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 내에 설치된 카페와 영화관 등 상업시설에 무조건 교육면세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학이 '학생복지'를 명목으로 대학교육 목적 달성에 별 상관도 없는 프랜차이즈 업체 등을 학내로 들여와 임대장사를 하면서 면세혜택까지 누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그동안 경쟁적으로 건물을 올리고 상업시설을 유치해왔던 주요 대학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이화여대가 서울시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에 부과한 재산세 약 4억원을 취소하라"며 낸 재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2014구합70457)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2008년 완공된 ECC는 지상에서 지하 6층까지 파서 만든이대의 대표적 건물이자 서울 주요 관광지다. 애초 '교육연구시설'로 등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은 이대는 지하 4층 일부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용도변경하고 외부에 임대했다. 대기업 계열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은행, 이동통신 대리점, 편의점, 문구점, 영화관, 공연장 등이 이곳에 입점했다.
서대문구청은 "이대가 ECC를 '교육연구시설'로 등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며 2010∼2014년 부동산·부속토지 재산세로 4억여원을 부과했다. 이대 측은 "외부업체들은 모두 학생을 위한 후생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임대사업'이 아닌 면세 대상인 '교육사업'으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시설은 학교 교육목적 달성에 필수적이거나 대학교의 이용 편의와 불가분하게 결합한 시설이라 볼 수 없다"며 "이대가 임대수익을 거두는 만큼 재산세 면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ECC에 들어선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대학교 구내에 있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며 교육목적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며 "공연장도 주로 연예인 콘서트 등 학생 교육과 무관한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식당에 대해서도 "대학 구내에 이미 학생식당 등 저렴한 가격의 식당이 5개나 존재한다"며 "학교 부근 상권을 통해서도 학생들의 복리후생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지하 4층에 있는 연구소 2곳은 교육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해 연구소에 대한 재산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