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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65278 판결 -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 ‘카마스터’의 개별적 근로자성
1.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인 A자동차 회사는 원래 직영점에 자신이 직접 고용한 판매사원을 두고 자동차판매업무를 맡겼으나, 자동차판매대리점제도를 도입한 뒤 대리점주에게 판매대리권을 주고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개별 체결한 카마스터가 판매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왔다. 카마스터인 원고들은 주위적으로는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를 직접 사용·지휘하는 등 원·피고 간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다면서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였고, 예비적으로는 원·피고 간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다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 및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 회사는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갖춘 대리점주와 판매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② 대리점주는 카마스터를 개별 모집해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 회사에게 해당 카마스터의 등록을 요청한다. ③ 등록된 카마스터는 당해 대리점에 출근하여 자동차판매업무를 담당하고, 대리점주와 개별 체결한 판매용역계약에 따라 판매수당을 받는다. ④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판촉활동 이행 및 업무지침 준수를 지시하며, 그 달성 및 이행준수여부를 대리점 및 카마스터 평가에 반영한다. ⑤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전산망 및 전산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해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⑥ 피고 회사는 카마스터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리점평가에 반영한다.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대상판결은 당해 대리점에 피고 회사와 구별되는 사업자로서의 실질이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의 업무수행에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피고 사업장 또는 직영점에서 피고 회사의 판매사원과 함께 근무하지 않은 점, 대리점이 카마스터의 채용·근태관리 등을 독자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자동차판매업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직영점 판매직원들과 경쟁한 점 등의 사실인정을 토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판례해설 우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명시적 및 묵시적으로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위 사건에서 묵시적 근로계약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대리점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피고 회사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카마스터가 피고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피고 회사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피고 회사이어서 카마스터와 피고 회사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실무상 대리점주가 카마스터들과 개별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근로계약서가 처분문서로 존재하는 이상 그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이미 근로계약의 주체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편, 파견법은 ①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법 제7조), ② 파견법이 정한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 또는 파견이 금지되는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한 경우(법 제5조), ③ 파견기간이 최대 2년을 초과한 경우(법 제6조) 등을 불법파업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여한다(법 제6조의2). 판례는 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유무, 명칭, 형식 등과 관계없이 근로관계에 실질에 따라 판단해왔고, 특히 2015년 대법원 판례는 그 판단기준을 ①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② 사용사업주등의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③ 인사·노무 관련 결정 권한 행사, ④ 계약 목적의 확정 및 업무의 구별, 전문성·기술성, ⑤ 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 조직·설비 등 보유 5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9. 12. 30.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위 5가지 판단기준을 참조하여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15년 대법원 판례가 밝힌 5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카마스터인 원고들이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의 자동차판매업무를 해온 것이 파견법에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했고,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는 근로자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만약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들이 항소할 경우, 항소심에서는 대상판결의 판단과 일견 모순된 것으로 보이는 기존 사실관계들 예컨대, 피고 회사가 직영점 및 대리점이 통일적으로 운영·관리될 수 있도록 대리점에 사실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가 대리점에 제공한 각종 전산시스템은 지휘·명령의 중요한 징표일 수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에 대한 교육 및 평가를 시행해온 점 등을 재검토하고,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 노동법 분야의 판례는 집단적 근로관계법에서 이른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보았고(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 8881 판결),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카마스터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한 사건에서 카마스터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으며(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하급심에서 교섭상대방으로 사용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았고(대전지방법원 2011.6.10. 결정 2011카합782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 12. 17. B전자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 등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B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등 판결). 따라서, 2020년 현재 개별적 근로관계법, 파견법에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의 카마스터들에게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또는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피고 회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노동법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판결이 나올지 기대해본다. 끝.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현대자동차
파견근로자
딜러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2020-01-28
행정사건
-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50888 등 -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
판시 내용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사건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이하 ‘택배기사 노조’)을 설립하여 사측에 교섭을 요구를 하였는데 사측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교섭요구 공고기간이 끝난 후에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지 않자 발단이 되었다. 이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택배기사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정신청을 인용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행정법원까지 유지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구분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하여, 법원은 노동조합법이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해석기준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여부는 근로기준법과는 다른 관점에서 판단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법원은 골프장 캐디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학습지 교사의 경우 종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다가 2018년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려운 방송 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보호대상으로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위 특례에 따라 택배사업에서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도 법 적용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학습지 교사, 자동차 판매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택배기사와 관련된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위 기준에 따라 항목별로 비교적 상세하게 판단하면서 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직업이 생겨나고 노무제공 형태, 대가 지급방식도 다양해지면서 근로자성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급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계약형식을 불문하고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지,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노동조합
택배기사
노동환경
박근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2020-01-22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19. 11. 28. 2016헌마90 -
공직선거에서 인터넷언론을 이용한 표현의 자유 확대
헌법재판소는 2019. 11. 28.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1. 12. 23.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9호로 제정되고, 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 본문과 그 현행 규정 제8조 제2항이 공직선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 사건의 개요 인터넷언론사인 ○○는 저명인사에게 블로그를 개설하여 블로거로 활동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청구인은 ○○당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 ○○의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2014. 12. 18.부터 2016. 1. 29.까지 15회에 걸쳐 ○○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청구인 명의의 칼럼을 게재하였다. 청구인은 2016. 1. 11.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구선거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였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에 게재된 청구인 명의의 2016. 1. 20.자 및 2016. 1. 29.자 칼럼이 선거일 전 90일부터 제한하고 있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게재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조의2(인터넷언론사의 공정한 선거보도)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6. 2. 1. ○○에게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하였다. 청구인은 ○○ 담당자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칼럼 게재를 중단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와 같이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근거규정인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및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2. 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 요지 ▷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제9항,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7조 등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효과와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의 취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모법에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심의기준 규정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어느 시기부터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인지를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라면,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을 기준으로 다양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는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도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하여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에도 선거일 전 90일을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인터넷 선거보도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를 불공정한 선거보도로 간주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보도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언론사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한데,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이 정하고 있는 일률적인 규제와 결합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인터넷언론의 특성과 그에 따른 언론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비추어 볼 때, 인터넷언론에 대하여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 수단 또한 헌법의 틀 안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한다.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제약적인 다른 방법들이 이 사건 심의기준 규정과 공직선거법에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 해설 ▷ 심판대상의 확장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인터넷 선거보도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표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인터넷언론사에 일정 기간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시기제한조항으로 인한 것이므로,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그리고 청구인을 규제하고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것은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1. 12. 23.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9호로 제정되고, 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었으나, 그 이후 개정되었는데, 구‘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 본문이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과 달리 현재 시행 중인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논평, 기고문, 저술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나, 양자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동종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현행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도 심판대상에 포함시켰다. ▷ 법률유보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시기제한조항의 효과와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의 취지, 이 사건 심의위원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조항 등 모법에서 시기제한조항을 포함한 심의기준 규정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즉 선거일에 임박한 기간 동안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게재될 경우 해당 보도는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심의기준 규정에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인터넷 선거보도의 심의는 관련 법규 및 이 사건 심의위원회가 정하는 심의기준 등에 따르므로, 심의위원회가 심의기준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의위원회가 어느 시기부터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인지를 정할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라면,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데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을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모법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90일로 정한 것으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표현의 자유 침해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과열선거라고 할 수 있다. 선거비용이나 선거 열기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에 있어서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관련하여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에서는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의 발달과 매스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선거분야에서도 새로운 패턴의 선거운동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새로운 규제도 필요하게 되었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인터넷언론사에 대하여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선거나 정치적 의사표현과 상관없는 내용인 경우에도 그 게재를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즉 선거보도의 공정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였고, 선거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대신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를 통해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하여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공직선거법의 규율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게재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홍보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대중이 중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으로서 후보자가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거나 후보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특유한 지식 등을 갖고 있어, 이에 관한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그러한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이 허용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3인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그 논거는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터넷언론이 후보자 이미지 강화효과를 특정 후보자에게만 부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고, 후보자가 직접 작성한 칼럼 등은 후보자 개인의 주관적인 사상이나 감정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광고효과를 가지게 되므로, 공직선거법상 광고 금지 등의 규정을 잠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관한 여론이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투표권행사가 이루어지는 민감한 시기인,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인터넷언론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의 게재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이론적으로만 보면 인터넷언론사에 대하여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너무 획일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그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현실적으로 선거와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어려우며, 선거에 미친 불공정한 영향력을 사후에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타당성이 있는 논거로, 선거규제에 있어서 이론적인 면과 현실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로 고려할 것인지에 따라 의견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인용의견 6인, 반대의견 3인으로, 1인의 재판관이 더 반대의견에 합류하였더라면 인용으로 결정날 수 없었던 결정이었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선거
표현의자유
인터넷선거보도심의기준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9-12-30
민사일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
1. 들어가며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2013. 12. 18.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판결, 이하 '전합판결)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할 경우 그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전합판결이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새로운 조건을 언급하여 파장이 예상된다. 2. 전합판결의 신의칙 조건 전합판결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노사합의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지만, 예외적으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요건을 설시했다. 즉, (1)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과 (2)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은 ① 상대방에게 신의 공여 또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이고, ② 이러한 신의에 반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란 ① 노사합의를 통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이를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고, ② 근로자가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함으로써 노사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며, ③ 이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그 존립이 위태로워야 한다. 3. 대상판결의 개요 가. 원심 판결의 요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하 '원고')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이하 '이 사건 법정수당') 지급의 기본인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시 '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추가 법정수당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의칙 인정의 근거로 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2011년 임금인상률(8.5%)의 8배가 넘는 점, ② 자본금(2억5천만원)·11년 당기순이익(약9천4백만원)·12년 당기순이익(약5천1백만원)에 비해 2011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약 7억8천2백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점, ③ 피고가 가입한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의 경우 실제 지출 인건비가 인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각 개별 사업자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②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신의칙 적용시 위 ①과 ② 요건을 추가하면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이고, 이는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한 점, 피고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한다는 점, 피고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검토 가.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별도의 요건을 추가한 것인지 대상판결은 신의칙 적용시 이미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조건 외에 '근로조건의 최저기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와 '기업경영에 따른 실질적 위험부담 주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합판결에서 신의칙의 일반요건 외에 특별한 사정을 설시한 이유가 바로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전합판결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전합판결의 취지를 부연한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또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할 경우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대상판결의 내용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합판결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특별한 사정 중 하나로 설시했다는 것 자체가 신의칙 적용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전합판결에서는 연 600%의 상여금, 상시적 초과근로, 생산직 400명, 2010년 한해 추가되는 금액이 평소 임금인상률(19.9%)의 2배(40%), 2010년 당기순이익의 99.8%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신의칙 적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2011년 임금이 기존 인상률(3.5%)의 약 8배(29.1%) 상승, 2011년 당기순이익의 4.2배를 추가 지급(원심은 8.2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다. 대상판결은 전합판결보다 훨씬 더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될 사실관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심과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으므로, 대법원에서는 신의칙 적용에 좀 더 신중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가 버스준영제의 적용을 받아 안정적인 사업 계속성도 신의칙 부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통상임금
임금청구소송
법정수당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3-13
민사일반
몰래 녹음해도 괜찮을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 1. 판결요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헌법 제10조 제1문). 그러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해설 상대방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합법일까 불법일까. 이 질문은 법조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이다. '불법이긴 한데요, 처벌되진 않아요. 위자료는 줘야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답변하면 아리송해 한다. 자선이나 폭행처럼 선악이 명확하면 좋겠지만, 우리 삶에는 경계에 있는 행위들이 너무도 많이 있으며 비밀녹음(내용이 비밀인 것이 아니라 녹음을 상대방 모르게 하는 것이어서 ‘몰래 녹음’이 더 직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에서는 ‘비밀녹음’이라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른다)은 대표적인 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상대방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를 법에서는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인 '감청'과 대비하여, '채록'이라고 표현한다)을 처벌하고 있지 않으며,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대법원판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위법'을 당연한 전제로 재판을 하고 있다. 즉, 실제 민사·행정재판에서는 비밀녹음 자체의 합법성에 관한 법리논쟁은 없고, 녹음을 한 경위에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다툼만 있다. 우선, 비밀녹음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다(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우리 법과 법원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고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를 불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을 녹취한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 삭제를 명한 판결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10. 6. 23. 선고 2008나63491 판결). 회사 내에서 동료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비밀녹음하는 행위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신을 야기해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184 판결). 비밀녹음한 것을 배포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비밀녹음=원칙적 불법'을 전제로 한 판결들도 많이 있고, 비밀녹음을 하면 상대방이 불쾌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녹음의 동기는 크게 법원에 제출하는 것과 사회에 유포하는 것 2가지다.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비밀녹음도 증거로 인정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녹음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비밀녹음된 대화를 듣고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밀녹음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는 상황도 많다(법원이 증거로 채택하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100~300만원 수준이므로 진실을 밝히고 재판이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감수할 수도 있다. 비밀녹음을 근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밀녹음 자체를 처벌하고 법원에서 비밀녹음한 증거는 일절 받아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비밀녹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상황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되며, 이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따라 평가된다. 문제는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수범자들로 하여금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정표가 많이 나오기를,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가 높아져서 비밀녹음 자체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손해배상청구
녹음
음성권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11-30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서해순 비방금지'는 인용
명예훼손을 주된 이유로 하여 특정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실제로 인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사후적 구제수단인 손해배상에 비하여 더욱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영화 「김광석」(이하 ‘본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2. 9.자 2017카합50599 결정., 이하 ‘본 결정’) 다만 본 결정에서는, 영화 상영은 허용하되 영화에 나타난 것과 일응 유사해보이는 주장을 언론매체∙SNS 등에서 하는 행위는 금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1. 사건의 개요 본 영화의 주된 내용은, 가수 김광석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일 수 있고 아내인 채권자가 이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 김광석이 생전에 아내 문제로 괴로워했으며 김광석 사후 채권자와 시아버지 사이에 저작권 관련 분쟁이 있었다는 것 등이다. 채권자는 본 영화의 감독인 이상호 기자를 상대로 본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는 한편, 이상호 기자와 ‘고발뉴스’ 운영자 및 김광석의 형 김모씨(이하 ‘채무자들’)를 상대로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는 등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여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채무자들이 본 영화 및 기사, 언론 인터뷰 등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며, 특히 본 영화는 채권자가 촬영한 영상,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채권자의 저작권과 초상권도 침해되었다는 것이 채권자의 주장이었다. 2. 법원의 판단 본 결정은 이상호 기자가 본 영화의 감독일 뿐 본 영화를 상영하거나 삭제요청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설령 채무자에게 상영 권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주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본 영화는 다소 과장되거나 일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김광석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대견해도 소개하고 있고,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중이 합리적으로 내리도록 맡겨둠이 상당하다. ② 본 영화에 사용된 채권자 촬영의 영상?사진,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채권자의 저작권?초상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채권자의 명시적?묵시적 승낙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 주장?입증이 필요하여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③ 본 영화는 이미 4개월 이상 상영되어 왔고 그 내용 역시 다수의 보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채무자들이 언론매체나 SNS 등을 통하여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에 관한 금지 신청은 상당부분 인용되었다. 본 결정이 금지한 비방 표현과 그 금지 이유를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고 단정하는 표현: 김광석의 사인에 관한 합리적인 수준의 의혹제기를 넘어서 채권자가 그 살인혐의자라고 단정적으로 인상지우는 표현은 채무자의 명예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 ② 채권자가 딸 김서연을 방치하여 죽게 하였다는 표현: 부검결과 김서연의 사인은 폐질환으로 판단되었고 채권자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③ 채권자가 강압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는 표현: 관련 사건 판결 등에 따르면 채권자는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고 볼 수 없다. ④ 채권자가 영아를 살해하였다는 표현: 채권자가 낙태를 한 사실은 있으나 ‘영아살해’라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3. 본 결정의 의의 본 결정이 금지한 표현 내용 중 채권자의 딸에 관한 것 외에는 대부분 본 영화에 나타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다만 본 영화는, 각종 근거를 들며 김광석의 사인에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임을 명시적이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상영금지가처분 기각늬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표현매체의 특성에 기인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는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면서 연출자의 주장을 암시적으로 전달하기에 용이하다. 반면 짧은 언론 인터뷰나 SNS 글 등에서는 표현수단의 제약으로 인해 전후 맥락을 생략하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의견을 전달하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본 결정은, 다툼의 여지가 큰 사실적 주장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의 표현행위는 폭넓게 허용하되, 그러한 사실을 단편적·단정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함으로써 균형있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2018-04-20
소비자·제조물
[판례해설] 백화점이 납품업체에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경영정보’란
서울고등법원 2018. 1. 25. 선고 2017누612138 판결 원고는 백화점과 아울렛을 운영하는 대규모유통업자입니다.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에게 경영정보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경영정보란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공급가격, 공급조건에 관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의 원가 정보나,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상품의 매출액, 기간별 판매량 등 매출관련 정보, 판매촉진행사정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시행령 제11조 제1항). 대규모유통업자가 유통업자에게 경영정보를 요구하려면 요구목적이나 비밀유지사항에 관한 사항 등을 적은 서면을 납품업자에게 미리 제공해야 합니다(제14조 제1항, 제2항).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과 경쟁사업자 점포에 동시에 입점해 있던 68개 납품업자에 경쟁사업자 점포에서 발생한 월평균 매출액 등의 정보를 별도 서면 제공 없이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제공 받아 문제가 되었습니다. 원고는 경영정보의 예시로 규정된 ‘매출관련정보’의 의미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영업비밀로 볼 정도로 거래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납품업자에 요구한 월평균 매출액 정보는 이미 공개된 인터넷사이트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정확한 근거자료도 없이 대강의 숫자만 기재되었으며, 추후 납품업자와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아 후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활용될 여지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는 정당한 기업활동인 시장조사 목적으로 대강의 매출액 정보를 문의하기만 하였으며, 후발적 불공정거래행위에 활용할 의도나 목적이 없었고 정보수집과정에서 납품업자에 어떠한 불이익을 제공하거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행위도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법원은 원고가 요구한 납품업자들의 정보가 새로 백화점을 설립하고자 하는 지역에 있는 경쟁사업자 백화점 내 점포에서의 월평균 매출액 관련 정보라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매출액은 납품업자의 선정이나 관리, 수수료율을 산정할 때 원고와 납품업자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인데, 원고가 납품업자들이 다른 사업자 점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매출액 정보를 바탕으로 판매가격 인하, 수수료율 인상 등 원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납품업자의 월평균 매출액정보와 원고가 납품업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출액 정보의 내용이 다르고, 납품업자들이 원고에 월평균 매출액 정보를 제공하면서 ‘대외비’라고 명시한 점을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았습니다. 둘째, 법원은 원고가 납품업자들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만일 납품업자들이 원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장래 재계약조건과 매장위치 선정, 신규 설립될 백화점에서의 입점조건 등에서 불이익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요청에 따라 납품업자들이 월매출액 자료를 제공한 행위가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없고, 원고에게 자발적으로 제공할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셋째, 시장조사 목적의 정보로서 부당성이 없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서는, 월평균 매출액 자료가 장래 수수료율 산정이나 입점업체 선정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이상 ‘오직’ 시장 조사를 위해서만 취득하였다고 믿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설령 오직 시장조사목적만 있었더라도, 이를 위해 매출자료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였는지도 의문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합니다.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법률행위 또는 사실행위는 동등한 교섭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며, 대규모유통업자의 특정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영정보 제공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판결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출액 정보는 실제 사용목적의 입증과 무관하게 대규모유통업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상 경영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외형상 대규모유통업자가 ‘요구’만 해서 정보를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자의 자발적 의사는 결여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판결은 이러한 대규모유통업법의 특수성과 입법목적을 십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시장조사 등 영업활동을 위해 정보를 제공 받기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한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준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보 제공요구에 앞서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목적, 비밀유지방법, 비밀침해 시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 경영정보 요구일자, 제공일자, 제공방법, 경영정보 제공요구가 불가피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항 등을 서면에 적어 사전에 요청하는 방식입니다(법 제14조 제2항, 시행령 제11조 제2항). 다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영정보 제공행위의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까지, 대규모유통업자의 행위는 ‘흠흠(欽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매출
납품
대규모유통업자
대규모유통업법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8-03-26
언론사건
[판례해설] 보도기사 형식의 광고, 독자가 믿고 거래했다가 손해봤다면…
1. 사건 개요 및 쟁점 A는 ‘도깨비쿠폰’이라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개설하여 상품권을 할인판매한 뒤, 대금만 받고 상품권을 보내주지 않는 사기 범행을 계획하였다. 경제뉴스사이트를 운영하는 피고 ㈜OO닷컴(이하 ‘피고’)은 A로부터 240만원을 받고 도깨비쿠폰을 중소기업브랜드대상 수상업체로 선정·공표하는 한편, A 측이 작성한 홍보기사 초안을 토대로 기사(이하 ‘제1기사’)를 게재하였다. 위 기사의 내용은 ‘소셜커머스 업체 중에는 유령회사도 있는 등 부작용도 증가 추세인데, ISO9001 인증을 받은 도깨비쿠폰이 등장하여 화제다’, ‘도깨비쿠폰은 오프라인에서부터 소비자층에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는 것이었다. 또다른 인터넷뉴스 매체인 ㈜OOO플러스(이하 ‘원심 공동피고’)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기사(이하 ‘제2기사’)를 게재하였다. 이후 A에게 속아 상품권 대금을 편취당한 원고들은 A와 피고, 원심 공동피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피고와 원심 공동피고가 각 기사를 게재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이로써 A의 범행을 방조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다. 2. 1, 2심의 판단 1심은 피고 및 원심 공동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항소심 판결은 ① 언론사가 광고에 대하여 보도와 같은 정도의 진실성 조사·확인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되, ② 기사 형식을 차용한 ‘기사형 광고’의 경우 독자가 이를 기사와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편집할 의무를 부담하며, ③ 광고가 기사와 유사할수록 기사의 조사·확인의무에 가까워지는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제1기사가 광고임을 전혀 표시하지 않고 오히려 ‘기사본문’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였으며, 불과 며칠 전에 사이트를 오픈한 도깨비쿠폰에 대하여 ‘오프라인에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고 허위 보도하는 등 독자 보호의무, 광고와 기사 구분의무, 직무상 안전의무에 따른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이었다. 다만 피고의 책임은 손해액의 40%로 제한되었다. 반면, 원심 공동피고의 책임은 항소심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원심 공동피고는 제2기사를 ‘비즈니스정보’란에 게재하고 기사 하단에 “본 자료는 해당 업체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정보입니다”라고 기재하였으며, 제2기사에는 작성자도 따로 표시되지 아니하여, 통상의 독자는 그것이 광고임을 알 수 있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3. 대법원의 판단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제6조 제3항이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역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정한 점을 언급하며, 신문사 등이 “실질은 광고이지만 기사의 형식을 빌린 ‘기사형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 “그것이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하여야 하고, 보도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였다. 나아가 “신문사 등이 광고주로부터 전달받은 허위 또는 과장 광고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도기사로 게재하거나 광고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허위 내용을 보도기사로 게재함으로써 이를 광고가 아닌 보도기사로 신뢰한 독자가 그 광고주와 상거래를 하는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그 기사형 광고 게재행위와 독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신문사 등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를 부담할 수 있다”고 하였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사기업체의 ‘기사형 광고’를 실어준 언론매체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은 전에도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2. 8. 선고 2012나29921 판결). 그럼에도 언론사가 광고료를 받고 일반 보도기사와 동일한 형식으로 광고성 기사를 실어주는 관행이 계속 이어지던 중, 대법원이 대상 판결을 통해 언론사의 책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상 판결은 ‘기사형 광고’에 관한 언론사의 책임 인정 근거를 신문법 제6조 제3항으로 구체화하고, ‘기사형 광고’를 게재할 때 그것이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주의의무 위반임을 분명히 하였다. 나아가 대상 판결의 원심은, ‘기사형 광고’에 있어서 요구되는 ‘광고’ 표시의 정도에 관하여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과장광고
공동불법행위
인터넷신문사
허위광고
신문사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2018-03-08
산재·연금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의 전향적 검토
1. 판결의 요지 가.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원고는 2002. 11.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공장에서 LCD패널 검사작업을 담당하다 2007. 2. 퇴사했고, 2008. 6.경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자, 2010. 7.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경 공장을 방문한 후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1. 2. 위 역학조사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는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잦은 연장근무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 햇빛을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다발성 경화증을 발병되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원고가 전자파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업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 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악화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제대로 규명된 병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한 유해물질 노출 등 여러 요인들이 발병·악화요인이 된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도 부족하며, 원고가 자신이 주장한 발병·악화요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데다, 오히려 원고가 해온 흡연과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①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고, ②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으며, ③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거부 등으로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고, ④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원고 근무시점으로부터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계가 있고 근로자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입증곤란을 야기한 점, 원고가 주장한 여러 발병·악화요인들이 다수 중첩되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입사 전 병력·가족력도 없던 원고가 입사 후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점 등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고 줄곧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여기에 ①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관할 행정청의 조사거부·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을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였고, ②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가능성을 넓혔다. 판례가 채택하고 있는 상당인과관계론은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를 말하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인과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대안이 없어 현재까지 실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단 불승인처분이 나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가뭄에 콩 나듯이 선별적으로 인정되고, 하급심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대상판결의 하급심인 제1심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주치의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과 작업환경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다는 의견, 연세대학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상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항소심 역시 위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언제까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야 상당인과관계 존재라는 혜택을 입어 몇몇만 구제 받는 현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시간, 인내가 있는 사람은 선별적으로 구제 받겠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평생을 낙담하며 억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약자들은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 공단이 내세우는 여러 의학적 견해를 무시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의학적 견해라는 외투에 들어가 과잉 자기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그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 하급심에서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획기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의 가입의사와 무관하게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법 제6조),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는 사업주의 보험관계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사업개시일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외에는 구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없고(법 제8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 급여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법 제84조). 업무상 질병으로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억울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급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되,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선별적으로 파기함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좁은 해석론은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산업재해를 당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보다는 피고 공단의 재원 누수를 걱정하는 데 치우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하급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오히려 상고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 기사가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근로자
삼성
LCD
공장
다발성경화증
산업재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9-15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익법무관의 특정업무경비와 퇴직금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처분 원고들은 법무부 소속 공익법무관으로 재직하다가 2014. 3. 31. 또는 2015. 3. 31. 퇴직하면서, 퇴직일시금을 받았다. 그런데,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2015. 6. 19. “퇴직일시금 산정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에 공무원보수관계법령 등에 근거가 없는 월 30만원의 특정업무경비가 포함되어, 퇴직급여가 과다하게 산정·지급되었다”는 이유로 퇴직급여 중 과오지급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들은 2015. 8. 13. “십 수 년간 퇴직금 산정의 기초로 삼아온 특정업무경비를 왜 갑자기 제외시키느냐”며 당해 환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우선 관계법령을 검토하여 퇴직일시금의 계산방법 및 계산의 변수인 기준소득월액의 개념을 확정지었다. 이 경우 ① 원고들의 퇴직 당시 구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일시금 계산공식은 [기준소득월액 × 재직연수 × 78/100]이고(법 제48조 제2항), 여기서 ②‘기준소득월액’이란 [일정 기간 재직하고 얻은 소득에서 비과세소득을 제외한 금액의 연지급합계액을 12개월로 평균한 금액]이다(법 제3조 제1항 제5호 본문). 결국 퇴직금은 과세소득인 기준소득월액을 기초로 산정되고 ③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되는 비과세소득의 범위는 소득세법이 정한 비과세소득에 따르며(법 제2조 제1항 제5호 단서, 동법 시행령 제3조2), 소득세법 및 그 시행령은 ‘일직료·숙직료 또는 여비로서 실비변상 정도의 금액’을 비과세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소득세법 제12조 제3호, 동법 시행령 제12조 제3호).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이 사건 특정업무경비를 기준소득월액에 잘못 포함시켜 퇴직일시금을 산정하였으므로, 과오지급액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행하였다. 개념논리상,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받은 특정업무경비가 소득세법상 비과세소득인 실비변상적 성격의 급여에 해당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법은 그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과세하는 ‘실질과세원칙’을 따르고 있다. 대상판결은 특정업무경비가 기준소득월액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그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실질내용이 공익법무관의 생계유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공적 업무의 집행에 사용된 실비변상에 충당되는 것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구별은 특정업무경비의 근거법규·연혁·목적·경비를 수수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와 신뢰·실제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고 전제하였다. 위 전제를 기초로 대상판결은 아래의 논거를 들어 공익법무관의 특정업무경비를 실질적인 과세소득으로 보고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소득월액에 포함시켰다. 첫째, 특정업무경비가 법률의 명시적 근거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은 공익법무관에게 보수와 여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법 제14조 제1항), 그 시행령은 위 보수가 육군법무장교의 그것과 같도록 규정하며(시행령 제13조 제1항),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의 수권에 따라 제정된 법무부 예규 ‘공익법무관 관리지침’은 공익법무관의 보수에 1인당 3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포함시켰는바(제6항 가. (3) 보수지급기준), 이 규정들은 모두 공무원보수관계법령의 범위에 포함된다(근거법규의 존재). 둘째,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공익법무관의 보수가 육군법무장교의 그것과 같도록 규정하고 있는바(시행령 제13조 제1항), 특정업무경비는 공익법무관의 보수가 육군법무장교의 보수와 형평을 이루도록 지급된 수당으로서 보수에 해당한다(연혁·목적). 셋째, 피고는 특정업무경비가 특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비나 여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의 급여라고 주장하나, 정작 공익법무관 및 공익법무관에게 보수를 지급한 법무부는 특정업무경비를 실비변상적 급여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법무부는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매월 3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했고, 그 용도를 제한한 바 없었다. 더구나, 공익법무관들이 근무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공익법무관에게 특정업무경비와 별개로 이미 소송수행이나 출장 등에 필요한 여비 등을 지급하였다. 결국, 공익법무관은 특정업무경비를 생계유지에 사용한 것이다(당사자들의 의사표시와 신뢰·실제 사용처). 넷째, 연금제도를 관장하는 것은 인사혁신처인데, 인사혁신처조차 2012. 4.부터 2015. 4.까지는 공익법무관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과세소득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5. 6. 19. 특정업무경비가 비과세소득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환수처분을 행한 것이다. 다섯째,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정업무경비를 특정업무수행 소요경비의 충당을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법무부 작성의 예산 및 기금운용 명세서는 특정업무경비를 보수와 구별되는 별개의 항목으로 계상되어 있으나, 그 실질은 공무원보수관계법령상 보수에 해당한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환수처분이 특정업무경비를 비과세소득으로 잘못 보고 내린 처분이므로 부적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대상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이 사건 처분을 행한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9. 12. 31. 법률 제9905호 개정 이전의 구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의 퇴직금을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보수월액이란 공무원의 종류 및 급별에 따라 지급되는 월급여액으로 봉급과 기말수당의 연지급합계액을 12월로 평균한 금액과 대통령령이 정한 수당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그런데, 2009. 12. 31. 개정되어 2010. 1. 1.부터 시행된 구 공무원연금법부터는 보수월액 대신 과세소득인 ‘기준소득월액’을 기초로 퇴직금을 산정하기 시작했다(공무원연금법 제48조 제2항). 이로써 비과세소득은 더 이상 공무원퇴직급여 산정 기준이 아니게 되었다. 둘째, 법무부는 2012. 4. 이전까지 특정업무경비의 전신(前身)인 ‘특정업무비(중위 호봉에 정액으로 지급되는 정액급식비·업무추진교통비·가계지원비·직급보조비 등 기타수당의 합산액 상당)’를 비과세소득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위 특정업무비는 2012. 4.부터 과세소득으로 분류되었고, 2013. 7. 1. 시행 공익법무관 관리지침에 따라 규정된 특수업무경비 또한 2015. 4.까지 과세소득으로 분류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어떤 전산오류 때문에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되어야 할 특정업무경비가 과세소득으로 잘못 분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래 2010. 1. 1. 이전에는 퇴직급여 산정에 어떤 수당이 과세소득인지 비과세소득인지는 큰 문제가 아니므로, 법무부는 특정업무비를 비과세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0. 1. 1. 이후에도 특정업무비를 비과세소득으로 유지해온 것이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이 사건 처분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특정업무비가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된 2010년 이후 2년이 넘도록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되어 있었다는 점이나,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한 직후 나온 신문보도에 대하여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 “기사 내용과 같이 공단에서 특정업무경비를 기존 과세소득에서 비과세소득으로 전환한 것은 아님”이라는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를 배포한 점을 보면, 실제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특정업무비 또는 특정업무경비를 비과세소득으로 판단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령 비과세소득이 되어야 할 소득이 전산오류로 과세소득으로 잘못 분류됐다는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무와 관련된 지출임을 증빙서류로 입증해야 특정업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수사기관, 감사기관 소속 공무원들과 달리 공익법무관들이 일반적으로 매월 일정액인 30만원을 정기적, 계속적으로 지급 받아온 사실과 실질과세원칙에 비추어 항소심에서 대상판결의 결과를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무관
특정업무경비
퇴직금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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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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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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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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