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업체가 공사 대금을 받아 다른 공사에 사용하느라 하도급 비용을 주지 않았어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하도급업체에 초등학교 시설공사를 맡긴 뒤 공사 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건축업자 A씨에 대한 항소심(2013노246)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초등학교 시설 공사 도급비를 다른 건축 현장의 공사비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업체는 공사비가 부족할 때 다른 쪽 공사에서 나온 이익으로 만회하기도 하는 관행이 있다"며 "A씨가 처음부터 공사비용을 주지 않을 생각으로 하도급을 맡긴 것이 아니어서 무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소업체 공사의 현실과 거래관행에 맞춰 편취의 범의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도급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계약체결 이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차용금이나 공사대금을 갚을 수 없게 됐다고 이를 사기죄로 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0년 5월 충북 영동군에 있는 한 초등학교 시설 공사를 도급받았다. A씨는 이 공사를 같은 건설업체인 B사에 하도급을 주며 "공사를 끝내면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고도 A씨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B사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가 다른 공사현장 비용이 부족하자 초등학교 공사 도급비로 돌려막은 것이지 처음부터 B사에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