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의 앳된 여성이 자신의 갓난 아이를 목졸라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섰다. 쓰러질 듯 서 있던 그녀는 "자신을 처벌해 달라"고 흐느꼈고 판사는 고심 끝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부산에 살던 회사원 A(21·여)씨는 지난 5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갑상선 암을 앓았고 이미 세 차례나 수술을 한 탓에 의사는 "임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렸다. 불임이라는 말에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결혼까지 꿈꾸진 못했다.
사고가 있었던 그 날, A씨는 배가 아파 볼 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깜짝 놀라 실신했다. 아이를 낳은 것이다. 혼절했다 일어난 A씨는 "컥컥" 소리를 내고 있는 아이를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미혼모인데다 세 차례의 암 수술을 받고도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 처지가 이성을 마비시켰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목을 졸랐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119에 신고해 아이를 살리려고 했지만 아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A씨는 범행을 자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그녀에게 영아살해죄를 적용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김태규 판사는 5일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2012고단7856).
김 판사는 선고에서 "A씨가 암으로 투병하며 이미 세 차례의 수술을 받고 현재도 입원해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건 당시 쇠약한 상태에서 출산 직후의 흥분이 더해지면서 이성적 판단을 할 만한 마음을 갖기 어려웠던 점, 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정작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A씨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벌이 과연 바람직한가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김 판사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어머니에 의해 부정당한 어린 생명, 어떤 것보다 엄숙하고 존귀하게 다뤄져야 할 생명의 소중함, 생명 경시 우려 등을 생각한다면 그에 상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