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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9두35978 판결
(13)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 시한은?
가. 판결요지 구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호의 내용, 제척기간 제도의 취지와 구 표시광고법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 등’이라 한다)가 구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하여 상품의 용기 등에 부당한 표시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표시와 함께 해당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해당 상품을 수거하는 등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되고, 그러한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조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업자 등이나 그 대리인이 일정 시점에 이르러 더 이상 해당 상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유통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위반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해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처분시효가 완성된 이후 부과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한 사건이다. 원심은, 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처분시효는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까지인데, 제조사는 2011년 8월 31일 제품 제조를 중단하였고(표시 중단), 같은 해 11월 17일 웹사이트에서 제품 설명을 삭제하였으나(광고 중단),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2018년 3월 18일이 되어서야 부과되었고, 이는 각 중단 시점(행위종료일)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부과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공정위의 제재처분이 처분시효 도과를 이유로 취소되어 버리자, 공정위 등 규제기관의 늑장대응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이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부당한 표시가 기재된 상품을 수거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위법상태가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전제에서 볼 때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의 부당 광고·표시행위는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의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보고 이를 파기하였다. 본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조사가 제품 수거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위법상태 및 부당 광고행위가 계속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제조사 등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글 : 정양훈 변호사 그림 : 이영욱 변호사·만화가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처분시효
제재처분
사업자책임
정양훈 변호사, 이영욱 변호사·만화가
2024-01-24
노동·근로
민사일반
대구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319922 판결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지식재산권
실시허락을 받은 자도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가
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특허권의 실시권자도 실시 대상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그와 배치되는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77. 3. 22. 선고 76후7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후58 판결 등(이하 통칭하여 '구 판례')을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및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대상판결의 사건은 동영상 관련 표준특허풀에 포함된 여러 표준특허에 대해 표준화기구를 통해 실시 계약을 체결한 피고(표준특허에는 피고의 특허도 포함되어 있음)가 그 표준특허 중 원고의 특허[UHD 고화질 영상 압축을 위한 고효율비디오 부호화(HEVC) 기술에서 적용된 화면간 움직임 벡터 예측 기술, 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서,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 모두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무효의 주된 이유는 원고가 우선권 주장을 함에 있어 자신의 '선출원'을 기초로 '모출원'을 하고 이후 그 '모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다시 '자출원'을 하고, 그 '자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분할출원'하면서 출원서에 '우선권 주장의 취지 및 선출원의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분할출원'이 구 특허법 제55조에 따라 '선출원'의 우선권 주장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특허법원 2015. 1. 29. 선고 2014허4715 판결 등),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출원'보다 늦게 출원된 선행발명들과 비교되면서, 그 선행발명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그 선행발명들로 인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원고는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권자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을 하였다(원고는 특허심판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고, 특허법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물론 원고는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의 판단 시점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최초 모출원의 우선권 주장일, 즉 선출원의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무효 판단의 기준 시점과 실질적인 이유는 본 해설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3. 종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 판례에는 그간 실시권자는 무효심판 청구의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상존하였다.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는 실시권자이기만 하면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지만, 대법원은 1980. 3. 25. 선고 79후78 판결에서 "실시권설정등록을 마쳤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으로써 심판청구인이 그 등록의장이 무효임을 심판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상실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1983년까지는 실시권자의 무효심판 청구인 적격에 대해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1984. 5. 29. 선고 82후30 판결에서 '실시권을 허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제품판매액의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대가의 지급조건이 붙어 있어 실시권에 수반하는 의무이행을 하여야 한다면 실시권 허여 자체만으로 당사자간의 모든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니 특허무효심판을 구할 이해관계가 있다'라고 판단한 이래 대상판결을 선고하기까지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처럼 실시허락 받은 자의 무효심판이익에 대해 대법원은 초기에는 소극적이었다가 점차 무효심판이익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구 판례의 판단은 이미 1983년 이후부터 사실상 폐기된 법리였던 것이다. 4.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정리 없었음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로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그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으나, 대법원의 판단 자체에서 그 이유를 찾자면 이는 "이해관계인"의 판단기준과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보인다. 즉, 구 특허법(2013. 3. 22. 법률 제116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3조 제1항 전문은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특허법 역시 위 규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러한 특허법 조항에서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그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어 그 피해를 받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후1022 판결, 대법원 2009. 9. 10. 고 2007후4625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1후59 판결, 대법원 1987. 7. 7. 선고 85후46 판결 등 참조)"라고 계속 판시하여 왔다.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그 논리일관성상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은 염려가 없는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실시권자"의 경우 허여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결국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포함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 결과 사실상 폐기된 법리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 것이고, 대상판결의 원심인 특허법원에서도 특허권자인 원고가 실시권자인 피고의 청구인 적격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명확한 입장정리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을 통해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사람도 포함된다."라고 판단하면서, 이해관계인 판단의 기준을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에서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꿨다. 그 결과 대법원은 논리일관성상 자연스럽게 변경된 이해관계인 판단기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는 판시를 하면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즉, '①특허권의 실시권자에게는 실시료 지급이나 실시 범위 등 여러 제한 사항이 부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에 대한 무효심결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②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특허권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함부로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설정받지 않고 실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우선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그 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을 추후로 미루어 둘 수 있어 실시권을 설정받았다는 이유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국적으로 대상판결 사건의 무효심판이익을 판단하였다. 6.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의 의의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판단기준을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꾸고, 그 기준에 따라 "특허권의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를 검토해서 이해관계인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상판결이 밝힌 2번째 이유를 보면 '당사자간에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무효심판청구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향후 특허권자와 실시권자간의 라이선스 또는 라이선스 이후의 과정에서 '부쟁의무' 관련 협의가 중요해 질 것이고, 이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과 접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특허법
실시권
특허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9-03-08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례해설] 유방확대수술 후 5년이 지나 보형물이 파열되어 실리콘이 모유에 섞여 나온 경우 수술한 의사의 책임
1. 사건 개요 원고는 2011. 6. 10. 피고로부터 미국 A사가 제작한 실리콘 젤 성분의 보형물을 양측 유방에 삽입하는 유방확대성형술을 받았다. 이후 원고는 2013. 5경까지 피고로부터 유방마사지시술과 이 사건 수술부위 반흔에 대한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6. 4. 21. 딸을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하던 중 2016. 7.말경 좌측 유방에서 실리콘 젤 형태의 끈끈한 점도의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 8. 17. B대학병원에 내원하여 좌측 유방에 삽입한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을 통해 실리콘 젤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 2016. 8. 26. 위 병원에서 양측 유방에 삽입된 이 사건 보형물을 제거하고 유방 내에 유착된 젤 성분을 제거하는 미세유관절제술 및 인공보형물제거술을 받았다. 원고는 위 인공보형물제거술 등을 받은 이후에도 유방 내에 유착되어 남아있는 실리콘 젤 성분으로 인해 실리콘 육아종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태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유방확대수술과정에서 보형물에 손상을 일으켜 보형물이 파열되도록 한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해 원고의 유선조직이 손상되어 파열된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이 손상된 유선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었으며, 원고의 딸은 피고의 과실로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먹게 되었고, 피고가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조직이 손상될 우려가 있고,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모유에 유입되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이 사건 보형물을 파열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과실을 부정하였고, 피고가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킨다거나 손상된 유선조직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어 아기에게 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3. 쟁점 가. 집도의의 과실 여부 유방확대수술 과정에서 삽입한 보형물이 수술 후 5년이 지나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된 인공보형물이 파열되는 원인으로는 수술도구에 의한 파열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인공보형물의 삽입시 형성되는 피막 내에서 파열이 발생하는 경우 증상이 없어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운바, 집도의인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킨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보형물을 파열하였다고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점, 미세유관절제술 및 인공보형물제거술을 시행한 B대학병원 의료진도 보형물이 파열된 이유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된 인공보형물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모양에 대한 불만족이나 파열 등을 이유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 점, 이 사건 보형물과 같은 종류인 ‘Natrelle Round Devices’의 경우 수술도구에 의한 손상 외에 원인불명 및 제품 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도 각각 36.6%, 3.1%에 이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수술 후 약 2년간 피고로부터 반흔 부위에 대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이 사건 보형물을 파열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과실을 부정하였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모유에 유입되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원고가 이 사건 수술을 받지 않았거나 최소한 수술 시기를 출산과 모유수유 후로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원고가 2016. 7.경 모유에 실리콘 젤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고, 위와 같은 결과가 유방확대성형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없는 점,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되는 인공보형물과 모유수유 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위 인공보형물과 모유수유 사이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점, 그 밖에 파열된 인공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과 결합조직병 또는 암 등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들며 이 사건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으로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 외에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킨다거나 손상된 유선조직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어 아기에게 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이므로, 피고에게 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다.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먹은 아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원고의 딸은 출생 후 약 3개월간 모유수유를 받았는데, 모유에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입되어 있었고, 이 사건 보형물은 식약처의 의료기기 분류 등급 중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4등급에 해당하였는바, 유해물질이 함유된 모유를 3개월간 수유받은 아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은 고분자 물질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며, 설령 위 실리콘 젤의 금속성분 등이 모두 영아의 체내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그 노출량은 관련된 안전기준이 정한 기준 이하로 인체에 위해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보형물이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그 자체로 인체에 유해하여 체내에 흡수될 경우 신체에 손상이 발생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점, 원고의 딸은 2016. 7. 21.(생후 3개월째)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달리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섭취하여 신체상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섭취한 아기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유방확대수술 과정에서 삽입한 보형물이 수술 후 5년이 지나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바, 보형물이 파열된 시점이나 파열된 이유를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무려 5년 전에 시행된 수술과정에서의 과실로 보형물이 파열되었다고 추정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또한 이 사건 보형물의 경우 원인불명의 파열 비율이 36.6%이고, 제품 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도 3.1%에 이르며, 수술 후 약 2년 동안 원고에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집도의가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킨 과실의 추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비해 그와 같은 과실의 추정을 방해하는 간접사실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대상 판결은 의료행위의 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해주기 위한 법리 중 이른바 간접사실법리와 그 제한법리, 즉 수술 도중 환자에게 나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시한 다음, 집도의의 수술상 과실 추정을 방해하는 간접사실들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피고의 과실을 부정하였는바, 위 법리 적용에 따른 당연한 결론이라 판단된다. 또한 의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99다14079 판결, 2011다29666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이에 따라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켜 모유로 유입되어 수유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없던 사실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유방확대수술 후 보형물이 파열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는바, 대상 판결은 보형물 파열 가능성은 설명의무의 대상에 포함됨을 전제로 설시하였고,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 판결은 실리콘 젤 성분이 함유된 모유를 먹은 아기에게는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는바, 이는 손해가 증명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유해물질이 함유된 모유를 먹은 경우가 흔치 아니하여 그에 대한 사례보고나 연구가 드문 상황에서 실리콘 젤 성분이 출생 직후의 영아에게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관련 의학적 기전이나 피해사례가 보고되기 전까지는 손해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되었던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나 그 임상보고가 누적된 후에야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밝혀졌고, 그와 같은 부작용이 밝혀지기 전까지 1957년부터 무려 5년간이나 임신 여성들에게 처방된 사건이 있었고, 이는 일명 콘테르간 스캔들로 현대의학 역사상 최악의 약화사고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원고는 손해배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 사건은 보형물이 파열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보형물 제조업체인 A사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제소 당시 피고에 A사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소송과정에서 원고는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고, 그 결과 대상 판결은 집도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여부만을 판단하고 보형물 제조업체인 A사에 대한 책임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A사의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원고와 A사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원고가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인과관계
주의의무위반
의료행위
성형수술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18-07-27
형사일반
[판례해설] 국방사업 수주 실패 불만… 대낮 ‘판문점 월북’ 시도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2009. 9.경 방탄소재 개발 및 군 특수전략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방탄복 성능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이 방탄기술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등의 이유로 실험 기회를 얻지 못하여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방탄복 성능실험 및 방탄복 제작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 제작 방탄복의 성능시험을 국내에서 받지 못하는 등 국방부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고 방탄기술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위와 같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대남 공작거점 식당을 방문하여 북한 종업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지던 중 2010. 3.경에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 등 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 혐의로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쇄된 인터넷 네이버「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게시글을 읽는 등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0. 4.경 ‘보호 패널 적층체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방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경찰청 함정용 방탄판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방탄장비 제조업을 지속하여 오던 중 2012. 1.경 육군전력지원체계 사업단 방탄복 연구개발사업 제안요청에 따른 예산소요 1,460억 원 상당(사업기간 5년)의 사업수주를 위하여 사운을 걸고 방탄성능 분석을 위한 북한 실탄을 구하려 하는 등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14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2012. 3. 말경 위 사업수주가 무산되고 기존 군에 대한 방탄장비를 수주하여 왔던 방탄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가자, 대한민국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동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방탄기술을 북에 제공하여 남한 사회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2. 5.경 개성공단 이동인구로 인하여 입북이 용이한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1번국도 남문 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출입차량 검문에 소홀한 틈에 개성공단 출입허가 차량 2대를 뒤따라 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통제보호구역의 기점인 통일대교를 통과하여 DMZ 최후 방책선인 1사단 관할의 5통문을 통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려 하였으나 발각되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방탄플레이트 등 방탄장비 개발ㆍ제조업체 운영자로서 방탄복 연구개발사업의 수주가 실패하자 그 과정에서 정신병적 조증과 더불어 국방부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반갑습니다” 문건에 적은 바와 같이 자신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위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기술은 비록 군사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북한에 유출될 경우 북한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또한 보안서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④ 피고인은 정신질환적 발작상태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하기 위하여 폐쇄적인 북한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탈출 실패 후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 당시 탈출 동기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지위 및 당시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북한 지역으로의 탈출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고, 피고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상판결의 해설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취지(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를 반영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죄, 찬양·고무죄, 회합·통신죄 등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모든 잠입ㆍ탈출행위, 특히 북한으로의 밀입북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잠입ㆍ탈출행위만이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국방사업 수주에 실패하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방탄장비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려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월북
국가보안법위반
초소침범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4-24
소비자·제조물
[판례해설] 주전자의 제조상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책임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2. 선고 2015가합547075 판결)은, 피고 제조사는 이 사건 주전자에 대하여 화상방지를 위한 안심설계를 하였다고 광고하였음에도 뚜껑 개폐부에서 물이 새는 제조상 결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주전자가 넘어져 끓는 물이 흘러나와 생후 8개월의 원고 부부의 아기가 화상을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하여, 한국소비자원에서 직접 이 사건 주전자와 같은 모델을 조사한 결과 안심설계 버튼이 있어 사용 중 넘어져도 뜨거운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광고 내용과는 달리 해당 모델의 주전자를 기울이면 뚜껑 개폐 버튼부의 스프링과 고리 부분이 불량하여 그 틈새로 물이 새어나오게 되는 제조상 결함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이 사건 주전자에는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가목의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 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해당하는 제조상 결함이 있고, 따라서 피고 제조사는 이 사건 사고로 원고 측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제조물책임의 의의 및 입증의 정도 제조물책임이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그 상품의 제조자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을 말한다. 물품을 제조ㆍ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ㆍ품질ㆍ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ㆍ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며(대법원 1977. 1. 25. 선고 75다2092 판결, 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 등 참조), 한편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ㆍ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게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5934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 사안에의 적용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원고 측은 사고 후 피고 제조사의 고객센터를 통하여 이 사건 주전자의 안심버튼이 해제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물이 흘러나와 생후 8개월의 아기가 화상을 입었다는 내용의 항의를 하였고 한국소비자원에도 같은 내용의 제보를 하였던 점, ② 위와 같은 제보를 받은 한국소비자원은 직접 이 사건 주전자와 같은 모델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 안심설계 버튼이 있어 사용 중 넘어져도 뜨거운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광고 내용과는 달리 해당 모델의 주전자를 기울이면 뚜껑 개폐 버튼부의 스프링과 고리 부분이 불량하여 그 틈새로 물이 새어 나오게 되는 제조상 결함을 발견한 점, ③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피고 제조사에 대하여 자발적 시정조치를 요구하였고, 피고 제조사는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를 수용하여 이 사건 주전자의 제품 판매를 중지하고 당시 제조된 이 사건 주전자에 대한 환급을 실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주전자에는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가목의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 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해당하는 제조상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생후 8개월의 유아가 화상을 당하게 되어 피고 제조사는 이 사건 사고로 원고 측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앞서 언급한 제조물책임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법리 등을 고려할 때에 이와 같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제조물책임
제품결함
손해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7-08-02
행정사건
[판례해설] 단일 데이터와 데이터 집합(빅데이터)의 법적 평가
서울행정법원 2017. 7. 6. 선고 2016구합81826 판결 [사실관계] 김모씨는 2016. 9. 23. 피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하 ‘피고’라 함)이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함)’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6. 10. 20.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라 함) 제9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김모씨는 ‘화장품 원료 성분 표준명별 영문명, CAS No’에 관한 정보도 공개 청구하였으나 이 부분은 논의를 생략함) 김모씨는 2016. 10. 21. 위 비공개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고, 피고 정보공개심의회는 2016. 11. 7. 화장품 제조판매업자의 업무와 관련한 자료를 제외한 이 사건 정보(이하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라 함)에 대하여 공개 결정을 하였고, 피고는 위 의결에 따라 2016. 11. 9.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에 관하여 공개 처분을 하고 원고들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한편 사단법인 대한화장품협회 외 18개의 화장품 업체들(이하 ‘원고들’이라 함)은 2016. 11. 28. 피고를 상대로 정보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정리] 원고들은 절차적 위법 사유로서, 피고가 정보공개법 제11조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정보와 관련이 있는 제3자인 원고들에게 지체 없이 정보공개청구 사실을 통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음을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를 인용하였지만 여기서는 논의를 생략함) 또한 원고들은 실체적 위법 사유로서, 화장품법 제10조 제1항 제3호의 화장품 전 성분 표시 제도에 의하여 화장품 품목별로 이미 공개된 전 성분 정보라도 이 사건과 같이 대다수 품목에 관한 전 성분 정보가 함께 공개된 경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 ‘법인 등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의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주장하였다. [판례해설] 법원은 실체적 위법 사유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화장품 품목별로 이미 공개된 전 성분 정보(이하 편의상 ‘단일 데이터’라 함)라도 이 사건과 같이 대다수 품목의 전 성분 정보(이하 편의상 ‘데이터 집합’이라 함)가 함께 공개된 경우, a)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해당하고, b) 함께 공개될 경우 원고들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기에 비공개 대상 정보이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참고로, a)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 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 또는 ’사업 활동에 관한 일체의 비밀사항’을 의미하고, b) 정당한 이익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당해 법인 등의 성격, 당해 법인 등의 권리, 경쟁상 지위 등 보호받아야 할 이익의 내용ㆍ성질 및 당해 정보의 내용ㆍ성질 등에 비추어 당해 법인 등에 대한 권리보호의 필요성, 당해 법인 등과 행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두12303 판결 참조). 본건에서 법원은, 원고 회사들이 각 화장품에 사용하는 원료나 그 원료를 배합하는 경향, 특정 원료의 대체 관계 등은 원고 회사들이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자하여 얻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으로서 공익법인이나 정부의 감독을 받은 특수법인과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나 정도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전제하에, ⅰ)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는 18만여 품목의 방대한 양으로서 개인이 수집하여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ⅱ)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는 횡단면 정보(한 시점에서 여러 대상을 관찰한 데이터)와 종단면 정보(여러 대상을 시간에 따라 측정한 데이터)가 결합된 패널 데이터로서 활용이 가능한 점, ⅲ)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를 활용하여 손쉽게 특정 화장품의 원료 배합 경향이나 제조판매업자별, 브랜드별, 제품별, 원료별로 다양한 정보를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점, ⅳ) 시계열 분석을 통하여 특정 화장품의 원료 사용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는 이른바 ‘빅데이터’로 다양한 활용가능성이 있기에 이미 공개된 전 성분 정보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별개의 정보로 보았다. 데이터 집합은 단일 데이터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가지는 별개의 정보이기에 법적인 평가를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미 공개된 단일 데이터라도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과연 법적인 평가를 달리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는, 몇 가지 점을 더 고려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단일 데이터가 모여 데이터 집합 또는 빅데이터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되면 기업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로서의 사익적 가치뿐만 아니라, 화장품 전 성분 표시 제도의 목적 달성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동시에 상승하고, 각각의 측면에서 동시에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임에도 본건 판결은 이러한 고려가 없었다. 둘째, 공개 또는 공유된 빅데이터는 화장품 전 성분 표시 제도의 목적 달성 외에도 고부가가치 신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정부의 행정 혁신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의 또 다른 공익적 기능 때문에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2013. 10. 31.부터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데이터법’이라 함)’을 시행하여 공공데이터의 민간 공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공공데이터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이면 공공데이터로서도 공개할 수 없는 것이고, 공공데이터법은 정보 공개라는 입법 취지 면에서 정보공개법와 공통되지만 정보공개법보다는 최근에 제정된 법이다. 따라서 정보공개법상 정보 공개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 신법인 공공데이터법의 취지와 연관성 등을 같이 고려하여야 할 것임에도 본건 판결은 이러한 고려가 없었다. 셋째, 개인이나 민간기업이 단일 데이터를 수집하여 데이터 집합을 만드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선진국은 데이터 집합 또는 빅데이터 형성을 정부나 공공기관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본건 판결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 단일 데이터에 대하여 정부의 역할이 있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공개를 부정하였는바, 빅데이터 시대에 있어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빅데이터 시대는 데이터의 공개와 공유로 달성될 수 있는데 이 판결은 오히려 빅데이터가 되었다는 이유로 데이터의 공개와 공유를 부정하고 있다. 본건의 실체적 위법 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법 전체의 체계나 입법의 흐름,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 등도 같이 그리고 충분히 고려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화장품협회
화장품 원료 성분 데이터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2017-08-01
의료사고
[판례해설] 감기약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실명에 대한 제약사, 약사 및 병원의 책임
- 서울고등법원 2017. 4. 4. 선고 2013나2010343 판결 - 이 사건은 감기몸살 기운이 있던 환자(원고)가 약국에서 약사(피고)로부터 제약사(피고)가 제조·판매한 일반 종합감기약(스파맥정, 주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등)을 권유받아 며칠 간 먹은 후에도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고 발열, 얼굴 주위 붓는 증상, 몸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 등의 증상이 발생하자, 병원1(피고)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의료진은 원고의 증세를 감기로 보고 주사제 및 경구제(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타세놀이알서방정 포함)를 처방하고 귀가하게 하였는데, 이후에도 증상이 악화되어 환자는 병원2(참가인) 및 병원3(소외)에 내원하였던바, 소외 병원에서는 원고에 대하여 스티븐 존슨 증후군(SJS) 보다 증상이 심한 경우인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TEN)으로 진단하고 입원치료를 하였으나 결국 각막 손상으로 인하여 실명에 이른 사건으로서, 원고는 피고 제약사, 피고 약사, 피고 병원 등을 상대로 실명 등 장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이다. 그리고 원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2011가합109314)은 ① 피고 제약사와 관련하여, 이 사건 상해가 스파맥의 성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위 약물의 부작용 기재 및 약물부작용의 관리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② 피고 약사와 관련하여, 일반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해태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피고 병원과 관련하여, 의료진이 문진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스티븐 존슨 증후군임을 초기에 알지 못하고 약물을 처방한 점에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에 비하여 서울고등법원(2013나2010343)은 ① 피고 제약사는 제품안내서에 스티븐 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을 적절하게 기재하고 있는바 제조물책임법상의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되지 아니하는바 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② 피고 약사 또한 일반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해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바 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반면 ③ 피고 병원과 관련해서는, 원고에게 응급실 내원 당시 체온 38.1℃, 얼굴 주위 붓는 경향, 무릎 안쪽 가려움증 및 발진 등 약물에 의한 알러지 질환 등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고, 의료진은 환자가 내원 전 감기약을 복용하였다는 사실을 들었던바 적어도 위 복용약에 대하여 자세히 문진을 하였어야 하는 점, 비록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진단하기는 어려웠다 하더라도 위 증상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 증상에 포함될 수 있는바 약물투여를 중지하고 경과관찰을 하거나 적어도 아세트아미노펜 주성분의 약제(타세놀이알서방정)를 처방하는 조치는 피할 수 있었다는 점, 약물투여 중단 등 적절한 조기 처치를 하였더라면 양안 실명이라는 증한 장해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다만 스티븐 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은 치료를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점, 원고 본인의 면역 기전이나 체질적 소인이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 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문진 및 처방상의 주의의무가 주요한 쟁점이었다. 진단상의 주의의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 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7684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해 스티븐 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수 건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의료진에게 원고의 내원시의 증상만으로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진단하기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아니하다고 하겠다(즉 완전무결한 임상진단). 그러나 위의 증상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등 약물 부작용 증상에 포함될 수 있는바, 의료진에게 약물 부작용을 고려한 문진 및 이를 통하여 약물투여를 중지하고 경과관찰을 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기대할 수는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즉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 영상, 검체 등 검사에 의한 진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의료의 현실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진 등 전통적인 진단방법의 중요성은 유효함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으로 생각된다.
병원
약국
의사
약사
제약사
실명
부작용
감기약
종합감기약
아세트아미노펜
스티븐 존슨 증후군
독성 표피 괴사융해증
문진의무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
2017-04-28
노동·근로
행정사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판례해설 - 파견근로자 차별과 사용사업주의 책임
1. 사실관계 A사(社)는 휴대폰부품 제조업을 하는 법인이다. A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A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직 근로자도 있지만,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다수의 인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A사에서 일하게 된 파견근로자도 있었다. A사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함)에 따른 근로자파견역무를 제공받을 수 없는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2011. 10.부터 2015. 3.까지 위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A사와 해당 인력업체들은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의 형사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에 따라 ① 매년 3, 6, 9, 12월 말일에 기본급의 100%씩 합계 400%에 달하는 상여금 및 ② 매월 만근시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들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매년 합계 200%의 상여금만을 받을 수 있을 뿐 연차유급휴가수당은 받지 못하였다.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 상여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연차유급휴가는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 제21조가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면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에 해당하는 7군데 업체를 상대로 2014. 12.경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신청, 손해배상, 제도개선 시정명령을 신청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가 이 사건 파견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적게 지급하고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임을 인정하고, 당해 차별 처우가 명백한 고의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는 연대하여 손해액의 2배(파견법 제21조 제3항)에 달하는 금전배상금 합계 44,915,900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였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그러자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 중 B, C 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파견근로자 8명은 피고 측 보조참가자로 행정소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 5명에게 대하여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보다 감소된 금전배상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이 다룬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사업주 A는 파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므로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는 피신청인 적격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1차적으로 파견사업주 B, C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 A사는 차별에 대한 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논거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이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 파견법 제20조 제2항은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파견사업주에게 위 제21조 제1항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어느 한쪽 사업주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다른 한쪽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두 사업주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정책적으로도 근로자 구제에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둘째, 파견근로자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차별적 처우를 시정요구할 수 있는 신청기간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내”인데(파견법 제21조 제3항),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동일한 사용사업주 A사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차별적 처우를 받아 왔고, 다만 그 기간 중 소속 파견사업주만이 변경되었다면 위 제척기간은 사용사업주 A사와의 근로관게가 종료된 날로부터 기산된다고 하여 당해 시정신청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셋째, 파견근로자들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할 경우 사용사업주 A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더하여 파견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배상명령까지 받게 되는 바 이는 역차별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아 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하면 족할 뿐 파견법이 규정한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넷째, 정규직 근로자들과 파견근로자들이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된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어 동종·유사한 업무를 해왔다고 인정하였다. 다섯째, 파견근로자들은 파견 후 6개월 동안은 신규입사 정규직 사원보다 상여금을 많이 받으므로 불합리한 처우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 대상판결은‘비교대상근로자들이 신입 정규직 근로자라면 받았을 상여금’과 파견근로자들이 실제 받은 상여금을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게는 차별적 처우가 없거나 설령 그들이 정규직 근로자였더라도 상여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파견사업주 B, C에게는 연대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을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하여 상여금 등에서 차별한 것은 업무내용이 현격히 달라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므로 중앙노동위원회가 배액의 배상금 이행명령을 내린 것이 부적법한 것인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와 파견사업주 B, C 모두 상여금 지급에 2배나 차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같은 내용의 근로자파견계약을 반복 체결하였으므로 명백한 고의로 반복된 차별적 처우라면서 손해액 2배를 배상하라고 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되,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에게는 줄어든 손해액(연차유급휴가수당 제외, 비교대상근로자를 신입 사원으로 가정하여 상여금 차액을 감소함)의 2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인정하였다. 참고적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대상판결에 항소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대상판결에는 여러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될 쟁점은 파견법상 차별시정명령의 이행의무 대상자에 파견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파견사업주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는 사용사업주도 포함되는지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해왔다. ① 하나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각자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각자 책임을 진다는 견해이고, ② 다른 하나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사용사업주의 개입 없이는 파견사업주의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파견법 업무매뉴얼(2011. 12.)’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재심판정은 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6. 30. 본건 사건에 이르러“이 사건 파견사업주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의무가 연대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파견근로자 차별시정제도의 입법취지 및 파견법의 규정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라면서 후자의 견해를 취하게 된 것이다. 대상판결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있다면서 밝힌 논거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위 재심판정에서 밝힌 논거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제5항 가. 참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차별적 처우의 금지 주체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1조 제3항은 차별시정명령의 이행 대상을 파견사업주 또는 사용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4조 제1항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책임영역을 구분해놓고 있다. 조문의 구조가 이러하다보니, 실무상 위 두 견해 중 어느 것도 충분히 선택될 여지가 있었고, 그 선택에 정책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도 높았다고 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향후 동종·유사한 후속 사건에서 이 사건에서 취한 견해를 유지할 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그리고 사법부인 항소심에서 대상판결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하겠다. 둘째, 대상판결은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파견법 제2조 제7호는 처별적 처우가 금지되어야 할 사항에 ①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 ②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③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④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기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서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위 차별금지영역에서 제외시켰는데, 본건 사건에 이르러 중앙노동위원회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이 이 중 ④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심판정에 의하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파견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파견법에 의해서도 보호받게 되니 근로기준법에 의해서만 보호받는 정규직 근로자가 역차별 당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따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은 서로의 입법취지와 입법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민·형사상 법적 처분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의 결과가 제거된다고 해서 반드시 차별법의 입법취지가 달성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연차유급휴가수당의 미지급 또한 차별금지대상의 일종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가 올바로 선정됐다고 인정하면서도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별도의 계산식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받았음을 밝히고, “정규직 근로자 중 가장 높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는 경우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로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2008년 차별시정 재심판정 사건(중앙 2008차별7 차별시정 재심신청사건, 모 대학교 시간강사가 차별시정을 요구한 사건이다)의 논거를 차용하여, “참가인들이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비교대상근로자들이 각 참가인들의 차별시정 대상기간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임을 전제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새로이 밝혔다. 그 결과,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나머지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배상금 액수가 줄어드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참고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시정신청사건에서도 “비교대상근로자가 복수일 때 법원이 차별적 처우를 당한 근로자 스스로 선정하지 않은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알아서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한 점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이 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역차별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직권으로 상여금 차액을 줄였고 그 결과 일부 파견근로자들은 차별을 당하지 않았다는 판단까지 받게 만들었으니, 이와 같은 법리가 과연 차별적 처우를 근절하고자 하는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놓고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소속 파견사업주를 바꾸는 방식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 파견근로자가 특정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그 파견사업주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다른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에는 당해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어 해당 기간 동안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다. 예컨대, 사용사업주 A와 파견사업주 B1, B2, B3가 있고, 파견근로자 C는 B1?B2-B3의 순서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후 A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며 C는 위 세 구간 전부에서 계속적인 차별을 당했다고 가정한다.
파견근로자
노동
차별
2016-12-14
노동·근로
민사일반
김은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판례해설 - "위약벌의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0. 12. 선고 2016가합283 판결 - 1. 사건의 개요 - 원고는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법인인데, 피고는 2010. 7. 원고에 입사하여 원고의 중국 내 자회사에서 영업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15. 1. 자진퇴사 하였음. - 피고는 2015. 3.부터 화장품 제조 판매업을 하는 A법인의 중국 청도 지사 영업부문 상무로 재직하면서 원고의 기존 판매대리상들과 거래를 하고 있음. -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4. 1. 1. 체결된 경영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은 경업금지(제5조), 유인금지(제6조), 비밀유지(제7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손해배상에 관한 조항은 아래와 같음. 제13조(손해배상) 1. 피고는 본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기타 관련 법률에 의한 어떠한 처벌 및 불이익을 감수하며, 본 계약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원고가 입은 일체의 민, 형사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2. 피고가 제5조 내지 제7조를 위반하는 경우 피고는 위 제1항과 별도로 피고가 지급받는(지급받았던) 연봉의 2배를 원고에게 위약벌로 배상한다. 2. 쌍방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하, '이 사건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을 하였는데, 피고는 원고 퇴사 이후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회사에 취업하여 원고 재직 당시와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위약벌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①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은 피고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② 설령,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위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피고에게 약정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위약벌 규정은 일부 무효에 해당하여 감액되어야 한다. 3.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피고가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을 위반하였으므로 위약벌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해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 만으로는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 등으로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위약벌 규정이 과도하게 무거우므로 일부 무효에 해당하여 감액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위약벌 규정 외에도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무의 강제로 인하여 얻어지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겁다고 판단되므로, 위 위약벌 조항은 피고가 지급받은 연봉의 1.5배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유효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가 위약벌로 청구하는 금액 중 3/5 정도를 인용하였다. 4. 이 판결의 의의 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구별 위약벌은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때 채권자가 손해배상과 별도로 몰수하기로 한 위약금"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는 위약벌과 동시에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위약벌의 주된 기능은 채무자를 압박하여 그가 계약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도록 강제하는 데 있다. 한편,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을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미리 계약으로 정하여 두는 것'으로 정의된다.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은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한 요건 및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판단하는 방법>에 관하여,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ㆍ증명되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주요 구별 기준 내지 실질적인 차이는 "위약금 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여부"라 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 제13조 제1항은 손해배상에 관하여 정하고 있고, 제2항은 이와 별도로 "위약벌" 배상에 대하여 정하고 있어, 제13조 제2항의 금원이 위약벌로 해석되는데 이견이 없고, 이 사건 제1심에서도 이 부분은 다투어지지 않았다. 나. 과도한 위약벌에 대한 통제수단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민법 제398조 제4항),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그렇다면 위약벌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위와 같이 위약벌의 일부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으나, 의무의 강제로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다만 위약벌 약정과 같은 사적 자치의 영역을 일반조항인 공서양속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할 때에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위약벌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고 있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따르고 있지만 처음으로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내용에도 들어 있듯이 민법 제103조는 일반 규정이므로 일반 조항으로의 도피가 쉽게 일어나지 않도록 그 적용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법 제103조를 위약벌의 통제수단으로 적용함에 있어, 민법 제103조는 법률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공서양속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계약을 위반한 전체기간이나 일부 이행여부와 같은 계약 이후의 사정을 반영하여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위약벌을 일부 무효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학계에서는 위약벌에 대해서도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직권감액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도 있으나, 법원은 위약벌에 대하여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의 민법 개정시안 제398조는 손해배상액 예정에 대해서만 규정하던 민법 제398조의 적용범위를 위약벌을 포함한 위약금 전반으로 넓히면서 제3항에서 부당히 과다한 위약금은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과도한 위약벌에 대하여 민법 제103조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이래, 이 사건 제1심과 같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을 일부 무효라고 판단하는 하급심 판결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과도한 위약벌이 문제되는 개별 사안에서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라는 공서양속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위약벌
경업금지약정
공서양속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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