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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근 변호사
[판례해설] 화재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연소된 경우 임차인의 책임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판결- 갑은 지상 2층 및 옥상으로 구성된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갑 소유의 침대, 소파 등 가구류 보관을 위한 물류창고로 사용하였다. 갑은 2008년 5월 을에게 위 건물 1층 중 150평을 임대하였고, 을은 임차한 부분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였다. 위 건물은 1층에서 3층까지의 외벽이 일체를 이루는 등 각 층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0월 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2층 물류창고 전부와 1층 일부가 소실되었고, 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을이 사용하던 임차 건물 부분도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을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갑에게 훼손된 상태 그대로 임차 건물 부분을 반환하였다. 이후 소방당국 및 수사기관에서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하였으나 밝혀내지 못 하였다. 화재 발생 지점은 1층 주출입구 우측으로 밝혀졌는데, 이 곳은 을이 물건을 적치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여 오던 부분이다. 갑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되고 화재가 임대차목적물을 넘어 2층까지 번져 건물과 가구류가 훼손되었으니 그로 인한 손해, 즉, 건물 전체(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 등 화재로 훼손된 부분 전체)의 보수비용 및 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화재가 을의 매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임대차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면서 건물 전체의 보수비용에 대한 을의 책임을 인정하되(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채무불이행책임의 대상이 되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하였다), 을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등). 원심의 판단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화재로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이 배상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임대차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하고, 이는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화재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임대인이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임차인의 매장임이 밝혀졌으나, 화재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화재 발생과 관련하여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보존·관리의무 등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신·권순일 대법관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고,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제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하고, 이 사건에서 가해자인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는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해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이 함께 불에 탄 경우, 이는 복수의 의무 위반이 아닌 하나의 의무 위반 사태로 보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단일한 물건에서 발생한 손해를 계약목적물 자체와 그 밖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화재 발생 지점이 임차인이 주로 사용하여 지배·관리하던 영역에 해당하고, 임차인이 적어도 화재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원심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나아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모두 이 사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견해가 같다”면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이러한 필수적 고려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을의 상고이유 중 책임 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화재가 나면 불이 번져 타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건물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서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임차 건물 부분에 불이 나서 임차 외 건물 부분, 즉, 임대인 점유 부분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버렸다. 한편, 화재 발생 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는 화재 발생 지점은 밝혀졌으나(이에 대하여도 다툼이 치열하였으나, 원심은 임차인이 주로 사용·수익하던 부분이 화재 발생 지점이라고 사실인정하였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이 임차 건물 부분에서 불이 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고 예상 외의 큰 손해가 발생하였는데(판결에 드러난 수치로 비교하면, 임대차보증금이 4천만 원, 월 차임이 330만 원인데, 건물의 보수비용은 2억 7천만 원에 이르고, 임대인이 주장하는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2억 2천만 원이다),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즉,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임대인도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책임지울 것인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를 임차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화재시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하던 실무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차인은 자기가 임차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정한 주의를 기울이면, 책임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비롯한 건물 내 다른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으므로 임차인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수월한 위치에 있는 점, 이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임대인에게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주의를 촉구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화재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점, 임대인으로서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차임, 관리비 등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한 책임 원인 등에 대한 입증책임 내지 책임의 귀속에 관한 태도를 바꾼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다른 논리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바,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견과 다른 논리 또는 결론을 피력하였다.
화재
임차인
건물주
임대차
임대
2017-06-08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윤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판례해설] 분양대행사, ‘실적 저조’로 대행 수수료 받을 수 없다면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 회사는 2011. 2. 22.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공동주택용지로 지정용도를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였다. 나. 이와 함께 피고 회사는 2012. 12. 31. 탈퇴한 원고인 A회사와 사이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대행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013. 6. 30.까지로 하고 피고 회사의 통보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며, ②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내지 최대 95%로 정하되, ③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 6. 17.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2013. 7. 2. A회사에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까지 책임분양률 최소 80% 내지 최대 95%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한편, A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74세대를,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만료일인 2013. 6. 30.까지는 80세대를 모집하였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으나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첫째,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양대행 업무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제공할 피고 회사의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는바,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오히려 A회사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둘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행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승계참가인은 A회사로부터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관한 분양대행수수료 상당의 채권을 양수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분양대행수수료 1,938,000,000원(=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340세대 × 책임분양률 최대 95% × 6,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설령 A회사가 최대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 회사는 적어도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1,220,565,290원(= 인건비 673,455,000원 + 일반경비 126,000,000원 + 각종 광고홍보비 421,110,29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 승계참가인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보는 부적법하여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A회사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12. 5.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은 2013. 6. 30.이고 A회사가 위 만료일까지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은 이와 함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던바, 지출 내역에 관한 증빙 서류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점, A회사가 지출한 인건비 등의 내역을 정리한 서류는 A회사가 직접 작성한 서류인 점 등이 고려되어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위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제2심은 이 사건 분양대행기간이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해지 및 이행이익 배상청구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상 조합원 모집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전단광고비 등으로 412,113,425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인용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535조 제1항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내용으로서 이른바 ‘신뢰이익’, 즉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유일한 규정이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규정은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을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에게 신뢰이익, 예컨대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 비용 또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없다고 믿고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금 등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신뢰이익 배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해석상 배상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행이익, 즉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와 별개로 ‘계약의 이행을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인 신뢰이익을 인정할 것인지의 논의가 그것이다. 손해배상 인정에서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당사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① 처음에는 그 손해의 배상을 이행이익에 한정하고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등 참조), ② 그 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이행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변화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③ 최근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선택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만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 경우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여야 하고 이행이익을 그 한도로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변천을 보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의 배상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라면 신뢰이익의 배상을 상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그 기간이 자동연장 되어 A회사가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였더라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상 분양대행수수료 청구기준인 170세대(50%)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최대 95%의 책임분양률에 해당하는 323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A회사는 당연히 신뢰이익인 전단광고비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뢰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신뢰이익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기존 법리의 취지, 즉 채권자가 정상적으로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보다 큰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하면서 양자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분양대행수수료
주택조합원
부동산개발
조합원
2017-04-03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저성과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의 한계
- 서울고등법원 2016나 2029751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1981년 피고 은행에 입사해 계속 근무한 근로자인데, 저성과로 인해 2012. 1. 26. 성과향상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후 곧장 다른 지역본부로 전보 발령되었고, ① 2012. 3. 30. 위 지역영업본부 내 성과향상추진유닛으로 전보 발령되었으며, 2012. 4. 1.부터 성과향상추진유닛 연수를 받았다. 피고 은행은 원고가 연수과정에 자주 불참하였다는 이유로 주의환기조치를 내렸고, 위 성과향상추진유닛 인사발령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고는 2012. 5. 2.부터 2013. 7. 15.까지 성과향상 프로그램에 따라 근무하던 도중 피고 은행으로부터 ② 2012. 7. 3.에는 무단결근·지각·잦은 연수불참·자기성과기술서 작성 거부 등을 이유로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③ 2013. 7. 10.에는 자기성과기술서 미작성·업무태만·무실적 등을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각 당하였고, ④ 2013. 7. 12.에는 피고 은행의 인사운영지침에 따라 타 지역본부 업무추진역(후선역)으로 전보되는 인사발령을 받았다. 원고는 위 2013. 7. 12.자 인사발령 후 첫 6개월의 기간 중에는 현직 유지점수에 해당하는 50점 이상으로 업무추진역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다음 6개월의 기간 중 직위하향점수에 해당하는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고, 피고 은행은 ⑤ 2014. 9. 3. 원고에게 업무추진역에서 상담역으로 지위를 하향하는 인사발령을 행하였다. 이후, 피고 은행은 상담역 발령 이후의 실적을 후선역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원고에게 ⑥ 2015. 2. 26.에는 대기발령을, ⑦ 2015. 8. 26.에는 명령휴직을 하였다. 원고는 ⑤의 상담역 인사발령에 대하여, 주위적으로는 당해 인사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것과 예비적으로는 위법한 하향 인사발령 때문에 깎인 급여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첫째, 당해 인사발령은 다른 선행 인사발령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것인바, 선행의 인사발령은 무효이므로, 당해 인사발령 역시 무효이다. 둘째, 후선역 평가기준과 관련해, 사회봉사활동을 그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 즉, 사회봉사활동은 피고 직원으로서의 업무와 무관하고, 평가기준이 요구하는 봉사활동시간이 과다하며,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한 것과 다름없다. 셋째, 후선역 평가기준으로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점수의 산정방법 및 수익실적점수 산정방법을 넣은 것은 자의적이다. 넷째, 피고의 후선역 평가주기 기산점을 잘못 산정해 엉뚱한 기간의 점수를 가지고 피고를 인사발령 하였으므로 위법하다. 다섯째, 피고는 직원들에게 후선역 평가기준을 제대로 알려주었어야 하나 이를 미리 고지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위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피고 및 노조 간의 합의는 성과향상유닛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아니고, 인사관리기준 개선시행문의 상위규범인 인사운영지침에도 후선역 배치의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사회봉사활동을 평가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피고 및 노조 간에 명시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자의적이지 않고, 3개월간 최대 1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하도록 한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으며, 사회봉사활동의 기준이 근로자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고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세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피고가 원고의 강의수강 전부터 연수점수가 인정되는 강의인지 판별할 근거를 나름대로 미리 갖춰놓았고, 단말기를 스스로 조작해 실적을 입력하지 못하거나 과거 영업실적을 무시한다고 해서 이를 자의적이거나 불가능한 실적달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네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후선역 평가주기 기산점을 바로잡아 다시 평가를 하더라도 원고의 점수는 여전히 50점 미만으로 직위하향을 피할 수 없어, 당해 인사발령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섯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인사운영지침과 후선역 평가기준이 사전 공지되었고 특히 인사운영지침은 피고와 노조 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원고와 개별적으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판결은 당해 인사발령은 위법 무효가 아님을 밝혔고, 위 인사발령이 위법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항소심에서도 종전 주장들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대상판결은 그 중 두 번째 주장, 즉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후선역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후선역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둔 것은 현업 복귀를 희망하거나 적어도 기존 근로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피고 은행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근로계약 또는 자치규범에 근거도 없는 비자발적인 봉사활동을 강요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사회봉사활동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제32조 제3항을 위반하고, 자원봉사활동의 자발성을 강조하고 이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자원봉사활동기본법 등 법의 정신에 반한다고 보아, 근로자에 대한 피고 은행의 업무명령권의 합리적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사회봉사활동 평가점수 만점을 받으려면 3개월에 120시간 6개월에 240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실적을 위한 영업활동과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과중한 부담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은 원고가 약 22개월간 259회에 걸쳐 883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는 유죄를 범한 형사 피고인의 경우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 제59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회봉사명령의 최대치 500시간보다도 많은 것임을 지적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저성과 근로자의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둔 것은 위법하고 피고 은행이 보유하는 인사에 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한 인사발령 또한 무효임을 확인하였으며,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감액된 임금 상당액만큼의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해고에 국한시켜 보면, 위 규정이 사용자의 근로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제한하는 이유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이외에 어떤 경우가 정당한 이유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사회통념상 계속 고용을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해석된다. 해고사유를 근로자측의 해고사유와 사용자측의 해고사유로 분류할 경우, 전자는 다시 징계해고와 통상해고로 분류될 것이다. 이 중 통상해고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는 없으나 근로자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사유로 인해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 및 근로계약 등에 규정된 근로제공의무를 충분히 이행할 수 없음을 이유로 하는 해고처분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업무능력의 결여나 근무성적의 부진으로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또 그의 개선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면 통상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근로자가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저성과자라고 해서 개선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해고한다면 이는 정당한 해고가 될 수 없다. 사용자는 성과가 부족하거나 태도가 불량한 근로자에게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장래 개선가능성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용자의 경영권에 기초한 인사평가가 중요해진다. 판례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로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것인바, 모든 평가요소를 객관화하기 곤란해 원칙적으로 그 평정을 위한 평가기준이나 항목의 설정, 점수의 배분 등에 있어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인사평가에 대한 사용자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 7. 14. 선고 2010구합 32587 판결 [부당인사고과평가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그리고 판례는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용자가 인사평과결과에 기초해 저성과 근로자를 하향 전직시켰다면 이를 곧바로 위법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사용자의 인사평가 및 인사권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권도 그것이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정해진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 또는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자의적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 기준이 근로자에게 미리 고지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량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당해 인사처분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상 판결은 저성과 근로자인 후선역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포함시킨 것 자체가 ? 설령 그것이 노사 간 합의에 의해 포함된 것이더라도 - 봉사활동의 자발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용자의 인사평가 및 인사권에 대한 하나의 한계를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은행
저성과
직위
대기발령
성과향상
근로자
윤동욱 법률사무소 서희 변호사
2017-03-14
노동·근로
행정사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판례해설 - 파견근로자 차별과 사용사업주의 책임
1. 사실관계 A사(社)는 휴대폰부품 제조업을 하는 법인이다. A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A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직 근로자도 있지만,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다수의 인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A사에서 일하게 된 파견근로자도 있었다. A사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함)에 따른 근로자파견역무를 제공받을 수 없는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2011. 10.부터 2015. 3.까지 위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A사와 해당 인력업체들은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의 형사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에 따라 ① 매년 3, 6, 9, 12월 말일에 기본급의 100%씩 합계 400%에 달하는 상여금 및 ② 매월 만근시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들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매년 합계 200%의 상여금만을 받을 수 있을 뿐 연차유급휴가수당은 받지 못하였다.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 상여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연차유급휴가는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 제21조가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면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에 해당하는 7군데 업체를 상대로 2014. 12.경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신청, 손해배상, 제도개선 시정명령을 신청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가 이 사건 파견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적게 지급하고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임을 인정하고, 당해 차별 처우가 명백한 고의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는 연대하여 손해액의 2배(파견법 제21조 제3항)에 달하는 금전배상금 합계 44,915,900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였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그러자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 중 B, C 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파견근로자 8명은 피고 측 보조참가자로 행정소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 5명에게 대하여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보다 감소된 금전배상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이 다룬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사업주 A는 파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므로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는 피신청인 적격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1차적으로 파견사업주 B, C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 A사는 차별에 대한 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논거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이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 파견법 제20조 제2항은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파견사업주에게 위 제21조 제1항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어느 한쪽 사업주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다른 한쪽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두 사업주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정책적으로도 근로자 구제에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둘째, 파견근로자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차별적 처우를 시정요구할 수 있는 신청기간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내”인데(파견법 제21조 제3항),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동일한 사용사업주 A사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차별적 처우를 받아 왔고, 다만 그 기간 중 소속 파견사업주만이 변경되었다면 위 제척기간은 사용사업주 A사와의 근로관게가 종료된 날로부터 기산된다고 하여 당해 시정신청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셋째, 파견근로자들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할 경우 사용사업주 A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더하여 파견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배상명령까지 받게 되는 바 이는 역차별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아 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하면 족할 뿐 파견법이 규정한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넷째, 정규직 근로자들과 파견근로자들이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된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어 동종·유사한 업무를 해왔다고 인정하였다. 다섯째, 파견근로자들은 파견 후 6개월 동안은 신규입사 정규직 사원보다 상여금을 많이 받으므로 불합리한 처우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 대상판결은‘비교대상근로자들이 신입 정규직 근로자라면 받았을 상여금’과 파견근로자들이 실제 받은 상여금을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게는 차별적 처우가 없거나 설령 그들이 정규직 근로자였더라도 상여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파견사업주 B, C에게는 연대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을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하여 상여금 등에서 차별한 것은 업무내용이 현격히 달라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므로 중앙노동위원회가 배액의 배상금 이행명령을 내린 것이 부적법한 것인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와 파견사업주 B, C 모두 상여금 지급에 2배나 차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같은 내용의 근로자파견계약을 반복 체결하였으므로 명백한 고의로 반복된 차별적 처우라면서 손해액 2배를 배상하라고 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되,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에게는 줄어든 손해액(연차유급휴가수당 제외, 비교대상근로자를 신입 사원으로 가정하여 상여금 차액을 감소함)의 2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인정하였다. 참고적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대상판결에 항소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대상판결에는 여러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될 쟁점은 파견법상 차별시정명령의 이행의무 대상자에 파견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파견사업주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는 사용사업주도 포함되는지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해왔다. ① 하나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각자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각자 책임을 진다는 견해이고, ② 다른 하나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사용사업주의 개입 없이는 파견사업주의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파견법 업무매뉴얼(2011. 12.)’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재심판정은 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6. 30. 본건 사건에 이르러“이 사건 파견사업주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의무가 연대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파견근로자 차별시정제도의 입법취지 및 파견법의 규정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라면서 후자의 견해를 취하게 된 것이다. 대상판결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있다면서 밝힌 논거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위 재심판정에서 밝힌 논거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제5항 가. 참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차별적 처우의 금지 주체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1조 제3항은 차별시정명령의 이행 대상을 파견사업주 또는 사용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4조 제1항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책임영역을 구분해놓고 있다. 조문의 구조가 이러하다보니, 실무상 위 두 견해 중 어느 것도 충분히 선택될 여지가 있었고, 그 선택에 정책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도 높았다고 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향후 동종·유사한 후속 사건에서 이 사건에서 취한 견해를 유지할 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그리고 사법부인 항소심에서 대상판결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하겠다. 둘째, 대상판결은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파견법 제2조 제7호는 처별적 처우가 금지되어야 할 사항에 ①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 ②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③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④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기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서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위 차별금지영역에서 제외시켰는데, 본건 사건에 이르러 중앙노동위원회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이 이 중 ④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심판정에 의하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파견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파견법에 의해서도 보호받게 되니 근로기준법에 의해서만 보호받는 정규직 근로자가 역차별 당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따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은 서로의 입법취지와 입법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민·형사상 법적 처분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의 결과가 제거된다고 해서 반드시 차별법의 입법취지가 달성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연차유급휴가수당의 미지급 또한 차별금지대상의 일종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가 올바로 선정됐다고 인정하면서도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별도의 계산식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받았음을 밝히고, “정규직 근로자 중 가장 높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는 경우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로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2008년 차별시정 재심판정 사건(중앙 2008차별7 차별시정 재심신청사건, 모 대학교 시간강사가 차별시정을 요구한 사건이다)의 논거를 차용하여, “참가인들이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비교대상근로자들이 각 참가인들의 차별시정 대상기간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임을 전제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새로이 밝혔다. 그 결과,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나머지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배상금 액수가 줄어드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참고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시정신청사건에서도 “비교대상근로자가 복수일 때 법원이 차별적 처우를 당한 근로자 스스로 선정하지 않은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알아서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한 점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이 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역차별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직권으로 상여금 차액을 줄였고 그 결과 일부 파견근로자들은 차별을 당하지 않았다는 판단까지 받게 만들었으니, 이와 같은 법리가 과연 차별적 처우를 근절하고자 하는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놓고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소속 파견사업주를 바꾸는 방식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 파견근로자가 특정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그 파견사업주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다른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에는 당해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어 해당 기간 동안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다. 예컨대, 사용사업주 A와 파견사업주 B1, B2, B3가 있고, 파견근로자 C는 B1?B2-B3의 순서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후 A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며 C는 위 세 구간 전부에서 계속적인 차별을 당했다고 가정한다.
파견근로자
노동
차별
2016-12-14
형사일반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판례해설 -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000에 대하여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기소 창원 지방 법원 제1심 재판부는 2014. 1.경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2014. 5 경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의거, 피고인의 진술 없이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판결 선고.(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출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항소권회복청구. 제1심 법원은 항소권 회복 결정. □ 한편 피고인에 대하여 별건 사기, 횡령 등으로 기소.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2015. 4경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제기. □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한 후 기존 증거조사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선고(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피고인이 항소권 회복 청구를 하면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다면 이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소정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함(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아니한 채,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 이건은 원심이 항소 이유 중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으므로 파기 환송한다는 판결이다.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을 하였으므로 재심을 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본 사안은 재심 사유는 항소이유가 되고, 항소심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심인 항소심에서 재판을 다시 하라는 취지이다. 재심제도는 유죄의 확정 판결에 중대한 사실 인정의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판결을 시정하는 구제 절차를 말한다. 재심은 법적 안정성을 일부 희생하면서 피고인 등을 구제하는 절차이므로 그 재심 사유는 엄격히 제한되고 해석 역시 제한된다. 형사 판결에 대한 신뢰가 낮을수록 재심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것이나 재심 사유를 널리 인정하는 것 역시 법적 안정성과 소송 경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 형소법은 재심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인정하면서 아울러 "책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 이를 재심청구 사유로 규정하였다. 재심 사유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재심은 확정 판결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판결 확정전이라도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면 절대적 항소 이유가 된다.(위 형소법 제 361조의 5 제13호)이는 재판의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기하고 아울러 소송경제를 고려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2) 실체적 정의에 앞서 절차적 정의를 강조함. 본 사안의 경우 제1심 확정 판결(상해, 강제 추행), 별도의 제1심 판결(사기, 횡령), 항소심 판결(항소권 회복에 의하여 상해, 강제 추행, 사기, 횡령에 대하여), 상고심 판결을 거쳤고 앞으로 다시 파기 환송심 판결과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다. 파기 환송심에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상해, 강제 추행부분에 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한편 원심 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미 법정에 출석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하였고, 법원은 피해자 증언 등 적법하게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유죄 판결을 하면서 피고인의 사실 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도 원심이 "제 1심 증거관계와 증거 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한 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고 피고인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까지 조사한 후 변론을 종결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공소장 부본 송달 등 (형식적)소송행위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3) 형사 절차에서 불필요한 요식행위의 의미. 현대 형사 소송법은 권리 구제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현대 법치국가의 헌법, 형사법은 권리구제를 위하여 불필요한 요식행위라고도 불릴 수 있는 절차들까지 겹겹이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근대 형사 법제도는 원래 일본을 통한 대륙법계로 출발하였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법이념이 세계를 지배하면서부터는 영미식 제도까지 대거 유입되었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 가지였다. 그리하여 한국과 일본의 형사법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체계적 해석이 어려운 법체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개중에는 미국 제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본고장보다 훨씬 강력한 규정으로 변모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미란다 원칙"이다. 본고장에서는 "인신 구속 상태 혹은 수사 기관에 의하여 현저한 방법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심문을 하여 얻은 진술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을 부정한 것으로 증거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증거의 허용성 문제로 태동한 것이다. 즉 체포, 구속 상태(체포와 구속을 구분하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제도다)에서 진술 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얻은 진술은 증거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체포 구속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받은 진술은 미란다 원칙과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이 원칙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헌법상 체포의 요건으로 까지 승화되고, 미란다 원칙의 고지 없이 체포를 하면 체포자체가 불법이 되는 경지로 발전했다.(헌법 제 12조 제5항, 형소법 제 200조의 5) 판례도 체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고지하는 것이 원칙(2011도7193)이라고 선언 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범인을 체포할 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실무상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입법자들이 아무래도 헐리우드 사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영장 제도를 예로 들어보면, 거의 100% 영장 없이 체포를 하는 미국에서는 영장제도 역시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여기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영장 심사제도가 우리 형소법에 도입되면서 사실상 혐의 유무를 가리는 재판의 기능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중요 사건의 경우 검사와 변호인 측이 장시간 증거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경우까지 있고 사실상 정식 재판을 하듯 진행한다. 본래의 취지라면 영장의 몇 가지 기본적 요건(당사자 동일성, 피의 사실의 구성요건 해당성, 사안의 경중, 범죄를 의심할 만한 자료,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을 신속하게 심사하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정식 공판 절차에서 가려져야 한다. 결국 우리 형사 절차는 구속 사건의 경우 사실상 4심제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영장 기각 후 불구속 기소를 한 경우 피고인의 불출석 비율이 늘고 있으며, 형사 절차의 지연이나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 경시 풍조까지 확산되고 있다. 4. 결어 본 사안의 경우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판정에 출석할 수 없었는지 언급이 없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항소권 회복 신청을 하면서 법정에 출석하였고 원심 법원은 제1심 증거관계와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한 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고, 피고인 측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까지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상념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현대 사회에서 신속한 재판의 이념 역시 중요하며 소송 경제도 고려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적법 절차의 보장이라는 면에서 수긍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식적 요식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적법 절차의 보장을 통한 권리 구제이념과 신속한 재판,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항소권회복
공시송달
재심청구
2016-02-24
민사소송·집행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판례해설 - 사외이사의 근무장소와 보충송달의 의미,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절대적 상고이유에 해당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다16063 판결 대상판결은 민사소송의 피고가 비상근이사, 사외이사 또는 비상근감사로 이름만 올려둔 회사 사무실은 지속적인 '근무장소'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곳으로 소장 부본을 보낸 것은 송달로서 부적법하고, 피고가 자신의 1, 2심 변호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위임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은 경우, 소송위임을 받은 것인지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 소송대리권의 흠결에 대하여 조사해 보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파기환송). 그 사안은 다음과 같다. B사는 A사 주식 26억여원 어치를 샀다가 A사가 상장 폐지돼 손해를 보자 A사의 비상근이사, 사외이사 또는 비상근감사인 황씨 등 9명을 상대로 "사업보고서에 재정상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바람에 본 투자손해를 입었으니 대신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을 접수한 1심 법원은 소장 부본을 A사 본점 소재지로 보냈고 A사 직원이 이를 수령하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B사는 1,2심에서 승소했지만, 뒤늦게 소송 사실을 알게 된 황씨 등 6명(이하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하며 "생업이 따로 있어 A사에 상주하지 않는데도 법원이 소장 부본을 A사로 보내는 바람에 소송 진행 사실을 몰랐고 변론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1,2심 변호사에게 소송대리권도 위임하지 아니하였다"라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은 민사소송법 제183조 제2항에 규정된 '근무장소'는 현실의 근무장소로서 고용계약 등 법률상 행위로 취업하고 있는 지속적인 근무장소라고 해석하고,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법한 송달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 사건의 경우 ①피고들은 모두 A사의 비상근이사, 사외이사 또는 비상근감사인데 다른 주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 ②A사의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는 피고들의 주소가 등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③원고는 소장에 피고들의 주소를 A사 본점 소재지로 기재하였고 제1심은 피고들에 대하여 소장 부본을 본점으로 송달하여 A사 직원이 이를 수령한 점에 비추어 보면, A사는 다른 주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외이사 등의 직에 있는 피고들에게 지속적인 근무장소라고 할 수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183조 제2항에 정한 '근무장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위 직원이 피고들에 대한 소장 부본을 본점 소재지에서 수령한 것을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2항의 보충송달로서 효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대리인이 적법한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았는지에 대하여 심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사실심에서 변론종결시까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는 사항을 상고심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경우에 그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는 사항은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되므로, 소송대리권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의 절대적 상고이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22906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①법무법인 C는 상고심에서 피고들에 관하여 사임서를 제출하는 한편 피고들로부터는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한 점, ②법무법인 C가 제1심부터 상고심까지 제출한 각 위임장에는 피고들의 주소로 A사 본점 소재지가 기재되어 있고, 막도장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인장이 날인된 점, ③법무법인 C는 원심까지 피고들을 위해서 귀책사유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변론을 하지 아니한 점, ④피고들에 대하여 소장 부본의 송달을 적법한 송달로 보기 어려운 사정을 함께 종합하여 보면, 법무법인 C가 피고들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은 것인지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들에 관한 소송대리권의 흠결에 대하여 조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근무장소
보충송달
소송대리권
2016-02-05
민사일반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판례해설 - 도로 옆 아파트, 소음분쟁의 결론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25. 선고 2013가합505176판결(본소) 2014가합580594(반소)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북단에서 성동구 성동교까지 22km 거리의 자동차전용도로가 있습니다. 서울시민이라면 한번 쯤은 이용해 보았을 내부순환로입니다. 하루에 평균 58,561대의 차량이 지나갑니다(2011년 기준). 이 내부순환로의 일부 구간에서 15m 정도 떨어진 곳에 J아파트가 있었습니다. 도로는 아파트 5층 정도의 높이로 지나갔고, 도로 중앙과 도로변에는 높이 1m의 방호벽과 높이 2m의 방음벽 및 소음감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통행차량의 소음을 전면적으로 막기는 어려웠습니다. J아파트 입주자들은 서울시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정신적 피해 배상 및 방음대책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야간 등가소음도(Leq) 65dB(A) 이상 발생된 세대 입주자들의 신청을 인용하였고, 결국 서울시는 입주자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참고로 현대건설은 이미 입주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사업시행자나 계약당사자가 아닌 이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아파트 다수 세대에서 환경정책기본법 등 행정법규가 요구하는 주거지역의 소음기준을 초과되더라도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하여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침해'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재판부가 고려한 주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분양된 경위입니다. 내부순환로는 1999년 2월 개통되었고, 아파트는 같은 해 9월 신축사업계획의 승인신청이 이루어졌습니다. 성북구청장은 2002년 6월 이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붙였습니다. 소음방지대책으로서, '소음원으로부터 건축물을 50m 이격하여 배치하거나 방음시설을 설치하여 소음도가 65db미만이 되도록 하고, 향후 입주예정자로부터는 도로소음이 민원제기사항이 아님을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공고와 공급계약서에는 도로소음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은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음방지대책과 관련된 승인조건은 명확히 지켜지지 못하였습니다. 아파트와 도로의 이격거리가 15m에 이르렀고, 아파트 인접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차단용 방음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아파트 입주자들의 인식이 고려되었습니다. 입주자들 중 조합원은 사업의 주체였고, 일반 수분양자들은 분양공고와 공급계약서를 통해 이미 소음발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임차한 사람들은 도로에서 발생한 소음이나 피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에 입주하였습니다. 즉, 재판부는 모든 입주자들이 소음피해를 용인하면서 소음피해 위험지역에 접근하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경우 소음에 대한 수인한도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게 설정됩니다. 이른바 '위험에의 접근이론'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침해방지의 난이도를 고려하였습니다. 도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음벽 높이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소음감쇄장치를 다수 설치하거나 왕복 차로 전체에 방음터널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결국 일반 시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공공시설인 도로가 개통된 이후 인접하여 고층의 주거공간이 건설되는 경우엔 도로의 설치ㆍ관리자로 하여금 예산을 투입하여 추가적인 소음방지장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공동주택을 신축하려는 사업주체로 하여금 소음방지대책을 스스로 강구하여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른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강조한 것입니다. 최근 도심지 접근 편의나 한강 조망권 등을 이유로 이미 개통된 자동차 전용도로의 인접 지역에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통한 고층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 판결은 도로교통소음과 주택 입주자들의 분쟁해결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법상 규제 기준과 사법상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수인한도 기준은 구별되므로(대법원 2014. 2. 27. 선고 2009다40462 판결), 환경정책기본법 상 소음환경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가 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소음발생을 입주자들이 사전에 인식하고 입주하였는지, 소음을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입주자들의 귀책사유로 이를 실행할 수 없었는지, 도로의 설치ㆍ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도로교통소음
소음분쟁
2016-01-05
형사일반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판례해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재심규정의 유추적용을 통한 헌법상 권리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실현
-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규정'이라 한다)은 같은 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 제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고, 항소심이 다시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된 경우에도 이 사건 재심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2015. 6. 25. 선고 2014도17252)이 선고되었다. 대법원의 판결요지중 다수의견을 살펴보면, 이 사건 특례규정과 재심규정의 내용 및 입법취지,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방어권의 내용, 적법절차를 선언한 헌법 정신,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피고인은 이 사건 재심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은 이 사건 재심규정은 제1심에 이어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을 허용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다수의견은 정당한 법률 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항소심까지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된 경우에도 재심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은 같으나, 그 방법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해석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소수의견은 입법으로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한계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계는 일반적으로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은 법률 흠결의 경우,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그 흠결을 보충하는 법형성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와 조세법규 외에서는 폭넓게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이고, 기존 판례도 여러 사안에서 법률 흠결을 보충하는 해석을 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503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재심규정의 입법취지는 피고인 불출석 재판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제1심에 대하여만 재심을 허용하고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는 불허함으로써 양자를 차별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 재심규정의 문언을 보더라도 재심에 대해서 규정한 것일 뿐, 항소심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표현하지는 않아, 해석에 의하여 항소심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인정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규정 문언에 배치되거나 법률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데, 다만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이 사건 재심규정의 개정을 통하여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정한재판
불출석재판
재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제23조의2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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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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