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보호 · 감독 아래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부모에게 감독의무 소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의무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선 미성년자의 평소 비행 정도, 감독의무자의 감독 소홀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尹載植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만18세인 재수생 A에게 얼굴을 폭행당한 B가 A의 아버지인 C를 상대로 낸 손배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3다5061)에서 "2천만여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성년자인 피고의 아들이 타인을 폭행하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등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그에 대한 입증도 없다"며 "A가 아버지인 피고와 동거하면서 경제적인 면에서 피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거나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아들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지만, 그러한 감독의무위반 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재수 학원에 인접한 자신의 집 앞에서 평소 재수생들이 가래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던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B는 2000년 11월 마침 A의 일행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욕설을 하고 A를 폭행하다가 이에 대항하는 A에게 얼굴을 맞고 쓰러져 두개골 골절상 등을 입게되자 C를 상대로 1억5천여만원의 손배소송을 냈었다.
이에대해 1심 법원은 "A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 위법성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2심은 피고의 책임을 인정, "손해의 40%인 1천7백여만원과 위자료 3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