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 숨진 피해자의 유족이 범죄피해자보호법에 의해 유족구조금을 받았다면, 이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때에는 전체 배상액에서 유족구조금을 뺀 금액만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5년 9월 서울 용산에서 60대 여성 A씨가 아들의 여자친구인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B씨의 아들은 “어머니가 칼을 가지고 여자친구를 죽이겠다고 기다리고 있다”며 112에 두 차례나 신고했지만, 경
찰이 다른 사건들과 혼동해 첫 신고가 접수되고 20여분이 넘은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B씨는 이미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후였다. 이에 B씨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의 아들이 한 신고와 근처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사건은 신고 내용과 주소가 명확히 달랐고, 112 종합 상황실에서 이를 지적하며 동일 사건인지 거듭 확인을 요청했음에도 담당 순찰 경관은 신고 후 24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경찰공무원이 과실로 현저히 불합리하게 공무를 처리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유족들에게 8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했다. 그러나 배상금의 범위는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B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7다228083)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의한 유족구조금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해치는 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사망한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 대한 손실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범죄행위로 인한 손실 또는 손해를 전보하기 위해 지급된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소극적 손해의 배상과 같은 종류의 금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유족들이범죄피해자보호법 소정의 유족구조금을 지급받았다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유족들에게 사망한 피해자의 소극적 손해액에서 유족들이 지급받은 유족구조금 상당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지급하면 된다"면서 "유족들은 피해자 사망 후 유족구조금으로 이미 5200여만원을 지급받았으므로 배상액에서 이를 공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