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이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날아가 근처에 서있던 캐디를 맞췄다면 과실치상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3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모(58)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6940)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프와 같은 개인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고 주위를 살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주의의무는 경기 보조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운동경기에 참가한 사람이 경기규칙을 준수하는 중에 또는 그 경기의 성격상 당연히 예상되는 정도의 경미한 규칙 위반 속에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으로서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면 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등 뒤편으로 보내 경기보조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행위로서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도 경기보조원으로서 통상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 아닌 피고인의 뒤 쪽에서 경기를 보조하는 등 경기보조원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마친 상태”라며 “또 자신이 골프경기 중 상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 예견되지도 않아 피해자의 명시적·묵시적 승낙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2006년께 골프경기를 벌이던 중 자신이 친 공이 자신의 등 뒤로 날아가 뒤에 있던 캐디 김모씨의 아랫배를 맞혔다. 김씨는 허리를 다쳐 추간판탈출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이 사고로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현재까지 골프장 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의 경우 일관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지만 스윙사고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과실유무와 책임범위가 정해진다. 즉 골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는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쳤을 때 △동반골퍼나 캐디가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을 때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연습스윙을 했을 때 등이 있다. 반면 △골퍼가 지정장소 외에서 공을 쳤을 때 주의를 줬는지 여부 △샷이나 연습스윙 중 동료골퍼가 다가갈 때 제지했는지 여부 △자신 스스로 경기보조원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등은 캐디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