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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서울고등법원 2019. 6. 27. 선고 2018노2035 판결 -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물의 증거능력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사업체 직원 甲, 乙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외장하드 및 乙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하였다. 한편, 기무사는 별도로 A회사 직원 丙이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Y사업 관련 군사기밀뿐 아니라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를 다수 압수하였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甲의 외장하드에 丙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사본부에 요청하여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 후 丙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제3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하였고, 이를 기초로 甲, 乙이 丙과 공모하여 Y사업 관련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였다. 기무사는 丙에 대해 발부된 제3영장으로 丙과 무관한 甲, 乙에 대한 자료들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함을 인지하여 제3영장 압수물 중 丙과 관련된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압수물을 甲, 乙에게 환부한 후 곧바로 미리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제4영장)에 의해 다시 압수하였고, 甲, 乙, 丙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4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1영장 집행의 경우 甲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사관이 키워드 검색 등 유관정보를 선별하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 자체를 압수하여 반출한 점은 위법하고, 업무 서류철의 경우 각 서류의 표지만으로도 작성자가 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업무철로 된 서류 전체를 압수하였으며, 압수 이후에도 압수된 서류와 뇌물수수 혐의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조사하지 아니한 채 계속 보관한 점은 위법하고, 제2영장 집행의 경우 Y사업 관련 문건 외 다른 문건 다수를 압수한 것은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고, 제3영장 집행의 경우 제1영장에 의해 위법하게 압수된 압수물의 추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며, 기무사 수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찾아가 압수물을 열람한 행위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최초 피압수자인 甲, 乙의 동의 및 참여 없이 이를 열람하는 것은 위법한 수색이고, 제4영장 집행의 경우 제1, 3영장에 의한 위법한 압수물을 재압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물에 대하여 추가적인 제4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놓은 다음, 압수물을 환부한 후 곧바로 재압수하는 것은 절차를 지킨 것처럼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해당정보들이 위법하게 수집·탐지·누설된 것인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甲, 乙, 丙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또한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수색할 수 있다(대법원 2016도1348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압수·수색함에 있어, 수사상 편의로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 후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향후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관행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증거수집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증거능력
방위사업
압수
위법수집증거
군사기밀보호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9-25
형사일반
[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형사일반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 대법원 2018도7658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1심법원은 ①17세 소년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18세 소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17세 소년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18세 소년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17세 소년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18세 소년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18세 소년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17세 소년과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17세 소년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1심판결과 달리 17세 소년의 진술을 신빙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공모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모(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하고 18세 소년에게 살인방조죄만을 인정하였다. 원심법원은 ①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 즉 18세 소년의 공모·지시 여부가 17세 소년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②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17세 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17세 소년은 자신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년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18세 소년을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으며,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17세 소년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17세 소년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④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17세 소년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18세 소년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⑤ 18세 소년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17세 소년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17세 소년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18세 소년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17세 소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17세 소년이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각 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Ⅳ. 대법원 판단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Ⅴ.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함의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시는 공모공동정범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 법리를 정확하게 설시한 판결로 매우 의미가 있다. 원심판례는 ①‘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여 설시하였고, ②‘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 증명에 방법에 대하여 설시하고 난 뒤 ③ 합리적 의심을 넘은 증명이 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원심은 공모공동성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여기서 요구되는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실행행위에 직접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있음이 요구 되며,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 즉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공동가공의 사실은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야 인정되어야 한다. ‘공모’ 혹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1) [각주1]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2) 판시하고 있다. [각주2]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본 저자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있고 난 뒤 2017년 10월 24일 판례 해석을 통하여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는 구별되며,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사이의 ‘공동가공의 의사’ 성립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심과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 성립에서 혼동하기 쉬운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고 공동가공의 의사(혹은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하여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3) [각주3] 원심에서는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모’를 부정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경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공동정범의 법리를 설명한 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과연 대법원이 ‘공모’를 부정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공동가공의 의사 혹은 공모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굳이 별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명 ‘주교사 살인사건’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우리 판례가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고 방조범을 인정한 것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담한 여고생에게 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본 사건과 같이 방조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4) [각주4]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본 판례에서도 보듯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방조범 성립요건으로 ‘정범의 의사’는 다르기 때문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다고 평가하는 어렵다. 종래 공모공동정범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다수의 판례는 “ ~ 라는 이유에서 공모가 부정된다.” 라고 판시하면서 그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그리고 ‘공동가공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모’가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 사건을 개기로 본 사건에서 공모공동정범이 부정되는 이유를 설시할 때 통합적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가 부정된다.”라고 판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는 인정되나, ~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부정된다.” 는 식으로 판시해 줄 것을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살해
시신훼손
인천초등학생
살인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10-01
선거·정치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서울서부지방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모두사실 피고인은 2010. 7. 1.부터 2018. 3. 6.까지 충청남도 도지사로 근무하였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하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여, 33세)는 2017. 2.경부터 2017. 4. 17.경까지 피고인의 대선 경선캠프 홍보기획팀에서 홍보물 등 제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7. 3. 충남도청의 지방별정직 6급 상당에 임용되어 그때부터 2017. 12. 20.경까지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행사, 국·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조율·관리하고 수행하는 공적인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연락, 장소 예약, 담배·맥주와 같은 기호품 구입이나 전달과 같은 사적인 용무 관련 지시를 평일·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시로 수행하였고, 2017. 12. 20.경부터 2018. 3. 6.까지 정무비서로서 도지사실로 오는 각종 외부 요청 관리 및 정책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면서 도지사 행사에 나가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의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도청에서 정무적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대거 이동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비서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적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아니하여 자치단체장이 임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과오가 없어도 면직이 가능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피해자의 향후 진로에 피고인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피고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인계를 받은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도지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가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나. 구체적 공소사실 ① 2017. 7. 29.경 강제추행 2017. 7. 29. 저녁 러시아에서 충남도청 직원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던 중 피해자의 옆에 앉은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에 피고인의 엉덩이와 다리를 갖다 대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② 2017. 7. 30.경 피감독자간음 2017. 7. 30. 새벽 러시아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맥주를 가지고 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가 이에 놀라 수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를 잡고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③ 2017. 8. 10.경 강제추행 2017. 8. 10.경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④ 2017. 8. 12.경 강제추행 2017. 8. 12. 밤 호프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2층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던 피해자와 마주치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으며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고,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⑤ 2017. 8. 13.경 피감독자간음 2017. 8. 13. 새벽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부름을 받고 온 피해자에게 “나를 안게.”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안도록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꽉 끌어안은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고인의 행동을 피하여 움직이려는 피해자의 어깨를 꽉 누르고 1회 간음하였다. ⑥ 2017. 8. 16.경 강제추행 2017. 8. 16. 저녁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찬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앞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하고 그 앞방으로 간 다음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⑦ 2017. 8. 중순 내지 말경 강제추행 2017. 8. 중순 또는 말경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껴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⑧ 2017. 9. 3.경 피감독자간음 2017. 9. 3. 새벽 스위스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침대로 오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수 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⑨ 2017. 11. 26.경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2017. 11. 26.경 관용차(카니발)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무릎에 담요를 덮으면서 손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위로 음부 부위를 문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하자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도 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지퍼를 열려고 하였다. 지퍼를 열려고 시도하던 중에 벨트에 연결된 버클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게 되었는바, 피고인을 만류하기는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경우 관용차 운전자가 그 소리를 듣고 추행 상황을 알아차릴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스스로 지퍼를 내리자,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만졌다. ⑩ 2018. 2. 25.경 피감독자간음 2018. 2. 24.경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있던 중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어디니. 뭐하니. 마포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전에 있던 피해자가 가족들과 식사 중이어서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피해자에게 ‘1시간 안에 와라. 늦더라도 오라.’며 수회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에게 위 오피스텔로 오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계속적인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다음날 새벽 위 오피스텔에 찾아온 피해자에게 ‘요즘 미투에 대하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투(Me Too)를 보며 그때 내가 너한테 했던 것들이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그때 너 괜찮았니? 괜찮니? 괜찮은 것 같니?’라고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문제 삼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미투를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를 안으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지 않은 채 주저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하여 성관계 자체와 신체접촉(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피고인에게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위력과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인지하였을 뿐 위력에 의해 피해자가 의사를 제압당한 상태(또는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상태)라는 인식과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을 한다는 의사도 전혀 없었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신체접촉이 없었고, 설령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애정에 기한 성관계 전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으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있어서의 위력이 피고인에게 존재하였다. 2) 피고인이 부당한 대우,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피고인이 평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비롯한 도청 소속 공무원을 하대하는 등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직책)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치적·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유일의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 존재한다. 4) 피고인이 상시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만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개별 구성요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함에 있어 ‘나를 안게.’라는 취지의 표현과 피해자를 껴안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일응 위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나아가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범죄사실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설령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통상적으로 볼 때는 거부나 저항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으며,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6) 구체적 판단 가) 피고인 측 경선캠프 분위기가 피해자의 예상보다 경직되고 상명하복식 구조를 띠었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수인할 수 없거나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곧바로 피고인의 위력으로 연계시킬만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선캠프 분위기가 그대로 도청 비서실 등 정무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②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외로우니 위로해 달라. 나를 안으라.’고 반복하여 말하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아닌데요. 아니예요.’ 등을 중얼거리는 방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들어 피고인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내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하였을지도 의문이다.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첫 간음을 당한 날 아침에 피고인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다른 직원 등을 동원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당일 저녁 도청 직원들이 발레공연을 보러간 사이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동행하여 담소를 나누었으며,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예약하여 찾아갔고, 피해자와 가까운 제3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 다) ⑤ 공소사실 관련 : 이미 러시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불과 몇 시간 전 호프집 화장실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심야시간에 단둘만이 객실을 달리하여 투숙한 호텔에서 “씻고 오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별다른 저항이나 질문조차 없이 샤워를 한 후 피고인이 사용하는 객실에 들어간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라) ⑧ 공소사실 관련 : 호텔은 2동의 건물로 되어 있고, 각 동은 1층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원래 동을 달리하여 투숙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자의 교체 요청에 따라 피고인(421호실)과 피해자(513호실)가 같은 동에 속한 객실에 층을 달리하여 투숙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자니 ? 아니욤 ? 올래? - 주무시다깨심요? - ㅇ, ..., 담배, ...”라는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성관계가 있은 몇 시간 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S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마) ⑨ 공소사실 관련 :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허벅지와 음부 부위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자 이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더욱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심한 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벨트를 푸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벨트 구조상 벨트가 묶여 있어야 딸그락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구조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⑩ 공소사실 관련 : ⓐ 사건 전날부터 범행 직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삭제되었는데, 2018. 2. 25. 이후 피고인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상황이었음에도 마지막 범죄의 피해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K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K가 피해자에게 ‘캡쳐해서 보내봐.’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막상 당일 피해와 관련한 중요한 대화 내용이 확보되지 않았고 오히려 K로부터 받은 위 문자메시지 자체를 삭제하였는바, 피해자가 유력한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에 있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 유리한 자료로 삭제, 편집 및 선별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간음의 ‘타깃’이 될 것으로 인식과 예상을 하면서도 심야에 긴급히 KTX를 갈아타며 대전에서 서울로 가서 카카오블랙 택시를 불러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도 뛰어서 로비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행동은 오피스텔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되는 점, ⓓ K는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고소에 이르는 데에 핵심적으로 관여를 하였고, 2017. 1.경부터 2018. 2. 25.경까지 피해자와 K는 매우 빈번하게 통화를 하였는데, K가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삭제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및 K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① 공소사실 관련 : 당시 요트 뒤쪽 자리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요트 뒤쪽의 자리로 오자 피해자와 그 옆 사람이 좌우로 공간을 넓혀 주어 피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옆자리로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S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거나 일관되지 않은 점(어깨동무를 하였다 →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S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③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가 피고인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고 하다가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나중에 우연히 오른뺨을 도려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오른뺨에 뽀뽀를 당한 것이어서 진술을 정정하였다는 경위 설명에 다소 의문이 드는 점, 고소장에는 이 부분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인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있는 기차 객실에서 수행비서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④ 공소사실 관련 : 추행 직전, 직후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호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 4) ⑥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2018. 2.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가 2018. 3. 6.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고소장에는 대략적인 일자와 장소만 특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다수의 강제추행 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점점 기억이 났다는 피해자 진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담배 심부름을 시킨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 추행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⑦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가슴 쪽에 터치가 있었고 손으로 스치듯이 만지며 껴안았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가슴 같은 데를 만지고 엉덩이인가 허리를 만졌다. 추행들이 너무 잦아서 특정한 장소가 아니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고, 추행의 구제척인 방법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모호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분석과 의의 가. 대상판결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운전비서의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태도 및 피해자의 이 사건 증언시의 태도 등에 근거하여, 피해자를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검사는, 피해자가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말투를 어눌하게 흐리거나 여리고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상정하여, 피고인의 위력에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성폭력 피해자성의 표지 혹은 피해자 개인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은, 피해자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성실함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에게 보인 수많은 모순적, 비합리적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일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적법한 증거판단으로 보인다. 다. 특히, 대상판결은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자료로 삼았다. 상화원 사건은 상화원 211호의 2층을 피고인 부부가, 1층을 피해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2017. 8. 19. 새벽 무렵에 발생된 사건으로, 피고인 부부의 진술에 의할 때, 새벽 4시경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 객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아래쪽에 서서 피고인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발각되자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까봐 211호의 2층으로 올라가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피고인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당일 피고인의 처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한 점, 피고인의 처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이전에 이미 비서실장에게 상화원에서의 일을 이야기를 하며 수행비서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JTBC 인터뷰를 한 직후 다른 사람(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피고인의 처는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에게 전화하여 새벽 4시에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자는 방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부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라. 한편, 대상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견지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소의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 피해자의 행동은 긴장성 부동(不動)화 내지 심리적 얼어붙음 현상으로 설명되지 않고, 피해자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학습된 무기력, 해리, 피해자로서의 부인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관하여도 검토하여 배제하였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경선캠프에서의 성실성으로 인해 수행비서로 발탁된 것이지 피고인의 지시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선발된 것이 아닌 점, 2017. 7.말경 러시아 방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고, 러시아 방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려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그루밍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마. 대상판결은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무죄 추정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한편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놓치지 않은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지방별정직
별정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8-28
인터넷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상 타인 행세의 법률적 책임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도607 판결 - 1. 공소사실 및 대상판결의 요지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피해자를 사칭하여 저속한 게시글들을 올림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1, 2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란 어느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고하거나 진술할 때 성립하는 죄인데, 타인을 사칭하여 마치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가장하여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므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취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타인 행세는 적법한가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전형적인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언론보도와 블로그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베’에 저속한 글들을 올리는 사람으로 보이면 명예가 훼손될 것은 뻔한 일인데, 어떻게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형사재판이 당연히 그러하듯'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일 뿐, 그러한 행위가 적법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타인을 사칭하거나 저속한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쁜 행동임은 누구나 아는바, 이를 대법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사칭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어떤 법적 대비책이 있을까요. 우선,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민법 제750조),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은 그때 그때의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의 보통인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2532 판결),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곧 민사법원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고, 기망이란 ‘위계’의 전형적인 태양입니다.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인터넷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행위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업무방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검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되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게시글이 제3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담고 있다면 - 명의를 사칭당한 피해자가 아닌 -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도에도 불구하고 타인 명의를 사칭해서 나쁜 행위(표현)을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면 결국 ‘입법’을 통해야 할 것입니다. 3. 판례로서의 의미 그런데 대상판결은 타인 명의 사칭에 대하여 처음 나온 판결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0112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위 대법원판결은 대법원판결로서는 처음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제1, 2심의 무죄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위 대법원판결은 법률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대법원홈페이지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대법원판례와 어긋나는 판결을 하였으므로, 아무리 벌금 70만원 짜리 ‘고정(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이라지만 대법원으로서는 파기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통일적인 법리해석은 대법원의 핵심기능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위 대법원판결과 대상판결의 주심대법관은 같은 분입니다).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적시한 다음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는데, 주심대법관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명예훼손
명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사칭
정보통신망법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7-19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행정사건
[판례해설] 박 前 대통령에 대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판결
-2018. 4. 6.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364-1- 사인(私人) 최○○이 미○ 및 ○스포츠 재단 설립 등 국정운영에 관여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2016. 11. 30. 특별검사가 임명되었고, 2017. 3. 10. 헌법재판소에서 박○○ 前 대통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결정되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현직에서 파면되었으며, 특별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2017. 4. 17. 박○○ 前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과 공모하여 전국경제인 연합회 회원사들에게 미○ 및 ○스포츠 재단의 설림·운영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이○○ ○○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받아 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요구 및 문예기금 지원심의에 부당 개입(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 前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하였고, 2018. 4. 6. 법원은 대부분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면서,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금중 일부 및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1심 판결은 박 前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등을 인정하여,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의 정당성을 형사법적 측면에서 재확인해주고 있다. 박 前 대통령이 사인(私人) 최○○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는 국민주권주의,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또한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특정 영화 및 도서에 대하여 법에 따른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게 한 행위 역시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 제도를 위반한 것이고, 나아가 예술의 자유라는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마찬가지로 위헌적이다. 1심 판결의 법률적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이○○ ○○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2017노2556)에서는 정○○에게 제공한 말의 형식적 소유권이 삼성그룹에게 남아있다는 점을 근거로 말의 사용료·보험료 등을 뇌물액에서 제외하여 뇌물수수액이 36억3484만원이었으나, 본 판결에서는 최○○이 해당 말들의 실질적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공범관계에 있는 박 前 대통령이 말 자체를 뇌물로 수수한 것으로 보아 박 前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합계 72억 9,427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본 판결이 민법의 형식적 소유권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 측면에서 뇌물의 개념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이○○ 항소심 판결에서는 안○○의 수첩이 전문중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본 판결에서는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의 대화내용에 관한 진술증거로는 전문증거라고 할 것이지만, 대화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는 진술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가 아니라는 판례에 근거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그리고,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에서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은 모두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것은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추가한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다면 이는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前 대통령이 ○○그룹 경영권 승계문제와 관련하여 그 필요성을 개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무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수수죄가 단순 뇌물수수죄에 비하여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가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납득이 가는 해석이다. 다만, 안○○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부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한 ○○그룹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모직과 ○○물산 합병과정에서 ○○연금 이사장 문○○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 사건 1심 판결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으나 이에 앞서 선고되었던 공범인 최○○ 판결과 법리상 동일하다. 박 前 대통령과 최○○이 공범관계에 있는데다가, 두 사건의 재판부가 동일했던 점이 작용한 결과이다. 오히려 본 판결은 박 前 대통령, 최○○과 함께 공범관계에 있는 이○○ 항소심 판결과 서로 다른 점이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항소심 판결과 달리, 본 판결에서 뇌물액이 늘어났고, 안○○ 수첩의 증거능력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위 세 사람의 사건들에 대해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을 선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뇌물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5-15
행정사건
[판례해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구체적 심사기준
서울고등법원 2017. 11. 21. 선고 2017누35358 퇴직명령취소 판결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된 검찰청법(이하, 법)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 및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여 검사의 직급 및 승진제도를 폐지하였다. 다만, 법에서는 검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검사단일호봉제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법 제39조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되(제1항), 검사, 법률전문가, 변호사, 법학교수 등 9인으로 구성된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두어(제2항), 위원회가 검사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제4항), 법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제청하도록(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위와 같이 퇴직명령의 사유를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7누35358 퇴직명령처분취소사건에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그 심사결과에 따라 검사의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미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적격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점은 검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검사의 인사관리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검사적격심사에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결여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복무평정과 사건평정결과 또는 평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당해 검사가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용, 업무처리상의 과오 정도, 평정의 세부 항복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검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가 일응의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법 제35조의2는 평정을 위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고,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은 평정항목은 1. 청렴성·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 2. 치밀성· 성실성, 3. 추진력·적극성, 4. 판단력·기획력, 5. 보고·의사소통 능력, 6. 인화협조·조직관리 능력 및 친절성, 7. 자기통제·자기계발 능력을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적격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퇴직명령을 받은 검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왔으므로 소속 청 검사들 사이의 상대평가인 복무평정 결과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사건평정 결과와 특정사무감사 결과로 해당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검사들의 과오의 정도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하여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사무감사 결과는 어떤 기준에 의해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퇴직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위 사건 당시 법무부는 적격심사의 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를 일응의 심사기준으로 삼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검사근무성적 평정은 원칙적으로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건처리 등에 있어 과오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근무성적 평정이 단순 인사기준을 넘어 퇴직명령의 심사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직 심사 전 충분한 인사조치가 먼저 행해져야 하고 교육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검사
검사적격심사
탈락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1-03
[판례해설] 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에 대한 판단
Ⅰ. 사건 개요 인천 소재 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서울 소재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한 법리 위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한 법리로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 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한편 공모공동정범에 있어 그 공모에 대해서는 모의의 구체적인 일시, 장소, 내용 등을 상세하게 판시하여야만 할 필요는 없고, 범행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성립되었다는 것만을 판시하면 된다.」를 설시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다만 18세 소년과 17세 소년의 공모관계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거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은 남아있지 않아 17세 소년의 진술을 이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증거로 판단하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범행의 동기, 17세 소년의 진술내용과 진술 번복 경위, 18세 소년의 진술형태와 내용을 종합하여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다루었다. 법원은 범행대상, 범행방법 및 장소, 사체유기 방법 및 장소 등에 대한 사전 공모 내지 협의가 있었다는 17세 소년의 공판정진술에 대하여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판례 해설 1. ‘공모의사’와 ‘공동가공의사’는 다르다.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인 ‘공모’는 예비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때 필요한 요건이지 실행 단계에서 요구되는 요건은 아니다. 즉 갑과 을이 A를 살해하기로 하는 의사결합이 있는 상황에서 갑은 예비죄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위험성 있는 살인 준비행위를 하였지만 을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갑과 을 모두를 살인예비죄의 공동정범으로 의율 할 때 필요한 것이다. 만일 동일한 예에서 갑이 실행으로 나아간 경우에는 을에게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모’ 입증을 지나 보다 더 엄격한 공동정범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공동가공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실행단계에서 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상호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는 의사가 필요하다. 사실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기능적 행위지배가 유형적으로 나타나는 실행공동정범의 경우 ‘공동가공의사’는 가담자가 범죄 실행 당시 행한 역할 분담을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공동가공의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판례는 기능적 행위지배 판단 대상 범위를 범죄 실행 당시 역할 분담에 국한 하지 않고, 전체범죄에 있어서 가담자 지위, 범죄경과에서 가담자의 지배 내지 장악력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담자의 지위가 단순한 공모자인지 아니면 주모자인지를 확인하고, 범죄경과에 있어서 범죄에 대한 지배력 혹은 장악력의 유무 혹은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모의사’ 확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이는 오로지 ‘공동가공의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공모의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더하여 ‘공동가공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한다는 의사를 넘어 상호 일심동체로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긴다는 의사 확인이 필요하며 ②‘공동가공사실’ 즉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본 사건은 미성년자의 범행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이 없이 이를 경시의 태도가 상당하고, 범행의 내용과 결과가 참혹할 뿐 만 아니라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이라는 점 그리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를 고려할 때 반드시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에 처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한다. 다만 법정 최고형의 부과가 정의에 합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판단유탈이나 심리미진 없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합당하게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1심법원은 17세 소년과 18세 소년 간에 ‘공모’를 확인하고 난 뒤 가담자의 행위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을 종합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보아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모’와 ‘공동가공사실’이 아니라 ‘공동가공의사’와 ‘공동가공사실’이다. 그러므로 본 사안에서 18세 가담자의 의사가 범죄결의에 대한 합의 즉 공모범위를 범어 단순히 17세 소년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일체가 되어 17세 소년의 범죄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이와 함께 18세 소년이 범죄에서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본 살인사건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7-10-24
민사소송·집행
배호근 변호사
판례해설 - 여러개 청구 중 일부항소취하 후 다시일부 감축해 항소에 포함해도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다241249 판결 - 원고는 주주권확인청구(이하 ‘제1청구’라고 한다), 주권인도청구(이하 ‘제2청구’라고 한다) 및 명의개서청구(이하 ‘제3청구’라고 한다)를 병합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원고의 위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고는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진행 중 2015. 10. 30. 제1청구에 대한 항소만 유지하고,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는 내용의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를 제출하였으며, 2015. 11. 11. 다시 제2청구, 제3청구의 인용을 구하는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원심법원은 제1청구에 대한 결론을 기각에서 각하로 변경하는 한편,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각하하였다.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각하한 이유는 “원고가 위 2015. 10. 30.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에 의하여 제2청구와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였고, 제1심판결정본을 송달받은 2015. 9. 30.로부터 2주가 경과한 후인 2015. 11. 11.에서야 위 2015. 11. 11.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에 의하여 제2청구와 제3청구에 대하여 다시 항소를 제기한 것이므로 이는 항소기간 경과 후에 제기된 항소로서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원고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상고에 대하여 “항소의 취하는 항소의 전부에 대하여 하여야 하고 항소의 일부 취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 전부에 대하여 불복한 항소에서 그 중 일부 청구에 대한 불복신청을 철회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불복의 범위를 감축하여 심판의 대상을 변경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항소인이 항소심의 변론종결시까지 언제든지 서면 또는 구두진술에 의하여 불복의 범위를 다시 확장할 수 있는 이상 항소 그 자체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하여, 위 2015. 10. 30.자 항소취지변경에 의한 불복 범위 일부 감축에 기하여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가 취하되는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제1청구에 대하여는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의 결론을 유지함). 원고는 제1청구, 제2청구, 제3청구 등 3개의 청구를 병합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3개의 청구에 대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이와 같이 병합이 된 3개의 청구 중 일부인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위 2015. 10. 30.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로써 불복 범위에서 제외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병합이 된 청구 중 일부에 대한 항소 취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개개의 청구별로 항소 취하 여부를 판단하여 위 의사표시로써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 취하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이미 항소 취하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본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위 2015. 11. 11.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로써 다시 불복 범위에 포함시키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대하여, 항소기간 경과 후에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 부적법 각하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의 취하는 항소의 전부에 대하여 하여야 하고, 항소의 일부 취하는 항소불가분의 원칙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 하나의 소로서 병합된 수개의 청구에 대하여 동시에 한 판결은 하나의 판결로서, 가령 이에 대한 불복 범위가 그 가운데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심의 효력은 청구 전부에 미치므로 당사자는 변론종결 전에 불복 범위를 다른 청구에도 확장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 전부에 대하여 불복한 항소에서 그 가운데 하나의 청구에 대한 불복신청을 철회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불복의 범위를 감축한 데 지나지 아니하여 항소인은 다시 이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철회는 항소 그 자체에 아무 영향이 없다. 항소제기에 의하여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이 생기는 범위는 제1심판결의 수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한 개의 판결에 대하여는 제1심판결의 변경을 구하지 아니한 부분을 포함해서 그 판결에서 판단한 청구의 전부에 대하여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이 생긴다. 다만, 민사소송법은 당사자처분권주의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항소심의 심리는 당사자가 제1심판결의 변경을 구하는 한도를 넘어설 수 없으며 불복신청의 한도를 넘어서 제1심판결을 변경할 수 없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에서의 청구의 일부 취하(불복 범위 감축)에 대하여 항소불가분의 원칙상 항소 취하의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항소취하
일부취하
항소취지변경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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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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