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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국가배상
민사일반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경찰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A가 민원인 甲이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고 하면서 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였다. 이에 민원인 甲은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고소인은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위 약식명령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민원인 甲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위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 A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여 민원 사건을 접수하였고, 수일 후 다시 위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찰관 B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경찰관 B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甲은 경찰청에 경찰관 A, B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관 A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경찰관 B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등을 이유로 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경찰관 A, B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찰관 A, B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이 사건 법원(수원지방법원 2019나56678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경찰관 A는 민원인 甲이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경찰관 B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관련 법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한편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참조). 4. 검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주권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천명하고 있고, 그러므로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은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국가공무원법 제59조),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같은 법 제56조). 즉,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의무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바, 특별한 사정 없이 국민이 제출하는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한 경찰관은 국민이 입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경찰관
직무행위
국가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6
행정사건
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민사일반
법인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 개념의 병존가능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인간은 상정할 수 없고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 덕분에 인류는 현재의 문명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나 사회 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비례하여 나의 권리가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거나 타인의 다른 권리와 충돌되는 영역이 늘어만 가는 것도 현실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됨에 따라 익명화되지 않은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가 더욱 대두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입법되었고 산업발전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도 부단한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한 위자료배상을 다룬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는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A와 B가 주식회사 형태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A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A는 위 상담센터의 설립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이고 B는 A의 아내이자 대표자이다. 위 상담과정에서 A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상담내용을 녹취한 후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 등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하였다. A가 녹취한 상담내용에는 원고의 신상정보를 포함하여 온갖 내밀한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위 상담센터는 유료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다수의 세미나 참가자에게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하였다. 또한 위 상담센터에서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C는 원고의 상담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이용하여 책자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원고는 A와 B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3천만원의 위자료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결과를 먼저 말하면, 1심법원은 1천만원의 일부인용판결을 선고하였고 2심법원은 원,피고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일반적 불법행위책임에 비하여 책임의 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로 한정되어 있으며 고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다. 본 사건의 핵심은 피고 A와 B가 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의무주체로 상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개인정보를 수집,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이용,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제15조, 제17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18조) 사상,신념 등 민감정보를 처리할 경우에도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23조) 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하는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피고 A는 위 상담센터의 실질적 운영자이기는 하지만 대표자는 아니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또한 주식회사 등 법인 형태의 사기업의 경우 법인 자체가 아닌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대표이사 등이 의무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원고의 상담내용은 익명화되어 있지 않은 원고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파일’이란 종이파일, 전산파일 형태를 불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개인정보의 집합물을 말하고, 원고를 포함하여 위 상담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담자들의 신상정보파일은 이에 해당한다.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파기에 이르는 모든 행위 유형을 포괄하는 용어이고, 위 상담센터에서 A가 스스로 또는 직원을 통하여 원고의 상담내용을 수집, 저장, 편집, 이용, 제공, 유출한 행위는 모두 ‘처리’에 해당한다. A가 원고의 상담내용을 녹취,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 세미나 참가자에게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 C에게 상담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명시적 동의는 전혀 없었다. 상담센터의 대표자인 B 또한 위 일련의 과정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식회사 형태의 위 상담센터는 그 심리상담 업무를 목적으로 회사 내부의 업무분장을 통해 개인정보인 상담자의 상담내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였으므로 원칙적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다수의 판례에서 법인 자체가 배상책임의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대법원 2011다60797, 2014다235080, 2018다223214, 2018다219352 판결 등) 자연인 피고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법 제28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등을 말한다. 본 사건에서 A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만들고 외부에 메일을 보낸 직원 등은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하며 법 제59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판례도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5도 8766 판결) A와 B는 누구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가 아니므로 ‘개인정보취급자’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또한 위 상담센터가 법인격없는 사업체였다면 내부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경영하면서 최상위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법인의 경우 법인과 함께 법인의 기관에 해당하는 대표자 등이 모두 ‘개인정보처리자’가 될 수 있는가? 본 사건의 재판부는 이 점을 긍정하면서 A와 B가 회사 내부에서 수행한 역할과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모두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므로 공동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추측컨대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에 ‘법인’과 ‘개인’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 제74조는 양벌규정을 두어 법 제71조 제1호 내지 제4호 등에 의하여 징역형 등으로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그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인 법인 또한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은 병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도 경품행사를 가장하여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판매한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이는 팀장과 회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처벌하였다.(대법원 2016도13263 판결)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법원에서 법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이 문제된 대부분의 사건은 법인 자체의 책임 문제를 다루었고, 임직원 등이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 판단을 한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본 판결은 회사의 임직원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판결이다. 이를 긍정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법 제39조 제1항 위반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는 회사와 임직원 모두를 피고로 하거나 또는 선택적인 피고로 하여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석이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피해자 보호에 유리한 점은 자명하다. 향후 판례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본 사건으로 돌아와 위자료 액수와 관련하여서는 수집된 정보가 원고의 민감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 분업적으로 처리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책자 배포에 따른 2차에 걸친 유출이 이루어진 점 등이 고려되어 1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고액의 배상액이 인정되었다. 다만 재판부가 법 제3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을 명한 것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개인정보유출
정신적손해배상
녹취록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2020-03-03
노동·근로
민사일반
불확정적 조건을 붙인 해고 예고는 무효, 해고예고수당 지급해야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경력직 사원으로서 2017년 11월 6일 피고회사에 채용되어 3개월간 수습기간을 마쳤으나, 피고회사는 2018년 1월 22일 평가 후 원고의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업무적극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업무태도가 개선되면 2차 수습기간 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하였다(당초 원고와 함께 채용된 2명의 수습직원은 당시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나. 피고회사는 2018년 2월 23일 원고에 대한 평가 후 해고하기로 한 후 2018년 2월 28일 원고와 면담하여 "수습평가를 1개월 연장하여 기회를 주었으나 경력직인데도 업무수행능력과 조직문화 적응이 부족하여 해고한다"는 수습결과를 통보하고, 다시 원고에게 2018년 3월 2일 같은 취지로 2018년 3월 2일부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하였다(이 해고를 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다. 원고는 해고무효확인 및 복직시까지의 급여상당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1심에서 전부 패소 후 항소심에서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수원지법 2018가합14420) : 해고예고 유효 피고회사가 이 사건 해고를 통보하기 30일 전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알린 이상, 이는 잠정적이기는 하나 해고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습기간 후의 평가결과에 따라 채용 여부가 불확정적이어서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할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이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서울고법 2019나2013832) : 해고예고 무효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 정한 해고예고 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등)이라는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해고의 예고는 그 일자를 정하여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피고회사가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라고 불확정한 조건을 붙여 한 해고의 예고는 효력이 없다. 원고가 수습기간 중에 있었다 하더라도, 수습 사용한 날인 2017년 11월 6일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근로한 이상 해고의 예고가 30일 전에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피고회사는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원고에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해고예고제도 근로기준법은 제26조에서 해고예고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나(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현재 대법원은 해고사유가 정당한 이상 해고예고를 거치지 않더라도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누20115 판결 등). 나. 해고예고의 방법 해고예고제도의 규정취지가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 또는 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므로, 이러한 해고예고는 일정 시점을 특정하거나 언제 해고되는지 근로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이에 대법원은 해고날짜를 명확히 하지 아니하고 '당분간 근무를 계속하며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라'고 한 사안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13833 판결) 및 '회사가 사업자등록을 마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보도본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한 사안(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1다53638 판결) 등에서 적법한 해고예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거나 해고예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조건을 붙인 예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수습 중의 근로자이기는 하지만, 2019년 1월 15일 법률 제16270호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수습근로자의 경우에만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수습기간 3개월을 도과한 원고에게는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된다. 그런데 수습기간을 다시 1개월 연장하면서 연장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그 조건 성취 여부에 따라 해고여부가 결정되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이 수습기간 종료 후 해고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부적법한 해고예고로서 무효라 본 판시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근로기준법
해고
수습기간
업무태도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0-02-03
노동·근로
민사일반
불확정적 조건을 붙인 해고 예고는 무효, 해고예고수당 지급해야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경력직 사원으로서 2017. 11. 6. 피고회사에 채용되어 3개월간 수습기간을 마쳤으나, 피고회사는 2018. 1. 22. 평가 후 원고의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업무적극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업무태도가 개선되면 2차 수습기간 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하였다(당초 원고와 함께 채용된 2명의 수습직원은 당시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나. 피고회사는 2018. 2. 23. 원고에 대한 평가 후 해고하기로 한 후 2018. 2. 28. 원고와 면담하여 “수습평가를 1개월 연장하여 기회를 주었으나 경력직인데도 업무수행능력과 조직문화 적응이 부족하여 해고한다”는 수습결과를 통보하고, 다시 원고에게 2018. 3. 2. 같은 취지로 2018. 3. 2.부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하였다(이 해고를 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다. 원고는 해고무효확인 및 복직시까지의 급여상당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1심에서 전부 패소 후 항소심에서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수원지방법원 2018가합14420) : 해고예고 유효 피고회사가 이 사건 해고를 통보하기 30일 전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알린 이상, 이는 잠정적이기는 하나 해고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습기간 후의 평가결과에 따라 채용 여부가 불확정적이어서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할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이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19나2013832) : 해고예고 무효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 정한 해고예고 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등)이라는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해고의 예고는 그 일자를 정하여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피고회사가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라고 불확정한 조건을 붙여 한 해고의 예고는 효력이 없다. 원고가 수습기간 중에 있었다 하더라도, 수습 사용한 날인 2017. 11. 6.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근로한 이상 해고의 예고가 30일 전에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피고회사는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원고에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해고예고제도 근로기준법은 제26조에서 해고예고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나(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현재 대법원은 해고사유가 정당한 이상 해고예고를 거치지 않더라도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누20115 판결 등). 나. 해고예고의 방법 해고예고제도의 규정취지가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 또는 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므로, 이러한 해고예고는 일정 시점을 특정하거나 언제 해고되는지 근로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이에 대법원은 해고날짜를 명확히 하지 아니하고 ‘당분간 근무를 계속하며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라’고 한 사안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13833 판결) 및 ‘회사가 사업자등록을 마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보도본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한 사안(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1다53638 판결) 등에서 적법한 해고예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거나 해고예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조건을 붙인 예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수습 중의 근로자이기는 하지만,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수습근로자의 경우에만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수습기간 3개월을 도과한 원고에게는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된다. 그런데 수습기간을 다시 1개월 연장하면서 연장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그 조건 성취 여부에 따라 해고여부가 결정되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이 수습기간 종료 후 해고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부적법한 해고예고로서 무효라 본 판시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해고
근로기준법
수습기간
업무태도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2020-01-06
형사일반
술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다치게 한 사건
1. 사건개요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도 0.209%의 주취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진행하던 중 피해자를 충격하여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검사는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하고, 형사법원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2. 전동킥보드의 이용현황 및 사고증가 최근 킥고잉, 고고씽, 라임 등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 이외에도 전동 휠, 전동 스케이보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하는데, 최첨단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말하며 과거보다 지능화되고 똑똑해진 교통 서비스를 일컫는다. 특히 주로 1~2인승 개념의 소형 이동수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는 도입 초기에는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교통수단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리함, 경제성, 친환경성과 같은 이유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규모가 판매대수 6만 대 정도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그 수가 연 20만 대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에 관련한 교통사고에서 대상판결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벌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3.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 및 규율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자동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및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하는데, 전동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에 속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고,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상 각종 규제에 대하여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차도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운행자격이 없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에 대한 처벌 등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각종 규제 및 벌칙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는 이상, 대상판결이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음주운전죄 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성과 경제성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같은 수준의 규제와 벌칙을 받는 것에 대하여 아주 낯설고 당황해 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아직 법인식이나 구체적인 운용이 정착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어 피고인의 범의가 중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례적인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4. 입법의 필요성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과거의 법적 개념을 새롭게 등장한 전동킥보드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변화된 교통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의하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원칙적으로 차도로 다녀야 하고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자들 대부분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 보행자들의 안전상 인도로 달리는 것은 제한될 필요가 있겠지만, 속도와 규모가 비슷한 자전거 도로의 주행까지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고 보인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의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행공간을 차도에만 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종류, 주행가능 공간, 제한속도, 주행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시민의 안정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25㎞ 이하 속도인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등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충분히 협의한 개정안이라고 하니, 국회의 신속한 통과를 바란다.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음주운전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2019-12-30
민사일반
압수물에 대한 몰수형 선고 없이 형사판결 확정시 ‘압수해제’ 간주로 반환의무 당연 발생, ‘별도 압수절차’ 없이 공범 수사에 사용 불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36624 압수물인도청구 (확정) -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2014. 7. 1. 컴퓨터 등 사용 사기의 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 되면서, 당시 소지하고 있던 현금(이하, 이 사건 압수물)을 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인하여 취득한 금원으로서 압수당하였다. 나. 원고는 2016. 7. 20.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에 대하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이후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 후 그 무렵 위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으나, 위 유죄판결에서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몰수형은 선고되지 않았다. 한편 공범으로 보이는 소외 A는 여전히 기소중지 상태에 있다. 다. 원고는 검찰청에 압수물환부신청을 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인도의무의 발생 이 사건 압수물은 형사재판에서 몰수의 선고가 없는 상태로 확정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32조에 의하여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국가는 압수물을 제출한 자나 소유자 기타 권리자에게 환부하여야 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 국가가 환부를 거절하는 경우 피압수자는 민사소송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압수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공범 A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몰수될 가능성이 있어 몰수선고 없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아직 체포되지 않은 공범자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하여 여전히 그 압수물을 압수할 필요가 있다거나 공범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몰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압수절차’가 새로 취하여지지 아니한 이상, 원고에 대한 몰수의 선고가 없는 판결이 확정되어 압수해제로 간주되는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형사소송법 제332조는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종국재판이 확정된 때 효력이 발생하며, 그 결과 수사기관은 압수물을 환부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 환부를 받는 자는 원칙적으로 피압수자나 그 제출인이며 피해자에게 환부할 이유가 명백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출인 외의 자에게 환부할 수 없다(대법원 1969. 5. 27. 선고 68다824 판결). 또한 압수물의 환부는 환부받는 자에게 환부된 물건에 대한 소유권 기타 실체법상의 권리를 부여하거나 그러한 권리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수를 해제하여 압수 이전의 상태로 환원시키는 것뿐이며, 실체법상 권리와 관계없이 압수 당시의 소지인에 대하여 행하는 것이므로, 피압수자가 압수물의 소유권이나 그 환부청구권의 포기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수사기관의 압수물의 환부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대법원 1996. 8. 16.자 94모51 전원합의체 결정). 한편 대법원은, 당초 범인으로부터 압수한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이 형사재판이 확정되어 그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된 상태에서도 공범자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하여 여전히 그 물품의 압수가 필요하거나 공범자에 대한 재판에서 그 물품이 몰수될 가능성이 있다면 검사는 이미 압수해제 간주된 물품을 다시 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7. 1. 9.자 96모34 결정). 따라서 이 사건에서 미체포된 공범 A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또는 위 공범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 압수물이 몰수될 필요가 있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원고에 대한 압수해제 간주 이후라 하더라도 ‘별도의 압수절차’를 진행하였어야 하는바, 이러한 절차가 없었던 이상 검사의 압수물 환부의무는 여전히 유지되는 것이므로, 대상 판결은 이러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압수물인도소송
압수절차
공범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8-11-30
형사일반
재산명시신청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에 준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나40461 판결 -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결이다. 이는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8606 판결 참조)에 배치되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최고’로서의 효력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민법 제174조의 6월 내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을 하던 중 2006. 6. 22.경 원고를 영업담당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 누나의 보증 아래 선불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실적이 거의 없었고, 피고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해 4,300만 원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7. 1. 20.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자 피고는 2010. 11. 10.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 결정을 하였으며, 결정등본이 같은 달 16.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하지만 원고는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집행기간을 넘겼다. 피고는 2017. 5. 12. 다시 원고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을 받아 재산목록을 확보했으며 같은해 9월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채무자인 원고는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재산명시신청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고’(催告)로 인식하면서 "피고가 2010년 재산명시 신청후 6개월이내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채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 11. 10.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 6. 28.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 소멸시효 중단사유, 재산명시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살핀 다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최고, 압류를 재산명시신청의 성질과 비교 검토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로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그 주된 존재이유가 있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8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민법은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제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 승인(제3호) 세 가지를 규정하며, 제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8조 제2호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론에 의하여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에서 보는 것처럼 채권자의 배당요구나 채권신고 등을 압류에 준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결국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것인지는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에 필요한 문서가 요구되고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1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기각된 경우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여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며,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참조),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그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채무명의에 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으로서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이고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 실행행위로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참조), 이들은 권리자의 강한 권리실행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전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명백히 배치되는 결론임에도 그 문제의식과 논거에 비추어보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재산명시신청
시효중단
강제집행절차
청구이의소송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8-10-01
형사일반
대법원 법창조,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 대법원 2017도3443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5. 1. 9.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라는 유흥주점에서 여자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님으로 찾아 온 유부남인 피해자를 만나 그 때부터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성관계도 하고 그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온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 1. 21.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주점에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피해자와 성관계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해 두었던 동영상 파일을 피고인의 컴퓨터에 복사하여 놓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한 뒤 컴퓨터 모니터 화면상으로 재생된 성관계 장면을 다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처의 휴대전화로 발송한 사건이다. Ⅱ.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조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 사건의 쟁점이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과 제2항이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 사건에서 제3자에게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성관계 동영상은 처음에는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촬영물이라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후단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일견 당연히 처벌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제공한 방법에 때문에 1심과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동의하에 촬영된 성관계 영상물이 담겨 있는 매체를 통하여 전자송신 혹은 p2p의 방법으로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저장된 매체에서 그 영상물을 재생하고 난 뒤 그 재생된 영상물을 다시 촬영하고 난 뒤 그 촬영된 영상물을 저장하고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전자송신의 방법으로 제공한 점이다. Ⅲ. 1심 및 원심 법원의 판단 1심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가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촬영물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그 주체가 반드시 그 촬영물을 촬영한 자와 동일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1),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나중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각주1]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6172 판결 참조 또한 원심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가 촬영된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하여 그 촬영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에는 촬영물 자체를 직접 반포하는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그 밖에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이를 반포·판매·전시하는 등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반포하는 등의 경우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Ⅳ.대법원의 판단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각주2]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한편,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행위 등을 규율 대상으로 하면서 그 촬영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위 제1항과 제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위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Ⅴ. 대법원 판결의 함의 – 법창조와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본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죄형법정주의 유추금지원칙에 충실하게 따른 판결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법률 문언이 가지고 있는 가능한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처벌 흠결로 인하여 국민이 해당 사건 판결 결과에 대해 선득 납득을 할 수 없을 때, 법원은 법의 해석을 넘어 금지된 유추를 통해 법을 창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법의 창조는 일시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법의 해석이라는 원칙과 철학을 저버리면 인권과 정의 그리고 신뢰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얻지 못할 수 있다. 사실 본 사건의 결과는 이미 2013년 6월 27일 대법원 판결에서 예견되었다. 그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4세)과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카메라 기능이 내재되어 있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갑의 유방, 음부 등 신체 부위를 갑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는데,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화상카메라에 비추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상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피고인의 컴퓨터에 전송되었으며,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갑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갑의 신체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법 제13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벌법규의 목적론적 해석도 해당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3) 이 판결을 현 대법원은 원용하면서 본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각주3]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대법원은 수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과연 이 사건에서 법을 창조하여 원심의 취지대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판결이 일반국민에게 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으로 판결을 또 고치고 또 쓰면서 밤잠을 자지 못하였을 것이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에 그쳐야 하고 법률의 잘못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은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법원이 법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 유추를 통하여 법을 창조하는 순간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없으며,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소급효 금지 원칙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법은 국민을 처벌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법은 국민에게 법이 정해 놓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치원리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통치구조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 제도이다. 판결이 난지 이미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하루 속히 입법이 이루어지길 소망하고 소원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카메라
전송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성관계동영상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9-27
인터넷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상 타인 행세의 법률적 책임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도607 판결 - 1. 공소사실 및 대상판결의 요지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피해자를 사칭하여 저속한 게시글들을 올림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1, 2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란 어느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고하거나 진술할 때 성립하는 죄인데, 타인을 사칭하여 마치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가장하여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므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취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타인 행세는 적법한가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전형적인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언론보도와 블로그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베’에 저속한 글들을 올리는 사람으로 보이면 명예가 훼손될 것은 뻔한 일인데, 어떻게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형사재판이 당연히 그러하듯'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일 뿐, 그러한 행위가 적법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타인을 사칭하거나 저속한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쁜 행동임은 누구나 아는바, 이를 대법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사칭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어떤 법적 대비책이 있을까요. 우선,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민법 제750조),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은 그때 그때의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의 보통인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2532 판결),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곧 민사법원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고, 기망이란 ‘위계’의 전형적인 태양입니다.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인터넷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행위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업무방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검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되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게시글이 제3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담고 있다면 - 명의를 사칭당한 피해자가 아닌 -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도에도 불구하고 타인 명의를 사칭해서 나쁜 행위(표현)을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면 결국 ‘입법’을 통해야 할 것입니다. 3. 판례로서의 의미 그런데 대상판결은 타인 명의 사칭에 대하여 처음 나온 판결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0112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위 대법원판결은 대법원판결로서는 처음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제1, 2심의 무죄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위 대법원판결은 법률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대법원홈페이지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대법원판례와 어긋나는 판결을 하였으므로, 아무리 벌금 70만원 짜리 ‘고정(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이라지만 대법원으로서는 파기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통일적인 법리해석은 대법원의 핵심기능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위 대법원판결과 대상판결의 주심대법관은 같은 분입니다).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적시한 다음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는데, 주심대법관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명예훼손
명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사칭
정보통신망법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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