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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 서울행정법원 2021. 7. 13. 선고 2020구합82185 판결 -
유학경비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92년생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이하 ‘이 사건 기간’)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수료하였다. 원고의 조모는 이 사건 기간 동안 매월 800만 원 내지 1,000만 원씩 합계 334,833,374원(이하 ‘이 사건 금원’)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고, 원고는 이 사건 금원을 교육비 및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친은 2014년경 사망하였다. 또한 원고의 조모는 2018년경 사망하였고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원고 조모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과세당국은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조모가 이 사건 기간 동안 원고의 계좌로 해외 송금한 이 사건 금원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보고 증여세(가산세 포함) 합계 280,655,110원을 결정·고지하였다. 2. 관련규정 및 그 개정연혁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상증세법 시행령(2003. 12. 30.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4항 제1호에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의 하나로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상증세법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면서 위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개정되고, 같은 날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위 제35조 제4항 제1호는 삭제되었다. 3.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제46조 제5호의 문언 내용과 체계, 개정 연혁과 구 상증세법 제46조는 증여재산의 공익성 또는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증여세의 과세를 배제하는 규정이므로 부양의무 여부를 불문하고 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이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규정의 ‘피부양자의’ 부분은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21. 7. 13. 선고 2020구합82185 판결).”고 판단하였다. 즉 서울행정법원은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한 경우에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를 부양할 지위에 있는 원고의 부모가 있고 성인인 원고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어 원고의 조모를 부양의무자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금원은 원고의 유학기간 중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되었더라도 증여세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비판적 검토 경우에 따라서 해외유학경비까지 증여세 비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증세법 제46조의 문언, 규정 체계, 개정 연혁 등을 고려할 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에서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3년 개정 상증세법에서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로 구분하고 있어 ‘피부양자의’ 부분이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이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통상적인 문언의 해석범위를 넘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에서 수익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소득처분을 하기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익금으로 보는 것까지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한 것(대법원 2021. 7. 29. 2020두39655 판결)처럼 관련 규정체계상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연혁을 고려하더라도 서울행정법원과 같이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하였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그리고 위 2003년 상증세법 개정이유에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중산·서민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이재구호품의 오기로 보임), 피부양자의 생활비 및 교육비 등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비과세하도록 함(법 제46조제5호)”이라며 교육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를 따지 않고 비과세할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또한 사용목적이 다양하고 기준마저 설정하기 어려운 생활비의 경우 부양의무를 통해 일정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확히 확인되는 교육비까지 부양의무를 통해 제한하여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사회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유학의 목적, 내용, 경위도 다양할 것이므로 유학비용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부유층만의 문제로 보아 비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문제로 생각된다. 이처럼 상증세법 제46조가 피부양자의 교육비만을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금원 중 교육비로 사용된 부분까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증여세
비과세
유학경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2022-06-16
민사일반
- 서울고등법원 2019. 7. 16. 선고 2018나2033075 판결 -
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의 채무를 보증한 아내가 보증인보호법상 보호되는 보증인인지 여부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생수 총판 대리점을 운영하던 남편의 채무를 아내가 보증한 사안에서, “기업 대표자의 배우자라 할지라도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7. 16. 선고 2018나2033075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A는 2009년부터 생수 회사인 원고와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원고로부터 공급 받은 생수를 하부 대리점 및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 2012년경 A는 원고와 대리점 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A가 원고로부터 월 평균 40,000통, 계약기간인 5년 간 총 240만통의 생수 제품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원고는 할인된 가격으로 생수 제품을 공급하고 일부 물량은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A는 당초 매입하기로 한 물량에 훨씬 미달한 수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외상 대금 채무를 결제하지 못하는 등 위 계약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A는 2014. 5. 경 원고에게 4억5,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분할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변제계획서를 제출하고, 2015. 3. 경 A의 처인 B의 인감증명서(B 본인이 발급 받음)를 첨부하여 ‘원고와 A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A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고 이에 서명날인 합니다’는 내용의 연대채무확약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A가 외상 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원고는 A와 B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B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보증인보호법에는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증의 방식, 보증채무 최고액의 특정, 보증기간 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이는 편면적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보증인보호법에 반하는 보증으로서 보증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보증인보호법의 위와 같은 규정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에 해당하여야 한다(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이 아니라면 보증인보호법의 규정에 위반된 보증이라고 하여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증인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에 의한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증인보호법은 일정한 사람을 보호대상인 보증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가령, 보증인보호법 제2조 제1항 다목은 “기업의 대표자, 이사, 무한책임사원, 국세기본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과점주주 또는 기업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보증인이 채무자와 특수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특수 관계 요건)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므로(경제적 이해 공동체 요건) 무상성, 호의성을 결여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한편, 보증인보호법 제2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민법에 따른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자를 보증인이라고 규정하면서 다음 각목에 정하는 자를 제외한다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2심 법원도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원고가 ‘아내인 B가 A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2심 법원은 아내 B가 남편이 총판 대리점 개업 훨씬 이전인 199년부터 어린이집 등에서 보육교사, 원장 등으로 종일 근무하는 등 별도의 소득활동을 한 점, 특히 남편이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어린이집 근무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한 점에 주목했다. 원고로서는 2009년 총판 계약 체결 후 영업이 잘되었기 때문에 2012년에 5년간 계약을 연장하였고 월 평균 40,000통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한편, B가 운영하는 대리점의 매출, 당기순이익 등 자료, B의 대리점 계좌에서 생활비가 송금된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제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을 증명 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쌍방 모두 소송대리인 없이 소송을 진행하였다). 이제 보증인보호법의 규정을 위반 했는지가 문제되는데, B 명의의 연대채무확약서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B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기재는 전혀 없이, B의 인감도장만 날인되어 있다(남편인 A가 날인한 것이다). 보증인보호법 제3조는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의 서명은 보증인 본인의 서명 이어야 하나(대법원 2016다233576 판결), 기명날인은 타인이 대행할 수 있다(대법원 2018다282473 판결). 연대채무확약서의 날인은 남편인 A가 했으나 B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를 보증인보호법상의 기명날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보증인보호법 제6조는 근보증의 경우 그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연대채무확약서에는 ‘원고와 A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A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는 내용뿐이어서 최고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B의 보증은 무효이다. 2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연대채무
보증인보호법
채무자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19-09-25
[판례해설] '국정농단' 최순실, 징역 20년… 신동빈 법정구속
비신분자가 뇌물 전부를 받은 경우, 신분자인 공무원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하여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닌 일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184 등 판결) 1. 사안의 개요 최근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몰고 온 주범이자 박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에게 중형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최씨가 박대통령과 공모하여 삼성 측으로부터 승마지원 관련 뇌물을 받은 것이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제3자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그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일반 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지였다. ‘부정한 청탁’에 관한 입증이 매우 까다롭다는 측면에서 어느 죄로 의율되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형법이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와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으나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신분자와 비신분자 사이의 구체적인 실행행위의 분담내용, 그들 사이에 수수한 뇌물의 처분, 분배 내용 등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인 이상 뇌물이 비공무원에게 전부 귀속된다고 하여도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일반)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3. 평가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그것을 공여하도록 하고 그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성립된다. 제3자뇌물수수죄의 본질은 공무원이 스스로 뇌물을 수수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수수하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다만, 공무원과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이고도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 제3자에게 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가 아닌 단순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가령, 뇌물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그밖에 평소 공무원이 다른 사람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사회통념상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도 특검이 초기에 박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인 점을 주목하여 수사를 한 것도 제3자뇌물수수죄 의율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판결에서는 박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따질 것도 없이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 즉 뇌물수수죄에 있어 비신분자인 최씨가 신분자(공무원)인 박대통령의 뇌물행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한 것이므로, 모두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뿐, 둘 사이에 그것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배분했는지 등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둘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고, 일반 뇌물수수죄이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 여부도 심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법리적인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다. 뇌물의 귀속주체가 공무원 또는 그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실질적으로 있는 자이면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어야 하고, 그러한 귀속주체가 그와 다른 사람이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더라도,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의 귀속주체는 공무원인 박대통령이 아니라 비신분범인 최씨의 딸인 정씨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형법이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범죄의 구성요건을 다르게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3자뇌물수수죄가 의율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박대통령이 위 죄의 공동정범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함이 옳다. 그럼에도 위 판결은 해당 사안이 어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하기 전에 박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정범 관계인지를 따지고, 공동정범의 관계라면 비신분자인 최씨가 받은 뇌물도 박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논리로 구성하고 있다. 아마도 위 판결은 공동정범자(비신분범)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은 공무원인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도 아닌 공동정범자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까지 공무원인 자기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공무원이 친구 모르게 뇌물을 주도록 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되는데, 친구와 단지 공모한다고 해서 단순수뢰죄가 성립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나아가 친구가 단순히 방조하기만 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만, 가담정도가 공동정범에 이르면 일반 뇌물수수죄가 된다는 것인데, 공범의 관여 정도에 따라 해당 구성요건이 달라지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형법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라는 구성요건을 따로 둔 이유는 뇌물의 귀속주체가 공무원이 아닌 경우 공무원 스스로 받는 것보다 불법성이 감경되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단순히 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고 하여 공무원이 뇌물 귀속주체가 아닌데도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한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와 같이 위 판결은 공동정범의 법리에 치중하여 뇌물수수죄의 범위를 근거 없이 확장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순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8-04-03
가사·상속
[판례해설] 자녀들에게 각 40%의 많은 기여분을 인정한 사례
이 사건 피상속인은 2010. 5. 10. 사망하였고,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청구인과 3명의 직계비속인 상대방들이 있다. 따라서 법정상속분은 배우자인 청구인이 3/9지분, 직계비속인 상대방들이 각 2/9지분이 된다. 그런데 청구인은 피상속인과 별거하면서 전혀 부양하지 않은 반면 상대방들인 직계비속 자녀 2명은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을 마련하여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부양하고 임종때까지 간병하였다. 피상속인이 사망하자 청구인이 법정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의 분할을 구하자 위 법원은 직계비속 자녀 2명에게 기여분을 각 40% 인정하였다. 결국 청구인에게 인정된 구체적 상속분은 6.6%(=1/15)이다.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구인은 1982년경부터 피상속인과 별거하고 따로 생활하였고,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피상속인에게 자녀들의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으며, 피상속인이나 상대방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공장을 수차례 이전하여 피상속인이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하였다. 또 청구인은 피상속인을 상대로 이혼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피상속인이 투병생활을 할 때나 사망하였을 때에도 배우자로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반면 장남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기 시작한 2003. 3.경부터 매월 500,000원 가량씩을 피상속인에게 송금하였고, 2006. 6.경 한의원을 개원한 후에는 월 평균 100만 원 가량의 금원을 피상속인에게 지급하였으며, 피상속인에게 2008.경 약 2억 원을 송금해주었고, 2009. 6. 18. 피상속인이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한의원을 폐업하고 장녀와 함께 피상속인을 간병하는 등 피상속인의 임종 때까지 부양과 간병을 하였다. 장녀 역시 취직을 한 2002. 10.경부터 피상속인에게 생활비조로 매월 약 700,000원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피상속인을 부양하였는데, 2006.경부터는 자신의 급여, 퇴직금, 대출금 등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마련하여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집에서 피상속인과 함께 지냈다. 이와 같이 청구인은 유책배우자로서 법적인 혼인관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상대방 중 장남과 장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으며,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였다. 이런 경우에 단순히 법정상속인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법정상속분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공동상속인 사이에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다른 상속인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다른 상속인들인 상대방들의 기여분을 상당히 인정함으로써 그 반사적인 효과로서 명목상 상속인에 불과한 청구인의 실질적인 법정상속분을 줄이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한 결정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민법
배우자
법정상속
직계비속인
사망
상속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08-03
가사·상속
[판례해설] 미성년후견제도를 보완하는 신탁계약체결
서울가정법원 2017. 4. 17.자 2017느단50834 심판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2009.생)에게 지급된 보험금 등 15억 원의 재산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도록 법원이 미성년자의 임시후견인에게 금융기관과 특정금전신탁을 체결하여 미성년자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허가한 사례이다. 사고 등으로 부모를 동시에 잃은 미성년자에게 적지 않은 보험금 등이 지급되는 경우 그 재산을 둘러싸고 친가와 외가의 친족들이 다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민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법정후견인 제도를 폐지하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에게 가장 적절한 후견임을 선임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후견인은 성년후견인과 달리 복수로 선임될 수 없다. 법원이 미성년 자녀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 친족이 아닌 제3자, 이른바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를 실제 양육하는 양육자는 법적인 지위가 없어서, 전문가 후견인은 재산관리 외에 동거하지 않는 미성년자의 신상 관리에 각자 어려움을 겪는다. 나이 어린 미성년 자녀의 복리와 재산 보전을 위해서는 동거하는 친족이 후견인이 되어 미성년 자녀의 신상을 보호하고, 재산은 신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재산을 신탁으로 관리하게 되면 신탁계약의 유연성을 이용하여 그 가족에 적합한 내용으로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이 사건에서처럼 신탁계약기간을 사건본인이 30세가 될 때까지로 정할 수 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그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데, 만 19세가 되었다고 하여 사건본인에게 그 재산을 귀속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 사건처럼 매월 250만 원의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받고 있는 이상 만 25세가 되면 신탁재산의 절반을, 그리고 만 30세가 되면 나머지 재산이 귀속되도록 정할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위 계약에 사건본인이나 미성년후견인이 교육비, 여행비 등에 대해 추가로 자료를 구비해 청구하면 은행은 지급해야 함을 명시하여 적시에 사건본인에게 재산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이 사건 사건본인의 재산에는 사건본인이 건강하게 자라서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있다. 서울가정법원도 이런 염원에 부응하여 후견적 기능을 다한 결정으로 화답하였다. 서울가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세월호
보험금
하나은행
금융기관신탁
임시후견인
권한초과행위
특정금전신탁
미성년후견인선임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2017-04-20
형사일반
조원철 변호사
판례해설 - 회사가 받은 뇌물로 공무원과 그 아들인 주주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제3자 뇌물제공죄는 별론으로 하고 공무원과 주주의 단순수뢰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3540 판결 -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이하 '단순수뢰죄'라고 한다)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때에 성립하는 반면,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 단순수뢰죄의 경우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성립하는 것과는 달리, 제3자 뇌물제공죄의 경우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부정한 청탁을 범죄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뇌물 수수 등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공무원이 직접 수령하는 대신 가족이나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을 통하여 수령하는 경우가 있는데, 뇌물을 직접 수령한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기타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등). 배우자나 자녀처럼 공무원과 생활을 같이 하거나 공무원이 생활비를 부담하는 사람이 뇌물을 수령한 경우는 대개 공무원의 사자 내지 대리인에 해당할 것이다. 그 밖에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채무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 투자관계에 있으면서 공무원 자신의 채무변제금 내지 투자금으로 계산하기로 하고 그 다른 사람 이름으로 뇌물을 받는 경우와 같이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이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에는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이와는 달리 뇌물을 직접 수령한 사람이 단순히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이 아니라면 설령 그가 수령한 뇌물과 관련하여 공무원이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제3자 뇌물제공죄가 성립할 뿐 단순수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려면 제3자에 대한 뇌물의 공여가 공무원에게 간접적인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판례는 제3자 뇌물공여죄의 성립을 위하여 공무원과 제3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뇌물을 받는 제3자는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 뇌물을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동기도 묻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공무원과 다른 사람의 관계, 공무원과 증뢰자의 의사, 증뢰자가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주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전 해군참모총장인 피고인 A는 방위산업체로 하여금 아들인 피고인 B가 33%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피고인 B의 출자금과 회사 운영자금을 피고인 A가 부담하였다)에 요트페스티벌 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7억 7,000만원을 지원하도록 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피고인 A, B를 단순수뢰에 의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인 B가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거나 대표이사에게 사용내역에 관하여 보고를 한 바가 없고, 허위의 세금계산서로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승용차 구입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하였으며, 지분 비율보다 더 많은 돈을 배분받은 점 등에 비추어 위 후원금이 모두 피고인 B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는 한편, 피고인 A가 아들인 피고인 B의 생활비뿐만 아니라 회사 출자금과 운영자금 등 사업자금을 부담하였고, 피고인 B가 피고인 A에게 위 후원금으로 운영자금을 반환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B가 받은 후원금을 피고인 A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 A, B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반면, 원심법원은, 피고인 A의 해군참모총장 취임 전에 피고인 B와 공소외 C가 5,000만원씩 출자하고 공소외 D는 요트 교육을 제공하되, 지분은 33%씩으로 하여 회사를 설립하였고, 공소외 C, D는 피고인 A와 독립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로서 후원금 중 일부를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후원금을 받은 것을 사회통념상 피고인 A, B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직권으로 피고인 A, B가 받은 뇌물을 후원금이 아니라 '주요 주주로서 얻게 되는 액수 미상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보아 위와 같이 축소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단순수뢰죄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 B가 33%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회사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후원금을 받은 것을 피고인 B가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원심과 같은 판단을 하면서도 다만, 회사가 후원금을 공여받음으로써 피고인 B가 그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그러한 사실상의 경제적 이익을 뇌물로 직접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여 단순수뢰죄가 성립하였다고 보는 것은 형법이 단순수뢰죄와 제3자 뇌물제공죄를 구별하여 규정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공무원이나 그 공동정범과 증뢰자 사이에 회사가 개재된 경우에 그 회사가 사실상 1인회사와 같이 공무원 또는 그 공동정범이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이거나 적어도 회사 내부적으로 그 뇌물을 전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사실상 공무원이나 그 공동정범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별개의 법인격체인 회사나 다른 주주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고, 그 회사에 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면 제3자 뇌물제공죄의 성립 여부만이 논해질 수 있다. 본 판례는 위와 같은 경우 회사의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은 뇌물로 볼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사건에서 만약 피고인 A가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회사에 후원금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제3자 뇌물제공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뇌물제공죄
단순수뢰죄
공무원
2016-07-18
금융·보험
민사일반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유) 원)
판례해설 -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영업자금을 차입한 경우에도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대법원은 최근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그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자격을 취득함과 아울러 개업준비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그의 최초의 보조적 상행위가 된다. 이와 같은 개업준비행위는 점포구입·영업양수·상업사용인의 고용 등 그 준비행위의 성질로 보아 영업의사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면 당해 준비행위는 보조적 상행위로서 여기에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고 영업자금 차입 행위는 행위 자체의 성질로 보아서는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지만,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였고 상대방도 행위자의 설명 등에 의하여 그 행위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였던 경우에는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37552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당구장을 운영하던 원고는 당구장 손님으로 온 주채무자를 알게 되었다. 주채무자는 당시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고에게 노래방 주류단속이 심하여 스탠드바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한다면서 시설자금을 신청하였으니 한 달 동안만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고 원고는 주채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을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원고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는 조건 및 피고의 연대보증 하에 돈을 빌려주었다. 그 후 주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자 원고는 주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승소판결이 2002. 12. 26. 확정되었다. 그 후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10년이 다가오자 원고는 주채무자 및 피고를 상대로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에서 피고는 피고 명의로 작성된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다투었으나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배척되었다. 2심에서 피고는 새로 상사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였으나 2심은 주채무자가 원고로부터 차용한 돈이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 자신이 제1심 법원에 '주채무자가 자신에게 노래방 운영이 어려워 스탠드바로 업종을 변경하려 하고 이를 위해 시설자금대출을 신청하였으니 한 달만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대여하였다. 그 후 개업식에도 참석하였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점, 피고가 2심에서 상사 소멸시효 항변을 하자 원고는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나, 단기간에 합계 6,200만원을 생활비 명목으로 준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생활비라면 주채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의 종업원으로 당시 24세에 불과했던 피고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며 주채무자는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로 원고로부터 차용하였고 원고도 이런 사정을 인식하고 대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2심 판결을 파기 하였다. 이상의 판례에서 보는 것처럼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영업자금을 빌리는 경우에도 개업준비행위에 해당하면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문제는 개업준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인데 위 사안에서는 증언과 당사자의 주장을 기초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차용증에 자금 차입의 목적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해결책으로 판단된다. 차용증에 자금 차입의 목적이 신규 사업(물론 상행위에 해당해야 한다)을 위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대주나 차주 모두 상행위를 위한 것임을 알면서 자금을 차입한 것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될 것이다. 한편, 위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확정의 효력이 연대보증인에게 미치는지도 문제된다. 원래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지만(민법 제169조), 예외적으로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440조). 그런데 민법 제165조는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주채무자에 대한 확정판결이 보증인에 미치는 효력과 관련하여 민법 제440조와 같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도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주채무가 확정되어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었다 할지라도 그 보증채무까지 당연히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와 연대보증인 사이에 있어서 연대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고 판시(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6287 판결)하고 있다.
채무
차용금
연대보증
2016-06-07
이혼·남녀문제
엄경천 변호사
판례해설 - 시아버지의 낙태 요구, 이혼사유 될 수 있을까?
'낙태 요구' vs '부부관계 회복 노력' 시아버지의 낙태 요구, 이혼사유 될 수 있을까?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였다면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며느리의 낙태에 시아버지가 관여하였다는 것만으로 이혼사유 될 수 있는지는 사실관계를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A씨(44세, 여)는 B씨(48세, 남)와 혼인하여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A씨는 2005년 쌍둥이를 임신하였는데, 성별검사 결과 태아가 여자로 밝혀지자 시아버지와 남편 B씨는 A씨에게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하였고 A씨는 시아버지와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신중절수술을 하였다. A씨의 시아버지는 며느리 A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자신의 뜻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일이 잦았고, A씨는 시아버지의 태도나 요구에 불만을 가졌으나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시아버지의 요구에 대체로 순응하며 생활하였다. A씨는 남편의 자녀들에 대한 양육태도, 자신과 시아버지의 갈등에 대한 남편의 소극적인 태도, 생활비 지출에 대한 남편의 관여 내지 간섭 등으로 남편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다.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직전에 남편 B씨에게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를 시작하였고, 그 전에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A씨는 2013년 남편 B씨와 시아버지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지난 해 11월 6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1가사부(김병룡 부장판사)는 이 사안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민법 제840조 3호)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민법 제840조 6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이혼청구를 기각했다(2013드합1820). 이 사례에서 법원이 이혼청구를 기각한 것을 두고 시아버지가 낙태를 강요한 경우에도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일반화하는 것을 옳지 않다. 나아가 시아버지가 낙태를 강요한 것을 정당화했다고 해석하는 더욱 옳지 않다. 직접 경험하거나 재판에 관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관계는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해당 사건의 원고인 A씨측에 양해를 구한다. 법원이 이혼청구를 기각한 것은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아내 A씨가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고, A씨가 불만을 표출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남편 B씨와 시아버지가 보인 태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제1심은 A씨는 이혼을 원하고 있지만 남편 B씨는 A씨의 가출 이후 혼인관계의 회복을 바라면서 A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여 왔고, 변론종결일까지 A씨에게 혼인관계 회복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면서 양육비를 지급했으며, 시아버지가 자신의 존재로 아들 부부의 고통을 뒤늦게 알고 아들 부부의 분가를 허락하는 등 며느리 A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한 사정을 종합하면 A씨와 B씨의 혼인관계가 당사자 간의 노력을 통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A씨가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3가사부(이승영 부장판사)도 지난 8월 27일 A씨의 주장과 입증만으로는 제1심을 취소할 사유가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2014르20394). 이 판결에 대하여 언론보도는 '시아버지의 낙태 요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A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의 사정과 이혼소송 중 남편 B씨와 시아버지의 태도를 고려하여 부부가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본 법원의 판단도 존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혼소송을 포함한 가사소송은 직권주의적 요소(직권탐지주의)가 있지만, 넓게 보면 특수한 민사소송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일부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변론주의와 처분권주의 등 소송기술적인 요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혼
낙태
이혼사유
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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