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스타들의 해외 공연을 위한 비자 발급 업무는 한국의 공연기획사가 맡아야 하므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공연이 취소됐다면, 국내 공연기획사가 외국 공연기획사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배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공연기획사 ㈜나무엔터테인먼트(대리인 배금자 변호사)이 한국 가수기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와 한국 공연기획사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27693)에서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는 1억7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는 외국 공연 시 비자 발급은 통상 외국 공연기획사의 책임이라 주장하지만, 그런 업계 관행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미국 공연기획사가 비자 발급에 대해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경제 활동을 목적으로 외국에 출국하려는 사람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발급 절차에 대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해 공연이 무산된 책임은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는 자신들은 대행사에 불과해 비자 미발급으로 인한 출연 의무 위반은 한국가수 기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가 대행비만 받은 것이 아니라 가수들의 출연료의 일부를 받았고, 미국 공연기획사와 공연 계약도 직접 맺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가 계약의 당사자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티아라, 다바치, 양파 등이 소속된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지난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류 Big3' 공연을 열기 위해 엔터테인먼트그룹을 통해 현지 공연 기획사인 나무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공연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행사 나흘 앞두고 취소됐다. 나무엔터테인먼트는 코어콘텐츠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그룹에이를 상대로 "지급한 공연 출연료와 행사 준비 비용 등 1억 7500여만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