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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정2250 판결 -
술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다치게 한 사건
1. 사건개요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도 0.209%의 주취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진행하던 중 피해자를 충격하여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검사는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하고, 형사법원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2. 전동킥보드의 이용현황 및 사고증가 최근 킥고잉, 고고씽, 라임 등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 이외에도 전동 휠, 전동 스케이보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하는데, 최첨단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말하며 과거보다 지능화되고 똑똑해진 교통 서비스를 일컫는다. 특히 주로 1~2인승 개념의 소형 이동수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는 도입 초기에는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교통수단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리함, 경제성, 친환경성과 같은 이유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규모가 판매대수 6만 대 정도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그 수가 연 20만 대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에 관련한 교통사고에서 대상판결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벌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3.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 및 규율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자동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및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하는데, 전동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에 속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고,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상 각종 규제에 대하여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차도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운행자격이 없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에 대한 처벌 등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각종 규제 및 벌칙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는 이상, 대상판결이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음주운전죄 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성과 경제성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같은 수준의 규제와 벌칙을 받는 것에 대하여 아주 낯설고 당황해 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아직 법인식이나 구체적인 운용이 정착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어 피고인의 범의가 중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례적인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4. 입법의 필요성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과거의 법적 개념을 새롭게 등장한 전동킥보드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변화된 교통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의하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원칙적으로 차도로 다녀야 하고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자들 대부분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 보행자들의 안전상 인도로 달리는 것은 제한될 필요가 있겠지만, 속도와 규모가 비슷한 자전거 도로의 주행까지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고 보인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의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행공간을 차도에만 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종류, 주행가능 공간, 제한속도, 주행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시민의 안정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25㎞ 이하 속도인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등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충분히 협의한 개정안이라고 하니, 국회의 신속한 통과를 바란다.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음주운전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2019-12-30
교통사고
[판례해설] 공항 순환버스정류장 정차위반 사건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5도12137 판결 1. 범죄사실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임을 표시하는 기둥이나 표지판 또는 선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10미터 이내인 곳에는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피고인은 2014. 4. 19. 14:25경 인천 중구 공항로 272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순환버스정류장 13번 앞 주·정차 금지 장소에서 카니발 콜밴 차량을 정차시킴으로써 정차 및 주차금지 규정을 위반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인에게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정차 및 주차금지 규정(도로교통법 제32조 제4호)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벌금 200,000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반하여 항소심은 도로교통법 제32조 제4호에 규정된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의 의미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버스를 위하여 설치된 정류지에 한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이 카니발 콜밴 차량을 정차시켰다는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순환버스 13번 정류장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버스여객자동차를 위하여 설치된 정류지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항소심은 모든 버스가 여객을 승·하차시킬 목적으로 임의로 설치한 장소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할 경우 도로교통법상 주·정차금지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고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가능성이 발생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상으로 운행되는 버스여객자동차와 무상으로 운행되는 버스여객자동차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그 문언 상으로도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라고만 표현하고 있을 뿐 이를 ‘유상으로 운행되는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며 항소심을 파기 환송하여 1심의 결론을 지지하였다. 3. 대법원 및 항소심 판결의 해석 대법원과 항소심 판단의 차이는 대법원 판결의 경우는 도로교통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 중점을 둔 것이고, 항소심 판결의 경우는 형사처벌을 최소화하려는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유죄 취지의 판단을 한 대법원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정류지 근처에 다른 차량이 주차나 정차를 함으로써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이나 위험을 방지하고 이를 통하여 버스가 원활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도로교통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더 충실한 판결을 선고한 반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은 도로교통법의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충실하고자 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은 종래 도로교통법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충실하게 법률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령, 개정되기 전 구 도로교통법상의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의 구성요건 포섭 범위를 판단할 때에 공개성, 공공성의 성질을 갖는 ‘도로’라는 개념을 추가하여 도로가 아닌 아파트 단지 내의 통행로나 주차장에서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았다(대법원 1992. 10. 9. 선고 92도1662 판결,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2127 판결). 또한 피고인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한 사안에서는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라는 법률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운전면허를 받았으나 그 후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가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 면허정지 상태에서 운전을 한 피고인에 대하여 무면허운전죄의 성립을 부정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1.8.25, 선고, 2011도7725, 판결).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43조는 이와 같은 대법원의 엄격한 해석의 취지를 반영하여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하여 도로교통법을 엄격하게 해석해오던 기존의 대법원의 태도와 사뭇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고려하여 확장·축소해석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초월하여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라는 문언에 ‘유상’의 개념을 추가하는 항소심의 해석은 아무리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고려하더라도 어문의 범위를 초월하여 지나치게 작위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범죄사실은 음주운전이나 문면허운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예정되어 있는 주?정차 위반인 점, 버스는 공중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가용의 경우와 달리 다수의 이해관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도로교통의 원활성을 달성하고자 하는 도로교통법의 입법목적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 합리적인 법해석으로 보인다. 따라서, 항소심의 경우처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문언의 의미를 과도하게 축소하는 것보다 도로교통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법률문언의 합리적 어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대법원의 판결내용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도로교통법
버스
순환버스정류장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7-07-31
교통사고
형사일반
한문철변호사
판례해설 - 사고당시 술 기운 덜 올랐다고 추정해 음주운전 무죄 판결은 위법
-대법원 2015도7194 - 2013. 9. 전남 장흥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주차되어 있던 차를 들이받아 그 차가 밀리면서 부근에 있던 두 사람을 충격해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사고 시각은 22 : 46 이었고 그로부터 35분 후인 23 : 21 에 음주측정한 결과 0.117%로 나왔다. 술집에 확인한 결과 술집에서 나온 때가 22 : 30 경 (술집 CCTV나 신용카드 결제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이 사건은 술집이 아닌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셨다.)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마지막으로 술 마신 때가 22 : 30 경이고, 운전시각은 그로부터 16분 지난 22 : 46 경이고, 음주측정한 시각은 최종음주시각으로부터 51분이 지난 23 : 21 경이기에 그때 나온 음주수치 0.117%는 운전당시의 시각은 아니다. 알콜수치 하강구간이라면 측정당시보다 운전당시의 수치가 더 높기에 0.117% 이상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보겠지만, 상승구간이었을 가능성 있어서 운전당시엔 0.117%보다는 낮은 상태였을 가능성 있고, 운전할 당시에 0.05% 이상이었다고 볼 확실한 증거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했다. 검찰은 "0.117%는 음주운전 후 얼마 안되는 35분만에 측정된 것이기에 운전당시에는 충분히 0.05% 이상이었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음주운전을 한 시각이 알콜 수치 최고치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상승기였는지 아니면 술이 깨고 있는 하강기였는지 불확실하고 오히려 상승기일 가능성 농후해 보여 운전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측정한 수치만으로는 0.05% 이상이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음주수치 상승기"라는 주장이 암행어사 마패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날 밤 21 :00 경 노래연습장에 들어가 회사동료들과 술을 마셨다"라고 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시기 시작한 때인 21 : 00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은 1시간 46분 후에, 음주 측정은 2시간 21분 후에 이뤄진 것이기에 운전이나 측정당시는 모두 90분이 지났기에 알콜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이 초반부에는 술 안 마시고 후반부에 술 마셨다고 하더라도) 운전을 종료한 22 : 46과 음주측정한 23 : 21 사이는 시간 간격이 35분에 불과하며 측정수치가 0.117%로서 처벌기준인 0.05%를 크게 넘는다. (0.05% 미만이었던 알콜수치가 35분만에 급격하게 상승하여 0.117%가 되기는 어려울 거다.) 게다가 경찰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정황 진술보고서'에 "피고인의 언행상태는 어눌하고 보행상태는 비틀거리며 혈색은 홍조"라고 기재되어 있어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 더 나아가 운전면허 취득한 지 25년이 지난 숙련된 운전자로 보이는데도 운전시작하자마자 앞쪽 갓길 주차구획선 안에 세워져 있던 (그때 피해자가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던 중) 승용차를 충격하면서 부근에 있던 사람들을 다치게 한 점을 보면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발생키 어려운 사고"로 보인다는 이유로 "비록 피고인이의 음주운전 시각이 알콜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전당시의 수치는 적어도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기에 음주운전은 유죄다"라고 판결했다. 지금까지는 알콜농도 상승기였다고 주장하면 사후에 측정된 수치보다 오히려 운전당시의 수치가 낮을 가능성 (측정당시 수치 또는 운전한 시각에서 시간당 0.008%씩 술이 깨는 걸 역산으로 플러스시키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수치보다 운전할 당시의 수치가 더 낮을 가능성) 때문에 0.05% 이상의 음주상태에서의 운전이었다고 볼 증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음주수치 상승기라고 주장하면서 빠져나가려는 미꾸리지들에 휘둘릴 게 아니라 술에 취해 운전했으리라 보여지는 정황들이 충분하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걸 보임으로써 1심, 2심 판사들에게 무죄판결할 거리를 찾기 보다는 유죄판결할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찰에는 유죄판결 받기 위한 조사를 철저히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알콜농도
2016-05-31
형사일반
김현 변호사(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판례해설] 음주운전자 연행은 적법절차 따라야
1. 판결 음주측정을 위해 운전자를 강제 연행하려면 형사소송법상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음주운전을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에게 위법한 음주측정을 강제할 수 없으며, 운전자가 불응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2. 해설 피고인이 연락을 받고 자발적으로 파출소에 들어온 01:25경은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한 때로부터 35분 이상 지났고 파출소 인근에서 운전한 것도 아니므로, 스스로 찾아온 피고인을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보기는 힘들다. 현행범이 아닌 피고인을 경찰서에서 못 나가게 하려면 영장주의를 준수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위법한 체포를 했다. 도로교통법 자체가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처분의 근거규정이 될 수는 없으니, 불응하는 피고인을 경찰서에 머무르게 하려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했다. 음주측정을 강행해 음주운전 금지기준인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 음주사실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영장주의에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과할 수 없으므로 그에 불응했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수사상 강제처분 과정에서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판결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선언하는 영장주의는 피의자·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패로서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
음주운전
강제연행
2015-10-30
교통사고
이동필 변호사 (법무법인 의성)
판례해설 - 대법 "경찰이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해 한 '채혈측정'도 유효"
-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도16051 판결 - 피고인은 2013. 6. 초순 자정 무렵 인천 부평구의 한 교차로에서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나들다 차량 3대와 또 부딪힌 뒤 멈춰 섰는데 이 사고로 10명이 다쳤다. 피고인은 당시 경찰서에서 호흡측정기로 음주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수치 미달인 0.024%로 측정되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얼굴이 붉고 발음이 부정확하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상태였다. 피해자들이 혈액측정을 요구하자 경찰은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채혈로 음주측정을 했고 그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239%로 측정되었다.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채혈에 진정으로 동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제1심은 유죄판결을 하였다. 그런데 제2심은 "호흡측정 한 운전자에게 다시 혈액채취 측정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운전자가 호흡측정결과에 불복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며 무죄 판결을 하였다. 이어 대법원은 "피고인이 경찰관 설득에 따라 혈액 채취에 순순히 응하며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를 거부하거나 강요를 받았다는 정황이 없으므로 추가로 혈액측정을 했다는 이유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2심 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 대법원은 아울러 "도로교통법 제44조 3항은 운전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할 때 혈액 채취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음주운전 수사방법으로서 혈액 채취에 의한 측정 방법을 운전자가 요구할 때로 한정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다"고 판시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주취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호흡조사로 주취여부를 측정할 수 있고 이때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제3항은 호흡조사에 따른 측정결과에 불복이 있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그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제2심은 위 조항을 '운전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한 경우에 한하여 혈액채취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해석하여, 피고인이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하지 아니하였음에도 경찰관의 요구로 채혈하여 획득한 혈액과 이를 기초로 한 증거는 모두 부적법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위 법조항을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 법조항의 입법취지는 운전혐의가 있는 운전자에게 호흡측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혈액채취 등의 방법에 따른 호흡측정의 오류로 인한 불이익을 구제받을 기회를 보장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법조항 해석을 오로지 호흡측정 결과에 운전자가 불복하는 경우에 한하여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법을 허용하는 것으로 좁게 볼 수 없다고 해석하고, ① 사고경위나 운전자의 행태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할 때 호흡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정이 존재하고, ② 운전자가 일단 호흡측정에 응한 이상 재차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까지 당연히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경찰관이 미리 운전자에게 혈액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거나 운전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혈액 채취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운전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혈액 채취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혈액 채취에 의한 측정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하였다. 형사절차에서 수사기관은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고, 다만 강제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결국 수사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목적과 개인의 기본권 침해 사이의 비교형량으로 정당화 되어야 하는 것인데, 특히 채혈은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엄격한 절차가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 등). 반면, 피조사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고도 자발적으로 동의하여 채혈을 한 것은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낮고 오히려 피조사자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므로 도로교통법 해당 법조항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보이며, 대법원의 판단이 입법취지와 체계적 해석에 맞는 법적용이라고 생각된다.
혈액측정
음주운전
교통사고
2015-08-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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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인터넷 댓글 전부로 보면 비방목적 인정 안돼”
판결기사
2024-03-09 15:03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등록사항정정의 대위신청과 관련된 법적 문제
서보형 한국국토정보공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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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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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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