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장에 업무나 직무상 알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첨부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이 금지하는 위법한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0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도1966).
전남의 한 농협 임원으로 재직하다 퇴사한 A 씨는 2014년 모 농협조합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과일을 사주는 등 기부행위를 하고 화환이나 축의금, 조의금도 조합 명의가 아니라 개인 명의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 씨는 조합장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자신이 업무상 알게 된 조합장의 이름과 주소·계좌번호 등이 적힌 꽃배달내역서, 거래내역확인서 등을 경찰에 함께 제출했다. 이에 A 씨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누설은 특정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거나 외부에 공개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데, 이 법의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누설에는 고소·고발에 수반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를 개인정보 누설 행위로 처벌한다면 교통사고 증거로 범죄자 얼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하거나 주점에서 발생한 범행과 관련해 업주가 CCTV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처벌된다는 의미"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도 '누설'이라고 봤다.
2011년 폐지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소·고발장에 다른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첨부해 제출한 것도 누설 행위이고, 이후 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소·고발에 수반해 이를 알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며 "다만 피고인의 이같은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원심은 A 씨의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판단은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한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A 씨의 행위가 누설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위법성 조각 여부를 다시 심리해 결론을 내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