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모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2019노1654).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현씨가 딸들을 위해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했다는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딸의 성적 분포를 보면 2등과 차이가 크게 나는 압도적인 1등을 했다"며 "변호인의 요청으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여고들에 성적이 두 딸처럼 급상승한 사례가 있는지 사실조회를 했지만 중상위권이었다가 전교 1등까지 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딸의 1학년 9월 및 2학년 3월 모의고사 성적과 당시 내신 성적을 비교해보면 내신은 전교 1등을 하는데 모의고사는 국어 301등, 수학은 300등과 같은 성적이 나왔다"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풀어 계산식조차 필요 없는 딸들이 거듭해 이런 점수를 맞는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증거는 없지만, 이러한 수많은 간접증거들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찰해보면 피고인의 딸들이 답안을 참조해 다섯 번에 걸쳐 시험을 봤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딸들이 시험 답안지를 받은 경로를 피고인 외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고, 모든 간접사실들을 하나하나 종합해 논리 경험칙으로 본다면 피고인이 답안지를 입수해 딸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교사임에도 자신의 두 딸을 위해 많은 제자의 노력을 헛되게 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것을 넘어 우리나라 교육 제도와 평가에 대한 국민 전반의 신뢰가 떨어져 그 피해 또한 막심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어 실형을 선고함은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구금되면서 부인이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게 됐고, 두 딸도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사정들을 재판부가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형이 다소 무거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 뿐"이라며 이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