문언 내용과 체계, 개정 연혁과 구 상증세법 제46조는 증여재산의 공익성 또는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증여세의 과세를 배제하는 규정이므로 부양의무 여부를 불문하고 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이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규정의 ‘피부양자의’ 부분은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21. 7. 13. 선고 2020구합82185 판결).”고 판단하였다. 즉 서울행정법원은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한 경우에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를 부양할 지위에 있는 원고의 부모가 있고 성인인 원고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어 원고의 조모를 부양의무자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금원은 원고의 유학기간 중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되었더라도 증여세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비판적 검토 경우에 따라서 해외유학경비까지 증여세 비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증세법 제46조의 문언, 규정 체계, 개정 연혁 등을 고려할 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에서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3년 개정 상증세법에서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로 구분하고 있어 ‘피부양자의’ 부분이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이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통상적인 문언의 해석범위를 넘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에서 수익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소득처분을 하기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익금으로 보는 것까지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한 것(대법원 2021. 7. 29. 2020두39655 판결)처럼 관련 규정체계상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연혁을 고려하더라도 서울행정법원과 같이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하였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그리고 위 2003년 상증세법 개정이유에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중산·서민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이재구호품의 오기로 보임), 피부양자의 생활비 및 교육비 등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비과세하도록 함(법 제46조제5호)”이라며 교육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를 따지 않고 비과세할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또한 사용목적이 다양하고 기준마저 설정하기 어려운 생활비의 경우 부양의무를 통해 일정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확히 확인되는 교육비까지 부양의무를 통해 제한하여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사회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유학의 목적, 내용, 경위도 다양할 것이므로 유학비용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부유층만의 문제로 보아 비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문제로 생각된다. 이처럼 상증세법 제46조가 피부양자의 교육비만을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금원 중 교육비로 사용된 부분까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증여세
비과세
유학경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2022-06-16
민사일반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
1.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12. 2018나2071008 해고무효확인 판결에서, 피고(강북문화원)가 원고(사무국장 A씨)에 대하여 한 면직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부당하게 면직된 기간 동안 지급하여야 할 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판시를 하였다. 즉, 쌍방 간에 합의된 월급여 350만 원 중에서 업무교통비 명목의 100만 원은 지급하여야 하지만 나머지 25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먼저 쌍방 간에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한 후, 위 약정 중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의 부분(이하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는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17조, 제4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위 각 조항이 임금에 관하여 일체의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할 수 없고,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다면 그 조건은 유효하다고 설시한 뒤, (i)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방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보조금 및 회원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데 연간 사업예산 편성내역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연 임금 중 3천만 원(= 250만 원 x 12월)을 보조금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관을 붙이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 사건 부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부관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ii) 원고는 피고로부터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으면 월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고지받고도 이를 승낙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 하에 이 사건 조건을 승낙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서론 -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정지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해당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을 설정·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임금의 경우에 어째서 그와 같은 추가적인 유효요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고, 임금에 관한 부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건으로서 적절한지(임금의 종류에 따라, 또는 부관의 종류·내용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약간의 검토를 요한다. 3. 이 판결의 판례상의 자리매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요건이 판례상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2012다64643) 이래 하계휴가비, 설·추석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등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고, 2017. 9.에는 정기상여금에 관하여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2017다232020). 이처럼 대법원은 임금의 종류에 상관 없이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의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을 무효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2018. 12. 28. 세아베스틸 사건에서(2017나2025282),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과 급여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별하면서, 전자에 속하는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과는 달리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여부만을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이는 ‘지급’에 관한 조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일부 하급심과 대법원의 입장이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은 기본급(약정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붙은 정지조건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판결의 해당 판시 부분을 그대로 읽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판례를 보면 상여금(매년 회사의 업적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기본급이 아님)에 붙은 지급일재직요건의 유효성을 긍정하고 있다(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최고재판소 소화57.10.7. 大和銀行사건, 퇴직일을 선택할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경우에도 동경지방재판소 평성8.10.29. カツデン사건 등). 4. 종래의 학설 상황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성을 논하는 학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여금에 붙은 재직일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보여지는데, (i) 적법유효설은 상여금에는 여전히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의 장려의 성격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고 지급조건이나 지급방법이 다양하여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노사간 협약의 방법으로 상여금의 내용과 지급조건(재직일조건 포함)을 정할 수 있다고 함에 반하여 (ii) 위법무효설은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그 지급기일 전에 퇴직했다 하여 그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이나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해당 근로자의 실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한편 (iii)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견해에서는, 임금항목에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부지급 조건은 합리적 필요성 및 금액비중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유효하다, 재직자 조건은 근로제공과 무관한 시점이 있는 복지수당·기간근속수당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일정 근무일수 조건은 만근수당·출근장려수당·휴일근로추가수당·변형된 성과급 등에서 유효하다, 금액비중이 적정한가는 1임금지급기에 지급되는 임금과 비교하여 부지급 조건으로 상실되는 1임금지급기 내의 임금 총액 또는 1임금지급기로 평균한 균등액이 20%를 넘으면 과도한 급여 상실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한다. 5. 판시요지의 평가 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의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이상의 여러 판례, 학설 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 기본급 내지 기본급적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인지 그렇지 않은지, (ii)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인지, (iii)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iv) 금액비중, (v)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성 등의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전액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무노동무임금과 같은 특유의 강행규정 내지 법리가 있으므로,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일반요건의 필요성과 적절성이 문제되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본급에 정지조건을 붙인다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 기본급 없이 일하는 셈이 되는데 조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에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해제조건을 붙인다면 이는 이미 발생한 임금지급의무를 사후에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으로서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에 임금전액지급원칙 및 정기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에도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기한을 붙인다면 이는 전액지급원칙, 정기지급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이에 비하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퇴직위로금에 대한 불확정기한을 인정한 사례). 기본급 이외의 (정기)상여금 기타 각종 수당의 경우에도 임금인 이상은 근로대가성이 있으므로 기본급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나, 한편으로 기본급 이외의 임금항목들은 성과급, 계속근로의 장려, 복리후생 등 그 개별적인 지급 목적·취지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론으로서는 유효요건을 일정 정도 완화하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응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관행이 있으면 유효하다고 보면서, 금액비중이 2~3할을 초과하고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등으로 해당 임금항목이 기본급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때에는 위에서 살펴본 기본급의 엄격한 유효요건 내지 그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과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러한 구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의 구별에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 볼 경우 임금포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어디까지나 ‘조건부’ 포기라는 점에서 ‘포기’보다는 ‘조건’의 적정성 쪽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하는 데에서 조건의 내용을 감안하기로 하고 ‘발생-지급’의 구분없이 유효요건을 설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관계와 같은 요소들 역시 해당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할 때에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해 보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일반적인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의미하나 임금항목의 성질(기본급성, 특정목적 지향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정·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이 판결이 제시한 유효요건의 평가 이 사건 판결은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대하여 ‘사용자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사안으로서 (i) 기본급에 대하여 (ii) 정지조건을 붙였으며 (iii) 근로자가 조건의 성취 여부를 컨트롤할 수 없고 (iv) 금액비중이 70%에 달하며 (v) 기본적인 생활자금이라는 기본급의 지급목적과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의 내용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해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와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를 요구함이 타당하다. 여기서 (ii)의 요건은 묵시적인 동의의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판결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을 설시하면서 임금항목의 성격을고려하지 않은 채 부관의 유효요건을 일반적으로 파악한 태도는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이 사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와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승낙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6. 판시요지의 사정거리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딱히 없는 비영리법인에서 당해 근로자와 일대일로 교섭하여 정지조건 등 근로조건을 교섭하여 정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조건 부가의 합리성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승낙이라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비교적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유효요건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서 사규나 노동관행에 의하여 설정된 부지급 조건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 문자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본급의 일부에 대하여 정지조건이 붙은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는 하급심 선례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7. 남겨진 과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를 어떤 잣대로 심리·판단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 별개로 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 월 350만 원 중 정지조건이 붙은 250만 원을 제외하면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아 최저임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추후 정지조건이 성취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건은 본질상 그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강북구를 상대로 보조금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씩만 지급되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러한 사정 역시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조건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 참작해야 하는가. ※ 이번 기고문은 저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함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근로계약
보조금
임금지급의무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1-28
민사일반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 여부
판시 내용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그 다음 날 사직의사를 철회한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가 사직원 제출을 통해 표시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해약고지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설령 위 사직 의사표시가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으로 본다 하더라도 사직 의사표시가 회사 대표이사에게 구두로 보고되었고 사용자측 담당직원이 퇴직금액 등을 안내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의 사직 의사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결국 사직의사 철회를 주장하는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 여부 위 사건처럼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근로계약 관계 종료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 여부에 관한 문제는 사직 의사표시의 법적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즉, 사직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해약고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합의해지를 위한 해지의 ‘청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철회 가능여부, 철회 가능 시기가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직의 의사표시가 근로자가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후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사직 의사표시 도달 이후에도 철회는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이고,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비록 민법 제660조 제3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기 이전이라 하여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반면 "근로자의 일방적 해약 고지가 아니라 ‘합의해지’를 위한 근로자의 ‘청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승낙’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약 고지와 합의해지 청약의 구별 어떤 경우가 사직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해약고지이고, 어떤 경우가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에 해당하는가. 이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당연히 명예퇴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하여 승인하여야 명예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를 보면, 사용자의 승낙이 있어야 의사합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예퇴직 신청은 일방적인 해약고지가 아니라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03. 4. 25.선고 2002다 11458). 대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약고지인지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직서에 기재된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 의사표시 철회의 동기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토대로 해석상 사용자의 승낙을 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이는 합의 해지를 위한 청약에 해당될 것이고, 사용자의 승낙을 요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이는 일방적 의사표시인 해약고지에 해당될 것이다. 박근후 변호사(법무법인(유) 정률)
사직서
철회
사직의사
박근후 변호사(법무법인(유) 정률)
2019-12-30
지식재산권
위법한 지식재산권 침해 경고장
1. 들어가면서 지식재산권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 통상 취하는 절차는 침해자에게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중지하고 그 중지에 대한 증빙과 함께 일정기간 내 답변하라는 소위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낼 때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이번 대상판결은 그러한 점을 조금 더 명확히 했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와 피고의 각 등록디자인권 및 제품 판매 원고는 등록번호 제0725947호(2013. 3. 6. 출원, 2014. 1. 14. 등록, 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 등록번호 제0764625호(2014. 3. 11. 출원, 2014. 9. 29. 등록, 이하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각 공동디자인권자로서 홈쇼핑 등에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원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다. 한편 피고는 등록번호 제0772728호, 제0772729호, 제0772722호(각 2014. 6. 26. 출원, 각 2014. 11. 19. 등록, 이하 ‘피고의 등록디자인’)의 디자인권자로서 피고의 등록디자인을 적용해서 2014. 10. 경부터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피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고,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홈쇼핑 방송을 통하여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다. 나. 원고의 내용증명 발송 및 피고 판매처가 피고와 거래중단 원고는 2014. 11. 18. 피고에게 ‘피고가 피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 및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생산 등의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라’라는 취지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원고는 2014. 11. 18.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도 각각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피고 제품에 대한 판매·광고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여야 하고, 앞으로 계속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디자인권 침해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해서 민ㆍ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 각 통고서는 그 무렵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 도달하였다. 그러자 홈앤쇼핑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 종료 시까지 피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원고는 2014. 12. 4.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통고서(이하 통칭하여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피고는 2015. 4.경 홈쇼핑 방송업체인 NS쇼핑과 피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계약 협의를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NS쇼핑이 원고 측으로부터 ‘홈앤쇼핑도 2014. 11.경 피고 제품의 원고 디자인권 침해문제로 피고 제품 판매를 중단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협의가 무산되었다. 원고는 2015. 4. 27. 및 2015. 5. 22. 피고 및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에게 1차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및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라는 내용 추가)의 내용증명통고서(이하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수신인들에게 도착했다. 원고의 동업자이자 공동디자인권자도 원고의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을 피고 거래처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직접 피고 거래처들을 방문하여 내용증명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 결과 피고와 거래하던 오프라인 업체들은 피고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일부 업체들은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계약금액을 반환 받는 조정결정을 받았다. 다. 디자인권 무효 및 비침해 판단 확정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대해, 피고가 2015. 5. 14.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무효가 되지 않았고, 같은 날 피고가 제기한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피고 주장대로 인정 및 확정되었다. 또한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결국 무효가 되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본소에서 원고의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배척(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침해 주장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확정으로 원고의 1심 패소 후 다퉈지지 않음)하였고, 반소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피고 제품의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등 사법적 구제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 등에게 1차 및 2차 내용증명통고서 등을 발송하거나 고지한 일련의 행위들을 정당한 권리행사를 벗어나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피고의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제시하였다. ① 원고는 플라스틱 재질의 갈색 원형 진공항아리가 원고 제품 판매 이전에 이미 개발되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음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확인하자마자 별다른 검토 없이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의 거래처들에까지 일괄하여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로 인하여 홈앤쇼핑은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하였다. ③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제품은 피고의 등록디자인들에 기하여 생산·판매된 것이라고 고지하였음에도 원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다시 NS 쇼핑을 통하여 홈쇼핑 판매를 추진하자 원고는 NS 쇼핑에도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여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막았고, 재차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 거래처들에게 일괄하여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그런데 2차 내용증명통고서에 피고의 등록디자인 및 생산ㆍ판매하는 제품 등에 관한 검토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고지에도 불구하고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거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서 신중하고 세심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④ 위와 같은 통고를 받은 피고의 거래처들로서는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였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 및 원고의 대리인인 법무법인으로부터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한다는 단정적인 내용의 통고를 받고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와 피고는 소수의 판매자만이 있던 진공항아리 제품 시장에서 주요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로서는 경쟁업자인 피고의 거래처에 등록디자인권 침해 등에 관한 경고장을 발송하면 피고와 그 거래처 간의 거래관계가 중단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그 거래관계를 다시 원상으로 회복시키기 어려워 경쟁업자인 피고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⑦ 피고 제품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취지의 특허심판원 심결도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그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 ⑧ 원고는 피고 제품이 원고 등의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하여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달랐으며, ‘원고가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고 있으나, 앞서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4. 판례의 해설 그간 우리 하급 법원은 지식재산권자가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하여 왔다(대전지방법원 2008가합7844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51954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나2060356 판결 등). 이번 대상 판결도 이러한 기존의 태도와 다르지 않으나 조금 더 경고장의 의미와 신중성, 특히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경고장 등을 보낼 때의 주의의무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등록디자인권자는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고(디자인보호법 제93조), 권리 침해자에게 금지청구(침해 우려자에 대한 예방청구 포함) 등을 할 수 있지만(디자인보호법 제113조, 115조, 조117조), 이러한 사법적 구제절차는 어디까지 유효한 등록디자인권을 전제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등록디자인권자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에게나 어떠한 행위든 임의로 요구할 권리는 없으며, 당연히 내용증명통고서와 같은 경고장이나 문자, 그리고 이를 방문해서 알리는 행위 등은 사법적 구제절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리주장자 스스로 그 내용과 대상 등 일체의 모든 것을 임의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 행위를 통해 야기된 모든 법적 책임이 다 정당화될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정한도를 넘어선 내용증명통고서 발송 등과 같은 권리자의 권리주장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에 기한 권리주장행위의 방식과 내용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권리주장자가 침해자가 아니라 단순히 침해자와 거래관계에 있어 다툼의 실체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3자에게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침해자에게 하는 경우보다 더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는 등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특히 침해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침해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3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침해자가 침해하였는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하고, 제3자를 압박하여 거래관계를 끊어지게 할 목적으로 ‘침해자가 권리주장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였기에 거래관계를 바로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지식재산권자의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특히 권리침해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제3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때에는 침해성립에 대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침해자에게 피해를 줄 의도나 목적으로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는 점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권리주장행위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해자를 상대로 할 때와 제3자를 상대로 할 때를 구분하고 제3자를 상대로 할 때 ‘침해 여부 판단에 더욱 세심하고 고도의 주의가 요구된다’라는 일반론적인 판시를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을 어느 정도나 더 고려해야 하는지, 허용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경고장 발송 등과 같은 권리주장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영업방해
경고장
디자인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9-04-22
민사일반
[판례해설] 전화 모집 보험의 고지의무 위반
- 서울고등법원 2017나2055603 판결 - [본 판결의 내용] 사안은 보험회사인 원고와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2014.1.20.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상해후유장해 등을 담보하고, 보험기간을 2014.1.20부터 2061.1.20.까지로 정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전화’를 통해 체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11. 7.7.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 절제술 및 장골이식수술(이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을 받았고 그 이전인 98년에도 우측 상악동 종양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14. 10.16. 우측 상악부 재발성 법랑모세포종이 재발하여, 좌측 상악 절제술을 받은 후 언어장애, 연하 및 저작장애 등의 후유장해가 발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를 이유로 2015.9.3.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였으나, 원고는 피고가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사안이다. 법원은 피고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고, 텔레마케터(전화로 보험을 모집하는 설계사)가 전화를 통해 청약사항을 진행하면서 피고에게‘ 최근 5년 이내에 수술 내지 암 등의 질병확정 진단을 받았는지’를 문의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수술 관련 병력이 없다’는 답변을 하였는데, 피고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은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되고,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판단하였다. 피고는 과거 다른 회사 보험을 가입하면서 위 98년 상악동 종양 수술을 고지하였던 것을 근거로 고지의무 이행을 주장했으나, 이는 최근 5년내 병력 고지가 아니고 다른 보험회사에 고지한 것을 이 사건 원고에게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텔레마케터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고에게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이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결의 해설] 상법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일정한 기간내에 보험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상법 제651조 참조), 이를 보험계약자 등의 고지의무라고 한다. 보험은 사고발생에 대한 위험률을 기초로 보험료를 산정해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개별보험계약마다 위험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러한 정보는 현실적으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치성으로 인하여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위험상태 측정이 곤란하므로 보험계약자 등에게 고지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고지의무는 보험단체를 도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데 기여한다. 사안에서 피고의 2011. 7.7. 의 수술 관련 병력이 ‘중요한 사안’인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상법 제651조의2), 위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6.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 그런데, 사안은 대면 보험가입이 아닌 전화를 통한 보험가입으로 보험모집, 청약, 계약체결 등의 전 과정이 전화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보험청약서가 ‘중요한 사항’에 포함된다는 판결(대법원 2004.6.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은 모두 실제로 ‘서면’이 제공된 사안이다. 이에 반하여 사안의 경우는 실제로 ‘서면’이 제공된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이 전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과거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고에게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실제로 텔레마케터의 말이 빨라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현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녹취록만 보고 이를 판단할 것은 아니고, 실제 녹음을 들어보는 방법 등을 통하여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는지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는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에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판례는 많았지만, 사안의 경우 ‘전화’를 통한 보험을 가입한 경우에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대면 보험가입과 동일하게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최혜원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지의무
채무부존재확인
보험가입
최혜원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9-02-14
소비자·제조물
[판례해설] 해외 해양스포츠 체험 여행과 관련하여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24. 선고 2017가단5003638 판결 -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여행상품들은 대부분 여행사가 정한 지역, 일정 및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므로 고객들로서는 여행사의 인솔에 따라 다니며 관광을 하거나 체험을 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는 전문가로서 현지 사정이나 프로그램의 내용 등에 대하여 잘 알기도 하겠지만, 나아가 안전한 여행을 위하여 목적지나 프로그램에 위험 요소는 없는지 충분히 조사ㆍ검토할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대법원도 여행사는 여행계약상의 부수의무로서 고객의 안전을 위하여 목적지나 일정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ㆍ검토하여 조우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방법을 강구하거나 또는 고객에게 알려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등). 나아가 대법원은 여행사의 주의의무의 정도에 관하여 여행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고 개별적ㆍ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이나 신체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면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여행업자의 안전배려의무의 정도는 당해 여행계약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일본 스키여행에서 특정 슬로프는 숙소인 호텔로 연결되지 않아 다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다른 슬로프를 통하여 내려와야 하는데, 주간에만 리프트가 운행할 뿐 야간에는 운행하지 않아 주간스키시간이 종료된 이후에 해당 슬로프로 내려올 경우 호텔로 복귀할 수 없는 위험이 있음에도 여행사가 이에 관하여 고객에게 설명을 하지 않은 경우에 안전배려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3377 판결). 중국 여행지의 샤브샤브 식당에서 고객이 불이 켜진 개인용 알코올버너에 알코올을 직접 주입하려다 옆에 있던 다른 고객이 화상을 입게 된 사안에서 고객들로서는 알코올버너 사용에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어 문제로 종업원과 의사소통이 어려우므로 여행사는 고객들이 버너를 안전하게 사용하는지, 이용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잘 살펴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213387 판결). 베트남 여행 중 자유시간인 야간에 고객들이 숙소 인근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익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야간 물놀이가 여행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피해자들로서도 성인으로 야간 물놀이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 수 있음에도 스스로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여행사가 안전배려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참고로, 위 사건에서 여행사의 인솔자는 다른 일행들로부터 피해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해변에 나가 피해자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고는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경고는 하였으나, 실제로 피해자들이 물에서 나오는 것은 확인하지 아니한 채 호텔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2016년 11월 7일부터 필리핀 세부에서 3박5일 일정으로 스노클링과 낚시 등의 해양스포츠를 체험하는 여행으로 이틀째인 8일 피해자(72세)는 천식이 있는데다가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면책동의서에 이를 기재하여 인솔자에게 제출한 후 다이빙을 하였는데, 당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다음날인 9일 피해자는 스노클링 체험에 참여하였으나, 약 15분만에 힘든 나머지 배로 올라와 구토를 하였다. 그 후 약 5분 거리의 낚시체험 장소로 이동하여 낚시를 시작하였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몇몇 고객들이 멀미를 하므로 일정을 중단한 채 섬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도 피해자는 오한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아침 심근경색 및 폐렴을 동반한 2차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법원은 출발 당시 제공된 안내서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스노클링에 자신이 없으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로써 스노클링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고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무렵 스노클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현지 대사관에서 그 위험성을 공지하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면책동의서에 천식 및 감기 증상을 기재하여 여행사로서도 이를 알고 있었고, 피해자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여행사로서는 피해자에게 스노클링의 위험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참가 여부를 결정하게 하였어야 하나 그러하지 아니하여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았다. 다만, 피해자로서도 수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간질환, 비만, 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으로 적극적인 신체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고, 평소 천식이 있는데다가 감기 증상까지 있음에도 무리하게 스노클링 체험에 참여한 점을 감안하여 여행사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하였다. 안전수칙만 지킨다면 스노클링이 젊거나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천식이 있는 72세의 고령자가 감기 증상까지 있는 상태에서 체험하기에는 상당히 무리일 수가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피해자의 특수한 사정에 대하여 알고 있었던 여행사가 피해자에게 그 구체적인 위험성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일부나마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
모두투어
안전사고
스노클링
조원철 변호사
2018-07-05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2008.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①운임감면(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에 대한 운임감면), ②벽지노선 운영(철도이용수요가 적어 수지 균형을 맞추기 어렵지만 공익을 위하여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 ③특별동차 운영(국가의 특수목적을 위하여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이를 “공익서비스”라 한다), 국토해양부장관은 위 공익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비용 중 2,661억 원(억 단위 이하는 버린다)을 보상금으로 지급하였다. 한국철도공사는 2008년 제2기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 공통매입세액(사업자가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을 겸영하는 경우에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에 공통으로 사용되어 실지 귀속을 구분할 수 없는 매입세액을 말한다)으로 7,165억 원을 계산한 다음, 위 공통매입세액 중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이를 “매입세액 불공제액”이라 한다)의 계산방식과 관련하여, ‘공통매입세액’에서 ‘면세대상 및 과세대상 사업 공급가액’을 분모로, ‘면세대상 사업 공급가액’을 분자로 한 수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여 이를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였다. 그런데, 대전지방국세청장은 한국철도공사를 세무조사하고, “한국도로공사에서 철도이용객에게 제공하는 공익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국가가 지급하는 것으로 부가가치세법상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 위 공익서비스와 관련된 사업의 매입세액은 공제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공사는 공통매입세액을 안분계산하면서 공익사업과 관련된 보상금을 반영하지 않아 매입세액이 과다하게 공제되었다.”라는 이유로 한국철도공사에 2008년 제2기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합한 57억 원을 경정, 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위 경정, 고지하는 처분을 다투면서, 첫째,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재화 또는 용역의 대가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공급가액에 해당되지 않고, 위 공익서비스 보상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국고보조금에 해당한다. 둘째, 위 공익서비스는 과세사업 및 면세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영업손실 중 일부를 용역제공의 상대방이 아닌 국토해양부장관으로부터 받는 것일 뿐이므로 비과세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철도공사에서 계산한 방식에 의하면 대전지방국세청에서 계산한 방식에 비하여 공통매입세액 중 매입세액 불공제액이 더 적게 산정되어(매입세액으로 공제되는 금액이 더 많게 된다) 결국 부가가치세 금액이 더 적어진다. 한국철도공사와 대전지방국세청의 견해 차이는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의 부가가치세법상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견해대립이다. 이에 대하여, 1심과 2심 재판부는 위 공익서비스는 비과세사업에 해당하고,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국고보조금 등이 보조금 수혜자를 통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므로, 이를 비과세사업의 수입금액으로 보아 공통매입세액을 안분하여 계산한 위 경정, 고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하였다. 위 공익서비스 이용자는 감면된 요금을 지급하거나, 실제 비용보다 낮은 대가를 지급하고 이용하고 있으므로 위 공익서비스를 직접 제공받는 자는 국가가 아니라 철도 이용자이다. 국가는 단지 국토해양부장관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 따라 위 공익서비스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뿐이다.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의 성질을 이렇게 본다면,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용역의 공급 그 자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대가가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의 재정상의 원조를 목적으로 교부된 시설, 운영자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위 공익서비스의 보상금을 국고보조금으로 본다면, 종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두19875 판결 등, 「사업자가 비과세사업에 해당하는 용역의 공급에 관하여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별도의 공급대가를 지급받는 경우가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국고보조금 등을 지급받은 경우로서 비과세사업에 해당하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면세사업과 과세사업의 공급가액 비율에 따라 공통매입세액을 안분하여 계산하도록 한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의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는 없다.」)에 따라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부가가치세를 산정할 때 고려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임웅찬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과세
한국철도공사
보상금
비과세
부가가치세법
임웅찬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2018-02-14
형사일반
[판례해설] ‘교통 통제된 도로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한 사람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문제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 - 2015. 11. 14. 서울광장 등에서 ○○노동조합총연맹은 총53개 시민ㆍ사회단체들과 함께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16:00경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여 본 집회인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사전 집회에 참가하였던 집회참가자 총 68,0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본 집회를 개최하겠다며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채 광화문 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 통고된 행진임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였다. 피고인은 ○○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 ○○지회 간부인데, 2015. 11. 14. 15:00경부터 16:00경 위 사전 집회로 인하여 이미 경찰 차벽으로 차단된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에 합류하여 위 도로의 차로를 점거하여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 행진을 개시하기도 전에 경찰의 차벽 설치로 인해 태평로에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집회 참가 행위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고,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인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은 비록 경찰이 당시 차벽을 설치하여 도로를 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진행함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이므로,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행위와 교통방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일반교통방해죄가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태양은 ‘기타의 방법’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고, 또한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라 다른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하였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소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먼저 경찰의 차벽으로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도로점거가 교통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종래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대표적 조항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본 판결에서도 기존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 성립 문제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과 기존 집회참가자 사이에에 공모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론에서는 항소심과 동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② 주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이후 특별히 다투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0. 3. 25.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과잉입법으로도 볼 수 없다는 합헌결정에 기인한다. 현재 집회참가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이 광범위하여 쉽게 적용될 수 있고, 또 법정형이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현행범체포 뿐만 아니라 손쉽게 긴급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의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회 참자가들을 손쉽게 일반교통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보다 신중하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와 구성요건이 유사하지만 ‘기타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이 사용되지 아니하고, 독일의 경우도 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례를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도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일반교통방해
시위
교통방해죄
집회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2-02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저성과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의 한계
- 서울고등법원 2016나 2029751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1981년 피고 은행에 입사해 계속 근무한 근로자인데, 저성과로 인해 2012. 1. 26. 성과향상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후 곧장 다른 지역본부로 전보 발령되었고, ① 2012. 3. 30. 위 지역영업본부 내 성과향상추진유닛으로 전보 발령되었으며, 2012. 4. 1.부터 성과향상추진유닛 연수를 받았다. 피고 은행은 원고가 연수과정에 자주 불참하였다는 이유로 주의환기조치를 내렸고, 위 성과향상추진유닛 인사발령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고는 2012. 5. 2.부터 2013. 7. 15.까지 성과향상 프로그램에 따라 근무하던 도중 피고 은행으로부터 ② 2012. 7. 3.에는 무단결근·지각·잦은 연수불참·자기성과기술서 작성 거부 등을 이유로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③ 2013. 7. 10.에는 자기성과기술서 미작성·업무태만·무실적 등을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각 당하였고, ④ 2013. 7. 12.에는 피고 은행의 인사운영지침에 따라 타 지역본부 업무추진역(후선역)으로 전보되는 인사발령을 받았다. 원고는 위 2013. 7. 12.자 인사발령 후 첫 6개월의 기간 중에는 현직 유지점수에 해당하는 50점 이상으로 업무추진역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다음 6개월의 기간 중 직위하향점수에 해당하는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고, 피고 은행은 ⑤ 2014. 9. 3. 원고에게 업무추진역에서 상담역으로 지위를 하향하는 인사발령을 행하였다. 이후, 피고 은행은 상담역 발령 이후의 실적을 후선역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원고에게 ⑥ 2015. 2. 26.에는 대기발령을, ⑦ 2015. 8. 26.에는 명령휴직을 하였다. 원고는 ⑤의 상담역 인사발령에 대하여, 주위적으로는 당해 인사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것과 예비적으로는 위법한 하향 인사발령 때문에 깎인 급여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첫째, 당해 인사발령은 다른 선행 인사발령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것인바, 선행의 인사발령은 무효이므로, 당해 인사발령 역시 무효이다. 둘째, 후선역 평가기준과 관련해, 사회봉사활동을 그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 즉, 사회봉사활동은 피고 직원으로서의 업무와 무관하고, 평가기준이 요구하는 봉사활동시간이 과다하며,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한 것과 다름없다. 셋째, 후선역 평가기준으로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점수의 산정방법 및 수익실적점수 산정방법을 넣은 것은 자의적이다. 넷째, 피고의 후선역 평가주기 기산점을 잘못 산정해 엉뚱한 기간의 점수를 가지고 피고를 인사발령 하였으므로 위법하다. 다섯째, 피고는 직원들에게 후선역 평가기준을 제대로 알려주었어야 하나 이를 미리 고지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위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피고 및 노조 간의 합의는 성과향상유닛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아니고, 인사관리기준 개선시행문의 상위규범인 인사운영지침에도 후선역 배치의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사회봉사활동을 평가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피고 및 노조 간에 명시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자의적이지 않고, 3개월간 최대 1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하도록 한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으며, 사회봉사활동의 기준이 근로자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고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세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피고가 원고의 강의수강 전부터 연수점수가 인정되는 강의인지 판별할 근거를 나름대로 미리 갖춰놓았고, 단말기를 스스로 조작해 실적을 입력하지 못하거나 과거 영업실적을 무시한다고 해서 이를 자의적이거나 불가능한 실적달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네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후선역 평가주기 기산점을 바로잡아 다시 평가를 하더라도 원고의 점수는 여전히 50점 미만으로 직위하향을 피할 수 없어, 당해 인사발령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섯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인사운영지침과 후선역 평가기준이 사전 공지되었고 특히 인사운영지침은 피고와 노조 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원고와 개별적으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판결은 당해 인사발령은 위법 무효가 아님을 밝혔고, 위 인사발령이 위법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항소심에서도 종전 주장들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대상판결은 그 중 두 번째 주장, 즉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후선역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후선역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둔 것은 현업 복귀를 희망하거나 적어도 기존 근로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피고 은행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근로계약 또는 자치규범에 근거도 없는 비자발적인 봉사활동을 강요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사회봉사활동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제32조 제3항을 위반하고, 자원봉사활동의 자발성을 강조하고 이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자원봉사활동기본법 등 법의 정신에 반한다고 보아, 근로자에 대한 피고 은행의 업무명령권의 합리적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사회봉사활동 평가점수 만점을 받으려면 3개월에 120시간 6개월에 240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실적을 위한 영업활동과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과중한 부담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은 원고가 약 22개월간 259회에 걸쳐 883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는 유죄를 범한 형사 피고인의 경우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 제59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회봉사명령의 최대치 500시간보다도 많은 것임을 지적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저성과 근로자의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둔 것은 위법하고 피고 은행이 보유하는 인사에 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한 인사발령 또한 무효임을 확인하였으며,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감액된 임금 상당액만큼의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해고에 국한시켜 보면, 위 규정이 사용자의 근로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제한하는 이유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이외에 어떤 경우가 정당한 이유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사회통념상 계속 고용을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해석된다. 해고사유를 근로자측의 해고사유와 사용자측의 해고사유로 분류할 경우, 전자는 다시 징계해고와 통상해고로 분류될 것이다. 이 중 통상해고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는 없으나 근로자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사유로 인해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 및 근로계약 등에 규정된 근로제공의무를 충분히 이행할 수 없음을 이유로 하는 해고처분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업무능력의 결여나 근무성적의 부진으로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또 그의 개선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면 통상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근로자가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저성과자라고 해서 개선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해고한다면 이는 정당한 해고가 될 수 없다. 사용자는 성과가 부족하거나 태도가 불량한 근로자에게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장래 개선가능성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용자의 경영권에 기초한 인사평가가 중요해진다. 판례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로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것인바, 모든 평가요소를 객관화하기 곤란해 원칙적으로 그 평정을 위한 평가기준이나 항목의 설정, 점수의 배분 등에 있어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인사평가에 대한 사용자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 7. 14. 선고 2010구합 32587 판결 [부당인사고과평가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그리고 판례는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용자가 인사평과결과에 기초해 저성과 근로자를 하향 전직시켰다면 이를 곧바로 위법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사용자의 인사평가 및 인사권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권도 그것이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정해진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 또는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자의적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 기준이 근로자에게 미리 고지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량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당해 인사처분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상 판결은 저성과 근로자인 후선역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포함시킨 것 자체가 ? 설령 그것이 노사 간 합의에 의해 포함된 것이더라도 - 봉사활동의 자발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용자의 인사평가 및 인사권에 대한 하나의 한계를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은행
저성과
직위
대기발령
성과향상
근로자
윤동욱 법률사무소 서희 변호사
2017-03-14
가사·상속
민사일반
판례해설 - 상속포기신고 후의 재산처분행위
-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 1. 사실관계 A(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으로 2011. 12. 망인이 사망하자 2012. 1. 수원지방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였고, 2012. 3. 가정법원에서 상속포기신고가 수리되었다. 한편, A는 상속포기신고 후인 2012. 1. 망인이 소유하고 있던 화물차량 6대의 폐차 및 매각업무를 위임하여 2012. 2. 그 대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받았고, 망인의 승용차의 1/2 지분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명의이전등록을 마쳤다. B(원고)는 망인에게 5,000만원을 대여한 채권자로서 상속인인 A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A는 위 사건에서 자신은 상속포기를 하였으므로 B에게 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이를 다투었다. 위 사건에 대하여 제1심과 제2심은 A의 상속포기신고가 유효하게 수리되었으므로 B에게 대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항소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 판결 요지 (1) 관련규정 및 쟁점 민법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이 사건의 쟁점은 A가 ‘상속포기신고를 한 후 가정법원에서 신고가 수리되기까지의 기간’ 사이에 망인의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사유에 해당하여, 상속포기신고에도 불구하고 상속승인의 효력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이다. (2) 제1심 및 제2심 피고가 망인 명의의 자동차 지분에 관한 명의이전등록을 마친 것을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으로 보더라도 그 처분일은 명의이전등록을 마친 2012. 2.로서 피고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후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리고 피고가 망인 소유의 화물차량 6대를 폐차하거나 매각하여 대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이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분행위를 넘어 부정소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는 위 처분대금으로 망인이 보험회사에 부담하고 있던 대출금 채무를 변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부정소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제1심 판결). 원고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와 제3호의 적용 기준이 되는 상속포기를 한 시점을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때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원이 위 상속포기 신고에 대하여 수리심판을 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민법 제1026조 제1호와 제3호의 적용 기준이 되는 상속포기를 한 시점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때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제2심 판결). (2) 대법원(대상판결)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단순승인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규정은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참조).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 위 화물차량을 폐차하거나 매도하게 하여 그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은 피고의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인인 피고가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평석 민법은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의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19조 제1항). 이 사건에서 A는 적법한 기간 내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으나, 위 신고가 가정법원에서 수리되기 전에 처분행위를 하였는데, 이것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왜냐하면, 제1호에 해당하는 처분행위라면 그 이유를 불문하고 상속의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는 반면, 제3호에 해당하는 처분행위라면 그것이 ‘상속재산의 은닉 또는 부정소비’에 해당할 경우에만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심은 원심은 상속포기신고 후 수리 이전의 처분행위는 제1호에 해당하지 않고 제3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제3호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는 A가 망인의 자동차 지분을 이전받은 행위가 상속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 소유의 자동차를 처분하여 대금을 받은 행위 또한 이를 망인의 채무 변제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부정소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1호의 재산처분행위는 ‘상속포기신고가 법원에 의해 수리된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이와 같은 상속포기 신고 수리 전의 처분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위 기준시점을 어디로 정할 것인지 여부는 법리적으로 볼 때 논리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수리는 단지 절차법적인 효력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가정법원의 한정승인신고수리의 심판은 일응 한정승인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 그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의 한정승인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의 최종적인 판단은 실체법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는 상속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6. 2. 13. 자 2004스74 결정). 사안에서 A의 행위가 상속재산의 은닉 또는 부정소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B의 채권은 기본적으로 망인에 대한 채권인 점에 비추어보면 위 판결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은 상속포기와 관련해서는 일반 법리와 달리 예외적으로 ‘법의 부지(不知)’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무지로 인해 채무를 잘못 상속받지 않게끔 법의 보호가 폭넓게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의 무지에 대한 보호법리는 보다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판례는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이 사안에서 상속포기신고를 한 A에게 묵시적인 상속승인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일반적으로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에 이루어진다. 이 사안 역시 A는 망인의 채무를 상속받는 입장이므로 망인의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여 채권자를 실질적으로 해하지 않는 이상 채무초과의 상속인에 대한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이고, 따라서 이 기간 동안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상속재산의 ‘은닉 또는 부정소비’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가치판단이 가능한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에 대하여 이와 같은 기준을 마련한 이상 당사자들은 상속포기, 한정승인신고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처분과 관련한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속포기
상속
부정소비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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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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