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하도급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노동조합원인 경비원과 미화원들을 고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교회인 소망교회는 2014년 1월 교회 건물 경비와 미화 용역 입찰공고를 내 A사와 2015년 2월까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경비원 5명과 미화원 9명을 고용해 소망교회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런데 A사가 2014년 11월 돌연 소망교회에 도급계약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소망교회는 2014년 12월 31일부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소망교회는 B사와 비슷한 내용의 도급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B사는 A사에 고용돼 소망교회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을 그대로 다시 채용해 소망교회에 파견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 소속 경비원 이모씨와 윤모씨 등 2명은 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씨 등은 소망교회를 상대로 지난해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는 이를 기각했고 이씨 등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소망교회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며 구제명령을 내렸다. 소망교회는 "우리는 이씨 등의 사용자도 아니고, 이씨 등이 채용되지 않은 것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는 소망교회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5구합77530)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사가 A사에 고용됐던 직원의 고용을 승계할지 여부는 소망교회와 협의해 결정해야 했고, 경비원과 미화원이 근무일지 등을 작성하면 소망교회 소속 실장 및 사무처장의 결재를 받았다"며 "경비원과 미화원이 소망교회의 지시·감독에 따라야 하고, 일일·월간 업무보고를 해야 했으므로 소망교회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경비원 등의 노동조건에 관해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망교회는 대한기독교노동조합이 설립된 2014년 3월 이후 근로자들에게 교회 공식 입장을 밝힌다면서 '교회에서는 교회법에 따라 노조를 설립할 수도 없고 가입할 수도 없게 돼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또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소망교회지부 지부장이던 전모씨에게도 징계를 했다가 구제명령을 받는 등 그 조합원인 근로자에게 퇴사하도록 압박하는 등 노조가 설립된 이래 반노동조합적인 의사를 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망교회는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에 가입한 C씨를 다시 채용하는 과정에서 교회 관계자가 '노조에 가입돼 있으면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소망교회가 A사에서 B사로 관리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B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노조원이던 이씨 등이 채용되지 않게 함으로써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