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IMF 체제를 이유로 할부금융사들이 일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과 관련 대법원이 지난 3월 "'개별약정우선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과 달리 이번 서울지법 민사항소3부는 "약관은 약정을 보완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이 종전 대법원 판결과 다른 것은 할부금융사별로 약정서의 문구가 약간씩 차이가 있어서다. 즉, 대법원 사건의 약정은 '일정기간(대부분 3년간) 고정금리로 한다'고 규정한 반면, 이번 사건의 경우 '3년마다 금리를 변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20개 할부금융사들의 약정 내용별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할부금융사별 약정 내용
지난 98년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20개 할부금융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당시 20개 할부금융사들의 약정 내용은 1. 한국,대한할부금융 등의 '고정금리 적용시 할부금융 종료까지 금리 불변', 2. 서울,동부주택 등의 '일정기간(대부분 3년)마다 금리 재조정', 3. 장은,한일,롯데 등의 '일정기간 금리불변후 변동금리 적용', 4. 국민할부금융(국민신용카드)의 '일정기간마다 금리변경 원칙'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들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하급심 재판부별로 판단이 엇갈렸던 이유도 약관을 약정의 상호보완적 측면에서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상충된 규정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를 놓고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의 적용여부를 다퉜기 때문이다.
그 후 대법원이 나머지 세가지 형태의 약정이 공통으로 '일정기간동안(대부분 3년)은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한 이상,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 이번 사건의 쟁점
하지만 이번 국민신용카드 사건처럼 '~을 원칙으로 한다'는 약정에 대한 해석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추가 약정서 제4조제1항 '이자율은 3년마다 변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제4조제1항의 '~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는 '어떤 경우라도 금리를 변경하지 않는다'라는 해석보다는 '고정금리를 원칙으로 하되 약관이 규정한 특별한 사정이 생긴 경우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천지법 민사항소2부도 지난해 6월 같은 약정과 약관을 놓고 박모씨가 국민신용카드(주)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2000나31433)에서 "'~을 원칙으로 한다'는 약정은 약관의 보충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다만, 인천지법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 전에 나온 것이어서 이번 사건과는 구별된다.
◇ 앞으로의 전망
이렇듯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사건 당사자들이 대부분 서민들이었던 관계로 한동안 경제적 약자인 서민과 금융회사간 법정싸움으로 회자됐던 사건이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98년 당시 전체 20개 할부금융사들의 금리 인상 대상이 10만2천여 가구에, 대상 금액이 2조2천8백11억여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국민신용카드의 경우 5천1백여가구, 1천4백억여만원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율이 문제가 돼 전체의 5% 내외로 경제적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소액사건인 이번 사건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다'는 이유로 상고됐을 경우, 대법원의 3월 판결과는 다른 사안이라는 전제에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될 것인지, 같은 사안에 대한 다른 하급심 판결이라는 전제에서 심리될 것인가에 대한 법률적 측면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