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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정2250 판결 -
술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다치게 한 사건
1. 사건개요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도 0.209%의 주취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진행하던 중 피해자를 충격하여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검사는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하고, 형사법원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2. 전동킥보드의 이용현황 및 사고증가 최근 킥고잉, 고고씽, 라임 등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 이외에도 전동 휠, 전동 스케이보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하는데, 최첨단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말하며 과거보다 지능화되고 똑똑해진 교통 서비스를 일컫는다. 특히 주로 1~2인승 개념의 소형 이동수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는 도입 초기에는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교통수단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리함, 경제성, 친환경성과 같은 이유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규모가 판매대수 6만 대 정도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그 수가 연 20만 대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에 관련한 교통사고에서 대상판결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벌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3.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 및 규율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자동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및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하는데, 전동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에 속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고,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상 각종 규제에 대하여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차도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운행자격이 없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에 대한 처벌 등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각종 규제 및 벌칙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는 이상, 대상판결이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음주운전죄 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성과 경제성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같은 수준의 규제와 벌칙을 받는 것에 대하여 아주 낯설고 당황해 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아직 법인식이나 구체적인 운용이 정착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어 피고인의 범의가 중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례적인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4. 입법의 필요성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과거의 법적 개념을 새롭게 등장한 전동킥보드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변화된 교통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의하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원칙적으로 차도로 다녀야 하고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자들 대부분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 보행자들의 안전상 인도로 달리는 것은 제한될 필요가 있겠지만, 속도와 규모가 비슷한 자전거 도로의 주행까지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고 보인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의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행공간을 차도에만 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종류, 주행가능 공간, 제한속도, 주행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시민의 안정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25㎞ 이하 속도인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등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충분히 협의한 개정안이라고 하니, 국회의 신속한 통과를 바란다.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음주운전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2019-12-30
선거·정치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서울서부지방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모두사실 피고인은 2010. 7. 1.부터 2018. 3. 6.까지 충청남도 도지사로 근무하였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하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여, 33세)는 2017. 2.경부터 2017. 4. 17.경까지 피고인의 대선 경선캠프 홍보기획팀에서 홍보물 등 제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7. 3. 충남도청의 지방별정직 6급 상당에 임용되어 그때부터 2017. 12. 20.경까지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행사, 국·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조율·관리하고 수행하는 공적인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연락, 장소 예약, 담배·맥주와 같은 기호품 구입이나 전달과 같은 사적인 용무 관련 지시를 평일·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시로 수행하였고, 2017. 12. 20.경부터 2018. 3. 6.까지 정무비서로서 도지사실로 오는 각종 외부 요청 관리 및 정책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면서 도지사 행사에 나가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의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도청에서 정무적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대거 이동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비서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적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아니하여 자치단체장이 임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과오가 없어도 면직이 가능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피해자의 향후 진로에 피고인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피고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인계를 받은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도지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가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나. 구체적 공소사실 ① 2017. 7. 29.경 강제추행 2017. 7. 29. 저녁 러시아에서 충남도청 직원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던 중 피해자의 옆에 앉은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에 피고인의 엉덩이와 다리를 갖다 대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② 2017. 7. 30.경 피감독자간음 2017. 7. 30. 새벽 러시아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맥주를 가지고 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가 이에 놀라 수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를 잡고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③ 2017. 8. 10.경 강제추행 2017. 8. 10.경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④ 2017. 8. 12.경 강제추행 2017. 8. 12. 밤 호프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2층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던 피해자와 마주치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으며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고,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⑤ 2017. 8. 13.경 피감독자간음 2017. 8. 13. 새벽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부름을 받고 온 피해자에게 “나를 안게.”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안도록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꽉 끌어안은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고인의 행동을 피하여 움직이려는 피해자의 어깨를 꽉 누르고 1회 간음하였다. ⑥ 2017. 8. 16.경 강제추행 2017. 8. 16. 저녁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찬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앞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하고 그 앞방으로 간 다음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⑦ 2017. 8. 중순 내지 말경 강제추행 2017. 8. 중순 또는 말경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껴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⑧ 2017. 9. 3.경 피감독자간음 2017. 9. 3. 새벽 스위스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침대로 오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수 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⑨ 2017. 11. 26.경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2017. 11. 26.경 관용차(카니발)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무릎에 담요를 덮으면서 손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위로 음부 부위를 문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하자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도 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지퍼를 열려고 하였다. 지퍼를 열려고 시도하던 중에 벨트에 연결된 버클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게 되었는바, 피고인을 만류하기는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경우 관용차 운전자가 그 소리를 듣고 추행 상황을 알아차릴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스스로 지퍼를 내리자,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만졌다. ⑩ 2018. 2. 25.경 피감독자간음 2018. 2. 24.경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있던 중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어디니. 뭐하니. 마포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전에 있던 피해자가 가족들과 식사 중이어서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피해자에게 ‘1시간 안에 와라. 늦더라도 오라.’며 수회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에게 위 오피스텔로 오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계속적인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다음날 새벽 위 오피스텔에 찾아온 피해자에게 ‘요즘 미투에 대하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투(Me Too)를 보며 그때 내가 너한테 했던 것들이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그때 너 괜찮았니? 괜찮니? 괜찮은 것 같니?’라고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문제 삼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미투를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를 안으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지 않은 채 주저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하여 성관계 자체와 신체접촉(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피고인에게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위력과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인지하였을 뿐 위력에 의해 피해자가 의사를 제압당한 상태(또는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상태)라는 인식과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을 한다는 의사도 전혀 없었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신체접촉이 없었고, 설령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애정에 기한 성관계 전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으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있어서의 위력이 피고인에게 존재하였다. 2) 피고인이 부당한 대우,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피고인이 평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비롯한 도청 소속 공무원을 하대하는 등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직책)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치적·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유일의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 존재한다. 4) 피고인이 상시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만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개별 구성요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함에 있어 ‘나를 안게.’라는 취지의 표현과 피해자를 껴안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일응 위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나아가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범죄사실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설령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통상적으로 볼 때는 거부나 저항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으며,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6) 구체적 판단 가) 피고인 측 경선캠프 분위기가 피해자의 예상보다 경직되고 상명하복식 구조를 띠었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수인할 수 없거나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곧바로 피고인의 위력으로 연계시킬만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선캠프 분위기가 그대로 도청 비서실 등 정무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②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외로우니 위로해 달라. 나를 안으라.’고 반복하여 말하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아닌데요. 아니예요.’ 등을 중얼거리는 방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들어 피고인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내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하였을지도 의문이다.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첫 간음을 당한 날 아침에 피고인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다른 직원 등을 동원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당일 저녁 도청 직원들이 발레공연을 보러간 사이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동행하여 담소를 나누었으며,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예약하여 찾아갔고, 피해자와 가까운 제3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 다) ⑤ 공소사실 관련 : 이미 러시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불과 몇 시간 전 호프집 화장실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심야시간에 단둘만이 객실을 달리하여 투숙한 호텔에서 “씻고 오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별다른 저항이나 질문조차 없이 샤워를 한 후 피고인이 사용하는 객실에 들어간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라) ⑧ 공소사실 관련 : 호텔은 2동의 건물로 되어 있고, 각 동은 1층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원래 동을 달리하여 투숙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자의 교체 요청에 따라 피고인(421호실)과 피해자(513호실)가 같은 동에 속한 객실에 층을 달리하여 투숙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자니 ? 아니욤 ? 올래? - 주무시다깨심요? - ㅇ, ..., 담배, ...”라는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성관계가 있은 몇 시간 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S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마) ⑨ 공소사실 관련 :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허벅지와 음부 부위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자 이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더욱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심한 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벨트를 푸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벨트 구조상 벨트가 묶여 있어야 딸그락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구조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⑩ 공소사실 관련 : ⓐ 사건 전날부터 범행 직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삭제되었는데, 2018. 2. 25. 이후 피고인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상황이었음에도 마지막 범죄의 피해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K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K가 피해자에게 ‘캡쳐해서 보내봐.’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막상 당일 피해와 관련한 중요한 대화 내용이 확보되지 않았고 오히려 K로부터 받은 위 문자메시지 자체를 삭제하였는바, 피해자가 유력한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에 있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 유리한 자료로 삭제, 편집 및 선별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간음의 ‘타깃’이 될 것으로 인식과 예상을 하면서도 심야에 긴급히 KTX를 갈아타며 대전에서 서울로 가서 카카오블랙 택시를 불러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도 뛰어서 로비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행동은 오피스텔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되는 점, ⓓ K는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고소에 이르는 데에 핵심적으로 관여를 하였고, 2017. 1.경부터 2018. 2. 25.경까지 피해자와 K는 매우 빈번하게 통화를 하였는데, K가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삭제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및 K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① 공소사실 관련 : 당시 요트 뒤쪽 자리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요트 뒤쪽의 자리로 오자 피해자와 그 옆 사람이 좌우로 공간을 넓혀 주어 피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옆자리로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S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거나 일관되지 않은 점(어깨동무를 하였다 →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S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③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가 피고인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고 하다가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나중에 우연히 오른뺨을 도려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오른뺨에 뽀뽀를 당한 것이어서 진술을 정정하였다는 경위 설명에 다소 의문이 드는 점, 고소장에는 이 부분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인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있는 기차 객실에서 수행비서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④ 공소사실 관련 : 추행 직전, 직후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호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 4) ⑥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2018. 2.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가 2018. 3. 6.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고소장에는 대략적인 일자와 장소만 특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다수의 강제추행 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점점 기억이 났다는 피해자 진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담배 심부름을 시킨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 추행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⑦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가슴 쪽에 터치가 있었고 손으로 스치듯이 만지며 껴안았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가슴 같은 데를 만지고 엉덩이인가 허리를 만졌다. 추행들이 너무 잦아서 특정한 장소가 아니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고, 추행의 구제척인 방법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모호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분석과 의의 가. 대상판결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운전비서의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태도 및 피해자의 이 사건 증언시의 태도 등에 근거하여, 피해자를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검사는, 피해자가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말투를 어눌하게 흐리거나 여리고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상정하여, 피고인의 위력에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성폭력 피해자성의 표지 혹은 피해자 개인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은, 피해자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성실함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에게 보인 수많은 모순적, 비합리적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일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적법한 증거판단으로 보인다. 다. 특히, 대상판결은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자료로 삼았다. 상화원 사건은 상화원 211호의 2층을 피고인 부부가, 1층을 피해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2017. 8. 19. 새벽 무렵에 발생된 사건으로, 피고인 부부의 진술에 의할 때, 새벽 4시경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 객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아래쪽에 서서 피고인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발각되자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까봐 211호의 2층으로 올라가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피고인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당일 피고인의 처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한 점, 피고인의 처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이전에 이미 비서실장에게 상화원에서의 일을 이야기를 하며 수행비서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JTBC 인터뷰를 한 직후 다른 사람(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피고인의 처는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에게 전화하여 새벽 4시에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자는 방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부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라. 한편, 대상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견지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소의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 피해자의 행동은 긴장성 부동(不動)화 내지 심리적 얼어붙음 현상으로 설명되지 않고, 피해자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학습된 무기력, 해리, 피해자로서의 부인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관하여도 검토하여 배제하였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경선캠프에서의 성실성으로 인해 수행비서로 발탁된 것이지 피고인의 지시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선발된 것이 아닌 점, 2017. 7.말경 러시아 방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고, 러시아 방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려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그루밍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마. 대상판결은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무죄 추정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한편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놓치지 않은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지방별정직
별정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8-28
민사일반
[판례해설] 주유소 혼유사고… 운전자도 30%책임
현대인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은행도 인터넷으로, 쇼핑도 온라인 쇼핑몰에서~하지만 주유소는 인터넷으로 안된다. 반드시 자동차를 끌고 주유소에 가서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셀프 주유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 주유소를 이용할 것이다. 주유소에 들어갈 때 휘발유 주유기와 경유 주유기가 따로 있으면 내 차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면 되는데, 공중에 매달려 있는 주유기를 끌어 내리는 곳도 있고 휘발유와 디젤이 함께 있는 복합주유기도 있다. 그럴 때 혹시 주유원이 내 차에 제대로 주유하는지 살펴보는 운전자가 얼마나 될까? 일부 운전자들은 내게 맞는 주유기를 찾아가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를 빼들고 주유구에 꽂는 것까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액수까지 확인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주유구 방향만 맞춰 세운 후 "5만원이요~" "가득이요~"라고만 외치고 잠시 통화하거나 문자 보내는 등으로 주유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잠시 문자 한 통 보내고 주유하는 걸 봤더니 내 차는 경유차인데 휘발유가 들어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스톱 스톱을 외쳐 주유를 멈추게 해야 할 것이다.아직 주유하기 전이면 괜찮지만 다른 연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으면 문제가 되기에 바로 연료 계통을 세척해야만 한다. 주유할 때 시동을 껐으면 그나마 세척이 쉽지만 시동을 켜 둔 상태라면 이미 연료가 엔진을 돌아 세척작업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런 혼유 사고 (기름이 섞이는 사고)가 설마 일어날까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제법 많이 일어 난다. 주유원이 당연히 맞는 연료를 주입해야 하지만 무척 바쁠 때, 또는 잠시 딴 생각하다 보면 경유차에 휘발유를, 휘발유차에 경유를 주입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유차에 휘발유를 잘못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경유차의 주유구 지름이 넓어 휘발유 주유기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반해 휘발유차의 주유구는 상대적으로 좁아서 경유 주유기를 무리하게 주입하려 하지 않으면 잘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 여기서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모델이 다르고 차종이 다른데 왜 그런 사고가 생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같은 차종, 같은 모델인데도 휘발유차도 있고 경유차도 있어서 외관으로서는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유차의 주유구에는 "경유" 또는 "DIESEL"이라고 눈에 띄게 인쇄해 놓았지만 바쁠 때 그걸 눈여겨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 글자가 지워져 희미한 경우도 있어서 혼유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혼유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당연히 주유소가 책임져야 한다. 주유소 직원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유소가 엔진 세척비, 수리비, 교환비 등을 물어줘야 하는데 주유소에게 100% 책임 있을까?그렇지 않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운전자는 주유원이 혹시 실수할 가능성이 있기에 실수하는지 아닌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깊게 살펴야 하고 그러지 못했을 땐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 한편, 주유하기 전에 시동 꺼야 한다는 건 대부분 운전자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만일의 화재에 대비하기 위함이 주된 이유겠지만, 혼유사고에 대비해서도 시동을 꺼야 한다. 2016. 9. 경기도 시흥시의 한 주유소에서 유종을 지정하지 않고 주유해 달라고 했는데 주유소 직원이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했고, 중간에 운전자의 남편이 이를 발견하고 정지시켰으나 이미 18L 가량의 휘발유가 혼유되어 세척 및 수리가 필요했던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차량의 경우 외관상 경유 차량인지, 휘발유 차량인지 구별이 어려운 점, 원고가 주유를 요청할 당시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유를 요청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종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혼유사고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대한 운전자의 과실은 30%"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36856 판결) 그렇다면 시동을 끄고, 경유 주유기 앞 (더 정확하게는 경유와 휘발유가 같이 있는 복합주유기 앞)에 차를 세웠으면 운전자에게는 잘못이 없는걸까?그렇지 않다. 명확하게 "경유~"라 얘기하고, 주유할 때 경유가 들어가는지 직접 확인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잘못이라는 판결도 있었다. 2014. 9. 서울 강동구의 어느 주유소에서 경유와 휘발유가 같이 있는 복식주유기 앞에 경유차를 세우고 "3만원이요~"라고만 하자 주유원이 "휘발유 3만원이요~"하면서 주유하는 걸 중간에 발견하고 멈추게 했지만 연료계통 세척이 필요했던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유종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주유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면서 정상적으로 주유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건 잘못이고 그 비율은 10%로 본다"라고 판결했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가단128855, 2014가단53661판결) 결국 운전자는 주유원이 알아서 해 주겠지 하면서 방심하면 안된다. 휘발유차는 휘발유 주유기 앞에, 경유차는 경유 주유기 앞에 세워야 하고, 만일 복식주유기 앞에 차를 세워야 할 때라면 반드시 "경유 5만원이요~"라고 분명히 얘기한 후 주유원이 경유 주유기를 손에 잡는 거까지 확인해야만 한다. 운전하느라 신경 많이 써서 주유하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긴장을 풀어 볼까 했는데 오히려 더 신경써야 한다니~ 현대인의 삶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한문철 변호사
주유소
혼유
휘발류
경유
유종
한문철 변호사
2018-03-09
교통사고
한문철 변호사
[판례해설] 학원버스 내린 어린이, 도로 건너다 교통사고… 학원도 책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8. 선고 2016가단5025570 판결은 어린이통학버스 운영자와 운전자에게 강한 주의의무가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판결이다. 사안은 2015. 8. 28. 오후 평택시 소재 어린이 보호구역인 주택가 도로에서 6세 초등학생이 학원 통원차량인 이스타나 승합차에서 내려 그 차 앞으로 길을 건너다가 마침 그 차량 왼쪽으로 지나가던 차량에 충격되어 사망한 사고인데, 학원차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고 비상등도 켜지 않았으며 운전석에 앉아 어린이가 건너는 것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망아의 부모는 직접 사고를 일으킨 가해차량 운전자, 가해차량의 보험사, 학원 원장, 학원차 운전기사를 묶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학원차 기사는 어린이를 안전한 곳까지 이동시켜주지 않은 잘못, 학원장은 학원차 기사에게 평소에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주장했다. 학원장과 학원차 기사는 학원버스에서 안전하게 내렸고 그 앞으로 건너는 걸 기다려 주던 중 뒤에서 오던 차에 사고당한 것이기에 직접 충격한 차의 잘못일 뿐 학원차 기사는 아무런 잘못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유치원생과 별 차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학원에 가기 위해 학원차에 탑승한 이후로부터 수업이 끝나고 부모에게 인계되거나 또는 부모가 지정한 장소에 안전하게 내려줄 때까지는 학원측에 어린이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하기에 학원버스기사가 차에서 내려 어린이와 함께 길을 건너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다 주지 않은 것은 건 잘못이다. 따라서 학원장, 학원버스 기사는 사고차량 운전자와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고 (사고차량과 학원측의 구상비율은 별개), 다만 만 6세의 망아도 길을 건너기 전에 주변을 살피지 못한 것은 잘못이고 어린이 보호구역이면서 차량 두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중앙선 없는 일방통행도로에서 학원차량 앞으로 건너다 일어난 사고임을 감안해 어린이 과실을 10%로 판단했다. 이 판결과 관련하여 '세림이법'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도로교통법은 어린이가 어린이 통학버스에서 타고 내리던 중의 사고를 막기 위해 보호자를 반드시 태우도록 하면서 영세한 어린이집이나 학원들을 위해 15인승 이하 차량은 세림이법이 시행된 2015. 1. 28부터 2년간 유예해주다가 2017. 1. 29 부터는 모든 어린이통학버스는 의무적으로 보호자를 태워야만 하고 이를 어기면 범칙금 12 ~ 13만원이다(2년간 유예기간 동안에도 보호자가 없으면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안전하게 승하차하는 것을 확인해야만 하는데 이번 사고는 차에서 내리지 않아 사고났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어린이 손을 잡고 다른 차 오는지 여부를 살펴 안전하게 길 건네주었으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다). 만 13세 미만을 어린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특히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학년생은 천방지축일 수 있다. 엄마, 아빠 또는 할머니가 유치원이나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가는 경우엔 유치원과 학원에 있을 때만 유치원장, 학원장에게 보호 감독 의무가 있다고 하겠지만,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경우엔 통학버스에 태워진 이후부터 부모가 지정한 안전한 장소에 데려다 줄 때까지는 학원측에 전적인 보호감독 의무가 있다. 따라서 어린이 통학버스에 반드시 보호자를 동승시켜 어린이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도와야 할 것이고, 차에서 내린 꼬맹이들이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주변에서 놀다가 사고당할 위험성도 있기에 가능한 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부모나 할머니가 통학버스 도착할 시간에 어린이를 맞이하러 가는 게 안전할 것이다(물론 데리러 갈 여건이 안 될 땐 평소에 자녀들에게 안전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할 것이다).
어린이통학버스
학원차운전자
세림이법
유치원
교통사고
안전교육
도로교통법
한문철 변호사
2017-04-25
교통사고
금융·보험
한문철 변호사
판례해설 - ”내비게이션 조작 하다 사고…방치한 동승자도 10% 과실“
-서울중앙지법 2017.1.20. 선고 2015가단5333588 판결- 지난 2014. 9. 19. 11 : 30 경 전북 장수군 편도 1차로 도로에서 박 모씨가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하다가 승용차가 도로를 이탈하여 사과농장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유 모씨가 목을 다쳐 사지마비가 되었다. 유 모씨는 자동차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은 유 모씨에게도 10% 잘못이 있다면서 90%만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보험사는 처음에 유 모씨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잘못 입력한 바람에 운전자인 박 모씨가 운전중 다시 입력하다가 사고난 것이기에 처음 입력을 잘못한 유 모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처음에 입력 잘못한 것만으로는 동승자의 잘못은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택시 승객이 목적지를 잘못 얘기해서 중간에 방향을 틀어 가다가 사고났을 때 목적지 잘못 얘기한 것이 사고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운전자가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하는 걸 봤으면 못하게 말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동승자에게 10% 과실을 인정했다. 그 이유는 운전중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면 앞을 제대로 못 봐 위험해지는데도 그냥 방치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운전할 때는 앞을 잘 살피며 운전해야 한다. 한눈 팔거나 딴짓하면 안된다. 운전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안되고, DMB를 시청해도 안된다. 다만, 운전중에 내비게이션을 잠깐 잠깐 보는 건 허용된다. 다만 운전중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건 운전 중 문자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이거나 오히려 더 위험하다. 문자 보내는 거 익숙한 사람은 안 보고도 한 손으로 조작할 수도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큰 문자판을 더듬더듬 하나씩 눌러야 하고 잘못 입력하면 지우고 다시 눌러야 하고, 단어를 여러개 누르거나 아니면 짧은 단어에 여러 목적지가 검색되면 그 중에 맞는 걸 찾을 때까지 계속 검색하느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내비게이션을 쳐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사람이 살짝 살짝 졸음운전하면 옆에 탄 사람은 졸지 말라고 경고하든가 아니면 차를 세워 쉬었다 가자고 해야 한다. 옆에서 졸음운전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다가 사고당하면 위험한 상황을 방치한 점에 대해 본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 이런 걸 안전운전촉구 불이행이라고 한다. 버스나 택시의 승객으로 탑승하여 잠자면서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는 사람 차를 같이 타고 갈 때 서로 교대운전하는 게 아니라면) 운전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동승자도 도와야 한다. 계속 "조심해~ 조심해~" 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혹시라도 졸거나 딴짓하면 위험을 경고해야 한다. 엄청 빨리 달리면 천천히 가자고 해야 하고, 자꾸 신호위반하면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가만 있다가 사고나면 동승자에게도 10~20% 가량 과실 인정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내비게이션 조작한 건 아니고 짧은 시간이었던 거 같다. 오랫동안 앞을 안 보고 내비게이션 조작했다면 동승자 과실이 20%까지 인정될 수도 있었을 듯하다. 시속 60km로 달릴 때 1초에 16.7m를 움직인다. 내비게이션 잠시 조작하느라 2초 동안 앞을 못 보면 33m, 3초면 50m를 눈감고 운전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 커브길이 나타난다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출발하기 전에 정확하게 입력해야 하고 중간에 행선지를 바꾸려면 동승자에게 부탁하거나 동승자가 잘 못하면 신호대기중일 때, 또는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조작해야 한다. 차 세우고 새로 입력한 후 출발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거 걸릴까? 1분? 2분? 그 시간 아끼려도 몇 십년 먼저 갈 수 있다.
교통사고
동승자
내비게이션
2017-02-07
교통사고
한문철 변호사
판례해설 - 신호대기 중 승객이 갑자기 문 열어 사고 나면 택시운전자 책임 없어
택시 승객이 문 열다가 택시와 인도 사이로 지나가던 오토바이와 부딪쳤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할까? 택시 운전자는 승객을 내려 줄 때 안전한 곳에 정차해야 한다. 인도에 바짝 붙여 뒤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못 지나가게 해야 하고, 그럴 상황이 안되면 승객이 문 열기 전에 후사경으로 뒷쪽 상황을 확인하여 안전할 때 문 열도록 해야 한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못해 승객이 문 열다가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부딪쳐 오토바이 운전자가 다칠 경우 택시운전자 70 : 오토바이 30 (경우에 따라 65 : 35) 정도로 보고 승객에게는 책임 묻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2015. 5. 새벽 6시경 서울 강남의 왕복 6차로 도로에서 택시 승객이 오른쪽 뒷문을 열다가 마침 택시와 인도 사이로 지나는 오토바이를 부딪쳐 오토바이 운전자가 2주 진단의 타박상을 입고 오토바이가 망가져 수리비는 190만원이 들었다. 이 사고에 대해 택시 운전자가 그냥 가버린 사건에 대해 뺑소니 (특가법상의 도주차량, 도로교통법상의 사고후 미조치)로 기소되었는데, 택시 운전자는 승객이 신호대기중에 갑자기 내렸기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특가법상의 도주차량은 운전자의 잘못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중에 승객이 갑자기 내렸다는 운전자의 주장에 대해 승객도 내리겠다 말하고 2~3초 후에 택시비도 안 내고 내렸다고 인정했다(승객이 택시에 탔다가 방향이 안 맞든지 하여 탑승 후 얼마 안가서 "저 그냥 내릴게요"라고 한 것으로 여겨진다). 승객이 내리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 당시 택시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중이었기에 택시 운전자는 신호 떨어진 후 인도 가까이 붙여 세우려 했는데 예상치 않게 갑자기 승객이 문을 열었기에 택시운전자로서는 예상할 수도 없었고, 문을 여는 순간 막을 수도 없었다고 보아 결국 택시운전자에게는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원은 무죄판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합 1230). 가끔 승객이 요금 안 내고 도망가려고 신호대기중일 때 갑자기 문 열다가 그 옆을 지나는 오토바이와 사고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도 택시 운전자에게는 잘못 없고 승객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보여준 멋진 판결이다. 위 판결은 사고후 미조치 부분에 대해서도 "오토바이가 인도쪽으로 넘어졌고 차도는 주차금지선 부근만 조금 물고 있었을 뿐이어서 뒤에 오는 차량들의 통행에 지장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했는데, 도로의 위험과 장해는 차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인도 위를 지나는 보행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에 뒤에 오는 차량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로 본 것은 논리가 약해 보인다. 다만, 오토바이가 넘어진 후 곧바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는 걸 보고 갔다면 그것으로 교통상의 위험(2차 사고 위험성)과 장해(막혀서 다른 차들이나 보행자들의 통행에 불편)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어서 무죄로 볼 수 있겠지만, 오토바이 운전자가 바로 오토바이를 세우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에서 택시 운전자가 그냥 갔다면 항소심의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
택시
교통사고
승객
2016-07-20
교통사고
형사일반
한문철변호사
판례해설 - 사고당시 술 기운 덜 올랐다고 추정해 음주운전 무죄 판결은 위법
-대법원 2015도7194 - 2013. 9. 전남 장흥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주차되어 있던 차를 들이받아 그 차가 밀리면서 부근에 있던 두 사람을 충격해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사고 시각은 22 : 46 이었고 그로부터 35분 후인 23 : 21 에 음주측정한 결과 0.117%로 나왔다. 술집에 확인한 결과 술집에서 나온 때가 22 : 30 경 (술집 CCTV나 신용카드 결제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이 사건은 술집이 아닌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셨다.)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마지막으로 술 마신 때가 22 : 30 경이고, 운전시각은 그로부터 16분 지난 22 : 46 경이고, 음주측정한 시각은 최종음주시각으로부터 51분이 지난 23 : 21 경이기에 그때 나온 음주수치 0.117%는 운전당시의 시각은 아니다. 알콜수치 하강구간이라면 측정당시보다 운전당시의 수치가 더 높기에 0.117% 이상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보겠지만, 상승구간이었을 가능성 있어서 운전당시엔 0.117%보다는 낮은 상태였을 가능성 있고, 운전할 당시에 0.05% 이상이었다고 볼 확실한 증거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했다. 검찰은 "0.117%는 음주운전 후 얼마 안되는 35분만에 측정된 것이기에 운전당시에는 충분히 0.05% 이상이었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음주운전을 한 시각이 알콜 수치 최고치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상승기였는지 아니면 술이 깨고 있는 하강기였는지 불확실하고 오히려 상승기일 가능성 농후해 보여 운전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측정한 수치만으로는 0.05% 이상이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음주수치 상승기"라는 주장이 암행어사 마패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날 밤 21 :00 경 노래연습장에 들어가 회사동료들과 술을 마셨다"라고 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시기 시작한 때인 21 : 00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은 1시간 46분 후에, 음주 측정은 2시간 21분 후에 이뤄진 것이기에 운전이나 측정당시는 모두 90분이 지났기에 알콜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이 초반부에는 술 안 마시고 후반부에 술 마셨다고 하더라도) 운전을 종료한 22 : 46과 음주측정한 23 : 21 사이는 시간 간격이 35분에 불과하며 측정수치가 0.117%로서 처벌기준인 0.05%를 크게 넘는다. (0.05% 미만이었던 알콜수치가 35분만에 급격하게 상승하여 0.117%가 되기는 어려울 거다.) 게다가 경찰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정황 진술보고서'에 "피고인의 언행상태는 어눌하고 보행상태는 비틀거리며 혈색은 홍조"라고 기재되어 있어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 더 나아가 운전면허 취득한 지 25년이 지난 숙련된 운전자로 보이는데도 운전시작하자마자 앞쪽 갓길 주차구획선 안에 세워져 있던 (그때 피해자가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던 중) 승용차를 충격하면서 부근에 있던 사람들을 다치게 한 점을 보면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발생키 어려운 사고"로 보인다는 이유로 "비록 피고인이의 음주운전 시각이 알콜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전당시의 수치는 적어도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기에 음주운전은 유죄다"라고 판결했다. 지금까지는 알콜농도 상승기였다고 주장하면 사후에 측정된 수치보다 오히려 운전당시의 수치가 낮을 가능성 (측정당시 수치 또는 운전한 시각에서 시간당 0.008%씩 술이 깨는 걸 역산으로 플러스시키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수치보다 운전할 당시의 수치가 더 낮을 가능성) 때문에 0.05% 이상의 음주상태에서의 운전이었다고 볼 증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음주수치 상승기라고 주장하면서 빠져나가려는 미꾸리지들에 휘둘릴 게 아니라 술에 취해 운전했으리라 보여지는 정황들이 충분하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걸 보임으로써 1심, 2심 판사들에게 무죄판결할 거리를 찾기 보다는 유죄판결할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찰에는 유죄판결 받기 위한 조사를 철저히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알콜농도
2016-05-31
교통사고
형사일반
한문철 변호사
판례해설 - 교차로에서 진로변경 시도한 BMW에 받혀 인명사고 낸 산타페…BMW는 무죄, 산타페는 벌금 500만원
교차로에는 차선이 없다. 이곳에서 진로변경하다가 사고나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교차로내에서의 진로변경은 불법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13. 5. 7. 강남세브란스병원 사거리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진로변경하던 BMW 승용차가 바로 옆에 진행중이던 마티즈 승용차를 충격하고 마티즈 승용차가 다시 오른쪽의 산타페 승용차를 충격해 산타페 차량이 인도로 올라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의 머리를 크게 다치게 한 사건 (중상해)이 있었다. 검사는 BMW 차량의 진로변경으로 인해 인도 위에 있던 보행자가 중상해를 입었기에 보도침범 사고로 기소했지만 1심 법원은 BMW차량의 직접적 인도침범이 아니고 다른 차를 때려 연쇄충돌로 인한 것이기에 보도침범 사고로 처벌할 수 없고, 중상해이지만 피해자와 합의되었기에 공소기각 판결(서울중앙지법 2014고단945)을 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항소하면서 "사고 지점이 사거리 교차로이고 그곳 도로에는 차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백색실선이 설치되어 있는데도 진로변경이 금지된 교차로 내에서 차선변경한 잘못으로 사고를 일으켰기에 11대 중과실 중 하나인 지시위반에 해당된다"고 공소장 변경했고 항소심은 "교차로 직전에 있는 백색실선은 그것이 설치된 구간 뿐 아니라 그 다음에 위치한 교차로 내에서도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의미의 안전표지"라는 이유로 유죄판결(벌금 700만원)했다. (서울중앙지법 2014노3022) 이에 대해 BMW 운전자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에 교차로에서의 추월금지 규정은 있지만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교차로 진입 직전의 백색실선을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11대 중과실 중 하나인 '도로교통법 제 5조에 따른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015도3107) 결국 대법원은 교차로 직전의 백색실선은 보이는 곳에서만 의미가 있고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교차로 안까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실선이 계속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기에 교차로 내에서의 진로변경중 사고는 11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평범한 판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따른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올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교차로 직전의 백색실선은 보이는 부분까지이고 교차로 내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11대 중과실 중 하나인 지시위반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은 백색실선이 그어져 있는 곳에서 차선넘다가 사고났다면 11대 중과실 중 하나인 지시위반 사고로 보아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차로 부근, 횡단보도 부근의 백색실선을 침범하여 사고난 경우 11대 중과실로 보지 않고 일반 사고로 보아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된 부상사고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왔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백색실선을 침범해 사고난 사건에 대해 11대 중과실인 지시위반으로 처리된 대법원판결(2004도1196)이 하나 있었을 뿐이고 경찰에서는 백색실선 위반은 지시위반으로 처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 판결에서 간접적으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일반도로의 백색실선도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변경이 금지된 곳에서는 차마는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안된다. (도로교통법 제14조 제5항)" 라고 되어 있고, 노면표시도 안전표지 중 하나이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6에 규정된 노편표시 506번 '차의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것' 으로 규정된 것을 종합하여 진로변경 제한하는 안전표지를 위반했기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되어 결국 11대 중과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백색실선 침범사고도 11대 중과실 사고로 처리한다면 앞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운전자들이 가벼운 교통사고로도 형사처벌받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교차로 백색실선구간에서 진로변경하지 않으면 교차로 부근에서의 얌체운전이나 차량 체증 등이 해소는데는 많은 도움되겠지만 그러나 적지 않은 부작용도 예상될 수 있다. 옆 차로에 차가 없어서 서서히 차로변경하는데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 부딪친 후 백색실선 침범 사고로 처벌되게 만드는 경우도 예상될 수 있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바로 옆으로 우회전해 가면 되는데 (차가 없는데도) 백색실선이기에 못 넘어가서 한참을 직진으로 진행한 다음에 유턴해서 되돌아 와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필자는 대법원의 태도에 반대입장이다. 그 이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11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신호위반과 지시위반은 빨간불에 진입했다든가 일방통행도로에 역방향 진입하지 말아야 하는데 진입한 경우와 같이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이어야 한다. 즉 모든 안전표지가 지시위반애 해당되는 게 아니라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것, 즉 빨간불, STOP Sign과 같은 정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는 중앙선과 같은 정도이어야 할 것이다. 교차로 직전의 백색실선은 중앙선이나 황색안전지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하다. 따라서 백색실선 침범 사고까지 중앙선침범이나 일방통행 도로 역주행과 같은 정도로 처리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교차로 직전의 백색실선 침범보다 오히려 교차로 내에서의 진로변경중 사고가 더 위험한데도 백색실선 위반은 지시위반 사고, 교차로 내에서의 진로변경중 사고는 일반사고로 처리되는 건 매우 아리러니하고, 아까부터 차로변경하려고 깜빡이 켜고 진행했지만 여의치 않아 백색실선구간에서 들어가다가 사고난 경우와 거기서 1미터 뒤 백색점선 구간에서의 진로변경이 과연 하나는 11대 중과실, 하나는 일반 사고가 되어야 하는 합리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볼 것인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11대 중과실 중 하나인 "지시위반"은 모든 안전표지 위반을 뜻하는 게 아니라 신호위반과 같게 볼 정도의 지시위반으로 해석해야 한다. 11대 중과실 중 첫번째인 신호 또는 지시위반은 "도로교통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신호기 또는 교통정리를 위한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나 통행의 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안전표지 앞에 씌여져 있는 "통행의 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 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하고, 그 앞의 "신호나"라는 부분에서 지시위반은 신호위반과 같게 평가될 수 있는 것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경찰의 사고처리에 있어 상당한 혼선이 예상되는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11대 중과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통행의 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안전표지를 위반한 경우라고 법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대표적인 것들을 들어본다면 일방통행 도로 진입금지 표지 위반, 안전지대 침입, 직진 금지, 좌회전 금지 등의 안전표지 위반 등과 같이 신호위반 또는 중앙선침범과 같은 정도의 안전표지 위반으로 한정지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로변경
교통사고
지시위반
2015-12-30
형사일반
김현 변호사(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판례해설] 음주운전자 연행은 적법절차 따라야
1. 판결 음주측정을 위해 운전자를 강제 연행하려면 형사소송법상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음주운전을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에게 위법한 음주측정을 강제할 수 없으며, 운전자가 불응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2. 해설 피고인이 연락을 받고 자발적으로 파출소에 들어온 01:25경은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한 때로부터 35분 이상 지났고 파출소 인근에서 운전한 것도 아니므로, 스스로 찾아온 피고인을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보기는 힘들다. 현행범이 아닌 피고인을 경찰서에서 못 나가게 하려면 영장주의를 준수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위법한 체포를 했다. 도로교통법 자체가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처분의 근거규정이 될 수는 없으니, 불응하는 피고인을 경찰서에 머무르게 하려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했다. 음주측정을 강행해 음주운전 금지기준인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 음주사실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영장주의에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과할 수 없으므로 그에 불응했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수사상 강제처분 과정에서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판결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선언하는 영장주의는 피의자·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패로서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
음주운전
강제연행
2015-10-30
노동·근로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판례해설 - 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가지의 근로자파견 관계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 즉,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 투입 근로자 선발,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고, 그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갖추는지 등이다.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상판결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인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 은행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 은행은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은행으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 은행과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고,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원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7. 9. 선고 2012가합525166 판결) 원심판결은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이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부터의 손해배상 청구는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다.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의 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일체의 기준이 없어 일반적인 위탁 또는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부터 직접 채용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얼마 전에 대법원에서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 이 판결은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사실관계에 있어서 대상판결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의 사실관계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위 사실관계의 비교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는 도급(용역)계약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자파견으로 볼만큼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의 경우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도급인)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의 종료로 새로운 용역업체가 선정되었으나 기존 운전자 대부분이 새로운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로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방송사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을 감행하기도 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운전업무가 아닌 피고의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 점, 원고(운전자)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을 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근로자파견의 실질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예측하거나 그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원심판결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판결을 통해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민법상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근로자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식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하나의 운전인력 단위로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원청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만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예시로 ①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단순히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오히려 전형적인 민법상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 )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근로자파견
운전기사
임금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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