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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국가배상
민사일반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경찰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A가 민원인 甲이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고 하면서 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였다. 이에 민원인 甲은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고소인은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위 약식명령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민원인 甲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위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 A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여 민원 사건을 접수하였고, 수일 후 다시 위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찰관 B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경찰관 B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甲은 경찰청에 경찰관 A, B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관 A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경찰관 B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등을 이유로 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경찰관 A, B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찰관 A, B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이 사건 법원(수원지방법원 2019나56678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경찰관 A는 민원인 甲이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경찰관 B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관련 법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한편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참조). 4. 검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주권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천명하고 있고, 그러므로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은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국가공무원법 제59조),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같은 법 제56조). 즉,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의무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바, 특별한 사정 없이 국민이 제출하는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한 경찰관은 국민이 입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경찰관
직무행위
국가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6
군사·병역
형사일반
- 서울고법 2020. 10. 22. 선고 2019노772 판결 -
민간인에 대한 군형법 제94조 적용의 헌법적 문제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22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활동사건에 관한 항소심(2019노772)에서 민간인인 A에 대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결하였다. 그런데 군형법 제1조는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군인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군사상 기밀누설죄, 유해음식물 공급죄, 초병에 대한 죄 등 열거된 범죄에 대해서만 민간인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항소법원은 이 사건에서 군형법 제1조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8조와 제33조를 근거로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하였다. 항소법원은 군형법의 총칙으로 형법 총칙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형법 제33조가 적용되면 군인이 아닌 자도 군인과 공모하면 공범으로 군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항소법원은 피고인 A가 현역군인인 사이버사령관 등과 공모하였다는 이유로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군형법 제94조는 군인의 정치 관여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같은 법 제1조 제4항에 따르면 민간인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이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피고인 A는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지만 군인 등의 신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군형법 제94조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항소법원은 신분관계가 없는 민간인이라 하여도 군인과 공모하여 군형법 위반죄를 저지르면 형법 제33조와 제8조에 따라 군형법 위반죄의 공범이 된다고 보았다. 항소법원의 이 판결은 군형법이 형사특별법이란 점과 형법 제8조 단서에서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군형법은 군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형법의 특별법으로 제정·시행되고 있는 법률이다. 형법이 있음에도 군형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는 군의 중요성을 전제로 일반 범죄와 구분하여 별도로 처벌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군형법은 제1조부터 그 적용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민간인은 군형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는다. 군형법 제1조 제4항은 민간인이라 하여도 열거된 범죄에 한정하여 군인에 준하여 적용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간인이라 하여도 국가안보에 종사하고 있는 군에 대하여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적용하여 가중처벌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군형법상 규정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형법상 공범규정을 적용하여 민간인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A는 사건 당시 국방부장관의 신분이었다. 국방부장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무위원이며 헌법 제87조 제4항에 따라 현역군인은 국무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니다. 군인이 아닌 국방부장관은 군형법 제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군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피고인 A에게 적용된 군형법 제94조는 군인의 정치관여를 차단하여 헌법 제5조 제2항에 따른 군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는 헌법 제86조 제3항과 제87조 제4항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문민원칙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군형법 제1조에 따라 같은 법 제94조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 군형법 제1조 제4항은 제94조 정치관여죄의 적용대상에 민간인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형법과 군형법상 관련 규정에 따라 군형법 제94조는 민간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 민간인이 군인과 공모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하였다고 해도 민간인은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때문에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민간인을 공범으로 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한다면 헌법 제21조, 제8조, 제37조 제2항 등을 위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가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소속공무원인 군인들에게 그런 행위를 시킨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군인의 신분을 가진 자와는 별개로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할 것은 아니다.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학과)
정치관여
군사이버사령부
군형법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학과)
2021-01-25
민사일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0.24. 선고 2018가단5104934 판결 -
지자체행사중 사고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면책여부
1. 책임보험의 의의·기능과 사안의 쟁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책임보험이라 한다. 각종 책임사고로 인한 손해를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면 기업은 도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개인도 회복불가능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곧 불법행위법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손해의 공평분배를 실현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가 책임보험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보험보호를 누리고 가해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어 파생되는 책임보험의 역기능을 억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책임보험에서는 일부 자기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고 다양한 면책사유를 두고 있다. 책임보험 중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혀 발생한 법률상 배상책임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가해자의 범위에 따라 크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나주어진다.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배상책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유용한 보험종목이다.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안에서 문제되는 점은 다음의 3가지이다: ① 피보험자 소속 지자체 행사 중 사고가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직무상 배상책임 면책이 불공정약관이어서 무효인지여부, ③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 인정과 그 법적 성질. 2. 사실관계 서울시 공무원인 A씨와 C씨는 2016년 1월 춘천 강촌으로 '2016년 액션미팅'을 떠나 족구경기에 앞서 같은 팀에서 연습경기에 참여하였다. 좌측 후방을 맡고 있던 A씨는 같은 쪽 전방을 맡고 있던 C씨와의 사이에 공이 떨어지자 "마이, 마이"라고 외치며 헤딩을 하려다가 공을 걷어내려던 C씨의 발에 머리를 걷어차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이 사고로 비골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는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어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여러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통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좌측 반신 부분마비로 일상생활이나 동작에 제한이 생겼다. 이 사고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요양급여를 받은 A씨는, C씨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한 B사를 상대로도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가 일어났으니 배상하라"고 하면서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의 요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국가 등이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미팅은 중점 현안과제 토론을 통해 직원 업무 몰입도 향상·주요 시책 성과제고를 위해 평일에 실시된 행사로서 A씨와 C씨가 근무하는 부서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참석하도록 시행되었고, 대형버스로 강촌에 도착한 다음 도착 후 직원별 소통과 현안업무 토론, 친선 족구경기 순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고는 공무원인 C씨가 일과시간에 직무로서 체육활동을 하는 중 발생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통상적으로 있을 법하게 C씨가 공을 차려고 하였던 것"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또 "C씨가 가입한 보험계약 약관에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족구경기가 C씨의 직무수행에 해당된다고 보는 이상 B사는 보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4. 판례평석 현대에는 책임보험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 책임보험에서 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는 타인을 위한 보험은 아니다. 배상관계와 보상관계의 분리원칙(Trennungsprinzip)을 철저히 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인 피보험자에게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험금은 경제적으로 제3자에게 귀속되므로 피해자는 보험자와 관계를 갖는다. 상법은 책임보험의 경우 피해자인 제3자에게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제724조 제2항 본문). 이 직접청구권은 보험금청구권이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을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본다(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등).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수로 한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하였을 때 배상하여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물건이 파손되어 원상 복구할 때 드는 비용과 보상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그런데 동 보험은 국내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정생활안심보험 등 패키지 보험을 통해서 일상생활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보상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근거는 우리보다 사고발생에 대한 배상을 하여주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하고 또 일반인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에 대하여 더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한 책임보험은 손해보험에 속한다. 손해보험의 경우 고의·중과실에 의한 사고는 보험자 면책사유로 되어 있다(상법 제659조). 하지만 책임보험에서는 그 특수성과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때문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만이 면책사유가 된다고 하여야 한다. 본 평석에서 문제가 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건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보험자에 대하여 피해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쟁점의 사안은 공무원이 주간에 소속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행사 일정에 포함된 족구 연습경기에 참여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이었다. 즉 공무원이 소속 지자체의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피해자가 ‘마이’를 외치고 헤딩을 하려는데 순간적으로 가해자가 공을 걷어차려다가 피해자의 머리를 차서 다친 경우이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해자 측에게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직장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경위로 사고가 난 경우로서 결국 해당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면책사유로 규정을 하고 있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리고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이 약관의 규제 법리상 무효로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무수행중의 위험은 일상생활에서의 위험과는 그 위험률의 정도가 달라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으로서 해당 보험의 보장내용을 공허한 것으로 만드는 면책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어떠한 위험을 인수할 것인가 및 어떠한 사유를 면책사유로 정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보험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34956, 2015다34963 판결)을 취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한 판단이 설득력이 있다.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본 다음에는 이 보험에 대한 약관 설명과 보장내용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본 사안의 경우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기인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평석의 대상인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다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대상과 면책사유(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 같이 살고 있는 친척에 대한 사고, 자신의 물건이나 빌린 물건에 대한 사고, 정신질환에 의한 배상책임보험,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다른 부동산에 대한 배상, 폭행·구타로 인한 배상책임 등)를 보험가입시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여 주어 가입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또한 보험자의 상품 광고에서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장범위를 명확하게 알려 보험가입자들이 판단하고 보장 흠결에 대한 대비책(예를 들어 ‘사용자배상책임보험’에의 가입 등)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여 이 보험의 보장 흠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을 통하여 보상을 받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과정에서의 사고에 대하여 보상을 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보험제도가 선진 외국처럼 많이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는 다양한 면책약관을 규정하고 있다.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다툼이 발생한다. 앞으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하여 면책사유의 내용과 그 면책사유에의 해당여부에 대한 보다 정치한 연구가 진행되어 이 분야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공무원
족구
직무수행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2020-09-10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20. 8. 21. 선고 2019구합85256 판결
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인터넷회선 감청(일명 패킷감청) 위헌확인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중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통신제한조치의 하나로 패킷감청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패킷감청은 그 기술적 특성으로 수사시관이 허가받은 범위 이상의 매우 광범위한 범위의 통신 자료를 취득하게 됨에도, 현행법상 집행 과정이나 그 이후에 객관적인 감독·통제 수단이나 감청자료의 처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패킷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 사건의 개요 국가정보원장은 청구외 김○윤의 국가보안법위반 범죄수사를 위하여 위 김○윤이 사용하는 휴대폰, 인터넷회선 등 전기통신의 감청 등을 목적으로, 2008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법원으로부터 총 35차례의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아 집행하였다. 위 통신제한조치 중에는 ‘○○연구소’에서 청구인 명의로 가입된 주식회사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인터넷회선(서비스번호: ○○○○, ID : ○○○)에 대한 2013. 10. 9.부터 2015. 4. 28.까지 사이에 6차례에 걸쳐 행해진 통신제한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인터넷 통신망에서 정보 전송을 위해 쪼개어진 단위인 전기신호 형태의 ‘패킷’(packet)을 수사기관이 중간에 확보하여 그 내용을 지득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이었다. 이에 청구인은 청구인 명의로 가입된 위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목적으로 하는 6차례의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이에 따른 피청구인 국가정보원장의 감청행위,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 제5조 제2항, 제6조가 청구인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6. 3. 29.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 요지 가.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한 소송절차 이외의 파생적 사항에 관한 법원의 공권적 법률판단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국가정보원장의 감청집행은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본안판단을 하는 이상 감청집행 행위에 대해 별도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실익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감청집행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다. 인터넷회선감청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전기신호 형태의 ‘패킷’을 중간에 확보한 다음 재조합 기술을 거쳐 그 내용을 파악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를 통해 개인의 통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된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국가 및 공공의 안전,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행의 저지나 이미 저질러진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수사기관은 타인 간 통신 및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통신자료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집행이나 집행 이후 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관련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법은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보충적 수사 방법으로 통신제한조치가 활용하도록 요건을 정하고 있고,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범죄수사를 위해 그 대상자가 사용하는 특정 인터넷회선에 한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감청이 이루어지도록 제한이 되어 있다(법 제5조, 제6조). 그러나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되어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되므로,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하여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인터넷회선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법원이 허가한 범위를 넘어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된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을 전화감청 등 다른 통신제한조치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은 집행 및 그 이후에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자료를 이용·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다. 그런데 현행 법은 관련 공무원 등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고(법 제11조),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제한(법 제12조)을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현행법상 전기통신 가입자에게 집행 통지는 하게 되어 있으나 집행 사유는 알려주지 않아야 되고,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기소중지 처리되는 경우에는 감청이 집행된 사실조차 알 수 있는 길이 없도록 되어 있어(법 제9조의2), 더욱 객관적이고 사후적인 통제가 어렵다. 또한 현행법상 감청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범죄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도 사용이 가능하므로(법 제12조 제1호)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터넷회선 감청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감청을 수사상 필요에 의해 허용하면서도,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경과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을 허가한 판사에게 감청 자료를 봉인하여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자료의 보관 내지 파기 여부를 판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등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한 처리 등을 객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입법례가 상당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집행 단계나 집행 이후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관련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수사 목적을 이유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신제한조치 허가 대상 중 하나로 정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지만, 단순위헌결정을 하면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한 수사를 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범행의 실행 저지가 긴급히 요구되거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의 수사에 있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취득하는 자료에 대해 사후적으로 감독 또는 통제할 수 있는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있으므로 구체적 개선안을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마련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때까지 일정 기간 이를 잠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해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그 동안 일명 패킷감청‘이라 불리는 인터넷감청이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와 관련하여 제동을 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외에 패킷감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2011. 3. 29. 헌법소원심판이 청된 적이 있었다, 2011년 청구된 사건도 이 사건과 동일하게 법원의 허가와 국가정보원장의 집행행위 및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사건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15. 9. 28. 청구인이 사망하자 소송종료선언을 하였다(헌재 2016. 2. 25. 2011헌마165).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지 4년이 지나 청구인이 사망하자 소송종료선언을 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청구된 지 2년 6개월도 되지 않아 선고를 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각하와 헌법불합치 선고가 함께 된 것으로, 법원의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허가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안된다고 하여 각하를 하였고, 국가정보원장의 인터넷회선 감청행위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각하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 중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은 “통신제한조치는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특정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또는 그 해당자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우편물이나 전기통신을 대상으로 허가될 수 있다.”라고 하여 우편물이나 인터넷회선을 통한 전기통신 또는 그 이외의 전기통신 등도 모두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된다. 즉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의 검열’이나 ‘전기통신의 감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통신제한조치의 필요성은 인정을 하고 있다. 즉 오늘날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여 의사 또는 정보를 송·수신하는 방법은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통신수단이 되었고, 인터넷을 활용하는 범행 계획과 실행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환경에서,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통신기술의 발전에 상응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는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를 대상으로 하여 이들이 특정 인터넷회선을 이용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 중 범죄 관련 정보로 제한된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감청 허가서에 기재된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단순히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할 뿐인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되므로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감청대상자인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와 통신을 주고받는 제3자 외에 해당 인터넷회선을 단순히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취득되고, 오늘날 메신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물품구매, 금융거래, 영상물 시청, 게시글 등록, 블로그 활동 등 생활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터넷회선 감청이 감청 범위의 포괄성 면에서 다른 전기통신 감청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은 그 특성상 집행 단계에서 법원이 허가한 인적, 물적 범위를 넘어 감청으로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의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이로 인한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과정에서나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라도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 목적과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에 광범위하게 취득된 자료를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제대로 이용·처리하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고 보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이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게 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보았다. 우리 법은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법이 정한 통신제한조치의 요건을 구비하여 피의자, 피내사자별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 목적, 대상, 범위, 집행 장소, 기간 등을 특정하여 허가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집행 단계부터는 공무원 등의 비밀준수의무 및 일정 목적 외 취득한 자료의 사용 제한을 정한 것 외에 객관적 통제 장치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제3자 정보에 대한 통제 장치의 미비는 수사시관이 피의자나 피내사자 이외의 범죄와 관련없는 사람의 자료까지 수집하게 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없으므로 제3자에 대한 정보를 특정인의 동향파악이나 개인정보수집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일명 패킷감청에 대하여 제3자 관련 정보의 처리와 관련하여 객관적인 통제 장치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이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8-11-08
선거·정치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서울서부지방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모두사실 피고인은 2010. 7. 1.부터 2018. 3. 6.까지 충청남도 도지사로 근무하였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하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여, 33세)는 2017. 2.경부터 2017. 4. 17.경까지 피고인의 대선 경선캠프 홍보기획팀에서 홍보물 등 제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7. 3. 충남도청의 지방별정직 6급 상당에 임용되어 그때부터 2017. 12. 20.경까지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행사, 국·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조율·관리하고 수행하는 공적인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연락, 장소 예약, 담배·맥주와 같은 기호품 구입이나 전달과 같은 사적인 용무 관련 지시를 평일·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시로 수행하였고, 2017. 12. 20.경부터 2018. 3. 6.까지 정무비서로서 도지사실로 오는 각종 외부 요청 관리 및 정책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면서 도지사 행사에 나가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의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도청에서 정무적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대거 이동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비서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적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아니하여 자치단체장이 임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과오가 없어도 면직이 가능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피해자의 향후 진로에 피고인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피고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인계를 받은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도지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가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나. 구체적 공소사실 ① 2017. 7. 29.경 강제추행 2017. 7. 29. 저녁 러시아에서 충남도청 직원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던 중 피해자의 옆에 앉은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에 피고인의 엉덩이와 다리를 갖다 대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② 2017. 7. 30.경 피감독자간음 2017. 7. 30. 새벽 러시아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맥주를 가지고 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가 이에 놀라 수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를 잡고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③ 2017. 8. 10.경 강제추행 2017. 8. 10.경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④ 2017. 8. 12.경 강제추행 2017. 8. 12. 밤 호프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2층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던 피해자와 마주치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으며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고,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⑤ 2017. 8. 13.경 피감독자간음 2017. 8. 13. 새벽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부름을 받고 온 피해자에게 “나를 안게.”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안도록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꽉 끌어안은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고인의 행동을 피하여 움직이려는 피해자의 어깨를 꽉 누르고 1회 간음하였다. ⑥ 2017. 8. 16.경 강제추행 2017. 8. 16. 저녁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찬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앞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하고 그 앞방으로 간 다음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⑦ 2017. 8. 중순 내지 말경 강제추행 2017. 8. 중순 또는 말경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껴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⑧ 2017. 9. 3.경 피감독자간음 2017. 9. 3. 새벽 스위스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침대로 오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수 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⑨ 2017. 11. 26.경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2017. 11. 26.경 관용차(카니발)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무릎에 담요를 덮으면서 손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위로 음부 부위를 문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하자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도 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지퍼를 열려고 하였다. 지퍼를 열려고 시도하던 중에 벨트에 연결된 버클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게 되었는바, 피고인을 만류하기는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경우 관용차 운전자가 그 소리를 듣고 추행 상황을 알아차릴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스스로 지퍼를 내리자,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만졌다. ⑩ 2018. 2. 25.경 피감독자간음 2018. 2. 24.경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있던 중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어디니. 뭐하니. 마포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전에 있던 피해자가 가족들과 식사 중이어서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피해자에게 ‘1시간 안에 와라. 늦더라도 오라.’며 수회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에게 위 오피스텔로 오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계속적인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다음날 새벽 위 오피스텔에 찾아온 피해자에게 ‘요즘 미투에 대하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투(Me Too)를 보며 그때 내가 너한테 했던 것들이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그때 너 괜찮았니? 괜찮니? 괜찮은 것 같니?’라고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문제 삼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미투를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를 안으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지 않은 채 주저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하여 성관계 자체와 신체접촉(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피고인에게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위력과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인지하였을 뿐 위력에 의해 피해자가 의사를 제압당한 상태(또는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상태)라는 인식과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을 한다는 의사도 전혀 없었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신체접촉이 없었고, 설령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애정에 기한 성관계 전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으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있어서의 위력이 피고인에게 존재하였다. 2) 피고인이 부당한 대우,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피고인이 평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비롯한 도청 소속 공무원을 하대하는 등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직책)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치적·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유일의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 존재한다. 4) 피고인이 상시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만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개별 구성요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함에 있어 ‘나를 안게.’라는 취지의 표현과 피해자를 껴안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일응 위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나아가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범죄사실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설령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통상적으로 볼 때는 거부나 저항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으며,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6) 구체적 판단 가) 피고인 측 경선캠프 분위기가 피해자의 예상보다 경직되고 상명하복식 구조를 띠었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수인할 수 없거나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곧바로 피고인의 위력으로 연계시킬만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선캠프 분위기가 그대로 도청 비서실 등 정무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②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외로우니 위로해 달라. 나를 안으라.’고 반복하여 말하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아닌데요. 아니예요.’ 등을 중얼거리는 방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들어 피고인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내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하였을지도 의문이다.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첫 간음을 당한 날 아침에 피고인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다른 직원 등을 동원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당일 저녁 도청 직원들이 발레공연을 보러간 사이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동행하여 담소를 나누었으며,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예약하여 찾아갔고, 피해자와 가까운 제3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 다) ⑤ 공소사실 관련 : 이미 러시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불과 몇 시간 전 호프집 화장실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심야시간에 단둘만이 객실을 달리하여 투숙한 호텔에서 “씻고 오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별다른 저항이나 질문조차 없이 샤워를 한 후 피고인이 사용하는 객실에 들어간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라) ⑧ 공소사실 관련 : 호텔은 2동의 건물로 되어 있고, 각 동은 1층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원래 동을 달리하여 투숙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자의 교체 요청에 따라 피고인(421호실)과 피해자(513호실)가 같은 동에 속한 객실에 층을 달리하여 투숙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자니 ? 아니욤 ? 올래? - 주무시다깨심요? - ㅇ, ..., 담배, ...”라는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성관계가 있은 몇 시간 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S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마) ⑨ 공소사실 관련 :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허벅지와 음부 부위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자 이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더욱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심한 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벨트를 푸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벨트 구조상 벨트가 묶여 있어야 딸그락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구조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⑩ 공소사실 관련 : ⓐ 사건 전날부터 범행 직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삭제되었는데, 2018. 2. 25. 이후 피고인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상황이었음에도 마지막 범죄의 피해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K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K가 피해자에게 ‘캡쳐해서 보내봐.’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막상 당일 피해와 관련한 중요한 대화 내용이 확보되지 않았고 오히려 K로부터 받은 위 문자메시지 자체를 삭제하였는바, 피해자가 유력한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에 있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 유리한 자료로 삭제, 편집 및 선별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간음의 ‘타깃’이 될 것으로 인식과 예상을 하면서도 심야에 긴급히 KTX를 갈아타며 대전에서 서울로 가서 카카오블랙 택시를 불러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도 뛰어서 로비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행동은 오피스텔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되는 점, ⓓ K는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고소에 이르는 데에 핵심적으로 관여를 하였고, 2017. 1.경부터 2018. 2. 25.경까지 피해자와 K는 매우 빈번하게 통화를 하였는데, K가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삭제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및 K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① 공소사실 관련 : 당시 요트 뒤쪽 자리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요트 뒤쪽의 자리로 오자 피해자와 그 옆 사람이 좌우로 공간을 넓혀 주어 피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옆자리로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S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거나 일관되지 않은 점(어깨동무를 하였다 →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S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③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가 피고인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고 하다가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나중에 우연히 오른뺨을 도려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오른뺨에 뽀뽀를 당한 것이어서 진술을 정정하였다는 경위 설명에 다소 의문이 드는 점, 고소장에는 이 부분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인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있는 기차 객실에서 수행비서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④ 공소사실 관련 : 추행 직전, 직후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호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 4) ⑥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2018. 2.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가 2018. 3. 6.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고소장에는 대략적인 일자와 장소만 특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다수의 강제추행 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점점 기억이 났다는 피해자 진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담배 심부름을 시킨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 추행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⑦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가슴 쪽에 터치가 있었고 손으로 스치듯이 만지며 껴안았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가슴 같은 데를 만지고 엉덩이인가 허리를 만졌다. 추행들이 너무 잦아서 특정한 장소가 아니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고, 추행의 구제척인 방법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모호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분석과 의의 가. 대상판결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운전비서의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태도 및 피해자의 이 사건 증언시의 태도 등에 근거하여, 피해자를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검사는, 피해자가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말투를 어눌하게 흐리거나 여리고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상정하여, 피고인의 위력에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성폭력 피해자성의 표지 혹은 피해자 개인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은, 피해자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성실함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에게 보인 수많은 모순적, 비합리적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일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적법한 증거판단으로 보인다. 다. 특히, 대상판결은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자료로 삼았다. 상화원 사건은 상화원 211호의 2층을 피고인 부부가, 1층을 피해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2017. 8. 19. 새벽 무렵에 발생된 사건으로, 피고인 부부의 진술에 의할 때, 새벽 4시경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 객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아래쪽에 서서 피고인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발각되자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까봐 211호의 2층으로 올라가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피고인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당일 피고인의 처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한 점, 피고인의 처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이전에 이미 비서실장에게 상화원에서의 일을 이야기를 하며 수행비서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JTBC 인터뷰를 한 직후 다른 사람(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피고인의 처는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에게 전화하여 새벽 4시에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자는 방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부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라. 한편, 대상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견지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소의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 피해자의 행동은 긴장성 부동(不動)화 내지 심리적 얼어붙음 현상으로 설명되지 않고, 피해자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학습된 무기력, 해리, 피해자로서의 부인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관하여도 검토하여 배제하였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경선캠프에서의 성실성으로 인해 수행비서로 발탁된 것이지 피고인의 지시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선발된 것이 아닌 점, 2017. 7.말경 러시아 방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고, 러시아 방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려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그루밍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마. 대상판결은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무죄 추정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한편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놓치지 않은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지방별정직
별정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8-28
형사일반
[판례해설] 외국인은 사증발급 거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
-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 1. 사건의 개요 한국인 남성 A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인 여성인 원고를 소개받은 후 혼인신고를 하였다. 원고는 A와 혼인하였음을 이유로, 혼인 직후부터 매년 1차례씩 한국총영사관 총영사(피고)에게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네 차례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A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의 실태조사를 거쳐 ‘A의 가족부양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을 네 차례 모두 거부하였다(그 중 네 번째 사증발급거부행위를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2. 사건의 쟁점과 판결의 요지 가. 쟁점 피고는, 외국인은 사증발급거부행위를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하였는바, 한국인 남성과 혼인한 중국인 여성인 원고에게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나. 판결의 요지 1) 제1, 2심은, 재외공관의 장의 사증발급 거부행위는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근거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① 사증발급은 입국허가의 추천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②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은 대한민국의 공익을 보호하는 것일 뿐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점, ③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출입국관리법의 해석상 외국인에게는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판결의 의의 가.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 제시 1) 국제법상 외국인에 대한 입국허가, 체류 허용 등에 대한 결정은 그 국가의 주권행사에 해당하는 고권적 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외국인에게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를 해당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의의가 있다. 2)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반면 국적법상 귀화불허가처분이나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 등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을 체류한 사람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 1) 입국사증의 발급 여부가 주권국가의 고권적 행위라는 점에서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판시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닌바, 외국인이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 없이 사증발급 거부행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사증이 발급되지 않자, A와 혼인한 때로부터 단기일반(C-31) 또는 순수관광(C-32) 사증을 발급받아 국내에 단기간씩 체류하면서 출국과 재입국을 반복하면서 A가 매수한 아파트에서 동거하였고, 이 사건 거부처분이 A의 가족결합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는바, 외국인의 사증발급신청행위라고 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조차 인정될 수 없다고 할지는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고 할 것이다.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외국인
출입국관리법
국적
사증발급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2018-06-27
행정사건
[판례해설] 박 前 대통령에 대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판결
-2018. 4. 6.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364-1- 사인(私人) 최○○이 미○ 및 ○스포츠 재단 설립 등 국정운영에 관여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2016. 11. 30. 특별검사가 임명되었고, 2017. 3. 10. 헌법재판소에서 박○○ 前 대통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결정되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현직에서 파면되었으며, 특별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2017. 4. 17. 박○○ 前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과 공모하여 전국경제인 연합회 회원사들에게 미○ 및 ○스포츠 재단의 설림·운영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이○○ ○○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받아 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요구 및 문예기금 지원심의에 부당 개입(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 前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하였고, 2018. 4. 6. 법원은 대부분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면서,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금중 일부 및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1심 판결은 박 前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등을 인정하여,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의 정당성을 형사법적 측면에서 재확인해주고 있다. 박 前 대통령이 사인(私人) 최○○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는 국민주권주의,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또한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특정 영화 및 도서에 대하여 법에 따른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게 한 행위 역시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 제도를 위반한 것이고, 나아가 예술의 자유라는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마찬가지로 위헌적이다. 1심 판결의 법률적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이○○ ○○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2017노2556)에서는 정○○에게 제공한 말의 형식적 소유권이 삼성그룹에게 남아있다는 점을 근거로 말의 사용료·보험료 등을 뇌물액에서 제외하여 뇌물수수액이 36억3484만원이었으나, 본 판결에서는 최○○이 해당 말들의 실질적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공범관계에 있는 박 前 대통령이 말 자체를 뇌물로 수수한 것으로 보아 박 前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합계 72억 9,427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본 판결이 민법의 형식적 소유권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 측면에서 뇌물의 개념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이○○ 항소심 판결에서는 안○○의 수첩이 전문중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본 판결에서는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의 대화내용에 관한 진술증거로는 전문증거라고 할 것이지만, 대화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는 진술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가 아니라는 판례에 근거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그리고,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에서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은 모두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것은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추가한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다면 이는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前 대통령이 ○○그룹 경영권 승계문제와 관련하여 그 필요성을 개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무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수수죄가 단순 뇌물수수죄에 비하여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가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납득이 가는 해석이다. 다만, 안○○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부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한 ○○그룹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모직과 ○○물산 합병과정에서 ○○연금 이사장 문○○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 사건 1심 판결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으나 이에 앞서 선고되었던 공범인 최○○ 판결과 법리상 동일하다. 박 前 대통령과 최○○이 공범관계에 있는데다가, 두 사건의 재판부가 동일했던 점이 작용한 결과이다. 오히려 본 판결은 박 前 대통령, 최○○과 함께 공범관계에 있는 이○○ 항소심 판결과 서로 다른 점이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항소심 판결과 달리, 본 판결에서 뇌물액이 늘어났고, 안○○ 수첩의 증거능력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위 세 사람의 사건들에 대해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을 선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뇌물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5-15
[판례해설] '국정농단' 최순실, 징역 20년… 신동빈 법정구속
비신분자가 뇌물 전부를 받은 경우, 신분자인 공무원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하여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닌 일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184 등 판결) 1. 사안의 개요 최근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몰고 온 주범이자 박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에게 중형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최씨가 박대통령과 공모하여 삼성 측으로부터 승마지원 관련 뇌물을 받은 것이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제3자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그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일반 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지였다. ‘부정한 청탁’에 관한 입증이 매우 까다롭다는 측면에서 어느 죄로 의율되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형법이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와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으나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신분자와 비신분자 사이의 구체적인 실행행위의 분담내용, 그들 사이에 수수한 뇌물의 처분, 분배 내용 등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인 이상 뇌물이 비공무원에게 전부 귀속된다고 하여도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일반)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3. 평가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그것을 공여하도록 하고 그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성립된다. 제3자뇌물수수죄의 본질은 공무원이 스스로 뇌물을 수수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수수하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다만, 공무원과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이고도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 제3자에게 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가 아닌 단순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가령, 뇌물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그밖에 평소 공무원이 다른 사람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사회통념상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도 특검이 초기에 박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인 점을 주목하여 수사를 한 것도 제3자뇌물수수죄 의율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판결에서는 박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따질 것도 없이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 즉 뇌물수수죄에 있어 비신분자인 최씨가 신분자(공무원)인 박대통령의 뇌물행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한 것이므로, 모두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뿐, 둘 사이에 그것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배분했는지 등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둘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고, 일반 뇌물수수죄이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 여부도 심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법리적인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다. 뇌물의 귀속주체가 공무원 또는 그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실질적으로 있는 자이면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어야 하고, 그러한 귀속주체가 그와 다른 사람이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더라도,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의 귀속주체는 공무원인 박대통령이 아니라 비신분범인 최씨의 딸인 정씨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형법이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범죄의 구성요건을 다르게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3자뇌물수수죄가 의율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박대통령이 위 죄의 공동정범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함이 옳다. 그럼에도 위 판결은 해당 사안이 어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하기 전에 박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정범 관계인지를 따지고, 공동정범의 관계라면 비신분자인 최씨가 받은 뇌물도 박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논리로 구성하고 있다. 아마도 위 판결은 공동정범자(비신분범)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은 공무원인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도 아닌 공동정범자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까지 공무원인 자기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공무원이 친구 모르게 뇌물을 주도록 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되는데, 친구와 단지 공모한다고 해서 단순수뢰죄가 성립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나아가 친구가 단순히 방조하기만 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만, 가담정도가 공동정범에 이르면 일반 뇌물수수죄가 된다는 것인데, 공범의 관여 정도에 따라 해당 구성요건이 달라지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형법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라는 구성요건을 따로 둔 이유는 뇌물의 귀속주체가 공무원이 아닌 경우 공무원 스스로 받는 것보다 불법성이 감경되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단순히 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고 하여 공무원이 뇌물 귀속주체가 아닌데도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한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와 같이 위 판결은 공동정범의 법리에 치중하여 뇌물수수죄의 범위를 근거 없이 확장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순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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