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개업자가 다른 금융투자업자의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더라도 높은 설명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를 위반해 손실이 났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0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최근 장모씨가 NH농협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2013나37892)에서 "NH농협증권은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장씨는 2010년 NH농협증권 지점 직원 조모씨로부터 세이프에셋투자자문 회사가 운용하는 투자 상품을 소개받았다. 이후 장씨는 세이프에셋과 12억원의 계약자산을 NH농협증권 지점에 개설한 선물·옵션계좌로 거래하는 내용의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투자일임계약이 안전하다는 조씨의 설명과 달리 3억7000여만원의 손해가 발생하자 NH농협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중개업자가 투자자에게 선물·옵션계좌 개설과 같이 투자중개행위를 하면서 다른 금융투자업자의 금융투자상품 또는 투자일임계약을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를 넘어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투자권유'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이 같은 행위가 투자자의 투자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 직접 취급하거나 판매하는 상품·계약이 아니더라도 높은 정도의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투자자로서는 금융투자업자들 사이의 관계를 쉽게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금융중개업자가 다른 금융투자업자와 일정한 법률관계를 맺고 투자를 권유한 것과 같은 외관을 보였다면 더욱 그렇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에서 투자금 중 6%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원고가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제외해야 한다"면서 "장씨 역시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잘못이 있는 점, 장씨의 손해가 크게 확대된 직접적인 원인은 세이프에셋이 투자계약에서 설정한 손실 한도를 준수하지 않은 데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3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