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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9나31794 손해배상(기) 판결 -
법인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 개념의 병존가능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인간은 상정할 수 없고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 덕분에 인류는 현재의 문명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나 사회 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비례하여 나의 권리가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거나 타인의 다른 권리와 충돌되는 영역이 늘어만 가는 것도 현실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됨에 따라 익명화되지 않은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가 더욱 대두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입법되었고 산업발전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도 부단한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한 위자료배상을 다룬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는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A와 B가 주식회사 형태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A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A는 위 상담센터의 설립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이고 B는 A의 아내이자 대표자이다. 위 상담과정에서 A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상담내용을 녹취한 후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 등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하였다. A가 녹취한 상담내용에는 원고의 신상정보를 포함하여 온갖 내밀한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위 상담센터는 유료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다수의 세미나 참가자에게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하였다. 또한 위 상담센터에서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C는 원고의 상담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이용하여 책자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원고는 A와 B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3천만원의 위자료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결과를 먼저 말하면, 1심법원은 1천만원의 일부인용판결을 선고하였고 2심법원은 원,피고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일반적 불법행위책임에 비하여 책임의 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로 한정되어 있으며 고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다. 본 사건의 핵심은 피고 A와 B가 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의무주체로 상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개인정보를 수집,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이용,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제15조, 제17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18조) 사상,신념 등 민감정보를 처리할 경우에도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23조) 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하는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피고 A는 위 상담센터의 실질적 운영자이기는 하지만 대표자는 아니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또한 주식회사 등 법인 형태의 사기업의 경우 법인 자체가 아닌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대표이사 등이 의무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원고의 상담내용은 익명화되어 있지 않은 원고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파일’이란 종이파일, 전산파일 형태를 불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개인정보의 집합물을 말하고, 원고를 포함하여 위 상담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담자들의 신상정보파일은 이에 해당한다.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파기에 이르는 모든 행위 유형을 포괄하는 용어이고, 위 상담센터에서 A가 스스로 또는 직원을 통하여 원고의 상담내용을 수집, 저장, 편집, 이용, 제공, 유출한 행위는 모두 ‘처리’에 해당한다. A가 원고의 상담내용을 녹취,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 세미나 참가자에게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 C에게 상담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명시적 동의는 전혀 없었다. 상담센터의 대표자인 B 또한 위 일련의 과정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식회사 형태의 위 상담센터는 그 심리상담 업무를 목적으로 회사 내부의 업무분장을 통해 개인정보인 상담자의 상담내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였으므로 원칙적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다수의 판례에서 법인 자체가 배상책임의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대법원 2011다60797, 2014다235080, 2018다223214, 2018다219352 판결 등) 자연인 피고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법 제28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등을 말한다. 본 사건에서 A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만들고 외부에 메일을 보낸 직원 등은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하며 법 제59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판례도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5도 8766 판결) A와 B는 누구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가 아니므로 ‘개인정보취급자’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또한 위 상담센터가 법인격없는 사업체였다면 내부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경영하면서 최상위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법인의 경우 법인과 함께 법인의 기관에 해당하는 대표자 등이 모두 ‘개인정보처리자’가 될 수 있는가? 본 사건의 재판부는 이 점을 긍정하면서 A와 B가 회사 내부에서 수행한 역할과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모두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므로 공동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추측컨대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에 ‘법인’과 ‘개인’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 제74조는 양벌규정을 두어 법 제71조 제1호 내지 제4호 등에 의하여 징역형 등으로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그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인 법인 또한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은 병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도 경품행사를 가장하여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판매한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이는 팀장과 회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처벌하였다.(대법원 2016도13263 판결)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법원에서 법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이 문제된 대부분의 사건은 법인 자체의 책임 문제를 다루었고, 임직원 등이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 판단을 한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본 판결은 회사의 임직원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판결이다. 이를 긍정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법 제39조 제1항 위반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는 회사와 임직원 모두를 피고로 하거나 또는 선택적인 피고로 하여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석이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피해자 보호에 유리한 점은 자명하다. 향후 판례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본 사건으로 돌아와 위자료 액수와 관련하여서는 수집된 정보가 원고의 민감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 분업적으로 처리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책자 배포에 따른 2차에 걸친 유출이 이루어진 점 등이 고려되어 1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고액의 배상액이 인정되었다. 다만 재판부가 법 제3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을 명한 것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개인정보유출
정신적손해배상
녹취록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2020-03-03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형사일반
[판례해설]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 이용을 위한 중계사이트 개설, 운영자에 대한 형법(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도박개장등) 적용문제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 이용을 위한 중계사이트 개설, 운영자에 대한 형법(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도박개장등) 적용문제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13140 판결) 피고인들은 2012.부터 2015. 4.까지 필리핀에서 중계사이트 16개를 개설,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내국인들을 회원으로 모집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위 중계사이트를 통해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에서 국내·외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부에 베팅을 하게 하여 베팅이 적중할 경우 미리 정해진 비율에 따라 환전을 해주고, 적중되지 못하면 그 베팅금을 자신들이 취득하는 방법으로 중계사이트를 운영하여 같은 기간 중 267개의 계좌를 통해 173,925,405,315원 상당을 수익금으로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형법상 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위반(도박개장등)으로 기소되었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은,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베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위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위 해외 베팅사이트의 주요 도메인을 통한 접속은 차단되어 있고 또한 전자결제를 위하여 온라인 전자결제 사이트에도 가입을 해야 하는 둥 국내 이용자들이 직접 가입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이 중계사이트를 통해 위 해외 베팅사이트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박공간을 개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해외 스포츠 토토 베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 등의 사이트를 직접 개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박공간개설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국민체육진흥업법 제26조 제1항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이하 "유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들의 중계사이트는 스보벳, 피나클 등 해외 스포츠토토 베팅사이트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여 ‘에이전시’를 확보하고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링크 연결을 통해 위 해외 베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베팅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그대로 이용하도록 하되, 독자적으로 게임머니를 발행하고 이 사건 중계사이트가 관리하는 계좌를 통해 충?환전을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므로, 결국 국내 이용자들에게 당첨금에 상응하는 게임머니의 환전을 통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주체는 이 사건 중계사이트 운영자이기 때문에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국민체육흥업법위반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과 유사하게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고,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해야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피고인들이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해외 사이트 운영자들과의 공모관계가 있어야 비로소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즉,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지 않은 채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012. 2. 17.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법률 제11309호)은 제26조 제2항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체육진흥투표권이나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설계ㆍ제작ㆍ유통 또는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제1호) 등의 규정을 추가하였는데, 위와 같이 개정법에서 유사행위와 관련한 각호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 취지는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유사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업 운영을 근원적이고 효과적으로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는 이유로 1심 및 항소심은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의 개정취지를 전제로 동법 제1항의 규정을 해석하려는 것으로 불필요하게 가벌성을 확장시키는 유추해석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업법의 유사행위 금지규정과 위반자 처벌규정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도입하기 위하여 국민체육진흥법이 1999. 8. 31. 일부 개정(법률 제6013호)되면서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과 함께 신설되었다는 입법 연혁에 비추어볼 때, 동법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중점으로 하여 입법된 법이므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유사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도박을 할 수 있게 만든 행위가 문제되고 있는데, 형법 제247조의 도박공간개설의 경우 피고인들이 중계사이트를 개설, 운영하여 도박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반면,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의 경우에는 도박공간의 개설에 더하여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행위가 추가되어야 동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결국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은 형법상 도박공간개설죄의 구성요건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이라는 특별한 구성요건이 필요하므로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같이 국민체육진흥업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환전
충전
스포츠토토
국민체육진흥법
게임머니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7-12-22
소비자·제조물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 쇼핑몰 결제시스템 해킹에 따른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손해배상 책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6. 선고 2016가단5146446 손해배상(기) 판결 이 사건은 인터넷 쇼핑몰 가맹점주가 해당 인터넷 쇼핑몰 구축·관리업체를 상대로 결제정보 해킹의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은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를 포함한 5명의 가맹점주는 2012.경 홈페이지 제작업체인 피고와 인터넷 쇼핑몰 구축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시스템 구축 비용 1,000만원 및 시스템 운영을 위한 서버 호스팅과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매월 60만원을 지급하고 쇼핑몰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6. 3. 29. A가 이 사건 쇼핑몰 사이트에서 원고가 판매하는 3,170만원 상당의 고가의 시계 3점을 주문결제하면서 한국사이버결제에 전달되는 주문서 페이지에 표시되는 결제금액을 실제와 다르게 19,100원으로 변조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결제금액 해킹을 눈치 채지 못한 원고는 위 주문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오인하고 그 다음날 A에게 위 물품들을 배송하였다. 참고로 이 인터넷 쇼핑몰의 물품대금 결제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고객이 쇼핑몰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 관련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주문결제를 하면 쇼핑몰은 결제 대행사(PG)인 한국사이버결제에 결제승인 요청을 하고, 한국사이버결제는 이 정보를 받아 다시 카드사에 결제승인 요청을 한다. 이러한 결제승인 요청이 이루어지면 위 과정의 역순으로 카드사는 한국사이버결제에 거래승인 응답을 하게 되고 한국사이버결제가 이 정보를 받아 다시 인터넷 쇼핑몰에 거래승인 응답을 전송하면 인터넷 쇼핑몰은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한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위와 같은 과정으로 결제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A는 이 사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한국사이버결제로 보내는 결제 인증값을 가로챈 뒤 가격을 임의로 고쳐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해킹한 것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와 체결한 계약에 정해진 구축범위에는 물건 주문과 관련하여 ‘장바구니, 주문결제, 주문완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는 위 해킹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결제시스템을 이 사건 사이트에 구축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데 피고가 채무이행을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위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의 채무는 이 사건 사이트를 구축해 주는 것일 뿐이지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고 위 사고는 제3자의 해킹으로 발생한 보안사고이므로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다투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면서도 원고 측의 과실을 50% 인정하였다. 그 판단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한국사이버결제는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의 주문서 페이지 결제금액이 해킹되는 위·변조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2012년 4월부터 서비스 이용자들이 상품가격 정보를 제공해주면 실제 상품가격과 결제금액을 비교해 서로 다를 경우 결제 요청을 거절하는 기능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이 사건 사이트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의무가 있는 피고는 인터넷을 이용한 결제시스템 작동 방식과 취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변조 방지기능이 쇼핑몰 사이트 운영에 필요하고 중요한 기능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사이트를 제작할 당시 이미 한국사이버결제가 제공하고 있던 위·변조 방지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피고가 이행해야 할 채무의 범위에 해당한다. 원고는 위 시계 3점을 2850만원에 구입한 후 이에 이익을 붙여 3170만원에 판매하려 하였고 원고가 입은 손해는 위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28,480,900원(28,500,000원 -19,100원)이다. 다만 이 사건 사이트를 관리하였던 B(피고 직원이 아니고 오히려 원고 측 인물로 보임)가 한국사이버결제로부터 위·변조 방지 기능에 대하여 전자우편을 통해 안내를 받았으나 위와 같은 기능을 이 사건 사이트에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가 제공하는 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결제와 관련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결제된 금액을 확인하지 않고 위 물품들을 배송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원고 측의 과실은 손해발생에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므로 피고의 배상액을 50%로 제한한다. 이 사건에서 A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죄로 처벌되고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변제자력이 없어서인지 이 사건에서 원고는 A를 피고로 하지 않았다. 피고의 경우 원고 외 5인과 체결한 계약 내용에는 직접적으로 결제 시스템에 위·변조 방지기술을 적용한다고 명시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의 지위와 계약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원활한 사이트 운영을 위하여 위·변조 방지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주된 급부의무의 내용으로 보여진다. A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피고의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 또한 위와 같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는 복수의 책임주체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형평의 원칙상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부담 부분은 각자의 고의 및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과실상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이유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담시키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 뿐 아니라 그와 신분상 내지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피해자 측의 과실로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왔다. 판결문에 B가 원·피고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과실상계를 적용함에 있어 채택한 두 가지 논거 중의 하나로 이 사건 사이트를 관리한 B의 과실을 원고 측의 과실로 문제 삼고 있다. 도규삼 변호사
인터넷쇼핑몰
사이버결제
명품
해킹
도규삼 변호사
2017-11-28
형사일반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판례해설 - 지자체는 명예훼손·모욕죄 피해자 될 수 없다
-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4도15290 사건에 관하여 -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A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A군 나들목 추가설치와 관련하여, “A군나들목 A군분담금 재협상하시라”라는 제목 아래 “A군은 수 차례 나들목 추가설치에 따르는 타당성 조사를 하였다고 하나 거짓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글을 포함하여 수 회에 걸쳐 A군ㆍ당시 A군의 군수인 B의 업무 수행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으나, 실제로 A군에서는 나들목 추가설치에 따르는 타당성 조사를 하여, 게시글에 기재된 사실은 허위였음이 밝혀짐. 나. 한편, 피고인은 위 자유게시판에 “A군수는 A군민들에게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재미있다.”라는 제목으로 “B(당시 A군 군수의 이름)군수님은 역대 A군 군수 중에서 가장 응큼하고 양심불량한 군수로 보인다. 열린군수실은 폼으로 전시용으로 있는 가짜 열린 군수실이다.”라는 내용의 글 등을 수 차례 A군ㆍB(당시 A군의 군수)를 모욕하는 글도 게시함. 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 A군ㆍB(당시 A군의 군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및 모욕으로 기소됨. 2. 원심 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 법원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은 A군민의 알권리를 위해, 그리고 A군의 발전을 위해 군정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과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모욕과 관련하여서는 “A군ㆍA군수는 국가기관으로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음. 그러나 원심 법원은 ① 피고인의 글은 단지 A군과 A군수를 비방할 목적으로 악의적인 내용의 글을 반복하여 기재한 것이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을 인정할 수 없고, ② 모욕죄의 피해자는 자연인으로서 사람뿐만 아니라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도 포함되고, A군수를 비방하는 것은 결국 당시 A군의 군수인 B 개인을 비방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 피고인의 주장을 기각함. 나. 대법원의 판단 이에 피고인은 상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 “외부적 명예”는 개인적 법익이라 기본권의 주체가 아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수범자일 뿐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 ②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및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원심 법원의 판단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피해자에 대한 법리 오인이 있다고 하여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함(A군은 피해자가 될 수 없어 A군에 대한 모욕ㆍ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함). 3. 해설 가. 명예훼손죄ㆍ모욕죄의 법익 및 객체 형법 제24장(살인의 죄)부터 제42장(손괴의 죄)까지는 강학상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로 분류되고(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하여는 형법 제33장에 정함이 있다),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에서는 헌법상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가 법익의 주체가 되어, 위 각 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형법에서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를 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으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는 모욕으로 처벌하게 정하여져 있다. 이때,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따라 피해자 해당 여부가 정해지는바, 통상 자연인ㆍ법인은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되고, 나아가 법적으로 승인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통일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한 법인격 없는 단체 역시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ㆍ판례의 입장이다. 나. 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본 대법원의 판결은 형법 제33장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인 “외부적 명예”의 주체는 헌법상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들이라고 하고,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하여, 명예훼손ㆍ모욕의 피해자 범위를 정하는 내용의 판결이다. 다만, “A군청 소속 공무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면 A군청 공무원들 개개인의 외부적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집합명칭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8 판결 등 참조).
지자체
명예훼손
모욕죄
명예의주체
2017-01-25
정보통신
지식재산권
조용식 변호사
판례해설 - 음란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5라1490 판결 채권자들은 일본의 영상물 제작업체들 및 위 제작업체들과 위 영상물 제작업체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영상물 유통회사들이고, 위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본 사안의 쟁점은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인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7조에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등 참조)이라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견지(堅持)하면서, 영상물이 성행위 장면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창작적인 표현 없이 남녀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녹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창작성을 부인할 수 없고,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는 등으로 해당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그 배포권,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저작권 등의 침해정지청구권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노출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기획과정’에서 촬영 장소와 배우의 선정, ‘촬영과정’에서 영상에 고정될 수 있는 실연과 배경의 선택, 촬영 조명 미술 작업, ‘편집과정’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완성하기 위하여 촬영된 필름의 삭제, 연결 작업 등을 거쳐 제작과정에 참여한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사실이 소명되므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진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이후 하급심에서 음란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3. 선고 2011노2664 판결(확정) 등}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후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이 소위 ‘야동’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후 일본의 야동 제작사가 한국의 파일 공유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5. 8. 29.선고 사건, 서울지방법원 2015. 10. 18. 선고 사건 등). 헌법재판소는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이란 인간의 존엄성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직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인 매체로 어떠한 문학, 예술,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2009. 5. 28. 선고 2006헌바109 결정에서는 음란표현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결정을 변경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일본 저작권법 역시 특별히 저작물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 판결은 “사진저작물이 설사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일본 동경지재(日本 東京地裁) 1986. 6. 20. 1983}.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포르노소설도 작가의 감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을 표현한 자유로운 창작 작업일 경우, 포르노소설도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첸바하 사건 BVerfGE 83, 130 (1990. 11. 27.)} 1979년 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사건에서, 미국 제5순회법원은, 음란물을 제작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해 영화에 음란한 내용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에 음란물을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것이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 (1980)}. 이후 2004년 Nova Products, Inc. v. Kisma Video, Inc사건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2004 U.S. Dist. LEXIS 24171 (S.D.N.Y. Dec. 1, 2004).}. 음란물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사처벌규정 등에 따라 음란물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돼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배포·판매·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고 배포권과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음란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법적 갈등의 핵심은 음란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요건으로 윤리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저작물성의 판단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음란물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유통 과정에서의 규제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법률에 의해 제재 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작물은 내용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
저작물
음란물
2016-12-23
선거·정치
헌법사건
이명웅 변호사
판례해설 -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의 실명확인의무
- 헌재 2015. 7. 30. 선고 2012헌마734, 2013헌바338(병합) 결정 -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제1항, 제6항, 제7항은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대화방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게 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하고, 실명인증 표시가 없는 그 정보는 스스로 혹은 정당·후보자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지체 없이 삭제하도록 한다. 그 위반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구법 제261조 제1항, 현 제261조 제3항 제2호). 위 조항들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등이 다툰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5:4) 법정의견에서, 우선 위 조항에서 '지지·반대' 정보는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이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보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다음으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게시판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위 조항들이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실명확인을 하도록 한 것, 그리고 실명확인 후에도 게시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실명인증' 표시만이 나타나는 것을 고려하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의 반대의견은, 정당한 익명표현과 유해한 그것을 구분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상적 입법목적만으로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ㆍ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축시켜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오히려 장애가 되며,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글이 게시될 '가능성'만 있으면 모두 규제대상이 될 수 있어 규제의 공간적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다양한 사후 규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수사편의 및 선거관리의 효율성이라는 편리성에만 치우쳐 사전적ㆍ예방적 규제를 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며,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핵심적 기간인 선거운동기간 중에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중요한 헌법적 가치가 제약되는 것이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2010. 2. 25. 같은 조항에 대해 7:2로 합헌 결정을 하였는데(2008헌마324등),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었지만 위헌의견이 증가하였다. 한편 헌재는 2012. 8. 23.,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 규정들이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게시판 운영자의 언론의 자유를 과잉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바 있다(2010헌마47등). 이러한 결정들은 모두 표현의 자유의 내용으로서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번 결정에서 익명표현의 자유가 선거운동기간 중에 직접적으로 제한되었지만, 법정의견은 우리나라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왜곡과, 한편 실명확인 후에도 게시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실명인증' 표시만이 나타나는 점을 주된 합헌적 요소로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대의견은 오히려 선거운동기간이야말로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더 강조되어야 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위축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게 되고, 이미 마련된 사후규제로 충분히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공직선거법에 따른 과도한 선거활동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의견의 관점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선거운동기간 중의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불공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의견의 고뇌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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