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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를 인정한 사례
- 서울가정법원 2018. 10. 30. 선고 2018르31218, 2018르31287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 1. 사건의 개요 가. 2018르31218 사건의 경우 A(남)와 B(여)는 1996. 4. 3.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고, B는 A와 혼인기간 중인 1997. 1. 5. C를 출산하였다. A는 1997. 1. 27. 자신과 B 사이의 친자(親子)로서 C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性)과 본(本)에 따라 신고하였다. 그런데 A의 의뢰로 1998. 3. 실시된 유전자형 검사에서 C가 A의 친자(親子)가 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1998. 9. 4. B와 이혼하였고, 이후 C와 서로 교류 없이 지내다가, 2004. 8. 23. D(여)와 혼인하였다. 한편 C는 2008. 8. 법원의 심판에 따라 그 성(性)과 본(本)을 변경하였다. 이후 D(원고)는 A와 C(공동피고)를 상대로 둘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나. 2018르31287 사건의 경우 A(여)와 B(남)는 1993. 5. 18.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다. A는 B와의 혼인기간 중인 1997. 8. 22. C를 출산하였고, 1997. 9. 9. 자신과 B사이의 친자(親子)로 C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다. A와 B는 2001. 9. 11. 협의이혼을 했는데, A는 협의이혼 당시 C의 친권자로 지정되었고, 이혼 이후 줄곧 C를 양육하였다. 그런데 C의 친부(親父)인 D가 2002. 1. 10. C를 X(1996. 7. 20.생)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친자(親子)로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C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이중으로 편재되었다. C는 위와 같이 이중으로 출생신고가 된 이후 대내외적으로 X라는 이름으로 생활하였고, 현재까지 B와의 교류는 전혀 없다. 이후 A(원고)는 전남편인 B와 C(공동피고)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이루어진 혈액 및 유전자 감정촉탁 결과 B와 C는 유전학적으로 자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2. 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동서(同棲)의 결여 등으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을지라도, ①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고, ② 부(父)와 자(子)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으며, ③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을 통해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민법 제844조 제1항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대법원 1968. 2. 27. 선고 67므34 판결, 대법원 1974. 7. 22. 선고 75다65 판결 등)은 처음에는 위 규정에 따라 친생자의 추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가 규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하고, 친생부인의 소의 방법이 아닌 민법 제865조 소정의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의 방법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소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나. 이에 따라 대법원은 처음에는 예외 없이 친생자추정의 규정을 적용하였으나,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다소 완화하였고, ‘민법 제844조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의 결여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다. 또한 대법원(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므1892 판결)은 최근 유전자검사에서 부자간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사건에서, ‘민법 제844조에 의한 친생자 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妻)가 혼인 중에 포태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子)가 부(父)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추정을 번복하기 위하여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에서 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민법 제865조에서 정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라는 이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각하 판결을 내림으로써,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하였습니다. 라.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도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면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위 규정의 제정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의 검사가 비교적 간단하여 부부의 내밀한 사적 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혈연관계의 유무의 확인이 매우 용이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 또한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결론은 일반인의 법 감정과도 배치된다고 할 것입니다. 마. 이런 상황에서 대상 판결은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父)와 자(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까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혈연진실주의에 부합하게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지켜야 할 별다른 법익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그로 인해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라는 이유로 친생자 추정이 배제되는 예외사유를 보다 넓게 인정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바. 즉 제844조와 제846조의 규정취지가 ‘혈연진실주의 뿐만 아니라 가정의 평화도 보호하고, 나아가 조속한 부자관계의 확정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실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양육되고자 하는 자의 복리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규정의 존립기반이 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 이처럼 대상 판결은 동서(同棲)의 결여 등 처(妻)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父)와 자(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자들에 대한 보호를 도모한 판결이라고 평가됩니다. 아. 나아가 친생부인의 소는 부(夫) 또는 처(妻)만이 제기할 수 있으나, 대상 판결에 의할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子)도 민법 제865조에 근거하여 스스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4. 입법적 해결방안의 필요성 친생자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1958. 2. 22. 구 민법의 제정 당시에는 부성(父性, paternity)의 정확한 감별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앞서 본 것처럼 현재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혈액형 또는 유전자형의 배치에 대한 검사를 통해 혈연관계의 유무를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이 해석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과학·의학의 기술적 발전에 발맞춘 입법적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수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친생자추정
친생부인
혈연관계
김수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2018-11-29
형사일반
[판례해설] 외국인은 사증발급 거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
-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 1. 사건의 개요 한국인 남성 A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인 여성인 원고를 소개받은 후 혼인신고를 하였다. 원고는 A와 혼인하였음을 이유로, 혼인 직후부터 매년 1차례씩 한국총영사관 총영사(피고)에게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네 차례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A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의 실태조사를 거쳐 ‘A의 가족부양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을 네 차례 모두 거부하였다(그 중 네 번째 사증발급거부행위를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2. 사건의 쟁점과 판결의 요지 가. 쟁점 피고는, 외국인은 사증발급거부행위를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하였는바, 한국인 남성과 혼인한 중국인 여성인 원고에게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나. 판결의 요지 1) 제1, 2심은, 재외공관의 장의 사증발급 거부행위는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근거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① 사증발급은 입국허가의 추천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②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은 대한민국의 공익을 보호하는 것일 뿐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점, ③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출입국관리법의 해석상 외국인에게는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판결의 의의 가.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 제시 1) 국제법상 외국인에 대한 입국허가, 체류 허용 등에 대한 결정은 그 국가의 주권행사에 해당하는 고권적 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외국인에게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를 해당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의의가 있다. 2)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반면 국적법상 귀화불허가처분이나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 등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을 체류한 사람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 1) 입국사증의 발급 여부가 주권국가의 고권적 행위라는 점에서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판시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닌바, 외국인이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 없이 사증발급 거부행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사증이 발급되지 않자, A와 혼인한 때로부터 단기일반(C-31) 또는 순수관광(C-32) 사증을 발급받아 국내에 단기간씩 체류하면서 출국과 재입국을 반복하면서 A가 매수한 아파트에서 동거하였고, 이 사건 거부처분이 A의 가족결합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는바, 외국인의 사증발급신청행위라고 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조차 인정될 수 없다고 할지는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고 할 것이다.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외국인
출입국관리법
국적
사증발급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2018-06-27
형사일반
[판례해설] 친족인 성년후견인에게 횡령죄를 인정한 사례
제주지방법원 2017. 11. 8. 선고 2017고단284 판결 이 사건은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인 형에게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고 횡령죄를 인정한 사례이다. 피해자(51세)는 2011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뇌병변 1급 장애 및 사지마비 장애를 갖고 있고, 피해자의 친형으로서 유일한 혈족인 피고인(54세)은 2014. 7. 8.경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인은 2015. 1.경 피해자의 교통사고 보험금 1억 4천여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로 송금받았고, 2015. 2. 10.경 그 중 1억 2천만 원과 은행 대출금을 합쳐 빌라를 구입하고 자기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 2016년 8월 후견감독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법원은 피고인에게 현금을 계좌에 돌려놓거나 보험금 1억2000만원 상당의 지분을 동생 명의로 이전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피고인이 법원의 권고를 무시하자, 법원은 2016. 10. 21. 직권으로 후견인변경사건의 심리를 개시하고 피고인의 후견인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한편 임시후견인으로 전문가(변호사)를 선임하는 결정을 하였다. 임시후견인은 피고인을 검찰에 고발하였고, 피고인은 횡령죄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친족이라 하더라도 후견인으로 임명된 경우 법률상 공적인 역할을 부여 받았으므로 피후견인의 재산 및 신상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게 관리해야 하고, 후견인이 한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상 불법행위 대해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형으로서 동거친족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법 제328조, 제361조, 제355조 제1항에 의하여 횡령 범죄에 대하여 그 형을 면제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친족상도례 준용 긍정설과 부정설로 견해가 나뉜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의 일부 재산범죄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지양하고 친족 내부의 재산문제는 그 구성원이 스스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면서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성격과 함께 후견인의 결격사유 및 후견인의 권한과 직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관련 법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후견사무는 후견인이 친족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공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또 2013. 7. 1.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후부터 2016. 하반기까지 전국적으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의 접수 건수는 6,523건이고,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의 후견감독사건의 접수현황은 5,154건에 이른다. 한편 서울가정법원에서 2013. 7. 1.부터 2016. 5. 31.까지 사이에 선임된 후견인(미성년후견인 제외) 중 피후견인의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된 비율은 87.3%(친족과 전문가가 공동으로 선임된 경우 2.7% 포함)로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와 같이 성년후견인의 상당수가 친족후견으로 지정되는 현 상황에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재산관리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후견인이 친족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성년후견인으로 임명되어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경우에는 사적관계인 친족관계에 기반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위 판결은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친족이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경우에도 그 업무는 공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성년후견제도의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있던 성년후견인과 친족상도례의 관계에 대해 최초로 법률적 판단을 한 사례로서 그 의의가 크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후견
횡령
보험금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12-13
가사·상속
[판례해설] 자녀들에게 각 40%의 많은 기여분을 인정한 사례
이 사건 피상속인은 2010. 5. 10. 사망하였고,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청구인과 3명의 직계비속인 상대방들이 있다. 따라서 법정상속분은 배우자인 청구인이 3/9지분, 직계비속인 상대방들이 각 2/9지분이 된다. 그런데 청구인은 피상속인과 별거하면서 전혀 부양하지 않은 반면 상대방들인 직계비속 자녀 2명은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을 마련하여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부양하고 임종때까지 간병하였다. 피상속인이 사망하자 청구인이 법정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의 분할을 구하자 위 법원은 직계비속 자녀 2명에게 기여분을 각 40% 인정하였다. 결국 청구인에게 인정된 구체적 상속분은 6.6%(=1/15)이다.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구인은 1982년경부터 피상속인과 별거하고 따로 생활하였고,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피상속인에게 자녀들의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으며, 피상속인이나 상대방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공장을 수차례 이전하여 피상속인이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하였다. 또 청구인은 피상속인을 상대로 이혼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피상속인이 투병생활을 할 때나 사망하였을 때에도 배우자로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반면 장남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기 시작한 2003. 3.경부터 매월 500,000원 가량씩을 피상속인에게 송금하였고, 2006. 6.경 한의원을 개원한 후에는 월 평균 100만 원 가량의 금원을 피상속인에게 지급하였으며, 피상속인에게 2008.경 약 2억 원을 송금해주었고, 2009. 6. 18. 피상속인이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한의원을 폐업하고 장녀와 함께 피상속인을 간병하는 등 피상속인의 임종 때까지 부양과 간병을 하였다. 장녀 역시 취직을 한 2002. 10.경부터 피상속인에게 생활비조로 매월 약 700,000원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피상속인을 부양하였는데, 2006.경부터는 자신의 급여, 퇴직금, 대출금 등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마련하여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집에서 피상속인과 함께 지냈다. 이와 같이 청구인은 유책배우자로서 법적인 혼인관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상대방 중 장남과 장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으며,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였다. 이런 경우에 단순히 법정상속인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법정상속분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공동상속인 사이에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다른 상속인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다른 상속인들인 상대방들의 기여분을 상당히 인정함으로써 그 반사적인 효과로서 명목상 상속인에 불과한 청구인의 실질적인 법정상속분을 줄이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한 결정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민법
배우자
법정상속
직계비속인
사망
상속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08-03
가사·상속
[판례해설] 미성년후견제도를 보완하는 신탁계약체결
서울가정법원 2017. 4. 17.자 2017느단50834 심판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2009.생)에게 지급된 보험금 등 15억 원의 재산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도록 법원이 미성년자의 임시후견인에게 금융기관과 특정금전신탁을 체결하여 미성년자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허가한 사례이다. 사고 등으로 부모를 동시에 잃은 미성년자에게 적지 않은 보험금 등이 지급되는 경우 그 재산을 둘러싸고 친가와 외가의 친족들이 다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민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법정후견인 제도를 폐지하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에게 가장 적절한 후견임을 선임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후견인은 성년후견인과 달리 복수로 선임될 수 없다. 법원이 미성년 자녀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 친족이 아닌 제3자, 이른바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를 실제 양육하는 양육자는 법적인 지위가 없어서, 전문가 후견인은 재산관리 외에 동거하지 않는 미성년자의 신상 관리에 각자 어려움을 겪는다. 나이 어린 미성년 자녀의 복리와 재산 보전을 위해서는 동거하는 친족이 후견인이 되어 미성년 자녀의 신상을 보호하고, 재산은 신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재산을 신탁으로 관리하게 되면 신탁계약의 유연성을 이용하여 그 가족에 적합한 내용으로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이 사건에서처럼 신탁계약기간을 사건본인이 30세가 될 때까지로 정할 수 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그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데, 만 19세가 되었다고 하여 사건본인에게 그 재산을 귀속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 사건처럼 매월 250만 원의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받고 있는 이상 만 25세가 되면 신탁재산의 절반을, 그리고 만 30세가 되면 나머지 재산이 귀속되도록 정할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위 계약에 사건본인이나 미성년후견인이 교육비, 여행비 등에 대해 추가로 자료를 구비해 청구하면 은행은 지급해야 함을 명시하여 적시에 사건본인에게 재산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이 사건 사건본인의 재산에는 사건본인이 건강하게 자라서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있다. 서울가정법원도 이런 염원에 부응하여 후견적 기능을 다한 결정으로 화답하였다. 서울가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세월호
보험금
하나은행
금융기관신탁
임시후견인
권한초과행위
특정금전신탁
미성년후견인선임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2017-04-20
민사일반
배호근 변호사
판례해설 - 대법원 "효도각서 불이행… 받은 재산 돌려줘라"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다236141 판결- 원고는 2003년 12월 아들인 피고와 시가 20억 원 상당의 2층 주택 및 대지에 관한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었다. 원고는 위 증여계약 당시 피고로부터 각서를 받았는데, 그 내용은 '피고는 본건 증여를 받은 부담으로 원고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피고는 위 부담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 기타 조치에 관해 일체의 이의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 해제의 경우 즉시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후 피고 부부는 주택 1층에 살면서 2층에 사는 원고 부부를 거의 찾아보지 않고 따로 생활하였으며, 허리디스크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원고 처의 간병과 원고 부부의 가사는 따로 사는 원고 딸과 가사도우미가 도맡았다. 원고 처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2013년 11월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정도가 되자 피고는 원고 부부에게 고급 요양시설에 입원할 것을 권유하였다. 원고는 2014년 6월 피고에게 위 주택 및 대지를 다시 원고의 명의로 돌려주면 이를 매각한 후 남는 자금으로 원고 부부가 살 집을 마련할 것이니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원고에게 "천년만년 살 것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해. 맘대로 한번 해보시지"라는 등 막말을 하였다. 결국 원고는 딸의 집으로 이사한 뒤 피고를 상대로 위 주택 및 대지의 소유권 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2심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고, 대법원은 최근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 사건 증여계약은 피고가 부모인 원고 부부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 부담 의무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있다 하더라도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각서 내용 중 '충실히 부양한다'는 것은 부모자식간의 일반적인 부양의 수준을 넘어선 부양의 이행을 의욕한 것인데, 피고는 이와 같이 '충실히 부양'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이를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였다. 민법은 증여계약의 무상성을 고려하여 증여계약에 특수한 해제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해제(민법 제555조), 망은행위(패륜행위)에 의한 증여의 해제(민법 제556조), 재산상태의 악화에 의한 증여의 해제(민법 제557조)에 관한 규정들이 그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와 관련하여 민법 제556조는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위 규정들에 의한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민법 제558조) 사실상 위 해제 규정의 적용을 주장하여 증여재산을 회복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증여계약의 해제가 문제되는 경우는 주로 부동산을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인데 이와 같이 이미 이행을 마친 경우에는 증여계약의 해제를 주장하여 부동산의 회복을 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범죄를 저질러 증여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이미 이행을 마친 재산에 대해서도 해제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속칭 '불효자 방지법'이 발의돼 있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다. 다만, 수증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 즉 일정한 급부를 하여야 할 채무를 부담하는 부담부 증여의 경우 수증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미 이행되어 있다 하더라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1조).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어 이미 이행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피고로부터 '충실히 부양한다'는 내용, 즉 부담을 명시한 각서를 받아두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증여계약이 피고가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고, 피고가 증여계약상의 부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이유로 원고가 증여 부동산의 회복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는바, 증여계약의 내용 및 경위, 각서의 작성 경위 및 문언적 의미, 증여 이행 이후 피고 부부의 행태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타당한 결론이라고 하겠다. 다만, 부모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각서를 받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므로,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 또는 부당한 대우를 하는 자녀들에 대하여 증여 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효자 방지법'과 같은 입법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증여
패륜
증여의해제
2016-01-21
노동·근로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판례해설 -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 수급은 영유아와의 동거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 등
서울고등법원 2015. 8. 28. 선고 2014누56002 판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1월경 자녀를 출산한 근로자가 육아휴직 후 자녀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멕시코로 가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하고 여권까지 발급받았다가 생후 5개월 된 자녀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같은 해 6월경 남편과 함께 출국한 후 이듬해 2월에 귀국한 사례'에서 "근로자가 출국하여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되어 원칙적으로 육아휴직이 종료되었고, 불가피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것도 아니어서 실질적으로 양육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이처럼 육아휴직이 종료되었음에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경우에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고용노동청은 지급받은 금액의 반환과 지급액 상당액을 징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위 판결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위해 육아휴직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먼저 위 판결은 고용보험법 제70조 제1항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 육아휴직을 전제로 하고 있고 있으므로 관련규정의 체계적 해석상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는 육아휴직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은 육아휴직의 종료사유로서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를 들면서 그와 같은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7일 이내 그 사실을 사업주에게 알리도록 하고, 같은 조 제3항 제3호에서는 위와 같은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영유아의 사망 등의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7일이 되는 날 육아휴직이 종료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육아휴직이 계속 유지될 수 없고 육아휴직급여를 수급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는 제1항에서 시행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하고, 제6항에서는 그 신청방법과 절차에 관하여만 시행령에 따르도록 하고 있을 뿐 육아휴직의 종료사유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위 제19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시행령 제10조에서는 1년 미만의 근로자와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만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위 제19조 제6항에 따라 시행령 제11조와 제12조에서는 육아휴직의 (변경)신청방법과 절차, 그리고 육아휴직신청에 따른 사업주의 육아휴직허용시점에 대해, 시행령 제13조에서는 육아휴직신청의 철회에 대해, 시행령 제14조는 육아휴직의 종료와 복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행령에서 육아휴직의 신청과 철회, 종료와 복귀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사업주로 하여금 육아휴직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복귀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강제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법 제19조 제3항, 제4항). 다소 모호한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이와 같은 관련규정의 체계적 해석에 따르면 시행령 제14조 제1항은 근로자가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와 같이 육아휴직이 필요 없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업주에게 알려 복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고, 같은 조 제3항 제3호는 '영유아가 사망하는 경우 등' 어떠한 의미의 육아도 있을 수 없는 경우('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는 위 제14조 제1항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어떠한 의미의 육아도 있을 수 없는 경우는 아니므로 제14조 제3항 제3호의 '등'에는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에 한해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근로자는 당연히 복귀한 것으로 보아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복귀를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위 시행령 규정은 사업주에게 복귀를 강제시키기 위해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를 예로 들면서 육아휴직종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 근로자가 그 경우 반드시 복귀하라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달리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를 근로자 입장에서 육아휴직의 적극적 종료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면 그 사유는 육아휴직개시 불가사유도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 제13조 제2항은 '해당 영유아의 사망' 등의 사유만을 열거하면서 그 경우 육아휴직신청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을 뿐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다. 나아가 근로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2 규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근로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고 이 경우 고용보험법 제73조의2 규정에 따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이 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경우에는 육아휴직의 경우와는 달리 동거하지 않던 자녀를 당장 데려와 동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를 계속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좀 더 다양하고 간접적인 형태의 육아도 인정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5조의3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에도 육아휴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사업주에 대해 보고하고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판결대로라면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종료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원거리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육아를 하는 것을 사실상 막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 때문에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란 직접육아가 필요치 않은 경우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복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 육아휴직 내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종료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체류로 자녀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위 사례에서 위 시행령 제14조 제1항 및 제3항은 육아휴직종료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위 판결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양육하는 영유아와 동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논거로 「① 육아휴직급여는 육아휴직으로 근로제공의 기회가 단절된 근로자에게 생계비의 일부를 지급하여 직접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 직접적 양육을 염두에 둔 규정이다. ②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고 경제적인 지원만을 하는 경우를 육아휴직의 개념 속에 포함하게 되면 육아휴직의 범위를 확정하기 힘들게 되고 부당수급행위를 막기 어렵다. ③ 육아휴직제도는 육아의 수단으로 휴직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경제적 지원만 하는 경우 근로의 단절 없이 영유아를 양육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④ 영유아의 양육에 있어서는 부모의 직접적인 보살핌이 보다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남성근로자의 육아휴직까지 인정하고 있는 것인데 단지 경제적 지원만을 한다는 것은 육아휴직의 제도적 취지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⑤ 육아휴직자체가 아니라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에 충분한 육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육아휴직의 재원 및 고용보험료 납부를 통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기여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라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2007. 12. 21. 개정되면서 모성보호부분에서 출산전후휴가에 대한 지원과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일·가정의 양립지원부분에서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을 각각 나누어 규정하게 되었는데, 위 규정들은 사업주로 하여금 여성근로자의 모성을 보호하도록 하고 근로자가 일하면서 가정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지 어떠한 방식의 육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육아휴직급여는 근로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여 자녀를 양육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육아 때문에 일을 완전히 포기하지 말라는 고용촉진 등 고용보험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므로(고용보험법 제4조) 국가가 양육자의 양육형태에 관여할 바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고용보험법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육아휴직을 전제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고용보험의 목적과 재정을 고려하여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육아휴직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고, 육아휴직이 인정되는 이상 육아휴직급여도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보장하면서 국가나 사업주가 동거방식의 직접 육아만 인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육아의 방법은 부모와 자녀가 처해 있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양육자가 개별적으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나아가 남성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인정하는 것도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지 직접적 양육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남성근로자가 육아휴직을 한 후 일하는 아내를 뒷바라지 하고 이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안정과 여유를 가진 아내가 동거하지 않는 자녀에게 더 자주 연락하여 더 깊은 정신적인 교감을 하도록 하는 방식의 육아휴직을 부정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비록 이로 인해 육아의 개념이 확장된다고 하더라도 부당수급 등은 그렇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근로자는 임금을 포기하고서 육아휴직급여(통상임금의 40/100으로 하되 100만원 상한)를 받게 되는 것이고 그 급여액은 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하므로 육아휴직급여 받자고 잘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지는 않을 것이고, 육아휴직기간도 1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보험법시행령은 부당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육아휴직급여의 25/100(2015. 7. 1. 이전 육아휴직은 15/100)에 해당하는 금액은 복귀 후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경우에 합산하여 일시불로 지급하도록 하는 등 부당수급방지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만약 부당수급이 우려된다면 그에 맞는 별도의 부당수급방지장치를 마련하여야 하는 것이지 일과 가정을 양립하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해 놓고 보험재정을 우려하여 손쉽게 육아휴직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제한하는 것은 육아휴직제도나 고용보험의 취지에 맞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에는 특정한 양육방식을 전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할 것이다. 다만, 위 판결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양육의 단절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일시적인 기간 동안 동거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서 제외된다며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원칙으로 두느냐에 따라 육아휴직급여 지급의 엄격성, 예외사유에 대한 입증책임과 정도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넓게 인정하고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만 한정하여 수급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한편, 위 판결은 육아휴직급여의 수급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정을 숨긴 채 해외에서 체류하는 동안 매달 육아휴직급여신청을 하여 그 급여를 받은 것은 급여제한처분, 반환명령 및 추징금징수의 요건으로 규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거여부는 육아휴직의 개시요건도 철회사유도 아니고 실제 육아휴직급여 신청서에는 동거여부 확인란도 없으며 위 사건의 1심법원마저도 동거를 요하지 않는다며 위 판결과는 다른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근로자가 자녀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육아휴직이 당연 종료되는 것으로 의심하였어야 한다는 것은 근로자를 위한 육아휴직 제도를 적용함에 있어 오히려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아가 위 판결은 위 사례의 경우 남편의 해외사업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해외에 체류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 경우 영유아보육법 제34조의2 제1항에 따른 양육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고 남녀고용평등법상 가족돌봄휴직을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육아휴직급여를 수급한 것은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영유아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영유아보육법상 양육수당과 여성근로자가 양육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육아휴직수당은 그 취지가 다르고, 남편과의 해외체류가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한 가족돌봄휴직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오히려 더 불확실 해 보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이미 정당하게 육아휴직이 개시되었다가 그 후 자녀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그 상태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수급한 것만으로 곧바로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수급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할 것이다. 살펴본 것처럼 남녀고용평등법령의 규정자체가 다소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위 법령의 규정들은 근로자가 일하면서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업주에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하고 또 복귀를 강제하는 것이므로 관련규정들도 그와 같은 틀 속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자가 일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육아휴직급여의 대상을 넓게 인정하는 향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본다.
육아휴직급여
부당수급
영유아동거
2015-11-10
가사·상속
헌법사건
이현곤 변호사 (법무법인 지우)
판례해설 - 유전자검사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친생추정의 효과
서울가정법원 2015. 7. 21. 선고 2014드단 1. 사실관계 A와 B는 호적상 남매간으로 아버지 C는 어머니 D와 1971. 혼인하였으나 1987. 협의이혼하였다. C는 2014. 2. 사망하였는데 사망 직전 병원에서 기관삽관 과정에서 치아 하나가 빠져 A에게 교부되었다. A가 위 치아를 가지고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결과 A와 C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고, B와 C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B를 상대로 C와 B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의 요지 (1) 유전자검사결과와 친생추정 민법 제844조(친생추정)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부부의 한 쪽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별거하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 나아가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제도에 관한 입법은 부성의 정확한 감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던 시대적 배경 하에 이루어진 것인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적 친자감별기법의 발달로 친자감정을 함으로써 친생추정이 혈연에 반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점, 동서의 결여로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도, 이와 달리 보다 더 과학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는 유전자검사 등에 의하여 부의 자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까지 그 추정이 미친다고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부부 사이의 동서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유전자검사의 대상 치아가 망인의 것인지 여부 망인이 사망 직전 기관삽관 등의 처치를 받는 과정에서 치아 하나가 이탈되어 그것이 A에게 전달된 점, 위 치아는 플라스틱 용기에 불상의 액체에 담겨 A에게 건네졌는데, 그 용기에 부착된 라벨에는 망인의 성명과 진료번호, 전달일자가 기재되어 있고, 이는 당시 작성된 의무기록과도 일치하며 이에 어떤 조작이나 변조의 개연성이 엿보이지 않는 점, 유전자검사 시험성적서에 첨부된 치아의 사진과 원고가 병원으로부터 교부받은 망인의 치아 사진을 비교하면 그 치아의 형상과 기능 등의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치아는 원고가 병원으로부터 교부받은 망인의 치아와 동일한 것으로 봄이 옳고, 사정이 이와 같다면 망인과 B는 유전학적으로 서로 부녀 관계에 있지 아니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평석 (1) 친생추정의 법리 처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되는데(민법 제844조 제1항), 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출생자는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야지만 친생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 민법은 혼인 중의 출생자에 대하여 친생추정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정방식은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진실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친생추정 규정은 계속 다툼의 대상이 되어 올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은 부부의 한 쪽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별거하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그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85 판결 등). 헌법재판소 또한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친생추정 규정(민법 제844조 제2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2013헌마623). 이와 같이 친생추정이 완화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하여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오늘날 사회적, 법률적 상황은 친생추정의 기준이 만들어진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으며, 또한 친생추정제도는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고, 유전자검사 등을 통하여 친자관계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대상 판결은 기존의 법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부 사이의 동서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위 판결에 의하면 민법의 친생추정의 규정 자체가 사문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유전자검사에 의해서 친생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면 친생추정 규정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규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과학기술의 발달과 법리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진실에 접근하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실체적, 규범적 판단을 제한할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 또한 오류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유전자검사와 관련해서 보면 검사 자체에 관해서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반복적인 검사로 인한 검증이 가능하다. 다만, 그 전제에 대한 정확성은 별개의 문제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검사 대상의 정확성과 적정성이다. 이 사건에서 C는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C로부터 직접 유전자를 채취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A가 보관하고 있는 치아가 과연 C의 치아인지 여부, 그리고 C로부터 발치한 치아가 과연 검사대상인 치아와 동일한 치아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고, 대상 판결 또한 그 동일성을 심리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자검사에 관하여도 법관의 판단이 여전이 개입될 필요가 있고, 특히 당사자가 사망하여 그로부터 직접 시료를 채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에 부합하는 정도의 검사대상의 정확성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검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의 상황과 달리 오늘날 친자관계를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생추정 규정을 예전처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친생추정 규정이 목적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가치 또한 여전히 필요한 것이므로 유전자검사결과만으로 친생추정이 배제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한 조화로운 해답은 장래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
친생추정
유전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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