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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
민사일반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경찰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A가 민원인 甲이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고 하면서 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였다. 이에 민원인 甲은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고소인은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위 약식명령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민원인 甲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위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 A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여 민원 사건을 접수하였고, 수일 후 다시 위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찰관 B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경찰관 B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甲은 경찰청에 경찰관 A, B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관 A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경찰관 B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등을 이유로 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경찰관 A, B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찰관 A, B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이 사건 법원(수원지방법원 2019나56678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경찰관 A는 민원인 甲이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경찰관 B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관련 법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한편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참조). 4. 검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주권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천명하고 있고, 그러므로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은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국가공무원법 제59조),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같은 법 제56조). 즉,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의무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바, 특별한 사정 없이 국민이 제출하는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한 경찰관은 국민이 입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경찰관
직무행위
국가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6
[판례해설] 수은이 들어 있는 독감예방접종과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인지 여부
원고는 제대를 3개월 앞두고 있던 2004년 9월 의무대에서 독감예방접종을 받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예방접종을 받은 어깨 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겼고 검사결과 이물질 주입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 후 원고는 ‘오른쪽 어깨 이물 주입상태’라는 병명으로 공무상병 인증서를 교부받고 만기 제대하였다. 제대 후 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 혈중 수은 농도가 120(참고치 5미만)으로 측정되었고 조직검사결과 이물질이 수은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자, 원고는 수은덩어리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원고는 2006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독감예방접종 과정에서 수은이 주입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국가의 과실로 수은이 주입된 것이라고 해도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에 기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원고는 손해배상소송 도중이던 2007년 보훈청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하였으나 보훈청은 독감예방접종 과정에서 수은이 주입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1,2,3심 모두 원고가 승소하였으나(최종승소까지 4년이 걸렸다), 부상 정도가 상이등급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2011. 10. 5. 보훈청은 원고에 대해 다시 국가유공자비해당 결정을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15년에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국가배상법 제8조 본문 및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보훈청이 원고에 대해 국가유공자비해당 결정을 한 2011. 10. 5.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3년이 이미 지난 뒤였다. 1심은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지만 국가가 소멸시효 주장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2심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처럼 사실상 행정소송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지, 원고가 2006년 6월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 사이의 기판력 문제 등도 중요한 쟁점이지만(1심은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고, 2심은 ‘명시적 일부청구설’에 근거하여 일부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여기에서는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그러나 대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고 판시하여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대법원은 ‘원고가 국가의 위법한 재소자에 대한 집필허가불허와 동료 수감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게 한 계호의 소홀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교도소 내에서는 집필허가를 받지 않는 한 어떠한 서류도 작성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권리남용을 인정하였고(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0392 판결), 근로자가 추가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사용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고 인정하였다. 이 사안의 경우 국가는 원고가 제기한 2006년 6월 소송 및 국가유공자등록 관련행정소송에서 책임을 부정하며 다투었고 원고가 4년에 걸친 행정소송을 통해서 겨우 승소한 점, 신체검사결과가 상이등급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은 원고가 자신의 노력과 비용으로 수은덩어리를 적출하였기 때문인 점 등은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소멸시효가 문제된 것은 원고가 2011. 10. 5. 보훈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국가유공자비해당 결정을 받고도 3년이 지나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원고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소멸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2심의 판단은 타당해 보인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17-10-20
국가배상
군사·병역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판례해설 - 군대간 아들이 사지마비가 되어 돌아왔다면? - 국가배상법과 이중배상금지원칙의 해석
서울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4나2011749 판결 오윤회(가명)씨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복무를 하다 결핵성 흉막염과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전역한 사람입니다. 입대 이후 체중이 102kg에서 62kg까지 줄었던 오씨는, 2010년 8월 유해발굴작업 도중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사단 의무대에 입원하게 됩니다. 오씨는 같은 해 11월 뇌 단층촬영(CT)을 반복한 다음에야 결핵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민간병원으로 옮겨져 최초로 결핵약을 투여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오씨는 사지가 마비되어 거동을 할 수 없고 의사표현도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오씨의 부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오씨가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공상군경으로 인정되어 국가보훈처로부터 보상금을 지급 받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부모의 위자료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군부대는 오씨가 위중한 상황이었음에도 부모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고, 오씨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국군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오씨가 의식을 잃어 대화도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오씨가 이미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결핵균이 잠복기를 지나 활성화된 11월에 이르러서야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오씨가 이미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 받은 이상,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씨가 이미 공상군경으로 인정되어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상금을 받고 있으니,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이른바 ‘이중배상금지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 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전사,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유족연금, 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 받을 수 있을 때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군인이나 유족이 법령에서 정한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에 별도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입법 당시부터 평등권 및 청구권 침해로 위헌논란이 끊이질 않던 조항입니다. 다만 1972년 유신헌법에서 헌법 조문으로 아예 이중배상금지를 못박아 버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바람에, 헌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국가배상법 규정의 효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법원은 손해배상청구권이 배제되는 당사자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본인’과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배제되고, ‘유족’의 사전적 의미는 ‘전사, 순직한 군인 뒤에 남은 가족’이니, 공상을 입은 군인의 가족은 이 ‘유족’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가유공자법에서 공상군경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나 지원금 내역을 보면 모두 공상군경 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가족들에게 이러한 지원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군인이 사망한 경우 유족들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는 점에 비추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사망군인 및 유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오씨의 부모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그간 이중배상금지원칙의 위헌성과 해결책에 관한 논의는 주로 사망군인과 유족들의 사례에 집중되었습니다. 정부는 군인연금법이나 국가유공자법의 보상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가배상법 단서 조항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해 왔는데, 공상군경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보상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배상법 해석을 통해 그 공백을 일부 메웠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 사지가 마비되어 돌아온 자식을 보는 부모의 찢어지는 가슴은 그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못할 것입니다.
국가배상
국가유공자
이중배상금지
2016-12-23
국가배상
민사일반
박성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판례해설 -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인 인과관계의 의미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 1. 기초사실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오원춘의 범행에서 비롯되었다. 오원춘은 2012. 4. 1. 22:32경 귀가하던 피해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자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피해여성이 살해되기 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오원춘이 2012. 4. 1. 22:50경 피해자의 양손을 묶은 후 화장실에 간 사이, 피해자는 결박을 풀고 방문을 닫아 잠근 후 22:50:12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112 신고센터 접수원은 피해자와 약 58초가량 통화했고, 오원춘이 창문을 통해 다시 방으로 들어 와 피해자를 폭행하는 소리까지 7분 33초 동안 연결된 전화로 전달되었다. 관할경찰서 강력팀장은 23:45경 신고내용 녹취파일 청취를 시도했으나 재생 프로그램 오류로 듣지 못했고, 다음 날 01:11경에야 녹취된 내용을 들었다. 01:53경 강력팀장은 형사계장에게 사태가 심각하니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2012. 4. 2 06:00경 녹취파일을 청취한 형사계장은 형사과장에게 당시 상황이 위중해 보이니 강력팀 전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렸다. 강력팀 소속 경찰관들은 다음날 09:40경부터 교차수색을 하다가 10:00경 인근 가게를 방문해 피해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인근 집을 수색하다 11:40경 오원춘의 집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고 11:50경 그 자리에서 오원춘을 체포했다. 원고들은 피해여성의 부모와 언니, 남동생이다. 만일 경찰관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범행현장을 일찍 발견하고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피해자 사망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소를 제기했다. 2. 판결요지 원심은 경찰관들이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행위가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네 가지 위법행위를 적시했다. ① 피해장소가 어느 '집 안'이고 다급한 상황임을 112 신고센터 접수원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범죄신고접수 처리표를 작성하면서 범행장소가 '집 안'이라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행위, ② 경험이 없고 전문교육도 받지 않은 접수원을 112 신고센터 접수요원으로 배치하고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 ③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지 못한 데다,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해 문제될 때까지 보름 넘게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행위, ④ 피해자가 매우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112 신고센터에서 좀 더 분명히 알렸어야 하는데도 부실하게 지령을 전달한 행위 등은 경찰관들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근거로, 다시 말해 공무원들의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경찰관들의 위 4가지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2012. 4. 1. 22:50:12경 '○○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범행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했고, 전화를 통해 피해자가 애원하는 소리와 비명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범인이 화를 내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112 신고센터에서 신고내용과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신고내용대로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면 수색범위를 한정해 탐문하고 가옥 위주로 수색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납치 현장 인근에서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은 2012. 4. 2. 00:30경까지 가게 문을 열고 있었으며, 경찰관들이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한 2012. 4. 2. 09:40경부터 20분이 지나지 않아 피해자 비명을 들은 가게 점원의 진술을 확보한 점에 비춰보면, 만일 2012. 4. 1. 23:00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112 신고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범행현장 부근에서 그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에 들러 수사의 단서를 얻고 2012. 4. 2. 00:00경 이전에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 한편, 범인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사망시간을 추정해 보면, 2012. 4. 2. 00:20에서 00:30경이며, 오원춘이 2012. 4. 2. 02:00~03:00경에 깨어나 다시 강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면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아무리 빨라도 2012. 4. 2. 03:10경 이후로 늦춰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정에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관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이 사건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3. 판결의 의미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었는지 문제된 사건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중, 이 사건에서 다툼이 된 주요 쟁점은 법령위반 여부와 인과관계 존부였다. 국가배상법은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학설은 '위법 일반'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며 판례 역시 일반적인 위법행위를 뜻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다2062 판결 등). 따라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요건은,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는데도 위반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해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까지 아우른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나아가 경찰의 직무행위와 관련해서는, 범죄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의무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려된다.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여러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떤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부작위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20427 판결 등). 위와 같은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볼 때, 원심과 대법원은 공히 직무행위의 위법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다.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도 부족한 112 접수원이 신고내용과 범죄상황의 위중함을 현장의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데다 녹취파일 재생오류 때문에 수사관이 직접 들어보는 데에 2시간 반 가까이 소요된 직무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되었다. 수사에 대한 중요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은, 직무행위를 할 때에 마땅히 따라야 할 준칙에 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잘못이라고 판단된 셈이다. 문제는 인과관계 인정여부였다. 판례는,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요구한다. 즉, 위반이 문제되는 직무상 작위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 규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야 한다.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위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 43466 판결 등). 이처럼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강조하는 태도는 손해를 입은 자가 직무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인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판례는,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하면서,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019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과관계를 부인한 근거로 사익보호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든 것은 아니다. 다만 원심으로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비롯해 수사를 할 때 지켜야 할 준칙이나 객관적 정당성은, 어떤 특정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데에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살해라는 범죄피해가 발생하는 데에 직무상 위법행위가 어떤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112 신고 내용과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2012. 4. 2. 00:00경 이전, 즉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색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는 '집 안'이라는 핵심 정보가 전달과정에서 누락됐고 녹취파일을 재생하는 장치가 고장 나 신고상황의 심각성이 현장과 곧바로 공유되지 못한 위법행위는, 피해자를 생존단계에서 구조하지 못한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고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잘못과 피해 정도의 중대함을 함께 고려해 그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규범의 목적,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및 가해행위의 태양이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36285 판결 등). 이와 같은 기준은 이 사건에도 구체화되어 적용되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잔혹한 범죄로 살해당하고 시신이 훼손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피해의 정도는 인과관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중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위가 아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신고정황의 심각성이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합당한 현장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데에 핵심적인 위법성이 있다. 현장 수사를 방해한 것과 다름 없는 위법사유는 중대한 피해와 직접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가 곧 저질러 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를 제대로 신속하게 전달하지 못한 행위는 단지 위법성을 구성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수사관들이 더 적극적이고 긴급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살해라는 중대한 범죄피해를 낳는 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범죄 피해의 중대함은 112 신고센터에서 놓친 신고정황의 심각성에 이미 담겨 있었다.
오원춘
국가배상
경찰직무태만
2016-08-18
국가배상
김은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판례해설 -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50% 배상책임”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3. 선고 2011가합97466, 2015가합24121(병합) 판결 - 1. 이 사건의 개요 - 2011. 7. 26. 16:20경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서울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최대 112.5.mm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이로 인하여 2011. 7. 27. 07:40경부터 08:40경까지 1시간 동안 우면산 내 13개 지구에서 150회의 산사태(이하, '이 사건 산사태'라 함)가 발생함. -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주택 반지하 방에 살고 있던 16개월 송모군은 2011. 7. 27. 07:40경부터 08:00경 사이에 이 사건 산사태로 인하여 밀려 내려온 토사, 빗물 등에 매몰되어 사망함. - 망인의 부모와 형 등 3인(이하, '원고들'이라 함)은 서울시와 서초구(이하, '피고들'이라 함)의 과실로 송모군이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함. - 제1심 법원은 2016. 6. 3. 원고들의 청구 중, 피고 서울시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서초구에 대한 청구 중 1/2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함. 2. 제1심 판결의 내용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1) 피고 서울시에 대하여, ① 사방사업법 상의 의무 위반, ②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상의 의무 위반, ③ 산림청ㆍ소방방재청 등의 지시ㆍ명령 위반으로 이 사건 산사태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하였고, (2) 피고 서초구에 대하여, ① 급경사지 재해 예방에 관한 법 등에 규정된 의무 위반, ② 재난관리법 상의 의무를 위반, ③ 산림청ㆍ소방방재청 등의 지시ㆍ명령 위반, ④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미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제1심의 판단 : 피고 서초구에게만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미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제1심 법원은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에 대하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때라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하는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95666 판결)."고 설시하였다. 제1심은 피고 서울시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각 의무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ㆍ입증이 없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나아가, 피고 서초구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 중 급경사지, 재난관리법 관련 주장, 산림청ㆍ소방방재청 등의 지시ㆍ명령 위반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주장의 구체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관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서초구의 책임을 인정하였고, 국지성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야기된 점을 감안하여 50%로 책임을 제한하였다. 제1심은 피고 서초구가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로, (i) 2011. 5. 31. 산림청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사태 위기 상황을 가정한 문자메시지 전송 및 예ㆍ경보 발령 등의 모의훈련'에 서초구 담당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은 점, (ii) 산림청이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날인 2011. 7. 26. 19:32, 20:24, 이 사건 산사태 발생 당일인 02:31, 3회에 걸쳐 서초구 소속 담당 공무원 4명에게 '귀 관할구역은 산사태위험 대상지역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는데, 1명은 이미 퇴직하였고, 나머지 2명은 전화번호가 변경되어 메시지를 수신하지 못하여 결국 1명만 메시지를 수신하였으나, 피고 서초구가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구로구, 금천구의 경우 산림청의 메시지 수신 후 산사태 경보 또는 주의보를 발령함). 3. 이 사건 산사태의 원인과 책임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 10. 이 사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이 사건과 동일하게 서울시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고, 서초구에 대해서만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주민대피조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물어 5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이 사건 원고들은 다행히도 서초구 주민이었던 관계로 서초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2015. 10. 선고된 손해배상사건의 피해자들 중 서초구 주민이 아닌 경우에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 사건 제1심 판결 및 2015. 10. 선고된 손해배상사건의 제1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보면, ① 우면산 일대는 지질학적 특성상 인근 지역에 비해 산사태 및 토석류 발생 위험도가 높은데, 특히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한 유역은 그 지질위험도를 I등급부터 V등급으로 구분할 때 대부분의 지역이 III등급(보통 불안정), 일부 지역이 II등급(심한 불안정)인 것으로 분석되었고, ②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10개월 전인 2010. 9.경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우면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내려 우면산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으며, ③ 우면산 정상에는 대한민국이 관리하는 공군기지가 위치하고 있고, 피고 서울시가 설치, 관리하는 서초터널과 우면산터널이 뚫려 있는데, 우면산터널은 2004년 개통되었으며, 서초터널은 2008. 11. 5.부터 2011. 4. 2.까지 일부 공구의 발파 공사가 완료된 후, 2011. 8.부터 우면산 내 다른 공구의 발파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④ 서초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002. 11.부터 2003. 12.까지 우면산 남쪽 기슭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2004. 7. 개원하였다고 설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질학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인 우면산 일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함에 있어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나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졌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면산 일대에는 2010년, 2011년 연속적으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는데, 2011. 7. 26. ~ 27. 관악구, 강남구, 서초구 일대에 이 사건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관악구, 강남구에서는 이러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서초구 우면산 일대의 강수량이 그 중 최고 수준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음에도, 우면산에서만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우면산의 지질학적 특성과 집중호우가 결합된 자연재해로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서울시, 서초구가 우면산 일대에 시행한 대규모 건설공사 당시 산사태 등 환경영향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였는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다하였는지 등에 대한 자료와 정보는 피고들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서울시, 서초구의 손해배상책임을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태이다. 제1심 법원은 소송 계속 후 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고민 끝에, 심증만 있고 명확한 물증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책임의 원칙으로 돌아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고, 피고 서초구의 잘못이 명백한 산사태 주의보,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미비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하였다. 2015. 10. 선고된 손해배상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이 사건 역시 최근 쌍방이 항소하여 항소심이 예정되어 있다. 항소심에서는 보다 새롭고 다양한 증거조사와 사례 비교 등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이 사건 산사태가 전적으로 자연재해 때문인지, 인재가 개입된 여지는 정녕 없는지 철저히 판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산사태
국가배상
우면산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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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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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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