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남해군과 전라남도 여수시 사이 해상경계를 놓고 벌어진 5년간의 분쟁이 전남도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이 지방자치단체 관할 경계에 관한 불문법으로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두 지역 어민들이 남해 멸치잡이 황금어장 등을 더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헌재는 25일 경상남도와 남해군이 전라남도와 여수시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사건(2015헌라7)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경남 소속 어선들이 전남 소흑산도 등에서 조업을 하고, 전남 어민들은 울릉도, 독도에 가서 조업을 하는 등 조업구역의 경계가 엄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이같은 방식의 어업이 금지됐다. 이후 경남 어민들은 두 지자체 사이 공유수면을 포함한 남해 일대에서 조업을 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2008년 이후에는 해양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업구역을 침범한 어선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고, 단속에 걸린 경남 어민들은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5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를 도(道)간 경계로 보아야 한다"며 전남 해상구역에서 조업한 경남 어민들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2013도14254).
이에 경남과 남해군은 2015년 12월 "경남과 전남 사이에 불문법상 해상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전남과 여수시를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경남과 남해군 측은 세존도(남해) 혹은 갈도(통영)를 기준으로 전남 여수시의 안도나 연도 사이의 등거리 중간선으로 새로운 해양경계선을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경남 쪽으로 5㎞ 가량 치우친 해상 경계가 전남 쪽으로 옮겨가게 돼 경남의 조업구역은 더 넓어진다. 반면 전남도와 여수시 측은 현행 해양경계선을 기준으로 해상경계가 획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헌재는 "전남은 1973년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연안어업 허가 등에 관한 권한을 행사해왔으며, 경남과 전남 사이의 경계선 역시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해양수산부장관 역시 1973년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이 경남과 전남 사이의 도 경계선임을 전제로 전남과 여수시의 사업을 모두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여수해양경찰서 및 동해·남해 어업관리단 역시 1973년 국가기본도를 기준으로 수산업법 위반행위를 단속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쟁송해역이 전남의 관할구역에 속한다는 점을 전제로 장기간 반복된 관행이 존재해왔다"며 "이에 대한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