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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골프장 시설에 대한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와 입회보증금반환의무의 승계
[대상판결] Ⅰ. 사실관계 1. A회사는 B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E컨트리클럽(이하 '이 사건 골프장'이라 함)을 건설하여 골프장업을 영위하고자, B은행과 이 사건 사업부지와 이 사건 골프장 건물 5동(이하'이 사건 신탁부동산'이라고 함)에 관한 각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B은행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2. A회사와 B은행이 체결한 담보신탁계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A회사가 위탁자 겸 수익자로서 B은행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을 신탁하면서 사업자금의 대출채권자인 B은행 등에게 우선수익권을 설정하고, 만약 A회사가 대출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우선수익자의 요구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대출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위탁자인 A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다. 3. A회사는 B은행에 대한 대출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였고, 이에 B은행은 2013년 5월께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공매 공고를 하는 등 그 처분을 위한 공매 절차를 진행하여 2014년 5월 22일 14억1000만 원에 낙찰되었으나 낙찰자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B은행은 2014년 5월 27일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대금을 14억1000만 원으로 정하여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 앞으로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원고들은 이 사건 골프장에 입회보증금을 납입한 회원들이다. Ⅱ.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골프장의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로서 체육시설법(이하 '법'이라고 함) 제27조 제2항 제4호, 제1항에 따라 A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입회보증금반환의무를 승계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회사에게 입회보증금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담보신탁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 방식에 의한 매매는 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그 밖에 제1호(경매)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 회사는 입회보증금반환의무를 승계한다고 판단하였다. [연구] Ⅰ.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 대한 분석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은 골프장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용권'과 회원 자격을 보증하는 소정의 입회금을 예탁한 후 회원을 탈퇴할 때 그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예탁금반환청구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권리는 회원가입계약이라는 무명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므로 채권에 해당한다. 채권은 계약관계에 있는 상대방에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고 제3자에 대해서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채권의 상대성 원칙). 그런데 법 제27조 제2항에 의하면 회원들은 입회보증금반환채권을 경매의 매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 채권의 상대성 원칙의 예외이다. 경매에 있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특별법에 의한 보호를 받은 채권을 제외하고는 채권은 소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회원에 대한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저당권, 압류 등과의 선후를 불문하고 필수시설을 경매 등으로 취득한 인수인이 승계한다. 법 제27조 제2항은 민사집행법상 소멸주의의 예외이다. 이처럼 법 제27조 제2항은 우리 법이 원칙으로 삼고 있는 원리를 거스르는 예외 규정이다. 이를 확장해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논거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충분하지 않다. Ⅱ. 대상판결의 타당성 1.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는 자율적인 절차임 가. 법 제27조 제2항이 경매 등의 사유로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 대해서만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고, '통상의 매매'에 의하여 인수한 자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가 '통상의 매매'에 해당하면 채무의 승계가 부정된다. 나. 신탁의 장점 중의 하나는 신탁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체계의 유연성(flexibility in design)'에 있다. 위탁자와 수탁자는 신인의무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얼마든지 신탁재산의 처분방법을 정할 수 있다. 경매와 같이 국가가 법률에 의하여 그 처분방법, 매각조건 등에 대해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신탁재산의 처분방법을 정한다. 따라서 신탁계약을 통해 수탁자에게 처분을 위임하여 수탁자가 자신의 재량으로 신탁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탁자가 처분하는 경우에 이는 '통상의 매매'에 해당한다. 다만, 수탁자는 적정하게 매도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요구되고, 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매가 이용된다. 공매를 이용하게 되면 수탁자가 적정한 매각조건을 공고할 수 있고, 그 매각조건을 수용하고자 하는 매수인에게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매는 수탁자가 신인의무에 위반되지 않도록 신탁재산을 처분하기 위한 방식으로 고안된 것으로 '통상의 매매'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공매에 대하여는 법적 근거나 절차에 대한 규정이 필요 없고 실제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담보신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담보신탁에서의 공매에 의한 매각은 적정한 액수로 신탁재산의 처분을 꾀하고자 하는 신탁당사자의 약정에 기인한 것으로 자율적인 매각 절차인바, '통상의 매매'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를 '경매 등'에 준하는 절차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신탁법 제105조를 근거로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절차가 경매절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절차를 감독 내지 주관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탁법 제105조에서 정한 법원의 감독은 강제집행에서 법원의 역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신탁이 설정되면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이전받음과 동시에 신탁재산 관리와 관련하여 상당한 재량을 부여 받게 되는바, 수탁자가 신탁의 목적에 반하여 그 권한을 행사할 위험이 증대된다. 수탁자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수익자에게 일차적인 감독권한을 부여하나, 수익자의 지위는 취약하다. 이에 법원이 후견적 개입을 할 여지가 있는바, 이를 선언한 것이 바로 신탁법 제105조이다. 민법에서 사적 자치를 존중하면서도 신의칙에 기한 법원의 후견적 개입이 인정되듯이, 신탁에서도 신탁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법원의 후견적 개입이 있을 수 있음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 대상판결은 신탁의 법리를 오해한 면이 있다. 2. 체육시설법의 목적의 정당성과 확장해석의 문제 법 제27조 제2항이 그 입법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이 강하게 인정된다면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확장해석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과연 법 제27조가 입법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이 강하게 인정되는가? ① 체육시설 회원들의 권리가 생필품적 재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채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보호 필요성이 크지 않고, ② 회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인수자, 채무자, 담보권자, 다른 일반 채권자가 입는 불이익이 크고, ③ 회원권에 대한 공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인수자 입장에서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액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 등에서 타당한 내용의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이 그 입법 취지를 어떻게든 달성해 보고자 법 제27조 제2항을 충분한 논거 없이 확장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3. 법률의 해석에 있어서 해당 사안의 특수성 고려 여부 다수의견이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서 감정가 700억 원인 골프장을 피고 회사가 14억1000만 원에 매수하였다는 사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가 저가에 매수한 점에 비추어 원고들에 대한 입회보증금반환의무를 현실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한가? 유사한 예로 토지와 건물이 각각 복잡하게 양도된 이후 토지에 대한 강제경매가 진행된 경우에 어떤 사람이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수신고를 하여 결국 낙찰받은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에 매수인의 판단에 의존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법률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 이 사건과 같이 법원이 한 번 해석론을 제시하면 그 해석론이 향후에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바,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을 저해한다면 법정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해석이 요청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정당화되기 어렵다. Ⅲ. 결론 대상판결에 따르면, 골프장 운영에 있어서 담보신탁에 기한 자금융통은 어려워질 것이다. 담보신탁을 이용한 체육시설의 설치가 어려워질 것인바 체육시설법의 목적에 역행한다. 향후 피고 회사가 회생절차를 개시하더라도 회생절차가 표류될 가능성이 많다. 다수의견에 따른 현실의 결과가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담보신탁의 특수성에 국한한 판시라는 점이다. 담보신탁이 아닌 수익자신탁은 여전히 도산절연성을 누리기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12-09
민사일반
베네치아CC 회원계약 승계 인정의 의미와 전망
- 대법원 2018.10.18. 선고 2016다220143 입회보증금반환 (전합)판결 - 1.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의 도입 배경과 입법취지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부동산(체육필수시설)이 민사집행법상 경매 또는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 등으로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 골프장의 시설소유자와 인허가·운영권자가 분리되므로 회원들은 거액의 입회금을 내서 건설비를 부담하고도 입회금 반환은커녕 이용도 못하게 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는 콘도미니엄의 경우처럼(1993년 구 관광진흥법)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체육시설사업 인허가권(공법상 권리)과 함께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사법상 회원권 계약)도 승계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다. 1994년 영업양도 등 임의적 소유권이전에 따른 승계조항(제27조 제1항)이, 2003년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 등 강제적 소유권이전에 따른 승계조항(제27조 제2항)이 각 신설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체육시설업의 필수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기존 사업권자의 사업계획승인권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이 아니고, 회원보호 결과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보호가 다소 약화되더라도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합헌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4. 29. 2007헌바40 결정).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이 신설된 후 사업자와 금융기관은 골프장 담보로 근저당권 보다 부동산신탁을 선호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지적대로 이 조항을 회피한 것이다. 2. 베네치아C.C. 사건의 개요 베네치아C.C.는 전사업자가 미분양 공단부지를 매수하여 부동산담보신탁 대출로 부지 소유권을 취득한 후 인허가를 받아 골프장을 건설하고 500여억원의 회원권을 분양했는데, 자금부족으로 2014년 5월 신탁공매에서 감정가 700억원 상당인 체육필수시설이 불과 14억1000만원에 ㈜다옴에게 넘어갔다. 전 사업자의 인허가가 취소되고, 부동산 인도집행이 되어 회원들은 골프장 이용도 못하게 되었다. 이에 베네치아CC의 회원들은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는 민사집행법상 경매(제1호), 채무자회생법상 환가(제2호), 국세징수법 등 세금징수법상 압류 재산의 매각(제3호)'에 준하는 절차(제4호)에 해당한다는 법리해석을 전제로 ㈜다옴을 상대로 입회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종래 법원은,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는 신탁계약에 따른 임의적 처분행위라고 보아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절차(법률규정에 의한 강제적 처분)와 성격이 다르고 민사법리와 충돌하는 조항은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제27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다4817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1. 11. 9. 선고 2011나21268 판결). 그 대신 물적 시설과 인허가권이 별개로 양도양수된 경우에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을 곧바로 적용하지 않고 제27조 제1항에서 영업양도 개념을 ‘장차 체육시설의 설치공사를 완성하여 체육시설업을 등록할 것을 목적으로 조직화한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이전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넓게 해석하여 회원계약의 승계를 인정하고(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다10213 판결 등) 나아가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 종전의 영업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체로 이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확장해석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보호해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그러나 베네치아CC의 경우 ㈜다옴이 나머지 영업용 자산이나 영업권 등을 취득하지 않았고, 사업자 지정과 체육시설업 조건부 등록이 취소되었으므로 영업양도와 유사하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사안이어서 제1심과 항소심은 회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는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정면으로 판시함으로써 신탁공매 부동산 인수자에게 회원계약의 승계를 인정했다. 체육시설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회원들이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고 신탁법상 도산격리효과의 제한 등 민사법 질서와의 충돌 문제는 회원 입회금 투입으로 체육시설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익형량의 관점에서 수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입법취지를 존중하여 회원의 권익을 옹호하고 애매했던 영업양도 개념확대 방식을 대체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해석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부동산 양도담보 또는 가등기담보권 실행시도 승계된다고 판시함). ㈜다옴은 감정가 700억원의 부동산을 단돈 14억1000만원에 취득했고 종전의 신탁수익권자인 금융채권은 이미 대손상각처리 되었을 테니 구체적 타당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시에 500여억원의 입회금 채무를 떠안은 (주)다옴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옴이 파산한다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2호에 의해 역시 채무가 승계가 되어 파산재산의 환가가 어렵고 부동산을 분할매각하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면 법적 분쟁이 예상되므로 분할매각도 쉽지 않다. 또한 회생절차에서도 과거에는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어 공매절차가 진행되면 입회금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회원들이 양보를 했지만, 이제는 기대심리 때문에 타협이 어려울 것이다. 대신 ㈜다옴에게는 전사업자와의 계약 등 사업계획승인만의 승계를 위한 별도의 원인 없이도 체육시설법상 사업계획승인이 승계되는 편의가 생겼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두8201 판결 참조). 그러나 골프장 등록이 취소된 상태여서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지정 및 사업계획승인을 따로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승계규정이 없다. 회원, ㈜ 다옴, 김천시 모두 타협이 되지 않는 한 장기간 유휴시설이 되거나 편법 또는 불법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골프장 관련 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 이번 판결로 체육시설법 적용 대상 부동산에 대하여는 담보신탁의 도산격리효과가 제한되고 다른 회피방법이 없어서 금융기관은 대출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신탁공매 인수자들의 입장에서는 우발채무로 지급불능 위험에 처해졌다. 대출금 채권회수가 불확실하므로 담보신탁 대출의 만기연장이 어렵게 되고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과 보충의견은 체육시설법 제17조(회원모집), 제18조(회원의 보호)를 근거로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인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승계될 회원규모 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서 담보신탁의 우선수익자에게 예상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탁 대출은 회원권 분양 전에 토지취득 단계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법원은 체육시설업자가 회원모집계획서를 제출한 후 모집방법을 달리하거나 모집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회원계약은 유효하다고 판시하므로(대법원 2009. 7. 6. 선고 2008다49844 판결) 신탁공매 단계에서 회원권 발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더구나 2000년 1월 28일 체육시설법 시행령 17조 제3호 개정으로 공정 50% 초과 후에는 설치투자비 총액 한도 없이 모집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재무상황이 악화된 사업자는 회원모집계획서 제출 및 보고 없이 무기명회원권 등을 남발하면서 연명해가는 것이 현실이다. 체육시설법상 회원모집절차에 따르지 않거나 골프장경영자협회의 확인을 받지 않은 회원권의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지 법원이 고민해야 한다. 차제에 문체부는 회원모집계획서 제출과 회원모집결과 보고, 회원증 확인(체육시설법 시행령 제18조, 제19조) 등의 실태를 조사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근저당권 및 부동산담보신탁 수익권 보다 우선하는 회원권에 관하여 정보와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체육시설 부동산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 구조조정과 청산까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신규 회원제 골프장의 설치가 어려워졌고, 기존의 대중제 골프장들이 반사적 이익을 보게 되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시장 제한 효과에 따른 회원권 가격 상승, 입회금 반환청구 가능성 하락 등 면에서는 호재이지만, 금융대출이 막히는 악영향이 더 클 것이다. 결과적으로 체육시설의 설치와 이용을 장려하고자 하는 체육시설법의 목적에 반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과유불급이다. 처음부터 정부가 체육시설의 완성과 회원의 입회금 보호에 관하여 보증보험 등 민사법리와 충돌되지 않는 방안을 찾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용락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입회보증금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골프장
공매
신용락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18-11-22
행정사건
[판례해설] 박 前 대통령에 대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판결
-2018. 4. 6.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364-1- 사인(私人) 최○○이 미○ 및 ○스포츠 재단 설립 등 국정운영에 관여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2016. 11. 30. 특별검사가 임명되었고, 2017. 3. 10. 헌법재판소에서 박○○ 前 대통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결정되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현직에서 파면되었으며, 특별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2017. 4. 17. 박○○ 前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과 공모하여 전국경제인 연합회 회원사들에게 미○ 및 ○스포츠 재단의 설림·운영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이○○ ○○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받아 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요구 및 문예기금 지원심의에 부당 개입(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 前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하였고, 2018. 4. 6. 법원은 대부분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면서,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금중 일부 및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1심 판결은 박 前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등을 인정하여,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의 정당성을 형사법적 측면에서 재확인해주고 있다. 박 前 대통령이 사인(私人) 최○○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는 국민주권주의,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또한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특정 영화 및 도서에 대하여 법에 따른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게 한 행위 역시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 제도를 위반한 것이고, 나아가 예술의 자유라는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마찬가지로 위헌적이다. 1심 판결의 법률적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이○○ ○○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2017노2556)에서는 정○○에게 제공한 말의 형식적 소유권이 삼성그룹에게 남아있다는 점을 근거로 말의 사용료·보험료 등을 뇌물액에서 제외하여 뇌물수수액이 36억3484만원이었으나, 본 판결에서는 최○○이 해당 말들의 실질적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공범관계에 있는 박 前 대통령이 말 자체를 뇌물로 수수한 것으로 보아 박 前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합계 72억 9,427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본 판결이 민법의 형식적 소유권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 측면에서 뇌물의 개념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이○○ 항소심 판결에서는 안○○의 수첩이 전문중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본 판결에서는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의 대화내용에 관한 진술증거로는 전문증거라고 할 것이지만, 대화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는 진술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가 아니라는 판례에 근거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그리고,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에서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은 모두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것은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추가한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다면 이는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前 대통령이 ○○그룹 경영권 승계문제와 관련하여 그 필요성을 개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무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수수죄가 단순 뇌물수수죄에 비하여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가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납득이 가는 해석이다. 다만, 안○○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부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한 ○○그룹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모직과 ○○물산 합병과정에서 ○○연금 이사장 문○○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 사건 1심 판결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으나 이에 앞서 선고되었던 공범인 최○○ 판결과 법리상 동일하다. 박 前 대통령과 최○○이 공범관계에 있는데다가, 두 사건의 재판부가 동일했던 점이 작용한 결과이다. 오히려 본 판결은 박 前 대통령, 최○○과 함께 공범관계에 있는 이○○ 항소심 판결과 서로 다른 점이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항소심 판결과 달리, 본 판결에서 뇌물액이 늘어났고, 안○○ 수첩의 증거능력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위 세 사람의 사건들에 대해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을 선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뇌물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5-15
형사일반
[판례해설] ‘교통 통제된 도로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한 사람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문제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 - 2015. 11. 14. 서울광장 등에서 ○○노동조합총연맹은 총53개 시민ㆍ사회단체들과 함께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16:00경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여 본 집회인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사전 집회에 참가하였던 집회참가자 총 68,0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본 집회를 개최하겠다며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채 광화문 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 통고된 행진임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였다. 피고인은 ○○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 ○○지회 간부인데, 2015. 11. 14. 15:00경부터 16:00경 위 사전 집회로 인하여 이미 경찰 차벽으로 차단된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에 합류하여 위 도로의 차로를 점거하여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 행진을 개시하기도 전에 경찰의 차벽 설치로 인해 태평로에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집회 참가 행위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고,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인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은 비록 경찰이 당시 차벽을 설치하여 도로를 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진행함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이므로,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행위와 교통방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일반교통방해죄가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태양은 ‘기타의 방법’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고, 또한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라 다른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하였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소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먼저 경찰의 차벽으로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도로점거가 교통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종래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대표적 조항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본 판결에서도 기존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 성립 문제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과 기존 집회참가자 사이에에 공모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론에서는 항소심과 동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② 주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이후 특별히 다투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0. 3. 25.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과잉입법으로도 볼 수 없다는 합헌결정에 기인한다. 현재 집회참가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이 광범위하여 쉽게 적용될 수 있고, 또 법정형이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현행범체포 뿐만 아니라 손쉽게 긴급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의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회 참자가들을 손쉽게 일반교통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보다 신중하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와 구성요건이 유사하지만 ‘기타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이 사용되지 아니하고, 독일의 경우도 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례를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도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일반교통방해
시위
교통방해죄
집회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2-02
부동산·건축
[판례해설] 토지 소유자의 사용수익권 포기 or 지자체의 도로부지 무단 점유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1528 판결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물권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고, 성문법과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창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소유권의 경우 소유자가 소유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소유권의 처분권능을 남겨두고 사용ㆍ수익의 권능만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처분권능만이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임의로 창출하는 결과가 되므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사자간에 물건의 사용수익권을 채권적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히 포기하는 것은 가능한가 이는 물권법정주의의 내용이 아니므로 신의칙 등에 저촉되지 않는 한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히 가능하다. 소유자가 사용수익권을 채권적으로, 일시적으로 포기한 것이라면 이는 민법 제609조가 규정하는 사용대차의 법률관계와 다를 바 없는 것이고(대법원 2009.3.26. 선고 2009다228 판결 등), 영구적으로 포기한 것이라면 당사자는 물론 그 승계인도 그러한 제한이 있는 상태의 법률관계를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건은 토지소유자가 약정 등으로 사용수익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겠다고 양해한 사정이 드러난 바 없어 결국 사실관계에 비추어 소유자가 영구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의사해석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망A는 1968.경 곡성군에 있는 어느 필지의 토지를 매수하고 1969.경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는데 피고 곡성군이 1971.경 위 토지에 접한 좁은 길을 넓혀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위 토지의 일부가 분할되어 지목이 ‘전’에서 ‘도로’로 변경되었다. 피고는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토지(위 분할되어 지목변경된 토지)를 관리하고 도로로 사용하면서 지세도 부과하지 않았으며, 이후 망A의 상속인 원고는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2012.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본소로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소정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반소로 맞섰다.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망A가 이 사건 토지를 도로부지로 제공하여 그 사용을 승낙하였다거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 혹은 보상금을 지급받으면서 이 사건 토지의 사용수익 제한을 용인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설시하면서 본소청구를 인용한 후, 피고의 이 사건 토지 점유는 악의의 무단점유임을 이유로 반소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위 소송물 전체를 다투면서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기각되자 다시 원고의 본소청구만 다투어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기존의 사실관계에 망A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직접 비과세신고를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을 추가로 들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이 그 이유 설시에서 하급심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라는 표현의 오류를 지적하기는 하였으나 결국 핵심은 망A가 곡성군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망A가 피고의 이 사건 토지 사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권리불행사의 사유만으로 함부로 권리 자체의 포기를 추단할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한편 이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쟁점은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도로법 제4조와의 관계이다. 도로법 제4조는 ‘도로를 구성하는 부지, 옹벽, 그 밖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권(私權)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는 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법 제4조의 의미는 철거청구나 인도청구와 같이 도로로서의 관리, 이용에 저촉되는?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이지 부당이득반환청구권 행사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1982.12.14. 선고 82다카846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도로법 제4조에 따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나아가 포괄승계이든 특정승계이든 토지의 승계인이 해당 토지가 도로부지로 사용되어 사권행사에 제한이 있는 토지라는 점을 알고서 이를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피승계인이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바 없다면 그러한 악의가 부당이득반환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0.12.21. 선고 90다5528 판결 등) 또한 도로법 제4조의 적용을 받는?도로는 적어도?도로법에 의한 노선인정과 도로구역결정 또는 이에 준하는 도시계획법 소정 절차를 거친?도로를 말하므로 이러한 절차를 거친 바 없는?도로에 대하여는?도로법 제4조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2.12.8. 선고 92다22725 판결 등) 따라서 만일 피고 곡성군이 수십년간 점유해 온 이 사건 토지가 관련법이 정한 절차를 거친 도로가 아닌 사실상 도로로 이용된 부지였다면 원고로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철거 및 인도청구까지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토지
사용수익권
도규삼 변호사
2017-07-25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윤재윤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판례해설] 분양대행사, ‘실적 저조’로 대행 수수료 받을 수 없다면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 회사는 2011. 2. 22.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공동주택용지로 지정용도를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였다. 나. 이와 함께 피고 회사는 2012. 12. 31. 탈퇴한 원고인 A회사와 사이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대행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013. 6. 30.까지로 하고 피고 회사의 통보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며, ②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내지 최대 95%로 정하되, ③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 6. 17.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2013. 7. 2. A회사에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까지 책임분양률 최소 80% 내지 최대 95%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한편, A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74세대를,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만료일인 2013. 6. 30.까지는 80세대를 모집하였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으나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첫째,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양대행 업무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제공할 피고 회사의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는바,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오히려 A회사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둘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행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승계참가인은 A회사로부터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관한 분양대행수수료 상당의 채권을 양수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분양대행수수료 1,938,000,000원(=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340세대 × 책임분양률 최대 95% × 6,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설령 A회사가 최대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 회사는 적어도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1,220,565,290원(= 인건비 673,455,000원 + 일반경비 126,000,000원 + 각종 광고홍보비 421,110,29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 승계참가인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보는 부적법하여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A회사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12. 5.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은 2013. 6. 30.이고 A회사가 위 만료일까지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은 이와 함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던바, 지출 내역에 관한 증빙 서류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점, A회사가 지출한 인건비 등의 내역을 정리한 서류는 A회사가 직접 작성한 서류인 점 등이 고려되어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위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제2심은 이 사건 분양대행기간이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해지 및 이행이익 배상청구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상 조합원 모집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전단광고비 등으로 412,113,425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인용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535조 제1항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내용으로서 이른바 ‘신뢰이익’, 즉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유일한 규정이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규정은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을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에게 신뢰이익, 예컨대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 비용 또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없다고 믿고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금 등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신뢰이익 배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해석상 배상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행이익, 즉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와 별개로 ‘계약의 이행을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인 신뢰이익을 인정할 것인지의 논의가 그것이다. 손해배상 인정에서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당사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① 처음에는 그 손해의 배상을 이행이익에 한정하고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등 참조), ② 그 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이행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변화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③ 최근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선택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만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 경우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여야 하고 이행이익을 그 한도로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변천을 보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의 배상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라면 신뢰이익의 배상을 상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그 기간이 자동연장 되어 A회사가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였더라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상 분양대행수수료 청구기준인 170세대(50%)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최대 95%의 책임분양률에 해당하는 323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A회사는 당연히 신뢰이익인 전단광고비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뢰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신뢰이익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기존 법리의 취지, 즉 채권자가 정상적으로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보다 큰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하면서 양자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분양대행수수료
주택조합원
부동산개발
조합원
2017-04-03
금융·보험
민사일반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유) 원)
판례해설 -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영업자금을 차입한 경우에도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대법원은 최근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그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자격을 취득함과 아울러 개업준비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그의 최초의 보조적 상행위가 된다. 이와 같은 개업준비행위는 점포구입·영업양수·상업사용인의 고용 등 그 준비행위의 성질로 보아 영업의사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면 당해 준비행위는 보조적 상행위로서 여기에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고 영업자금 차입 행위는 행위 자체의 성질로 보아서는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지만,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였고 상대방도 행위자의 설명 등에 의하여 그 행위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였던 경우에는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37552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당구장을 운영하던 원고는 당구장 손님으로 온 주채무자를 알게 되었다. 주채무자는 당시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고에게 노래방 주류단속이 심하여 스탠드바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한다면서 시설자금을 신청하였으니 한 달 동안만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고 원고는 주채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을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원고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는 조건 및 피고의 연대보증 하에 돈을 빌려주었다. 그 후 주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자 원고는 주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승소판결이 2002. 12. 26. 확정되었다. 그 후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10년이 다가오자 원고는 주채무자 및 피고를 상대로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에서 피고는 피고 명의로 작성된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다투었으나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배척되었다. 2심에서 피고는 새로 상사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였으나 2심은 주채무자가 원고로부터 차용한 돈이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 자신이 제1심 법원에 '주채무자가 자신에게 노래방 운영이 어려워 스탠드바로 업종을 변경하려 하고 이를 위해 시설자금대출을 신청하였으니 한 달만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대여하였다. 그 후 개업식에도 참석하였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점, 피고가 2심에서 상사 소멸시효 항변을 하자 원고는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나, 단기간에 합계 6,200만원을 생활비 명목으로 준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생활비라면 주채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의 종업원으로 당시 24세에 불과했던 피고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며 주채무자는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로 원고로부터 차용하였고 원고도 이런 사정을 인식하고 대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2심 판결을 파기 하였다. 이상의 판례에서 보는 것처럼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영업자금을 빌리는 경우에도 개업준비행위에 해당하면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문제는 개업준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인데 위 사안에서는 증언과 당사자의 주장을 기초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차용증에 자금 차입의 목적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해결책으로 판단된다. 차용증에 자금 차입의 목적이 신규 사업(물론 상행위에 해당해야 한다)을 위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대주나 차주 모두 상행위를 위한 것임을 알면서 자금을 차입한 것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될 것이다. 한편, 위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확정의 효력이 연대보증인에게 미치는지도 문제된다. 원래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지만(민법 제169조), 예외적으로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440조). 그런데 민법 제165조는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주채무자에 대한 확정판결이 보증인에 미치는 효력과 관련하여 민법 제440조와 같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도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주채무가 확정되어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었다 할지라도 그 보증채무까지 당연히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와 연대보증인 사이에 있어서 연대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고 판시(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6287 판결)하고 있다.
채무
차용금
연대보증
2016-06-0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도규삼 변호사
판례해설 - 공공기관이 토지점유… 점유취득 시효 완성했다면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30372 판결 대상 판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그 점유 권원을 입증할 수 있는 해당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가 흠결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과 번복에 대한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한번 더 확인시켜주는 판결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원고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는 영산강유역 종합개발계획 1차 사업으로 1974년 3월경부터 1986년 8월경까지 사이에 광주호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이 사건 토지는 위 광주호 설치 사업의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었고, 현재도 광주호 내부에 있으며, 광주호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점유·관리해 오고 있다. 위 광주호 설치 사업 당시 용지의 매수 업무는 담양군 등 사업구역에 포함된 지역의 행정기관이 담당하였다. 한편 이 사건 토지는 1915. 4. 8. 피고의 증조부에게 사정된 이후 계속 미등기 상태로 있었는데 피고는 사정된 때로부터 거의 100여년이 지난 2013. 5. 1. 증조부의 1순위 단독 상속인으로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1심에서는 원고의 점유가 평온,공연한 점유인지가 쟁점이 되었고 법원은 강폭,은비의 점유라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항소심에 와서는 원고의 점유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본격적으로 다투어졌고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점유를 악의의 무단점유로 판단하여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상고심에서 최종적으로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원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원심으로 파기환송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의 시효취득에 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점유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확립된 대법원의 법리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주장되는 경우에 국가 등이 그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 등이 점유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 등이 소유권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자주점유의 판단은 점유 권원의 객관적 성질에 의하여 정해지는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증조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한 서류 등을 제시하지 못하여 그 점유 권원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일단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는 원고의 점유가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위 추정을 깰 수 있다. 항소심은, 1)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대장이 멸실된 바 없이 모두 보존되어 있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광주호 댐의 부지로 점유하기 시작할 무렵 위 토지대장에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피고의 증조부로 기재되어 있는 점 2) 위 토지대장에는 원고 또는 원고가 권리의무를 승계한 농업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 등이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뒷받침할 기재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 점 3)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정당한 절차에 따라 협의취득 또는 수용했다고 주장할 뿐 그 토지에 관하여 매입이나 기부채납 등 당시의 국유재산법이나 지방재정법 등에서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4)원고는 피고가 2013. 5. 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원고의 자주점유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하면서 1)원고가 이 사건 토지와 그 인근에 있는 다른 2필지의 토지를 농업진흥공사가 A로부터 매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984. 3. 9.자 매도증서 및 그 대금을 같은 날 A에게 모두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는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는데 A는 실존 인물이고 피고와 같은 종중원이며 한 동네에 거주한 사람으로 짐작되는 점 2)위 다른 2필지는 모두 1973. 3. 27.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점 3)위 2필지 이외에 광주호 설치 사업 대상지역에 포함된 토지 중 피고가 증조부로부터 상속받아 피고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또 다른 2필지 토지의 등기원인도 1973. 3. 27. 토지수용으로 되어 있는 점 4)1976년경 용지 매수업무를 담당한 담양군수가 그 업무를 추진하면서 작성한 여러 종류의 공문서들이 남아 있고, 이 사건 토지도 '토지 및 지장물건 조서', '용지매수비 사유조서', '토지 소유자 명단' 등 목록에 다른 여러 필지의 토지들과 함께 기재되어 있는 점 5)피고는 미등기 상태로 남아 있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13. 5. 1.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렵까지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관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는 점 6)농업진흥공사가 다른 토지는 적법하게 매수하면서 이 사건 토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하려고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하여 공부상 소유자와 일치하지 않는 A를 매도인으로 한 매도증서를 제시할 뿐 권리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근거서류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점유 경위와 용도, 인근 토지의 수용보상 내역 등을 감안하면 원고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적법 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항소심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의 증조부가 소유자로 기재된 토지대장이 보존되어 있고 거기에 원고의 소유권 취득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 주목한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한 인근의 4필지 토지 모두 1973년경 수용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는 84년경 피고와 같은 종중원 A가 작성한 매도증서와 영수증이 존재하는 사정까지 고려할 때 원고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고, 이는 이전의 다른 유사한 사건들(대법원 2010.8.19. 선고 2010다33866 판결,2014.3.27. 선고 2012다30168 판결 등)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타당한 판결로 보인다.
점유
토지
무단점유
2016-05-17
주택·상가임대차
행정사건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판례해설 - 불법증축책임, 누가 부담할까
서울고등법원 2016. 1. 29. 선고 2014누5066 판결 원고는 건물 소유자입니다.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6층으로 된 건물을 지어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각 층마다 별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건물 임차인들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개방공간에 바닥을 설치하고, 옥외부분을 증축하였습니다. 강남구청은 건축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인 원고에게 무단증축부분의 자진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습니다(제80조 1항). 이에 원고가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주된 쟁점은 '무단증축 행위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시정명령을 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원고는 무단증축을 한 행위자가 임차인들이고,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모든 위반사항을 책임지기로 약정을 했으며, 원고가 임차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청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행강제금제도의 취지와 행정법규 위반 및 제재조치의 법리에 입각하여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물의 방치를 막기 위하여 행정청이 시정조치를 명하였음에도 건축주, 시공자, 소유자, 관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과합니다. '장래의 의무이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의무위반 행위를 제제하는 과태료와 구별됩니다. 또한 시정명령은 위반 건축물의 소유자가 위반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소유자 등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7919 판결). 건축물의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법한 현상 자체를 즉각적으로 제거할 책임을 소유자 등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행정법상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두1297 판결). 정리하면, 무단으로 증축된 건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과실 유무에 관계 없이 해당 건축물의 위법상태를 시정할 공법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행강제금의 제재까지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유자는 무단증축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당한 사유'와 '과실 없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실은 없으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급수조례를 위반하여 급수를 도용한 행위자에 대하여, 부정 급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건물을 매수하여 사용하고, 평소보다 수도요금이 2, 3배 많은 액수로 부과되어 행정청에 항의를 함에 따라 행정청이 비로소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다가 부정급수를 적발하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두5972 판결). 결국 행정법규 위반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의 무단증축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전후로 한 구체적 사정을 십분 고려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1층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하여 무단증축을 한 건축법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다른 층 역시 임차인이 독자적으로 증축했다고 보기 의심스러운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인정되었습니다. 일부 층의 임차인을 변경하면서 계약서 특약사항에 "전 임차인의 불법증축에 따른 이행강제금, 민형사상 책임 등 모든 지위를 승계한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자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결국 건물 소유자가 건축법위반을 방조하였거나 적어도 인식하였음에도 묵인한 사실에 기초하여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무단증축상태를 시정할 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 무단증축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부과하더라도, 이는 추후 임차인에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공법상 규제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무단증축
건축물
임대차
2016-03-15
기업법무
상사일반
양대권 변호사
판례해설 - 상조회사양수했으면,기존회원해약금내줄책임도있어…승계배제약정은무효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다50200 판결 원고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인 A상조회사와 상조계약을 체결하고 60회에 걸쳐 대금을 완납한 다음 상조계약을 해지하였다. 그런데, A상조회사는 원고에 대한 해약환급금의 지급을 미루다가 B상조회사에 '전체 회원의 상품구좌, 전체회원 개인별 기납입 부금금액 내역, 전체회원에게 받은 부금예수금 및 내역' 등을 인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미 해지된 상조계약의 해약환급금은 A상조회사가 책임지기로 약정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B상조회사를 상대로 A상조회사의 영업을 양수하거나 계약을 이전받아 상조계약에 따른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여 해약환급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원심법원은 B상조회사가 A상조회사의 해약환금금 지급의무는 인수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에 대하여는 영업을 등록하도록 하며, 자본금의 하한을 규정하고, 행정관청의 조사?감독 및 시정조치 등의 공법적 규제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의 체결의무 등을 추가하고 있는데, 이는 재화 등을 공급하기 전에 대금을 선불로 받는 선불식 할부거래 영업의 특성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사업양도에 따른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지위승계에 관한 규정의 취지도 공법상 지위의 승계를 인정하여 영업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보다는 사업양도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여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를 일반채권자보다 좀 더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상조회사가 다른 상조회사로부터 사업의 전부를 양수한 경우에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에 따라 대금청구권과 재화 등의 공급의무, 해약환급금 지급의무 등 선불식 할부계약에 관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고,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사업양도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위와 같은 승계를 배제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상조회사들은 회원이 미리 납부한 선수금을 토대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그 과정에서 재무건정성이 악화되어 부도, 폐업에 이르러 상조서비스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계약해제를 거절하거나 해약환급금 지급을 거부하고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등 여러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였다. 이에 2010. 3. 17. 법률 제10141호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상조회사와 같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대하여 앞서 대법원이 든 여러 공법상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위와 같은 여러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였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바로 그와 같은 입법 목적 및 취지를 들어, 당사자 사이에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과 달리 지위 승계를 배제하는 약정을 하는 것은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2015. 7. 24.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2016. 1. 25.부터는 사업의 전부 양도가 아닌 계약 이전의 경우에도 계약을 이전받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게 되었다.
상조회사
할부거래
사업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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