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를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월 21일 국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소송(2022다25877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국권침탈 때 기여한 공으로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작위를 받았다. 1912년 '종전 한일 관계에 공적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병합 기념장을 받았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귀족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이해승은 1917년 홍은동 임야 2만7905㎡를 취득했다. 이 땅은 1957년 손자인 이우영 회장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1966년 경매에 부쳐져 제일은행이 낙찰받았다. 이 회장은 이듬해 이 땅을 도로 사들였다.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하자 정부는 홍은동 임야를 환수하기 위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친일재산은 국가의 소유로 하지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 규정을 근거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친일재산인 것을 모르고 취득하거나 알았다고 해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면 유효하게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은 또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친일재산'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 외에 '제3자'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며 "이 회장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정부는 이 회장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항소했지만 2심 또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