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에 기여한 공로로 건국포장(建國褒章)을 추서 받은 사람이 수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다면 사면·복권됐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4·19 혁명공로자인 김모씨의 유족이 "김씨의 국립묘지 이장을 허용해 달라"며 국립 4·19 민주묘지 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국립묘지 이장 비대상결정처분 취소소송(2012구합16213)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3년 사망 후 4·19혁명 공로자로 인정받은 김씨는 1996년 공기업 간부로 근무하면서 뇌물 2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확정됐다"며 "희생과 공헌만으로 보면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범죄 행위로 인해 김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될 때는 안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확정판결 후에 사면·복권됐더라도 이미 저지른 뇌물수수의 범죄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립묘지의 안장이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예우만이 아니라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에도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를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 간부로 근무하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김씨는 1998년 특별사면 및 복권을 받았다. 김씨는 2003년 사망했지만 2010년 대통령으로부터 4·19혁명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포장을 추서 받았다. 김씨 유족은 국립 4·19 민주묘지 관리소에 김씨를 민주묘지로 이장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신청을 냈지만, "뇌물죄의 전력이 있어 김씨를 안장할 경우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며 거부하자 지난 5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