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7세 고등학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 기간제 교사에게 대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 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5976).
A 씨는 202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였다. 피해 아동인 B 군은 당시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수업시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A 씨의 연락을 계기로 학교 밖에서도 만나기 시작, 그해 5월부터 6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A 씨의 승용차와 호텔 등에서 성관계를 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기혼인데다 교사인 A 씨가 아동학대 범죄의 신고의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전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B 군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며 A 씨를 기소했다.
1, 2심은 모두 A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피고인(A 씨)은 지도교사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서로 친밀한 관계가 되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피해자와 성적 행위를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꼈고, 피고인과의 성적 행위 과정에서 일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던 사정은 인정된다"면서도 "배우자가 있는 만 31세의 교사인 피고인과 신체적·정신적으로 아직 미숙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만 17세의 남고생인 피해자 사이에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한 성적 행위가 가능한 연인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같은 고등학교 시기의 남학생들은 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만, 아직 성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많지 않으므로, 이 시기에 건전하고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며 "이처럼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단지 그 신체적 발육 상태가 성인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A 씨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