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토지개발과 관련한 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지침을 정한 다음 이를 이유로 자동차 정비공장 신축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오모씨는 지난해 3월 서울 강서구청에 자동차 정비공장을 신축하겠다며 건축허가신청을 냈다. 그런데 구청은 같은해 4월 '김포공항 주변 지구단위계획 수립 추진 지역 토지형질변경 허가 처리방안'을 수립하면서 "휴게시설 등 근린생활시설을 유도하겠다"며 오씨가 정비공장을 짓겠다고 한 토지를 포함해 김포 지역 일부에 자동차 관련 시설 등을 불허하기로 방침을 세운 뒤 이를 이유로 오씨의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했다. 오씨는 "구청이 불허가한 근거 법령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불허가 근거인 토지형질변경 허가 처리방안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도 설명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는 오씨가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 불허가처분 취소소송(2017구합64514)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하는 경우 반드시 일체의 개발행위허가를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도시관리계획상 필요한 범위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따라 제한되는 개발행위허가를 정할 수 있는데,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사전 고지, 주민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강서구는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에 공표되지도 않은 내부지침으로 처리방안을 임의로 수립한 뒤 이에 따라 일률적으로 허용되는 개발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개발행위 허가를 나누었다"며 "특히 오씨가 건축허가신청을 한 이후 처리방안을 마련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국토계획법이 정하고 있는 개발행위허가 제한절차를 잠탈해 일방적으로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가한 것으로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해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토계획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내부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지구단위계획의 실효성을 확보할 공익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언제 수립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지구단위계획을 이유로 자동차정비공장을 못 짓게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