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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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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13)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 시한은?
가. 판결요지 구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호의 내용, 제척기간 제도의 취지와 구 표시광고법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 등’이라 한다)가 구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하여 상품의 용기 등에 부당한 표시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표시와 함께 해당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해당 상품을 수거하는 등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되고, 그러한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조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업자 등이나 그 대리인이 일정 시점에 이르러 더 이상 해당 상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유통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위반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해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처분시효가 완성된 이후 부과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한 사건이다. 원심은, 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처분시효는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까지인데, 제조사는 2011년 8월 31일 제품 제조를 중단하였고(표시 중단), 같은 해 11월 17일 웹사이트에서 제품 설명을 삭제하였으나(광고 중단),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2018년 3월 18일이 되어서야 부과되었고, 이는 각 중단 시점(행위종료일)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부과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공정위의 제재처분이 처분시효 도과를 이유로 취소되어 버리자, 공정위 등 규제기관의 늑장대응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이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부당한 표시가 기재된 상품을 수거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위법상태가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전제에서 볼 때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의 부당 광고·표시행위는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의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보고 이를 파기하였다. 본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조사가 제품 수거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위법상태 및 부당 광고행위가 계속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제조사 등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글 : 정양훈 변호사 그림 : 이영욱 변호사·만화가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처분시효
제재처분
사업자책임
정양훈 변호사, 이영욱 변호사·만화가
2024-01-24
행정사건
헌법사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보호자의 부당한 간섭행위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대한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1. 레드카드·교실청소로 야기된 사건 2021년 4월 20일 전주○○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중에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다. 담임교사가 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는 그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그 교실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을 붙이고 수업 시간에 잘못한 아이들의 이름표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아이들이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정리를 한 후 하교하도록 하였다. 이 레드카드 제도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으로 시행 중이었고,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은 교사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남아 청소를 했다. 그날 레드카드를 받았던 학생은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교사는 학생에게 하교하라고 하였다(헌재 2022헌마1119). 이와 달리 법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하였다고 했다(대법원 2023두37858). 학생의 어머니는 당일 오후부터 지속적으로 그 초등학교 교장 등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였고,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였으며, 2회에 걸쳐 12일간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입원하였고, 열흘간 병가를 내고 치료받았다. 반면 학생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였다. 학교장은 학생 어머니에게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를 조치이유로 하고,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침해행위 유형으로 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침해자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다(이 사건 조치). 학생 어머니(원고)는 이 사건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을 청구했다. 한편 검사는 담임교사에 대하여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후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담임교사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2. 법원의 판결 항소심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한 것이어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원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광주고등 2023. 2. 15. 선고 (전주)2022누1550 판결). 대법원은 원고의 간섭 대상 행위는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니라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인데 담임교사는 법률상 자격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원고가 간섭한 담임교사의 직무수행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고, 원고의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등에 따른 보호조치의 주체, 절차, ‘정당한 교육활동’과 ‘반복적 부당한 간섭’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3.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① 청구인(초등학교 교사)이 방과 후 피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아니하고 남긴 후 교실을 청소하도록 지시하였는지 여부, ② 청구인이 레드카드 옆에 피해 아동의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각각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이 청구인에게 아동학대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헌재 2023. 10. 26. 2022헌마1119). 4. 학생, 보호자, 학교의 장·교원의 권리와 의무 (1) 학생의 보호와 의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따라서 학교는 국제인권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인권까지 보장해야 한다.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학생이 담임교사나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빈발하여 신설된 조문이다. 학교가 교육공간이 아닌 범죄장소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 보호자의 권리와 의무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의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에게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내용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2회 이상 답변하고 그 이후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7조). 최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 보호자의 민원 처리를 전담하도록 했다. 따라서 보호자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의견을 학교장에게 제기하여야 하고, 담임교사를 직접 만나 시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호자가 담임교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보호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즉,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3) 교원의 지위와 책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교육기본법 제14조).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의 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하에 행하여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을 말한다(학교안전법 제2조).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한다(교원지위법 제2조). 이를 위하여 교원 보수 우대, 불체포특권, 신분보장을 배려하고 있는데, 학생과 보호자가 교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교원의 교육적 판단이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학생과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중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가 있는데, 여기서 “반복적으로” 요건은 교원이 보호자에게 오랫동안 시달릴 수 있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좋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 고시)에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사교육을 우선시하고 학교는 졸업장 받는 기관으로 취급됨에 따라 교원에 대한 태도는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원은 아직은 미숙한 학생의 인권을 섬세하게 보호하면서 교육활동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5. 마치면서 항소심 판결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하고, 방과 후 학생에게 청소하도록 한 것을 강제노동으로 판시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교육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2023. 9. 27. 개정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은 학교가 범죄 없는 평화로운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내용을 신설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자와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를 금지하는 선언적 내용과 그 위반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한계도 분명하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아동학대행위가 아니라는 규정도 신설했지만, 교원에 대한 고발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교원에 대한 공격행위를 범죄화하고 이를 가중처벌하는 입법 움직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교권
반복적부당한간섭
아동학대
교사
교육활동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2024-01-20
형사일반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미수죄의 성립 요건
피고인은 시행사 대표이사로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피해자 조합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였다. 본건 도시개발사업구역의 환지예정지는 진입이 어려운 ‘차폐형’이었으나, 2011. 8.경 진입이 용이하고 시야가 확보되는 ‘개방형’으로 실시계획변경이 이루어져 그 가치가 수십억원 상승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1. 12.경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퇴사하였고, 피해자 조합은 이후 2015. 12.경에야 재감정평가를 의뢰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등 피해자 조합이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사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를 받기로 한 사람들에게 토지가치 상승액의 이익을 취득케하고 피해자 조합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고 하여 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배임미수를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보려면 작위의무 미이행 시 임무를 부여한 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환지예정지가 차폐형인지 개방형인지 여부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므로 2011년 실시계획변경에 따라 가치 재평가의 필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의사결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퇴사한 후에도 환지업무 담당 직원 등은 계속 근무했을 뿐 아니라, 청산금 확정은 환지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데 2011년 당시에 환지계획변경을 서두르지 않으면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즉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상황은 아니어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무죄취지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부작위범 중 구성요건이 부작위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예 : 퇴거불응죄 등)는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나, 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는 그 성립요건인 작위의무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과 같은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에는 행위자에게 결과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 즉 작위의무 있음이 필요하고, 작위의무는 법령, 계약,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도 해당되나, ‘법적 안정성’면을 고려할 때 단순한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부진정부작위범의 미수와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실행착수 시점이다. 부작위범은 작위범과 달리 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성요건적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통설은 대법원 판시내용과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 내지 증대됐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두어 피해자 조합이 정당한 청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시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착수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한 나머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퇴사하더라도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환지계획변경인가 신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퇴사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못하였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되었거나 증대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작위의무를 위반하였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위의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지 않고 법적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실시계획변경과 피고인의 퇴사 사이의 간격이 단 4개월에 불과하였고,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환지계획변경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퇴사한 뒤로부터 4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당한 청산금을 받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으며, 피고인이 절차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달리 폐기 내지 은닉했다는 사정이 없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한 것을 두고 피해자 조합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입장이 명백히 타당하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에서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물론이고, 검찰에서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 대해 한층 신중하게 검토한 후 기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업무상배임
부작위범
도시개발사업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2022-06-16
국가배상
민사일반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경찰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A가 민원인 甲이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고 하면서 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하였다. 이에 민원인 甲은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고소인은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위 약식명령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민원인 甲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위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 A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여 민원 사건을 접수하였고, 수일 후 다시 위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찰관 B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경찰관 B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甲은 경찰청에 경찰관 A, B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관 A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경찰관 B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등을 이유로 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경찰관 A, B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찰관 A, B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이 사건 법원(수원지방법원 2019나56678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은 “경찰관 A는 민원인 甲이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경찰관 B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관련 법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한편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참조). 4. 검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주권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천명하고 있고, 그러므로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은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국가공무원법 제59조),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같은 법 제56조). 즉,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을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의무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바, 특별한 사정 없이 국민이 제출하는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한 경찰관은 국민이 입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대한민국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경찰관
직무행위
국가배상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6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코로나19 사태와 임대차계약 해지 가능성
최근 한 하급심 법원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61441). 구체적으로, 법원은 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객의 국내 입국자 수가 99% 이상 감소하고 점포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여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점, ② 코로나19 사태 발생 및 장기 지속으로 인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사정은 원·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임차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점포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보다 고액인 반면, 매출 감소폭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점, ④ 임대차계약에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 조항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약정해지권 또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9. 5.말경 명동 소재 모 상가건물 관리단인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임대기간 3년, 임대보증금 2억 3천만 원, 월 임대료 2,20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2019. 6.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 영업을 개시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은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외국 관광객 입국이 중단되면서 2020. 3. 이후 이 사건 점포에서의 매출은 종전의 10% 미만(월 300만 원 미만)으로 급감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5. 21.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의 영업을 중단한 뒤, 2020. 6.경 피고에게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지를 하였다. 이를 피고가 수용하지 않자, 원고는 2020. 10.경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약정해지권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계약(약정해지 조항) 내용의 해석 문제이다. 계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73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임대인)는 화재,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고 여전히 영업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약정해지 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다투었다. 약정해지 조항에서 불가항력 사유로 나열된 항목들(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의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다만, 동 조항에서 “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대신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를 약정해지 사유로 규정한 점, 그리고 불가항력적 사유를 원인으로 한 약정해지 조항을 마련한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하면, 약정해지권을 긍정한 법원의 판단에도 수긍할 수 있다.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해지는 ①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②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정변경이 해제·해지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④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등 참조).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사자들의 의사 합치로 체결된 계약은 지켜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원은 그동안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의 해제·해지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었고, 외부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당사자 일방이 큰 손실을 입게 된 사안에서도 대부분 사정변경을 부인해 왔다(서울고법 2002누17196, 서울고법 2011나26010, 대법원 2013다26746 등).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원이 사정변경에 의한 임대차계약 해지를 인정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이라 할 수 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논의 내용과 거래 관행 등을 두루 검토하여야 한다. 이 사건 판결의 설시 내용을 보면, 법원은 이 사건 점포의 용도(프랜차이즈사업 직영점), 위치(명동), 주요 고객(외국인 관광객), 임대료 수준(상대적으로 고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차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얻을 것’을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이처럼 ‘임차인의 매출(수입)’이 ‘임대차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경우에도 매출 변동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스스로 떠안기로 하였다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24일 법무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개월 이상 집합금지조치 또는 집합제한조치를 받은 임차인이 중대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폐업신고를 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는 같은 법 제11조에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차임 감액 사유로 명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입각하여,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중대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임차인에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 또는 민법 제628조에 의한 차임감액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계약해지
임대차계약
코로나
건물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1-07-06
공정거래
행정사건
숙박플랫폼의 환불불가 조항과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
Ⅰ. 대상판결의 요지 환불불가 조항을 숙박조건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숙박사업자가 결정하므로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사업자의 약관이지 부킹닷컴의 약관이라고 보기 어려워 부킹닷컴은 고객에게 자신의 약관으로서 환불불가 조항을 제안하는 자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조항과 관련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고 함)상 사업자가 아니다. Ⅱ. 판결에 대한 평석 1. 문제의 제기 온라인 숙박예약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인 부킹닷컴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된 숙소 목록의 '객실 유형' 중 '조건' 또는 '선택사항' 항목에 '환불불가'라는 조건을 게시하여 고객이 환불불가 조항이 기재된 객실을 예약하였다가 취소할 경우 미리 결제한 숙박대금을 환불받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환불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부킹닷컴에 해당 조항을 수정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자 환불불가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부킹닷컴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숙박플랫폼은 숙박사업자와 고객이라는 양 주체가 이루는 양면시장을 형성하고 이들 사이의 계약체결을 중개하고 있다. 물론 이때 플랫폼이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중개자로서의 지위만을 갖는지 아니면 더 나아가 고객과 직접 숙박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의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중개 기능을 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계약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를 준수해야 하는 '판매하는 자'로 보아 플랫폼의 책임 확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9. 9. 10.자 2019마5464 결정). 본 판결에서 문제된 약관조항은 숙박플랫폼의 환불불가 조항이었으며 약관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쟁점 중에서 숙박플랫폼 사업자가 원칙적으로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약관법상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2. 약관법에 의한 숙박플랫폼 약관에 대한 내용통제 가능성 숙박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전통적인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숙박 예약 플랫폼이 단지 중개자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플랫폼을 통하여 체결되는 숙박사업자와 고객 사이의 계약에 많은 관여를 하고 있다. 이는 부킹닷컴 약관에서 숙박계약 관련 부킹닷컴의 역할을 '중립적 중개인'으로 지정하고 단지 숙박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기술적·조직적 역할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상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킹닷컴은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숙박사업자는 물론 고객에게 약관을 통하여 환불불가 조건이 붙은 숙박상품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사적인 입법자로서 시장질서와 규범을 확립하고 있는 자로서 계약당사자에 준하는 약관법상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부킹닷컴은 해당 약관내용을 숙박계약의 내용으로 실질적으로 제안하는 사업자로 볼 수 있다.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조항을 통하여 (1) 중개수수료가 무조건 지급되는 이익과 (2) 양면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최저가보장 조건이 환불불가 조항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된다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숙박계약을 중개하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지배자로서 역할은 물론 더 나아가 환불불가 조항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는 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킹닷컴은 약관을 실질적으로 제안한 사업자로 보고 숙박사업자는 환불불가 조항을 단순히 선택하는 역할에 머무는 형식적 제안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본 사안에서 환불불가 조항이 숙박플랫폼을 통하여 체결되는 모든 숙박계약에서 사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약관에 관한 시정명령을 플랫폼 사업자인 부킹닷컴에게 직접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필요하다. 이병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부킹닷컴
숙박플랫폼
환불불가
불공정약관
이병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1-01-25
민사일반
지자체행사중 사고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면책여부
1. 책임보험의 의의·기능과 사안의 쟁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책임보험이라 한다. 각종 책임사고로 인한 손해를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면 기업은 도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개인도 회복불가능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곧 불법행위법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손해의 공평분배를 실현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가 책임보험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보험보호를 누리고 가해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어 파생되는 책임보험의 역기능을 억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책임보험에서는 일부 자기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고 다양한 면책사유를 두고 있다. 책임보험 중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혀 발생한 법률상 배상책임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가해자의 범위에 따라 크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나주어진다.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배상책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유용한 보험종목이다.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안에서 문제되는 점은 다음의 3가지이다: ① 피보험자 소속 지자체 행사 중 사고가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직무상 배상책임 면책이 불공정약관이어서 무효인지여부, ③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 인정과 그 법적 성질. 2. 사실관계 서울시 공무원인 A씨와 C씨는 2016년 1월 춘천 강촌으로 '2016년 액션미팅'을 떠나 족구경기에 앞서 같은 팀에서 연습경기에 참여하였다. 좌측 후방을 맡고 있던 A씨는 같은 쪽 전방을 맡고 있던 C씨와의 사이에 공이 떨어지자 "마이, 마이"라고 외치며 헤딩을 하려다가 공을 걷어내려던 C씨의 발에 머리를 걷어차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이 사고로 비골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는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어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여러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통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좌측 반신 부분마비로 일상생활이나 동작에 제한이 생겼다. 이 사고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요양급여를 받은 A씨는, C씨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한 B사를 상대로도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가 일어났으니 배상하라"고 하면서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의 요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국가 등이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미팅은 중점 현안과제 토론을 통해 직원 업무 몰입도 향상·주요 시책 성과제고를 위해 평일에 실시된 행사로서 A씨와 C씨가 근무하는 부서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참석하도록 시행되었고, 대형버스로 강촌에 도착한 다음 도착 후 직원별 소통과 현안업무 토론, 친선 족구경기 순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고는 공무원인 C씨가 일과시간에 직무로서 체육활동을 하는 중 발생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통상적으로 있을 법하게 C씨가 공을 차려고 하였던 것"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또 "C씨가 가입한 보험계약 약관에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족구경기가 C씨의 직무수행에 해당된다고 보는 이상 B사는 보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4. 판례평석 현대에는 책임보험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 책임보험에서 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는 타인을 위한 보험은 아니다. 배상관계와 보상관계의 분리원칙(Trennungsprinzip)을 철저히 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인 피보험자에게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험금은 경제적으로 제3자에게 귀속되므로 피해자는 보험자와 관계를 갖는다. 상법은 책임보험의 경우 피해자인 제3자에게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제724조 제2항 본문). 이 직접청구권은 보험금청구권이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을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본다(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등).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수로 한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하였을 때 배상하여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물건이 파손되어 원상 복구할 때 드는 비용과 보상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그런데 동 보험은 국내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정생활안심보험 등 패키지 보험을 통해서 일상생활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보상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근거는 우리보다 사고발생에 대한 배상을 하여주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하고 또 일반인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에 대하여 더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한 책임보험은 손해보험에 속한다. 손해보험의 경우 고의·중과실에 의한 사고는 보험자 면책사유로 되어 있다(상법 제659조). 하지만 책임보험에서는 그 특수성과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때문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만이 면책사유가 된다고 하여야 한다. 본 평석에서 문제가 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건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보험자에 대하여 피해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쟁점의 사안은 공무원이 주간에 소속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행사 일정에 포함된 족구 연습경기에 참여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이었다. 즉 공무원이 소속 지자체의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피해자가 ‘마이’를 외치고 헤딩을 하려는데 순간적으로 가해자가 공을 걷어차려다가 피해자의 머리를 차서 다친 경우이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해자 측에게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직장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경위로 사고가 난 경우로서 결국 해당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면책사유로 규정을 하고 있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리고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이 약관의 규제 법리상 무효로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무수행중의 위험은 일상생활에서의 위험과는 그 위험률의 정도가 달라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으로서 해당 보험의 보장내용을 공허한 것으로 만드는 면책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어떠한 위험을 인수할 것인가 및 어떠한 사유를 면책사유로 정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보험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34956, 2015다34963 판결)을 취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한 판단이 설득력이 있다.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본 다음에는 이 보험에 대한 약관 설명과 보장내용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본 사안의 경우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기인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평석의 대상인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다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대상과 면책사유(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 같이 살고 있는 친척에 대한 사고, 자신의 물건이나 빌린 물건에 대한 사고, 정신질환에 의한 배상책임보험,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다른 부동산에 대한 배상, 폭행·구타로 인한 배상책임 등)를 보험가입시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여 주어 가입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또한 보험자의 상품 광고에서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장범위를 명확하게 알려 보험가입자들이 판단하고 보장 흠결에 대한 대비책(예를 들어 ‘사용자배상책임보험’에의 가입 등)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여 이 보험의 보장 흠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을 통하여 보상을 받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과정에서의 사고에 대하여 보상을 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보험제도가 선진 외국처럼 많이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는 다양한 면책약관을 규정하고 있다.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다툼이 발생한다. 앞으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하여 면책사유의 내용과 그 면책사유에의 해당여부에 대한 보다 정치한 연구가 진행되어 이 분야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공무원
족구
직무수행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2020-09-10
민사일반
아파트 하자판단 기준도면은 준공도면? 착공도면?
1. 문제 제기 지난 대법원 2012다18762 판결(이하, “대법원 사안”이라고만 함)에서는 아파트 하자판단의 기준도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준공도면이라고 판시한 반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2016가합535109)에서는 준공도면이 아닌 착공도면을 기준으로 하자여부를 판단하였는바,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례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쟁점의 정리 대법원과 하급심 사안은 단순히 하자판단 기준도면이 준공도면이냐 착공도면이냐의 차이보다는 당사자의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안으로서, 각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기준도면을 무엇으로 하였는지를 중심으로 사안을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본다면 두 개의 판결은 전혀 배치되지 않고 오히려 계약 체결 시 당사자의 의사를 정확히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3. 판례 해설 각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해석을 두고 다툼이 되는 경우, 계약 해석의 기준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6603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공사도급계약 체결 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동시행령 제25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도급계약서에 공사내용 즉 설계도면이 필수적으로 계약의 내용에 포함되고, 그에 따라 공사기간, 공사대금 결정 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선분양·후시공으로 이루어지는 아파트 분양계약의 경우 수분양자가 시행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수분양자 어느 누구도 설계도면 등을 건네받지 못하고 단순히 분양계약서와 견본주택 정도로만 확인하게 된다. 즉 공사도급계약 당시 계약 당사자는 이미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반면,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할 당시 계약의 내용은 단순히 분양계약서와 견본주택 정도일 뿐이므로 결국 계약 해석의 기준으로 고려되는 요소가 다르다고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은 도급인과 수급인 즉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와의 분쟁으로서, 두 당사자 사이의 도급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1)시공사의 공사 범위를 조합이 제공한 대지상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종 인가한 사업시행계획서상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 등의 건축공사로 정하고 있고(도급계약 제2조 제1항), 2)피고의 공사기준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인가된 사업계획 설계도서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고, 마감재는 피고가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 및 동등의 견본주택 마감재와 동등이상의 자재를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며(제24조), 3)총 공사비는 사업승인권자가 인가한 건축연면적에 약정한 제곱미터(in’)당 단가를 곱한 금액으로 정하고 있는바(제7조 제1항), 결국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본다면 계약 당시의 법률행위 해석상 기준도면은 착공도면에 해당하고 착공도면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 등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에 반하여 대법원 사안은 수분양자와 사업주체 사이의 분쟁으로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분양자로서는 계약 당시 분양계약서 또는 견본주택만이 계약 해석의 기준이고, 착공도면에 해당하는 기본설계도면은 계약의 일응의 기준이 되지 않았는 바, 기본설계도면의 향후 변경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하자의 기준도면을 준공도면이라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이에 대한 예외로서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에 기재된 특정한 시공내역과 시공방법대로 시공할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시 또는 설명하거나, 분양안내서 등 분양광고나 견본주택 등을 통하여 그러한 내용을 별도로 표시하여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하였다고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착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 바, 이는 앞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분양계약 당시 착공도면이나 기타의 내용이 계약의 이행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내용을 기준으로 하자를 판단한다는 것으로 이는 계약 해석의 일반 법리를 설시한 것에 불과하다. 4. 결어 따라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는 판례가 아니라 계약의 이행 및 책임 범위에 관한 판단으로서 당사자의 계약 해석의 기준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상급심에서 이와 다른 판단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도급계약
착공도면
주택조합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20-04-13
민사일반
법인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 개념의 병존가능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인간은 상정할 수 없고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 덕분에 인류는 현재의 문명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나 사회 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비례하여 나의 권리가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거나 타인의 다른 권리와 충돌되는 영역이 늘어만 가는 것도 현실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됨에 따라 익명화되지 않은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가 더욱 대두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입법되었고 산업발전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도 부단한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한 위자료배상을 다룬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는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A와 B가 주식회사 형태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A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A는 위 상담센터의 설립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이고 B는 A의 아내이자 대표자이다. 위 상담과정에서 A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상담내용을 녹취한 후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 등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하였다. A가 녹취한 상담내용에는 원고의 신상정보를 포함하여 온갖 내밀한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위 상담센터는 유료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다수의 세미나 참가자에게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하였다. 또한 위 상담센터에서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C는 원고의 상담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이용하여 책자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원고는 A와 B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3천만원의 위자료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결과를 먼저 말하면, 1심법원은 1천만원의 일부인용판결을 선고하였고 2심법원은 원,피고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일반적 불법행위책임에 비하여 책임의 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로 한정되어 있으며 고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다. 본 사건의 핵심은 피고 A와 B가 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의무주체로 상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개인정보를 수집,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이용,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제15조, 제17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18조) 사상,신념 등 민감정보를 처리할 경우에도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23조) 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하는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피고 A는 위 상담센터의 실질적 운영자이기는 하지만 대표자는 아니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또한 주식회사 등 법인 형태의 사기업의 경우 법인 자체가 아닌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대표이사 등이 의무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원고의 상담내용은 익명화되어 있지 않은 원고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파일’이란 종이파일, 전산파일 형태를 불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개인정보의 집합물을 말하고, 원고를 포함하여 위 상담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담자들의 신상정보파일은 이에 해당한다.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파기에 이르는 모든 행위 유형을 포괄하는 용어이고, 위 상담센터에서 A가 스스로 또는 직원을 통하여 원고의 상담내용을 수집, 저장, 편집, 이용, 제공, 유출한 행위는 모두 ‘처리’에 해당한다. A가 원고의 상담내용을 녹취,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 세미나 참가자에게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 C에게 상담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명시적 동의는 전혀 없었다. 상담센터의 대표자인 B 또한 위 일련의 과정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식회사 형태의 위 상담센터는 그 심리상담 업무를 목적으로 회사 내부의 업무분장을 통해 개인정보인 상담자의 상담내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였으므로 원칙적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다수의 판례에서 법인 자체가 배상책임의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대법원 2011다60797, 2014다235080, 2018다223214, 2018다219352 판결 등) 자연인 피고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법 제28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등을 말한다. 본 사건에서 A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만들고 외부에 메일을 보낸 직원 등은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하며 법 제59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판례도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5도 8766 판결) A와 B는 누구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가 아니므로 ‘개인정보취급자’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또한 위 상담센터가 법인격없는 사업체였다면 내부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경영하면서 최상위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법인의 경우 법인과 함께 법인의 기관에 해당하는 대표자 등이 모두 ‘개인정보처리자’가 될 수 있는가? 본 사건의 재판부는 이 점을 긍정하면서 A와 B가 회사 내부에서 수행한 역할과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모두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므로 공동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추측컨대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에 ‘법인’과 ‘개인’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 제74조는 양벌규정을 두어 법 제71조 제1호 내지 제4호 등에 의하여 징역형 등으로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그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인 법인 또한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은 병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도 경품행사를 가장하여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판매한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이는 팀장과 회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처벌하였다.(대법원 2016도13263 판결)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법원에서 법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이 문제된 대부분의 사건은 법인 자체의 책임 문제를 다루었고, 임직원 등이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 판단을 한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본 판결은 회사의 임직원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판결이다. 이를 긍정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법 제39조 제1항 위반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는 회사와 임직원 모두를 피고로 하거나 또는 선택적인 피고로 하여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석이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피해자 보호에 유리한 점은 자명하다. 향후 판례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본 사건으로 돌아와 위자료 액수와 관련하여서는 수집된 정보가 원고의 민감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 분업적으로 처리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책자 배포에 따른 2차에 걸친 유출이 이루어진 점 등이 고려되어 1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고액의 배상액이 인정되었다. 다만 재판부가 법 제3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을 명한 것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개인정보유출
정신적손해배상
녹취록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2020-03-03
민사일반
유명맛집의 상호와 메뉴 따라하기
1. 들어가면서 유명한 맛집의 상호와 그 메뉴를 그대로 따라하는 집이 있다면, 과연 그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해운대암소갈비집’,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의 상호를 사용하고 그 메뉴도 유사하게 따라하는 식당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이하 ‘대상판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원고가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식당(‘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는데, 소외 창업자에 의해 1964년 창업된 후 그 아들이 경영하다가 그 아들이 세운 원고에 의해 현재까지 55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2년 유명 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이후 언론과 TV프로그램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연 매출액은 2013년경 71억 원을 넘어 2018년에는 약 119억 원에 이른다. 이 사건 식당은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사건 1번 상호’)과 이 사건 식당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이 사건 2번 상호’)을 같이 사용한다. 이 사건 식당은 한옥을 개조하여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좌식으로 음식을 먹도록 하였는데, 대표 메뉴는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이며, 숯불에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고 구멍이 있는 철판 위에서 갈비를 구운 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철판 가장자리 부분에 갈비의 양념을 부어 감자사리를 끓여 내는 서비스(‘이 사건 서비스 방식’)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사건 상호나 감자사리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검색결과와 리뷰나 블로그글이 나온다. 나. 피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피고는 2019. 3.경부터 서울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식당 영업을 개시하였고, 대표 메뉴로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를 내세우고 갈비구이 후 감자사리면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불판 가장자리 부분에 끓여 제공하고 있다. 피고 식당은 양옥 단독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제공되는 홀에서 음식을 먹는 구조이다. 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은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독립한 영업표지를 이루는데 피고가 이를 침해하여 이 사건 식당과 피고 식당을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나목)를 하였고, 더불어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을 모방한 것은 성과도용으로서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카목)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 부정 이 사건 상호들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모양이 검은색 바탕에 독특한 한글서예체 로 식별력을 갖는다거나,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의 특수성이 이 사건 상호와 결합하여 이 사건 식당만의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여,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이 이 사건 영업표지로서 식별력을 갖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검은색 간판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표현된 간판은 다른 음식점이나 영업점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 불고기, 갈비 등 육류 구이를 요리한 후 그 구이를 구웠던 원형 불판(동그랗고 가운데가 불룩하며 끝부분은 오목한 형태)의 오목한 부분에 사리면을 끓이는 음식이 제공되는 방식은 다른 육류 구이 요리전문점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색깔, 서예체, 혹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식당의 매출이 수년간 수십억 원 이상이었고, 최근 100억 원을 넘었다 거나, 이 사건 식당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상당한 정보량이 검색된다는 등의 사정이 일응 이 사건 식당의 유명도를 가늠할 자료가 된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나 선정기준 등이 포함된 동종 외식업체의 매출 규모나 정보검색결과 등과의 비교 없이, 위와 같은 자료만을 근거로 이 사건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상 성과물로서의 “트레이드 드레스” 부정 이 사건 영업표지인 이 사건 상호,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갖추었거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① 이 사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불판은 이 사건 식당의 창업자가 직접 고안한 갈비구이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가운데가 높게 돌출되어 솟은 중심부가 형성되어 있고, 중심부면 위부분에는 작고 둥근 홈이 일정간격으로 파여 있으며 볼록 솟은 중심부와 아래 오목한 부분으로 연결되는 면에는 세로로 길쭉 한 형태의 작은 홈이 파여 있다는 점에서 시중 음식점에서 흔히 유통되는 불고기용 불판과는 다르고, ② 일반적인 고깃집에서는 갈비구이 요리 후 냉면사리를 끓여주는 반면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은 감자사리가 제공된다는 면에서 식별력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통상적인으로 고깃집에서 갈비나 불고기 등을 굽기 위해 제공되는 불판과 이 사건 식당의 불판 모양은 모두 둥근 모양에 무쇠 등 금속으로 제작되어 가운데 부분이 솟아있고 가장자리 부분이 옴폭하게 파여 있으며 여러 개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인정된다. 또 갈비 구이 후 제공되는 사리면의 재료가 감자 전분으로 만든 사리면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냉면사리 등을 사리면으로 제공하는 식당과 기본적으로 쫄깃한 식감의 국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특징이 소비자로 하여금 다른 고깃집과 구별하여 이 사건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식별력을 갖춘 요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4. 판례의 해설 55년 전통의 유명식당이 부산에 있는데, 2019. 3.경 서울에서 유명식당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동일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개업하자 사람들이 그곳을 유명식당 분점인 줄 알고 방문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성립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개업한지 얼마 안된 식당을 부산의 유명식당 분점으로 알고 방문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상호와 식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을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영업표지로 주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영업주체 혼동행위가 성립하려면 무엇보다 권리 주장자의 영업표지에 “주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 주지성이란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지는 사용 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가 우선의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 64102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호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해 보인다고 판단하였는데, 그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지성에 관한 여러 판례들(97도322 판결, 2010나7319 판결 등)이 비슷한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면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이 사건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하였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상판결도 인정한 매출액의 정도, 방송 노출, 인터넷에서의 검색과 평가 등 유명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들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 등을 들었다. 상표 등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 주지성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상표와 상호는 다르다. 즉, 상표는 등록에 의해 대한민국 전역에 일률적으로 법률에 의해 독점력이 부여(상표법 제89조)되는 반면, 상호에는 이러한 효력이 없다. 그리고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규율 목적이 다르고 판례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주지성을 인정함에 있어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2011다 64102 판결 등)와 같이 일부 지역에서의 주지성도 인정하고 있는데,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서는 일부 지역의 상표권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지성에 관한 판례의 판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후2274 판결 등, 물론 2014년 개정으로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 식별력 취득여부를 상표등록여부결정을 할 때로 개정하면서 문언도 수정하여 구 법보다 인식도를 완화하였다고 평가되고, 그러한 취지가 전국적인 인식도를 구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도 동종업계나 특정지역에서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기는 하다). 또한 상표등록과 관련해서 비록 특허청예규인 상표심사기준이 ‘동일, 유사한 상표가 해당 상품의 거래자 사이에서 출처표시로 사용되지 않아야 식별력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취하나, 상표법 제33조 제2항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함에 있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일 것”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표등록과 관련된 기존의 대부분 판례를 보더라도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후2288 판결의 경우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상표 사용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상표 등록 자체에서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판례를 보면 영업표지로서의 상호가 그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는지와 관련된 사건들[‘여의도떡방 사건(2010나7319 판결)’, ‘종로학원 사건(97도322 판결)’, ‘장수돌침대 사건(2010다60622 판결)’ 등)]에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는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소유자들에게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만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007도10914 판결). 판례가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상품의 용기, 포장, 형태나 모양이 출처 표시하는 경우인데(99도 691 판결, 2001다83890 판결, 2002다18152 판결, 2011도10978 판결 등), 이 경우에도 ‘지속적인 선전광고 등에 의해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된 경우’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상표등록 사건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과 상표등록 사건의 차이에 대한 고민 없이 양 사건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없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는 1972. 9. 등록되었다가 바로 10년 뒤 소멸되었고 등록자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출원목적상 오히려 유명표지에 대한 상표선점의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현재 EBS의 ‘펭수’를 관련 없는 자가 EBS에 앞서 출원한 행위와 유사), ‘암소갈비’는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이나 재료명으로서 본 건의 핵심은 그런 식별력이 약한 상호를 오랜 기간 사용하여 그 약점을 극복했는지 여부라는 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근처 식당의 경우 이용자들조차 유명한 이 사건 식당과는 다르고 이 사건 식당이 혼잡해서 근처 식당을 방문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용자들에게는 이 사건 식당과는 구별되는 식당이라는 점, 이 사건 식당에서 과거 ‘원조’라는 내용을 포함한 입간판을 일시 사용하였더라도 현재는 이러한 입간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 충분히 반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도 존재해 보인다. 그 외 대상판결은 불판의 특성이나 감자사리면 제공, 그리고 입간판의 글자체와 배경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물론 이견이 있겠지만,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식별력과 무관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명 맛집 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취재하고, 오랫동안 수 많은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식당이므로 고기‘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암소갈비’라는 재료의 맛을 구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불판의 특성과 ‘암소갈비’ 이후 통상 미리 조리된 냉면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독특한 불판의 특성을 사용한 감자사리면이 손님앞에서 바로 불판에서 조리되는 특성도 그 이유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그러한 음식을 제공받은 이 사건 식당을 기억할 때, 검은색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을 떠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들은 결국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며,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사용된 결과 주지성을 취득하였다는 점은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어느 정도 선전광고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추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 자체가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이 증거에 의하여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7. 7. 선고 2010나7319 판결 등). 종국에는 변론주의와 입증책임의 원칙상 원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주지성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해야 그 주장하는 바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 사건 상호가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상급법원에서도 동일한 일반론과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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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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