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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제주올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가
‘제주올레’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고, 등록상표인 ‘올래’를 침해한 것이라는1심 판결 및 특허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이하 통칭하여 ‘대상판결’). 원고는 ‘OLLE 올래’(지정상품 제33류 소주 등 주류), ‘한라산물 순한소주! 한라산 올래 olle SINCE 1950(그림 포함)’(지정상품 제33류 소주, 쌀로 빚은 술), ‘한라산 올래 한라산물 순한소주! Olle(그림 포함)’(지정상품 제33류 소주, 쌀로 빚은 술)의 상표권자로서, 피고의 ‘제주올레 곱들락’, ‘제주올레 산도롱’, ‘제주올레소주’라는 표장(이하 ‘제주올레 표장’)에 대한 상표권침해금지를 청구하였다(기타 표장에 대한 원·피고의 주장 및 법원 판단에 관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고는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는 문자부분인 “올레”이고, “올레”는 ‘올래’로 호칭될 것이므로, ‘올래’로 호칭되는 원고 등록상표의 표장과 대비하여 표장이 유사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각 ‘제주올레 표장’에서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올레길이라는 도보여행 코스 또는 관광지를 일컫는 명칭으로서 새로운 관념이 형성되었거나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므로 “올레”만을 상표의 요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동일한 취지로 ‘제주올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로 된 상표에 해당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다. 상표권의 침해는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성립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유사상표의 사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상표가 해당 상품에 관한 거래실정을 바탕으로 상표의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여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가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ㆍ혼동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16522판결 등). 다만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 거래상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는 유사상표의 사용행위로 보지 않는다.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에서의 관찰방법은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라고 하더라도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 관찰을 원칙으로 하되 상표구성 중 인상적인 부분, 즉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인 “요부”가 존재할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요부를 대비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여부는 그 부분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등의 요소를 따져 보되,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이나 그와의 결합상태와 정도, 지정상품과의 관계, 거래실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다만 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그 부분만으로는 요부가 될 수 없고, 그 부분이 다른 문자 등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후1175 판결 등 참조). ‘상품’의 유사여부는 상품의 속성인 품질, 형상, 용도와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의 실정 등을 고려하여 일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2386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모두 원고의 상표권과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을 요부인 ‘올레’를 기준으로 대비하면 호칭이 매우 유사하고, 수요자로 하여금 그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어 양 표장들은 서로 유사하여(각 지정상품 또는 사용제품이 소주로서 동일하다), 피고가 소주에 각 ‘제주올레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은 도형, 색채, 문자부분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이다. 도형은 붉은색의 작은 소주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소주’라는 작은 글자를 품고 있는데 소주와 관련해서 식별력이 없다. 도형 옆의 ‘제주올레’라는 문자 중 ‘제주’는 평이한 글자체로 되어 있는 반면, ‘올레’는 상당히 크고 모양 자체가 도안화되어 소비자들의 눈에 뛴다. ‘제주’는 그 자체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임에 반해 ‘올레’는 그 자체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기 어렵고 두 글자가 단순히 조합된 것에 불과한데 ‘올레’가 소주와 관련해서 식별력이 적거나 미약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올레’가 들어간 표장이 원고의 ‘OLLE 올래’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2014당2008호)을 청구하여 이것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2심 법원의 감정결과인 소비자조사결과(이하 ‘소비자조사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31.8%가 피고 제품을 ‘올레’소주로 칭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올레’는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로 평가될 수 있고, 앞서의 대상판결의 판단은 기존 판례들의 상표권 침해판단의 기준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에서 ‘제주올레’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또는 그 약어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이것은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시 ‘올레’를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로 볼 것인지 여부 및 상표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구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3호(현행 상표법 제90조 제1항 4호)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상표권의 효력이 각 ‘제주올레 표장’에까지 미치는지에 공통되는 것이다. 1심 판결은 이에 대해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았으나, 2심 판결은 상표의 유사여부 및 상표권의 효력제한에 관한 판단에서 ‘제주올레’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특정상품과 관련하여 수요자들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표장으로, 단순히 지리적, 지역적 명칭을 말하는 것 일뿐 특정상품과 지리적 명칭을 연관하여 그 지방의 특산물의 산지표시로서의 지리적 명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후1682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후958 판결 등 참조). 소비자조사결과 ‘제주올레’를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된 도보여행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 중 49.2% 정도이고, 나머지 응답자들은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여행하는 도보여행 방법 또는 도보여행 상품’으로 인식하거나 ‘제주도에 있는 작은 골목길’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제주올레’를 도보여행 방법이나 제주도에 있는 골목길 정도로 인식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올레와 결합된 명칭이 증가하고 있기에, 대상판결이 ‘제주올레’가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하는 단순한 지리적, 지역적 명칭으로 수요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이해된다. 다만 원고의 상표권이 ‘올래’만으로 구성되거나 ‘올래’를 포함한 문장이라는 점, 피고는 ‘올레’가 아닌 ‘제주올레’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주장하는데 상당수 응답자가 ‘제주올레’를 제주지방에 있는 도보여행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급심에서 판단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상표권
소주
제주도
제주소주
한라산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11-15
행정사건
박성철 변호사
판례해설 - 조례의 효력과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 1. 기초사실 원고는 먹는 샘물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체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는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공사 설치 조례에 따라 제주도가 100%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원고는 2007. 12. 15. 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공사는 제품의 제조행위 일체를 담당하고, 원고는 판매행위를 전담하기로 하는 협약이다. 협약기간은 체결일로부터 3년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협약에 따른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했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구매계획물량을 미리 정해 놓았고, 그 이후 구매물량은 매년 10월말까지 상호 협의하여 정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는 2011. 11. 28. 도의회 의결을 거쳐, 2011. 12. 7. 제주특별자치도조례 제809호 개정 조례(이하 '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개정 조례는, 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사업운영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ㆍ유통에 대하여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은 '일반입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했다(제20조 제3항). 그러면서 "이 조례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2조). 개발공사는, 경과규정 적용이 만료되는 2012. 3. 15.자로 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개정 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개정 조례 시행 이전에 이미 체결된 협약에 따른 기간 '연장'은 협약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입찰을 거치지 않고 원고와 협약을 연장하더라도 개정 조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에 대하여는,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의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부칙을 제정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런 연유에서, 실현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만일 개정 조례를 이 사건 협약에도 적용할 경우 협약상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면 매년 협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원고의 재산상 이익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않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법리(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를 들면서, 개정 조례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 등에서 달리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발견할 수도 없어서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위법이 중대하고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자동연장되기 위한 조건으로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고와 개발공사가 2012년 구매계획물량이 협의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까지 이 사건 협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이, 2012. 12. 17.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이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중재판정을 내린 점을 거론했다. 이런 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의한 먹는 샘물 판매업자 지위를 상실하였다면, 그 원인이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원고가 개정 조례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먹는 샘물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가 소의 대상으로 삼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이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 내용, 형식, 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제1심과 원심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개정 조례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2011. 12. 7. 시행되는 개정 조례 이전의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 부칙에 대해서는,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 원고의 종전 사업자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원고의 판매사업자 지위가 소멸하게 된 원인은 개정 조례가 아니라 개발공사의 협약 해지라는 뜻이다. 부칙의 구체적인 문언을 보면, 2012. 3. 14.까지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2. 3. 14.자 이후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형식적인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개정 조례의 처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반입찰로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유예의 대상으로 삼은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는 바로 원고다. 원고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항이다. 부칙의 반대해석상 2012. 3. 15. 이후에는 원고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에 저촉되는 듯한 외관이 형성되었다. 실제 개발공사는 개정 조례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정한 2012. 3. 14.의 다음 날인 2012. 3. 15.자로 이 사건 협약 해지통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 조례 부칙은 원고를 대상으로 하여 2012. 3. 14.까지만 종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사업자 지위를 상실시켜 원고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처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조례의 무효여부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인지 특히 문제된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더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와 같은 조례에 대한 위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포괄위임으로 족하다고 한다.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로 구성된 지역의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볼 때 조례제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결정 등). 조례에 대한 위임은 포괄위임으로 충분하다고 하여 법률의 위임이 불요하다는 의미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조례가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는 조례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포괄위임으로 족한 경우에는 법률의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관련 관련 법령을 종합해 위임의 근거가 발견된다고 하여 근거가 비교적 쉽게 인정된다. 반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에 대해서는 보다 까다롭게 법률의 위임여부가 판단된다. 권리제한 혹은 의무부과로 판명되는 조례라면,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여지가 많다. 결국 조례의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가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고 개정 조례 부칙을 제정한 이유를 추측해보면,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원고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하는 시혜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정 조례가 시행됨으로써 수의계약으로 얻은 종래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예외적으로 그 지위를 더 연장하는 유예조치를 취하였다는 인식일 수 있다. 이처럼 경과조치를 수익처분으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수범자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의회 인식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특정 규율에 의해 발생한 법률관계는 어디까지나 그 규율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 즉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령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임에도 쉽게 간과된다. 물론 모든 수범자의 기대 내지 신뢰가 권리로서 보호되지는 않지만, 규율의 변경은 종전 신뢰에 터잡은 이익과 권리를 제한한다는 속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례와 같은 자치입법을 제정 변경할 때 원고와 같은 기득권자가 이미 누리고 있는 신뢰이익이 쉽게 무시되곤 한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 효력을 부인당하지 않으려면, 원고와 같은 종전 판매사업자가 종래 누리고 있는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와 같이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종전 법적 지위를 곧바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 지위를 유지하거나 잃게 되는 요건을 심사하여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과도기적 단계를 마련하는 방법이 더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 쟁점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 인정 여부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결정적인 원인은 원심 선고 이후에 있었던 중재판정이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이 사건 협약상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2012. 12. 17.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대한 중재판정을 받았다.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은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판정이 났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2012. 10. 31. 원심 변론이 종결되고 같은 해 12. 12.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2. 12. 17. 내려진 중재판정으로 새로운 사실관계가 창출된 것은 아니다. 2012년 10월 말까지 구매물량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협약은 이미 더 이상 연장되기 어렵게 되었다. 중재판정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규율하는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상실한 이상, 위 부칙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사라진 것이다.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여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 등). 이 사건에서 기존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잃은 원고에게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를 확인받음으로써 되찾을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지 않았다. 원고가 소를 제기해 다투면서부터 구매계획물량에 대한 합의가 쉽게 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견되었을 것이다. 원고로서는 개정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동시에 협약이 자동 연장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취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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