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농업협동조합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선거전 집 방문(호별방문)'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따져보지 않고 '호'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농업협동조합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농협조합장 서모(62)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14558)에서 유죄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호별방문행위 중 피고인이 2008년7월10일 오후에 방문한 조합원 박모씨의 H농원은 박씨의 주거지가 아니고 기록상 복숭아과수원인 것으로 보일 뿐, H농원이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한 공개된 장소인지 여부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H농원의 면적과 업무용 건출물이나 울타리 등의 존재, 구조 및 사용관계, 도로와의 연접 기타 상황, 농원에 대한 박씨의 구체적인 지배·관리형태 등을 심리해 H농원이 법상 방문이 금지되는 '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없이 이 사건 각 호별방문행위 모두가 법상 각 호별방문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에는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호별방문행위가 단일한 선거운동을 위한 것인 이상 각 호별방문행위 사이의 연속성이 인정되면 모두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호별방문행위를 경합범으로 봐 경합범가중을 한 원심판결에는 범죄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2008년 전라남도 화순군 소재 D농업협동조합 조합장선거에 입후보하고 선거운동기간에 조합원집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서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농업협동조합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위반을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