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례'를 하지 말라는 정부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무원 노조 전임자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중의례란 국민의례 대신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의식을 말한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 12일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사무처장 박모(45)씨가 전주시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1두20079)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공무원 노조법)에 의해 공무원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은 보장되므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직무상 명령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직무집행의 공정성 또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위해 그 직무상 명령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해 그 명령이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공무원노조 행사에서 이른바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한 것은 공적 직무와는 무관하게 노조 전임자로서 행한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노조 활동의 일환일 뿐이고, 민중의례 실시 자체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전주시장이 민중의례를 금지하는 명령을 이유로 박씨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중의례라는 의식 행위가 특정한 정치세력을 대변하거나 특정한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담고 있지 않고, 박씨가 노동조합 자체 행사에서 민중의례를 실시했다고 해서 공식행사에서 실시되는 국민의례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현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종합해 박씨의 행위를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9년 11월8일 서울시 여의도 인근에서 개최된 전국통합공무원노조 간부결의대회에서 사회를 보던 중 민중의례를 주도했다. 전주시는 "정부가 민중의례를 금지하는 명령을 공무원들에게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박씨가 이를 어겼다"며 2010년 6월 박씨에게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내리자 박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공무원에게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민중의례를 금지한 것은 적법한 명령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민중의례를 했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볼 수 없는데도 민중의례 금지 명령을 이유로 징계한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