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검침 업무를 위탁받은 검침원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이모씨가 ㈜한전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7780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위탁원들은 스스로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해 업무 양을 늘림으로써 수입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위탁원들이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업무를 사업으로 영위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보면 이씨와 같은 검침 위탁원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한전산업개발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계기검침, 요금 청구서 송달, 체납 고객에 대한 단전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다. 이씨는 한전산업개발과 위탁계약을 맺고 검침 업무 등을 처리하는 위탁원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실질적으로 한전산업개발에 고용된 검침원이기 때문에 퇴직금 1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한전산업개발은 이씨는 위탁계약에 따라 지급받는 사업자라고 주장했다.
1,2심은 "회사가 이씨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이씨 등 위탁원에 대한 건강보험 등을 가입신고하지 않아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며 "이씨가 회사에 사용·종속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